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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yswichard * Fantasy Location *

2009.05.24 04:14

찰드 조회 수:897

extra_vars1 반란의 마침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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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애가 부모를 동시에 잃은 후 곧장 롤링을 떠났던 그 해에, 살짝 시선을 히페인츠 쪽으로 옮겨 와서 이야기해봐야 할 인물이 한명 더 있다.


 


히페인츠력 2000년, “임펠(Impel)”시.


 


메니엄 대륙 전체를 통틀어 가장 거대한 도시이자 히페인츠의 수도인 임펠은 또한 관군과는 별개인 마법사 길드가 자리잡고 있기도 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마법사들의 힘을 중요시하여 적극적으로 국력에 포함시킨 온드라와는 달리 오히려 “나라의 안전에 위협이 되는 존재”로 까지 폄하하며 국가사에 개입하는 것을 적극 반대해 왔으며, 그들의 위세가 강해지는 것을 방지하고자 길드원들이 거처하는 길드 건물조차 일반 시민들이 지내고 있는 지역 속에 한해서만 허가하였다.



 


나라의 대우가 이모양이니 자연히 마법사 길드 내에서는 언제나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고, 심지어 히페인츠의 국적을 버리고 온드라의 법관(온드라는 마법사 길드를 국력에 포함시켜 “법관”이라는 이름으로 위엄을 높여주고 있었다.)으로 투항해버리는 마법사도 있었다.




“빌어먹을!”


 


또다시 온드라로 달아난 자가 발생했다는 보고를 들은 길드장 권국현은 책상을 치며 분노했다.


 


“이놈들이... 국가사에 나가는 것은 단념하라고 그렇게 말을 했는데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보고를 올렸던 원소술사이자 국현의 비서인 견경이 가느다란 한숨을 내쉬었다.


 


“그게 그렇게 쉽게 단념이 돼나요... 일단 나라에서 우리들 알기를 완전히 반란자들로 아는데...”


 


국현이 경을 잠시 한탄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다가 타이르듯 말했다.


 


“그래도 전하께서는 생각이 다르신듯 하다고 내가 누누히 말하지 않았느냐? 언젠가는 어명으로 우리역시 [법관]의 명예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게 언젠가요? 10년...? 20년...?”


 


담담하게 물어보는 경은 그 표정으로 마치 [언제까지 그런 태평스러운 소리냐?]라고 고함을 지르는 듯한 기색이 있었다. 국현이 이마를 짚으며 괴롭게 말했다.


 


“안그래도 스트레스야. 자네까지 속 긁지 말고 보고 끝났으면 나가보게.”


 


“네.”


 


경이 나가려고 문 손잡이를 잡을때 국현의 목소리가 그녀를 멈춰세웠다.


 


“병선이는?”


 


“글쎄요... 잠시 나간듯 합니다.”


 


“또 인가... 알겠네.”


 


경이 나가고 나자 국현의 사무실은 당장 고요함으로 가득해지자, 국현은 가만히 시선을 내려 그의 책상 한켠에 있는 병선의 초상화를 바라보았다.


 


“...탁병선...”


 


자신들이 지어준 소녀의 이름을 가만히 되뇌여본다. 언제 그랬는지도 모르게, 그의 손은 병선의 초상화를 집어든 체였다.


초상화 속에 있는 소녀는 새하얗고 긴 머리를 한, 10대 초반의 신비로워 보이는 모습이다. 초상화가의 청으로 옅은 미소가 지어진 얼굴을 그려낼 순 있었지만, 그 얼굴 어딘가에서 은근히 느껴지는 쓸쓸함을 커버할 순 없었으리라. 그저 갓 10살된 매우 어린 소녀의 얼굴일 뿐이었으나 국현은 소녀를 보면 볼수록 어딘지 여신을 보는것과도 같은 느낌을 받곤 했다.




탁병선이 이곳 마법사 길드로 온 것은 놀랍게도 갓난아기 때부터였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마법사 길드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던 탁씨 성을 가진 도둑이 이 도시 저 도시를 여행하던 중 임펠의 동남쪽에 위치한 스타디(Stady)시에 들렀던 때였다.


새벽녘. 가볍게 한탕 하고 그 집 지붕으로 숨어올라가 막 가지고 나온 조그마한 보석 하나를 먹음직스럽게(?) 바라보고 있으려니, 문득 어디선가 갓난 아이의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뉘집 애기가 울음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나’ 하며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는데, 잠시 후 그는 그 아기의 울음소리가 집 안에서 나는 것이 아닌 실외에서 나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시간에 아기의 부모가 굳이 바깥까지 아기를 데리고 나와서 재울리도 없는 노릇이고, 울음소리를 들어보니 완전히 갓 태어난 아기인데 지 발로 길거리까지 걸어나왔을리도 없는 일이다. 게다가 한 여름에도 공기가 꽤 차가워지기로 유명한 새벽이 아닌가.


가만히 거리로 내려선 그는 조심조심 울음소리가 나는 곳으로 걸음을 옮겨 보았다. 그 와중에도 그는 방금 한탕 했던 집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는 동선을 선택해 이동하는 노련함을 보이고 있었다.


 


“엉...?”


 


이윽고 그는 어느 집 가로등 기둥 아래에서 갓난아이가 담겨있는 조그마한 바구니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매우 얇고 더러워진 보자기에 대충 싸여진 체, 몹시 작은 바구니 안에 아슬아슬하게 담겨져 있는 그 아이는 믿기 어렵게도 정말 완벽한, “방금” 태어난 아기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탯줄은 대충 이빨로 뜯어냈는지 흉하게 늘어져있었고, 산모의 채액도 거의 닦여져 있지 않았다.


 


“뭐야 이거... 완전히 이제 뱃속에서 나온 아기잖아?”


 


잠시 머리를 북북 긁던 탁씨는 순간 눈이 동그래졌다. 이렇게 이제 갓 나온 새끼인간(?)에게 지금 새벽 공기의 냉기를 견뎌낼 수 있는 힘이 있을리 없잖은가.


 


‘크... 큰일났다.’


 


이대로 두면 아기는 얼어죽는다고 생각한 탁씨는 얼른 [갓난아이를 탑재한] 그 바구니를 집어들었다. 잠시 아기를 어디서 보호해야 하나를 고민하던 탁씨가 생각한 곳이 바로 개인적인 친분이 있던 마법사 길드였던 것이다.


“보물 슬쩍해내기”가 전문인 그에게 아기를 감쌀만한 그럴듯한 담요를 찾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즉시 작은 담요 하나를 슬쩍 해 아기를 든든히 감싼 그는 곧장 임펠로 향했다.


 




마법사 길드의 길드장 권국현은 탁씨가 갓난아이가 담긴 바구니를 들고 들어서자 눈이 동그래졌다.


 


“축하하네. 어떤 여잔가?”


 


“그런게 아냐. 스타디 영지에서 버려진 아기를 발견한걸세.”


 


“버려졌다고?”


 


다시한번 눈이 동그래진 국현이 아기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고개를 들어 탁씨를 바라보며 가느다란 눈을 한체 말했다.


 


“얼마나 됐나?”


 


“버려진거 말인가?”


 


“사귄지 얼마나 됐냐고.”


 


탁씨가 이마를 짚으며 괴롭게 말했다.


 


“장난하는게 아닐세. 내가 보기에 태어나자 마자 버려진것 같았어. 보나마나 모유 한방울도 제대로 못먹었겠지. 어떻게든 뭔가 먹이지 않으면 이 아기는 굶어죽을거야.”


 


“쉽게 말하면, 우리더러 애보기 아르바이트를 시키려는 거로군?”


 


“그렇다고 치고.”


 


국현이 씨익 웃으며 바구니를 건네받았다.


 


“일단 알겠네. 아기는 이곳에서 보호해줄테니, 자네도 임펠 밖으로 벗어나지 말고 자주 들러서 신경좀 쓰게.”


 


“물론 그럴 생각이야.”


 


국현은 탁씨보다는 확실히 능숙한 솜씨로 여성 길드원들에게 아기를 떠안겨버렸다. 우선 첫번째이자 마지막 타겟이 되고 만 비서 견경이 입을 딱 벌리며 고개를 내저었다.


 


“저한텐 이미 연이가 있어서 둘은 힘들어요.”


 


“그래. 자네 힘든건 잘 알아. 아무 걱정말게. 지원은 내가 넉넉하게 해주지.”


 


말이야 따뜻했지만 결국 [네가 물러설 곳은 없어.] 라고 못을 박는 대사였다. 그리고 결국, 견경이 아기에게 “병선”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자 더더욱 빼도박도 못하게 되어버렸다.


그러나 국현은 경이 자신의 성을 주는 것은 반대했다.


 


“견병선은 좀 이상하지 않아?”


 


말이야 그 한마디 뿐이었으나 반평생을 국현의 비서로, 그리고 마법사 길드의 길드원으로 살아온 경은 국현의 마음을 그 말이 아니라 그렇게 말하는 그의 표정에서 읽어내었다.


국현은 마음 한구석에 이렇게 어린 아기를 낳자마자 바로 도시 한복판에 버려둔 정체모를 부모에게 이를 갈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혹시라도 그 부모를 찾는 날이 온다면 이제부터라도 아이를 책임지라고 [따질]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되는 순간이 왔을때 아이의 성이 길드원 중 한명의 성을 갖고 있다면 그것 또한 심하건 가볍건 간에 난관은 분명히 생겨날 것이다.


아이의 이름으로 고민하던 국현은 며칠 후에 다시 찾아온 도둑 탁씨에게 이 일을 털어놓았고, 탁씨는 흔쾌히 대답했다.


 


“뭘 그런 일을 가지고. 내가 그 애의 임시 아빠가 되면 돼잖나?”


 


“괜찮겠나?”


 


“그때 자네가 했던 말이 진짜가 될줄은 몰랐군. 오늘부터 그 아이의 이름은 탁병선 일세.”


 


“...이상하게도 어울리는구먼. 그렇게 하지.”


 


“대신 조건이 있네.”


 


탁씨의 예상 안의 말에 국현이 씨익 웃어보였다.


 


“궁성에 득아 신고 말인가. 하긴, 자네라면 도둑으로 살아왔으니 궁성으로 간다면 스스로 감옥에 가는 꼴이겠지.”


 


“길드에서 대신 좀 해주게.”


 


국현이 턱을 쓸며 말했다.


 


“버려진 아이라서 보호자 자격을 받는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냐. 다만, 진짜 부모를 찾게 되는 날에는 성을 반납해야 하네. 그건 알고 있겠지?”


 


“물론이네.”


 


국현은 그렇게 탁씨에게서 허락을 받아 아기에게 탁병선 이라는 이름을 주게 되었고, 길드 안에서(주로 견경이) 키우면서 진짜 부모를 찾아보는 일도 틈틈히 병행하게 되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국현은 자신이 너무 쉽게 생각했음을 깨닫기 시작했다.


병선의 성장은 이상하리만큼 다른 아이들과는 달랐다. 너무 빨리 큰다던가 너무 늦게 큰다던가 하는 문제는 없었으나, 딱히 잘못했을때 야단을 치는 사람도, 이건 이렇다 저건 저렇다 세상에 대해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병선은 거의 대부분의 것을 혼자서 습득하고, 그러면서도 말썽을 피우거나 시끄럽게 구는 법 없이 언제나 조용하고 몸가짐이 반듯했다. 그녀가 타인에게서 배운것은 길드원들에게서 배운 마법, 그리고 탁씨에게서 배운 도둑질 2가지가 전부였다.


 


결코 국현은 어린 소녀에게까지 성욕을 느낄만큼 아동성도착증 환자는 아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병선에게서는, 이제 막 11살이 된 이 새하얀 머릿결의 소녀에게서만큼은 가공할 매력이 마구 느껴졌다. 지금 그가 집어들어 바라보고 있는 초상화의 주인공은 분명 다른 여느 아이들과는 틀린, 쓸쓸하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발산하고 있었고, 때문에 (이성으로서의) 보호본능을 급격하게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물론 병선이 자라온 환경이 여느 아이들과 달랐던것은 확실했으나, 그 점을 감안 하더라도 참 묘하게 여기지 않을 수 없다.


 


“길드장님.”


 


얼마나 지났을까. 문 밖에서 다시한번 견경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외출했던 연이와 병선이가 돌아왔습니다.”


 


“...알겠네. 잠깐 후원으로 보내주겠나.”


 


“아이들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차마 그런 짓을 할순 없습니다.”


 


“...자, 그럼 아이들을 후원으로 보내주게.”


 


“네.”


 


국현은 병선에게 [이제는 해둬야 할 말]을 다시한번 머리속에 새겨둔뒤 힘겹게 의자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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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