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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아버지

2008.10.11 04:45

-H- 조회 수: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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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보다도 먼저 깨어


딱딱한 침대에서 일어나


지난 밤 피곤에 젖은 옷을


다 말리지도 못한 채 걸치시고


홀로 외로이 현관을 나서시는


우리


아버지


 


엔진이 채 식지도 못한 차에 올라


헤진 운전대에 손을 얹으시어


스을쩍 엑셀레이터를 밟아보지만


지난 세월에 등 굽은 속도계의 바늘은


좀처럼, 좀처럼 창공하지 못한다.


 


힙겨웁게 출발하여


쓸쓸히 도로 위를 달리며


뜨겁게 달아오른 타이어엔


아버지의 영혼이 서려있다.


 


점차 빨라져오는 바큇소리가


아들의 목소리와 겹쳐져 오면


흥이 오른 아버지께서는 어깨에 걸린 무게도 잊으시고


눈앞의 아들을 바라보며


지긋한 미소와 함께


아름다운 애환속으로 달려가신다.


 


차츰 밝아오는


새벽 하늘의 한가운데에서는


동경어린 빛깔의 샛별이


아버지의 넓은 등을


노오랗게, 바라보고 있었다.


 


-


 


하아, 오늘 문화제에 다녀와서


담당 선생님께서 대회에 출품한 작품 그대로 써내려오라고 하시길래(담당 선생님은 문화제 장소에 못 가셨다는)


연습지에 써놓았던 글을 옮겨갔더니


이걸 시라고 써냈냐고 하시더군요...


......  사실 틀린 말도 아니고, 칭찬을 기대한 것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왠지 서럽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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