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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공포 「ESCAPE」 가시덤불 성의 잠자는 공주님

2005.07.30 09:14

인간이아냐 조회 수:124 추천:2

extra_vars1 가슴속의 시체를 땅에 묻어라 
extra_vars2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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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나무로 빽빽이 들어찬 이 숲에도 새벽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연이어 일어난, 현실감 없는 일들에 지쳐 곤히 자고 있던 영시는 누군가 자신을 흔드는 것을 느끼고 눈을 떴다.

“꺅!”

“조용.”

성은이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나는 영시를 진정시켰다. 루드도 영시의 작은 비명에 얼굴을 찌푸리며 나무에 기대고 있었던 상체를 일으켰다.

“으, 성은...아저씨?”

성은은 아무런 대답 없이 전날 피웠던 마리화나의 영향으로 아직 비몽사몽 상태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루드를 흔들어 깨웠다.

“저.. 어디..계셨어요?”

“그런 것까진 알 필요 없네.”

딱딱하게 대답하는 성은의 모습 위로, 어제 알 수 없는 소리를 지껄이던 성은의 모습이 겹쳐져 보이는 듯 하여 영시는 몸을 움츠렸다.

이내 루드가 정신을 차리자, 성은이 속삭이듯 중얼거렸다.

“..앞으로 아침을 몇 번이나 더 볼 수 있을 것 같나.”

“으음.. 어, 성은씨 아니십니까. 간밤엔 어디 계셨죠?”

“똑같은 질문 하지 말게.”







“어이, 일어나요, 일어나!”

새벽녘, 마지막 불침번이었던 마이클이 모두를 깨우기 시작했다.

밤새 깊이 잠들지 못했는지, 금세 깨어난 이리스가 존을 깨우려던 마이클을 제지했다.

“그 아이는 좀 더 자게 둬요. 아직 이르니까.”

이윽고 모두가 잠에서 깨어나고, 한 자리에 모여 앉았다.

“...후우, 모두들, 어떻게 할 생각인가요?”

모두가 할 수 있는 영어로, 제일 먼저 말을 꺼낸 사람은 이리스였다.

“어떻게 라니? 당연히 성으로 가야할 것 아닌가?”

이리스가 당연한 걸 왜 묻느냐는 듯 반문한 알을 쏘아보았다.

“아직도 그 소립니까?”

“...제길, 그럼 왜 물은 거야..”

차가운 이리스의 대답에 알은 꼬리를 말 수밖에 없었다.







“저, 이제 다른 사람들을 찾아봐야겠죠?”

영시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안 그러면 어쩔 생각이었나. 잠도 다 깼으면 이제 슬슬 그들을 찾아봐야지.”

정작 자신은 아직 잠에서 다 깨어나지 못한 루드가 대답했다.

“자, 갑시다. 성은씨도 빨리 걸으세요.”






차가운 새벽공기에 존이 작은 신음소리를 내며 잠에서 깼다.

“으음...”

존을 업고있던 코우가 고개를 돌려 존을 바라보았다.

“아, 일어났니?”

“일어났어요?”

바로 옆을 걷던 이리스도 멈춰서자, 앞장서던 마이클도 뒤돌아섰다.

“흥.. 느긋하군, 꼬마.”

알의 빈정거림을 깨끗이 무시하고 존의 상태를 살피던 이리스가 미소를 지으며 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괜찮니?”

“저.. 목이 마른데요.”

영어를 잘 하지 못하는 존이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존의 말에 모두가 자신의 소지품을 뒤져보았지만─알은 제외하고─, 그 누구에게도 물은 없었다.

사실 모두들 전날의 격렬한 소동으로 일어났을 때부터 상당한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

새벽의 공기가 습하기에 잠시 잊고 있었던 것 뿐.

자신의 주머니를 뒤지던 코우가 무언가를 내밀었다.

“어.. 물은 없는데, 초콜릿이라도 먹을래?”

이리스가 얼굴을 찌푸렸다.

“그런 거 먹으면 목이 더 마르잖아요.”

“그, 그런가...”

코우가 멋쩍은 표정으로 초콜릿을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일단 갑시다. 여기 있어봤자 물은 안 나오잖수?”

마이클이 한마디 하고는 다시 걸어가려고 발을 떼자, 마이클의 발이 단단한 무언가에 걸렸다.

“우왁?!”

요란하게 구르는 마이클을 보곤 이리스가 달려갔다.

“무슨 일이예요?”

달려온 이리스의 눈에, 크고 투박한 질감의 무언가가 들어왔다.

“...돌?”

이리스의 뒤를 따라 코우와 알도 달려왔다.

“흥, 겨우 돌 따위에 걸려 넘어지다니, 네놈도 참 정신머리 없는 녀석이군그래.”

뒤늦게 코우를 따라 달려온 존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음.. 돌보다는.. 등딱지, 같은데요.”

“...자세히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네...”

조금 떨어져서 그 무언가를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하던 알이 갑자기 당황하여 외쳤다.

“그, 그거 어제 그 거북이잖아?!”

알의 외침에 모두가 황급히 그 무언가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

마이클이 고개를 숙여 그 무언가의 안을 들여다보고는, 고개를 들어 이리스를 바라보았다.

“...이거.. 텅 비었는뎁쇼?”

“예? 그럴 리가요?”

이리스도 고개를 숙여 안을 확인했다.

안에는 정말 아무 것도 없었다.

“...정말이네요...”

“그럼 거짓말인 줄 알았나.. 일회용인 모양이죠 뭐. 들어있는 것보단 나으니 어서 가자구요.”

“...그래야죠.”







“괜찮을까요, 저 아저씨?”

영시, 루드보다 조금 앞서서 무표정하게 걸어가는 성은을 곁눈질로 바라보다 영시가 루드에게 물었다.

“괜찮을 거야. 아마도.”

“아마도...군요.”

영시는 다시 성은을 살펴보았지만, 이상한 점은 찾을 수 없었다.

“뭐랄까, 일종의 발작 같은 게 아닐까? 정신 쪽의 문제로.”

그런가, 하는 표정으로 잠시 생각하던 영시가 외쳤다.

“아, 우리가 건너왔던 다리...”

그리고는 그 자리에 선 채로 굳어버렸다.

“───꺄아아아아아아악──!!”







“..방금, 들었지?”

“음.”

“..예.”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온 비명소리.

“코우, 존을 업고 따라와요. 마이클은 총 준비.”

이리스는 지시를 끝내자마자 달리기 시작했고, 그 뒤를 마이클이 따라 달렸다.

“방금 그거 영시 목소리였죠?”

“영시? 영시, 그 동양인 여자아이? 그 아이라면 아마 맞을 거요!”

점점 적어지는 가시나무들 사이로, 어제 건넜던 낡은 다리가 보였다.

“저긴───”

그리고, 널브러져있는 누군가.

영시가, 죽어있었다.







번개처럼 달려간 성은이 시체를 살폈다.

“..제길.”

루드가 재빨리 영시를 끌어안아서 앞쪽을 보지 못하게 만들었다.

숲 저편에서 이리스와 마이클이 뛰쳐나왔다.

“영시야!”

“어떻게 된 거요, 아저씨!!”

계속해서 시체를 살피던 성은이 묵묵히 손을 들어 둘을 제지했다.

“진정하시오.”

온몸이 상처투성이에다, 목은 이상한 방향으로 기괴하게 꺾여있고, 한쪽 어께는 완전히 박살나있고, 한쪽 손은 팔목부터 없는 시체를 앞에 두고도, 성은은 아무런 감흥이 없어보였다.

“이건 영시가 아니오.”

너무나도 참혹하게 망가진 시체를 앞에 둔 터라, 이리스는 입을 열지 못했다.

“...그 아가씨가 아니라면, 동생...이로군..”

마이클은 그녀의 이름을 기억해내려고 노력했지만, 떠오르는 건 그 괴물 같은 새에게 박살나 계곡 아래로 떨어지는 모습뿐이었다.







“....젠장....”

머리가 지끈거리는지, 루드가 자신의 이마를 누르며 신음했다.

어제 지나의 죽음이 가져온 충격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방금 받은 충격이 너무 컸는지 울음을 그치지 못하고 있는 영시를 품에 안고, 이리스가 중얼거렸다.

“...누가 이런 짓을 해 놓은 걸까요.”

코우는 굳은 표정으로, 떨고 있는 존을 달래고 있었고, 성은은 지나의 시신을 수습하고 있었고, 마이클은 그런 성은을 묵묵히 바라보고 있었다.

“...이렇게 잔인한 짓을...”

지나의 양 손─비록 한쪽 손이 없다할지라도─을 지나의 가슴에 포개놓은 성은이 일어나서 말했다.

“...아니, 오히려 다행 아닌가.”

“무슨, 당신은 이런 상황을 두고 다행이라고 하고 싶은 건가요?!”

성은의 말에 이리스가 앙칼지게 쏘아붙였다.

성은이 짙은 안개로 가려진 하늘을 응시했다.

“적어도, 적어도 이 아이의 시체를 묻어줄 수 있지 않은가.”

어제와는 사뭇 다른 성은의 진지함에 이리스는 말문이 막혔다.

“적어도, 죽은 자에게 기도를 해줄 수 있지 않은가. 잘 가라고, 저 세상에서는 잘 살라고 말해줄 수 있지 않은가.”

모두가 성은을 바라보았다.

방금 전과 같은 무표정이건만, 성은의 얼굴은 지금 그 누구보다 침울해보였다.

성은은 메마른 눈을 감았다.

“...적어도, 동료를, 동료의 시체를 버려두고, 가는, 것, 보다는, 낫지 않은가.”

작지만, 무게감 있는 목소리.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













“후후후후... 의외네...”

그림자 속에서, 소녀의 붉디붉은 눈동자만이 빛을 발했다.

소녀가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감응자도 있을 줄은 몰랐어... 날 재미있게 해줄 수 있겠는걸...”

소녀가 눈을 감았다.

“...아니, 어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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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설마설마 했지만, 정말 6시간 걸려버릴 줄은...

중간에 날려먹지만 않았어도...

그나저나 언제나처럼 이야기는 진행되지 않고 잡담만 많네요... 줄인다고 줄인 건데...(...)

흠흠. 그냥 하도 쓸 게 없기에 성은이 베트남전에 참전했다고 해서 그냥 써봤슴다.

너무 급조티가 나는군... 원래 글은 퇴고에 퇴고를 거듭해야 하는데.. 잇힝..

P.S. 부제는 그냥... 묻고 잊어버리라는..(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