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2010.08.12 03:27
extra_vars1 | 1 |
---|---|
extra_vars2 | 1 |
extra_vars3 | 1 |
extra_vars4 | |
extra_vars5 | |
extra_vars6 |
<이야기>
손끝에서 울리는 타이핑 소리.
그건 일정한 박자를 가진 듯하지만
생각이 끊기면 그 박자는 절대 살아나질 않는다.
잡히지도 않는 백지 위에 깜빡임이 가슴을 설레게 한다.
정확히는 설렘보다 걱정과 불안에 가깝다.
긴장과 공포로 인해 심장 박동이 타이핑 소리와 비슷해진다.
손 끝에서 한 사람이 선다.
그 다음 줄에서는 그 사람은 남자가 된다.
하지만 그 다음줄에서는 그 사람은 여자가 된다.
그렇지만 뭐가 중요하겠느냐.
백지 속에 있는 그 사람은 진짜 있지도 않는데.
가슴 아픈 사랑을 하는 그 사람을 보면서도
백지를 마주하는 나는 울지도 웃지도 않는다.
그저 손을 섬세히 움직여 그가 더 아픈, 그렇기에 더 아름답게
그렇게 갈 수 있게 만들고 있을 뿐이다.
그 사람이 마치 나를 향해 말하듯이
아프다고 소리치고 사랑한다고 말해도
그 누구도 나를 향해 그렇게 말하지 않았기에
그 생소한 감정에 당황한다.
타이핑 소리가 끊어진다.
길게 길게 끊어진다.
재빠르게 박자를 살려서 급박한 노래를 만들다가도
모든 것을 지우는 빠른 반복의 소리가 다시 백지를 만든다.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한다고 외친 그 줄은 이미 지워진 상태다.
다 만들 수도 되돌릴 수도 있다.
내 손 끝에서 나는 타이핑 소리가 멈춘다면.
==================================
new 띄우러 왔습니다 ㅇㅁㅇ
댓글 1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5731 | 추운 겨울 거리를 지나오는 것은 | 다시 | 2010.12.19 | 385 |
5730 | 잠찬가 | 다시 | 2010.12.19 | 441 |
5729 | 그림자 | Yes-Man | 2010.12.17 | 370 |
5728 | 문제 없음 [3] | 녹차아뮤 | 2010.12.12 | 317 |
5727 | 나는.. [1] | 은빛파도™ | 2010.12.11 | 399 |
5726 | 약속 | Yes-Man | 2010.12.11 | 411 |
5725 | 과자 한 봉지 [1] | 시우처럼 | 2010.12.10 | 415 |
5724 | 나를 봐줘 | 건망 | 2010.12.09 | 420 |
5723 | 불이 꺼진 거실 | SinJ-★ | 2010.12.06 | 384 |
5722 | 어린 아이의 겨울밤 | 완폐남™ | 2010.12.05 | 400 |
5721 | 회색의 나라 | 녹차아뮤 | 2010.12.05 | 358 |
5720 | 지하철에서 [2] | 생강뿌리즙 | 2010.11.21 | 813 |
5719 | 침묵 [1] | RainShower | 2010.11.20 | 401 |
5718 | 담배 한개피... | 하얀송이™ | 2010.11.16 | 370 |
5717 | 소리침 | SinJ-★ | 2010.11.13 | 388 |
5716 | 비망록. [2] | 검은독수리 | 2010.11.08 | 403 |
5715 | 그렇더라 | 은빛파도™ | 2010.11.01 | 491 |
5714 | 그대는 왜 오셨나이까 [1] | 이온음료님 | 2010.10.30 | 248 |
5713 | 呑(탄) [1] | 바람의소년 | 2010.10.28 | 428 |
5712 | 과녁 [1] | SinJ-★ | 2010.10.23 | 39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