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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SF [Lucia]

2005.05.22 23:39

아란 조회 수:79 추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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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tra_vars2 005~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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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ia] 005 : 14년 전 고백에 대한 대답

작성자 : 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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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님, 잘 돌아오셨습니다.”

피데스는 그의 누나인 스텔라-우윳빛 피부, 진한 녹색의 눈동자, 금발-의 흔들리는 녹색의 눈동자를 마주보며 반갑게 인사하였다. 스텔라의 작은 입술이 흔들린다. 그리고 움직인다.

“아버지와 오라버니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좋은 소리는 기대하지 않고 있습니다.”

피데스 바토리는 시선을 밑으로 내렸다. 스텔라의 녹색의 눈동자에 눈물방울이 맺혔다. 그리고 그 자리에 무너져 내리며 울면서 소리쳤다.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야!! 옛날의 너는 이런 사람이 아니었잖아? 그 착했던 네가 아버지와 오라버니를, 그리고 이젠... 으흑흑...”

피데스는 그 자리에 주저앉은 채 참았던 울음을 쏟아내는 그의 누나인 스텔라를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상냥한 누나인 스텔라를 슬프게 하면서까지 자신이 이런 짓을 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아르도아, 좀 이르긴 하지만 이제 루시아도 클 만큼 큰 만큼, 그 애를 취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당연히 취할 것입니다. 애당초 그 별의 힘을 얻기 위해 데려온 아이가 아닙니까?’

‘잘 알고 있구나. 그럼, 좋은 날을 잡아서 대사를 치러야겠지. 확실히 루시아의 태내에 우리 바토리 가의 아이를 확실히 잉태시키도록. 그리하면 우리 바토리 가는 신의 힘을 손에 넣는 것이다.’

‘뭐, 그건 당연한 거지요. 300~1000년 만에 돌아오는 기회란 말입니다. 뭐, 기왕 취하는 김에 즐길 것은 즐겨야겠지요. 14살의 소녀는 어떤 맛일까? 기대대는 군요.’

아버지이자 아우툼누스 왕국의 왕인 칼트 바토리와 아르도아 바토리가 했던 말들을 우연히 엿듣지 않았다면 지금의 피데스 바토리가 있었을까? 피데스는 울컥 화가 나는지 벽에 냅다 주먹을 꽝 소리가 나게 치면서 울음을 터트리며 그리고 분노를 품은 목소리로 스텔라에게 말하였다.

“도저히 아버지와 형을 용서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사람이 이 나라의 왕이며 앞으로 왕이 될 사람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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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린이 너 실은 가정부가 필요했던 거지?”

므레이의 뼈있는 질문에 아린은 애써 고개를 돌리며 딴청을 부리려고 했다가, 뭔가 움찔했는지 곧 한숨을 내쉬며 말하였다.

“뭐,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지. 실은 내 사부도 검은 하나도 안 가르쳐주고 매일 잡다한 청소나 집안일, 나무해오기 등등의 일만 시키면서 부려먹어서 나도 무의식중에 사부란 제자를 막 부려먹어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나 봐.”

“흠, 뭐 내가 아린의 사부에 대해 알고 있는 건 괴짜라는 것 밖에 모르지만, 그건 그렇고, 말이야, 아린이 너 아무리 내가 장님이라지만 내가 여기 있는 거 무(舞) 대륙의 관습상 칼 들고 설쳐야 하지 않냐?”

므레이의 말의 아린은 약간 부끄러운지 얼굴에 홍조를 띄웠다.

“뭐, 상관없잖아. 어차피 장님이라 보이지도 않으면서. 하루 이틀 일도 아니잖아.”

“뭐, 하루 이틀 일이 아니긴 하지. 그건 그렇고 우린 언제까지 친구로 남아있을까?”

므레이는 그 말을 내뱉으며 종이와 숯을 꺼내들어 무언가를 슥슥 그리기 시작했다. 아린은 조용히 온천에 몸을 담그고 있는 채로 그러다 뭔가 떠오르는 것이 있는지 하늘을 바라보았다. 마치 14년 전에 그날처럼 구름 낀 칙칙한 하늘.

‘카난, 나 어쩌면 좋을까? 이제 카난은 이 세상에 없는데 나 아직 널 잊을 수 없을 거 같아.’

「브리쟈르를 손에 넣을 때부터 이런 날이 올 거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큭, 이런 시간이... 하아, 역시 무서운 걸... 울지마... 세상에 깔리고 깔린 게 남자라고, 나 보다 더 잘난 놈들 많아... 그 녀석들 중에서 마음에 드는 자랑 사랑하고... 그리고 결혼해서 아이도 낳고... 싸움에 헛되이 희생되어 사랑도 피워보지 못하고 죽어간 자들 몫만큼... 아린아... 꼭 행복... 해야 해... 그리고 무 대륙의 전설처럼... 괜히 처녀로 늙어 죽으려고 하면... 널 저주하겠어... 알았지... 난 이제 잊어... 미안해... 아린아... 행복해야 해...」

아린이는 14년 전 자신의 생명, 존재를 다 산화해버리고 그녀의 품에서 소멸해간 카난이 했던 말이 생생하게 들리는 듯 했다.

‘카난... 미안하지만, 난 너만의 여자야... 하지만 이렇게 너만을 그리면서 살아가면 넌 날 평생 저주하겠지... 잊지는 않아... 하지만... 이젠 나도 행복해질게... 지켜봐 줘.’

“하아, 추가 예정인 소원 중에 하나가 뭔지 알아? 아린이의 알몸을 한번 이 두 눈으로 감상...”

므레이를 향해 살기를 품은 돌멩이가 날아왔다. 므레이는 가볍게 피하면서 여전히 숯으로 종이에다 무언가를 그리며 말을 이어나갔다.

“특히, 아린이 가슴이 얼마나 예쁜지 보고 싶고 말이야. 크기만 큰 게-아린 B : 89- 아니라 감촉도 부드러운...”

므레이는 말을 완전히 끝맺지 못했다. 끝맺기 전에 날아온 아린이의 애검에 머리를 얻어맞고 그대로 나무에서 굴러 떨어졌다. 아린이는 온천수에서 나와 -몸도 닦지 않고 옷도 입지 않은 채, 알몸-땅에 박힌 그녀의 애검을 왼손으로 쥐어들며 보기 좋게 땅에 처박힌 므레이를 보며 약간의 살기를 풍기며 말하였다.

“남이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감촉이 어쩌니 하는 말 하는 걸 보니, 또 내가 잘 때 가슴 만진 모양이네. 이런 변태 엘프 같으니... 장님이라고 좀 목욕하거나 옷 갈아입을 옆에 때 있던 말 던 내버려두니까...”

아린이는 그대로 보기 좋게 처박힌 므레이의 머리를 발로 밝아주려다가 하늘에서 나풀거리며 떨어지는 종이 한 장을 왼손-애검은 옆에다 박아놓고-으로 받아 쥐었다. 종이에는 숯으로 그려 넣은 온천수에 몸을 담근 채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아린의 나체화(裸體畵)가 정교하고 아름답게 그려져 있었다. 그림을 보며 아린은 얼굴에 홍조를 띄우며 말하였다.

“그러고 보니 므레이는 원래 화가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했었지...”

“후우, 친구라고 하셨지만, 14년 동안 정말 친구사이로만 지냈을까 하고 나름대로 추리를 하고 있었는데 역시 그렇고 그런 사이셨군요. 친구라는 건 역시 핑계고, 역시 진짜는 연...”

레지나의 얼굴 옆으로 살기를 띤 기가 하나 휙 지나갔다. 그리고 얼굴에 잔뜩 홍조를 가득 띄운 -알몸의-아린이 레지나를 노려보며 한마디 내뱉었다.

“그 입 다물라!”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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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우주괴수. 내가 해야 하는데 원래는..,”

루시아는 개울가 근처에 우주괴수가 깔아준 모포 위에 누운 채 말하였다. 우주괴수는 루시아의 사부가 된 아린이 시킨 각종 빨래거리를 단 1분도 안대는 시간 만에 종료시키며 말하였다.

“아닙니다. 아가씨. 이것도 제 일이거든요.”

“하지만 그래도 사부가 내게 시킨 건데...”

우주괴수가 빨래거리를 다 정리했는지 루시아에게 다가와 루시아의 이마에다 그 핑크빛의 공룡인형의 팔을 뻗어서 대보더니 말하였다.

“열이 아직 내리지 않았습니다. 약기운이 돌때까지 편히 쉬세요. 아가씨가 해야 할 일들은 다 알고 있으니 그곳에서 편히 쉬도록 하십시오.”

우주괴수는 그 말을 끝으로 아린이 루시아에게 시킨 각종 잡다한 일들-아쉽게도 그 많은 빨래거리는 잡다한 일 중에서 극히 0.1%에 지나지 않았다.-을 대신 하러 사라졌다. 루시아는 칙칙한 하늘을 바라보았다. 화가 났다. 이렇게나 약한 자신의 모습이 너무 화가 나서 눈가에 눈물이 하나 둘 맺혔다.

“후우... 우주괴수는 쉬라고 했지만, 사부는 내게 일을 맡겼는걸.”

루시아는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내며 휘청거리며 일어섰다. 그러고 나서 숲 쪽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면서 아린이 했던 말을 생각했다.

‘아, 그리고 일이 다 끝나면 토끼 한 마리 잡아와줘. 물론 요리해 먹을 건데, 요리는 자신 없으면 나한테 맡겨도 되지만, 토끼를 잡고 다듬는 것 까진 네가 해야 해. 그게 네게 주어지는 오늘의 수련 과제지만. 일단 네 손은 너무 어디 귀한 아가씨같은 손을 하고 있으니까. 검을 배우겠다면 언제 피를 보더라도 당황하면 안대니까 토끼 잡는 거로 대신하는 거지. 그럼 오늘 중으로 기대하고 있을게.’

“적어도 토끼 한 마리는 잡아와야 해...”

루시아가 숲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던 아르마는 손을 탁탁 치면서 말하였다.

“토끼 요리라... 흑요(黑姚)가 만든 요리 나도 먹고 싶은 걸... 뭐 우주괴수처럼 분장을 하지 않는 한 나댈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나? 아까워라... 뭐 일단은 토끼 한 마리 정도는 도와줄까?”

아르마의 오른손에 약한 번개가 튀었다.



루시아가 토끼를 잡기 위해 숲에 들어 온지 3분도 안대어서 그녀의 검은 눈동자에 작은 토끼가 한 마리 포착되었다. 하지만 토끼의 오른쪽 뒷다리는 마비가 되었는지 잘 뛰지를 못했다. 더불어 왠지 누가 루시아의 눈에 바로 띄게 갖다 놓았다는 인상이 들었지만, 루시아는 그것까지는 눈치 채지 못하고 일단 쉽게 토끼를 잡을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토끼의 너무나 처량한 눈빛이 루시아의 마음을 찔러왔다.

“여, 역시 안대겠어. 토끼야, 내가 고개 돌리고 있을 동안 어서 멀리 도망가... 마음이 변하기 전에...”

루시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고개를 휙 옆으로 돌렸다. 하지만 오른쪽 뒷다리가 마비되어 뛰지 못하는 토끼에게 도망가라고 해도 도망 갈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멀리서 지켜보던 아르마는 혀를 차며 말하였다.

“에구구, 일부러 조그만 토끼 한 마리 잡기 쉽게 오른쪽 뒷다리에 살짝 전기를 실어서 마비 시킨 뒤 흑요(黑姚)의 눈에 바로 뛸 만한데다 풀어주었더니만... 뭐 주인님의 아내가 될 흑요(黑姚)다운 착한 마음씨를 확인한 셈하지. 나도 솔직히 흑요(黑姚)가 그 손에 피를 묻히는 건 별로니까. 그건 그렇고 근처에 흑요(黑姚)의 목숨을 위험하게 할 가능성이 좀 애매한 녀석들이 있는데 처리할까? 일단은 조우하게 되면 상황을 지켜보다가 처리하면 되겠지.”

아르마가 말을 끝내기 무섭게 열심히 왼쪽 뒷다리로 필사적으로 도망가던 토끼는 갑자기 날아온 마법으로 만들어진 화살을 맞고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고꾸라졌다.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있던 루시아는 그 소리에 놀라 고개를 돌려보니 도망가게 놔둔 토끼가 머리에서 피를 흘린 채 고꾸라져 있었다. 루시아의 칠흑 같은 두 눈동자가 커졌다. 그리고 토끼에게 마법으로 만든 화살을 날린 장본인으로 보이는 푸른 빛 머리와 초록색 눈을 지닌 엘프 남자와 그 옆에는 약간 곱슬거리는 금색 머리카락을 턱까지 기른 갈색 빛의 눈동자를 지닌 12세가량의 소년이 따라 나왔다. 그리고 루시아와 그 엘프와 소년의 시선이 마주친다. 잘못 봤나 해서 열심히 안경을 고쳐 쓰는 엘프 남자와 달리 12세의 소년의 얼굴은 놀란 얼굴로 천천히 잘 알고 있는 이름을 입 밖으로 한 글자씩 꺼내었다.

“루시아 바토리(Lucia Bathory)...”

루시아도 소년을 바라보며 그리고 안경을 연신 고쳐 쓰는 엘프 남자를 바라보며 또박또박 한 글자씩 이름을 입 밖으로 꺼내었다.

“헤이슨 데 메디치... 그리고 데루안 이라고 하셨던가요?”

루시아의 말에 헤이슨의 표정이 놀람에서 어느새 갈색 빛의 눈동자에 눈물이 맺히면서 일그러지더니 데루안이 미처 어쩌기도 전에 그대로 달려들어 루시아를 그대로 넘어뜨렸다. 그리고 멱살을 붙잡고 막 흔들어 제치며 울부짖었다.

“왜 아버지를 죽인 바토리 가의 공주가 여기 있는 거야!! 왜!!!”

“헤이슨 도련님!!”

데루안이 뒤늦게 제지하려고 하였다. 하지만 있는대로 흥분한 헤이슨은 아버지가 준 애검인 흑도를 꺼내어 들었다. 아르마는 사태가 심각하게 돌아가자 오른손에 번개를 치직하며 날릴 준비를 하였다. 하지만 아르마가 나설 일은 없었다. 아르마가 나서기 전에 애석하게도 루시아가 검은 눈동자를 헤이슨의 분노가 서린 갈색 빛의 눈동자와 마주하며 힘겹게 말하였다.

“내 생명을 거두어서 화가 풀린다면 그렇게 해도 좋아. 하지만 내 몫만큼 피데스 바토리에게 복수해줘. 난 너무 약하니까, 아버지와 큰 오빠를 죽였는데도 도망만 쳐야 했으니까...”

루시아의 칠흑 같은 눈동자에서는 어느새 참았던 눈물들이 분수처럼 흘러내렸다. 그것을 보며 헤이슨은 흑도를 놓아버린 채 역시 참았던 울음을 터트렸다. 데루안은 어찌할까 하다가 그냥 내버려두기로 했다. 아르마 역시 가만히 지켜보며 말하였다.

“뭐 가끔은 실컷 울기도 해야겠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무력감, 그에 대한 자신의 분노라는 것이겠지. 흑요(黑姚)의 우는 모습도 어떻게 보면 아름다운 걸. 흑요(黑姚) 위에 걸터앉은 애송이가 눈에 거슬리지만, 일단은 지켜볼까... 지켜 볼 상황은 아닌 것 같네. 흑요(黑姚)에 생명을 위협할 확률이 60%를 웃돌고 있는 생명체야. 내가 나서면 깔끔하지만, 일단은 실력을 한번 볼까나?”

아르마는 그대로 아무나 보란 듯이 공중에서 한 폭죽을 터트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사마귀 형상을 한 인간의 평균 신장을 웃도는 생물체들의 무리가 루시아와 헤이슨, 데루안을 덮쳐왔다. 데루안은 잽싸게 마법으로 화살을 만들어 급한 대로 쏘아 보내며 헤이슨과 루시아를 단숨에 왼쪽 겨드랑이에 낀 채 바람의 정령을 불러 사마귀 모양의 생물체 집단의 공격을 막으면서 싸우기 유리한 곳을 찾기 시작했다.

“이런, 왜 이런 곳에 맨티스가 서식하고 있는 거야. 거기다 이 숫자는 어떻게 된 건지.”

데루안은 투덜투덜 대면서도 잘도 바람의 정령으로 맨티스들을 견재하면서 마법을 외워 잽싸게 반격해 나갔다. 하지만, 도망가면서 그것도 두 사람을 보호하면서 싸운다는 것은 사실상 자살 행위나 다름없었다. 더군다나 믿기 힘들지만, 이 맨티스들은 보통의 맨티스와 달리 상당히 지능이 높아보였다. 맨티스의 배를 노린 마법을 잽싸게 두꺼운 낫같은 팔로 방어를 하지를 않나, 아니 애초에 무리를 지어 덮쳐 오는 것만으로도 맨티스의 습성상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들은 그들의 모태가 되는 사마귀들과 비슷한 습성을 지녀 동족이라도 서로 잡아먹기 때문에 이들과 마주친다 해도 한 마리 이상을 만날 수 없다.

“이런!! 막다른 길인가?”

데루안은 주변에 높이 치솟은 바위로 된 암벽들을 올려다보았다. 정신없이 도망치면서 싸우다 보니 어느 샌가 도착한 곳이 여기였다. 거기다 암벽들 위에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맨티스들이 고개를 내놓고 있었다.

“헤이슨 도련님!!”

데루안이 미쳐 어쩌기도 전에 헤이슨이 그에 겨드랑이에서 빠져나와 흑도를 꺼내들어 잽싸게 맨티스의 배를 찔러 들어나갔다. 맨티스도 예상치 못한 공격에 그대로 당했는지 맨티스는 배에서 녹색의 액체와 상처를 통해 내장을 쏟으며 뒤로 물러나다 데루안이 날린 마법 화살이 내장과 녹색의 피를 쏟고 있는 배의 상처에 다시 명중하였고 맨티스의 배가 터지면서 그대로 픽 쓰러졌다. 하지만 아직 완전히 쓰러진 맨티스는 한 마리 뿐 이었다. 그리고 암벽 위에 있던 맨티스 한 마리가 위에서 날개를 파닥이며 뛰어내렸다.

“브리쟈르(Brillar).”

루시아도 어느새 데루안의 겨드랑이에서 벗어나 조용히 브리쟈르를 불렀다. 그러자 빛 덩어리들이 루시아의 눈앞에 몰려들더니 곧 합쳐지며 레몬 빛의 검신을 지닌 브리쟈르가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루시아는 위에서 뛰어내려오는 맨티스를 향해 조용히 한마디를 읊조렸다.

“Veri tas lux mea.”

그러자 브리쟈르의 검신이 황금빛을 내며 주변을 환하게 밝혔다. 그리고 루시아는 있는 힘껏 뛰어내려오는 맨티스를 베었다. 맨티스는 배와 머리가 따로 놀면서 빛이 되어 떨어져 나갔다. 데루안과 헤이슨이 놀란 눈을 하고 있을 틈도 없이 루시아는 다시 달려드는 맨티스를 이를 악물며 황금빛으로 빛나는 브리쟈르를 휘둘렀다. 역시나 달려들던 맨티스의 머리와 낫 같은 두 팔은 빛으로 분해되며 그대로 픽 쓰러졌다. 하지만 루시아의 양 손에는 브리쟈르가 어느새 없었고 힘이 빠진 루시아의 손을 벗어난 브리쟈르는 다시 황금빛을 거두며 레몬 빛의 검은 어느 숲속으로 날아가 버렸다.

“바보 아니야!! 자기가 쥐고 있는 검을 놓쳐버리다니!!”

헤이슨의 질타에 루시아는 금방이라도 넘어갈 것 같이 숨을 몰아쉬며 휘청대더니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노리고 순식간의 수십의 맨티스들이 달려들었다. 그대로 루시아를 뜯어 죽이려는 찰나,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주변의 맨티스들의 상반신이 터져나갔다. 그리고 모습을 보인 것은 맨티스들의 피와 자신의 피로 범벅이 된 레지나가 완드를 들고 서 있었다.

“가, 간신히 어떻게 시간을 맞추긴 했는데... 하하하 텔레포트 스크롤이 이럴 때 유용할 줄이야... 쿨럭...”

“레지나 언니?”

루시아는 자신을 구한 게 레지나라는 것을 알고 힘겹게 입을 열며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레지나의 상태는 별로 좋지 않았다. 루시아가 당하기 직전 누군가-우주괴수-가 알려준 좌표로 텔레포트 스크롤을 사용해 텔레포트 한 것 까진 좋았지만, 루시아는 구했지만 레지나의 몸은 사실상 방패 역할을 한 셈이 되어버려 순식간의 심한 부상을 입어버렸다. 물론 그 직후 바로 준비한 파이어볼 마법을 터트려 버렸긴 하지만 레지나는 사실상 전투 불능이 되어버린 셈이었다. 그리고 레지나는 그대로 루시아의 옆에 피를 토하며 쓰러져 버렸다.

“나 때문에...”

“괘, 괜찮아... 너 약한 건 세상이 다 아니... 쿨럭...”

“레지나 언니...”

루시아는 다시 달려드는 맨티스들을 보았다. 데루안과 헤이슨도 자기 자신을 겨우 지키는 것도 한계로 보였다. 그들도 싸우면서 맨티스들의 공격에 크고 작은 부상을 입고 있었다. 루시아는 힘겹게 일어서며 브리쟈르를 불렀다. 저편으로 날아갔던 브리쟈르는 다시금 루시아의 눈앞에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후들거리는 양 손으로 있는 힘껏 브리쟈르의 검날을 잡았다.

“Veri tas lux mea.”

루시아의 입 밖으로 꺼낸 말에 반응하여 브리쟈르의 검신이 황금빛을 내며 빛났다. 그리고 달려드는 맨티스에게 있는 힘껏 브리쟈르를 휘둘렀다. 맨티스의 낫 같은 두 팔이 빛으로 변해 흩뿌려졌으나 루시아는 충격으로 브리쟈르를 놓쳐버리고 암벽으로 날아가 부딪쳐버렸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쓰러진 레지나와 루시아를 향해 맨티스들이 집단으로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럴 것도 없이 덮치려던 맨티스들은 순식간에 상반신이 잘려나가거나 배와 목에 화살을 한발 씩 맞고 터져버리며 쓰러져나갔다.

“이런, 이런 이 근방에는 맨티스 따윈 서식하고 있을 리가 없는데, 거기다 상당히 지능적인 놈들인 걸 아린.”

“확실히 지금까지 이 녀석들은 보통 맨티스가 아니야. 보통 맨티스들은 무리 따윈 짓지 않거든. 므레이, 네 생각은 어때?”

“역시 어떤 마법사의 작품이려나?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겠지. 루시아랑 레지나가 저 꼴이 되어버렸잖아. 거기다 못 보던 꼬마 인간과 엘프 마법사분도도 당하게 생겼고 말이야.”

“뭐, 일단 말은 필요 없지. 므레이, 한바탕 벌이자고.”

므레이는 대답 대신 달려드는 맨티스 다섯 마리를 향해 화살을 다섯 개 장전하여 대강 느끼고 쏘아서 맨티스 다섯 마리의 머리를 맞추어-그 다음은 화살촉에 담은 기가 터지며 맨티스의 머리가 폭발했다- 보여주었다.

“그럼 두 분에게 맡기겠습니다. 저는 아가씨와 레지나 씨의 상처를 봐야겠습니다.”

므레이와 아린이를 따라온 우주괴수는 그 말을 하며 루시아에게 갔다.
그리고 아린이도 그녀의 애검을 왼손으로 쥐고 일방적인 맨티스 사냥을 시작했다. 그리고 겨우 방어만 해대고 있던 데루안은 아린과 므레이가 시간을 벌어준 틈을 타 그가 쓸 수 있는 마법 중 강력한 마법들을 캐스팅 하여 날리며 아린이들을 지원함과 동시에 맨티스 학살에 가담하였다. 헤이슨도 할 수 있는 한 맨티스와 싸웠지만 사실 약한 헤이슨은 민폐나 다름없었다.

“이 여자... 살리고... 싶어... 그런... 우리들 가게 내두라... 아 그러, 이 여자 주는다.”

아무리 맨티스가 머리가 좋아봤자라고 너무 방심했을지도 모른다. 거의 맨티스들을 다 학살했을 무렵 정신없이 싸우는 아린의 뒤를 갑자기 노리며 달려들어 아린의 하얀 목에 낫 같은 팔로 죄면서 부정확하지만 인간의 말을 하면서 협박을 하였다. 데루안은 깜짝 놀랐다. 단순히 어느 정도 높은 지능을 지닌 변종이라 생각했지만 말을 할 정도로 고 지능을 가지고 있는 맨티스는 정말 생각지 못했다. 이쯤대면 정말로 어떤 마법사가 실험하다 만들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경악하고 있는 데루안과 일행들과는 달리 므레이는 갑자기 화살을 하나 집어 들었다 그리고 활시위에 걸지도 않고 그대로 맹렬한 기세로 화살을 맨티스를 향해 내던졌다. 도망가는 수십의 맨티스들은 그 한 발의 화살에 관통되어 터져나갔다. 아린을 인질로 잡은 맨티스는 당황하여 부정확한 발음을 내며 말하였다.

“이 여자 주는다. 주어...”

“넌 이미 죽어있다!!”

므레이의 말이 끝나자마자 아린을 인질로 잡고 있는 맨티스의 낫 같은 팔이 날라 간다. 그리고 머리가 터지며 옆으로 픽 쓰러져 버렸다.

“화살이 하나로 보이겠지만 실은 두 개로 되어 있지. 화살촉과 화살대로 말이야. 그리고 너를 죽인 화살은 화살촉이지. 네 동료를 죽인 화살은 화살대고.”

전투를 멀리서 지켜보던 아르마는 하품과 함께 기지개를 피며 말하였다.

“내가 나서면 10초도 안대어서 깔끔하게 처리되는데, 우주괴수가 이 별에서 강한 자들이라고 해서 얼마나 강할 까 했더니만 확실히 이 별의 수준이구만, 지루해서 죽는 줄 알았네. 뭐 일단은 흑요(黑姚) 주변의 위험도는 3.5% 미만이라고 해야 할까. 그건 그렇고 저 맨티스는 아루스 스펜타임이 만든 거잖아. 나참 그 녀석 죽어서도 흑요(黑姚)를 위험하게 하네. 뭐 이젠 상관없는 일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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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제자가 늘어버린 것을 축하한다. 아린.”

므레이가 넌지시 건넨 말에 아린은 인상을 찌푸리며 옷을 갈아입으며 말하였다.

“전혀 축하 받을 일도 아니라고. 헤이슨이라고 했나? 다짜고짜 제자로 받아달라고 통 사정을 하니, 딱히 갈 데도 없어 보이 고...”

“쓸 만한 가정부도 마침 필요했고 말이지. 그렇지 아린아.”

“그건 그렇고, 루시아는 그 사람이 지닌 검, 브리쟈르의 새 주인이니까 딱히 사정을 묻지 않았지만, 헤이슨은 생긴 것만 봐도 귀족 같은데 어쩐지 일부러 성을 숨기는 것 같아.”

“뭐,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잖아. 중요한 건 쓸 만한이 가정부가 하나 더 생겼다는 거 아니야? 제자를 빙자한 가정부, 사부란 참 편해 보인다. 아린아.”

“므레이... 근데 아무리 장님이래도 여자가 옷을 갈아입는 데 있어도 대는 거야?”

아린이 얼굴에 홍조를 띄며 말하자, 므레이는 빙긋 미소 지으며 말하였다.

“말 돌리기는, 뭐 난 14년 전에도 지금도 네 친구니까, 당연히 친구의 뒤를 지켜줘야 하잖아.”

므레이의 말을 끝내고 한동안 묘한 침묵이 흘렀다. 그저 아린이 새 옷으로 갈아입는 소리만이 들릴 뿐, 창문 밖에 마침 떠 오른 달이 환했다. 그리고 아린이 침묵을 깨며 말하였다.

“므레이... 좋아해.”

“에 갑자기 그게 무슨?”

므레이의 말에 아린은 그저 말없이 므레이의 품에 기댈 뿐이었다.

“카난은 이젠 괜찮은 거야?”

아린은 미묘하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제야 14년 전 내 고백을 들어주는 구나. 이대로 영원히 친구로 끝나는 줄 알았는데...”

「카난이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게 된지 얼마 안 지났는데 이런 말 하는 내가 한심한 건 누구보다 잘 알아. 하지만 아린아. 들어줘. 친구이기 이전에 아린이 널 좋아했다고! 카난만큼은 보장 못하지만, 널 행복하게 해줄게! 내 아내가 되어줄래?」

문득 아린의 귓가에 14년 전 므레이의 고백이 생생히 들려오는 뜻한 착각이 들었다.

“이제...”

「브리쟈르를 손에 넣을 때부터 이런 날이 올 거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큭, 이런 시간이... 하아, 역시 무서운 걸... 울지마... 세상에 깔리고 깔린 게 남자라고, 나 보다 더 잘난 놈들 많아... 그 녀석들 중에서 마음에 드는 자랑 사랑하고... 그리고 결혼해서 아이도 낳고... 싸움에 헛되이 희생되어 사랑도 피워보지 못하고 죽어간 자들 몫만큼... 아린아... 꼭 행복... 해야 해... 그리고 무 대륙의 전설처럼... 괜히 처녀로 늙어 죽으려고 하면... 널 저주하겠어... 알았지... 난 이제 잊어... 미안해... 아린아... 행복해야 해...」

카난이 아린의 품에서 소멸하면서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카난의 말대로 사랑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행복해지겠어... 므레이... 14년 전 했던 고백처럼 날 행복하게 해주겠어?”

아린이 므레이의 품에 기댄 채로 말하였다. 므레이는 아린을 두 팔로 안으며 담담히 대답하였다.

“행복하게 해주겠습니다. 제 아내가 되어주시겠습니까?”

아린은 고개를 돌려 므레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두 눈을 감으며 말하였다.

“기꺼이...”

달빛이 환한 밤.
한 인간 여자와 엘프 남자는 14년간의 친구 관계를 깨뜨리는 가벼운 입맞춤을 하였다.
그리고 며칠 뒤 제자인 루시아와 헤이슨 그리고 두 엘프, 레지나와 데루안 축복을 받으며 우주괴수의 도움을 받아 약식이지만 간략한 혼례를 치렀다. 물론 멀리서 아르마도 혼례를 지켜보며 중얼거렸다.

“어쩐지 행복해 보이는 걸. 우리 주인님도 행복해질 수 있을까? 뭐 일단은 나도 축복해 줄까나? 그런 건 믿지도 않지만, 빈말이라도 축복해 주어야겠지. 흑요(黑姚)에게 힘을 가르쳐 주는 이 별에선 강한 자들이니까. 단순히 강한 것도 아니고 이 별을 위협했다는 마룡 카르바스를 물리치고 살아남은 살아있는 전설이니까.”

아르마는 어느새 나뭇잎으로 피리를 만들더니 불기 시작했다. 듣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감미로운 멜로디가 퍼져나갔다. 혼례를 도와주던 우주괴수는 그 멜로디를 듣고 누가 부르는 지 눈치 챘는지 중얼거렸다.

“아르마도 가끔은 이런 좋은(?) 짓도 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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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ia] 006 : 될 대로 되어 버려

작성자 : 도지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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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비가 돌아오지 않고 있어."

  파란 머리를 가진, -그래서 이름이- 사파이어라는 초록색 끈으로 머리를 묶은 한 여자아이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오팔은 턱을 괴고 탁자안에서 골골거렸다. "잘못 걸린건가? 걸린걸지도 몰라."
  "구하러 가지 않아요?"

  이곳에 있는, 10년 20년째 직업 도둑인 사람들에 비해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참인, 에메랄드라는 소녀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오팔은 껌을 질겅질겅 씹으며 말했다.

  "걸렸으면 그건 루비 책임이지. 우리가 거기까지 상관할 바는 아냐."
  "……냉혹하네."

  사파이어가 빈정거렸다. 에메랄드는 왠지 기가 죽어서인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의자를 끌여당겨 앉았다. 껌을 씹으며 한 소녀가 말했다.

  "곧 다이아몬드가 욕실에서 나올텐데. 그다음은 내가 쓸거다?"
  "그래, 마음대로 하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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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악!"
  "도둑!?"
  "거기 서랏-!"
  "뭐해요, 얼른 잡지 않고-!"
  "우악-"

  한낮에 대 소동이 벌어졌다. 세 여자와 한 남자가 벌이는 릴레이 경주에 말이다. 상황을 보아하니 여자가 남자의 지갑을 낚아챈 듯 했고, 분노한 남자가 그 뒤를 죽을둥 살둥 따르고 있었다. 네 사람이 지나가는 곳을 피해 사람들이 좌악 갈라지자, 남자가 바락바락 악을 썼다.

  "이봐요, 거기! 막아 서요!"

  엉겁결에 두세사람이 소녀의 앞을 막아섰다.

  "으악!"

  난데없는 방해꾼에 성숙해 보이는 외모를 가진 여자는 잽싸게 몸을 돌려 빠져나갔지만, 아직 어린 한 소녀와 활기차게 생긴 여자는 남자에게 부딪혀 나동그라지고 말았다.

  "헉, 헉. 간신히 잡았네. 고마워요. 내 이것들을 당장 족쳐버려야지."
  "우악~ 놔 줘요~"

  소녀가 발버둥을 쳤지만,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두 여자의 목덜미를 질질 끌고 구석으로 들어갔다. 네 사람들이 사라지자, 다시끔 장내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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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 봐, 지갑을 세개나 건졌어."
  "어머, 역시 대장은 머리가 좋다니까."

  오팔과 사파이어가 호들갑을 떨며 아까 자신들을 막아선 세 남자들에게 부딪히는 척 하면서 빼낸 세개의 지갑을 들고 손가락 위에서 빙빙 돌렸다.

  "……아직도 엉덩이가 아프네요."

  에메랄드가 엉덩이를 문지르면서 말했다. 그러나 대장이라고 불린 남자는 오팔과 사파이어에게서 지갑을 뺏어들고, 안에 있던 수익을 확인했다.
  그는 각자에게 조금씩 몫을 할애해 주었다.

  "이걸로 이틀은 편하게 놀 수 있겠지. 이틀 후에 모이는 걸로 하지."
  "자, 다음에 또 봐, 에메랄드, 사파이어."
  "네, 내일 모레 만나요."
  "자자, 해산-"

  모두들 요란스럽게 떠들며 돌아갔다. 그리고 그녀들이 모습을 감추자 마자, '대장'의 오두막에 한 마법사가 텔레포트를 해 왔다.

  "오랜만이군. 보석 도적단-."
  "음. 제멘인가."

  텔레포트로 '대장'의 오두막에 나타난 남자는,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하위 마법사로, 비록 저렇게 칠칠맞고 푼수지만 어느정도의 검은 거래로 직위가 높은 편인 제멘이라는 남자였다. '대장'은 예전부터 이 자의 사람을 구술리는 실력을 높게 샀기 때문에 제멘이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선뜻 도와주고는 했다. 즉, 이 두사람은 친분이 제법 깊었다. 제멘이 말했다.

  "보석 도적단... 쿡쿡, 네이밍 센스가 아주 엉망일세."
  "……그딴말 할거면 꺼지게."
  "미안, 미안. 자, 이번에 자네한테 부탁을 하려고 왔다네. 아니지, 엄연히 의뢰인가...?"

  제멘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루시아라는 여자를 납치해 오게. 뤼시앵 장군의 명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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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ia] 007 : 밝은 달 밤에서.

작성자 : 영원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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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은 가정부가 필요했던 게 아닐까?
  루시아는 한숨을 푹 쉬며 자리에 눕는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 우주괴수(자신이 읊어놓고선 그 괴상한 이름에 루시아는 픽 웃어버린다)란 분이 많이 해주었지만, 그래도 힘든 건 매 한가지.  우주괴수님이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그나마 일도 다 끝내지 못할 뻔 했다.
  루시아는 묶고 있던 자신의 흑색 머리카락을 푼다.  어깨를 살짝 만져주는 풀어진 머리카락들이 왠지 시원한 느낌을 준다.  
   피곤한 나머지 그냥 누워서 자려던 그녀의 눈에 환한 달빛이 들어온다.

  "..  예쁘네."

  루시아는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달만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달빛으로 인해 파랗게 보이는 하늘이 그렇게나 매력적이기 때문일까.
  정신없이 달을 보고 있던 루시아의 귀에 덜그럭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지붕 위에서.

  "에에?"

  그녀는 목을 창문 밖으로 길게 뻗어 지붕을 바라본다.  희미하게 한 인영이 지붕 위에 앉아 있는 것이 보인다.

  "..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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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멸문 당했다니.."

  아린은 허탈한 표정으로 중얼거린다.  

  "..  대가문인 메디치가의 몰락치곤 너무 허무하군."

  아린은 천장을 쳐다보며 말한다.  헤이슨이 차고 돌아다니던 검이 눈에 익어 고집불통 빌어먹을 꼬마 녀석과 실랑이를 벌이다 지쳐 대신 만만해 보이던 데루안을 다그친 결과로 얻은 정보를 머릿속에서 되씹는다.  생전에 프레데릭이 애용하던, 세상에서 몇 안 되는 날카로움을 가지고 있는 빛나는 흑색의 도검.  하지만 그녀가 본 헤이슨의 흑도는 주인을 잃은 것을 슬퍼하기라도 하듯이 그 찬란했던 흑빛은 간데없고 탁한 회색빛만이 돌았었다.

  "완전히 무너진 건 아니에요.  하지만, 가주의 죽음은 큰 타격이죠.  피데스님이라면 이 기회를 십분 활용할 거예요."

  "당신들에게 불리한 상황을 너무 쉽게 말하는데?"

  므레이는 조각을 만드는 듯 나무를 단검으로 깎으며 대꾸한다.
  
  "전 그저 사실을 말한 것뿐이에요.  피데스님 정도라면 당연히 그럴 거라는 거죠.."

  데루안은 자꾸 흘러내리는 자신의 안경을 고쳐 잡으며 말한다.

  "프레데릭 데 메디치.."

  "..  왜, 그때 네게 말했잖아.  '여긴 위험한 곳이라고, 꼬마아가씨.'"

  므레이의 말에 아린의 얼굴이 약간 붉어진다.

  "여덟 살 차이밖에 나지 않잖아."

  "아니, 인간에겐 그 차이 상당히 커요, 아린님."

  "시끄러워, 레지나."

  "프레데릭님을 만나신 적이 있으시나요?"  

  데루안이 흥미롭다는 듯 묻는다.
  
  "뭐, 마룡전쟁은 아크전쟁의 후폭풍이었으니, 아우툼누스 측의 아크전쟁 영웅중 하나인 프레데릭을 만난 것은, 어찌 보면 필연이지."

  므레이는 대략 새가 날개 치는 모습의 형태를 한 조각을 자신들이 쓰고 있는 둥그런 나무탁자 위에다 올려놓는다.  하지만 중심이 잡히지 않는지 이내 옆으로 쓰러진다.
  
  "..  허전한대, 그가 그렇게 간 것이."

  아린은 손으로 그 조각을 세워보지만 역시 넘어진다.  므레이는 흥미롭다는 얼굴로 조각을 집어 들어 다시 칼로 깎기 시작한다.

  "강인한 분이셨는데."

  "아아.  강인하셨지.  실력과는 또 다른 강인함이지.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므레이는 자신의 단검으로 허공에 원을 그리며 생각에 잠긴다.

  "우리가 검 날이라면.."

  "그는 검 자루일까?"

  데루안은 고개를 천천히 흔들며 말한다.

  "사람에 따라 표현하는 것이 다르겠지만, 제 생각엔 프레데릭님은 검 집 아닐까요?"

  "아니, 검 집은 카난일꺼야."

  "카난은 이곳이 아닐까?"

  아린은 단검의 날의 가장 끝 부분에 검지를 살짝 얹으며 말한다.

  "가장 최전방에서 적을 없애는 거니까."

  "하지만 날도 비슷한 역할을 하지 않나?"

  "이런 단검으론 베기보단 찌르기가 위력적이지."

  레지나는 사람을 단검으로 표현하려는 세 사람에게서 조금 떨어진 후 헤이슨이 자고 있는 방을 흘낏 쳐다본다.

  "아린님은 이제 헤이슨을 어떻게 하실 건가요?"

  한참 머릿속에서 단검과 사람을 일치 화 시키던 아린은 방해를 받아 짜증난 다는 듯 투덜거리며 말한다.

  "어쩌긴 뭘 어째.  쫓아내야지."

  "농담이시죠?"

  데루안의 두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의 안경이 또 밑으로 흘러내린다.

  "이봐, 우린 이미 제자 한명까지 합해서 식구가 총 넷이야.  무슨 피난민 대피소도 아니고, 오는 사람마다 족족 받아들일 순 없는 거잖아?  세 명만 해도 뼈 빠진다고."

  레지나는 뼈 빠지는 건 당신들이 아니라 나라고요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오는 것을 도로 삼킨다.

  "루시아야 그 '무기'때문에 우리가 데리고 다닌다고는 하지만, 솔직히 정원 초과야.  딴 곳을 알아보는 것은 어때?"

  "뭐 어때.  어차피 제자라기보다는 가.."

  므레이가 말을 체 끝내기도 전에 아린은 재빨리 조각을 그의 손에서 뺏어 입에 쳐 넣는다.  가히 가공할만한 속도이다.

  "네?"

  "아니, 쓸데없는 말을 해서."

  데루안은 안경을 고쳐 잡고 잠시 생각하다 이내 말한다.

  "저희도 오랫동안 폐를 끼칠 생각은 없어요.  사실 생각해 둔 곳이 여러 군데 있기는 하지만..  그 전에 그들을 설득하는 것이 먼저라 서요.  그때까지 만이라도 여기 있게 해드리면 안될까요?"

  "흐음.."

  이번엔 아린이 생각에 잠긴다.

  "..  근데, 헤이슨군은 제자로 받아달라고 하지 않았나요?  다른 곳에 있을 생각은 전혀 없는 것 같던데."

  레지나의 말에 모두들 할 말을 잃는다.

  "..  레지나, 넌 상황을 복잡하게 만드는데 뭐 있구나."

  "전 사실을 말한 것뿐이라구요."

  아린은 한숨을 쉬며 비딱하게 의자에 기댄 체 헤이슨의 방을 바라본다.

  "어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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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밝은 달이다.
  잔인하도록 밝은 달이다.
  자신의 마음에서 어둠을 몰아내지도 못하는 주제에 가증스럽게도 밝다.
  헤이슨은 아버지의 흑도를 든다.  구름 한 점 없는 밝은 달빛의 밤보다도 어두운 그 검은 마치 그의 마음을 비추는 듯하다.
  그는 순간적으로 지독한 외로움, 고통과 슬픔, 그리고 분노가 그의 마음속에서 매섭게 회오리 치는 것을 느낀다.

  ".. 내가 피데스 바토리의 목을 쳐 이 검을 적색으로 물들이는 그 날까지 내 마음은 이처럼 어두울 것이다."

  그는 지붕위에 드러눕는다.  차가운 밤바람이 그를 조금이나마 싸늘하게 식힌다.  
  그의 귓가에 사람의 발소리가 들린다.

  "달빛 좋아해?"

  헤이슨의 눈앞에 루시아의 얼굴이 보인다.

  "..  닥치고 꺼져, 호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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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자식, 죽여 버릴까?"

  아르마의 손에서 이미 전격이 춤을 추고 있다.

  "조그만 일에 일일이 열 내지 마라, 아르마."

  "..  지금 내 귀엔 일일이 열낼만한 단어가 세 개나 들렸다구."

  우주괴수는 손가락 세 개 달린 앙증맞은 손으로 자신의 긴 턱을 문지른다.

  "예상되었던 일이야, 저 인간의 감정을 살펴본다면.  난 오히려 좀 더 심한 말 내지 최악의 사태까지 연산이 돼있었어."

  아르마는 고개를 갸웃한다.

  "별로 위험도는 높지 않은데"

  "위험도와 위험상황 발동 확률은 서로 대비되지 않아."

  "아아, 그래, 그래.  우리의 M.I.M.U는 최강의 계산기에요.  네."

  하품을 하고 두 팔을 위로 쭉 뻗어 몸을 푼 뒤 아르마는 그들의 뒤에 우뚝 서있는 나무에 등을 기댄다.
  
  "근데, M.I.M.U는 왜 저렇게 저 인간을 뚫어져라 보는 건데?"

  우주괴수는 별 감정 없이 대답한다.

  "그가 흑요의 친구가 될지, 적이 될지 확률을 연산하고 있는 중 일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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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시아는 그의 가시 돋친 말에 무안해졌지만 아랑 곳 하지 않고 그의 옆에 앉는다.  그리고선 헤이슨처럼 그저 달만 쳐다본다.
  한참을 그러다 헤이슨이 인상을 쓰며 말한다.

  "너 말이야, 아까 전에도 말했지만 제발 꺼져주지 않겠어?"

  "여기가 달이 잘 보여."

  루시아가 의외로 고집을 부린다.

  "네 방에도 달은 잘 보여."

  "지붕은 하늘이 탁 터 있잖아."

  "무슨 상관이야.  달만 보는 거 아냐?"

  "탁 트인 공간이 보기가 더 좋아.  항상 좁은 곳에만 살아서 그런 걸지도."  

  "아아.  온실 속의 화초였구먼.  아직도 안 시들고 잘도 버티고 있네."

  "그럼 넌?"

  "토끼는 잡을 수 있다."

  "토끼가 대수야?"

  "토끼마저 못 잡아 굶어 죽는 건 대수지."

  "다..  다른 것도 얼마든지 잡을 수 있어!"

  헤이슨은 씩 웃으려는 자신을 가까스로 멈춘다.  별로 웃을 기분은 아닐 텐데..  
  하지만 그는 계속 말한다.

  "토끼가 아니면 도대체 뭘 잡는다는 거야."

  "..  새?"

  "나한테 물어보면 어떡해."

  헤이슨은 자리에서 엉덩이를 털며 일어난다.

  "난 간다."

  "응."

  너무 쉽게 수긍하는 것이 맘에 들지 않는다.
  문이 세게 열리는 소리가 무엇을 말 하려 한 헤이슨을 멈춘다.

  "헤이슨님!!!!"

  놀란 헤이슨과 루시아는 살짝 아래를 내려다본다.  지붕 아래엔 데루안이 머리를 휘날리며 사방을 흩어본다.
  위만 빼고.

  "헤이슨님!!  어디 게시는 겁니까!!"

  "..  이 녀석들...  방..  어디로 간 거야?"

  데루안의 목소리가 워낙에 커서 그 둘은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없다.  

  "아, 설마...  나이에...  를 한 건가?"

  므레이의 목소리 다음에 무언가 둔탁한 소리가 그들에게 들렸다.

  "쓸데없는...  하고 있어!:

  "헤이슨님!!  제발 대답해주세요!!!"

  "아..  누가 저...  좀 닥치게 해!!"

  가만히 아래의 상황을 지켜보던 헤이슨은 다시 지붕 위로 올라가 드러눕는다.

  "..  방에 간대며?"

  "조금 있다가."

  헤이슨은 사악하게 웃음을 짓는다.  달을 처음 보았을 때와 비교해서 기분이 많이 나아진 것이다.  인간의 기분이란 일관성을 띄지 못하는 모양이다.  물론 복수심은 아직 그의 마음 속 깊숙이 자리 잡고 있지만, 그것이 그에게서 웃을 수 있는 자유를(그 웃음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 가에 대해선 막론하고) 언제나 빼앗아 갈 순 없는 법인 것이다.
  물론 이것이 데루안에게 하등 좋을 것은 없어 보이지만.

  "헤이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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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ia] 008 : 의문

작성자 : 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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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아가 쥐고 있던 목검이 그 손을 벗어나 하늘을 한 바퀴 돌더니 낙엽이 쌓인 땅에 박혀버렸다.

“이걸로 헤이슨의 20승인가.”

아린은 루시아와 헤이슨의 대련을 지켜보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헤이슨이 아린을 상당히 불만스런-‘언제까지 이런 약한 녀석이랑 대련 따위를!!’-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불만 있으면 지금이라도 떠나던가.”

아린의 말에 헤이슨의 표정이 굳었다.

“불만은 없는 듯 보이니, 다시 한 번 더 대련을 하도록. 이번엔 루시 양도 저 건방진 땅꼬마를 한번쯤 이겨봤으면 좋겠네.”

아린은 말은 그렇게 하였지만, 아린이 볼 때도 루시아와 헤이슨은 대련 자체가 이루어질 수가 없었다. 대련을 방금 전의 20번째까지 전부 헤이슨이 이기고 있었다. 그것도 격렬하게 목검이 부딪치거나 하지도 않았고 일방적인 헤이슨의 -적당히 힘을 넣어서-일격에 루시아의 목검이 날아가고, 그리고 그걸로 승부가 나버렸다. 물론 10분도 채 걸리지 않아서 20판 까지 넘어왔지만, 숨 넘어 갈 정도로 헐떡이며 땀투성이인 루시아와 비교하면 2살이나 나이가 적은 헤이슨은 오히려 이제 막 몸이 풀렸다는 듯, 기세등등한 모습이었다.

“이걸로 헤이슨의 23승이군.”

므레이는 루시아의 목검이 하늘을 가르는 소리를 들으며 말하였다. 실제로도 루시아의 목검은 또 다시 하늘을 날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루시아도 쓰러져버렸다.

“괘, 괜찮아요. 계, 계속 해요.”

갑자기 루시아가 쓰러져 버려 놀란 모두에게 루시아는 힘겹게 일어서며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간신히 말하였다. 하지만 자기가 한 말을 무색하게 하듯 곧바로 도로 쓰러져버렸다.

“괘, 괜찮아요. 조금 어지러운 것 뿐이니까...”

루시아는 다시 일어서려고 하였지만 그전에 헤이슨이 루시아의 이마에 손을 대고 있었다.

“뭐가 괜찮다는 거야? 완전 불덩이잖아!!”

“괜찮아, 아직 움직일 수는...”

괜찮다고 말하는 루시아에게 우주괴수가 다가와서 차가운 물수건으로 얼굴을 닦아주며 말하였다.

“움직일 수는 있겠지만, 아무래도 약을 안 드신 것 같군요. 일단은 쉬어야겠습니다.”

“하지만...”

루시아가 말하려고 하자 아린이 도중에 말을 끊으며 말하였다.

“대련은 이정도로 하고, 일단은 푹 쉬어라. 충분히 휴식하는 것도 수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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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해도 루시 양이 앓고 있는 병은 결코 자연적으로 생기는 그런 병이 아니에요. 오히려 마법, 아니 마법 중에서도 악의적인 저주 같은 거라고 봐야 해요. 물론 저주 같은 거라고 말했지만 저주와 비슷하다는 거지 그렇다고 저주라고 보기엔 마법적인 그렇고 그런 부분이 부족해서...”

우주괴수는 루시아를 간병하면서 저쪽 방에서 레지나가 하는 이야기를 그 성능 좋은 귀로 다 듣고 있었다.-보통 사람은 들을 수 없겠지만-

‘하긴 이곳의 문명 수준으로는 딱히 저주 같은 거라고 밖에 설명할 길이 없겠지. 뭐 저주라고 해도 별 상관없는 것이지만. 그때 프로토 타입 아르마(Arma-proto type)가 흑요(黑姚)를 죽이려고 만든 흑요(黑姚)에게만 유효한 나노 머신. 일단은 급히 분석해 내어 투입한 항 나노 머신으로 어떻게 위기를 넘겼지만, 하지만 완벽히 제거된 것은 아니다. 프로토 타입 아르마가 만든 나노 머신은 끊임없이 자기 자신의 구조를 변형시켜 매번 항 나노 머신을 무력화시키고 흑요(黑姚)를 괴롭히고 있으니 나도 그때 마다 변형되는 나노 머신에 대항하는 항 나노 머신을 만들어 흑요(黑姚)에게 투여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주인님이 흑요(黑姚)를 취하기 전에 죽게 될 태니까.’

“우주괴수.”

루시아가 자신을 간병해주고 있는 우주괴수를 보며 말하였다.

“예, 아가씨.”

“헤이슨은 뭐해?”

“아린 씨의 검술 지도를 받은 뒤 아린 씨를 상대로 대련을 한 뒤 장작을 캐는 중입니다.”

“그런가... 어쩐지 헤이슨이 부럽네.”

“건강한 몸을 가진 것 말입니까? 아가씨.”

우주괴수의 말에 루시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리고 루시아는 말하였다.

“난, 어렸을 때부터 항상 아프기만 해서... 8살 때 무 대륙에서 왔다는 사람들이 치료해 주었지만 크게 나아지지 않았어. 그게 치료인지 잘 모르겠지만 하지만 다시 받으라면 그냥 이대로 아픈 게 나을 정도로 받고 싶지 않아.”

‘하긴 이 별의 문명 수준에서는 할 수 있는 최후의 치료책이었겠지만 솔직히 비과학적인데다가 환자의 체력은 고려하지 않았지. 결과적으로는 아주 조금 나노 머신을 약화할 수 있었지만, 한번만 더 그런 치료를 받았다간 그전에 흑요(黑姚)가 죽을 지도 모르겠다.’

“나 앞으로 얼마나 살 수 있을까?”

갑작스런 루시아의 질문에 우주괴수는 그 질문의 의도가 무엇인지 잠시 파악하였으나 그럴 필요는 없었다.

“진짜 브리쟈르가 맞지?”

“예. 아가씨.”

“그건 계약자의 생명을 대가로 절대적인 힘을 발휘한다고 들었어. 그리고 수많은 계약자 중 30세를 넘긴 계약자는 없었어. 그리고 저번에 스승님이 하시는 말씀을 들어보니 스승님이 아는 사람도 브리쟈르의 주인이었지만 역시 30세를 넘지 못하고 돌아가셨다고 했어.”

“아가씨. 너무 신경 쓰지 마십시오. 브리쟈르는 사용하는 만큼 그만큼 수명이 줄어들 뿐입니다. 아직 아가씨의 수명은 그렇게 많이 깎이지 않았지만 지금부터라도 브리쟈르를 무분별하게 쓸데없이 사용하지 않는다면 괜찮을 겁니다.”

“정말 이대로 괜찮을까?”

“예, 아가씨.”

루시아의 말에 우주괴수는 겉으로는 그렇게 대답했지만, 솔직히 확답을 내리고 있지는 못했다. 하지만 적어도 우주괴수와 아르마의 주인이 흑요(黑曜) 별의 힘을 손에 넣을 때까지는 충분히 시간이 남아돈다는 결론은 내려지고 있었다.

“우주괴수, 너도 저 별이 보여? 검은 색인데 이상하게 빛나는 저 별이 말이야?”

루시아의 말에 우주괴수는 방에 열린 창문을 통해 밤하늘을 바라보았지만 무수히 많은 반짝이는 별들 중에서 루시아가 말하는 별은 없었다.

“아 그냥 내가 뭔가 잘못 본 모양이야. 신경 쓰지 않아도 대요.”

루시아는 열심히 우주괴수가 밤하늘을 바라보는 것을 보고 애써 웃으며 말하였다. 그리고 마침 약기운이 돌았는지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M.I.M.U 너, 흑요(黑姚)가 말하는 별이 뭔지 알 수 있잖아. 굳이 일부러 찾을 필요는 없다고. 흑요(黑曜) 별은 어차피 흑요(黑姚)만이 볼 수 있는 별이니까.”

“아르마는 어째서 흑요(黑曜) 별을 흑요(黑姚)만이 볼 수 있다고 생각하나?”

우주괴수의 갑작스런 질문에 아르마는 별 생각 없이 간단히 대답하였다.

“그런 건 어차피 상관없잖아. 우리의 임무를 잊었어? 흑요(黑姚)의 목숨과 순결만 지키면 된다고. M.I.M.U.”

“확실히 아르마의 말대로 상관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의 두뇌에 박힌 칩들이 내린 결론은 확실히 흑요(黑姚)의 눈에만 흑요(黑曜) 별이 보인다는 것은 상당히 비과학적인 일이다. 더 심한 결론을 내린다면 흑요(黑曜) 별의 존재 그 자체가 정말로 이 우주에 있는 것인가라는 의문까지 나오게 만든다. 일단 흑요(黑曜) 별이 정말로 존재한다는 가설을 기준으로 한다면 어째서 흑요(黑曜) 별은 흑요(黑姚)를 태어나게 만드는 것인가? 또한 흑요(黑姚)의 존재는 오직 흑요(黑曜) 별을 대신한 플러스적 요소를 받아들이기 위한 단순한 매개체일 뿐인가라는 의문이 나온다. 원래부터 흑요(黑姚)는 그렇게 철저히 힘을 얻고자 하는 자들을 위해 더럽혀지고 희생당해야 하는 존재인가 라는 의문?”

“M.I.M.U... 지금 네가 한 말은 주인님의 명을 거스르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해도 되는가? 주인님께 반기를 드는 존재의 소거 역시 우리들의 임무. 설마 M.I.M.U 네가 반기를 든다는 것은 아니겠지? 아니면 바이러스 프로그램에 의해 네 보안이 뚫려 감염된 것인가? 뭐 그렇다면 새로운 백신과 보안 프로그램을 전송 받으면 간단하겠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아르마의 오른손에서 번개가 차츰 피어올랐다.
우주괴수는 그런 아르마를 보며, 그리고 옆에서 잠든 루시아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하였다.

“주인님의 명을 거스르려는 뜻은 없다. 아니 주인님께 거스를 경우 내가 이길 수 있는 확률은 -100.00%. 절대적인 나의 패배다. 더불어 언제나 내 보안시스템과 백신은 항상 최신으로 업데이트 해 놓기 때문에 99.99%의 확률로 바이러스에 감염된다든가 하는 일은 없다.”

“그런가? 하긴 좀 헛소리를 하긴 하지만, M.I.M.U라면 절대로 주인님께 거역할 수 없을 테니까. 어쨌든 내가 조금 흥분한 것 같다. 네가 쓸데없는 계산이나 연산을 하는 취미가 있다는 것을 생각 못했으니까. 하지만 흑요(黑曜) 별과 흑요(黑姚)에 존재에 대한 의문은 너무 위험해. 흑요(黑曜) 별과 흑요(黑姚)에 대한 의문에 관한 모든 데이터는 알아서 자진 삭제해 놓는 게 좋을 거야. 임무에 상당히 지장을 줄 수도 있을뿐더러 별로 좋지 않은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을 거야. 명심해. 우리의 임무는 흑요(黑姚)의 목숨과 순결을 지키는 것 뿐이라는 것을. 그 외에는 필요 없어.”

아르마의 말을 들으며 우주괴수는 말은 꺼내지 않았지만 실은 아르마의 속마음을 어느 정도 분석해 버렸다.

‘실은 흑요(黑曜) 별과 흑요(黑姚)의 존재에 대해 가장 혼란스러워 하고 있는 것은 아르마 본인이 아닌가?’

“아 그러고 보니 흑요(黑姚)를 노리는 존재가 있는 것 같다. ‘보석 도적단’이라던가 웃기지도 않는 실력을 지닌 놈들이 말이지. 아무래도 나중에 전부 손을 봐야겠다. 흑요(黑姚)를 노린 대가는 두 번 다시 세상 빛을 보지 못하는 것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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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거 글자 제한 있었나...

밑에 쓴게 제한이 걸렸는지 5화 중간까지 밖에 안나와서...

후우...

#순서
아란 -> 도지군 -> 쿠사나기쿄 -> 영원전설


p.s 다행이다... 이제야, 수정이 가능해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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