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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퓨전 Destiny * 운명의 일곱 가지

2007.01.17 01:51

Mr. J 조회 수:1484 추천: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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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새벽의 공기가 고급스러운 방 안을 푸르게 적시고 있었다. 키가 큰 한 남자가 홀로 거대한 윈도우 미러로 된 창가 앞에 서서 헝클어진 짙은 검은색 머리칼을 뒤로 쓸어 넘기고 있었다. 그의 잘생긴 얼굴은 이 공간을 메우고 있는 싸늘한 공기처럼 왠지 차가운 느낌을 풍기었다. 그는 얇은 실크 커튼 사이로 창문 밖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뭔가를 생각하는 듯 했던 남자는, 누군가가 문을 가볍게 두드리는 소리가 나자 뒤를 돌아보았다. 거대한 원목 문을 열고 들어온 한 작고 예쁘장한 여자는, 저스티스 사원의 상징인 보라색 제복을 깔끔하게 맞추어 입고, 2급 사원을 뜻하는 붉은색 단장을 그녀의 봉긋하게 솟아 오른 가슴 위쪽에 달고 있었다. 금발의 그녀는, 한 손엔 파일을 들고, 다른 한 손엔 커피잔을 들고 있었다. 그녀는 방을 가로질러 와서, 창가에 서 있던 남자에게 김이 모락모락 솟아 오르는 커피잔을 내 밀었다.

“커피 가져왔습니다. 홀리웨이님.”

창가에 서 있던 장신의 남자를 ‘홀리웨이’라 부른 여자는, 아마 그의 비서인 듯 했다. 홀리웨이가 말없이 커피잔을 받아 들고 다시 창가로 돌아서자, 비서는 잠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다른 쪽 팔에 끼고 있던 파일을 들었다.

“실바니아에서 레볼리카 해방군에 관한 일이 있습니다.”
“샷셀에게 전부 당하지 않은 건가.”

남자가 입을 열었다.

“이미 세력 대부분이 사망하거나 수감되어 이미 레볼리카 해방군은 없어진 상태나 다름없습니다만, 실바니아가 이번에 요구한 S급 미션은 한 남자의 암살입니다.”
“암살이라면 스니크에게 맡길 것이지, 왜 나에게 일을 주는 것이지.”
“스니크님께선 이미 맡고 계신 일이 있어 본부에 계시지 않습니다.”
“굳이 스니크가 아니더라도 저스티스에 암살자들은 많다.”
“실바니아가 암살을 요구한 남자는 ‘리카르도’라는 자 인데, 그가 현재 수감되어 있는 곳이 샷셀이기 때문입니다.”
“…… 샷셀이라. 알겠다. 문서는 두고 가도록.”

홀리웨이가 여전히 창 밖을 향한 채 비서에게 손짓했다. 비서는 들고 있던 파일에서 종이 몇 장을 골라 홀리웨이의 책상 위에 올려놓곤 다시 문 밖으로 향했다.

“라일라.”

홀리웨이가 비서를 불렀다.

“예, 홀리웨이님.”
“커피 맛있군. 고마워.”

홀리웨이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고, 라일라는 그에게 아무 대꾸도 못한 채 얼굴을 푹 숙인 채 얼른 문을 닫고 나갔다. 복도로 나온 그녀의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다. 황홀함에 빠진 그녀는 그만 들고 있던 묵직한 폴더를 떨어트릴 뻔 했다. 그녀는 잠시 동안 복도에서 숨을 고르고, 다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상황을 보고하기 위해 저스티스 상부로 향했다.

홀리웨이는 책상에 앉아 머리카락을 손으로 빗질하며, 라일라가 놓고 간 서류들을 찬찬히 읽어 보기 시작했다. 실바니아는 리카르도라는 자를 두려워하고 있는 듯 했다. 일개 용병 따위의 무력을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그의 다른 무언가를 경외 시 하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고위층에 속하는 쪽에서 일이 들어올 땐, 전후 사정 같은 건 서류에 나와있지 않았다. 그것들은 극비사항으로 되어, 저스티스의 중심 세력, 12제 중 하나인 홀리웨이에게도 조차 그 사항이 알려지지 않았다. 그는 서류 읽기를 마치고, 커피잔에 손을 뻗었으나, 잔은 비어 있었다.

“한잔 더 마시고 싶군…….”
그가 중얼거렸다.



한편, 블레어는 집무실에서 샤이란과 마주 앉아 있었다.

“블레어, 카폰은 아직 많이 어려.”
“그래서?”

블레어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다리를 흔들며 대답했다. 그런 블레어의 태도에 샤이란이 뭔가 한마디 내뱉으려 한 듯 했으나, 이런 녀석에겐 세게 나가봤자 안될 거라 느꼈는지, 샤이란은 최대한 부드럽게 그를 타일렀다.

“진마국의 왕자고, 같은 7조의 부장이라지만 여러모로 많은 면에서 어린 아이야.”
“그 정도는 나도 알고 있어.”
결국 샤이란의 분노가 터졌다.

“안다면 좀 심하게 다루지 말라고! 그 아이가 너랑 같은 줄 알아?”

블레어의 표정이 굳어졌다. 샤이란은 순간 자신의 잘못을 깨닫곤 몰려오는 미안함을 느꼈다. 블레어는 사생아였고, 뒷골목에서 어두운 어린 시절을 보냈다. 따지고 보면 카폰과 비슷한 나이엔 이미 사람을 죽여본 적이 있는 그였다.

“알겠어.”

블레어가 말하며 일어섰다.

“블레어…… 나는…….”

샤이란이 뭔가 말하려 했지만 블레어는 손을 저었다.

“너무 내 생각만 했군.”

조용히 문을 나서는 그를 샤이란은 말 없이 바라보았다.

한편, 히로는 닥터의 사무실에서 웃통을 벗은 채 앉아 있었다. 닥터는 그의 옆에 서서, 어깨에 돋은 흑 수정을 살펴보고 있었다. 히로의 어깨에 박힌 흑 수정은 그 주변의 피부를 새까맣게 만들었다.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지독한 연금술이다. 인체에 포함된 원소를 원석으로 바꾸는 실험을 하다니…….”
“어때요? 괜찮을까요?”

히로가 사뭇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저번보다 번진 범위가 더 넓어졌어. 추측이지만 네가 마법을 쓸 때마다 이게 동조하면서 그 범위를 점점 넓혀간다……. 마력을 너무 많이 썼다간 온 몸이 흑 수정으로 변해버릴지도 몰라.”
“…… 으스스한 이야기네요.”

히로가 말하며 다시 웃옷을 입었다.



카폰은 정원의 한쪽 뜰에 홀로 앉아 있었다. 누군가 다가오는 것을 느끼곤 카폰이 뒤를 돌아 보자, 그곳엔 세실리아가 머뭇거리며 서 있었다.

“아니, 레이디 세실리아. 이른 시간인데 어쩐 일이신가요?”

카폰이 얼른 일어나 예의를 갖추며 말했다.

“안젤리나 몰래 나왔어요.”

그녀는 잠시 서서 카폰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카폰 크라이슬러님 이라고 하셨지요?”
“예.”
“뭔가 불편해 보이시네요…….”
“아아, 그랬나요?”

카폰이 당황하며 말했다. 정확히 속 내음을 읽힌 듯 했다. 그는 잠시 뜰에 핀 꽃들에 시선을 던지다가, 세실리아에게 말했다.

“그냥,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고 있었어요.”
“…….”
“하하, 뭐 중요한 일은 아닙니다. 레이디 세실리아. 아침 공기가 차갑습니다. 괜찮으시다면 안 까지 배웅해 드리겠습니다.”

세실리아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카폰은 그런 세실리아를 이끌고 건물 안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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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홀리웨이(HollyWay)
12제 중 하나. 길쭉한 샤벨을 귀신처럼 다룰 줄 아는 자이다. 온화하고 너그러운 성격이며 인정이 많다. 짙은 검은색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뒤로 빗어 넘기고 다니는 남자. 마치 차가운 조각상 같은 느낌을 풍기는 모습이다. 꽤나 미남이며, 장신이다.
(자세한 사항은 스포일러의 위험이 있으므로 차후 공개)

- 라일라 그레이(Rayla Gray)
12제 멤버인 홀리웨이의 비서이다. 2급 사원이며, 매사를 확실하게 처리하는 타입이다. 쭉쭉빵빵 글래머 스타일의 미녀는 아니지만, 얼굴이 곱고 꽤나 예쁘장한 여자이다. 상관인 홀리웨이를 짝사랑하고 있지만 속마음을 내놓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