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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전쟁 TV 살인쇼

2005.06.04 02:41

외로운갈매기 조회 수:182 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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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나는 pc방에서 게임질이나 하고 있다.
나는 항상 하루에 3시간 정도를 pc방에서 보낸다.
이유를 묻는다면...재밌으니까...랄까.

하긴,재미있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내가 내 실력으로 남을 이길 수 있는 것은 게임밖에 없으니까.
특히,1인칭 FPS 종류의 게임은 나를 이길 자가 없다고 해도 좋을 정도이다.
저격총을 들면,굳이 마우스 우클릭으로 스코프를 보지 않아도 100발 백중으로 맞춘다.

어째서 나에게 이런 평상시에는 쓸모도 없는 능력이 있는지 나도 궁금하지만,그런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쓸모없다고는 해도,있으면 좋은 거니까.항상 없으면 안 좋은 거다.나처럼...

     ***

-탕!

푸른 옷을 입은 케릭터가 내가 쏜 총알을 맞고 쓰러졌다.그리고,그와 동시에 왼쪽 화면에 붉은 글씨가 떳다.

'Head Shot!!'

'8 Combo!!!'

헤드샷으로 8번을 맞췄다는 뜻이다.그리고 그와 함께 들리겠지.

"이야.굉장한데,저 애.쏘면 쏘는 대로 다 맞잖아...그것도 저격총으로.게다가 헤드샷까지..."

역시 아니나다를까,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웅성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젠장,부러우면 니네들이 실력 키워서 하라구! 감탄하지만 말고! 쓰레기 같은 놈들.'

하지만,그들은 전혀 그럴 생각조차 하지 않는 듯 했다.
내 눈은 여전히 모니터에서 떨어지지 않았지만,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여전히 나의 게임 플레이를 보고 있고,내가 pc방을 나가기 전까지는 나만을 주목 할 것이다.항상 그래왔으니까...

"조용,조용.저기 한 놈 더 지나간다..."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어!'

-탕!

'Head Shot!!'

'9 Combo!!!'

"또야,또!"

...아무래도 사람들이 없는 다른 pc방으로 옮기는게 좋을듯했다.여기는 시끄러워서 더 이상 못있겠다.

'잘 있어라,쓰레기들아.난 가봐야 겠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리고,다리를 낮춰 pc방 바닥에 아무렇게나 던져놓은 가방을 주워,어깨에 맸다.
그리고 아직도 게임이 진행되고 있는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아까 나에게 죽었던 푸른 옷을 입은 케릭터였다.
푸른 옷의 케릭터는 천천히 주위를 살피다가 내 케릭터를 발견하고는,또 다시 저격 당할까 두려워 요리조리 왔다갔다 하며 기관총을 쏴댔다.

'움직이며 기관총이라...멍청이.'

가만히 멈춰 쏴도 정확도가 그리 좋지 못한 기관총.게다가 내 케릭터는 저격을 하기 위해,위치상으로 가장 좋은,아래가 훤히 보이는 높은 곳.그리고 적은 아래에...안 그래도 기관총의 정확도는 현저히 떨어져있다.그런데 움직이기까지하니 당연히 내 케릭터는 가만히 서서 모든 공격을 피하는 것이다.

'쳇,그렇게 해서 언제 죽이겠냐.내가 일부러 죽어주려는데...자살이라도 해주지.'

내 케릭터는 기분 좋게 바람을 가르며 추락사 해버렸다.

순간 아찔함으로 몸이 약간 떨렸다.하지만,그건 또 다른 나의 즐거움이었다.

'ㅋㅋㅋ 미친 놈 자살하냐 ㅋㅋㅋㅋ'

푸른 옷 케릭터의 플레이어가 내가 죽은 것을 보고 통쾌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게요 ㅋ 잘 하는 줄 알았는데 초본가 봐요 ㅋㅋ 님들 다 저 넘 다굴합시다 ㅋㅋㅋㅋㅋ'

누구라고 할것도 없이 여기저기서 찬성의 의견이 오갔다.역시 쓰레기는 쓰레기들끼리 뭉치는 건가.그래,좋아.너희들끼리 잘들 놀아보라고.
약간 신경질이 난 나는 그대로 컴퓨터 전원을 꺼버렸다.그리고 내가 컴퓨터를 하던 자리 주변에 모인 수많은 쓰레기들을 헤치고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온 나는 길거리를 걸어가며 mp3를 꺼내 이어폰을 꽂았다.

라디오를 듣기 위해서이다.요즘 내가 자주 보는 TV 프로그램인데,라디오로도 하기 때문에 가끔 이 프로그램이 하는 시간에 밖에 나와있으면,라디오로 듣곤 한다.프로그램의 제목은 -.


"안녕하세요! TV 살인쇼입니다! "

TV 살인쇼.사실 나는 언제 어떻게 죽던 별 상관없다고 생각하며,내가 사는 이유가 뭔지 궁금했다.그래서 나는 이 쇼에 참가해서 내 목숨을 걸고 싸워,우승한다면 내가 사는 이유를 찾을 수 있을까...하는 마음에 참가하려 했지만,애석하게도 이 쇼는 자원자들은 참가자로 받아들여주지 않았다.이유는 끝내 알려주지 않았지만,뭐랄까...뭔가 숨기는 듯한 느낌을 꽤나 강렬하게 받았었다.이메일로 말을 주고 받아서 표정이나 행동 같은게 있었더라면 좋았을텐데...말투만으로는 더 상세한 것은 알 수가 없었다.

"자,먼저 저희 TV 살인쇼의 기쁜 소식을 하나 알려드리고 싶군요! 저희 프로그램이 벌써 10회째 방영되고 있습니다! 사실,전문가들은 이 쇼가 길어야 3,4회정도만 방영 할 수 있을거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그들의 예측을 깨고 저희는 지금 10회째 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

서론은 이제 그만 - . 나는 서로 죽이고 죽이는 살인게임이 보고 싶단 말이다. 시청자들도 그걸 원하고 있어 - ...

"그래서 10회를 맞이하여,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규칙을 정하게 되었습니다! "

뭐지 ? 뭐야 ? 그 새로운 규칙이란게 ?

-이봐 학생!

나를 부르는 듯 하여 뒤를 보았다.
생전처음보는 남자가 나를 향해 자신에게 오라고 손 짓 했다.
나는 그에게 다가가며 무슨 일이 있기 전에 MC가 새로운 규칙에 대해 빨리 말해주었으면 했다.

"새로운 규칙은 첫 째 - "

-이어폰은 빼야지.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는 그렇게 말하더니 지 멋대로 이어폰을 빼더니 내게 말했다.

"어디 가는 길이니 ? "

나는 그의 눈치를 살피려 했으나,그는 안색하나 변하지 않았다.그는 다시 한번 내게 물었다.

"...집...에요."

"그래 ? 그럼,가보렴."

나는 제발 새로운 규칙에 대한 말이 다 지나가지 않았으면 하며 이어폰을 다시 꽂았다.

" ...그럼 새로운 규칙에 대한 설명은 이제 됐겠죠 ? 자,그럼 지난 주 참가자들을 보기 전에 이번 주에 새롭게 뽑히는 참가자들을 한번 봅시다! "

'젠장!지나갔잖아!'

나는 원망에 찬 눈길로 뒤 돌아 그를 바라보았다.그 사이 그와 나의 거리는 꽤나 벌어져 있었다.
PC방에서 게임을 너무 많이 한 탓일까.시력이 떨어졋는지,그가 흐릿하게 보였다.그는 전화 통화를 하는지 검은 물체를 들고 있었는데,뭐라고 끊임없이 지껄이며 내 쪽을 바라보았다.
나는 더 이상 그에게 신경 쓸 필요없다고 생각하고 다시 방송을 들었다.

"지금 전국 여기 저기서 정부 측 요원 분들께서 저희 프로그램을 위해 직접 참가자들을 납치해 주신다고 합니다! 자 그럼 상황이 어떤지 한번 볼까요 ? 일단 1번 참가자..."

   ***

"그리고 마지막 26번 참가자...김지훈 학생! 그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나이는 17세이며,취미는..."

...뭐...? 김지훈 ? 그건 내 이름인데 ! 내가 참여자 ? 그럼 정부 요원은 ?...설마 아까 그...

"자 그럼 이제 재미없는 참가자 설명은 그만 두고 본 게임에 대해 이야기 해봅시다! 아차! 지금 정부 요원분들이 코끼리도 한방에 재우는 마취총으로 참가자들을 조준하고 계십니다! 아직 자신이 참가자라고 눈치채신분은 한분도 안계신듯하군요! "

어디지 ? 어디야 ? 어디서 날 노리고 있는 거냐 !

나는 당황하여 주위를 살폈다.침착하자,침착해.나라면 어디에서 적을 노렸을까를 생각하자.그들은 프로야...나와 생각하는게 같은 지도 몰라.이 동네에서 가장 높고 정확도가 가장 높은 곳...그래!한국 아파트!

나는 재빨리 한국 아파트 쪽을 바라보았다.내가 알아챘다는 느낌을 주지 않도록 천천히,그리고 다른 곳을 바라보는 척 행동했다.

시력이 좋지는 않지만,102동의 옥상에서 무언가가 반짝이는 것을 보고 재빨리 움직였다.

그리고 간발의 차이로 마취탄을 피한 나는 전력질주를 시작했다.
어디로 달리는지 나도 알 수 없었다.그저 달릴뿐이었다.
참가하고 싶지 않은건 아니었지만,그저 몰래 나를 마취시킨다는게 약간 괘심한 생각이 들어 골려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미 사람들을 용케 막아놨는지,길거리엔 사람이 한명도 안보였다.

무언가 이상했다.이런 상황을 예측하지 못한것은 아닐텐데,왜 이렇게 수비가 허술한 걸까.뭐 상관없지.날 잡지 못하면,당신들만 더 피곤할테니까.

그리고,나는 모퉁이를 돌았다.

-철컥

"움직이지마!넌 포위됐다!"

모퉁이를 돌자마자 수많은 군인들과 내 머리를 향하고 있는 검은 총구들과 길거리에서 내게 어디가냐고 묻던 검은 양복의 남자가 우리집 앞에서 나를 기다렸다는듯 반기고 있었다.

어...이 곳은...우리집 ? 내가 언제 이곳으로 ?

"얼떨떨한가 보군,김지훈 학생.아까 네가 말하지 않았나.'집에 간다고.' 주제에 도망가면 얼마나 도망간다고...자,그럼 이만 얌전히 잠들어 줘야겠어."

남자는 자신의 손에 쥐어진 마취총의 총구를 나에게 겨눳다.
그리고 천천히 방아쇠를 당기었다.

-퓻!

큭...분하다...

-털썩

잠들고 싶지 않은데...멋대로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고,눈꺼풀이 감겼다.그리고 나를 반긴 것은 어둠...어둠 뿐이었다.

   ***

"이야.이것 참 위험했습니다.방금 보셨습니까 ? 못보셨다구요 ? 다시 한번 보여드리죠."

환하게 웃는 TV 살인쇼의 MC가 자신의 뒤 쪽에 설치된 대형 TV를 가르키며 말했다.(TV의 테두리에는 'TV 살인쇼'라는 글씨가 수없이 이어져 있었다.)
그리고 이내 TV에는 방금 전의 상황이 리플레이 되고 있었다.

"자...이제 여기서,모퉁이를 돌죠."

가만히 TV의 화면을 보던 MC가 말했다.
그리고 TV 안에서 부지런히 뛰던 17세의 소년은,MC의 말을 그대로 따라 모퉁이를 돌았다.

"하지만,여기서 잡힙니다."

MC가 나지막히 말했다.그리고 MC는 잠시 후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잠깐만요! 이게 무슨...참여자 21번을 주목해 주세요! 저 여자가 대체 무슨 짓을!!"

TV 화면안에서 참여자 21번...영희라는 여자가 자신이 그림을 그리던 캔버스를 집어들어 마취탄이 캔버스에 박히는 모습이 보였다.그리고 이어서 캔버스를 요원에게 던지는 21번 참가자.요원은 순간적으로 캔버스를 양손으로 잡아버렸고,이어서 21번 참가자가 꽃병을 내려치는 것을 피하지 못했다...그리고 그 다음은...

"이제 그만! 저들의 몰상식한 행위에 구역질이 나려고 합니다! 참가자들은 이제 그만 보는게 좋을 듯 하군요.이번 참가자들은 위험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젠 정말 지난주 참가자들의 게임을 볼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지난주 참가자들은 놀랍게도 아직 13명이나 생존하고 있습니다!..."

   ***

26명의 참가자들 중 24명이 잡혀 트럭으로 살인게임의 장소로 이동되고 있었다.
살인게임의 장소는 항상 정해져 있었다.
수만명의 주민들을 강제 이주시킨 어느 대도시.그 곳은 항상 총소리와 비명소리 만이 들리며,시청자들은 그 광경을 안전하게 집안에서 드러누워 보며 웃고 즐긴다.한국의 인구 5천만명 중에 내가 뽑힐 확률은 1억짜리 복권에 당첨 될 확률보다 낮겠지...라고 생각하며.



-----------------------------------------------------------------------------


  영희는 그날도 다른 날과 다름없이 개인 화실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중이었다. 그녀는 화가였다. 그녀의 캔버스 위로 그녀가 그어내는 짙은, 탁한 느낌의 청색이 정신없이 퍼져나간다. 그림을 그리는 순간 만큼은 언제나 그녀의 얼굴에 드리워져 있는 우울증이나 음험함 따위는 날아가버리고 순수한 열정으로 가득 차 있다. 영희는 자신이 그린 그림을 감상하기 위해 뒤로 몇걸음 물러섰다.
  목이 긴 새가 부리에 막대기를 물고 있다. 막대기에는 청색의 뭔가가 유유하게 흘러나오는데 그 청색은 캔버스의 밑으로 내려가면서 점점 탁해지고 있다. 뒤에는 산인지 무엇인지 모를 괴상한 형체가 있고 캔버스의 가운데에 있는 소녀는 팔을 모아서 기도하는 모습으로 구름과 오버랩 되어 있다.

  그녀의 얼굴에 다시금 우울함이 번진다 싶더니 문이 번쩍 열렸다.

  "영희... 씨 되십니까?"
  "... ..."

  그림을 사겠다고 온 것일까? 영희는 속으로 이것저것 재어보며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 영희의 얼굴에 점점 현실과 동떨어진 것 같은, 너무나도 비참한, 굳이 표현하자면 '괴리감'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을 이중적인 표정이 떠오른다. 검은 양복을 입은 사내는 한숨을 내쉰다.

  "그렇군요. 실례하겠습니다."

  영희의 머릿속에 어떤 장면이 떠오른다. 이번에는 비교적 잡음도 없고 선명하다. 그래서 영희는 행동을 해 보기로 결심한다.
  다음 순간, 영희는 자신이 그리던 캔버스를 집어들었다. 그 사내가 순간 품속에서 꺼내든 마취총의 탄환이 허공을 날아 캔버스에 박혔다. 검은 양복의 사내는 다시 한발을 겨냥해서 영희에게 쏘았다. 하지만 영희는 캔버스를 검은 양복의 사내에게로 던졌다.

  "우악!"

  사내는 캔버스를 양손으로 잡았다. 손을 봉쇄당한 것이다. 영희는 손을 쓰지 못하는 그에게 꽃병으로 머리를 후려쳤다. 남자가 금새 피범벅이 되며 땅바닥에 쓰러진다. 영희는 그런 남자를 가만히 응시하다가 밖으로 나간다. 그리고는 이내 그 일을 잊어버리고 만다.


  뭔지 모르게 다른사람들의 눈총이 박히는 듯 하다. 누군가 나를 감시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영희는 그렇게 생각했다. 영희는 자신도 모르게 어디론가 길을 따라 무작정 걸어가기 싲가했다. 왠지 그곳으로 가야만 할 것 같아서.





  그리고 영희가 정신을 차렸더니 자신은 이미 어두컴컴한 지하실의 플로어에 있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20여명의 사람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거지?

  영희는 슬픈 표정으로 사람들을 응시하고 있다.

- -


"선생님! 선생님!"

하얀 가운을 입은 남자가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간호사 복장의 여자가 달려들며 외쳤다. 여자는 매우 신경질적인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남자는 일상인 듯한 표정이었다. 여자가 남자와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신경질 투로 말했다.

"선생님! 제가 말씀 드렸잖아요! 전 안조민같은 정신 분열증은..."
"아뇨, 안조민은 실어증이라고 말했잖아요."

의사의 반박에 간호사는 과장된 행동을 취하며 말했다.

"정신 분열증, 아니 이중 자아가 틀림 없어요! 그것도 아주 심한!"

의사는 간호사의 말에 침이 튀었는지 얼굴을 한 번 손으로 닦았다.

"선생님은 보지 못 하셨겠죠! 그가 아주 멀쩡히 말하는 것을! 선생님은 그가 실어증이라서 소리를 억지로 내는 것이 '안조민'처럼 들린다고 말씀하시지만, 그가 멀쩡한 정신이 되었을 때는 보통사람 뺨치게 말 잘하신다는 걸 모르시나요?"
"안 간호사, 난 한 번도 안조민이 그러는 걸 못 봤어요."

의사가 약간은 지겨운 표정을 지으며 간호사에게 말했다. 그러자, 간호사는 자신의 머리를 만지작 거리며 말을 시작했다.

"그러니까 신원도 잘 모르는 환자를 받는 조건으로 돈이 들어온다는 자체가 이상하다구요!"
"때로, 환자 가족중 정신 병원에 대한 안 좋은 인식으로 그러는 경우도 있을 수 있어요."
"오, 선생님!"

이제 간호사는 애절한 표정을 지으며 의사에게 애원하듯 말했다.

"오늘은 그가 어떤 지 아세요? 멍청한 표정으로 '안조민'이라고 반복을 하더니 아주 냉정한 표정을 짓더니 하는 말이 '머리 끝이 많이 상하셨네요. 좀 치셔야겠어요. 그리고 스트레스를 받는 건지 머리도 부석부석한데요? 린스는 하는 것 같은데, 트리트먼트를 좀 하시는 게 어때요?'라고 말하는 거예요!"

간호사는 남자 목소리를 억지로 내는 꼴이 약간은 웃겼다. 의사는 간호사가 더 잔소리를 하려고하자, 그녀의 어깨를 붙잡더니 말했다.

"정신이 이상한 사람들 사이에 있다보니, 자네도 이상해 진건가? 좀 쉬라고, 내가 안조민한테 가볼테니까."

간호사가 의사에 말에 약간은 만족했는지 돌아갔다. 의사는 매우 피곤한 표정을 짓더니 한 호실로 향했다. 호실 문의 유리창 너머에는 한 남자가 있었다. 어쩌면 소년으로 보일 듯한. 상당히 어려보이는 얼굴(심하게 동안이었다)을 가진대다가, 키가 겨우 163cm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남자의 오른손목에는 아대가 있었다. 의사는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남자는 의사가 방에 들어왔지만, 전혀 딴 곳을 쳐다보고 있었다.

"안조민, 괜찮니?"
"...안조민"
"간호사가 꽤나 놀랬다더구나."
"......"
"날 보고 있는 거니?"
"안조민"

남자는 아예 딴 곳을 보고 있으면서도, 의사의 억양을 알아듣는 건지 질문에만 대답을 했다, 비록 '안조민'이라고 말했지만. 의사는 그의 침대 옆에 앉았다. 남자는 순간 멍하던 눈이 날카로워지더니 멍청했던 표정이 점점 뭔가 신경을 쓰고 있는 듯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러더니 의사를 똑바로 쳐다보고는 말을 했다.

"안 간호사가 점점 미쳐가는 것 같아."
"그래, 넌 이 냉정한 편이 이야기 하기 편해."

의사는 오히려 놀라지 않은 듯 남자와 대화를 했다.

"노처녀 히스테리인가? 봐봐, 내가 정신을 놓고 있었을 때 손목을 물어뜯는 것도 막지를 못했어. 정신 병원에서 흔히 일어날 일도 못 막는 간호사라니!"

남자는 자신의 손으로 오른손목의 아대를 벗었다. 그러자 손목에는 상처가 가득했다. 의사는 상처를 잠깐 보더니 '너같은 경우에 죽으려면 더 물어 뜯어야 해.'라고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이 말했다.

"아, 돈으로 간호학과 들어가서 그런 걸 까먹었네."
"TV 살인쇼라는 프로그램 알아?"

순간 남자는 말을 멈췄다. 의사는 주머니에서 안경천을 꺼내서 자신의 안경을 닦으며 말했다.

"아주 유명한 프로그램인데 말이야."
"...알고 있어. 아주 가식적인 프로그램이지! 있어서는 안되는 프로그램이고! 아아, 저번 3회에 죽은 남자는 너무 잘 생겼다고 하더군."
"아주 잘 알고 있구나."
"미친 간호사들이 떠들어 대는 이야기는 모두 기억해. 내가 생각해도 난 너무 머리가 좋은 거 같아서!"
"그래, 좋아."
"립스틱 있어?"

의사는 남자를 이상하게 쳐다봤다. 남자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천재라면 유리창에 수학 증명정도는 써줘야되지 않겠어? 그러면 또 안간호사는 이렇게 말하겠지. '오, 선생님! 오늘은 그가 어떤 지 아세요?'라고."

남자는 아주 똑같이 간호사의 목소리를 흉내내서 의사는 '풋'하고 웃고 말았다. 그러더니 남자는 의사를 응시하더니 말을 꺼냈다.

"직설적으로 말해. 내가 그 곳에 나가야하는 거야?"
"넌 절대 안 죽잖아."

의사는 오히려 담담하게 말했다. 남자는 의사의 시선을 피했다. 의사는 자신의 시계를 보았다. 남자는 이야기를 다른 곳으로 돌리려고 했다.

"이봐, 정신 병원에서 안경이나 시계같은 것은 반입금지인 걸 모르는 거야?"
"아아, 가끔 너는 너무 많은 걸 알아서 탈이야. 그렇기때문에 네가 어떤 운명인지도 알고 있는 거겠지?"
"...재수없지만 그래, 이럴 때 가끔 이 두뇌를 미워하고는 하지."

남자의 말에 의사는 주머니에서 주사기와 주사약물을 꺼내 건냈다.

"이봐, 나는 스스로는 자학하고 좋아하는 변태가 아냐."
"어차피 알고 있으면 네 손으로 해."
"차라리 독극물이면 좋을 텐데!"

남자는 주사 약물의 뚜껑을 따더니 주사기에 그 약물을 담았다. 그러더니 오른손으로 자신의 왼손에서 혈관을 찾기 시작했다.

"차라리 먹는 걸 주지 그래."
"주사가 효과가 빠르니까."

남자는 얼굴을 찌푸렸다. 그러더니 혈관을 찾은 듯 주사기를 들더니 자신의 왼쪽 팔에 꽂았다. 점점 주사기에 담겨있던 약물이 줄어들었다. 그러더니 남자는 주사기를 뽑았다. 남자는 점점 내려오는 눈꺼풀을 이기지 못 하는 듯 했다. 그러더니, 침대에 픽하고 쓰러졌다. 의사는 남자가 던져버린 주사기를 챙기며 말했다.

"넌 절대 안죽어. 왜냐면, 넌 우리의 '스텝' 중 하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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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정된 차는 언제 오는 거죠?”

  여자의 목소리가 그에게 먼저 들린다.  고아원에서 애들을 관리하는 서지연이란 아줌마다.  아마도.  문에 붙어있는, 여닫이가 장착된 자신의 얼굴만 한 창문 하나가 전부인 어두컴컴한 방에 갇혀있는 처지인 그는 그녀의 날카로운 목소리로 대충 그녀라고 어림짐작 할 수밖에 없다.  빛을 보고 싶지만 스위치가 바깥에 있어 어쩌지도 못한 체 그저 쭈그리고 앉아있다.

  “내일이면 오겠지.  뭘 그리 안절부절못하나.”

  이번엔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목소리의 주인은 분명 이대원, 이 고아원의 원장이다.  그때 이후로 사람이라곤 저 놈밖에 보지 못했다.  큼지막한 안경을 끼곤 주름살이 많은 이마를 조금 덮는 백발을 항상 손으로 쓸어 넘기는 늙은이.  
  그가 직접적으로 자신을 뭐 어찌한 것은 아니다.  단지 그의 얼굴에 항상 달려있는 웃는 입이 짜증날 뿐이다.

  “꼭 남의 일처럼 말하시는 군요.  오늘 안으로 보내버리시면 안 되나요?”

  “네 생각은 잘 알지만 내가 어찌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

  “싫다고요.  한시라도 이곳에서 저 애가 없어졌으면 해요!”

  원장이 급하게 의자에서 일어서는 소리가 들린다.

  “자자, 여기서 이러지 말고 일단 밖에 나가서.  밖에 나가서 얘기합시다.”

  아줌마 목소리가 너무 큰 것을 의식했나 보다.  딴에는 말이 좀 심하다, 그런 것인가.  그래 봤자 어차피 들은 건 다 들었는데.
  병신들.
  그는 벽에 자신의 몸을 기댄다.  동시에 차가운 기운이 그의 몸으로 스며들어간다.  밖에선 문 닫는 소리가 들린다.  놈들이 나갔나 보다.
  조용하다.  그는 아직도 이 어둠이 적응이 안 된다.  하긴, 아직 이 독방 아닌 독방에 들어온 지도 삼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너무 호들갑인가?
  잠시 아무것도 없는 천장을 응시한다.  정말 보이지가 않으니 이젠 자신이 눈을 뜬 건지 감은 건지 구분이 안 간다.  손도 전혀 감각이 오지 않아 벽을 몇 번 때려 손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도 해 보았었다.  정말, 며칠 더 있다간 미칠 것 같다.
  이 어둠속에선 보통 사람들이 하는 그 어떤 ‘놀이’도 할 수 없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만큼 인간에게 있어서 시각이란 중요한 것인가.  새삼스럽게 깨닫는 그였다.
  
  “..  하지만 아무리 중요해도 라이트 스위치 하나만으로도 제 구실을 하지 못하잖아.  중요성에 비해 너무 허술하다고.”

  사람의 목숨 또한 그러하다.  적어도 그의 경험 하엔.

***************************************************************

  고아들이라고 마냥 마음대로 휘저으며 다니는 것은 아니다.  그들에게도 하루 일과가 있고, 룰이 있다.  적어도 그가 있었던 구역에선.  참고로 이 고아원은 여러 개의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고, 각각의 구역은 서로 다른 고아원이라 봐도 무방할 듯싶다.  애들을 나누는 기준은 그도 잘 모르지만, 어쨌든 이런 시스템으로 다른 구역의 아이들은 한 번도 보질 못했다.
  그러므로 무슨 일을 할 때에는 한 구역의 아이들만이 모인다.  이것은 자연히 아이들이 서로를 대부분 익힐 수 있도록 해준다.
  그와 같은 몇몇을 빼 놓곤.
  
  [야, 귀 먹었냐?  자식이 대답을 안 해?]

  그는 흘깃 자신이 무슨 대단한 양 거드름을 피우는 놈을 쳐다봤다.  머리카락을 다 밀은 체 인상을 구기며 ‘대머리’는 차분히 김치가 얹어진 밥을 퍼서 숟가락으로 입에 가져다 대는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고아원에서 입양을 받지 못한 체 늙어가는 애들이 종종 있다.  그들은 어느 정도 나이가 차면 다른 구역으로 자리를 옮기는데(보통 19살 전후일 것이다), 그 나이가 차기 전의 놈들은 주로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를 좋아한다는 것이 이제까지 그가 보고 듣고 겪은바 아는 사실이다.  
  거의 본능적이랄까.  어느 곳에서나 서열을 정해야 사회(그것이 어떤 사회이든)가 형성되는 인간의 본능.  아니면 그저 엄마와 아빠가 없다는 대에서 오는 부작용일지도 모른다.  
  무엇이 이유이든 그가 상관할 바는 없겠지.
  갑자기 그 놈이 씩 웃더니만 냉큼 그의 밥그릇을 손으로 밀어내버렸다.  고아원에서 점심식사로 배급된 밥과 반찬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엎질러졌다.  대머리 옆에 있던 두 놈은 그 난리에 실실 웃기만 하고 있고 주위의 애들은 놀란 듯 소리가 난 곳을 바라봤다.

  [거기, 무슨 소란이야!]

  관리 아줌마가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 놈들은 재빨리 행동을 바꿔 굉장히 미안한 듯 그와 그녀를 번갈아 바라봤다.

  [죄송합니다.  제가 그만 실수로 탁자를 쳐서.]

  직접보지 못한데다 실수라기에 그녀는 그들에게 아무 처벌도 내리지 못한 채 투덜거리며 치우는 도구와 도움을 줄 동료를 구하러 다시 그들에게서 멀어져갔다.
  대머리는 그녀가 가자마자 그에게 고개를 돌리더니 다시 씩 웃었다.

  [각오해 둬.  날 잡아서 버릇 좀 고쳐 줄게.]

  ******************************************

  그 ‘날’이란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었다.  시비가 있은 후 몇 시간 뒤였으니.
  그리고 그 날 이후로 그는 이곳에 갇혀 있다.  지금으로서 4일.  슬슬 미쳐가기 시작한다.  아무것도 보일 리 없는 그의 눈앞에 정말 어이없이 죽은 대머리 놈의 사체가 보이기 시작했으니까.  확실히 자기 자신이 생각해도 정상이 좀 아니라고 보는 그였다.  
  갑자기 문 여는 소리와 함께 여러 명의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땅을 치는 둔탁한 소리를 보아 여러 명의 남자들인 듯하다.  
  그 ‘정신병원’이란 곳에서 온 사람들인가?
  
  “여기 인가요?”

  “네,  그 날 이후로 줄 곧 여기에 가둬 두었죠.”

  그의 마음속에서 복잡한 감정이 소용돌이친다.  자신이 어디로 가든, 빛을 다시 보는 것, 그리고 자신의 눈이 제구실을 할 수 있다는 안도감은 분명 기분 좋은 것이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걷잡을 수 없는 분노 또한 느꼈다.  그건 그저 자기 자신을 지키다 일어난 일일 뿐인데, 그들의 이런 처사는 너무 심하지 않은가!  
  열쇠가 문을 잠그고 있는 자물쇠를 여는 소리가 들린다.
  만약 이 세상에 마음을 제는 저울이 있다면, 지금 그의 안에서 그것은 분명 증오 쪽으로 치닫고 있을 것이다.  그만큼 지금 그의 마음 안엔 분노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것은 한 번 한 번의 철컥 소리에 맞춰 점점 그 힘을 더해간다.  그의 온 몸 구석구석이 분노로 차오를 때 까지.

  “민준군?”

  원장이 문을 열자마자 민준은 총알처럼 튀어나온다.  문이 바깥 쪽 방향으로 열리게 돼있기에 그의 돌진은 더욱더 효과적이다.  원장은 그의 힘에 문고리를 잡은 채로 벽에 부딪혀 기절한 듯 뻗는다.
  빨갛게 충혈 된 민준의 눈에 당황하는 4명의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겉 옷 속으로 손을 넣는 것이 보인다.  그는 재빨리 맨 앞에 있던 사람에게 있는 힘껏 부딪힌다.

  “으헉?!”

  마치 도미노 마냥 부딪힌 사람은 뒤에 있던 다른 사람에게 부딪혀 같이 뒹군다.  하지만 남아있던 2명은 이내 무언가를 민준에게 겨눈다.
  공기 빠지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민준의 몸에 박힌다.  따가운 느낌과 동시에 갑자기 그의 눈이 흐려진다.

  “제길, 얌전히 있어!”

  민준은 짐승처럼 으르렁 거리며 무거워지는 몸을 이끌며 그들에게 걸어간다.
  동시에 아까 전과 같은 소리, 느낌과 함께 그의 몸은 더욱 더 무거워진다.
  하지만 민준은 그들에게 계속 걸어간다.
  한 걸음, 한 걸음, 한 걸음.
  하지만 결국 다다르지 못하고 둔탁한 소리와 함께 다시 어두운 나락으로 떨어져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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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취가 풀리면 큰일나겠군요."

"녀석이 아무리 그래도 검도를 오랫동안 다녔기 때문에 보통사람들 보다는 빨리 깨어날겁니다"

멍청한녀석들. 다 들린다.

지금 나를 마취한 녀석들은 TV 살인쇼를 한답시고 나를 납치해 가려는 녀석들이다. 하지만 나는 마취 당하지 않고도 녀석들과 같이 그 쇼에 참여하려고 했다.

사람을 죽이기 위해서가 아니다. 오로지 돈이 목적이다. 이곳에서 살아남아 돈을 가져가는 것이 나의 목적이다.

   아까전

"차렷! 경례!"

"수고하셨습니다!"

오늘도 이렇게 하루가 끝나는구나. 오늘은 새로 들어온 신입생이 많았다. 신학기라서 그런건가. 나는 옷을 갈아입고 mp3를 틀으며 도장을 걷고 있었다.

"으...으아아악!! 앞을 비켜요!!"

어느 한 학생이 나에게서 넘어졌다. 나는 실수인척하고 발을 살짝 들었다.

퍼억

"크억!"

"이런. 앞을 잘 보고 가야지"

나는 그러고서 웃는 얼굴로 녀석을 부축해주고 다시 걸었다.

쓰레기. 그래 쓰레기이다. 그녀석이 아니라 나같은 녀석이 말이다.

"잠깐. 잠시 나를 볼수 있을까...?"

"누구... 시죠?"

"정재훈군. 맞나..?"

"그렇습니다만.."

만화나 영화에서 본적이 있다. 검은색 양복과 안의 흰색 셔츠. 그리고 다시 검은색 넥타이. 그리고 얼굴의 검은색 선글라스. 분명하다. 이들은 어떤 위험한 업종을 하고 있다. 사채업자라던지.. 아니면 경호원이라던지.
감. 그렇다 감이었다. 말투로 보아해서 무언가를 꾸미고 있었다. 나는 방금 얻은 감으로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챘다. TV 살인쇼에 참여시키려는 사람이다. 저번에도 우리 검도에 다니던 한 사람이 TV 살인쇼에 참여했다고 한다. 이번표적은.. 나란 말인가.

"죄송하지만. 지금 바쁩니다."

"왜..? 어디가나?"

"지금 게임 이벤트를 하는데 집에 컴퓨터가 없는 관계로 PC방에 가야합니다"

.... 내가생각해도 너무 뻔한 거짓말이다. 요즘 세상에 집에 컴퓨터가 없는 집이 어디있나. 그리고 게임 이벤트 때문에 PC방에 간다니... 뭐 그러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그러기 위해서 돈을 낭비하지 않는다.

"흐음... 게임중독자였구만. 미안하네. 먼저지나가거라"

"감사합니다"

나는 도망치다 시피 걸었다. 이리저리 피했다. 옆에 골목길이 보였다. 하지만 골목길로 가면 사람들이 없기 때문에 녀석들이 더 쉽게 나를 납치할수 있으리라.
나는 그렇게 판단하였다. 점점더 넓은길로 향하였다. 점점더... 이제 육교가 나왔다. 저 위로 올라가야하나... 그 위에도 아까 그 사람과 똑같은 복장을 한 사람이 있었다. 빌어먹을. 늦은건가...? 그러나 신은 나를 버리지 않았다. 갑자기 택시가 하나 나타난 것이다.

"택시!"

나는 황급히 택시를 타고 나도 모르는 곳을 대버렸다. 택시는 그곳으로 향하기 시작한것 같았다.

얼마가 지났을까..

"재훈군. 택시기사께 없는 주소를 말하면 안되지. 너무 힘들잖아."

"이... 이런젠장!"

이곳은 한강 변두리였다. 내가 모르는 주소를 덴 까닥에 나도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있었다. 빌어먹을.

퍼억

나는 문을 찼다. 그리고 밖으로 뛰쳐 나갔다. 그러나 이미 늦은거다. 같은 복장을 한 사람이 너무나도 많았다.

"할수없죠.. 당신들을 따라가겠..."

피슉!

"크윽..!"

나의 목에 무언가가 꽃혔다. 그것은 진정제였다. 나의 가방에 든 검을 꺼내서 반항을 하면 안되니까 그런것 같다.

"이.. 이런걸로.. 나를못막.."

피슉!

"커억!!"

한방더 꽃혔다. 이번거는... 마취제다... 점점 졸음이 쏟아진다... 빌어먹을...

털썩

"재훈군.. 너는 우리를 그냥 따라올줄알았는데 이렇게 반항하다니."

아직 귀에서는 아까 듣고있던 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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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이야!!”

뒤에서 비싸 보이는 장신구들로 도배하다시피 한 척 봐도 돈 많아 보이는 뚱뚱한 아줌마의 외마디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도둑이야!’ 라고 외칠 즈음에는 난 이미 아줌마의 시야에서 사라져 있을 거다. 그래도 마을까지는 뛰어야 한다. 잡히면 그동안의 고생이 물거품이 될 테니까.

“좀 더 쳐주세요. 이번엔 좀 위험했단 말이에요.”

“흠흠, 뭐 물건 상태도 나쁘지 않고 단골이기도 하니 조금 더 쳐주지.”

“에이 쩨쩨하게, 좀만 더요.”

“어허, 더 주면 본전도 안 나온다고. 어차피 장물이잖아. 그 정도도 꽤 두둑하게 쳐준 거라고.”

오래 전부터 항상 훔친 물건을 처분하던 가게에서 훔친 물건을 좀 더 좋은 가격을 받고 처분하려고 어느 정도 실랑이를 벌여보았다. 확실히 가게 아저씨 말대로 장물치고는 상당히 비싸게 사준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냥 투정을 부리고 싶었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아저씨는 더 비싸게 쳐주지 않았다.

“그럼 다음에 또 뵐게요.”

“그때까지 잡히지나 말아라. 예린아!”

“제가 왜 잡혀요! 절대로 안 잡히니까 걱정 마세요!”

가게를 나서는 나에게 아저씨는 항상 저런 식의 말을 붙인다. 뭐, 당연하지만 절대로 잡힐 수는 없었다. 잡히면 분명 소년원으로 갈 것이 뻔했다. 그렇게 되면 하나뿐인 어머니와 동생인 재원이가 굶게 된다. 굶는 게 문제가 아니라 어머니는 돌아가실 수도 있다. 13살이지만 정신지체장애를 겪고 있는 재원이는 아버지를 죽음으로 몬 조폭에 눈에 띄어 앵벌이나 장기 매매나 그런 곳에 끌려가겠지.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없어. 가족들과 나 자신만을 믿을 뿐이야. 그리고 절대로 잡히면 안 돼.’



//////////////////////

“엄마, 저 왔어요. 오늘은 아저씨가 많이 주어서 엄마가 전에 드시고 싶다고 하셨던 킹 크랩 한 마리를 사왔어요.”

나는 방바닥에 누워있는 어머니 곁에 있는 탁자에다 근처 횟집에서 사가지고 온 킹 크랩을 올려놓았다. 포장을 푸니, 횟집에서 막 쪄주었을 때의 온기를 그대로 발산하며 맛있는 향기를 내뿜었다.

“예린아, 언제나 너만 고생시... 쿨럭... 미안하구나.”

“누~아 크다, 마이게다?”

재원이가 냄새를 맡았는지 자다 말고 나와서 탁자에 놓인 빨갛게 익은 킹 크랩을 보며 침을 흘려댄다. 누가 보면 13살로 보이지만, 실상은 정신지체장애로 실제 정신연령은 5세 가량 되는 몸만 큰 아기나 다름없었다. 킹 크랩을 보고 침만 흘리는 재원이를 보며 나는 손수 가위로 킹 크랩의 통통한 다리를 잘라 껍질을 잘라서 속살을 빼내어주었다. 그리고 재원이는 속살을 맛있게 먹었다. 그렇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짧은 세 가족의 행복한 밤은 짙어져가고 있었다.

‘아빠는 하늘에서 어떻게 지내? 난 괜찮아. 아빠를 죽이고 엄마를 이렇게 만든 녀석들은 이제 다 감방에 들어갔으니까. 비록 힘들지만, 난 행복해. 그러니까 아빠도 하늘에서 행복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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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나는 적당한 사냥감을 물색하며 사람들 많은 곳을 돌아다니려고 했었다. 하지만 항상 나가던 거리엔 이상할 정도로 사람이 없었다. 그때 길 바닥에 천 원짜리 지폐가 떨어져 있지 않았다면 난 누군가의 총탄에 의해 죽었을지도 모른다. 천 원짜리 지폐를 줍기 위해 허리를 숙인 순간 바람을 가르는 작은 소리와 함께 총탄이 다섯 걸음 안팎에 픽 박혔다. 그리고 저 멀리에서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다수 보였고 나를 향해 오고 있었다. 볼 것 없이 그들의 반대편으로 도망쳤다.

“하아, 하아...”

뛰고 또 뛰었다. 그리고 나만 아는 길로 들어섰을 때 숨을 거칠게 내뱉었다.

“주, 죽을 뻔했어...”

다리에 힘이 빠졌다. 그리고 달릴 때는 아무 생각 없었던 내 머릿속에는 어느새 죽음의 공포가 밀려들고 있었다.

“서, 설마 마, 말로만 드, 듣던 T, TV 사, 살인쇼이, 인가?”

나와 내 가족이 겨우 살아가는 마을에 TV를 가진 사람은 없다. 구식 라디오라면 가지고 있는 사람이 몇 되긴 하지만, 여하여간 라디오를 통해 TV 살인쇼라고 최근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는 쇼 프로그램이다. 물론 하루하루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나한테는 별로 상관없는 것이라고 생각되어서 소문만 접했을 뿐이다. 단지 소문에 의하면 살인쇼는 매화마다 살인 장소를 바뀌며 참가자들은 살인 장소에서 각자의 사냥감을 얼마나 더 많이 죽이느냐로 승부를 가린다고 한다-설명 : 빈민가에는 이런 식의 소문도 퍼져 있습니다. 뭐 진실은 그게 아니지만...- 라고도 하고 참가자들끼리 서로를 죽이고 죽여 최후에 남는 자가 승리한다고도 하지만, 나는 전자로 생각하고 있었다. 적어도 내가 이 미친 프로에 참가자로 납치당하기 전까지는...

“쥐새끼마냥 도망가는 것 하난 빠르군.”

“불평은 그만두고 빨리 찾기나 해.”

누군가의 말소리가 들린다. 그것도 나만 아는 길에서 내가 숨어 있는 곳으로 오고 있다.
발걸음 소리나 말 하는 사람이나 대충 두 사람인 것 같았다. 이대로는 죽임을 당하고 만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바로 앞으로 뛰쳐나갈 준비를 하였다. 그리고 두 사람이 내가 있는 쪽으로 모퉁이를 틀어서 왔을 때 있는 힘껏 앞으로 뛰어나갔다. 두 사람을 밀쳐버리고 있는 힘껏 달렸다. 뒤에서 두 남자가 무언가를 꺼내드는 소리가 들린다. 분명 총이다. 그리고 그 총으로 날 죽이려고 할 것이다.

“이런, 또 사라졌잖아.”

“제기랄, 그냥 얌전히 맞을 것이지. 또 어디로 도망간 거야.”

“쳇, 어쩔 수 없군. 이렇게 되면 위성추적이라도 해야지 안 대겠군.”

여러 소리가 들린다. 위성추적인지 뭔지라는 말까지 들린다. 하지만 위성이라도 날 찾아내지는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곳의 길은 내 손바닥 안이다. 아무리 위성의 도움을 받는다 해도 쉽게는 안 죽어.

“저기다. 포위해라.”

다음 모퉁이를 돌 때, 갑자기 사람들이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여럿 보였다. 그 사람들은 나를 발견하자 전부 총을 꺼내들었다. 나는 잽싸게 옆길로 빠져들었다. 그리고 요리조리 길을 막 뛰어다녔다. 숨이 턱턱 막힐 만큼 뛰었을 무렵, 내 앞에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한명 턱 나타났다. 당연히 총을 꺼내들려고 했다. 어디로 도망갈 길은 보이지 않았기에 그대로 박았다. 그리고 그 사람의 총을 빼어들었다. 하지만 바로 도망가야 했다. 뒤에서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또 다시 나타났기에 총만 빼들고 도망가야 했다. 협박을 한다고 해도 씨도 안 먹힐 것이 뻔했고, 저들은 프로였다. 협박하는 나는 쥐도 새도 모르게 뒤통수에 총탄이 박힐 것이다.

“허가가 내려졌다. 쇼를 진행시킬 때 지장이 없는 한도 내에서 알겠나?”

“라져.”

뛰는 와중에서 뒤에서 그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겐 좋은 일은 아닐 것이다.

탕.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아닌, 진짜 총 소리가 났다. 그리고 내 뒤에서 총탄이 튀는 소리가 났다. 이제 본격적으로 사냥을 하겠다는 건가 보다. 뛰었다.

“거기까지다.”

갑자기 내 앞에 총을 든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한명이 보였다. 난 그대로 밀치고 나아갔다. 탕 소리가 들려왔다. 총탄이 벽에 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어딘가에 박히는 소리가 나면서 왼쪽 눈에 시야가 갑자기 컴컴해졌다. 따가 왔다. 왼쪽 눈이 뜨거웠다. 그리고 굉장히 아파왔다. 다리에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대로 난 넘어졌다. 오른손을 왼쪽 눈에 가져다 대었다. 기분 나쁜 붉은 선혈이 묻어나왔다. 누군가가 내 머리 위에다 구두를 신은 발을 올려놓고 또 다른 누군가가 또 한 발로 내 등을 밟고 있었다.

“여기는 알파. 14번 참가자는 포획했다. 포획하기 위해 할 수 없이 상해를 입혔지만 쇼를 진행하는 데에는 별 지장이 없을 것 같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 죽이는 게 아닌 건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며 목에 뭔가가 꽂히는 아픔이 느껴졌다.
오른쪽 눈꺼풀이 무거워진다. 하지만 왼쪽 눈은 계속 아파왔다. 너무 아팠다. 왜 내가 이런 일을 당하는 걸까? 설마 나 같은 범죄자 하나 잡으려고 이러는 것은, 아니 그보다 참가자 포획이라니.

‘죽으면 안 돼. 죽는 건 싫어. 죽으면 엄마랑 재원이가 굶어 죽어. 그러니까 죽으면 안 돼...’

내 의식은 완전히 끊어졌다. 하지만 왼쪽 눈에 아픔은 끊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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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전에 TV 살인쇼 제 10회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왼쪽 눈에 피 묻은 안대를 하고 있는 난 참가자들의 제 일 순위 목표가 되어 쫓기고 쫓겼다. 가장 만만하게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도 왼쪽 눈이 미치도록 아프다. 거기다 아직 아물지 않아 피가 흐르고 있었다. 제 10회가 내가 납치당하고 이틀 후에 시작되었으니 제대로 치료 따위를 해주었을 리가 없었다. 그리고 도망치고 또 도망치다 결국 누군가의 총탄에 오른쪽 어깨를 맞았다. 쓰러지는 나를 덮치는 한 뚱뚱한 아저씨가 있었다.

“크크크... 이런 이번에 참가자들은 납치당할 때 수모를 겪었나 보군? 적당히 반항하면 몇 대 맞는 걸로 끝나는데 총까지 꺼낼 정도면 얼마나 반항했을라나? 뭐 상관없지. 신 예린이라고 했나? 어 이런 얼굴 표정을 보니 어떻게 아냐고 묻는 표정인데, 쇼가 시작되기 전에 전 회에서 살아남은 자들에게도 새로 참가하는 참가자들의 명단을 친절하게 알려주거든. 그리고 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TV 살인쇼를 녹화해 둔 것을 집에서 감상하다가 갑자기 정신이 흐려진다 했더니 정신 차려보니 글쎄 제 5회 TV 살인쇼에 참가자로 납치당한 거지. 그리고 지금껏 살기 위해 여러 추잡스런 짓도 해가면서 다른 참가자들을 죽였지.”

그 뚱뚱한 아저씨는 내 몸을 더듬으면서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중요한 건, 넌 오늘 아쉽지만 죽는 다는 거야? 그리고 너를 죽이기 전에 난 친절하게 어른의 밤이란 뭔지 가르쳐 줄 생각인데, 어때? 기대대지?”

그 뚱뚱한 아저씨는 내가 입고 있는 상의를 냅다 잡아서는 찢어버렸다. 그리고 드러난 내 몸을 더듬으며 그 혀로 핥기 시작했다.

‘싫어... 이런 건 싫어... 죽기 싫어... 죽으면 안 돼... 싫으면 죽이면 돼... 그게 이 쇼의 규칙이잖아...’

푹, 푹푹푹푹...

머릿속이 새하얗다. 내 왼손의 들린 칼은 끊임없이 내 몸을 누르고 있는 뚱뚱한 아저씨를 찌르고, 또 찌르고 계속 찌르고 있었다. 붉은 피가 마구 튀었다.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내 몸은 피로 뒤범벅이 되어 있었다. 뭔가 위에서 울컥 올라오는 것이 있었다. 속이 잔뜩 메스꺼웠다. 토했다. 왼쪽 눈과 오른쪽 어깨가 아파왔다. 제대로 정신을 추스를 틈도 없이 누군가의 총탄이 머리카락을 스쳐지나갔다. 고개를 돌려보니 저 멀리 건물 위에서 길다란 총을 든 누군가 있었다. 그리고 그 얼굴은 10회가 시작되기 전에 봤다. 26번 참가자 김지훈, 나이 17세, 취미는 FPS 게임... 그리고 무엇보다도 특기-게임에서는- 헤드 샷... 헤드 샷이 뭔지 모르는 내게 교관이 친절하게도 머리 조준이라고 알려주었기에 헤드 샷이 대단히 무서운 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난 그 헤드 샷을 현실에서 당하고 죽을 뻔한 것이었다. 다시 장전하는 것이 보였다. 난 무조건 뛰었다. 다행이도 내 두 다리는 다치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죽으면 안 돼... 꼭 살아서 돌아가야 해... 하지만 누구를 죽이는 것도 무서워... 그렇지만, 죽는 건 더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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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5회 참가자이자 10회까지 살아남았던 11번 참가자 오승환 씨가, 이번 10회 참가자인 14번 참가자 신 예린 양에게 무참히 피 떡이 되었군요. 이걸로 10회 참가자 중 제일 먼저 그것도 10회까지 살아남은 11번 참가자 오승환 씨를 죽이고 첫 1 Kill을 달성합니다만, 아 방금 전 26번 참가자 김지훈 군이 14번 참가자 신 예린 양에게 헤드 샷을 시도합니다만, 역시 게임과 현실은 다른 모양인지, 아니면 손이 덜 풀렸는지 애석하게 빗나가버리는 군요.”

MC가 시청자들에게 화면을 리플레이하면서 다시금 설명하기 시작한다.

“에 그러니까, 5회 참가자이자 이번 10회까지 살아남은 참가자 중 한명인 11번 참가자 오승환 씨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말입니다, 전형적인 엘리트 변태라고 단정 지을 수 있겠습니다. 뭐 아쉽게도 엘리트들은 어딜 가든 주변에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으니 대 놓고 변태짓을 할 수 없지요. 이런 케이스들이 주로 원조 교제를 하고 사회적으로 물의를 많이 일으킨다고 하지요. 개인적으로 11번 참가자 오승환 씨에 죽음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제 더 이상 오승환 씨에 변태 쇼를 감상할 수 없게 되어 시청자들에게 추가 서비스를 드릴 수 없게 되었으니까요.”

“아, 그 점에 관해선 저도 참으로 유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남은 참가자는 9회까지 살아남은 참가자와 이번에 참가한 참가자까지 합쳐서 38명이군요. 자자 이번엔 또 누가 죽어나가는 지 한번 예상을 해볼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14번 참가자가 제일 먼저 죽을 거 라고 예상했습니다만 제일 먼저 1Kill을 달성하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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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기랄...'

지훈은 게임에서처럼 아래에서 움직이는 표적들을 맞추기 위해서.아니,죽이기 위해 이 주변에서 가장 높은 건물을 찾아내어 옥상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신예린이라는 아이를 쏘고,덮치려던 남자를 죽이려 했다.하지만 예린은 그 남자를 죽였고,그의 표적은 예린이라는 아이로 바뀌었다.그런데 예린이 죽인 남자가 걸림돌이 될 줄은 몰랐다.

'역시...현실은 게임과 달라.'

지훈은 속으로 올라올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제자리에서 주저 앉았다.게임에서 피 한방울조차 나오지 않는 케릭터들과 현실에서의 진짜 사람은 역시나 달랐다.비록 멀리서 지켜보기만 한 것 일지라도,사람이 죽는 것을 지켜보는 일은 너무나 끔찍한 기분을 안겨주었다.

'젠장.겨우 이따위거에.내가 살아가는 이유를 알기 위해 참가하고 싶었던 거잖아 ? 내가 죽일 놈들은 아직도 널렸어 ! 여기서 이러고 있을 여유따윈 없어 ! '

그는 간신히 몸을 추려 다시 일어나 저격총을 보았다.

'...그런데 교관 녀석...그깟 걸로 자신이 규칙위반을 하다니.뭔가 이상해. '

       ***

"일어나! 일어나! 이 쓸모없는 인간들아!"

여기 저기 드러누워 자고 있는 20여명 정도의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정가운데에서 쓸모없는 인간들이라고 외치는 군복을 입은 남자와 정사각형의 방을 둘러싼 군인들.그들이 들고 있는 검은 소총은,방금 일어난 사람들에게 위압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모두 지금 상황은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 하지만 가끔식 그 유명한 TV 살인쇼를 모르는 찐따들을 위해서 약간의 설명을 해주마."

일어난 사람들은 대부분 상황을 눈치채고 벌써부터 경계하고 있는 눈초리였다.교관은 그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자신이 할 이야기만 계속 하였다.

"아까 말했듯이 너희들은 'TV 살인쇼'의 출연자다!"

대부분은 이미 알고 있었기에 교관의 말에 시큰둥했으나,몇몇 사람들은 얼굴에 두려움의 빛이 역력했다.

"너희들의 몸에는 촬영을 위한 초소형 마이크로 어쩌구 하는 카메라가 붙어있다.그렇다고 그걸 찾으려고는 하지마라.그걸 찾으려하거나,수상한 행동을 하면,곧바로 우리가 너흴 죽이러 갈것이다."

교관은 '죽이러 간다'라는 말에 힘을 주어 말했다.사람들은 그들을 둘러싼 군인들의 소총을 보며 그의 말이 진심이라고 느꼇다.

"탈출하려고 해도 죽는다.살기 위해서는 죽여라."

그의 말을 듣고 지훈의 얼굴에서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그래.내가 원하는게 그거야.'

교관이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무기는 여러 곳에 숨겨져 있으니 잘 찾아내서 상대를 효과적으로 죽이길 바란다.상대를 얼마나 제압하느냐에 따라서 무기의 등급이 나뉜다.A,B,C,D.A가 가장 높고 총기류가 이에 속하며 가장 찾기 힘든 등급이다."

사람들은 교관의 말에 거의 신경쓰지 않고 있었다.대부분 TV 살인쇼를 봤기때문에 이미 규칙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그러나 지훈은 달랐다.납치되기 전에 MP3의 라디오로 TV 살인쇼의 생중계를 들으며 '새로운 규칙'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새로운 규칙이 있다는 것만 알뿐,세세한 내용을 모르는 그는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그리고 기한은 한달이다.하지만 일주일에 한번 너희들같이 새로운 참가자들이 추가되지.가능한 빨리,많이 죽여 살아남아라.이상,규칙에 대한 설명은 끝났다."

'끝났다 ? 새로운 규칙은 ?'

이상하게 여긴 지훈이 교관에게 물었다.

"새로운 규칙은 설명하지 않습니까 ?"

교관은 약간 놀라는듯 하였지만,이내 침착한 얼굴로 그를 향해 말했다.

"어떻게 그걸 아는지는 모르겠지만,알 필요 없다.시청자들만이 알고 있으면 되는 규칙이니까.내가 너무 시간을 많이 잡아 먹은것같군.김지훈을 제외한 모든 참가자들을 뿔뿔히 흩어트려라.게임을 시작해야지.지훈군과는 약간 대화를 나누고 싶군."

교관의 말에 따라 방을 둘러싼 수십명의 군인들은,거칠게 (지훈을 제외한)참가자들을 몰아 붙여 방을 나갔다.그리고 교관과 지훈만이 남았다.

"...새로운 규칙을 어떻게 안지 나는 모른다.하지만 이것만은 말해 두고 싶군.새로운 규칙에 대해 다른 놈들에게는 말하지마라.그럼,너도 죽을테니까.입막음의 대가로 네가 원하는 무기를 하나 주도록 하지."

'처음부터 무기를 가지고 시작한다라...나쁘진 않군.'

지훈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 -

  멀리서 난데없이 총성이 영희에게 들려왔다. 영희는 고개를 움츠리지도 눈을 감지도 않은채, 태연하게 앞으로 앞으로, 이 대 도시의 가운데에 있는 공원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교관이 나누어준 지도가 영희의 왼 손에 들려있었다. 영희의 오른손에는……녹슨 못이 한가득 들려있었다.


  "내가 널 죽이지 않으면 네가 날 죽일거야!!!"

  옆에서 별안간 큰 소리가 들려왔다. 영희는 뒤돌아보지도 않았지만. 영희의 옆쪽에서 두 사람이 엉겨있었다. 영희는 그들을 지나쳤다. 곧이어 뭔가 찢기는 듯한 소리. 그리고 비명. 애원. 처참한 몇십초의 시간이 지나자 비명은 뚝 끊겼고, 아까의 큰 소리를 낸 장본인이 이번에는 영희에게 덮쳐들었다.

  "으아아악!!"

  그는 숫제 소리를 질러댔다. 그는 끝에 재크나이프가 달린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덤벼들었다. 영희는 그가 휘두른, 쇠파이프의 끝에 달린 재크나이프를 손으로 막아냈다. 영희의 손에서 빨간 피가 번져나왔다.

  그가 잠시 당황하나 싶더니 정신을 차리고 영희의 손아귀에서 무기를 뺏기 위해 마구 쇠파이프를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영희의 손, 살 속으로 재크나이프가 더 깊숙히 들어갔다. 영희는 비명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영희는 눈도 깜짝하지 않고 재크나이프를 쇠파이프에서 분리했다.

  경쾌하게 뚝 하는 소리가 나나 했더니 다음순간 멍하게 파이프를 들고 있던 사내가 뒤로 벌러덩 넘어졌다. 그의 미간에 꽂힌 재크나이프로부터 한줄기 선혈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영희는 다시 공원으로 발을 질질 끌며 향했다. 그녀의 뒤에서 두 구의 시체가 싸늘하게 죽음을 맞이하고 있었다.





  영희는 마침내 분수가 하늘높이 솟구치고 있는 공원에 도착했다. 영희는 차분하게, 벤치에 앉았다. 그리고 한동안 분수를 구경하고 있었다. 별안간 뒤에서 뭔가가 휙 하고 영희의 무릎으로 떨어졌다.

  다이너마이트.


  영희는 그것을 들고 침착하게 분수에 집어넣어 도화선을 젖게 했다. 뒤에서 당황한 듯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의 장본인은 정신없이 반대편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여자였다. 그녀는 한동안 달아나다가 어디에선가 날아온 총탄을 머리에 맞고 고꾸라졌다.

  영희는 이번엔 천천히 그녀의 시체에게로 다가갔다. 옆으로 총탄이 날아와 땅에 푹푹푹 박혀대고 있었지만 영희는 교묘하게 맞지 않고 있었다. 순간 총탄 중 하나가 영희의 어깨에 박혔다. 그러나 영희는 역시 아무런 미동도 보이지 않고 총탄을 맞고 죽은 여자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녀의 재킷 안감으로 손을 집어넣어 태연자약하게 라이터를 빼들었다. 영희에게 무차별 연사는 계속되고 있었지만 영희가 맞은 총탄은 딱 한 알 뿐이었다. 영희는 녹슨 못이 가득 든 통과, 라이터를 소중하게 안에 품고 천천히 미끄러지듯 이번에는 대도시의 3번 거리로 향하기 시작했다.



  2시간 여 후 비어있는 한 가택에서 영희는 쓰러지듯 잠이 들었다. 족히 몇시간은 지난 후, 빈 가택의 문을 벌컥 열고 누군가가 다가왔다. 아니, 그들은 다수였다.

  그들 중 한 사람이 말했다.

  "얼레? 여자?"
  "어깨랑 손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걸 보니까 저항은 못하겠군."
  "그래도 불안해요.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르잖아요?"

  두 남자와 한 여자.

  그들은 영희를 툭툭 쳐보고 영희를 사살하기로 마음먹었다. 비록 영희는 몰랐지만 그들은 7회때부터 서로 팀을 결성해 생존해 온 서관희, 임창현, 오미연이었다. 영희가 부스스 눈을 뜨며 품을 뒤적였다. 가택에 있는 세 사람은 무시하고. 한 남자가 기가 차다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뭐야, 이 여자. 우리 기지에 들어온 걸 알기나 하는거야?"
  "됬어. 그냥 죽여."

  철컥.

  다른 남자가 총을 장전해 영희에게 들어섰다. 영희는 천천히, 총구를 무시하고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 남자는 엉겁결에 영희에게 총을 쐈다. 강한 총성과 함께 영희의 어깨에 구멍이 뚫렸다. 영희는 그순간 질질 끌던 발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그녀의 텅 빈, 공허한 눈동자를 본 세사람은 경악했다. 그래서 미처 손을 쓰지 못하고, 영희가 이제 마른 다이너마이트의 도화선에 불을 붙이고, 어떤 통에 그것을 집어 넣은 다음 그것을 얌전하게 자신들의 앞에 가져다 놓고 유유히 3번 도로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지 못했다.



  쾅-

  다음순간, 그들은 갈갈히 찢긴 시체일 뿐이었다.


- -


"형?"

10살 정도 되어보이는 소년의 말에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성이 뒤를 돌아 소년을 바라봤다. 남성의 손은 피로 물들어 있었고, 남성의 옆에는 이젠 숨쉬지 않는 40대의 여성이 쓰러져 있었다. 그녀 아니 그 것은 정확히 명치부위에 칼이 꽂혀 있었다. 하지만, 더 끔찍한 것은 갈기갈기 찢어진 듯한 얼굴. 남성은 소년을 끌어앉았다. 소년 역시 남성이 안아주는 것을 편안히 느꼈다. 그러다가 소년은 남성의 귀에 대고 살짝 말했다.

"의사인데..."

남성의 눈이 순간 커졌다. 그러더니 하얀 가운이 등과 배가 피로 물들기 시작했다.

"사람을 죽이는 거야?"

남성은 저항을 하려고 하자 소년의 눈빛이 돌변했다.

"나처럼..."


순간 안조민은 눈을 떴다. 그는 악몽에 시달렸다. 교관과 함께 있을 때는 벌써 그는 제정신을 차리지 못 했다. 스스로 주사한 것이지만, 약은 꽤나 독했다. 교관이 뭐라 뭐라고 한 뒤 서로 흩어졌다. 그 역시 흩어지는 사람 중 하나였다.

도시, 그러나 도시가 아닌 곳. 뭔가 괴이하게 되어있는 곳이라는 것을 느꼈다. 그러고는 주변을 살피더니 말했다.

"페이지 293, 장소 설정 B-24의 '심장의 파멸' 도시다."

그는 마치 공모전때 보냈던 것의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는 듯 했다. 그는 어디론가 걸었다. 하지만, 보이지 않게 걸었다. 최대한 벽에 붙어 있었다. 그가 걸어갔던 곳에 간의 화장실이 있었다. 그는 살짝 만족한 표정을 했다.

"역시, 설정 대로야."

그가 간의 화장실을 열자 변기 하나만 있었다. 그는 변기 등받이의 뚜껑을 열었다. 보통 변기의 구조와 같았으나, 그 안에는 벽돌이 하나 있었다. 그는 벽돌을 들고 나와서는 바닥에 내리쳤다. 벽돌은 너무나 쉽게 깨지더니 그 안에는 낚시줄과 같이 얇은 줄이 감겨 있는 것이 있었다. 그는 그것을 조심스레 들었으나, 실에 손을 베이고 말았다.

"...안전장치 확보."

그러고는 그는 동쪽으로 걸었다. 동쪽에 이상한 동상이 있었다. 10살 정도로 보이는 소년의 동상이었다. 그는 그 소년을 응시하다가 또 어디론가로 걷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어떤 건물에 들어갔다.

그 건물은 겨우 4층짜리 건물이었는데, 1층을 들어가는 데는 제한이 없지만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철문이 있었고 철문을 열려면 숫자를 입력하는 방식의 좌물쇠가 있었는데, 그 좌물쇠는 많은 물리적 충격을 받은 듯 했지만, 기능에는 이상이 없어보였다.

그는 바닥을 살펴봤다. 바닥에는 일정 간격의 거리를 유지하며 두 줄이 파여있었다. 그는 문에서 벽돌을 깨 얻은 실뭉치를 바닥에 내려놨다. 낚시줄같이 동그랗게 말렸던 줄이 바닥에 홈을 따라 움직였다. 그러더니 바닥에서 여러번을 왔다 갔다 거리더니 2층 계단으로 가는 철문 앞 벽에 부딪히면서 줄이 다 풀렸다. 그는 길을 감아놨던 플라스틱의 동그란 패만 들었다. 바닥에 실이 풀리며 남긴 모양은 1457542784―비록 실이 약갈 흐트려져서 1452542284처럼 보였지만, 실이 풀리면서 남긴 모양은 그 것이 확실 했다―였다.

그는 그 패를 두개로 나눠서 한 쪽을 들고 문에 가서 실끝을 연결해 당기고는 철문에서 끝난 실쪽으로 가서 남은 한 개로 실을 또 당겼다. 잘은 보이지 않았지만 날카로운 실이 바닥으로부터 10cm정도 떠 있었다. 그는 뭔가를 실험하듯 철문 앞에서 그 패를 밟아 쓰러트렸다. 실들은 바닥에 그대로 가라앉았다.

그는 철문 앞에 좌물쇠에 1452542284를 입력했다. 문은 열렸다. 2층으로 올라가자 아무것도 없는 방이 있었다. 3층에는 비록 흰 천으로 썼지만 시체 냄새가 진동했고 4층에는 영상관리실인지 테이프들이 많았으나, 모든 테이프가 늘려져서 짤려있었다.

그는 2층으로 돌아와서는 아무것도 없는 바닥에 누웠다. 그러고는 잠시 머리를 식혔다.

'B-24 심장의 파멸에는 여러 물건들이 이용되어야 효과를 낼 수 있는 물건들도 있어. 여태까지 많은 참가자들의 무기는 1차적으로 사용할 뿐 그걸 이용하는 방법은 거의 보지 못 했다. 지금 내 주머니에 있는 건 먼지뿐. 하지만, 이 머리 안에 설정들을 다 외우고 있어. 하지만, 참가자들의 행동으로 인한 변수가 많아. 엄청난 운이나 머리가 없다면 얻을 수 없는 것들을 주로 타겟으로 하자.'

안조민은 다시 악몽 때문인지 잠을 들지 못 했다. 하지만, 악몽보다 더 한 것이 있었다.



"문이 열려 있어!"

20대의 중반으로 보이는 남성이었다. 그는 안조민을 미행하다 그가 들어간 건물을 봤다. 평소에 자신이 알던 것과 달리 2층의 두껍던 철문이 열려 있는 것이었다. 남성은 뭔가 있을 거라는 느낌에 아무렇게나 발을 내딛었다. 그 순간 자신의 발에 고통인지도 모를 강한 고통이 느껴졌다. 발은 그대로 실모양대로 썰려있었다.

"으아아아아아악!"


남성의 비명에 안조민을 눈을 떴다. 처음부터 자고 있지는 않았으나, 자신이 저지른 일이 어떨지가 궁금하기도 하였다. 그는 2층에서 계단을 내려갔다. 비명소리는 어느 정도에서 끊겼다. 그가 계단을 다 내려가자 실때문에 썰려있는 고기 덩어리밖에 볼 수 없었다. 그는 약간은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냥 서 있었더라면 발은 구할 수 없더라도 목숨을 살릴 수 있었을 텐데."

그는 저항하며 말리면서 썰어버리는 실이 붉어진 것을 봤다. 그는 철문 앞에 패를 눌렀다. 실을 가라앉았다. 그는 손으로 아무렇게나 썰려버린 고기를 치우면서 실을 최대한 건들지 안도록 조심했다. 바닥에 가라앉아있어서 말리거나 하지는 않지만 쉽게 베일 수 있기때문이었다. 그는 고기덩어리들을 밖에 던져버렸다. 그러고는 하늘을 봤다.

"안조민..."

다시 그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이 하던 일을 알던 거였는지 고기 덩어리들을 밖에 던져버리고는 옆 건물에 설치된 수도꼭지를 틀더니 자신의 옷을 적셨다. 그러고는 건물로 다시 돌아가 자신의 옷을 짰다. 물에서 나온 물이 실의 피를 씻어냈다. 그는 다시 철문쪽으로 걸어가더니 패를 다시 세웠다. 그러자 다시 실은 공중에 떠있었다. 그는 철문을 닫고는 올라갔다.



"생각보다 꽤 하는 데요."

귀에 헤드셋을 쓴 남자가 말했다. 그러자 모니터를 지켜보던 여자가 말했다.

"너무 간단히 죽이지 말고 두뇌플레이도 해달라는 odwhofnons라는 닉네임의 글이 올라와서 저 녀석을 출연시켰는데, 꽤하는 데."

"다른 사람에게 불리하지 않나요?"

남자의 말에 여자가 웃으며 말했다.

"걱정마, 그가 이 심장의 파멸에 대해 다 알고 있다고 해도 놀라지는 않지만. 그를 스스로 죽일 장치는 충분히 되어 있어."

"아, 출연자로 가장해서 그를 죽인 생각인건가요?"

"그거야, 상부에서 알겠지만 이미 이쪽의 준비는 그게 아냐."

"그러면 뭐죠?"

남성의 물음에 여성은 모니터에 비친 '안조민'이라는 말만 반복하는 안조민을 보고는 웃으며 말했다.

"다른 출연자가 죽이던 상관없지만, 생각해봤어? 자살이라는 거."

"제 1회 서재 양이 공포에 자살 했었잖아요."

"아니, 아주 재밌을 테니까. 나중에 기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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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냐, 여기는.

  “일어나, 일어나!  이 쓸모없는 인간들아!”

  민준은 시끄러운 소리에 아랑곳 하지 않고 그대로 몸을 소리가 나는 쪽의 반대편으로 돌린다.  동시에 갑자기 그의 등에 강한 타격이 느껴진다.

  “이 쓰레기 자식이, 일어나라는 소리가 안 들려?!”

  민준은 얕은 신음소리와 함께 한 손으로 등을 문지르며 천천히 일어난다.  눈을 힘겹게 떠보니 웬 낯선 사람들이 모여 있다.  자신을 포함한 20여명 쯤 되는 가지각색의 사람들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며 풀린 눈으로 허공을 보고 있었고, 총을 들고 있는 남자들은 험악한 표정으로 그를 노려보고 있다.
  ..  제대로 오긴 왔나보다.  근데 정신병원이라기 보단 교도소라는 느낌이 든다.

  “모두 지금 상황은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갑자기 양복을 입은 한 남자가 소리친다.  주위에 총을 지닌 사람 둘이 그를 보호하고 있지만 정작 그는 무기가 없는 듯하다.  그는 젤을 쳐 바른 자신의 기름덩이인 머리를 뒤로 넘기며 느끼한 웃음을 지은 체 당연한 말을 잊는다.
  근데, 미친놈들한테 너희의 상황을 아느냐, 하면 안다고 하는 놈들이 얼마나 될까?

  “하지만 가끔 씩 그 유명한 TV 살인 쇼를 모르는 찐따들을 위해서 약간의 설명을 해주마.”

  ..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저 남자?  TV 살인 쇼가 뭐야?  
  물론 이것은 민준이 TV를 보지 못했다는 것이 아니다.  고아원 역시 TV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공통으로 보는 것인 만큼 볼 수 있는 시간대가 정해져 있는 것이다.
  고로 심야에 방송되는 TV 살인 쇼는 민준에겐 없는 방송이나 다름없다.
  
  "아까 말했듯이 너희들은 'TV 살인쇼'의 출연자다!  너희들의 몸에는 촬영을 위한 초소형 마이크로 어쩌구 하는 카메라가 붙어있다.  그렇다고 그걸 찾으려고 는 하지마라. 그걸 찾으려하거나, 수상한 행동을 하면, 곧바로 우리가 너흴 죽이러 갈 것이다.  탈출하려고 해도 죽는다. 살기 위해서는 죽여라.  무기는 여러 곳에 숨겨져 있으니 잘 찾아내서 상대를 효과적으로 죽이길 바란다. 상대를 얼마나 제압하느냐에 따라서 무기의 등급이 나뉜다.  A,B,C,D.A가 가장 높고 총기류가 이에 속하며 가장 찾기 힘든 등급이다...  그리고 기한은 한 달이다.  하지만 일주일에 한번 너희들같이 새로운 참가자들이 추가되지. 가능한 빨리, 많이 죽여 살아남아라. 이상, 규칙에 대한 설명은 끝났다."

  ..  민준이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저 사람도 같이 미친 것이 아닐까, 의심이 든다.
  하지만 주위의 다른 사람들은 어느 정도 수긍하고 있는 듯 했다.  오히려 몇몇은 미소를 짓기도 했다.
  ..  여기, 도대체 어디지?

  "새로운 규칙은 설명하지 않습니까?"

  그의 앞에 있는, 자신과 나이가 비슷할 것 같은 놈이 갑자기 묻는다.  양복 입은 놈의 얼굴이 조금 뒤틀린다.

  "어떻게 그걸 아는지는 모르겠지만, 알 필요 없다. 시청자들만이 알고 있으면 되는 규칙이니까. 내가 너무 시간을 많이 잡아먹은 것 같군.  김지훈을 제외한 모든 참가자들을 뿔뿔이 흩어트려라. 게임을 시작해야지. 지훈 군과는 약간 대화를 나누고 싶군."

  뭐?  게임?  이 사람들이 진짜 장난하나, 규칙은 또 뭐야.  젠장, 사람 열 받게 하는군.

  “자자, 어서들 가!  아니면 지금 당장 여기서 죽여 버린다!!”

  그 남자가 지훈이란 놈을 데리고 어디론가 가버린 후, 소총 든 사람 한 명이 매섭게 소리를 지르며 소총을 휘두르자 사람들이 허겁지겁 출구로 나간다.
  ..  하지만 나가야 되는 이유를 모르는 민준은 그저 그 자리에 앉아 있다.

  “..  너 이 새끼 뭐야?  빨리 꺼지라고!!”

  민준은 그들을 병신 보듯 인상을 찌푸리며 올려다본다.

  “야, 이 새끼 안 되겠는데.  손 좀 봐줘야 갰어.”

  몸이 우락부락한 짧은 검은 머리의 남자가 소총을 옆에 있는 사람에게 건네주더니 주먹을 쥔 체로 민준에게 걸어온다.
  여기가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싸움을 건다면 받아주지.
  민준은 자기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그에게 달려간다.  갑작스런 그의 행동에 그 남자는 제대로 자신을 방어하지 못하고 그대로 안면을 공격당해 뒤로 엎어진다.
  주위의 남자들이 자신들의 소총을 민준에게 조준한다.
  저 총이 가짜든 아니든, 민준은 그 자리에서 그대로 멈춘다.
  머리가 턱까지 내려온 남자가 차가운 눈으로 말한다.

  “..  네가 지금 상황판단이 제대로 되지 않는 모양인데, 정신이 아주 번쩍 들게 해주지.”

  그는 출구로 빠져나가는 맨 마지막 여자의 다리에 자신의 소총을 조준한다. 그가 방아쇠를 당기자 요란한 소리를 내며 총탄들이 그녀의 다리를 피떡으로 만들어 놓는다.  총알에 맞은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피가 흥건한 바닥에 넘어져 신음한다.  그녀의 앞에 가던 사람들은 눈이 커지더니 달려 나가기 시작한다.
  민준의 목구멍으로 대량의 침이 넘어간다.

  “조금 알겠어?  너희 같은 거, 이거 몇 방 조금 갈기면 인생 바이바이라고.  알아서 기어.”

  그는 자신의 얼굴을 민준에게 조금 더 가까이 댔다.

  “내가 왜 굳이 저 년을 쐈는지 알어?”

  민준은 그를 노려본다.

  “네 녀석은 상품가치가 있거든.  상품가치가 있는 녀석들은 이 쇼를 더욱 더 흥미롭게 해주지.”

  그는 혀로 자신의 입가를 적신다.

  “시청자들은 그저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것을 보고 즐거워하지 않아.  처음에나 조금 흥미로워 하지.  하지만 금방 식상해버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저런 거야.”

  그는 소총으로 아직도 울고 있는 그녀를 가리켰다.

  “약자가 울부짖는 고통, 막막함, 절망...  이것이 시청자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다.”

  그는 다시 소총을 그에게 겨눈다.

  “그리고 너 같은 놈들이 그것을 사냥감에게서 뽑아내는 것이다..  그래, 넌 사냥꾼이다.”

  그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사악한 미소.

  “우리는 사냥 당하는 볼썽사나운 쓰레기들에게 카메라를 맞춘다.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 표정 하나하나를 시청자들이 관찰할 수 있도록 해주지.  사냥꾼이 한 발자국씩 접근해 올수록, 그들의 모든 것엔 공포란 것이 실린다.  시청자들은 그때부터 즐거워하기 시작하지.”

  그는 낮게 웃기 시작한다.

  “깨끗한 척 하지만, 모든 인간들은 어차피 약자를 괴롭히는 것을 즐거워하는 것들이지.  그것은 욕구다.  인간이 섹스를 안 하면 괴롭듯이, 약자가 공포에 지르는 것을 천천히 감상하는 것, 이것은 인간의 본능이야.  그리고 이 쇼는 현실에선 조금 밖에 이루어 질수 없는 그 욕구를 최대한 충족시켜주지.”

  그는 민준의 어깨에 손을 올리곤 가만히 속삭인다.

  “..  너도 사람을 죽여 봐서 알겠지?  인간이 죽음에 닥쳤을 때 어떤 행동을 보이는지.”

  민준의 눈이 커진다.

  “자기 자신은 아마 받아들이고 싶진 않겠지만, 느꼈을 거야.  그 오르가즘을.  여기서, 넌 마음껏, 자유롭게 그 것을 다시 느낄 수 있다.  어때?  네 녀석도 사실은 좋아하잖아.  살인.  시청자는 네 녀석이 살인 하는 것을 즐기고 네 녀석은 살인 자체를 즐긴다.  괜찮잖아?  이런 거.”  

  그는 다시 민준에게서 떨어져 소총을 겨눈다.

  “뭐, 아니라고 해도 상관은 없지만.  로마에선 로마법을 따라라, 이지?”

  그는 소총으로 출구를 가리킨다.  민준은 가만히 그를 노려보다 이내 등을 돌려 출구 쪽으로 걸어간다.
  그는 이제 확실히 알았다.  어떻게 되었든 그는 정신병원에 온 것이 아니다.  하지만 미친 자들이 모인 곳이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미친 것은 그들이 아니다.
  미친 것은 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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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다 죽여야 빠져나갈수 있다고?"

"그렇다."

내가 들은 이 프로그램은 확실히 내 예상을 뛰어넘었다. 일단 몇명이서 죽이면 끝나는 게임인줄 알았는데, 일주일간 또다른 인원이 추가된다는 것이다. 맵은 이곳 전체. 정말 광대하다. 어떻게 사용하면 지형적 조건을 이용한 작전도 가능할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어떤 한 무대에서 싸우는줄만 알았는데..

"우승확률은 아마 1/50 정도 되겠군."

"그럴지도 모르겠지."

"나에게 배정된 무기는?"

"...?"

뭐야. 처음시작할때 무기조차도 주지 않는거냐?

"뭐. 좋아. 그러면 나는 가보겠어. 참. 우리 부모님들은?"

"이런말 하기는 뭐하지만, 네녀석이 싸우는 모습을 즐기고있다. 물론 막대한 상금이 그곳에 지급됬으니까, 생활은 한층더 편리해졌다고 봐야하나?"

쿠.. 쿠쿡.. 쿠쿠쿡.

웃었다. 결국 나는 부모님들의 희생양이었다 이거구나. 배신감. 어디서도 느껴보지 못한. 그런 배신감이었다. 어차피 여기서 우승한 자는 살인귀로 변해버릴 것이다. 아마 내가 살인귀로 변해버린다면. 죽일 목표가 하나, 아니 둘이 생겨버린 셈이다.

"어머 재훈아. 니가 우승했다는 사실에 너무 기쁘단다. 우린 니가 죽을까봐 너무 걱정했단다."

쓰레기. 그런거짓말을 뱉을것이 뻔하다.

"그럼.. 이제 무얼하지?"

본부(?)에서 빠져나온 나는 일단 그곳을 샅샅이 찾아보기로 하였다. 어디. 어딜 잘 찾아보면 무기가 있으리라. 하다못해 손잡이가 있는 목검이라도 있으면 나에게는 크나큰 도움이 될것이다. 그것도 안된다면 각목이라도..


얼마후


"체엣"

수색해 보아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 지금 까지 찾은 수확으로는... 10원짜리 동전... 허무하다. 단계 1의 무기는 잘 수색하면 나온다고 해놓고.

"어딘가에 좋은 쓸만한.. 아니?"

결국 나는 발견하고 말았다. 이건 무기라고 보기보다는 나의 기발한 아이디어일 것이다. 듣고있던 mp3의 곡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그곡은 너무나도 활기찬 곡이었다.

"군인들이 먹고 남긴 맥주병."

그렇다. 그것은 어느 얼빠진 군인이 마시고 남겨둔 병과 조금 남은 맥주였다. 맥주병은 다른 무기보다는 못하지만 아직 찾지 못한 병신같은 녀석들에게는 크나큰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나는 검도를 해왔기 때문에 잘 알고있다. 맨손으로 사람을 제압하기에는 엄청나게 힘들다는 것을.

"맥주가. 조금남아있군. 이대로 사용하면 불편한데."

땅에다 뿌릴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맥주병을 입에 대었다. 난생처음 마시는 술이다.

꿀꺽.

달았다. 조금 달았다. 맥주는 쓰다고 들었는데 달았다. 뭔가가 조금 이상한듯한?

"이러니까 알콜중독자가 생기는거야."

그러고는 나는 맥주병을 들고 희생양을 찾아서 돌아다녔다. 죽일생각은 없.. 아니 있었다. 발견하는 어떤 병신같은 녀석은 죽여버릴것이다.

타앙!

"큭!"

놀랬다. 누군가가 나를 저격하려는듯한?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피했다. 군인이 쏜건가? 아니면.. 누가 나를 죽이려고?

상대가 레벨이 높은 총을 들고 있다면 승산은 없다. 튀어야한다. 어딘가로.. 그렇게 생각하고 뛰고 또 뛰었다. 그 후로 총성은 더이상 들리지 않았다.

"하아.. 하아.. 어떤 새끼가 나를 죽이려 한거야?"

잘 생각해보니 내가 할말이 아니었다. 나도 누군가를 만나면 맥주병으로 죽이려 했을테니까 말이다.

"으..으응?"

어떤 남자를 발견하였다. 먹잇감이다. 내가 찾은 첫번째목표물!!

"죽어라!!"

파캉!!

"크..크억!!"

머리. 그것도 정수리를 정확히 가격했다. 죽었을것이다. 맥주병은 그만큼 단단하니까.

퍼억!!

"컥!!"

배. 그것도 명치에 엄청난 통증. 뭐..뭐냐.. 이녀석. 맥주병에 맞고도 살아있다는 건가?"

"쓰레기. 그런것을 들고다녀서 나를 죽이겠다고?"

추리를.. 해보자. 어떻게 이런일이 생겼는지를.

"그렇군... 맥주가 달았어."

맥주는 원래 쓴맛이라고 들었다. 근데 단맛이었다. 그건 맥주가 단맛이 아니라 유리가 단맛. 즉 이것은 유리로 만든 맥주병이아니라 특수효과를 위한 설탕유리 맥주병이었다.

"이제야 알아차린건가? 원래 이곳에 녀석들은 너보다 더 머리가 좋다고. 이제 네녀석은 나에게 죽어줘야겠다."

그러자 녀석의 주머니에서 과도 가 나왔다. 저것은? 설마 자기가 들고왔던 물품인가?
그런것도 가능하단말이야? 불가능할텐데?

나는 듣고있던 MP3를 뽑았다. 다음에는 아주 긴박한 음악이 나오기 때문에 나에게는 정서가 불안해 질테니. 나의 주머니를 뒤졌다. 나에게는 들고있는 물건이 없나?  제발. 뭔가가 나오란 말이야.

"이..이것은?"

동..동전.. 아까 그 10원짜리 동전.

"푸..푸하하핫!! 그게 네녀석의 무기냐?"

"신에게 물어보겠다."

"...?"

나는 동전을 높이 튀겼다. 앞면(그림면)이 나오면 저녀석과 목숨을 걸고 싸우겠다. 뒷면이 나오면 도망치겠다.

"과연..?"

앞. 앞면이었다. 신이. 나보고 저녀석과 싸우라고 하는것이었다.

"좋다. 네녀석의 말을 받아들이마!"

나에게는 무기도 하나없다. 검도를 해봐서 안다. 무기가 없는 비무장의 인간은 사람을 제압하기가 너무나도 힘이 든다는 것을.

"죽어라아앗!!"

돌진한다. 녀석의 육중한 몸이 과도를 들고 돌진한다. 찔리면 그걸로 죽는거다. 어디를 찔려도 나는 치명타를 입기 때문에. 죽는거다.

"이거나 쳐먹어!!"

나는 10원짜리 동전을 입에다 던졌다. 그러나. 그 10원짜리 동전은 크리티컬 히트를 일으켰다.

"크..크아악!"

녀석의 눈에 10원짜리 동전이 들어간 것이다. 이때다. 녀석의 시야는 한 3초간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때까지 칼을 뻇어야 한다. 그래야 승산이 있다.

휘리릭

"아..아니!! 뭔짓을한거냐?"

mp3. 나의 보물 mp3 의 이어폰을 이용하여 녀석의 칼 손잡이를 묶어 가지고 왔다.

"네녀석때문에. 나의 신성한 이어폰이 고장날 뻔 했잖아!!"

푸욱

"끄아아아악!!"

그렇게. 나는 사람을 죽였다.

뚜욱.

비. 비가 떨어졌다. 나의 팔에도. 나의 손등에도. 비가 떨어졌다. 나는 웃고있었다. 무언가가 얼굴에서 흐르고있었지만. 나는 웃고있었다. 이 기분이 너무나도 좋은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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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야...오랜만에 보니 감회가 새롭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