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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오늘 하루 일기

2009.07.28 09:42

크리켓≪GURY≫ 조회 수:852 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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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하나 쉬는 사람 없어요.

우리 아빠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일하러 나가세요. 바깥은 아직 해도 안 떴는데 시끄러운 버스랑 차 소리로 가득했어요. 아빠도 하얀 봉고차를 타고 가게로 가서 뜨거운 연기를 뿜으며 일하세요. 며칠 전날 우리 집 옆집 털보 아저씨가 아빠한테 맡긴 누런 옷을 아빠는 칼날같이, 손에 베일 것 같이 빡빡 다리세요. 그리고 한참 후에 가게에 온 아저씨한테 옷을 주면서 뭔가 말하더니 나보고 잠시 놀러 가라고 하세요. 1,000원 한 장 쥐고 나와서 새우깡 하나 사서 가게로 가니 털보 아저씨한테 싹싹 비는 아빠가 보였어요. 괜시리 기분 나빠져서 털보 아저씨랑은 이제 안 논다고 다짐하고 놀이터로 달려갔어요.

놀이터에는 친구들이 많이 있었어요. 앞집 영식이, 뒷집 철수, 다리 건너 성철이, 모두 같이 놀고 있었어요. 놀이기구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술래잡 하는데 나도 하고 싶어서 끼어달라고 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친구 아줌마들이 뛰어와서 저리 가라고 하잖아요. 뒷집 철수 아줌마는 호랑이같이 생겨서 엄청 무서웠어요. 거기서 도망쳐서 어쩔 수 없이 가게로 돌아갔어요.

털보 아저씨도 없고 다리미에서 뿜어내는 연기에 얼굴 전체에 땀을 흘리는 아빠만 있었어요. 다녀왔다고 아빠한테 인사하니 아빠는 눈가를 비비더니 제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어요. 그리고 계속 해서 '니 때메 사는 기다. 니가 있는 기로 너희 엄마, 나 사는 기다.'라고 말하셨어요.

  다른 애들 다 학원 가는 시간에 나 혼자 집으로 버스 타고 와요. 그런데 버스 안에는 아빠가 자주 입에서 뿜어내던 고약한 연기와 비슷한 냄새가 계속 났구요, 버스 앞 가득 가방을 멘 할머니들이 앉아 계셨어요. 나도 처음 자리에 앉아있다가 어른들한테는 양보해야 한다고 해서 어떤 다리를 부르르 떠시는 할아버지께 자리를 비켜주었어요.

집에 오면 언제나 라면을 먹어요. 가끔 엄마가 식탁에 돈을 나두고 가면 단팥빵도 사먹어요.

나중에 내가 잠 좀 잘려고 할 때 아빠와 엄마가 집에 들어와요. 엄마, 아빠 모두 크게 싸우시다가 큰방으로 들어가셨어요. 오줌 마려워 잠시 나왔는데 거실에 있는 작은 초록색 공책 같은 게 막 떨어져 있었어요. 

나는 여름이라고 시원한 땅바닥에 누워서 잠을 잘려고 해요. 오늘 하루도 그럭저럭 재미있는 하루였어요. 아빠랑 싸운 털보 아저씨가 밉지만 그래도 내일 털보 아저씨께 놀려 갈려고 해요. 왜냐면 털보 아저씨한테 나 닮은 애가 있었다고 해요. 그래서 인지 나한테 엄청 잘해주세요. 맛있는 것도 많이 주고, 컴퓨터 게임도 시켜줘요. 

내일은 어떤 하루 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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