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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공포 배틀로얄

2007.12.27 02:27

기브 조회 수:590 추천: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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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먼저 그를 맞는 것은 머리가 깨어질 듯한 두통이었다. 중학교 때부터 빈혈끼를 보여 꽤 자주 두통을 겪어왔으므로 그리 견디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기 힘든 것은 마찬가지였다. 약간의 한기가 느껴졌다. 코로 들어오는 한번도 맡아보지 못한 퀴퀴한 냄새가 그의 현실감각을 조금씩 불러일으키기 시작했다. 무거운 몸을 제어하려 애쓰며 기브는 눈을 떴다.

뭔지 잘 모르겠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상반신을 일으켜 앉아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 움직이지 않아, 인형 같은 모습이었다. 사람이 이렇게 많은 데도 한기가 느껴지다니, 그건 그렇다 치고.

가만히 있으니 조금씩 몸이 제어가 되기 시작했다. 두통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머리라도 맞았나. 기브는 얼굴을 찌뿌리면서 팔로 지탱하여 몸을 일으켰다. 초점이 잘 맺히지 않는다. 기브는 눈을 찌뿌렸다. 조금씩 시야가 돌아오면서 선이 분명해지기 시작했다. 그래, 한 사람이 서 있다. 그건 알겠는데, 나머지 상황은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희뿌연 조명에 흐릿한 인영들이 기브의 망막에 상을 맺었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프로그램에 참여해 주신 것을 감사드립니다."


기브는 고개를 들었다. 어디서 들리는 목소리인가. 꿈인가, 뒤에서 들리는 건가?


"이번 프로그램은 제 43회이며 신청자는 천무님 이십니다. 참가하는 인원은 전원 마흔 두 분이십니다. 지금 이곳에 한 분도 빠짐없이 계시는군요."


담담하고 냉정한 목소리다. 기브는 그 목소리가 앞에 서 있는 그 한 사람으로부터 흘러나온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삼십대 후반 정도, 중키에 매끄럽게 차려 입은 양복이 그의 조용조용한 말투와 보완 관계에 있었다. 주변 모두가 고요했기 때문에 크게 말하지 않는데도 이곳 구석구석으로 소리가 퍼졌다. 이곳, 그러고보니 방. 아, 교실이구나. 교실? 갑자기,


"다시 한번 프로그램에 참여해 주신 것을 감사드리며 이번엔 프로그램의 룰을 간단히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목이 마르다. 기브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모두다 기브와 비슷한 자세로 상반신을 일으켜 앉아 있었는데, 아직 몽롱해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대부분 모르는 사람들인데, 내가 왜 여기 있는거지? 기브는 혼란스러운 기억을 정리하려 애쓰며 양복의 말을 들었다.


"여러분이 계신 곳은 가로 삼 킬로미터, 세로 사 킬로미터쯤 되는 작은 섬입니다. 이 섬은 약 70개의 에어리어로 나뉘어 있으며 그 각각의 에어리어에는 고유 번호가 붙어 있습니다. 나중에 내어드리는 지도를 보시면 다들 알게 되실 겁니다."


한기가 느껴진다. 기브는 살짝 몸을 떨었다. 그래도 겨울이었다. 두꺼운 와이셔츠 하나에 코트 하나만 입고 있었으니 코트 깃을 여미지 않는 한 추운 것은 당연하다. 기브는 코트 깃을 여몄다. 마지막 기억이 뭐였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여러분이 이 섬에서 하게 되는 것은 살인게임입니다."


순간 기브의 생각이 멈췄다.


"우리는 여러분께 데이 팩을 하나씩 지급해드리게 됩니다. 이 데이팩에는 600ml들이 생수병과 빵 둘, 금방 말씀드린 섬의 지도, 필기구, 미니 후레쉬, 나침반, 정확한 시계, 그리고 소정의 무기가 하나 들어있습니다. 무기 중 어떤 것은 살상력을 지니지 않은 것도 있음을 말씀드립니다."


올백머리를 한 그레이타입 양복의 중년은 잠시 말을 끊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시간제한은 없습니다. 게임은 간단합니다. 단지 마주치는 사람을 죽이기만 하면 됩니다. 한 분이 남으면 게임이 끝나며, 살아남으신 분은 치료후 안전하게 집으로 보내드립니다. ㅡ다들 목걸이를 하고 계신다는 것을 아셨습니까. 음, 말씀드리자면 그 목걸이에는 위치를 우리에게 보내는 발신기와 그리고 수신기, 수신기와 연결된 폭탄이 있습니다. 수신기는 우리 서버에서 원격조정이 가능합니다. 조심해주시기 바랍니다. 수신기가 예민해서 큰 충격이나 지나친 물, 목걸이를 해체하려는 움직임이 느껴지면 알아서 발동하게 됩니다."


조용하다.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는다. 기브는 멍하니 그의 말을 듣고 있었다. 흠칫 주변을 둘러보니 모두 멍한 표정으로 그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 마지막 기억이 떠올랐다.


"나머지 몇가지 추가룰입니다. 살인이 벌어지지 않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약간의 제한이 있습니다. 처음으로 24시간 내에 사망자가 나오지 않으면 전원이 처형됩니다. 두번째로, 아까 지도에 섬이 70조각 정도로 분할되어 있다고 말씀드렸죠. 우리는 두시간마다 그 조각 하나씩을 금지 에어리어로 지정합니다. 여러분이 금지 에어리어로 지정된 장소에 들어서면 여러분께서 하고계신 목걸이가 폭파하게 됩니다. 금지 에어리어는 완전 랜덤으로 컴퓨터가 지정하게 됩니다. 세번째, "


이건 말도 안되잖아! 우리가 어디가 금지 에어리어인지 아닌지 어떻게 아냐고! 이건 물어봐야 되는데, 기브가 뭔가 말하기도 전에 그 중년 양복은 말을 이었다.


"여러분이 모두 나간 후 15분쯤 후에 이곳, 분교가 있는 에어리어는 금지 에어리어 처리됩니다."


순간 기브는 언뜻 깨달았다. 저 양복 뒤 죽 늘어서 있는 그림자 같은 것은 모두 완전 무장한 군인들이었다. 이런, 진짜인 것이다!


"여러분이 나가시면 0시 12시 18시 24시 하루에 네번 방송하여 다음 금지 에어리어와 사망자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방송은 섬 어디에서나 들리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지도가 들어있는 파일에는 반 학급 명단과 금방 말씀드린 룰을 정리한 간단한 설명서가 참고되어 있습니다."


그래, 동계 창조도시 정규모임. 그거였다. 막 수능을 친 기브는 서울에 있는 대학을 가기 위해 논술을 공부하러 서울로 올라와 기숙 생활을 하고 있었고, 그러던 참에 기브가 좋아하던 종합포털싸이트인 창조도시에서 서울에서 동계 정규모임을 한다고 공지가 올라왔던 것이다.
인터넷과 관련된 것을 실제와 연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기브는 두근대는 마음으로 신청했었다. 아는 사람 하나 없었지만 재미있을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기브는 기억을 더듬었다.

4호선을 타고 혜화역에 내렸을 때, 출구에서 "창조도시세요?" 라고 묻는 누군가가 자신을 큰 버스로 이끌었고, 많은 사람들이 왁자지껄한 버스에서 기브는 빈 자리를 택해 조용히 앉아 있었다. 두근대는 마음으로 버스가 출발하기를 기다렸고,

기억은 거기까지이다. 기브는 언뜻 주머니에서 폰이 만져짐을 느꼈다. 목걸이를 준비할 정도로 용의주도한데 통화는 당연히 안될 것이다. 하지만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 주머니를 비우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다른 물건은 만져지지 않는걸.


조용한 분위기가 수군대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상당수는 긴장한 표정으로 다른 모든것을 외면하고 있었고 원래 친했던 사람들ㅡ이겠지ㅡ은 자기들끼리 둘셋 모여 불안한 표정으로 수군대고 있었다. 완벽한 룰이다. 이것을 깨는 것은 쉽지 않다. 아니, 난 어떻게 하지? 적극적으로 게임의 룰을 따라갈 것인가? 아는 사람이도 있다면 모여 뭔가를 도모할 수도 있겠는데, 창조도시에서 아이디를 빼면 아는 사람이 없잖아. 나를 아는 사람이 있을까? 기브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양복은 시계를 힐끔 보았다.


"시간이 다 된 것 같습니다. 그럼 데이 팩을 나눠드리겠습니다. 데이팩을 받으신 분은 오른쪽 문으로 돌아 이 학교를 나가시면 됩니다. 한분씩 부르겠습니다. 남자 1번 감자군 님."


누군가가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조금 비틀거리며 앞으로 나가더니 군인 하나가 던져주는 데이 팩을 받아 품에 안고 주변 눈치를 보더니 후다닥 달려 복도를 뛰쳐나갔다. 그러고보니 저기 데이 팩이 쌓인 선반이 있었다.

갑자기 들린 훌쩍 소리에 놀라 기브는 휙 왼쪽을 돌아보았다. 여자였다. 누군가가 쪼그린 자세로 앉아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지금까지 왜 몰랐지? 이미 얼굴은 눈물 범벅이었다. 그러고 보니 여자가 꽤 많이 섞여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우는 사람이 많았다!  남자들은 우는 사람이 없는 듯 하지만...


"저...기,"


기브는 다시 왼쪽을 돌아보았다. 짙은 색 와이셔츠에 두꺼운 털 스웨터 하나, 통 큰 깔끔한 청바지를 입은 자신과 비슷해 보이는 나이의 여성분이 눈물로 엉망이 된 울어서 빨개진 얼굴로 기브를 보고 있었다. 이런 상황은, 기브는 머리의 블랙박스를 뒤졌지만 도움이 될만한 정보는 하나도 없었다.


"저, 죽이지 말아요.."


그 소녀는 울음이 가득찬 목소리로 작게 기브에게 말했다. 기브는 처음 맞닥뜨린 상황에 심장이 두방망이질치는 것을 느끼면서 의식하지 못하며 말했다.


"... 네, 알았어요."


그러니 그녀는 울면서 다시 시선을 앞으로 돌렸다.


"저, 닉네임이..?" 이번엔 기브였다. 그녀는 시선을 다시 기브의 얼굴로 옮겼다.

".. 베넘.."


들어 본 적이 있다. 기브는 눈을 크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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