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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퓨전 Destiny * 운명의 일곱 가지

2007.05.13 08:52

다르칸 조회 수:1320 추천: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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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부스 숲으로 들어서려고 할 때, 카폰이 그들을 붙잡았다. 블레어와 닥터가 멈췄다. 그리고 물었다.

"왜?"

"저 뒷칸에는 레이첼님과 발터님이 있어요"

또한 특무대의 광신도들도 가득했다. 그들은 잿가루조차 남기지 않고 소멸한 자신들의 과장을 위해 애도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들을 지나쳐 나타난 레이첼과 발터는 심드렁한 표정을 한 채 데스티니를 쏘아보았다. 그리고 레이첼이 툭 내뱉었다.

"얼간이들, 폭주족 하나 때문에 내가 걸어야 하다니"

발터는 쓱 웃었지만, 레이첼은 여전히 표정을 풀지 않고 표독스러운 눈초리로 블레어와 카폰, 닥터를 노려보았다. 카폰은 뒷머리를 쓰다듬을 뿐이었고, 블레어는 딴청을 피웠으며, 닥터는 무시했다. 그러나 그것도 특무대원들이 재정비를 마칠 때까지 였다.

"과장님의 서거로 현재 결정권한을 레이첼 카발리아 경께 청구하는 것을 합의했습니다"

아마 급수로 보자면, 추기경 쯤 되었을까. 마흔이 조금 넘어 보이는 중무장한 신부가 다가와 말했다. 그들이 청구라 한 것은 분명히 교황에게 돌아갈 권리이며, 어떤 문제가 생길 경우 책임이 레이첼과 실바니아 공화국에게 돌아간다는 은근한 협박이었다. 가뜩이나 기분이 최저였던 레이첼은 피식 웃으며 그 신부를 쏘아보았다.

"청구 좋아하네, 싫으면 여기서 굶어 죽던가"

"..."

상황이 더 험악해지기 전에 발터가 얼른 특무대를 규합했다. 그들은 본래 군인들이었기 때문에 재빠르게 재정비가 되었으며, 언제라도 전투에 임할 수 있도록 완전무장이 되어 있었다. 안에 뭐가 있는지 외부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부스 숲을 뚫고 근방의 기차를 구할 수 있는 도시로 가기 위해서는 분명히 필요한 전력이었다.

"좋아, 전군이 집합한 것 같으니 간단히 브리핑을 하겠다"

레이첼은 어디서 가져왔는지도 모를 부스 숲 인근의 지도를 좌악 펼쳐 블레어에게 건넸고, 블레어는 잔뜩 얼굴을 구기면서도 그것을 높이 들어올려 특무대 대다수가 볼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또 어디서 구했는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쇠 막대기를 든 레이첼이 그것으로 지도를 툭툭 짚었다.

"현재 이곳은 철로의 옆이므로, 대충 부스 숲의 남쪽이라고 할 수 있겠다. 걸어서 수도로 돌아가고 싶다면 그냥 남쪽으로 걸어가면 되겠지만, 아무래도 더 빠른 루트는 부스 숲을 통과해 북쪽의 도시 마란다이저에서 기차를 타고 돌아가는 방법이 되겠다. 그러나 부스 숲은 현재 그 어떤 모험가의 모험도 허락하지 않은 미궁과 같은 숲이다. 물론 돌아갈 수도 있으나,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으므로 현재 우리의 선택권은 없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본관은 귀관들에게 충고를 하나 하지"

레이첼이 작대기를 바닥에 툭 던졌다.

"개기면 뒈진다"

그런 간단한 브리핑 같지도 않은 브리핑을 마치고 일행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레이첼은 맨 먼저 꼼꼼히 일행 전원을 검사하고 살펴보았으니, 다음과 같았다.
특무대 약 8할 870여명, 데스티니 3명과 발터 그리고 레이첼 본인 이었다. 그들은 모두 일사분란하게 움직여 대오를 맞춰서 부스 숲으로 들어섰다. 선두의 블레어가 불주먹으로 나무를 태워 길을 내면 카폰과 닥터, 발터가 불이 커지지 않도록 불 붙은 나뭇가지들을 잘라냈다. 그리고 그들을 따르는 특무대 전원이 대형화재를 조심하면서 혹은 아직 꺼지지 않은 불씨가 있나 확인하면서 숲으로 들어섰다. 앞을 당당하게 걸어들어가던 블레어가 문득 멈췄다. 그리고 레이첼을 찾았다.

"이봐요, 나침반도 안 듣는 숲에서 대체 어떻게 북쪽으로 향할 겁니까?"

그 말을 들은 레이첼은 조용히 대답했다.

"세상에 북쪽이 어딘지 알 수 있는 수십가지 방법 중 귀관이 단 하나도 모른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그 말에 블레어는 닥터를 돌아보았다.

"북쪽을 어떻게 알아?"

"바보 얼뜨기야, 나무를 아무거나 잘라서 나무테를 보면 북쪽이 어딘 지 알 수 있어. 이건 삼척동자도 안다고"

"밤이라면?"

그 질문에는 카폰이 대답했다.

"북쪽에 뜨는 별자리를 보고 따라가면 되지요"

"아침에 해가 뜨는 방향을 보고 북쪽을 알 수도 있습니다"

발터도 대답했다. 그 외에도 수십가지 방법들이 닥터와 특무대원, 카폰 그리고 발터에게 나왔으나, 블레어는 그것들을 모두 들으며 바보가 되는 것 보다는 얼른 앞으로 향하는 길을 뚫는 게 낫다고 생각했고, 재빠르게 불주먹으로 길을 만들었다. 옆으로 레이첼이 다가왔다.

"아무래도 북쪽이 어딘지도 모르는 귀관의 옆에 내가 있어야 할 것 같군"

레이첼의 촌철살인으로 블레어는 만인에게 불에 익숙한 사람도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를 수 있다는 것을 중명했다.

"에이익! 나도 알고 있었다고! 개그였어! 아니, 시험해본거야! 제길! 몰랐다고!"

닥터가 블레어를 지나치며 툭 뱉었다.

"샤이란이 봤으면, 분명히 '멍청한 원숭이' 라고 그랬을 거다"

"제, 제길!!!"

블레어의 비명인지 고함인지 알 수 없는 소리가 부스 숲의 입구를 뒤흔들었다. 그 뒤로 레이첼의 욕이 따라붙었다.

"이런 얼간이, 안에 뭐가 있을 지도 모르는데 소릴 질러대?!"

물론, 매도 함께 따라갔다.





무지막지한 카타스트로프의 주먹이 양 팡의 복부에 작렬했다. 새퍼런 독기를 머금은 주먹은 재빠르게 양 팡에게 침추하려 했으나, 단단한 근육은 그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양 팡은 반격했다. 팔꿈치로 베놈로드의 턱을 후려친 것이다. 목이 돌아가는 충격이 주는 짜릿함에 독기의 제왕은 전율했다. 그러나 죽고 싶지는 않았기에 날렵한 스텝으로 살짝 물러났다. 양 팡은 그를 쫓지 않았다. 단지 실키 클럽의 지붕을 조금 깨면서 그 위에 섰을 뿐이었다. 이미 전투의 장소를 지붕으로까지 옮긴 둘에게는 꾀나 심각한 상처가 많았다. 카타스트로프의 녹빛 독기가 쏟아져 나오는 허리의 커다란 상처가 그랬고, 양 팡의 짓무른 듯 시퍼렇게 죽어버린 어깨가 그랬다.

"건방진 새끼, 몸뚱아리만 믿고 까부는구나"

"독 같은 개수작이나 쓰는 주제에 시끄럽다"

본디 주먹이 오가면 아무리 아름다워 보이는 막역지간이라고 해도 욕이 서슴없이 튀어나오기 마련이다. 서로를 그다지 반기지도 않았던 둘이니, 쌍욕이 저절로 춤을 추듯 튀어나왔다. 사실 카타스트로프는 양 팡이 싫었다. 맨 처음 저스티스가 탄생했을 때 양 팡은 대리인을 내세운 채 모습조차 드러내질 않았으며, 대부분 그의 부하들은 힘만 믿고 까부는 양아치 건달 들이었다.
양 팡 또한 카타스트로프가 곱게 보이지 않았다. 무도의 정수를 부르짖으며, 이른 바 무도가 조직을 만든 양 팡은 자신들을 돌대가리 취급하는 베놈로드와 독 따위로 사람의 목숨을 가지고 노는 암살자 집단을 경계했으며, 꺼렸다.
둘은 애초에 잘 맞지 않는 궁합이었다. 카타스트로프가 중지를 들어올리며 웃었다.

"앙팡 우유나 쳐 먹어라"

"이 개새끼가!"

양 팡의 철권주먹이 작렬했다. 분명히 부류로 정하자면 '인간'일 그는 그 육체를 극한으로 끌어올려 생명력이 끈질긴 마족조차 한 방에 생사를 여탈시킬 수 있었다. 그런 주먹을 맞으면, 아무리 단단한 카타스트로프라도 멀쩡할 수가 없었다. 그는 피를 뿜으며 튕겨져 클럽 지붕 아래로 곤두박질 쳤다. 하지만 양 팡이 끝장을 내기 위해 뛰어오른 순간, 그의 주위를 녹색 안개가 휘감았다. 베놈로드의 독이었다.
깨진 아스팔트 바닥을 치우며 일어난 카타스트로프가 허공에 꼼짝도 못 하게 갇힌 양 팡을 보며 조소를 지었다.

"떡대만 믿고 덤비는 게 아니다 애새끼야, 언제까지 숨을 참나 보자"

카타스트로프가 조롱을 하자, 숨을 참고 있던 양 팡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그리고는 입을 열었다.

"이 - 엿 - 같 - 은 - 자 - 식 - 아 - !"

무지막지한 폭풍을 동반한 사자후였다. 그것으로 안개는 허망하게 사라졌다. 그리고 카타스트로프는 뒤로 나자빠졌다. 실상 그의 몸에 있던 독 대부분을 바람에 실어 지속적으로 양 팡에게 보냈던 탓에 지치고 또 독기가 남아있질 않았다. 그런데 양 팡도 뒤로 넘어졌다. 그 역시 오랫 동안 숨을 참고 있다가 사자후를 써서 탈진을 한 상태였다.
그 순간, 천지사방에서 희뿌연 안개가 몰려들었다. 그것은 점점 짙어지더니, 새까만 형체를 취했고 마침내 하나의 사람 형상을 취했다. 검은 망토에 호사스런 고대의 귀족 풍 예복을 입고 있는 빛바랜 검은 머리의 남자.
모스베라토 베리도트.
동시에 대지가 요동쳤다. 천지가 흔들리는 듯 싶더니, 가면을 쓴 한 남자가 나타났다. 노란색과 검은색이 섞인 흡사 대호를 닮은 가면을 쓴 그는 덩치가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다부진 근육에서는 무시무시한 압력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용자 레이 미스테리오.

"오랜만이다, 카타스트로프"

"전과 똑같군, 양 팡 라이덴"

카타스트로프는 낮게 신음을 흘렸다. 방금 자신과 양 팡이 벌인 결투는 애들 장난이라는 듯이 무시무시한 힘이 용자와 살인귀 사이의 몇 센치도 안되는 공간에서 소용돌이 쳤다.

"12제 간의 싸움은 금지다"

"함부로 몸을 굴리는 건 무도가가 할 일이 아니다"

카타스트로프와 양 팡은 동시에 '당신들 사이에 폭풍은 그럼 뭡니까'라고 외치고 싶었다. 같은 사천왕이지만, 살인귀와 용자의 사이는 개와 고양이보다 더 나뻤다. 실제로도 둘이 싸웠다는 증언은 꾀나 많이 들렸기 때문에 이 둘이 '12제 간의 싸움'을 운운하는 것은 애초에 어불성설이었다.

"그리고 카나드가 이곳으로 오고 있다"

베리도트의 입가에 미소가 머물었다. 레이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리고 가면 사이로 입가를 씩 올렸다.

"아무래도 오늘은 네놈을 장사지낼 날이 아닌 모양이군"  

"그래, 그를 맞이하고 나서 네놈을 죽여주마 고양이"

"그렇게 죽고 싶다면 지금 죽여줄까 박쥐새끼"

베리도트와 레이의 얼굴이 키스라도 할 수 있을 만큼 가까워졌다. 그러나 분위기로 보아서 키스는 세상이 멸망해도 불가능할 것 같았고, 마치 기세 싸움을 하듯 둘은 얼굴을 들이밀었다. 물론 신장 차이 때문에 레이는 올려다 보았고 베리도트는 내려다 보았다. 주위가 공포 혹은 절망으로 요동치기 시작했다.
베리도트가 돌아섰다. 레이 역시 돌아섰다.

"놀려면 적당히 놀아라 이완 카타스트로프"

"샤이란과 히로는 카나드를 끌어들이는 미끼다, 양 팡. 인질 같은 게 아니야"

그 뒤로 무시무시했던 둘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베리도트는 안개로 변해 흩어졌고 레이는 무시무시한 풍압을 주위로 흩뿌리면서 날아가 버렸다.

"빌어먹을, 사람 초라하게 만드는군"

"인질이 아니었군. 베놈로드, 사과하지"

"양파 한테 사과 받고 싶지 않군"

"이 개자식"

"용자 말 못 들었나, 금지라잖나 싸움은"

양 팡은 들어올리던 머리를 다시 땅에 내려놓았다. 하늘 너머에서 조심스럽게 해가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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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햏햏햏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