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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테창-릴레이완결] 물망초 #제1장

2006.12.20 17:13

아란 조회 수:32 추천:2

extra_vars1 Forget me n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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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창-릴레이소설 완결]

제목(팀명) : 물망초
장르 : 판타지
총화수 : 전 23화 완결
팀장 : 아란
팀원 : [vk]파멸, 이블로드, 기브, 장사장, jedai, EnEd
연재기간 : 2004년 2월 7일부터 2004년 4월 6일 전 23화 완결


[물망초] #제1장 - 03
글쓴이 : 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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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랗고 높아 강해 보이는 파도가 온 힘을 다해 힘차게 뱃전에 부딪혀 왔지만 몇 겹으로 된 단단한 나무로 된 뱃전을 뚫지 못하고 그만 양 옆으로 갈라져버렸다. 파도는 굴복하지 않고 다시 한 번 뱃전을 강하게 공격해 왔지만 또다시 단단한 뱃전에 패해 양 옆으로 나동그라졌다. 하지만 파도는 포기한 적이 없다. 다시 한 번 서로를 모아 강한 힘으로 뱃전에 부딪혀 왔다.

「물망초라... 물망초...」

무명(無名)은 한없이 뱃전에 부딪혀오는 파도를 바라보다가 시선을 선실 안으로 천천히 돌렸다. 바다를 보고 잇을 때에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갑자기 나무 냄새가 확 끼치는 뜻한 느낌의 온전히 나무만으로 만들어진 정겹게 보이는 선실이 그의 시선을 즐겁게 맞아들였다. 나무는 언제나 그의 마음을 편하게 해 주었다. 아니, 마음을 따뜻이 품어주고 있었단 말이 더 어울릴 것이다. 역시... 바다보다는 나무지...

무명은 무의식적으로 끝이 조금 갈라지고 물기가 없어 갈색으로 물든 손가락을 들어 움푹 들어간 흉터를 조심스레 매만졌다. 너무나 건조해진 손가락과 흉터에 의해 손가락으로 나무를 비비는 뜻한 삭삭거리는 소리가 났지만 무명은 듣지 않았다.

이번 여행만 끝나면 곧 예린에게 돌아갈 거라고 자신에게 수백 번 수천 번 말했었지만 다시 한 번 더 말하고 싶은 충동이 무명을 휘감았다. 이번 여행만 끝나면... 바로 예린에게 갈 거야. 무명은 속으로 되 뇌이며 아직도 흉터를 매만지던 손을 천천히 내렸다. 그리고 아주 힘들어 보이게 선실의 침대로 뒤뚱거리며 걸어가더니 그냥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침대에 편한 자세로 누우며 벌써 몇 십번은 반복한 동작을 행했다. 목의 은으로 된 약간 무거운 목걸이 줄을 끌어올려 반으로 갈라진 은색으로 빛나는 아름다운 목걸이 장식을 들었다. 너무나 많이 잡아 군데군데 손때가 묻어 검게 물든 부분도 옆에 도발적인 은색이 도사리고 있었기에 아름다웠다. 무명은 그 빛나는 목걸이와 그 곳에 써진 Forget me not이라는 글을 한참 주시하다가 다른 사람이 볼까 주위를 둘러보더니 다시 목걸이를 조심스레 품속에 넣었다. 그리고 가슴까지 내려오는 생기 넘치는 회은색 생머리로 조심스레 가린 후 침대에서 부스럭거리며 일어섰다.



-회상

한 대륙에서는 사신으로 불렸다. 사신(死神). 말 그대로 사신이었다. 돈만 넉넉히 준다면 누구든 죽여준다는 것이 그의 사명이었고 그가 살아가는 유일한 이유이기도 했다. 단 예린을 제외한다면. 만약 그가 직업을 사신으로 선택하지 않았다면 그는 조금 더 편하고 쉽게 살았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는 8살 때 부모를 사신에게 잃은 이후로 그들을 죽이겠다는 복수심으로 충동적으로 사신이 되기로 결정한 후 유명한 살수 집단인 살도(殺刀)로 찾아갔었고 그곳에서 10년 가까이 훈련을 받았다. 그리고 4년은 실전 연습을 위해 스스로 산으로 찾아들어가 정확한 살인 기법을 연마했고 그 후로 완벽한 살수가 되어 왕성히 활동했다.

하지만 살수란 직업이 쉬울 리 없었다. 누군가의 청부를 받고 사람들 죽일 때마다 그는 죽을 위기를 넘겨야 했다. 사람을 죽이고 죽이며 자신의 악명은 점점 더 높아졌고 급기야 살수 생활을 한 후 2년째쯤에 되도 않은 청부로 마을의 어진 시장을 살상하고 자신의 정체를 들킨 이후로 그는 그곳에서 유명한 무인 집단들의 합공을 받고 쫓겨 다녀야 했다. 그래서 그해 겨울 추격을 단단히 받아 엄청난 상처를 입고 눈이 무수히 많이 내리는 한 대륙 최북단의 천산에 쓰러져야 했다.

눈이 하늘에서 무수히 많이 내리는 날이었다. 그렇게 눈이 많이 내린다는 것은 남쪽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생각지도 못한 날씨였을 게다. 발자국도 십여 초만 있으면 지워져 버릴 정도로 눈이 많이 내리는 날이었다. 무명은 상처가 차가워지자 너무나 상처가 아려오는 것을 느끼고 견디다 못해 쓰러져버렸다. 눈에 직접 닿는 상처는 느낌조차 없었지만 그 위에서 차가움만 느끼는 상처는 성할 수 없었던 것이다.
눈밭에 쓰러져 숨만 겨우 내쉬는 무명에게 호기심으로 살금살금 다가온 예린, 무명은 그녀가 다가오자 깜짝 놀라 엉겁결에 칼을 내밀었다. 갑자기 피가 범벅이 된 시퍼렇게 빛나는 칼날을 보고 겁먹은 예린은 그 자리에서 바로 울음을 터뜨렸고 무명은 그녀가 서럽게 울자 자신도 모르게 그녀를 눈밭에 쓰러뜨리고는 옷깃을 풀어해 치고 그녀의 입술을 탐했다.

그녀는 뭐가 뭔지 몰라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그것을 받아들였고 무명은 몸도 아파 잘 자제를 못하는 상태에서 끌어 오르는 욕망을 참지 못해 그 눈이 많이 내리는 눈밭에서 그만 그녀를 범해버리고 말았다. 한참의 거친 몸부림이 끝난 끝에 그녀는 옷을 입을 생각도 안 한 채 눈밭에서 눈물을 머금은 상태로 잠들어버리고 말았고 조심스레 일어선 무명은 품속에서 칼을 꺼내들었다. 평화롭게 잠들어 소록소록 숨을 내쉬고 있는 예린을 무명은 차마 죽일 수 없었고 그는 대충 옷을 챙겨 입고는 절뚝절뚝 가는 길을 계속 떠났다.

조금 가다 그녀가 살고 있는 뜻한 천산의 눈이 쌓인 오두막집을 본 무명은 그 자리에 서서 한참 동안 고민해야 했다. 그녀를 데리러 갈 것인지 말 것인지... 한참 동안 고민하다 그는 자고 있어 차마 죽이지 못했던 새하얀 얼굴을 순간적으로 떠올리고는 갑자기 뛰어 그녀가 쓰러져 있던 곳으로 향했다. 최대의 속력으로.
그녀는 거의 얼굴까지 눈에 덮여져 있었다. 그녀에게 성급히 키스해 주고 그녀를 꼭 안아 줌으로서 그녀의 몸을 덥힌 그는 옷을 입힌 그녀를 업고 그녀의 오두막집을 향해 천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 아... 안녕하세요?」

등에 업고 가는 소녀가 깨어난 뜻 싶어 무명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녀가 자신에게 하는 말은 "안녕하세요?"였다. 그런 말을 할 리가 없는데... 무명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힐끔 바라 본 뒤 계속 그녀를 업고 오두막집으로 걸었다.

「제가... 보기 싫어요? 제가 뭐 잘못했어요?」
「... ...」

아름다운 목소리였다. 전혀 꾸밈이 없는, 순수한 목소리. 목소리는 아름다웠지만 왠지 아무도 없는 체육관에서 혼자 말하는 것처럼 공허하게 느껴졌다. 목소리는 그런데... 머리에 뭔가가 문제가 있는 가보다. 지금 그런 말 할 상황이 아닌데... 무명은 뭔가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고는 입을 꼭 다물고 그녀의 오두막집을 향해 계속 걸었다.

「... 훌쩍... 대답 안 해주세요? ... 제가가 또 뭔가를 잘못했어요?... 훌쩍」
「... ...아니...」

예린의 따뜻한 눈물이 뒷목으로 똑 떨어져 어깨로 흘러 내려가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 무명은 그냥 엉겁결에 아니라고 대답했다. 예린이 정말 울고 있구나. 서러운 건가. 이미 예린의 마음이 너무나 순수하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챈 무명이었다. 무명은... 그녀의 마음이 너무나 순수하다는 것을 알고는 걱정이 되었다. 너무나 순수한 마음은 그 순수함으로 인해 다른 사람보다 고통을 더 많이 받는다는 것... 왜 내가 예린을 걱정하는 거지? 그냥 집으로 데려다 주고 난 그냥 갈 건데!

「아저씨, 다치셨어요? 어떡해요. 아파요. 으앙-」
「괜찮아. 괜찮아. 안 아파」

다시금 등에 업혀 눈물을 쏟아내는 예린을 달래려 급히 변명하면서 무명은 예린을 다시 한 번 들쳐 업었다. 순간적으로 예린의 따뜻한 체온이 자신의 몸으로 전해지는 것을 보고 무명은 뜨끔했다. 자신의 몸이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에 대해 스스로 놀라워하는 무명이었다.

「아저씨...」
「응?」
「아저씨가 좋아요. 헤헤」
「나도 네가 좋아. 후후」

굳이... 많이 잡아봐야 6살에서 8살 정도 차이가 날 뿐인데 아저씨라니... 무명은 뭐라 한마디 하려다 꿀꺽 삼키고 그냥 예린이 좋다고 하자 자신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분명히 예린의 지능이 떨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는 무명이었다. 그런데도 예린이 자신을 좋아한다고 하는 말을 듣자 순간적으로 가슴이 설레었다. 왜 그런 거지 하며 그쪽이 좋다고 말을 해도 무명은 가슴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비로소 그는 자신이 한 말과 예린이 한 말이 모두 진실이라는 것을 느꼈다.

「아저씨가 좋아. 헤헤. 아저씨가 너무너무 좋아」
「... ...」

그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차가운 방구석에 예린을 살며시 내려놓았다. 그런데 순간적으로 예린과 눈을 마주친 그는 예린의 속눈썹 끝부분에 눈물방울이 미세하게 달려있는 것을 보았다. 아까의 나 때문에 흘린 눈물이구나. 무명은 손가락 끝으로 눈물을 살짝 닦아주었다. 그리고 예린의 아직 아물지 않은 빨간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천천히 갖다 대고 부드럽게 빨기 시작했다.




「흐흠... 임신이란 건요. 자매님. 자매님은 아마 저 상인들 중 누군가와 옷을 입지 않고 밤에 같이 한 방에서 합체를...」
「메리!」
「알았어요, 알았어. 휴우... 자매님. 임신이란 건」
「아, 알겠다! 무명님이 내게 임신시킨 거구나!」
「예? 뭐라고요? 다시 말해보세요!」

엘프님과 수녀님이 갑자기 나에게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흐음... 내 이야기를 아주 듣고 싶은 표정이네. 이야기를 해 주는 것은 착한 일인가 보다. 난 활짝 웃으며 무명님과 나의 이야기를 해주기 시작했다. 나 착해?

「저번 밤에요, 무명님이요 방에 들어와 서요 나한테 뽀뽀하구요...」
「계속해보세요, 계속하세요!」
「메리! 수녀 맞아? 예린, 그 이야기는 멈추고 무명님이 누구인지만 말해!」
「무명님요? 모르겠는데요... 미안해요... 우엥-」

나 계속 나쁜 짓 하나봐... 그런 것도 알고 싶어 하는데 이야기 못해주고... 예린은 나빠. 예린은 나빠. 예린은 나쁜 아이!
내가 계속 우니까 엘프님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날 지긋이 바라보더니 날 꼭 껴안았다. 으앙... 안기니까 이유도 없이 서러워서 눈물이 더 나왔다. 루시엔은 날 가만히 다독거리더니 말했다.

「예린, 걱정마. 내가 꼭 무명을 잡아서 그곳을 터뜨려 남자 구실을 못하게 해주지」
「그곳이 뭐에요?」

내가 물으니 엘프님은 다시 얼굴이 벌게지더니 다시 상인들에게 가서 뭐라 뭐라 이야기하신다. 나 때문에 야단맞나봐. 예린은 나쁜 아이였구나...
그런데 수녀님은 뭐하고 계시지? 수녀님은 빨개진 얼굴로 미소를 짓고는 쭈그려 앉아서 하늘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다. 무슨 생각을 하시는 것일까?

나 무명님 보고 싶어.
우엥-





「예? 뭐라고요?」
「미안하지만 그렇게 되었네.」
「마... 말도 안 돼... 이런...」

선장이 무심히 시선을 오른쪽으로 돌려 창문을 바라보았다. 저... 저 죄지은 뜻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선장이 찢어죽이고 싶을 정도로 밉다. 이것은 말도 안 돼!

「어... 어떻게 갑자기 이런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거죠?」
「갑자기가 아닐세, 무명. 원래 한(寒)과 크리스킨(Chricekin')은 적대 관계였어. 둘이 너무나 다르니 그것은 너도 알아챌 수 있지 않았나. 그래. 한과 크리스틴은 처음 서로를 발견할 때에서부터 천천히 적대 관계로 들어섰지. 몇 십 년, 몇 백 년 동안. 그러다가 폭발한 것일세. 자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안타까운 현실을 인정해야 하네. 나도 아주 곤란하다고」

난 바닥을 노려보았다. 나무로 된 정겨운 바닥이었지만 그것을 보아도 머리는 너무나 혼란스러웠다. 너무나... 너무나... 너무나! 미칠 것 같은 혼란스러움! 순간적으로 울컥 하는 마음과 함께 눈물이 차올라 나무 바닥이 흐려졌다.

「아마... 이 전쟁은 적어도 20년 정도는 끌듯 싶네. 서로 벼르고 벼르다 터진 전쟁이니 양쪽 다 준비를 단단히 했을 게고 그만큼 장기전으로 이어가야겠지. 이 크리스킨으로 향하는 배도 한(寒)배라서 당당히 항구로 들어섰다가는 박살나게 돼. 우리 비밀 항구를 이용해야 하고 그곳으로 향한 후 전쟁이 끝날 때까지 숨어들어가거나 귀화해야 하지. 아마도 항로는 끊길 테고 다시 한 대륙으로 이동한다는 것은 배든 뭐든(육로는 없으니까) 거의 불가능할 것일세.」

절정까지 차오른 눈물이 눈에서 떨어져 나와 잠시 동안 자유로운 곡선을 그리며 비행을 하더니 나무로 된 바닥에 톡 부딪혀 터져 버렸다. 그와 동시에 다른 쪽 눈에서도 눈물이 한 방울 떨어져 내렸다. 무명은 고개를 확 들었다.

「지금 당장 한 대륙으로 이 뱃머리를 돌릴 순 없습니까?」
「연료가 부족해. 그리고 다시 돌아가다가 크리스킨의 탐지기에 걸리면 우리는 죽게 되네. 어차피 가도 위험은 마찬가지일 거야. 한 대륙에서 우리가 크리스킨의 배인 줄 알고 사격하겠지.」
「크리스킨에서 한 대륙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썬 없네. 자네도 여기 내린 이상 죽지 않으려면 부지런히 돌아다녀야 할 걸세. 자네도 이곳 항구 론브리지에 도착하면 크리스킨의 의복인 로브와 간단한 후드, 숏 소드를 줄 테니 적응을 바라게. 복장을 바꾸기 싫다면 크리스킨의 눈에 띄면 안 되겠네.」
「복장을 바꾸겠습니다. 그냥 검은색 로브 하나만 주시면 됩니다. 이 도복 위에 간단히 입겠습니다. 하지만 칼은 바꾸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꼭 한 대륙으로 가겠습니다!」
「그러길 바라네.」

선장이 나간 후에도 한참 동안 무명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리고 곧 결심을 한뜻 무명은 칼 손잡이를 억세게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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