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2008.10.11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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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보다도 먼저 깨어
딱딱한 침대에서 일어나
지난 밤 피곤에 젖은 옷을
다 말리지도 못한 채 걸치시고
홀로 외로이 현관을 나서시는
우리
아버지
엔진이 채 식지도 못한 차에 올라
헤진 운전대에 손을 얹으시어
스을쩍 엑셀레이터를 밟아보지만
지난 세월에 등 굽은 속도계의 바늘은
좀처럼, 좀처럼 창공하지 못한다.
힙겨웁게 출발하여
쓸쓸히 도로 위를 달리며
뜨겁게 달아오른 타이어엔
아버지의 영혼이 서려있다.
점차 빨라져오는 바큇소리가
아들의 목소리와 겹쳐져 오면
흥이 오른 아버지께서는 어깨에 걸린 무게도 잊으시고
눈앞의 아들을 바라보며
지긋한 미소와 함께
아름다운 애환속으로 달려가신다.
차츰 밝아오는
새벽 하늘의 한가운데에서는
동경어린 빛깔의 샛별이
아버지의 넓은 등을
노오랗게, 바라보고 있었다.
-
하아, 오늘 문화제에 다녀와서
담당 선생님께서 대회에 출품한 작품 그대로 써내려오라고 하시길래(담당 선생님은 문화제 장소에 못 가셨다는)
연습지에 써놓았던 글을 옮겨갔더니
이걸 시라고 써냈냐고 하시더군요...
...... 사실 틀린 말도 아니고, 칭찬을 기대한 것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왠지 서럽더군요.
댓글 24
-
백치
2008.10.11 06:22
-
백치
2008.10.11 06:26
말이 약간 꼬였지만
신을 향한, 신적 정신적. 물질 다른 꿈에게 외치는 형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예를 들어 꿈이나 이상이나 현실이나 과거나 미래나
스스로의 성찰, 헤메거나, 길을 가기 위해 뿜는 돌아올 외침과 메아리
|+rp+|14300|+rp2+|14301|+rp3+|fiction_si -
백치
2008.10.11 06:28
허무하지만 허무에 길을 만들고 닦는 작업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rp+|14300|+rp2+|14302|+rp3+|fiction_si -
백치
2008.10.11 06:38
외치는 곳의 대상이 정형되었더라도 [애인이나 친구따위에게라도]
대상에 대해 '시' 할때 정형된 것이 가지는 특성[성품이나 외적으로 들어나는 것]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비유,은유,직유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표현과 예찬을 자신이 알고 허용된 것 내에서 글로 연소시키는 것입니다.
휘둘리는 불을 얼리는 것이지요. 격정을 다루어낸다는 것도 이 말입니다.
이외에도 전번 시 대회에서 제가 기준했던 시의 요소들을 말해보겠습니다.|+rp2+|14303|+rp3+|fiction_si -
백치
2008.10.11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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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이야기의 흐름
소설이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이라는 순서가 있듯이
시의 화자가 바꾸어 가는 심상의 유연성을 따질 겁니다.
두번째 주제의 연결성
그 시에서 존재하고 있는 주제가 벗어나거나 삼천포로 빠졌는지 평가합니다. 물론 주제가 여러가지라면 매끄럽게 혹은 과감하게 변화하는 것을 주목할 겁니다.
세번째 표현의 아름다움
하나의 단어나 그 문장이 이루는 묘사나 비유가 알맞는지, 글쓴이가 말하고자 한 '그림'이 확연히 잘 들어나는지 평가할 겁니다.
네번째 의미의 내포도 [잘못된 말일 수도..]
각개의 단어나 문장에 중이적 표현의 가시화가 뚜렷한지를 조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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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기준은 취소되었습니다. 시는 틀을 정할 수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렇게 쓰여진 것은 시가 가지는 특성들 중 소수일 것입니다. |+rp+|14303|+rp2+|14304|+rp3+|fiction_si -
백치
2008.10.11 06:52
형태 없는 것으로 건축-설계합니다.
원소들이 연결되면 새로운 성질이 나타나듯
성질을 찾기 위해 설계합니다.
그건 다른 사람들과 동일할 수도 있고 틀릴수도 있지만요
보이지 않는 것을 설계한다는건 분명 매력적인 일입니다.
반복의 미도 설계의 기본에 해당하긴 하나 그렇다고 그것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설계의 독창성은 스스로가 찾아야하니까요.
그전에 기초부터 다져야하구요-재료도 찾아야 하구요-작업에 소모될 정신도 비축해야하구요.|+rp2+|14305|+rp3+|fiction_si -
백치
2008.10.11 07:00
사실 '시' 하기 위해 위의 부면이 반드시 필요한 편입니다.
[설계하지 않으시려면 설계하지 않고도 인정받을 능력이 있으시면 됩니다. 초월해야죠.]
[초월하실 수준이라면 이미 노벨 문학상을 따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그정도입니다.]
틀에 따라서 서사시가 되기도 하고 단편 시가 되기도 하죠. |+rp+|14305|+rp2+|14306|+rp3+|fiction_si -
-H-
2008.10.11 09:39
잠깐 새에 댓글이 이렇게 많이 달린 적은 처음인 것 같군요. 늘 무플의 서러움에 잠겨있던 저를 이렇게 관심을 표해주시니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백치 님은 꽤나 오래 뵌 분 같은데(백치 님께서는 저를 전혀 모르실 지도 모르겠지만... 언제부터인가 눈팅이라는 안 좋은 버릇이 생겨버린 터라) 항상 대단하십니다. 시도 굉장히 잘 쓰시는 것 같고, 이야기도 소신있고, 또 조리있게 잘 하시는 분 같습니다.
그런데 제가 갑자기 너무 많은 댓글을 받아서인지, 아니면 머리의 한계인지 말씀하시려는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네요. 오늘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 중에 하나도 이거였죠. 시가 너무 길다... 수고스럽겠지만 짧게 요약해주시겠습니까
|+rp2+|14316|+rp3+|fiction_si -
백치
2008.10.11 11:06
제게 조리가 있다는 것은 처음 듣네요. 전 조리의 '조'자도 없습니다. 그냥 어물거리죠
간단하게 말하자면
사람 간의 대화로 이끌어가는 형식은 시와는 동떨어집니다.
그것이 자기 자신일지라도요
보고 느낀 것을 아름답게 표현하고
표현한 걸 더 온전히 말하기 위해선 일정한 규칙 따위의 시적 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시는 보는 것뿐만 아니라 읽고 듣는 것이기 때문에
시청각 모두 안정감을 주기 위해서 어느정도의 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이해하지 못하신다면 님이 이제까지 보신 국어책의 간략한 '시'만이라도 참고하시는게 좋습니다. |+rp+|14316|+rp2+|14317|+rp3+|fiction_si -
백치
2008.10.11 11:13
운율이나 행의 구분 또한 그런 것에 속합니다.
혹시 클래식음악을 들으시는지요
가끔 들으시면 그 음악의 순서가 1-2-3-2-1 순차식이나 1-2-3-1 회귀하는걸 볼 수 있습니다.
이러는 이유는 시에 주어진 주제를 분명히 함으로써
안정감을 가지기 위해서입니다.
제 멋대로의 감상을 늘어 놓는 것은 푸념일 뿐입니다.
=이것만 이상적으로 발달시키는 특이한 사례도 있지만
이런 것은 상당한 실력이 수반되야합니다.=
표현된 하나의 아름다움이 나무
그 나무가 모여서 조화를 이루는 것 숲
이제 아시겠습니까? |+rp+|14316|+rp2+|14318|+rp3+|fiction_si -
백치
2008.10.11 11:15
공작새의 깃털이 깃털만으로 따로 떨어져 제 아름다움을 뽐낸들[아주 아름답다고해도]
모두가 모여 하나의 부채꼴이루는 완성된 모습에 비하면 아주 미약한 것입니다.
|+rp2+|14319|+rp3+|fiction_si -
백치
2008.10.11 11:19
이 이상 해드릴 말이 없습니다. 시를 보십시오
자신의 마음에 새겨질 시를 찾아 자신의 것으로 만드세요.
많은 시를 접하세요. 열 번 고민하는 것보다 한번 시를 보고 낭독하는게 이익입니다.
[물론 창작시 열번의 고민은 충분히 값지지만요]
|+rp+|14319|+rp2+|14320|+rp3+|fiction_si -
백치
2008.10.11 11:23
그리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길다'라는 것은 직설적으로 기다랗다의 길음일수도 있지만
이야기를 너무 늘어트린다일 수 있습니다.
시는 '단박'에 '번쩍'대기 때문에 [불꽃놀이도 형태를 가지니 단순 번쩍임으로 말한 순 없음]
이야기를 '말하는'[속되게 주저리는] 형태완 거리가 있다는 것이지요. |+rp+|14319|+rp2+|14321|+rp3+|fiction_si -
백치
2008.10.11 11:26
저도 이렇게 많은 댓글을 쓸 줄은 몰랐습니다.
요새 너무 일기같은 형식으로 시를 쓰는 분이나, 시적 아름다움을 신경쓰지 않는 시를 보다보니
쌓인게 많아서 그런가봅니다. |+rp+|14319|+rp2+|14322|+rp3+|fiction_si -
백치
2008.10.11 11:27
가끔 건성이신 분도 있고 [전 절대 그런 시를 김게맛님이 썻다고는 말하지 않았음.]
도배 비슷하게 하시는 분도.. 있고
아무튼 조금은 억눌린 감정이 있었나봅니다. |+rp+|14319|+rp2+|14323|+rp3+|fiction_si -
호박기사잭
2008.10.11 20:40
시가 길다
어쩌면 진짜로 길어서 그럴수도 있을지도요
하고 싶은 말은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적은 글자에 새겨넣을 수는 없는 건가
(상형문자! 아니,농담입니다 죄송합니다 용서해주세요)
마음이 담긴 편지를 보내는데, 30초밖에 없다면 어떻게 그 마음을 담을까
그런 고민 비슷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봤지만 이러다 꿀밤하나 얻어먹을것 같습니다. |+rp2+|14329|+rp3+|fiction_si -
-H-
2008.10.11 22:48
어젯밤엔 전혀 모를 것 같다가도 오늘은 뭔가, 조금 알 것도 같습니다.(그렇다고 완전히 이해했다는 건 아니구요.) |+rp+|14319|+rp2+|14331|+rp3+|fiction_si -
-H-
2008.10.11 22:49
잭 님까지 몸소 댓글을 적어주시니 전 몸둘바를.. 조언 감사합니다. |+rp+|14329|+rp2+|14332|+rp3+|fiction_si -
호박기사잭
2008.10.11 23:45
아뇨 전 몸소라는 표현이 될 만큼 대단하지도 않구요
이게 겸손한게 아니라 냉정할정도로 현실적인 것입니다(진짜 제 위치는 말이죠)
저도 시란게 잘 모르겠습니다.
사람말이 다 다르더군요 보이지않고 보이게 말하라는지 하고싶은 말을 하라는지 미사여구 없고, 수다스럽지 말고, 혹 어린아이같이 순수하고, 젊은이처럼 가슴뛰지만, 늙은이처럼 차분하고 지긋하고 깊이 있어야 한다는 둥(투덜투덜) |+rp+|14329|+rp2+|14335|+rp3+|fiction_si -
푸른돌고래™
2008.10.19 00:31
백치님 댓글 중에 '휘둘리는 불을 얼린다'라는 말이 마음에 드네요.|+rp2+|14346|+rp3+|fiction_si -
백치
2008.10.19 01:49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rp+|14346|+rp2+|14351|+rp3+|fiction_si -
바람의소년
2008.11.01 05:08
..뭔가 반성중입니다.(침울)|+rp2+|14373|+rp3+|fiction_si -
적과흑♡
2008.11.12 06:13
잘 쓰셨는데 .. -_-;; ?|+rp2+|14390|+rp3+|fiction_si -
권비스
2008.11.24 06:06
저렇게 아무리 늘어놔 봤자, 일정수준이상이 되면 시는 닥치고 네임 벨류입니다....|+rp2+|14421|+rp3+|fiction_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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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여기는 노래하는 곳입니다. 시의 형식을 따질 필요없죠.
그리고 그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그런 부면들이 맞을수도, 틀릴수도 있습니다.
사실 제가 지금 최근에 쓴 것은 시라고 부르고 싶지 않습니다.
말그대로 주저리지요. 그런 면은 님과 같습니다. [이 전 시들은 형태를 띄고 있죠.]
시의 일면 중 하나는 대화되지도 타협되지도 않는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아닌
어쩌면 신을 향한 희망과 절망 따위의 것 노래의 성향이 짙습니다.|+rp2+|14300|+rp3+|fiction_s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