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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일반 [단편]일요일 아침

2010.12.10 09:16

시우처럼 조회 수:490 추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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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누구나 죽음을 맞이한다. 길에서 전화에 대고 고함을 지르는 아저씨도, 시장가에서 한 푼이라도 더 깍으려 애를 쓰는 우리 어머니 같은 사람도 다 죽기는 매한가지다. 이건 부정할래야 부정 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나 또한 매일 텔레비며 라디오를 보면서 세상에 즐비한 죽음을 대면한다. 잘나신 국회의원님도 대기업 총수도 권력과 돈으로 피해 갈 수 없는게 죽음인 것이다. 그런데 그런 죽음으로 향하는 일방적인 시간의 흐름 속에서 우리들에게 어제와 오늘은 얼마나 다른 것일까?
 


 나는 오늘도 어제처럼 아침 8시에 눈이 뜨여졌고 아무도 차려주지 않는 아침 식사에 대해 약간은 서글픔을 느끼며 조용히 레또로트의 비닐팩을 개봉했다. 3분. 뭐든지 3분이면 된다는 이 회사의 캐치프라이즈를 보고 있자면 뭐 그리 호들갑을 떨면서 바쁠 필요가 있나 하면서도 역시나 귀찮은 건 질색인 나에게는 고마운 존재였다.



 


 “어? 뭐야.” 전자렌지의 작동 버튼을 누르던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겨야만 했다. 평소와는 다르게 오늘따라 전자레인지가 말을 안 듣는다. 하지만 분명히 평소에 시행해 오던 ‘전자레인지를 올바르게 사용하는 방법’과는 일련의 오차조차 없었는데.
 


 ‘전기가 나갔나?‘
 


 우울한 일이였다. 사실 이번 달 요금을 일주일 정도 연체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전기까지 끊어버릴 줄이야. 생각해보니 아침에 냉장고에서 레또르트 용기를 꺼낼 때 차갑지 않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는 무감각하게 지나쳤었는데 생각해보니 전기가 끊겨서 냉장고 까지 나갔다면 정말 큰일 날 노릇이었다. 비록 얼마 남지 않았지만 어머님이 담가주신 김치가 이 무더운 날에 얼마나 견딜지 모를 일이였다. 나는 서둘러 고지서를 모아둔 통을 찾았다. 8월 10일. 거기에는 납기일을 그렇게 써놓고 있었다. 3만2천7백6십원. 젠장. 이 정도 돈 안냈다고 전기를 끊어버리다니. 정말 인정머리 없는 나라다. 이민이라도 가야지 원. 하지만 어쩌겠나. 나 같은 식충을 외국에서 받아 줄리도 없고. 약자는 그냥 불만 따윈 접어놓고 되는대로, 시키는 대로 살면 좋은거다. 아무렴.



 


 일단은 지갑. 먼지만 나온다. 저금통. 이미 어제 저녁에 알싸한 알콜로 화신하셨다. 그 외 책상 밑, 서랍 안. 집안 온 구석을 다 뒤졌다. 어디서 나왔는지 2천4백1십원이 나왔다. 우와. 이래서 집안 청소는 가끔 해줘야 하는 거다. 이렇게 많은 돈이 나도 모르는 곳에 숨겨져 있었다니. 하지만 기쁨도 잠시. 식탁에 널브러져진 고지서의 잔상은 나를 빠르게 현실로 돌아오게 만들었다. 확실히 어제와 오늘 아침은 무언가 다르다. 2천원이 넘는 거금을 봤음에도 내 마음은 탐탁치가 않았다. 마침 일하는 곳에서의 급여를 받기 직전이라 통장은 너무도 싸늘했다. ‘집에 전화를 걸어야 하나?’ 나는 고향에 계신 어머니가 생각났다. 전화를 걸까? 나는 망설이면서도 용단을 내려야만 했다. 이렇게 굶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니까.


 


 


 하지만 아무도 받지 않는다. 외출하신건가? 아니 어쩌면 그쪽에서 전화를 받으려는 순간, 내가 수화기를 내려놓은 걸 수도 있겠지. 하지만 어쩌면 다행이었다. 혹여나 아버지가 받으신다면 그거만큼 꺼려지는 일도 없는 탓이었다.



 


 다행히 가스는 끊기지 않았다. 그 덕에 하나 남은 라면을 끓여먹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건 뭐랄까. 물이 나오지 않는다. 수도꼭지를 끝까지 돌리고 심지어는 한 대 툭 쳐보기 까지 했지만 물이 안 나온다. 왜일까? 나는 또다시 사색에 잠길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오늘따라 이상한 아침의 일들은 어제 텔레비전 뉴스시간에 나왔던 대통령아저씨의 더 이상 국가는 통제권을 잃은 국민에 대해 인도적인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말 때문일지도 모른다. 술 처먹고 비몽사몽간에 듣긴 했지만 왠지 그 말만은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그렇다면 나는 통제권을 잃은 국민이 된 셈인가? 하긴 요즘 스스로가 통제가 안 된다고 생각할 때도 있었으니 어쩌면 국가에서 먼저 알아차리고 조치를 취한 걸 수도 있겠지. 하지만 전기와 수도를 끊어버리다니. 이번 달 전기 요금은 연체되었다고 하더라도 이제껏 공공요금 밀려 본 적도 없었고 정말 나름대로 정직한 납세자였다고 자부 할 수 있었다. 생각하면 할 수록 이건 정말 나를 얕잡아 보는게 아닌가.



 


 화가 나서 정부에서 뭐라고 떠드나 듣기 위해 텔레비전 리모콘을 들어올렸다. 그런데 이상하다. 텔레비전도 나오지가 않는다. 역시나 라디오를 틀어봤지만 이번에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이제 내 눈과 귀까지 가리려 하는가. 화가 난다. 정신이 혼미해지고 맥박이 빨라져서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다. 게다가 아침을 먹지 못 해서인지 위장마저 쓰려온다.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나는 걸까?’



 


 


 솔직히 어제 밤 자기 전에 이런 삶이 지루하다고 느끼기는 했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매너리즘을 파괴하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생각하던 건 이런 식의 일탈이 아닌, 좀 더 긍정적인 방향의 무엇. 여행을 가고. 친구를 만나고. 연애를 하고. 그런 것들을 생각한 건데.



 하지만 곧 이런 자기 함몰이 쓸모없는 일임을 깨달았다. 전기가 나갔었다. 그리고 그와 같이 내 이성도 나가버렸던 것일까. 전기가 나갔는데 텔레비전은 어떻게 나온단 말인가. 순간 내 치졸함에 웃음이 나왔고 어떨 때는 상황이 감정을 만드는 것만이 아니라 감정이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나는 아까 돈을 찾다가 발견한, 서랍 구석에 처박혀있던 건전지로 돌아가는 라디오를 꺼내들었다. 낡기도 보통 낡은게 아닌 구식 라디오였는데 왜 이런걸 아직도 내가 가지고 있었는지 궁금할 정도였다. 역시나 지지직거리는 소리를 내며 꼴값을 하던 그 라디오는 몇 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방송 주파수 하나 잡지 못하고 버벅거렸다. 그나마 노이즈 너머로 간혹, 사람. 폭동. 대통령. 진압. 자살 등의 단어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통제권을 잃은 사람들에 대한 국가의 조치에 대해 시민들이 폭동을 일으켰고 국가가 진압에 들어갔다는 내용인 것 같았다. 그리고 좌절감에 빠진 통제권상실자들의 일부가 자살을 했다는 식이 이야기겠지.


 


 참 나. 자살을 하다니 정신이 나가지 않고서야. 삶이란 건 살아야 의미가 있는 것이다. 비록 나처럼 전기세 3만2천7백6십원이 없어서 아침밥도 굶는 신세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죽어서는 아무것도 이룰 수가 없고 아무것도 변화시킬 수 없다. 좋게 생각하면 아침에 전기가 나가고 수도가 끊기는 이 따위 일들도 삶에 매너리즘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평소 같았으면 아무생각 없이 아침 식사를 하고, 일요일 아침에 있을법한 뒹굴거림으로 하루를 일관했을 테지만, 봐라. 오늘 같은 날이 있었기에 오랜만에 화를 내고 상황을 유추해내려 돌아가지도 않는 머리를 굴려볼 수도 있었다. 모든지 절대적인 것은 없다. 그러니까 절대적으로 나쁜 일만은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자살한 녀석들의 나약한 정신을 비웃으며 이죽거리던 나는 잠시 현기증이 일어나는 느낌에 몸서리를 쳤다. 아침을 안 먹어서 그런가? 식탁위에 포장지를 벌리고 있는 익혀지지 않은 레또르트 식품이 보였다. 어쩌면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던 나는 역시 맛이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뭐 그냥 한 끼 굶지 뭐. 이따가 어머니한테 다시 한 번 전화를 해봐야겠다. 물론 아버지가 받으면 이야기도 못 꺼내보겠지만. 그래도 자식이 굶는다는데 나 몰라라 하는 부모는 없을테니 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배는 고팠고, 주린 배를 어떻게든 달래보려 베란다로 나간 나는 호주머니에 한 대 남은 담뱃대에 불을 붙였다. 빨갛게 꽁지를 불태우며 자살하는 담뱃대. 그 놈의 연기 때문인지 가슴이 먹먹해 진다. 눈알이 뻑뻑해져 온다. 다행히 정부는 내 단추 구멍 같은 두 수도꼭지까지는  단수시키지 못했나보다. 닭똥 처럼 찔끔거리던 눈물이 어느새 콸콸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담배는 몸에 해로우니까. 통제권을 상실한 국민에 대한 조치로 국가에서 소방차라도 출동시킨건지도 모르겠다. 이건 정말 웃기지도 않는 생각. 하지만 처음 소방호수에서 뿜어져 나오듯 거침 없던 나의 지하수는 어의없게도.  화마의 불꽃이 체 사그러지기도 전에 약해지기 시작했다. 어의없게도. 이까짓 작은 불조차 끄지 못할 정도로 내 우물은 말라있었던 것이다. 이건 정말 웃기지도 않는 상황. 애초에 어떤 큰 야망을 가지고 상경한건 아니지만, 그래도 올라오면 무엇인가 변할 줄만 알았다. 하지만 그런 작은 꿈조차도 내 조약같은 손으로는 끌어내릴 수조차 없었다. 하늘만 바라보기엔 지상은 너무나 울퉁불퉁해서. 걸려넘어지고 걸려넘어지고. 그렇게 언젠가부터 꿈을 쫓던 내 두눈은 땅으로만 향하게 되었던 것일까. 


 


 말라가는 우물에 조금이나마 남은 물결 넘어 올려다본 하늘은 너무나 맑았지만, 울렁이는 시선 때문인지 태양이 두 개다. 이건 정말 웃기지도 않는 현실. 그렇다 역시 눈물이 문제다. 웃자. 웃으면 복이와요. 라는 프로그램도 있었지. 하지만 얼굴의 모든 요소가 조각나 버린듯 심하게 서걱거렸다. 한참이나 지나서야 나는 겨우 입술의 양 끝만을 좌우로 말아 올릴수 있었다. 베란다 창에 설핏 그런 내 모습이 비추어졌다. 우스꽝스러운 표정이었다. 눈은 바보 처럼 떴고 코는 벌렁거렸다. 볼이 땅기어진 화살대 처럼 파르르 했다. 순간 목구멍에서 웃음이 재채기처럼 터저나왔다. 지금의 내 표정은. 한마디로 콩나물 팍팍 무친 표정이었으니까. 그렇게 웃고. 웃고나니. 그래, 어찌보면 이 세상도 살만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세상이 망하지 않는 한, 꿈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언젠가는 나에게도 희망의 빛이 내려올 테니까. 그렇게 용기를 내서 살다보면. 언젠가는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그렇게 오순도순. 부모님께 효도도 하고. 그렇게 난 또 다시  삶의 희망에 부풀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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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국가는 작금의 사태에 대해서 매우 유감의 뜻을 표합니다. 이번 미국에서 발견한 mi-32 혜성이 불행히도 지구를 향해 날아오는 것으로 확정되었습니다. 이에 미 나사에서는 mi-32의 궤도를 변경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왔습니다. 이에 우리 대한민국은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가의 치안을 위해 통제권을 상실한 국민에 대해 인도적인 책임을 지지 않고 즉각적으로 대응할 것임을...」


 


- 대통령 대국민 연설문 中 발췌(8월 20일)


 


 


「초대형 혜성 mi-32 지구로 돌진」 - 조선일보 8월 20일  


 


 


「폭동으로 서울 일부 단전, 단수 사태」- 중앙일보 8월 21일


 


 


「이틀 만에 지구 초토화」 - 한겨례신문 8월 26일


 


 


「나사, 궤도 변경 실패」- 동아일보 9월 27일


 


 


「오 신이시여! 제발 우리를 구하소서」 - 조선일보 10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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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에 썼던, 허접한 단편입니다.


멸망의 분위기를 개인의 상황과 대비하여 비극적 감정을 이끌어 보려고 했는데


의도대로 잘 됐는지 모르겠어요.


지금보니 처음 문단도 좀 손발이 오그라드는 것 같고...;;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