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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SF [Lucia]

2005.05.22 23:42

아란 조회 수:96 추천:3

extra_vars1 nondum omnium dierum sol occidit 
extra_vars2 009~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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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ia] 009 : 보석도적단, 공식적인 궤멸

작성자 : 도지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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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괴수"
  "네, 아가씨."

  M.I.M.U.는 루시아의 부름에 허공을 주르륵 하는 느낌으로 가로질러 침대에 누워있는 루시아의 곁에 얌전히 붙들려 있었다. M.I.M.U.-즉 우수괴수는 루시아가 무슨 말을 할 지에 대해 연산을 막 시작하려는 찰나였다.

  "나, 공기가 쐬고 싶어."
  "...공기라면 여기서도 얼마든지 쐬실 수 있습니다. 커튼을 열까요? 충분히 휴식을 취하도록 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그렇지 않으면-굳이 브리쟈르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것은 뻔한 일이니까. 우주괴수는 그 말을 끝으로 유심히 루시아의 얼굴을 관찰했다. 루시아의 얼굴이 조금 기울어졌다.
  "있지... 사실은... 나 이제 괜찮은 것 같아."

  거짓말일 확률 91.12%
  즉시 계산해 낸 수치를 가지고 우주괴수는 정중하게 루시아를 말렸다.

  "안됩니다."
  "......"

  몰래 도망쳐 나갈 확률 40.391%, 떼를 쓸 확률 31.123%, 다른 사람과 대동하는 방식으로라도 허락 받으려 할 확률 10,1%, 얌전히 포기할 확률 9.3% 그리고...

  마음 속에서(M.I.M.U.에게도 마음이라는 게 있다면) 우주괴수는 얌전히 연산을 하며 눈앞에 앉아있는 귀여운 아가씨가 어떤 행동을 할지에 대해서 따져보고 있었다. 루시아는... 갑자기 볼을 훅 하고 부풀리며 투덜거렸다.

  "칫, 알았어."

  그리고 루시아는 얌전히 이불을 자신의 몸 위로 끌어당겼다. 그러나 덮여져 있는 이불 아래에서 루시아의 눈이 사악하게 빛나고 있었다...



* * *


  "...루비는 여전히 찾지 못한 모양이에요."

  푸른 머리의 산뜻한 느낌을 가진 여자가 다른 사람들에게 정황을 전했다. 두목인 듯한 남자가 입술을 곱씹었다.

  "그럼, 어쩔 수 없이 두 명 부족한 채로 진행해야 겠군."

  그와 동시에, 어디선가 푸른 뇌전이 날아와 남자의 얼굴을 날려버렸다. 여자들은 비명을 지르며 우왕자왕 거리기 시작했다.

  "마, 마법? 아니, 하지만 저렇게 굉장한 번개라는...?"

  오팔이라는 이름을 가진 도적단중 한명이 긴장해 몸을 사렸다. 그녀의 앞에 이런 난리에도 멀뚱히 서 있는 탁자 위로 머리가 데굴데굴 굴러갔다.

  "이런 썩을."

  제멘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화염구를 시전했다. 그의 손 위에서 작열하는 불덩어리가 모아졌다. 그러나 그 다음순간 그는 철저하게 번개로 도륙당한 다음이었다.

  "으아아악!"

  허공으로 흩뿌려지는 가는 선혈 몇가닥. 그리고 제멘의 몸뚱아리가 마룻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비상사태! 각자, 포지션!"

  오팔이 외쳤다. 그와 동시에 여자들의 비명이 뚝 그쳤다. 사파이어가 중얼거렸다.

  "실례합니다~... 우리는 싸우는 게 전문이 아니라서요. 어차피 모습을 들어내셔도 당신처럼 강한 사람은 저희가 어떻게 하지 못할테니 모습이라도 보여주시지 않겠습니까~?"
  "훗, 그래, 그것도 좋겠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아르마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일제히 탁상 위에 서 있는 아르마를 발견했다. 도대체 어째서 발견하지 못했는 지 알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에메랄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 당신이...?"

  "그래. 내가 범인이다. 왜, 나를 죽여볼려구?"

  아르마의 손에 뇌전에 열댓가닥 잡혀가는걸 보고 여자들은 아르마가 눈치채지 못할 정도라고 생각되는 속도로 발을 떼며 슬금 슬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들이 하는 짓을 보고 아르마는 코웃음을 쳤다.

  '이름만큼이나 웃긴 짓을 하려고 하는군. 이딴걸로 감히 나 아르마를... 해치워 보겠다는 건가?'
  "헛짓은 그만두고 나, 아르마에게 죽는 것을 요행으로 삼으며 죽더라도 나를 원망하지는 말아라."

  아르마는 뇌전을 일제히 발사했다. 사방 팔방으로 뇌전이 발사되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뇌전에 맞은 것은 단 한사람 뿐이었다.

  ...에메랄드였다. 에메랄드가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아채지 못하고 멀뚱히 서 있다가 가는 선 같은것이 에메랄드의 오른쪽 어깨에 좍 그어졌다. 그리고 다음순간 천천히, 에메랄드에게는 한없이 길었던 시간만큼이나 천천히 오른팔과 허벅지가 에메랄드에게서 분리되었다.

  "아아아아악!!!!!!!!"

  도저히 인간의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비명. 아르마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약한 번개를 불러내 에메랄드를 태워버렸다. 그러나... 그 사이...

  다른 여자들은 이미 모두 달아나고 없었다.


  "젠장할...보통 인간을 태울 정도의 속도의 번개로는 잘 안맞는군... 아주 쓰레기같은 실력만 가진 줄 알았더니 분신을 세울 줄도 아는군 그래. 쥐새끼같은 녀석들. 피곤하게시리..."


  아르마는 차갑게 비웃으며 천천히 문을 열어제치고 어두컴컴한 오두막을 벗어났다. 밤하늘의 달이 붉게, 비치는 밤이었다. 아르마가 문을 나오는 순간 땅 밑에서 붉은 달 만큼이나 짙은 폭염이 아르마를 휘감았다.
  순간 뛰어올라 폭염에 휩싸이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한 여자가 나타났다. 바이올렛 색깔의 머리를 가진 아름다운 여자였다. 그녀가 아르마를 보고 화사하게 웃었다. 무슨 일인지 파악하기 위해 아르마가 공중에서 행동을 멈추자 바이올렛머리의 여자가 입을 열었다. ...그 안에는 혀 대신에 총이 있었다.


"두두두두두두두!!"

  공중에 뜬 화려한 춤이 시작되었다. 정신없이 총알을 몸으로 받아내며 아르마는 천천히,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바이올렛 색깔의 머리를 가진 여자는 천천히 몸을 돌리고 잽싼 몸놀림으로 뛰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녀는 얼마 가지 못해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서. 그녀의 발목이 잘려나간 것이다.

  바닥에 쓰러져 숨을 헐떡이는 그녀에게 몇가닥의 빛줄기가 날아와 그녀를 화사하게 불태워주었다.


  "아아아아아... 간지럽지도 않아."  

  남은 잿더미를 짓밟으며 아르마는 비열하게 웃었다.

  "다 찾아내서 죽여버리겠어. 하급 생물들 주제에...달아나면 어디까지 달아나겠다고. 큭큭큭... 바줬더니 아주 기어오르는구만."

  그리고 그 다음순간, 아르마는... 이 한적한 숲 일대를 모두 전기로 갈아엎어버렸다.




  아르마는 모두 해치웠는지 다시 한번 꼼꼼하게 점검하고 씨익 웃었다.

  "헤헤헤. 깔끔하게 했다. ...... 그나저나 그년이 쏴댄 돌멩이나 다름없는 쓰레기때문에 옷이 더러워졋네. 이럴떄야 말로 정말 수(水)아르마들이 부럽다니까...그럼 나머지 하나도 찾으러 갈까?"







  "...흐응~♪ 혼자만 쇼핑하러 빠져나와서 다른 사람들한테 미안하게 되어버렸네."

  수려한 용모의 여자가 노란색 머리핀을 머리에 꽂으며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았다.

  "자자, 그럼 이 '토파즈'도 슬슬... 기지로 돌아가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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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ia] 010 : 강철의 나다니스

작성자 : 쿠사나기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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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창한 고목 위로 태양이 붉게 부서진다.
  거칠게 고동치는 심장처럼 빨갛게 타오르는 태양 아래 만물을 대관하는 거룩한 빛이 내리쬔다. 세상은 우울하게 물들어간다. 갈기갈기 찢어지는 구름, 그 사이를 무참히 유린하는 저주받은 빛에 하늘은 그 거룩한 칼날을 뒤로하고 다홍빛으로 뿌옇게 흐려진다. 멸망하는 가문을 바라보는 가주의 애틋함을 품고서 천천히, 조심스럽게, 서산으로 해가 기울고 있었다.
  널찍한 바위 위에 드러누워 빈둥거리던 헤이슨은 고목 수풀 사이로 비쳐 들어오는 햇빛을 향해 짜증 섞인 눈짓을 지어 보였다.
  23전 23승 무패. 얼간이같은 전적이라고 헤이슨은 생각했다.

  '상대방은 여자였어.'

  대대로 아우툼누스 왕국의 녹을 먹고살아 온 충신의 가문, 그 유서깊은 귀족가(貴族家)의 장손으로서 귀족가의 법도의 준수를 강요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강요는 거부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고, 사실 거부할 줄도 모르는 어린 나이었다. 무심코 받아들이고 습지하고 실천하는 수밖에 없었다. 십 년 이상의 세월동안 타성처럼 젖어든 귀족의 생활습관은 이성마저 오염시켰다. 그에게 있어 레이디 퍼스트(Lady first), 즉 신사도란 사내 된 자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도리와 비스무리한 종류의 것이었다. 무비판적인 수용의 대표적인 폐해가 바로 자기 자신이 아닐까 생각하며 헤이슨은 쓴웃음을 지었다. 일반인의 관점으로 바라보면 크게 켕길 일도 아니었고, 신사도란 어처구니없는 우스갯소리 이상의 그 무엇도 아닌 개소리로 치부할 수 있을 터였지만-헤이슨 또한 그 사실을 이성적으로나마 자각하고 있었지만,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다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상관없어. 나를 가르친 녀석은 반쯤 정신나간 녀석이었다구.'

  헤이슨은 자신의 처지를 그렇게, 대충 합리화시켰다. 그러나 헤이슨은 저택에 유하던 시절에 단 한 번도 자신의 가정교사를 정신병자 취급한 적이 없다는 기억을 떠올리곤 이를 갈았다. 오히려 그는 남 앞에서 항상 예의바르고 모범적이었다. 간혹 꾀병을 부리곤 했지만, 부모님은 그것을 자식의 애교정도로 봐주고 너그럽게 넘어갔다. 가정교사는 항상 그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으며 그 때마다 부모님은 헤이슨을 마냥 자랑스러워하셨다. 부모님의 따뜻한 미소. 헤이슨은 그것에서 미칠 것 같은 행복감을 느꼈다. 마냥 풍족하고, 평안암이 당연한 것처럼 느껴지는 나날…… 자신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 관심을 기울이시고 사소한 장난에도 밝게 웃어주시는 부모님의 미소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정신적 자산이었다.
  그러나 그 날, 헤이슨은 그 모든 것을 상실했다.
  답답하고 고통스러운 개념이 가슴을 짓눌렀고, 헤이슨은 생각을 지우기 위해 고개를 미친 듯이 좌우로 흔들었다. 정신없이 헤드뱅잉을 하던 중, 마침 그의 눈에 아린의 모습이 들어왔고, 헤이슨은 필사적으로 아린에 대해 생각했다.
  장신(長身)의 성숙한 여인, 헤이슨은 지상에 발을 들이민 이래 이처럼 훤칠하고 조각같이 잘 빠진 여자를 본 기억이 없었다. 국적을 짐작하기 어려운 괴상한 복장, 게다가 잃어버린 하나의 팔까지…… 어느하나 평범한 것 없이 불균형하고 괴상해 보일 법도 했지만, 그런 진부한 것들에는 신경 쓸 겨를 없을 정도로 그녀는 독특한 매력을 풍기고 있었다. 허리까지 오는 푸르면서도 암울한 빛깔을 한 긴 머릿결에, 석양에 살짝 그을린 듯 한 우유빛 피부. 그 아래로 그녀의 머리 빛과 같은 푸른 눈동자. 그 심연의 늪에는 아련한 무언가를 부르짖는 듯 수심에 깃든 작고 푸른 눈동자가 길고 짙은 속눈썹에 가려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머물러 있었다.
  검의 무희, 가끔 그녀는 동료에게 그렇게 불렸다. 신출귀몰한 몸놀림에 예리한 칼부림, 박력 있으면서도 부드러운 검 끝의 떨림으로 그녀는 상대방을 전율케 한다. 무덤덤하게 찌르고 베고 휘두른다. 살벌하기까지 한 그 동작들은 모두 하나의 악곡에 맞춘 듯 부드럽게 연결되었다. 세밀하고 절도있는 박자에 맞추어 하나하나의 곡조를 이루고 완벽한 화음에 맞춰 춤을 추듯 하는 그녀의 검법은 설령, '성 아우툼누스 기사단장'이라 해도 찬탄을 마지 않을 것이었다. 분명, 검도 명검일 것이라 헤이슨은 생각했다.
  그런데, 도대체 이 전력을 예측하기 힘든 정체불명의 일행은 어딜 향하고 있는 걸까?

  "노처녀… 아니, 레이디 아린? 아린 선생님? 스승님? 도사님? 아니면, 전설의 검사님?"

  "누나!"

  "좋아, 누나. 이 누추한 곳까지 먼길 오느라 수고 많았어. 그런데 여긴 왜 온거지? 무(無) 대륙 출신인 것 같은데."

  "그 거지 같은 말투 고쳐질 때까지 장작을 패는 것, 내 검집에 두들겨 맞는 것. 둘 중 하나 골라보렴."

  "…말투를 고쳐보도록 하지."

  아린은 헤이슨을 째려보았다.

  "…요."

  "그 다짐 가슴 깊이 새겨두도록 해. 잊었다가는 목숨이 위험할지도 몰라."

  "네……."

  헤이슨은 질문이 씹혔다는 것에 대해 상당히 불만스런 표정을 지어 보였고, 초조해하는 꼬마를 바라보며 아린은 무덤덤히 말을 이었다.

  "이곳은 목적지가 아냐. 지나가는 길목 이상의 의미는 없어."

  "어딜 가시는 중인데요?"

  "현재는 나다니스 공국. 결국은 무 대륙을 향하겠지."

  헤이슨은 뭔 개소리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고, 아린은 할 수 없이 부가 설명을 덧붙였다.

  "나다니스에서 비행선을 대여해 무 대륙으로 갈꺼야."

  헤이슨은 어릴 적 배게 대용으로 쓰곤 하던, '강철의 나라 나다니스'를 떠올렸다.
  놈과 드워프의 나라 나다니스. 그들이 세계 정부를 상대로 독립하겠다고 나섰을 때, 3대 강대국의 지식인들은 웃지 않았다. 하지만 '그 땅'에 도시를 건설한다 했을 때, 겉으로는 조소 섞인 우려를, 속으로는 바닥을 치고 뒹굴 수밖에 없었다. 난쟁이들이 선택한 땅은 '엔게비 평원'. 당시 그다지 호전적인 관계라 할 수 없는 3대 군사 강국의 전쟁 놀이터로 쓰였고, 고대 유적의 암석으로 뒤덮인 폐지(廢址)라고 밖에 부를 수 없는 무능력한 토지에 불과한 장소였다.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 끼어 있다는 정치적 악조건에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피 서린 대지라는 지리적, 심리적, 심미안적 악조건까지…… 악조건이란 악조건은 두루 같춘, 상식적인 인간이라면 결코 살고 싶다는 느낌이 눈꼽만큼도 들지 않을 황폐한 땅이었다.
  
  '어느 요소로 보나 황무지와 다름없는 그 땅 위에 일반적인 건축법으로 도시를 세우기란 불가능해 보이는구려. 차라리 구름 위에 성을 쌓고 지면을 갈아 엎어 그 아래에 도시를 건설해 보는 것이 어떻겠소?'
  
  이례없는, 건축학의 세계 최고 권위자 필마리온 교수는 이 거대한 장난을 이같은 농담으로 축약했고, 난쟁이를 제외한 세계의 모든 선민 종족은 박장대소하며 공감을 표했다.
  그로부터 수백년의 세월이 흐른 오늘날, 드워프와 놈은 한 건축학자의 농담을 진지한 충고로 받아들여 전설을 만들어 내었다. 말도 안 되는 천문학적인 공사가 사람들에 눈의 띄지 않고 비밀스럽게 진행될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도 또 하나의 불가사의로 남아있다. 마침내 역사상 유래를 찾아 볼 수 없는 거대한 건축물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었을 때, 세계인은 필마리온 교수가 이미 고인이 되었음을 심히 안타까워 할 뿐이었다.
  그들은 불굴의 투지와 강철같은 끈기로 보잘것 없는 땅에서 기적을 일궈냈다. 세상의 비난과 조롱 속에서도, 어떠한 자연적 악조건에도 굴하지 않고 끊기있게 밀고 나가는 그들의 민족성은 화려한 과학문명을 자랑하는 오늘날의 '강철의 나다니스'를 만들었다.
  
  헤이슨은 '비행선'이란 도대체 무엇을 지칭하는 말일까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을 지었고, 아린은 친절하게 설명을 덧붙였다.

  "일종에 하늘을 나는 배 같은 거야. 배 위에 커다란 공기주머니를 연결해서 하늘을 난다던데? 뭐, 드워프는 별 희한한 것도 태연하게 만들어내는 녀석들이니까 그런 게 있다고 이상하게 여길 것은 없지."

  헤이슨은 진짜 배타고 바다 건너 가면 금방일 텐데 뭣 하러 그런 복잡한 절차를 거치냐는 의미가 담긴 복잡미묘한 표정을 지었고, 아린은 사람의 표정이 이만큼 다양한 의미를 전달할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 내심으로 감탄하며 말을 이었다.

  "아, 바닷길은 일찍부터 포기했어. 막힌 거나 다름없거든. 트리키폴라스 빙해(氷海)에 레비아탄(Leviathan)이 출몰했다."

  "레, 레, 레비아탄!"

  헤이슨은 아린을 멀뚱멀뚱 쳐다보았고, 아린은 헤이슨을 멀뚱멀뚱 쳐다봤다. 그리고 새로운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거기서 뭐하냐? 호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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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ia] 011 : 엘리자베스 - 토파즈

작성자 : 영원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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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시아는 헤이슨은 본체만체 눈을 반짝거리며 아린에게 다가간다.

  “레비아탄이라면 역시 군함 크기의 머리를 지닌 그 거대한 바다뱀을 말하는 거겠지요?”

  아린이 얼굴을 찌푸린다.

  “군함크기든 뭐든 그런 걸 내가 어떻게 알아.”

  “에~  하지만 레비아탄은 유명하잖아요!  이제까지 제대로 된 관찰이 없는 괴수이기에 책에선 많이 써있진 않았지만..  그 거대한 크기, 웅장한 자태..”

  루시아는 아린의 손을 잡으며 말을 잇는다.

  “한번 보고 싶어요!”

  아린의 얼굴이 한 층 더 일그러진다.

  “무슨 개 씨나락 까먹는 소리를 하는 거야.  그런 게 애초에 가능하다고 생각이나 해?  우리가 왜 비행선을 타는 건데. 그것 때문에 바다를 못 건너서 그런 거잖아.”

  “에~  그렇지만..”

  “시끄럽고, 출발은 내일 아침이니까, 일찍 자둬.”

  루시아가 멍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본다.  아린은 하늘을 쳐다보며 한숨을 쉰 뒤 말했다.

  “나다니스 공국으로 갈 꺼야.”

  “..  에?  그럼 바다는 왜?”

  아린은 손가락으로 미간을 주무른 뒤 헤이슨을 가리키며 말했다.

  “제한테 물어봐.”

  루시아는 꺼림칙한 표정으로 헤이슨을 바라본다.
  헤이슨은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뒤돌아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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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거, 이거!]

  드레스를 양 손으로 잡으며 그녀는 환하게 웃었다.  끝에 하얀색 꽃모양이 장식되었고 하얀 테두리가 목덜미와 허리에 걸쳐진 파란 드레스를 양손으로 펴 보이며 그녀는 루시아를 바라보았다.

  [음..  그래도 이건 좀 수수한가.]

  [언니.]

  루시아는 피곤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말했다.

  [벌써 1시간째 이러고 있잖아.  아무리 결혼식 장 옷이라지만..]

  그녀는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며 말했다.

  [그러니까 예쁘게 입어야지.  음..  내가 저번에 눈여겨 놓았던 옷이 여기 있었는데..]

  루시아는 한숨을 쉬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하인들이 옷을 차려주었지만, 루시아의 경우는, 적어도 옷에 관해선 하인들이 처리해 주지 못했다.  그녀의 맏언니인 엘리자베스가 언제나 골라주었기에.  자신을 그렇게 끔찍이 대해준다는 것이 기분이 좋기도 했지만, 솔직히 말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렸다.  그렇다고 골라준 옷이 언제나 멋진 것이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제 다시는 못 볼지도 모르니까.

  [언니.  결혼하면..  이제 다시 못 봐?]

  그녀는 루시아를 돌아보았다  그녀의 입가엔 아직도 미소가 걸려있다.

  [왜 못 봐.  언제든지 다시 볼 수 있어.]

  [하지만 역시 나다니스 공국은 먼 곳이니까..]

  [괜찮아, 괜찮아.]

  그녀는 다시 옷장에서 옷을 찾는데 열중했다.

  [살아있는 한은 언제든지 다시 만날 수 있으니까.]

  그녀는 다른 드레스 하나를 집어 올려 루시아에게 보여줬다.

  [이건 어때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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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을 떴을 땐 아직 한밤중이었다.  오늘 밤은 검은 구름이 달을 가려 어두침침하다.  그녀는 언제 깼냐는 듯 옆으로 몸을 돌리며 다시 잠을 청한다.    

  “으음..  루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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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죽인건가.”

  “응, 응.  깨끗하게.  그냥 다 태워버렸으니까.”

  하품을 하고 기지개를 펴며 아르마는 우주괴수의 물음에 대답한다.

  “데이타에 의하면 아직 몇 명이 남았다고 하는데.”

  아르마는 표정을 찡그린다.

  “조직이 무너져 버렸는데 그 한두 명이 무슨 짓을 하겠어.  무엇이 죽였는지도 모를텐데.”

  우주괴수는 아무 말 없이 아르마를 쳐다본다.

  “이봐, M.I.M.U, 너무 걱정을 많이 하는 거 아냐?  시스템 과부하 걸린다고.”

  “걱정은 많이 할수록 좋지.  변수를 없애주니까.”

  아르마는 손을 휘휘 저으며 미소를 짓는다.

  “M.I.M.U, 우리는 적어도 이 별에서 최강의 존재들이야.  벌레들이 조금 남으면 또 어때?  나오면 그때 죽이면 돼.  너무 신경 쓰지 말라고.”

  우주괴수는 말이 없다.  그의 두뇌는 아르마가 말을 하는 도중에도 쉼 없이 돌아가고 있다.  무엇을 계산하는 것일까.  그 자신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무언가가 그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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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이게 뭐야.”

  토파즈는 그들 ‘보석 도적단’의 아지트였던 곳을 커진 눈으로 돌아본다.  이제는 잿더미 밖에 볼 것이 없는 그 곳을.

  “..  아.”

  그녀는 오른 손으로 그녀의 왼 손바닥을 가볍게 치면서 중얼거린다.

  “맞아.  분명 내가 잘 못 왔을 거야.  난 원래 조금 길치였으니까.  여기 늦게 온 것도 순전히 길을 잘못 들어서니까.  맞아.  분명 그럴 꺼야.”

  그녀는 자신의 논리에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잿더미가 된 그곳을 나가려 했다.  동시에 그녀는 이상한 물체가 땅에 박혀있는 것을 목격한다.  
  기다란 통에 박혀있는 구체에 또 박혀있는 4개의 작은 통들...  그것은 마치..

  “아니야, 아니야.”

  머릿속에선 떨어지라고 미친 듯이 소리치지만 그녀의 발은 이미 그 물체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가까이 가면 갈수록 그녀는 그것이 사람의 팔이라고 확신했다.
  그을릴 때로 그을려지고 약지 손가락이 떨어져 나갔지만, 분명 그것은 사람의 팔.
  그들 도적단의 맏언니 격인 오팔의 팔이다.  아직 제 모습을 갖춘 삼각형 팔찌는 오팔언니의 것이다.

  “아니야, 아니야.”

  그녀는 팔을 뻗어 오팔의 손을 잡는다.  그 순간 그녀의 팔은 마치 석탄처럼 검은 가루를 흩어 보내며 부서졌다.

  “이..  이런..  이건...”

  토파즈의 눈에서 한없이 눈물이 흘러내린다.  그녀의 온 몸이 떨고 있다.

  “처참한 광경이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갑작스런 목소리에 토파즈는 잽싸게 뒤를 돌아본다.  그녀의 뒤엔 검은 로브를 걸친 한 사람이 소리 없이 서있다.

  “당신, 누구야!”

  그녀는 사납게 그 자를 노려본다.  아직 그녀의 뺨에 묻어있는 눈물이 차가운 밤공기에 서서히 얼어붙는다.

  “적은 아니니 안심하시길.”

  조용한 남자의 목소리를 가진 그 것은 주위를 찬찬히 돌아본다.

  “정말, 그의 그 시리즈들은 하나같이 엄청난 괴물들이군요.  역시 아직은 그저 관찰하는 것이 상책인 모양입니다.”

  그녀는 자신의 단검을 허리춤에서 뽑아 큰 소리로 다시 묻는다.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거야?! 역시 네 녀석이야?!  네 녀석이 이곳을 이렇게 만들어 벌 인거야?!”
  
  그가 다시 토파즈를 바라본다.  동시에 그녀는 그녀 주위의 공기가 급격히 냉각하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피부가 느끼는 그 닭살 돋는 냉기완 또 다르게 그녀의 온몸에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숨 쉬는 것조차 힘들어진다.

  “제가 만약 이곳을 이렇게 만들었다면, 당신 역시 보이는 즉시 죽여 버렸을 거라고 생각 하지 않습니까?”

  그녀의 눈에서 다시 눈물이 고이기 시작한다.  절망이 그녀의 온 몸을 엄습하기 시작한다.  그가 그녀에게서 시선을 거둔 후에도 그녀는 검은 땅바닥에서 엎드려 흐느낀다.  그런 그녀를 앞에 둔 채 그는 그저 서있기만 한다.  
  이윽고 그녀가 눈물을 닦으며 물었다.

  “..  당신은, 이 짓거리한 작자가 누군지 알아?”

  “..  모른다고 할 수는 없죠.”

  “뭐야, 그런 대답.”

  그는 고개를 숙여 그녀를 내려다본다.

  “제가 알려드린다 한들, 당신이 무엇을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녀의 눈에서 불꽃이 인다.

  “죽일 거야.”

  비웃는 소리가 토파즈의 귀에 들린다.

  “당신은 그에게 말도 걸기 전에 죽어버릴 것입니다.  풉 - 그는 장갑을 낀 자신의 손을 쥐었다 핀다 ― 하고 말이죠.  그가 눈 한번 깜빡하는 사이에 당신은 잿더미가 되어 있을 겁니다.  죽인다고요?  그는 당신이 왜 왔는지 조차 모를 것입니다.  그렇게 빨리 사라지는 데야.”

  “이 짓 한 놈 적어도 만나지도 못한다면 화병으로 죽어 버릴 거야.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그는 잠시 허공을 바라보다 그녀 쪽으로 손을 뻗는다.

  “가르쳐 드리지요.  하지만 제 쪽에도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토파즈가 인상을 조금 찌푸렸다.  자신한테서 뭘 원하는 거지?

  “절대로 제 허락 없이 그와 싸우려 해선 안 된다는 조건입니다.  시간이 되면 그와 싸울 수 있도록 제가 도와드리지요.  하지만 때가 오기 전엔 절대로, 감정에 치우쳐 그와 싸우면 안 됩니다.  아시겠습니까?”

  그녀는 잠시 멍하니 그를 쳐다본다.  도와주겠다고?  때가 오기 전엔 싸우지 말라고?

  “왜, 당신은...”

  그는 자신의 검지를 그녀의 입술에 대고 다른 검지론 자신의 입 근처에 대었다.

  “저에게 있어 당신은 그저 예기치 않은 보너스에 불가합니다.  만약 당신이 싫다면 전 아무 미련 없이 당신을 떠날 수 있습니다.  아시겠습니까?  그를 혼자의 힘으로 찾아서 눈 깜짝할 사이에 죽고 싶으시다면 그리 하시지요.  하지만 당신은 복수를 원하는 것이 아닙니까?  복수를 위해선 힘이 필요하지요.  안 그렇습니까?”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아무 말 없이 저를 따라오시겠습니까?”

  토파즈는 한 손으로 오팔의 팔찌를 움켜잡고 한 손으로 그의 손을 쳐 낸 뒤 일어선다.

  “그래.  아무 말 없이 따르지.  대신, 내가 복수를 할 수 있게 해줘.”

  옅어지는 구름을 뚫고 나오는 달빛으로 그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것을 토파즈는 언뜻 본 듯싶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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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후... 스크롤 압박이 지대로지만...

뭐, 일단은 구창도에 올라와 있던 11화까지는 다 올린 셈...

작성자는 디따 크게 표기해 놨으니 뭐... 괜찮겠지...

#순서
아란 -> 도지군 -> 쿠사나기쿄 -> 영원전설


p.s 이제야 수정이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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