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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퓨전 Destiny * 운명의 일곱 가지

2007.01.21 05:38

갈가마스터 조회 수:1210 추천:5

extra_vars1 베놈 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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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로등의 희뿌연 잔광 빼곤 한 줌의 빛도 느껴지지 않는 어두운 거리. 스산한 바람이 불고 싸늘한 밤공기가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희망을 얼려버리는 그곳은 이른 바 산송장들의 거리였다. 오래전 오딘의 계시를 받은 예언가 ‘이삭’이 성스러운 순례길에 오를 때 동쪽 하늘에서 떠오르는 해를 봤다는 데서 유래된 ‘이스트 샤인’이란 도시의 이름도, 도시 전체를 휘감고 있는 어둡고 퇴폐적인 분위기에 휩쓸려 이미 유명무실해진지 오래였다.
그 거리에서 유일하게 빛나고 있는 건 요사스런 핑크빛으로 빛나는 ’실키 클럽(Silky Club)‘이란 네온사인 간판뿐이었다. 척 보기에도 인상이 더러운 두 명의 장정이 지키고 있는 지하실 출입구 안쪽에서는 거리의 침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축을 쿵쾅쿵쾅 울려대는 시끄러운 음악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조명아래 귀청이 떨어질까 두려울 정도로 크게 고조된 음악과 리듬에 맞춰 음란한 춤을 춰대는 무대 위의 스트립쇼걸들. 술과 마약, 섹스가 모두 존재하는 그곳은 기원전 오딘에 의해 멸망한 소돔과 고모라를 방불케 할 정도로 더러운 욕망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로 인해 혼잡스런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 그곳의 중심엔 하얀 점박이 털 코트를 입고 있는 거구의 사내가 한 명 앉아 있었다. 남부지방 출신임을 확신케 하는 까무잡잡한 피부와 두터운 눈썹, 그리고 금색 머리카락을 손가락 굵기만치 큼직하게 엮어 뒤로 한데 묶은 드레드머리가 인상적인 그 거구의 사내는 VIP룸 소파에 앉아 양 옆에 반나체의 여자를 끼고 뭐가 좋은 지 연신 킬킬 거리며 웃고 있었다.
  “카타스트로프(Katastrophe)!”
  한창 기분이 좋은 그 때, 누군가 목청껏 그의 이름을 부르며 문을 발로 쾅 차며 들어섰다. ‘이완 카타스트로프(*)’. 그것이 바로 소파에 앉아 있는 사내의 이름이었다. 얼음장처럼 차갑게 식은 얼굴에 살기를 가득 담아 그곳에 들어선 장신의 잘생긴 청년은 칠흑의 머리카락을 뒤로 한껏 쓸어 넘기며 카타스트로프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갔다.
그 청년의 정체를 목소리를 들었을 때부터 알고 있던 카타스트로프는 성가시다는 듯 피식 비웃으며 어느새 그의 옆까지 다가온 청년을 돌아보며 약에 취한 듯 느릿한 목소리로 말했다. 뱀의 눈알을 연상시키는 녹색의 눈동자가 희미한 조명아래에서 유난히 번들거리고 있었다.
  “헤에? 이게 누구신가아~ 정말 오래간만이군. 데드웨이(Deadway).”
  ‘데드웨이’라는 명칭을 듣자마자 청년의 잘생긴 얼굴이 분노로 살짝 어그러졌다. 어지간히도 그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아니 그건 분노라기보다 증오에 가까웠다. 심각하게 굳은 얼굴로 카타스트로프를 내려다본 청년은 조용하지만 날카롭고 매서운 목소리로 말했다.
  “입 닥쳐. 카타스트로프.”
  “휘우 무시라. 이거 이제 보니 ‘이쪽’이 아니고 ‘저쪽’이었구만. 호랑이 코털을 뽑을 뻔했군. 이거 실례했네, 고귀하신 홀리웨이군.”
  홀리웨이, 카타스트로프는 어째서 그를 ‘데드웨이’라고 불렀을까? 악의 조직에 몸담고 있으면서 성스러운 길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에 대한 반어적인 의미였을까? 어쨌든 홀리웨이는 약에 취해 있는 카타스트로프를 경멸어린 시선으로 내려다보며 냉담한 어조로 말했다. 뭔가 기분 나쁜 일이 있었는지 그의 싸늘한 목소리엔 분노라는 폭발적인 감정이 깊게 내재되어 있었다.
  “자꾸 말 돌리지 말고 본론으로 들어가지. 이 더러운 곳도, 네 그 쥐새끼같은 낯짝도 마음에 들지 않는데다가 지금 난 화가 나서 머리가 터져버릴 지경이니까.”
  “그거 꼭 보고 싶은 광경인데? 그래, 그렇게까지 싫어하는 이곳엔 무슨 볼일이신가, 데들리 샤벨(Deadly Sabel)?”
  카타스트로프는 적포도주가 담겨 있는 병을 들고 속을 알 수 없는 능글맞은 어투로 대답했다. 그가 능청스럽게 술을 잔에 따르자, 자연히 홀리웨이의 분노는 커질 수밖에 없었다. 한없이 낮아지면서 절대영도에 가까워지는 한기가 그의 몸에서 살기가 되어 스물스물 삐져나왔다.
  “자꾸 모른 척 할 셈인가 베놈 로드(Venom lord).”
  그의 입가에서 흘러나온 ‘베놈 로드’라는 카타스트로프의 아명이 유난히도 싸늘하게 느껴진 건 기분 탓이었을까?
  “글쎄? 난 정말 모르겠는 걸? 쿡쿡쿡.”
  카타스트로프가 잔을 들어 입가에 가져가던 그 순간이었다.
  챙!
  홀리웨이의 허리춤에서 시작되어 그의 검집으로 돌아간 샤벨의 번개같은 일섬! 어찌나 빨랐던지 아직도 잔상이 남아 가느다란 은색의 희뿌연 잔광이 카타스트로프의 잔을 들고 있는 팔꿈치 아래를 지나, 술병을 가르며 지나가고 있었다. 잔광이 사라지자 거짓말처럼 깔끔하게 잘려진 술병이 날카롭게 잘려진 비탈면을 타고 스르륵 미끄러져 내려왔다. 붉은색 적포도주가 희미한 네온사인아래 마치 피처럼 얼룩지며 테이블 위로 점점이 번져나갔다. 그러나 그걸 보면서도 카타스트로프의 표정은 미동도 없었다. 오히려 놀란 건 그의 양 옆에 코알라처럼 붙어 있는 반나체의 여성들과 뒤에서 수행원처럼 서 있던 부하들이었다.
  “이, 이자식이!”
  그들이 뒤늦게 총을 뽑으려고 하는데 카타스트로프가 손을 들어 그들을 제지했다. 그러나 그의 부하들의 충성심은 그것을 쉽게 용납하지 못했다.
  “하, 하지만 보스!”
  “입들 닥쳐라.”
  카타스트로프의 일갈이 먹혀들었는지, 아니면 두목의 힘을 믿었는지 카타스트로프 패밀리(*)의 부하들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정장 안쪽에서 손을 뺐다. 문득 그들은 카타스트로프의 손에 들려 있는 잔의 포도주가 독극물처럼 부글부글 끌어 오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이 뭔지, 그리고 저스티스 12제의 자리까지 오른 두목의 힘이 얼마나 치명적이고 위험한지 알고 있는 부하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여차하면 앞뒤재지 말고 도망칠 생각까지 가지고 있었다. 피아의 구분이 없는 보스의 공격은 마법적인 내성이 없는 사람들은 즉사할 정도로 치명적이었다.
  철컥! 샤벨을 완전히 검집에 회수한 홀리웨이는 그제야 약간 분이 풀린 듯 냉정하게 카타스트로프를 내려다보며 그제야 이곳에 온 목적을 말했다.
  “…샷셀 녀석들이 내 침투경로를 미리 읽고 있었다. 들은 바론 우리 측 정보원인 조우드란 자도 놈들이 이미 없애버렸다고 하더군.”
  “그래서?”
  카타스트로프가 무심한 얼굴로 부글부글 끓고 있는 잔을 흔들며 대답했다. 포도주는 그새 더욱 거세게 끓어오르고 있었다. 아니, 자세히 말하자면 유리잔자체가 서서히 부식되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홀리웨이는 아무런 동요도 없이 할 말을 모두 내뱉을 뿐이었다.
  “참 이상하지? 우리 저스티스 쪽의 정보는 샷셀 놈들이 쉽게 손에 넣을 수 있을 정도로 호락호락하지 않아. 누군가 내부에서 흘린 놈이 있지 않는 한.”
  쿵! 홀리웨이가 테이블을 주먹으로 내리치며 카타스트로프의 얼굴을 노려보았다. 언제나 냉정하고 침착을 잃지 않던 그의 얼굴이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이번 작전에 대해 알고 있는 건 맨 처음 이 의뢰를 맡겠다고 덥석 물어온 너와 그걸 인수한 나 밖에 없다는 거지.”
  “호오? 그거 정말 대담하고 놀라운 ‘상상력’인데. 쿡쿡.”
  치지직. 이윽고 그의 손아귀에 들려 있던 유리잔이 녹아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염산을 방불케 하는 맹독에 의해 스스로 용해해 버린 유리잔과 독극물로 변해버린 포도주를 움켜쥐며 카타스트로프가 예의 능글맞은 표정을 짓곤 안타깝다는 듯 말했다.
  “그래서, 증거는 있나?”
  “…너 이 자식….”
  “… 괜한 사람을 의심하면 곤란하다고, 고상하신 홀리웨이군. 나랑 한판 붙고 싶으면 언제든지 말만해. 상대해줄 테니까.”
  분노가 극에 달한 홀리웨이의 손이 샤벨의 손잡이로 향했다. 금방이라도 베어버리고 싶은 걸 최대의 인내심을 발휘해 참아내며 그는 어금니를 으드득 갈았다. 이 거리라면 카타스트로프의 목숨을 취하는 것은 간단하고 손쉬운 일이었다. 그러나 그건 같은 12제인 카타스트로프의 경우도 마찬가지. 아무리 홀리웨이가 마법적인 내성이 강하다고는 하나 이 거리에서 카타스트로프의 특기, ‘맹독공격’을 받게 된다면 살아남는 것을 포기해야할 정도였다. 게다가 카타스트로프가 언급한 바와 같이 증거라곤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불리한 건 오히려 홀리웨이쪽이었다. 만약 싸웠다가 나중에 있을 ‘12제 총회’에서 이번 일을 문제 삼는다면 궁지에 몰리는 건 카타스트로프가 아니라 홀리웨이 쪽이 될 테니까.
으드득. 어금니가 바스러질 정도로 깨문 홀리웨이는 이윽고 먼저 고개를 돌려버리며 성큼성큼 자신이 부수고 들어온 문 쪽으로 향했다. 카타스트로프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소리쳤다.
  “얘들아! 손님 나가신다. 배웅해라!”
  “옙!”
  뒤를 졸졸 따라오는 카타스트로프 부하들의 배웅을 받으며 문 밖으로 한발 내딛은 홀리웨이는 문득 카타스트로프를 싸늘한 눈초리로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두고 보겠다. 카타스트로프.”
  쿵. 홀리웨이가 나가는 동안에도 카타스트로프의 표정은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알 수 없는 조소로 여전히 번들거리고 있었다. 문득 그가 손아귀에서 흘러내리는 독극물을 혓바닥으로 주욱 핥으며 중얼거렸다.
  “…이래서 그만둘 수 없다니까, 이렇게 흥분되는데 어떻게 그만둘 수가 있겠어? 안 그래 ‘데드웨이’? 쿡쿡쿡…… 아하하하하하하하하!”
  창녀들은 미친 듯이 웃는 그를 바라보며 두려움에 가늘게 몸을 떨었다.

.
.
.

  샷셀의 1층 본관 끝자락에 위치한 방. 국빈들을 위해 회의실로서 마련되어 있는 그곳은 꽤나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넓은 곳이었다. 그러나 디귿자로 나열된 책상들이 중앙을 감싸도록 배치되어 있었기 때문에 얼핏 보면 재판을 위해 마련된 자리 같기도 했고, 실제로 지금 의석을 가득 채우고 있는 정재계 각계각층의 인사들은 방의 중심에 서 있는 한 금발의 여성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 모습은 흡사 재판을 하는 것 같았고, 방 중앙에 서 있는 여성은 바로 샷셀의 총통, 레이첼 카발리아였다.
  “내 말 듣고 있나? 레이첼 카발리아.”
  “네, 아주 잘 경청하고 있습니다. 이카루스 수상 각하.”
  디귿자 책상 중심부에 앉아있는 날카로운 인상의 중년인은 레이첼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피곤한 듯 한숨을 슬쩍 내쉬었다. 그가 바로 집권여당인 공화당의 당수이자, 현재 공화국의 수상직을 겸하고 있는 ‘보리스 이카루스’였다. 현재 54세의 늙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안경 안쪽에서 빛을 발하는 푸른빛의 눈동자는 여전히 총명함과 혜안을 잃지 않고 있었다. 그가 있었기에 샷셀이 창설되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는 샷셀과 레이첼에게 조력을 아끼지 않은 대부같은 존재였다. 그는 근엄하게 두 손을 깍지 낀 채 책상 위에 올려놓으며 레이첼을 깊고 청명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럼 이번 사건의 심각성에 대해서도 아주 잘 알고 있겠군.”
  이카루스 수상이 말하는 ‘사건’이란 얼마 전에 히로와 이가엘이 맡은 ‘조우드 굿윈드’에 관련된 일일 터였다. 레이첼은 우회적으로 묻는 수상의 말에 숨길게 없다는 듯 당당하게 맞받아쳤다.
  “네 그렇습니다. 국익에 해악을 끼친 ‘쥐새끼 매국노’를 처단한 일이었죠.”
  “그래, 일을 아주 잘 처리했더군. 덕분에 아침 신문 1면에 자랑스럽게 피범벅이 된 하원의원 ‘조우드 굿윈드’의 사진이 대서특필되었으니까. 이건 모두 자네 공일세, 카발리아. 아주 자랑스러워.”
  수상의 왼편에 앉아 있는 깡마른 남자가 오늘 아침 실린 조간신문에 관련된 보고서와 서류를 뒤적거리며 빈정거렸다. 그러나 그런 것에 당할 레이첼이 아니었고, 그녀는 여전히 당당하게 선 채 농담조로 대답했다.
  “무슨 그런 과찬의 말씀을.”
  결국 화가 난 건 주변을 둘러싼 공격적인 의원들이었다. 오른쪽 책상에 앉아 있던 통통한 남자가 보고서로 책상을 쾅 두드리며 격렬한 어투로 소리쳤다.
  “지금 그걸 농담이라고 하나?! 어떻게 일을 처리했기에 이딴 게 신문에 실려!”
  “지금 굿윈드 놈이 소속되어 있던 사민당(사회민주주의당)쪽에서도, 그리고 야당쪽에서도 이번 일에 대해 왈가왈부 말이 많아!”
  “이건 또 뭐야? ‘하트우드의 영웅, 잔인하게 사민당의원을 살해하다’ ‘공화국의 정의는 어디로’ ‘샷셀은 결국 공화당의 개일 뿐’?”
  “도대체 왜 일을 이리 어렵게 만드나?!”
  그를 기점으로 여기저기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레이첼은 그들의 강압적인 태도에도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하듯 주머니에서 시가를 하나 꺼내들 뿐이었다. 여러 의원들이 그녀의 물색없는 태도에 어이없다는 듯 원색적인 욕을 퍼부었지만, 그들이 욕하건 말건 레이첼은 시가커터로 끝부분을 잘라내 입가에 문 뒤, 이어 성냥을 꺼내 불을 붙였다. 그는 연기를 ‘후’ 내뱉으며 이어 말했다.
  “여론에 대한 통제는 의원님들의 몫이 아니었던가요? 전 제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더러운 매국노를 이 손으로 처단하고, 저스티스의 썩은 고기를 받아먹은 돼지를 배제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뭐가 문제죠?”
  과격파의 대장격인 듯한 통통한 의원이 무시당한 느낌이 들었는지 수치심으로 발개져 소리쳤다.
  “…자넨 자네 생각밖에 안하나?! 모름지기 지휘관이란 사람은 주변 상황을 모두 볼 줄 아는 혜안을 가지고 있어야 하네! 아무리 저스티스에 정보를 팔았다고는 하나, 의원직에 있는 사람을 재판도 없이 공개적으로 죽이다니! 국민들이 우리들을 어떻게 보겠는가?! 지금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 발뺌하자 이건가?! 자꾸 이런 식으로 나오면 자네에게 부여된 샷셀의 지휘권을 박탈하는 수밖에 없어!”
  “그건 받아들이기 심히 곤란하군요. 제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지휘권을 박탈한다는 거야 말로 월권행위 아닌가요? 법적으로도 저스티스에 관련된 일은 급한 사항일 경우 저희 쪽에서 독자적으로 처리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상대는 국가의 주요 기밀을 적에게 누설하는 중죄를 범했으니 즉결처형도 법에서 명시한 만큼 합법적이지요. 증거도 있고 어딜 봐도 위법되는 일은 없는데 무엇이 그리 문제 된다는 거죠?”
  “그, 그그그!”
  기가 막혔는지 아니면 할 말을 잃었는지, 너무도 당찬 레이첼의 반박에 통통한 의원은 몸만 부들부들 떨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잠시간의 어수선함이 회의실 내부를 시끄럽게 만들었다. 레이첼은 짙푸른 시가연기를 내뱉으며 그들을 무신경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잠시 뒤 장안을 침묵시킨 건 이제껏 침묵으로 일관했던 이카루스 수상이었다. 그는 냉철하고 침착한 푸른 눈동자로 레이첼을 바라보며 특유의 조용하고 위압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쨌든 자택으로 돌아가 처분을 기다리게, 카발리아.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이런 미묘한 일에 의회의 허락 없이 독자적으로 움직이면 그게 단지 경고로 끝나지 않을 거란 사실만 명심하게.”
  “…알겠습니다.”
  뒤로 돌아 나가려는 그녀의 발길을 붙잡은 건 레이첼의 이름을 부른 이카루스 수상의 날카롭고 묵직한 목소리였다.
  “카발리아.”
  “부르셨습니까 각하?”
  “샷셀은 비록 날카로운 칼날을 가진 검으로서 만들어졌지만, 때론 공화국을 지키는 방패가 되기도 해야 하네.”
  이카루스 수상 특유의 위협 섞인 목소리가 방안의 공기를 더욱 냉각시키는 것 같았다. 깍지 낀 손 위로 별처럼 빛나는 푸른 눈동자가 그늘진 그의 얼굴 사이에서 유난스레 번뜩였다. 레이첼은 시가를 입에 문채 대답했다.
  “물론, 그것이 공화국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저는 이 한 몸 다 바쳐서라도 방패가 될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 대상이 민중이 아니라면 저는 기꺼이 검이 되어 민중의 편에 설 겁니다.”
  “저, 저 발칙한!”
  화가 난 다른 의원들이 술렁거렸지만, 오히려 이카루스 수상은 방금 전의 싸늘한 얼굴과는 반대로 인자하게 미소 지으며 레이첼을 향해 부드러운 어투로 말했다.
  “그래, 그 마음만은 변치 말게나. 그만 가보게.”
  “네, 그럼 전 이만.”
  “허허, 거 참!”
  밖으로 나가는 레이첼의 뒤로 불만에 찬 의원들이 하나 둘 헛기침을 내뱉으며 그녀를 헐뜯기 시작했다.
  “흥! 똥내 나는 늙은이들! 살만 뒤룩뒤룩 찐 수퇘지 같으니!”
  쾅! 레이첼은 나오자마자 신경질적으로 화분을 걷어찼다. 그걸로 치밀어오르는 화를 가까스로 다스린 그는 자신의 집무실로 향하며 문득 생각에 잠겼다. 이번 사건은 의문되는 점이 너무 많았던 탓이다.
  '흠, 뭔가 약오르는 듯한 기분인데?'
  레이첼은 쉴새없이 걷는 와중에도 이제까지 있었던 일들 중 해결되지 않은 것을 떠올려보았다. 첫째, 레볼리카 해방군의 테러 당일 접수된 모종의 제보에서부터—게다가 샷셀에 보내지 않고 의회를 통해 우회적으로 전해진 정보라는 점—, 이번 리카르도 암살 사건을 제보한 의문의 제보자까지. 이 모든 것이 명확한 목적을 알 수가 없었다. 수취인을 알 수 없다는 점에서도 묘한 불쾌감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이번 일도 누군가의 손에 놀아난 듯한 느낌이 드는군.’
  조우드 굿윈드라는 매국노를 처리했을 때, 때마침 거기에 기자가 있었다는 사실도 뭔가 꺼림칙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의 예리한 후각은 여전히 이 연관성 없어 보이는 사건에 뭔가 가느다란 연결점이 보이는 것 같았다.
  “조사해볼 가치는 있겠지.”
  레이첼은 낮게 읊조리며 자신의 집무실을 향해 빠르게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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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싸~ 이번엔 제 12제 캐릭터 등장화임돠!! +ㅁ+ 짧아도 이해바람!! 켈켈켈

여튼!!! 설정!

1. 베놈 로드(Venom Lord), 이완 카타스트로프(Iwan Katastrophe) - 38세
: 저스티스 12제, 과거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카타스트로프 패밀리'라는 마피아 조직을 이끌고 있다. 190cm를 넘는 거구인데다가 떡 벌어진 어깨에 늘 털 코트를 입고 있기 때문에 더욱 덩치가 커보인다. 약간 까무잡잡한 피부에 금발의 머리카락을 손가락굵기만치씩 굵직하게 엮어 뒤로 한데 묶은 드레드 머리가 특징적이고, 뱀 눈알처럼 작고 날카로운 녹색의 눈동자를 가지고 있다. 늘 웃는 표정인지라 표정만으론 생각을 읽을 수 없을 정도로 음습한 녀석이다.
  이 녀석의 능력은 맹독에 관계된 모든 능력이다. 맹독을 녹색의 독가스 형태로 사방으로 전개할 수도 있고(약 직경 15m정도, 이 이상 넘어가면 마법적인 힘을 잃고 사라져버린다), 그 손에 닿는 모든 사물에 독극물을 강제주입하는 능력도 가지고 있다. 그의 손톱에 스치면 살이 물러터지고, 염산에라도 닿은 것처럼 타들어가며, 마법적 내성이 없는 보통사람은 즉사에 이르고, 마법적 내성이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10분 안에 해독하지 못하면 죽을 정도로 치명적이다.

  여담이지만, 카타스트로프는 독일어로 재앙(calamity)이라는 뜻.


2. 보리스 이카루스 수상
  : 공화당 당수및 실바니아 공화국의 수상. 샷셀을 만드는데 협조했을 정도로 올곧고 강한 사람.


ㄲㄲㄲㄲㄲ!~~~~~~!~!~! ~ 늑대소년님의 부탁을 들어드릴까 했는데
갑자기 여까지 쓰고 귀차니즘이 번졌심!~~~ 케헬헬헬헬~!!!!


여튼 이제 쾌속 모드 돌입!!! +ㅁ+


PS:아참!!!! 저 위에 글 내용 중에 홀리웨이를 왜 데드웨이라고 불렀는지는 말이죠! 다음에 J님의 글을 보심 알게 될 지도 모르심!! ㅋㅋㅋ 아님... 지금 밝힐까요? J사마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