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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판타지 제임스

2010.12.14 09:14

용호작무 조회 수:450 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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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임스가 사라졌다.


 


     아내의 목소리가 수화기 저 너머로 사라졌다. 그의 귀 탓인가, 아내의 잠긴 목소리 탓인가? 무어라 말하긴 하는데 도통 알 수 없는 웅얼거림일 뿐이었다. 그가 끊긴 전화기를 조용히 내려놓았다.


 


     우선 그는 하던 일을 다시금 손에 잡았다. 키보드를 누르기 시작한다. 하나 하나에 힘을 실어 누른다. 'ㄴ'이라 적힌 자판이 계속되는 연타에 비명을 질러댔다. 타닥타닥. 완전히 눌려 납작해진 자판의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 찢어지는 비명이 끝내주는 희열을 가져온다. 그는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타닥타닥.


 


     제임스가 사라진 것은 그가 집을 나선 이후 1시간 동안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의 아내의 말에 따르면, 그녀는 당시 소파에서 자고있었다. 식탁 위 그가 늘어놓고 간 식기들을 보자 갑자기 귀찮아 졌다는 것이다. 소리를 지르려다 말고 그는 전화기 저편의 아내를 채근했다. 결국 그녀는 빈 그릇만 골라 식기통에 내려놓은 뒤 쇼파에 앉았다. 잠시 신문을 뒤적거리다 티비를 틀었을 때만 해도, 제임스는 그녀 곁에 고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 날따라 티비에서는 그의 아내가 좋아해 마지않는 드라마가 방영중이었고, 눈 깜짝할 새 3, 40분 가량의 시간이 흘러갔다. 분명 그 때도 제임스는 그녀 옆에 있었다. 그녀는 그러나 곧 그대로 잠이들고 말았다. 아내는 티비를 보다보면 금방 눈이 침침해지는 체질이었지, 그가 수긍했다.


 


     그게 아내의 결정적인 실수였다. 아내가 선잠을 잔 것은 8시 50분부터 약 1시간 가량. 녀석이 사라지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시계가 정확히 9시를 알렸을 때, 아내는 깨어났다. 그리고 안즉 켜져있던 티비를 끄려고보니 눈에 띄지않았다. 녀석이. 제임스가!


 


     자, 이게 사건의 경위이다.


 


          < 편집장님, 사회부 이 선욱 기자가 연락 주시랍니다. >


 


     아내와의 통화 이후로 일이 도저히 손에 잡히지않던 그는 퇴근길 지하철에 올라서조차 침울한 모양이었다. 이리저리 치이면서도 머리는 딴 생각.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범행이 가능했던 시간은 단 1시간. 강도가 들어왔던 흔적은 없었다 했다. 현우 녀석은 한창 유치원에 있었을 것이다. 장모님이 왔다가셨나? 평소에 자주 들락날락 거리시는 분이었다. 한번 오시면 허리가 많이 굽으셨어도 곧잘 아내를 도와 설거지를 하랴, 반찬을 하랴 바쁘셨다.


 


     하루는 장모님께서 갈치조림을 해주셨다. 아내가 동창회를 간 날이었다. 장모님의 손맛은 옛부터 소문이 자자한 모양이었는데 거기에 길들여진 현우 녀석이 밖에서 통 먹으려 들지를 않아 진땀을 빼곤 했다. 그러나 그 역시 내심 장모님의 반찬을 반기는 편이었다. 근데 아내는 그게 아니었나 보다.


 


     그 날 갈치조림은 어딘가 달착지근한 맛이 났었다. 그 자신의 입맛 탓이려니 하고 현우와 함께 밥을 비우고나니 왠걸, 아이가 배탈이 났다. 부랴부랴 병원으로 달려가 한 차례 토해내자 그제서야 아이가 울음을 그쳤고 잠이 든지 얼마되지 않아 아내가 혼비백산하여 달려왔다. 숨을 고를 새도 없이 아이를 부여잡고 통곡부터 하고보는 아내를 그가 달래며 자총지총을 설명해주었다. 그랬더니 별안간 그녀가 장모님께 버럭 대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그 옆에 비켜서있던 노인네는 쩔쩔매며 같은 말을 중얼거리고만 있었다. 나가 노망이 든 모양이제. 그기 설탕인지 몰랐어야. 그 뒤로 장모의 방문이 눈에 띄게 줄었다.


 


     아까 전 그런 생각을 하며 혹시나 해서 아내에게 물으니 그녀가 성을 냈다. 어떻게 장모님을 의심할 수 있냐는 거다. 그리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여하튼 여자란 알 수 없는 동물이다. 장모님은 자주, 제임스를 들고 이방 저방을 다니시곤 했으므로 '혹시' 깜빡하고 든 채로 집에 돌아가지 않으셨나 싶었던 건데. 갈치조림에 소금 대신 설탕을 넣은 것처럼 말이다. 그 당시 장모님을 거세게 치매로 몰아 붙이던 아내가 이런 일에 대해서는 완강히 부인하는 이중성은, 그로선 이해하기 힘들었다.


 


     설마 아내가? 그는 화들짝 놀라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아직 사람들이 빼곡히 들어찬 지하철이다. 최근 들어 아내는 제임스를 성가셔하는 기색이긴 했다. 물론 주말 저녁만 되면 현우를 일찍 재우는 그녀의 의도를 모를 리 없었다. 그러나 일요일에도 출근해야하는 직위의 그가 외출하고 싶어 할 리도 없었다.


 


        < 그놈의 제임스 타령 좀 그만해요. >


        < 왜, 질투나나? >


        < 질투는 무슨 놈의 질투, 내참. >


 


     아내가 뭐라하던 그는 티비를 켰다. 쇼파에 늘어지게 누워서, 행여나 뺏길세라, 제임스를 품에 소중히 안은 채로다. 그러면 아내의 눈꼬리는 말려 올라가고 입술은 샐쭉히 나왔었다. 그랬다. 아내의 짓이다. 열린 지하철 문을 나서며 그는 마음을 다잡았다.


 


        < 아빠! >


 


     현우를 안아 올려 신나게 돌려주면서 그는 부엌의 눈치를 살폈다. 곧 저녁을 준비하다 말고 아내가 황급히 뛰쳐나온다. 왠일로 일찍 오시우, 하는 눈빛이다. 은밀하게 콧웃음을 치며 그가 현우를 내려놓았다.


 


        < 어어, 배고프다. 오늘 메뉴가 뭐요? >


 


      그제서야 아내가 웃었다. 오랜만에 셋이서 함께하는 저녁이니 기쁠만도 하였다. 앞치마에 손을 닦고는 그의 겉옷을 받아들며 평소 답지 않게 재잘거린다. 마음이 다른 곳에 가있는 그에게는 가증스러워 보일 뿐이다.


 


     배를 채우고 나자 노곤노곤해진 몸을 티비 앞에 뉘이며 그가 한숨 쉬었다. 제임스가 없는 판에 더이상 쇼파에 앉을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채널을 돌리기가 귀찮아서 아내가 봤을 법한 홈쇼핑 채널을 틀어놓았으니 집중도 되지 않았다. 여러모로 불편하다. 역시 최대한 빨리 기회를 노려 아내를 추궁해야 한다. 그가 꾸벅 조는 사이, 현우는 또 쇼파 위에서 뛰어노는 모양이다. 팡팡. 아내가 설거지를 하다 말고 아이를 쫓아낸다. 먼지 난다며 내몰지만 현우가 반항하며 실랑이가 벌어졌다….


 


        < 어, 제임스 찾았다! >


 


     그가 후다닥 일어섰다.


 


       < 어디? >


       < 아빠, 제임스 찾았어! 여기 껴있었어. >


 


     그렇다. 오늘 아침 티비를 보면서 아내는 버릇대로 제임스를 오른손에 두었을 테고, 가련한 제임스는 그녀의 몸이 눕혀지면서 쇼파 시트 틈새로 굴러 떨어진 것이었다. 그걸 알지 못한 아내는 야단을 맞을거라 예상, 지레 겁을 먹고 그에게 전화를 한 것이었다.


 


     뭐, 여하튼 제임스가 돌아왔으면 끝이다.


 


       < 하이고, 누가보면 헤어진 애인이라도 찾은 줄 알겠구려. >


       < 제임스가 숨었나봐! >


       < 느이 아빠는 리모컨 없이는 못산다, 못살아. >


 


 


 


 


 


 


 


 


 


 


 


-


 


학교서 심심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점심먹고 20분동안 끄적임 -_-


자야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