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
2010.10.14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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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
검은색 밀실 아주 차디차고 독한 곳에서
내 코를 후려치고 달콤하게, 차디차게
나에게 깊이 들어와
상처를 찢고 흉터를 물어뜯는 공포가
내 머리에 남기 전에
행복해졌다.
원룸 회색빛 문 앞으로
기다란 융단이 깔리고
그 주위로 장미가 흩날리고
저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분명히 사람의 소리가 아닌데
왜 나는 그렇게 뛰어가는지.
문을 박차고 나가니
그녀가 웃고 있었다.
상처를 찢고 흉터를 물어뜨는 공포를
내 머리에 똑똑히 남겨주는
그녀의 미소는 아름다웠다.
그녀의 하얀 드레스 그 빛나는 옷에
검은 줄 죽죽 그어져
눈을 깜빡이니 어느 덧 행복했던 그녀의 집안
붉은 색이 어울리는 그녀와
파란 색을 좋아하는 나는
같이 부등켜 안고 있는데
왜 나는 무서워하며 떨었는지.
그녀와의 여행을 작별하고
새벽이 다가와 내 공포를 감춘다.
그녀는 붉은 색을 싫어했고
나는 쌀을 지키는 허수아비는 못됐다.
빌라 앞, 버려진 거울 속에서
파랗게 나채로 쓰러진 채
비명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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