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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SF [Lucia]

2005.05.29 14:02

아란 조회 수:86 추천:2

extra_vars1 수정검(水晶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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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린은 젓가락으로 푸른빛이 도는 연한 레비아탄의 -잘 손질된 싱싱한-살점을 한 조각 집어서 입에 넣으며 말하였다.

“그 바다괴수 레비아탄도 이렇게 되면 한낱 맛 나는 횟감이구만.”

“그래도 어떤 괴수인지는 몰라도 그 레비아탄을 토막을 내버리다니... 듣기로는 안개 낀 날 번개 몇 번 번쩍이는 것 같더니 연안 바다위로 레비아탄의 토막 난 몸뚱아리가 떠올랐다고 하는데, 그것뿐이 아니라 그놈의 적색의 피가 바다를 정말 피바다로 만들어서 덕분에 피 비린내가 아주 진동을 한다고... 이런 이놈의 피비린내, 사람보다 더하네...”

므레이는 그렇게 말하면서 잘도 레비아탄의 살점을 집어서 입에 넣고 오물오물 씹고 있었다.

“오오!! 이것이 아무리 왕이라도 평생의 한번 먹어볼까 말까한다는 레비아탄 회!!”

“아아, 이 데루안, 지금까지 살아남아 있다는 것에 심심한 감사를 드리는 바입니다. 평생의 한번 먹어볼까 말까한 그 레비아탄의 부드러운 꼬리 부위를 재료로 한 회를 맛보게 되다니... 이젠 정말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레지나와 데루안은 무념무상 황홀한 천상의 바다의 맛을 찬미 중.

“그건 그렇고 우주괴수 란 놈이 레비아탄으로 회 뜨는 법을 알고 있는 건 둘째 치고 예전에도 그 실력이 범상치 않다고 여겼는데 이건 거의 신의 경지에 다다른 요리사나 다름없잖아. 뭐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저기, 실력이라고는 쥐뿔도 없는 요리사가 휘두르는 칼에 맛없는 회가 되어버린 레비아탄보다는 여기 신의 손을 지닌 우주괴수 녀석에게 회 떠지는 레비아탄이 더 맛있고, 덤으로 짭짤한 수입이 되긴 하지만...”

아린은 그 와중에도 수십 그릇에 레비아탄 회를 뜨고 있는 우주괴수를 보면서, 산처럼 쌓여가는 금전을 보면서 그리고 또 다시 젓가락을 내밀어 레비아탄의 회 한조각을 입에 살포시 넣고 있었다.

“후우... 난 귀족이야... 하지만... 아무리 왕이나 고귀한 엘프라는 놈들도 레비아탄 꼬리를 회 뜬 것에는 격식도 예의도 버린다고 하지.”

말은 그렇게 격식을 차려하지만 헤이슨 역시, 레지나와 데루안과 마찬가지로 언제 맛볼지 모를 천상의 맛을 지닌 레비아탄의 횟 조각 하나하나 마구 입에 집어넣고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나다스디 공국으로 가서 비행선을 탈 예정이었지만, 어떤 괴수가 바다 괴수를 맛깔나게 토막내준 덕분에, 이렇게 배를 타고 무 대륙으로 가게 되네. 우주괴수의 뛰어난 요리 솜씨 덕분에 이 귀한 레비아탄의 회를 맛보고 덤으로 그 실력을 발휘해서 요리 대행을 하는 덕분에 어디 작은 저택을 살 수 있을 정도의 돈도 벌고 말이지.”

“뭐, 일단은 많이 먹어두어야 하지 않겠어? 아린과 나의 사랑의 결실을 위해서라도 말이야.”

므레이의 말에 아린은 얼굴을 붉히며 곧 버럭 소리 질렀다.

“첫날밤 보낸다고 무조건 임신 될... 리가... 없...”

“아린아, 머리에 피가 몰렸어. 뭐 나도 안다고. 여기 오기 전에 아린이 네가 토해서 혹시 해서 의원에게 진찰을 받아봤지만 그냥 뭘 잘못 먹어서라고 했으니까. 그치만 이젠 부부잖아. 언제 임신을 하더라도 이상할 것 없다고.”

“그렇네...”

아린은 조금은 씁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 미소를 므레이는 볼 수 없었지만, 하지만 아린이의 마음 정도는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린아 미안. 괜한 소리 했지?”

“아니, 나 카난과 한 약속, 충분히 지키고 있는 걸.”

므레이의 말에 아린은 활짝 미소를 지으며 말하였다.

‘사부님은 정말 행복한가보다. 나도... 행복해질 수 있을까?’

루시아는 아린과 므레이의 대화를 벽 뒤에서 들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하아... 역시 회는... 아니 날로는 못 먹겠어. 아욱, 피냄새... 욱, 메스꺼워...”

루시아는 비틀거리며 방을 빠져나와 배의 갑판으로 총총 걸음을 옮겼다.
다른 일행들이 모두 회를 잘 먹는다고는 하지만, 우리의 루시아는 참고로 회는 전혀 못 먹는다. 마치 이 글을 쓰고 있는 작가처럼.


○                ○



“우욱... 도대체가 말이지, 이 별에서 가장 희귀한 요리라고 해서 먹어봤더니, 제길 이딴 게 뭐가 맛있다고!! 우욱, 아직도 메스꺼워...”

여기에도 회를 전혀 못 먹는 인간이 있으니, 바로 아르마(Arma-L014)였다.
그는 방금 우주괴수가 시식해 보라고 한 그릇 건네준 레비아탄의 회를 한 조각 먹고 초생달이 떠오른 아름다운 밤하늘을 등지고 그 아래에 푸른 바다에다가 연신 구토를 하는 중이었다.

“아, 정말이지... 흑요(黑姚)에게 위협을 가할 확률이 높다길래 레비아탄인지 뭔지 하는 등치만 큰 하등한 바다 파충류 한 마리를 곱게 토막 내주었더니 M.I.M.U가 필요하다길래 꼬리하나 갖다주었더니... 아, 제기랄!! 임무 상 동료가 아니었으면 그냥!!! 아니, 그보다 이딴 요리가 이 하등한 별의 최고급 희귀 요리라니!!! 이딴 별의 하등생물들의 입맛 따위 수정해 주겠어!!”

그러나 아르마의 두 눈에도 보였다.
루시아가 배 갑판에서 구토하다가 배가 흔들려서 그대로 제대로 된 비명 하나 못 지르고 바다에 풍덩하는 것이. 그 모습을 보고 당장 루시아가 빠진 바다 속으로 텔레포트 하는 아르마였다.


○                ○



“이 호박은 도대체 어디로 굴러들어간...”

헤이슨의 머리에는 딱 하는 소리와 함께 큼직한 혹이 새로 생겼다.

“그런 소리 할 시간 있으면, 루시나 찾아봐!!”

“예, 예...”

아린의 살의가 담긴 말에 헤이슨은 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하였지만, 사실 헤이슨도 겉으로는 그렇게 말했지만 아린 못지않게 속으로는 루시아를 걱정하고 있었다.

‘바보, 이 좁은 배에 어디에 있는 거야? 안 그래도 잡일이 많은데 그 호박이 하던 잡일 까지 할 수는 없다고.’

“아린!”

므레이가 아린을 불렀다. 아린은 므레이를 바라보았다.

“루시아가 바다에 빠지는 것을 목격한 사람이 있다. 트리키폴라스 빙해(氷海)의 해수는 생각보다 차갑지는 않지만, 밤에는 왜 빙해라고 불리는지 빠져보지 않은 자는 몰라. 거기다 밤이 되면 파도도 거칠어지고...”

“아니야... 정말로 빠졌다고 해도 그 사람, 카난의 검인 브리쟈르의 주인이잖아. 아무리 말 그대로 빙해라고 하지만, 하지만...”

아린은 이미 확정된 사실을 애써 부정하였다. 므레이는 이를 악물고 주먹을 움켜쥐었다.

“루시아 씨는 평소에도 지병으로 고생하시는 데, 그것도 밤에 트리키폴라스 빙해(氷海)에 빠졌다면... 그리고 시간이 이렇게 지났다면... 살아남는 것이 기적이겠지요...”

데루안이 힘없이 말하였다.


○                ○



“이, 이런 말도 안대는!! 정말로 M.I.M.U 너의 센서로도 흑요(黑姚)가 어디 있는지 포착할 수 없다는 거야?”

아르마의 말에 우주괴수는 이런저런 데이터를 마구 분석하면서 말하였다.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 센서를 방해하고 있다. 아쉽지만 포착해낼 수 없다.”

“뭐, 좋아. 그렇다면 난 바다를 몽땅 증발 시켜버리면 그만이야. 아무리 그래도 바다 밑바닥에는...”

“그만둬라. 아르마. 자칫 잘못했다가는 흑요(黑姚)의 목숨을 앗아갈 위험이 89%나 된다. 이번에는 아무리 우리들의 과학 기술이라고 해도 도저히 포착해 낼 수 없다.”

우주괴수의 말에 아르마는 한참을 분한 듯 푸른 바다를... 아니 아직도 레비아탄의 붉은 피로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피바다를 바라보며 손에서 번개가 연신 튀었다. 그러나 곧 크게 한숨을 쉬면서 말하였다.

“이 망할 하등 바다뱀의 혈액 성분이 센서를 교란시킬 줄은... 주인님께서 처벌하신다면, 이건 전부 내 책임이겠지.”

“아니다. 아르마의 책임은 아무리 경우의 수를 따지고 따지더라도 21.43% 밖에 안 된다. 모든 건, 이별의 수준을 너무 낮게 보고 이런 사태가 있을 것을 대비한 고성능 스캔 장비를 사전에 장비하지 못한 M.I.M.U의 책임 비율이 78.57%로 막심한 책임이 있다.”

“M.I.M.U... 내게 유리한 연산 따위는 안 해도 돼. 설사 그 연산이 정확하다고 해도, 21.43%의 책임 비율은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야. 그러니 책임을 져야겠지.”

“아르마여... 계산 결과 이미 임무는 실패율 99.9%의 상황으로 나왔다. 이 행성에서 여기 트리키폴라스 빙해(氷海)는 낮에는 영하 30도, 밤에는 무려 영하 50도까지 내려가는 해역이다. 계산상으로는 조금 납득이 안가는 해역이지만 각 별마다 기후가 다를 수는 있으니... 아르마... 흑요(黑曜) 별에 의해 태어난 흑요(黑姚)라고 해도 구성 에너지만 다를 뿐, 실상은 보통 인간일 뿐이다. 영하 50도의 해수에 이 별의 생물체 중 얼어 죽지 않을 생물체는 없지. 시체라도 건질 생각이라면 말리지 않겠지만... 그런 게 아니라면 단념해라. 책임은 내가 지고 주인님에 손에 내가 부숴 지겠다.”

우주괴수는 아르마에게 말하였지만,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서도 뭔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 느껴지는 듯 했다. 그렇지만 우주괴수는 기계인 자신이 느끼는 그런 무언가를 그저 소프트나 하드웨어의 단순 착오라고 단정을 짓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우주괴수는 끊임없이 또 다른 가능성을 계산하고 있었다.


○                ○



천장에 솟구치는 붉은 피와 두 개의 사람의 머리.
그리고 그 시체 앞에 있는 존재는 내가 내는 발걸음 소리에 내 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말하였다.

‘나는 루시아(Lucia)를 사랑하니까, 이런 일을 하는 거야. 누구에게도 빼앗길 수 없으니까. 너도 내 곁에 있고 싶겠지. 나의 빛, 루시.’

“아악!!”

나는 소리를 지르며 눈을 떴다. 보이는 것은 낮선 천장.

“꿈이었구나... 하지만 왜 하필이면...”

온몸이 땀으로 끈적거렸다. 하지만 일어설 수 없었다. 온 몸이 뜨거웠다.

“이제 일어났군. 금단(禁斷)의 성검(聖劍)의 계약자이신 꼬마 아가씨.”

방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한 늙은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늙은이의 목소리가 나는 쪽으로 애써 고개를 돌려보았다. 비록 늙은이였지만 하지만 키가 굉장히 크고 또 몸 곳곳에 근육이 균형 있게 붙어있어서 그가 늙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은 머리의 흰 백발과 얼굴 곳곳에 패인 주름들을 제외하면, 어딜 봐도 이 무 대륙 남자가 늙었다는 -지팡이도 짊지 않는다-증거는 어디에도 없었다.

‘어떻게 된 걸까? 그때 분명 토할 거 같아서 배의 갑판에 나왔다가 그러다가 바다에 빠져버렸는데... 그 후에 기억이 안 나는데... 굉장히 추웠다는 것 정도... 혹시 저 할아버지가 나를 구해주신 걸까? 그러고보니 여긴 어디지?’

“여기는 무 대륙, 그것도 해안에 위치한 말만 도시 국가인 시안(詩鮟)이지. 실은 도시보다는 숲이 더 많으면서 말이지. 그리고 이 할 배가 뭔 볼일이 있다고 아무 상관도 없는 너를 구해주겠느냐? 감사해야 할 것은 카난 녀석에 검인 브리쟈르에게 감사하라고.”

“네?”

“내가 한 것은 그저 바닷가에 술안주 감으로 조개나 캐러갔다가 브리쟈르가 친 금빛의 막에 싸여 있는 꼬마 아가씨뿐이야. 하지만, 정확히는 꼬마 아가씨의 무의식 중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브리쟈르의 힘을 발동시킨 것일 테지만... 뭐, 당장은 꼬마 아가씨는 무사하겠지만, 그만큼 수명은 또 줄었을 테지만.”

대충 저 할아버지가 하는 말의 뜻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를 구한 것은 바로 브리쟈르... 하지만 결국 내가 나를 구했다는 의미겠지. 지금 당장은... 그러고 보니 저 할아버지의 성함은 뭐지? 그리고 정말 내가 무 대륙에 온 것일까?

“사람들은 나를 좌좌라고 부르지만... 그 빌어먹을 제자 년은 끝까지 칸이라고 불렀지만 말이다. 그리고 뭔 의심이 그렇게 많아. 그렇게 못 믿겠으면 직접 나가보자고. 여기가 무 대륙인지 아닌지 말이다.”

할아버지의 성함은 좌좌라고 불리는 구나. 그런데 그 제자라는 것은 누구일까? 아니 그보다, 나는 아무 말도 안했는데 어떻게 내가 묻고 싶었던 것을 알 수 있는 걸까?

“별거 아니다. 그저 쓸데없이 나이를 먹다보면 쓰잘대기 없는 잡 기술만 늘어서 말이지. 이것도 그중 하나인 독심술(讀心術)의 일종이라고 해야 할까나? 어쨌든 그만 속으로 중얼대고 시원하게 내뱉으란 말이다. 빌어먹을 제자 년처럼 속으로 욕지거리는 안 해서 그나마 낫군. 여하여간 여기가 무 대륙인지 의심했었지? 나가서 직접 무 대륙의 차가운 공기를 쐬어 보라고.”

그 할아버지, 좌좌는 이불 속에 계속 있으려는 나를 억지로 잡아끌고 땀범벅인 얇은 -무 대륙 전통-잠옷을 입고 있는 나는 -지병 때문에 아픈 건-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그대로 집밖으로 끌고 나왔다. 마침 무 대륙에서만 내린다는 하얀 눈이 먼저 두 눈에 들어왔다.

“아름답다...”

춥다는 것, 아픈 것은 어느새 느껴지지 않았다. 여기가 무 대륙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무(舞) 대륙에만 내리는 하얀 눈. 아름다웠다.

“몸에 열이 많은 편이군. 지병인가?”

좌좌의 말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지병은 위험한가? 위험하겠지만 적어도 이 추운 무 대륙에서는 행동하는데 오히려 몸에 열이 있는 게 좋을 거야. 잠깐 추울 뿐, 곧 아무렇지도 않잖냐?”

좌좌의 말에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지만,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나를 괴롭히던 그 뜨거운 열이 무 대륙의 차가운 공기가 식혀주고 있다는 것, 어지럽지 않다는 것, 아프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생각보다 춥지도 않았다. 약간 더웠을 뿐. -보통 사람은 두꺼운 코트를 입고도 춥다고 환장할 날씨지만-

꼬르륵.

좌좌와 내 배에서 동시에 울리는 소리.

“이름으로 불러 줄까 아니면 꼬맹이라고 불러줄까?”

“아무래도 괜찮지만? ‘루시아’라고 불러주세요. 아니면 ‘루시’도 괜찮고요.”

좌좌는 내 말에 뭔가 고심하는 듯하더니 내게 말하였다.

“그럼 루아(婁娥)로 부르기로 하지. 자자, 루아도 배고프겠지. 마침 조개를 캐둔 것이 있으니까 조개나 구워먹자고.”

“저, 저기 좌좌 할아버지...”

분명 제대로 내 이름을 말했는데, 어째서 루아(婁娥)가 되는 것일까?

“왠지 루아(婁娥)는 그 빌어먹을 제자 년보다 괜찮은 제자가 될 것 같군. 뭐 일단은 배가 난리 법석을 피우니 배부터 채우고 나서지만...”

제자로 받아들인다니... 내 사부는 아린 님인데...


○                ○



그렇게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금방 지나가버렸다.
따뜻하게 껴입은 이곳 무 대륙의 사람들과 달리 나는 덥다고 얇게 입고 다니고 있었다. 종종 약간의 두통이 있긴 하지만 거의 온종일 열에 시달려서 아무것도 못하고 반은 누워있어야 하는 아우툼누스 대륙보다는 하루 종일 해변가를 뛰어다니고 숲을 돌아다녀도 되는 이곳 차가운 무 대륙이 좋은 것 같았다. 적어도 이곳 무 대륙에서는 더 이상 지병에 시달리는 아픈 아이가 아니었으니까.

‘아무리 이놈의 무 대륙에 찬 공기 때문에 아프지 않다고는 하지만, 그 지병은 보통 지병은 아니겠지. 어쨌든 매일 지어주는 약은 항상 복용하는 것 잊지 말라고.’

좌좌 할아버지는 그렇게 말하면서 매일매일 쓰디 쓴 약을 만드신다. 물론 좌좌 할아버지가 말씀하시는 잡 기술 중의 하나긴 하지만, 그 약은 이상하게 우주괴수가 내게 매일 먹이던 약이랑 맛이 비슷한 거 같았다.

“에, 그러니까 대장간 다음에...”

나는 지금 대장간에 들렀다가 숲으로 가고 있는 중이었다.
근 일주일 동안은 잔심부름이나 시키던 내 새로운 -어쩌다 보니-스승인 좌좌 할아버지가 기초적인 검술을 가르쳐주신다고 했다. 나는 좌좌 할아버지가 대장간에 주문했다는 무거운 관을 낑낑 대며 숲으로 끌고 가고 있었다.

“루아, 뭐이리 굼뜨냐? 해떨어지는 줄 알았네.”

“스승님... 이 관은 저에게는 너무 무겁다고요.”

“그래도 열폭주해서 손도 까딱하지 못하고 누워있는 것보다는 지금이 훨씬 낮지 않느냐?”

“지금이... 좋아요...”

“뭐, 그럼 됐다. 그럼 그 관에서 멀리 떨어져라. 루아야.”

나는 좌좌 할아버지의 말대로 관에서 떨어졌다. 내가 관에서 물러서자마자 좌좌 할아버지는 어디서 꺽은 내 팔 길이만한 나뭇가지를 오른손에 쥐고 그대로 관에다 -실제로는 관에 내리꽂은 것은 아니라 관에서 1Cm가량 떨어진 부근에서 나뭇가지를 멈추었지만-내리꽂았다.

콰콰쾅.

관이 말 그대로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그 파괴력은 왠지 전에 스승님이었던 아린 님보다 강력한 것이었다.

“받아라.”

놀라서 멍하니 박살난 관을 바라보고 있는 나에게 좌좌 할아버지는 부서진 관 더미를 뒤적이더니 내 팔 길이만한 청색의 검의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을 내게 주며 말하였다.

“아?”

“놀랄 것은 없다. 지금은 없는 빌어먹을 제자 년에게는 내쫒으면서 불쌍해서 준 거지만, 루아는 괜찮은 제자니까 처음부터 주는 것이다.”

“아, 감사합니다. 스승님. 열심히 수련하...”

“아직 뭘 가르치지도 않았는데 건방지게 수련은... 뭐 그건 됐고, 수련 중에는 절대로 브리쟈르를 사용하지 않는다. 아무리 수련 중에 피치못할 경우의 상황이 생기더라도 죽으면 죽었지 절대로 브리쟈르를 사용하지 마라. 실력이라고는 쥐뿔도 없는 온실 속 화초나 다름없는 루아 네가 브리쟈르를 사용하면 할수록 그저 그 힘에 의지할 뿐 아무런 발전도 없지. 더불어 브리쟈르의 그 강력한 힘은 꽁짜가 아니라는 것은 너도 알고 있겠지. 오래 살고 싶다면 브리쟈르의 의존하지 않는 스스로의 강함이 필요한 것, 힘을 원해서 온실을 벗어나지 않았나?”

좌좌 할아버지의 말은 약간 뭔가 톤이 이상했지만, 부정할 수도 없는 옳은 말들이었다.
피데스 오라버니에게 복수하기 위해서라도 힘이 필요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으니까.

“그래 그 다짐이다. 그런 다짐으로 그 수정검(水晶劍)을 다룬다면 그만큼의 힘을 길러줄 것이다. 그리고 이 수련을 마치고 나를 떠나게 된다면 그때부터는 브리쟈르를 언제 사용해야 할지 알 수 있겠지. 뭐, 제자로 받아들였으면서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넌 전혀 무예에는 선천적인 재능 따위는 쥐뿔도 없겠지만, 노력을 한다면 보통은 능가하게 될 것이다. 자자 그럼 시작에 앞서 몸부터 간단히 풀어볼까?”

내손에 들려있는 검이 수정검(水晶劍)이라... 그래. 브리쟈르가 아무리 강력한 절대절명의 힘을 가지고 있지만, 피데스 오라버니에게 복수하기 전까지는 내가 먼저 쓰러져서는 안대겠지... 브리쟈르는 피데스 오라버니를 이 세상에서 지워버릴 때, 사용하겠어.

“저, 저기 스승님... 근데 이 검, 정말로 수정으로 만든 건가요?”

“미쳤냐? 진짜 수정이면 무뎌서 어따 쓰라고? 하지만 전혀 수정이 아니라고는 할 수 없지. 대장간에 아는 친구만의 특수 합금에 수정이 반드시 들어가서 수정검이라고 하는 거지. 뭐, 하여간 특수 합금이라서 기존의 강철로 만든 검 보다는 몇 십 배로 튼튼해서 말이야. 아, 그래 이제 생각났는데 여기는 없는 그 빌어먹을 제자 년은 아직도 수정검에 바람의 정령이 깃든줄 알고 있을까나? 억지로 쫒아내려고 수정검에 바람의 정령이 깃들어서 지켜준다고 뻥을 쳤는데 말이야. 하여간 이제 제대로 수련해야겠지. 우선 기초적인 초식에 앞서 자세부터 가르쳐 주지.”


○                ○



“빌어먹을 칸 따위... 수정검에 바람의 정령이 깃들었다고? 어린애도 안속을 그런 뻔한 거짓말을 하는 칸이 불쌍해서 나가주었는데, 아직도 착각하고 있으려나?”

아린은 잠을 자다가 뭔가 기분 나쁜 꿈을 꾸는지 그런 소리를 내지르며 잠꼬대를 계속하고 있었다.


○                ○



“정말이지... M.I.M.U 너 덕분에 살았다...”

아르마는 눈 쌓인 숲에서 수정검을 들고 좌좌에 가르침에 따라 수련하는 루시아를 보며 한숨을 쉬며 말하였다.

“이 별에 쏘아올린 인공위성에서 포착한 정보를 아르마에게 보내준 것 밖에 내가 한 일은 없다. 하지만 브리쟈르에는 우리들이 모르는 능력이 있는 가 보다.”

“덕분에 임무 실패는 아니잖아. 그런데 원래 흑요(黑姚)는 항상 그 망할 나노 머신 때문에 반은 누워 지내지 않았나? 아무리 찬바람이 열을 식힌다고는 하지만, 저렇게 멀쩡할 수 있나? M.I.M.U.”

“그 나노머신은 특성은 열을 대량으로 발생시키는 특징이 있지. 그러니 이정도로 추운 곳이라면 그 나노머신은 사실상 무력화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 하지만 그렇다고 전혀 몸이 데미지를 입지 않는 다는 것은 아니야. 항 나노 머신의 매일 그때마다 투여해야 하지.”

“그럼 지금이라도 M.I.M.U는 흑요(黑姚)의 곁에 붙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좌좌라는 자의 의술 수준은 자연 재료만으로 항 나노머신급의 약을 조제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내려져 있으니까. 그런 이유로 지금은 굳이 흑요(黑姚)의 곁에 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참나... 아무리 의술 수준이 높다고 해도, 항 나노머신을 제조한다는 게 지금 이 별의 문명 수준을 고려했을 때 그게 말이나 대나? M.I.M.U?”

“아르마여, 항 나노머신의 제조에 필요한 성분들은 자연재료들에도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다만 그것의 배합 비율이 그때그때 다를 뿐이다.”

그렇게 말하면서 우주괴수는 수련하고 있는 루시아를 멀리서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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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설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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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정검(水晶劍)
: 수정이 반드시 들어가는 특수합금으로 만들어진 검일 뿐이다.
  좌좌가 붙인 뭔가 있어보이는 이름과는 달리, 그저 보통 검에 비해 가볍고 엄청 튼튼하다는 것...
  그것 외에는 별거 없다... 참고로 아린이 사용하는 검도 수정검이다. 그저 검술을 견뎌내고도 남을 정도로
  강도만 특별히 오리하르콘 수준-의 근접-일 뿐이다. 참고로 무 대륙에 말만 해안 도시국가인 시안에 한
  대장간에서만 제조함.

# 루아(婁娥)
: 루시아의 이름을 좌좌식으로 멋대로 바꿔 부르는 것...
  뜻은 별거 없다. 그저 무 대륙식으로 멋대로 바꿔 부른 이름에 불과하다.

# 좌좌-칸-(남, 나이 불명, 무 대륙의 숨은 초고수)
: 루시아가 사는 별에 숨은 초고수. 검의 무희라 불리는 아린에게 검을 가르쳐 준 스승이다.
  나이는 그 스스로도 안새봐서 모른다고 한다.-지만 대충 50은 넘었을 것으로 추측-
  세상 일에는 일절 관여하지를 않고 은둔 생활을 한다. 원래 제자 같은 것은 잘 안두는 성격이지만,
  그가 살아가면서 둔 제자는 단 두명이다. 한명은 빌어먹을 제자 년 '아린'이고 또 한 명은
  괜찮은 제자 년 '루아'다. 참고로 남의 이름 멋대로 바꿔부르기가 취미-아린도 사실 본명은 아린이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좌좌의 제자가 되면서 본명은 잊어먹었다.-
  그의 성격은 12화에 보여지는 대로... 하지만 루시아가 사는 별에서는 초고수라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뭐 그래봤자 우주괴수나 아르마에겐 쪽도 안되긴 합니다만...-
  참고로 아린은 그를 좌좌-사실 이 노인내는 자신의 본명조차도 까먹었다. 그저 주위에서 좌좌라고 부르니까 그런 줄 아는...-
  라고 부르지 않고 '칸'이라고 부른다. 일종의 스승에 대한 반발심리랄까? 하지만 어쩐 일인지 좌좌는
  칸이라는 이름에 대해 상당히 불쾌해 하고 있다. 자기 말로는 원하지 않아서 학살한 대가로 얻은
  영웅의 이름이라서 라고 하는데...

# 칸-좌좌-
: 30년 전 무 대륙, 무림계에 큰 두개의 문파 사이에 불거진 불미스런 사건으로 인해 무림은 두 파로
  갈라져 피비린내 나는 혈투를 벌이게 되었고, 그때 한 문파에서 나타난 이름없는 사내가 있었다.
  그리고 그 숨은 초고수에 의해 혈투는 끝나게 되고 그 이름없는 사내는 '칸'이라는 호칭을 받게
  되지만 갑자기 나타난 것 처럼 갑자기 잠적해버렸다. 그리고 그 칸이 바로 좌좌-본명 아님-라는 남자다.

# 시안(詩鮟)
: 무(舞) 대륙의 나라 중, 해안에 위치한 좌좌 말대로 말만 해안 도시국가.(도시국가라면서 제대로 된 도시 따위가 없다. 어딜가나 시골이나 숲이다...) 이 지방에 특산물은 아귀-물고기-다. 좌좌가 이 나라에 은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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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본문과 설정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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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흠, 뭔가 뒤죽박죽이 되었지만...

초기 스토리안을 뒤집고...

어쨌든 루시아를 주인공으로 한 이상은...

열 많다고 추운 곳에 있다고 열이 식히거나 그런 일이 있을리가 없지만, 주인공이니 봐주지요.
(어쨌든 강해지기 위한 기반이 필요하니까...)

중간에 시점이 1인칭으로 바뀌었지만... 그건 애교로 봐주(후다닥...)




#순서
아란 -> 도지군 -> 쿠사나기쿄 -> 영원전설

다음 주자는 도지군 님입니다. 패스는 무조건 총살!! 타탕~!!


p.s 우리 릴레이 팀의 규칙 하나 적습니다. 펌금지 태그는 반드시 해제 할 것 입니다.
     왜냐하면, 혹시라도 해킹이나 그런 사태로 날라갈 경우를 대비해 소설을 복사해서 하드에 저장해 둘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명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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