메뉴 건너뛰기

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현실과 꿈

2008.04.28 17:24

한아 조회 수:853

현실과 꿈이 있습니다.


 


저같은 경우는 아직 나이도 어리고
(22살이면 사회 초년생이거나 아직 학생이죠. 저같은 경우는 군인입니다만.)
욕심도 있기 때문에, 현실보다는 꿈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중에는 저보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정말 현실적으로, 자신의 미래가 어떤 식으로 다가올 것인지 예측하면서,
휘몰아치는 바람에도 휘둘리지않고 착실하게 탑을 쌓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것이 꿈이자 현실인 친구들이죠.


 


---------------------------------------------------------------------------


 


제가 고등학교 시절을 캐나다에서 보냈습니다.
그때 만난 친구들과 저는 미래에 관한 꽤나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반응은 두 가지 입니다.


저를 허영과 이상만 가득한 꿈 속에서
아직도 치열한 사회와 냉정한 현실을 보지 못한채
서서히 뒤쳐져 죽어가는 패잔병으로 보던지,


 


아니면
사실은 전혀 공감하고 있지 못하면서,
겉으로만 잘해보라며 응원해 주는 그런 친구들이 있죠.


 


---------------------------------------------------------------------------


 


제 친구들은 남에게 1점을 안지려고, 10시간 더 공부했습니다.
조금이라도 좋은 학점을 위해 서로 덜 만나고, 잠을 줄였습니다.
남들보다 더 빨리 졸업하고, 더 좋은 곳에 취직하기 위해
휴일도 반납하고, 방학 중에도 여름학기를 들으며,
다들 집안이 넉넉하지는 못하기에 오지에서 생활비를 벌면서 사는 친구들입니다.


 


물론, 녀석들도 취직해서 벌 돈 때문만에 공부하지는 않습니다.
돈도 벌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공부하는 것이죠.


 


 


 


 


 


 


하지만,
그 친구들과 나와 다른 것이 있다면,


 


현실과 이상의 갈등에서는
언제고 자신의 이상을 포기할 녀석들이라는 것입니다.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을 저와 같이 보내며 음악의 꿈을 키워왔던 후배는
1분1초를 낭비할 수 없는 대학에 들어가 경영학을 공부하며
숨도 쉬지 못하며 살고 있고,


 


같은 집에서 살며 고등학교 5년 내내(북미 5년제 고등학교) 그림을 그리던 친구는,
노후의 연금이 보장되고, 어느정도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은 선생님을 하기 위해,
대학에 들어가 전공을 바꿔, 지금은 수학과 교육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내가 물었습니다.


 


"너는 그림을 그리고 싶지 않느냐. 음악을 하고 싶지 않느냐."


 


"당연히 하고 싶다. 안하면 못배기고 미칠것 같은 시간들도 있었다. 지금도 그런다. 하지만 난 이것을(경영학 공부 혹은 교사를) 해야만 한다. 그림/음악으로는 먹고 살 수 없지 않느냐."


 


 



 


 


 


저는 아무 대답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모두가 등돌리며 돌아서기에, 저도 떠날 뻔 했습니다.


되지도 않는 영어를 사전을 들고 A부터 밑줄그으며 무작정 외워대고,
시험 전에는 노트를 보며, 노트에 머릿속에 새겨질 때까지 잠을 자지 않고 공부했습니다.


성적은 날이 다르게 올라갔고, 주위 사람들은


 


"이제야 네가 유학 생활에 적응해 실력이 나오는구나."


 


라면서 칭찬(?)을 해주었습니다.


 


 


사실 북미에서의 학교 공부는 열심히 하는만큼 솔직하게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저 뿐만 아니라 다른 한국 출신 유학생 모두 잘하는 편입니다.


 



 


 


나는 떠날 수 없었습니다.


 


고등학교 마지막 학년인 12학년의 과목을 선택해야 했습니다.


저는 그에 앞서 두가지 시간표를 만들어 봤습니다.


 


12학년 수학,
대학 미적분학,
12학년 물리,
12학년 화학,
12학년 영어,
12학년 심리학,
12학년 회계,
12학년 영문학


 


 


12학년 시각 미술,
12학년 미술,
12학년 애니메이션,
12학년 그래픽 
기타 연주 초급반,
12학년 영어,
12학년 수학,
12학년 물리


 



 


두 개를 모두 들고 진학 문제를 전문적으로 상담해주는 학교의 카운셀러를 찾아갔습니다.


 


"나는 네가 당연히 회계나 경영쪽으로 대학을 선택할 줄 알았는데,
마지막 학년에 와서 미술 중심으로 과목선택을 해서 할 수 없지 않겠느냐."


 


"나는 이게 꼭 하고 싶습니다. 수학은 한국에 있을때 선행학습을 해서 쉬운 것이지,
내가 잘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는 수학을 못하는 편에 속합니다."


 


"그래도 네 실력으로 예술학교에 입학하기는 힘들 것이다."


 


"나는 미술대학에 가고 싶지 않습니다. 그냥 그림을 그리고 싶습니다."


 


"그림을 그릴 것이면 예술학교에 가야 하지 않겠느냐. 더 전문적으로 배울 수도 있고.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그것은 무리다. 차라리 학교는 이과계열로 진학하고,
예술은 취미생활로 즐겨라."


 


"나는 수학을 못하기 때문에 한 번도 회계사가 되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나는 12학년때 학교에서 미술을 배우고 싶습니다."


 


"결정은 네가 하는 것이지만, 네가 다시 한 번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


 



나는 그 때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고등학교 졸업한지 2년이 지났습니다.


내 친구들은 아직도 나를 인생의 패배자로 봅니다.



 


하지만 난 캐나다 유학기간 중 12학년 밖에 기억에 남질 않습니다.
내 그림이 학교 도서관에, 복도에, 식당에 걸렸고,


내가 친구들과 만든 애니메이션을 모아,
졸업할 당시 작은 졸업생 상영회도 했습니다.


 


항상 수업시간이 모자라 네다섯 시간 이상


학교 작업실에 남아 그림을 그리고, 애니메이션을 만들었고,


 


2006년 학교 티셔츠를 만들어 직접 팔기도 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우리 학교 졸업 앨범도,
저와 제 친구들이 직접 디자인하고 제본해서 앨범제작회사와 연락해 만들어낸 것입니다.


 


 


 


 


 


그리고 나는 친구들 사이에서,
현실을 망각한채로 살아가는
미래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계획없고 예측 불가능한 실패자가 되었습니다.


 


 


한 가지 예로,
저는 대학진학을 하지 않은 채로 군입대를 하였습니다.


 


당장 전역을 하면 복학할 학교도 없습니다.
녀석들은 나를 보면서 자기들이 더 걱정합니다.


 


 


 


"입시준비 해야돼지 않느냐,


대입 수능은 쳐야돼냐,


그림 그릴려면 학교 알아봐야 하지 않느냐,


특별전형으로 학교 갈 수 있지 않느냐."



 


대학 등록금은 올라가고,
학원비/과외비를 감당할 만한 능력 조차 없습니다.


 


 


나는 대학을 갈망하지 않는다고 털어놓자,
그러면 바로 취직할것이냐, 사업할 생각이냐,


라고 반문합니다.


 


 


 


-----------------------------------------------------------------------------


 


 



나는 대답할 수가 없었습니다.



내 계획이 있고,
내가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꿈이 있지만,


 


그걸 말했다가는 그것조차 냉혹한 현실에 짓밟혀 질까봐
무서워서 말을 못하겠습니다.


 


 


그들이 취직을 위해 공부하고,
더 좋은 직장, 더 좋은 환경을 찾기 위해 남들과 경쟁하는 것을
비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것이 그들의 꿈이고 이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나같은 생각을 하는 친구는 하나도 없는 것이,


 


나를 주눅들게하고 나를 무능하게 만듭니다.
우유부단해지고, 고민하게 만듭니다.


 


 


 


 


내가 바라는 것은 세계 최고의 아티스트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내가 의자에 앉아 다 늙어갈 무렵
'정말 다니고 싶지 않았던 직장'을
마침내 은퇴해서 뒤룩뒤룩 뱃살이 나온 채로 붓을 잡고


 


 


"아! 나는 드디어 그림을 그리니,
수십년 회계사로 살았는데도 불구하고
내가 하고 싶은 모든 것을 이뤘다" 라고


내 자신과 타협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집에서 따뜻한 집밥 먹으며 좋은 직장에서 월급 받으며,
'시간날 때' 짬짬히 그림그리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내 그림이 사람들에게 인정받아 잘 팔리고,
"다음엔 어떻게 그려야 좋아할까" 하면서
인정받는 사람이 굳이 되지 않아도 좋습니다.



나는 그저 최대한 많은 것을 보고,
그것을 느낀대로 그리고 싶은 것입니다.


 


 


직장이 없어 배를 골골거리면서 다음 끼니 걱정이나 해야 될지도 모르고,
들어갈 집이 없어 노숙하면서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환경에서도,


 


 


그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내가 원하는 것이 돈이 아니라,
한순간 불태울 수 있는 열정이 되기를 원합니다.



 


 


제가 그런 열정을 가진 사람이 되는 것이 제 이상이고 꿈입니다.


 


 


하지만 저도 왠지 모르게,


그냥 대충 편하고 안전하게 살고싶은 마음이 드는건


너무 당연하면서도 짜증나는군요.


 



현실과 꿈.


여러분은 어느 쪽에 손을 들어 주시겠습니까?


 


 


 


.


.


.


 


 


꿈꾸는 사람의 주절거림 이었습니다.


 


http://www.acoc.co.kr/blog/?id=hugi&c=104433&b=1&no=3891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38 언제까지 대통령 욕만 할텐가 ? [6] 꼬마사자 2010.11.06 467
637 등골이 오싹하네... 봉은사... [4] 석연화 2010.10.26 429
636 많은 남자들이 처녀와 사귀거나 결혼하고 싶어하는 이유에 대해 [6] Evangelista 2010.10.25 485
635 입시제도, 현 상황에서는 설득력 있는 대안이다. [3] 크완다 2010.09.30 396
634 아마추어 게임 심의, 과연 옳은 일인가? [3] 독도2005 2010.09.12 425
633 과연 자녀에게 공부만 시키는 게 정답일까? [5] 가온누리 2010.09.11 350
632 이동통신사는 왜 거짓말을 일삼는가. [5] 꼬마사자 2010.08.20 432
631 신과 사탄 누가 더 착한가 [11] 루넨스 2010.08.18 379
630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17] 꼬마사자 2010.08.05 390
629 단순화 리뉴얼을 원한다. [4] 2010.07.10 407
628 '심판,' 과연 타당한 것일까요? [21] 《C》 2010.07.09 380
627 성경을 읽으니..교회는 정말 나쁜 곳같다는.. [21] 고월 2010.07.03 398
626 e스포츠, 온라인게임회사는 유저를 뭘로 알고 있는걸까? [2] 광시곡 2010.06.22 347
625 한국의 성교육. 정말 이대로 괜찮은걸까? [16] 협객 2010.05.14 543
624 여러분들은 2013년 수능 시험에 국사가 사라지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4] 신지철 2010.05.01 333
623 유언비어와 천안함 사태 [4] PianoForte 2010.04.12 418
622 우리 역사에 관심이 없어지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인가? [10] 엘제아 2010.04.05 414
621 콜라에 대한 정보가 너무 부족합니다. [17] 찰드 2010.03.18 581
620 하나님 없는 우주는 아무 가치가 없다. [50] 협객 2010.03.15 890
619 두발규정을 왜 정하는가? [20] Icarus현。 2010.03.06 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