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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모병제에관한 고찰

2006.11.28 09:45

강수호 조회 수:567 추천:1

우리나라에서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 등 이른바 사회적 고위층 인사들이 욕 먹는 이유 가운데 가장 큰 것이 바로 병역문제다. 누리는 것은 다 누리고, 정작 지켜야 할 것을 지키지 않는다고. 온갖 부귀와 영화와 권력을 다 누리고서도 정작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당연한 의무에서는 가장 먼저 빠져나간다고.

하지만 모병제로 바꾸게 되면 그러한 비난은 씻은 듯 사라져 버리게 될 것이다. 당연하다. 모병제란 가고 싶은 사람만 군대에 가는 제도다. 군대에서 제공하는 급여와 복리에 만족할 수 있는 사람만이 군대에 가라는 제도다. 설사 군대에 가지 않는다 할지라도 무어라 할 수 없는, 오로지 개인의 선택에 모든 것을 맡기게 되는 것이다.

당연히 많이 배우고, 가진 것 많고, 사회적인 지위도 높은 사람들 입장에서야 굳이 군대에 갈 필요는 없다. 생각해 보라. 한정된 국방예산에서 군대가 보장할 수 있는 급여수준은 여러가지 복리와 합해도 2000만원을 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2000만원이 뭔가? 지금 하사관 연봉도 그 정도는 되지 않는다. 하물며 같은 급여라면 차라리 군대가 아닌 다른 직업을 찾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과연 그 잘나신 분들이 스스로 군대에 가려 할까?

결국 지금도 돈과 권력과 인맥을 활용해서 군대에 빠지는 사람들은 그때에도 아주 당당하게 당연하다는 듯이 군대에 가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좋다. 지금이야 징병제이다보니 군대에 안 가는 것이 비난의 대상이 되지만, 모병제만 된다면 군대에 가든 말든 누가 뭐랄 사람은 없을 테니까.

대신 돈도 없고, 배운 것도 없고, 대단한 배경도 없는 사람들이 그나마 군대에서 제공하는 연봉과 복리를 바라고 그거라도 챙겨먹겠다고 군대에 갈 것이다. 미국의 징병관들이 미국의 슬럼가를 돌며 입대를 홍보하듯이, 불법체류 이민자들에게 시민권을 주겠다며 입대를 권유하듯이, 군대라도 가지 않으면 안 되는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만이 군대에 가게 될 것이다.

솔직히 탁 까놓고 얘기해 보자. 연봉 2000만원 줄테니 군대에 오라고 하면 몇 사람이나 가겠는가? 연봉 1500 주는 직장과 연봉 2000만원 주는 군대 가운데 과언 어느 쪽을 선택하겠느냔 말이다. 대개는 연봉 1500 받는 다른 직장을 선택한다. 보다 자유롭고, 보다 덜 위험한, 군대가 아닌 다른 민간의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런다. 우리도 군대에 대한 처우를 좋게 하면 입대할 사람들은 많을 거라고. 물론 많기는 할 것이다. 지금처럼 취직도 되지 않고, 카드빚등으로 경제적 압박을 받는 상황이라면 마지막 선택으로서 군대를 선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래봐야 군대에 가는 사람이라는 것은 경제적으로 곤란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아니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모병제를 주장하는 사람들 스스로도 결코 아니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들 또한 군대에 가기 싫은 것이 사실일테니까. 어지간히 높은 연봉과 처우를 보장하지 않는 이상 스스로 군대에 갈 생각이 전혀 없을테니까. 그들이 군대에 가는 대신 해야 할 가치있는 일들을 위해, 그럴 능력이 없는 자들이 대신해야 할 천역으로 여기고 있을 테니까.

내가 모병제를 반대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가운데 가장 큰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모병제를 채택함으로 해서 많이 배우고, 많이 가지고, 사회적 지위도 높은 사람들은 합법적으로 국방의 의무에서 배제되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그 의무를 전담하게 되는 것을 경계하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그저 경제적인 격차로 인한 계급이 있구나 막연히 생각할 뿐이겠지만, 그때에 가면 군대에 가고 안 가고 하는 것이 신분의 벽으로 작용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지금도 현역입대를 하는 사람을 두고 어둠의 자식들이라 한다. 현역입대를 해서 일반적인 전투병과 보직을 받으면 부모가 무능해서라고. 빠질 수 있으면 빠져야 하고, 빠질 능력이 있음에도 빠지지 않으면 미친 짓이라고. 그런 상황에 굳이 군대에 가기 싫은 사람은 가지 않아도 된다고 해보라.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를. 눈에 보이는 것 같지 않은가? 군대가 신분과 차별의 벽이 되는 것. 그것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이 나라에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은 이 나라의 국민이다.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이 당연하듯 국방의 의무를 지는 것 또한 당연하다. 재산이나 학벌, 신분에 상관없이 그것은 모든 국민들에게 동등하게 적용되어야 하는 공공의 의무다. 아니누리고 있고 가지고 있기에 어 엄격히 적용되어야 한다. 그런데 모병제는 그러한 원칙을 근본부터 흔들어 버릴 수 있다. 그나마 불법과 비리를 저지르고서야 군대에 빠질 수 있었던 사람들에게, 그러고서도 나중에 온갖 비난을 들어야 했던 사람들에게 당당히 군대를 빠질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할 뿐이니까.

지금의 거의 공짜로 부려먹다시피 하는 것은 급여를 올려줌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다양한 가능성과 선택을 살리는 것은 징병제 하에서 대체복무를 보다 넓게 확대하고 활성화 시키는 것으로 대신할 수 있다. 굳이 징병제를 모병제로 바꾸지 않더라도 운용의 묘를 살리면 현행 제도가 갖는 문제점을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오히려 모든 국민에게 동등하게 국방의 의무가 부여된다는 점에서 징병제가 평등의 원칙에 부함된다 할 수 있다.

나중에 재산이나, 학벌, 지닌 바 배경 등이 그리 대단한 것으로 여겨지지 않을 때 그때 모병제를 실시해도 된다. 군대에 가는 것이 급여 이전에 하나의 명예로서 받아들여질 수 있을 때, 그래서 군대에 가는 것이 차별과 멸시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있을 때에야 모병제는 무리없이 시행될 수 있을 것이다. 군대에 가지 않는 것이 특권인 양 여겨지는 지금의 현실에서는 무리다.

모병제가 누구에게 유리한 제도인가를 생각해 보자. 국방의 차원을 넘어 모병제의 실시가 어떠한 사람들에게 이익이 되며, 그것이 장차 사회적으로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를 곰곰히 생각해 보라. 그리고 지금을 보라.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라. 과연 모병제는 누구를 위한 제도일까? 도대체 누구를 위한 모병제인 것일까? 모병제를 이야기함에 있어 먼저 고민해야 할 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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