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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SF Angel Feather

2005.08.03 13:27

갈가마스터 조회 수:422 추천:3

extra_vars1 이 추하고도 아름다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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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gel Feather
제 015 화.

智天使Cherubim





[2031. 4. 26 AM 2:21 이탈리아 교황령 바티칸]

“빨리 서둘러!”

바티칸 어딘가에 위치한 어두운 지하. 거대한 돔으로 이루어진 공동에 거대한 PT 수송기 PTC-212F 한 대가 엔진 음을 뜨겁게 울리며 이륙준비에 여력을 올리고 있었다. 그 때 대위 계급장을 가지고 있는 군인 한 명이 느리게 움직이고 있는 크레인을 향해 소리쳤다.

“서두르라니까! 놈들이 지척까지 다가왔다는 사실을 잊은 거냐?!”

슈미츠 대위의 외침에 크레인들을 담당하고 있던 과학자 한 명이 정색을 하며 외쳤다.

“대위! 지금 옮기고 있는 저 놈은 섬세한 기계들로 가득 찬 예술품이란 말이오! 이 이상 속도를 내서 만약 저것에 이상이라도 생긴다면 그 책임을 어떻게...”

과학자의 말에 인상을 구긴 슈미츠 대위가 과학자의 멱살을 잡으며 외쳤다.

“지금 그딴 거 가릴 때가 아니오! 현재 루마니아에 위치한 유럽 나리어스 본부는 완전히 궤멸되었고, 여기 서부 전선을 유지하고 있던 최정예 강습PT부대 SS+는 전멸! 이 이상 설명이 더 필요하오?!”

대위는 켁켁거리는 과학자의 멱살을 놓고 다시 크레인을 향해 소리쳤다.

“그 개 같은 물건 빨리 움직여! 더 늦으면 우리들의 탈출로를 필사적으로 확보하고 있는 제 2 지중해 함대가 전멸한다! 그럼 우리도 그 개 같은 물건과 함께 끝이야!”

크레인이 끌고 있는 정체불명의 PT. 하얀 천에 둘러싸이고 여기저기 구속하는 장비가 달린 그 무엇인가는 PT라고 치기엔 지나치게 크고 거대했다. 전고 23.5m, 무게 120 t. 암호명 케루빔Cherubim이라고 했던가? 여하튼 겨우 저딴 게 바티칸의 최고 과학자들이 만든 PT라니... 그것보다 슈미츠 대위는 과연 저런 것을 위해 아까운 지중해 함대를 잃어도 되는 것인가 하는 게 더 불만이었다.

- 쿠궁!
“히이익!”

갑자기 굉음과 함께 지축이 흔들리기 시작하자, 수송기에 오르던 하얀 가운을 입은 과학자들이 화들짝 놀라 엎드리기 시작했다. 그들의 눈과 머리에는 이미 공포라는 빛으로 가득 채워져 있는 듯 보였다. 대위는 그들 중에 핵폐기물 표시가 된 검은 가방을 들고 있던 사람이 보이자 다시 오만 인상을 구겨대며 그자를 향해 성큼 성큼 다가갔다. 그 자는 검은 가방을 끌어안은 채 바닥에 엎드려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당신 지금 재정신이야?! 지금 자신이 들고 있는 게 그 망할 아르쟈논 놈들의 샘플이라는 걸 잊은 건 아니겠지?!”
“히~ 히이이익!”

아르쟈논의 샘플! 그것은 지금 운반하려고 하는 케루빔보다 더 중요한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슈미츠 대위는 과학자를 억지로 일으켜 세우곤 아직도 수송기 해치근처에서 미적거리고 있는 크레인을 향해 소리쳤다.

“더 빨리 해! 이 방공호가 언제까지 버틸지는 알 수 없으니까!”

- 두두두두두!
- 여, 여기는 J-77구역의 찰리 소대! 우.. 우아아악! 주, 중대장님!
- T-23구역의 알파 소대입니다! 이놈들 끝이 없습니다! 증원을!
- 크아아악!
- 델타 소대 미터마이어 중사입니다! 소대장님 전사! 제가 인수인권 하겠습니다!

갑자기 대위의 귀에 꽂혀져 있는 이어폰에서 총성과 함께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주 잘 알고 있는 대위의 안색이 창백해 졌다. 벌써 연구소 내로 침입한 아르쟈논들이 자신이 이끌고 온 중대와 전투에 들어간 것이다.

“조금만.... 조금만 더 견뎌라!”
- 치직... 이미... 치지지... 늦어....치직... 죄송...

슈미츠 대위는 잡음투성이로 변해버린 이어폰을 거칠게 쥐어뜯으며 바닥에 던져 버렸다. 그의 모습을 두려운 얼굴로 바라보던 과학자는 이내 주저앉으며 정신 나간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주.... 죽을 꺼야... 우린... 이제..”
“죽으려면 당신 혼자 죽으쇼!”

주저앉아 있는 과학자를 매섭게 노려보던 슈미츠 대위는 불같이 화를 내며 과학자가 들고 있던 검은 가방을 뺏어들었다.

“빌어먹을!”

이미 넋이 나가버린 과학자는 아무런 저항도 안했으나 가방과 손목이 수갑으로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에, 슈미츠 대위는 어쩔 수 없이 과학자의 멱살을 잡고 같이 크레인을 향해 내달려야 했다. 이윽고 크레인 앞에 도착한 대위는 과학자와 함께 크레인에 올라타 운전하던 사람을 밖으로 거칠게 밀쳐냈다.

“어이쿠! 이, 이봐요!”

운전사의 항의에 슈미츠 대위는 아무런 대꾸도 없이 운전석에 앉은 뒤 엑셀을 거칠게 밟았다.

- 부우우우웅!

크레인의 바퀴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돌아가며 공회전 하자 떨어진 운전사가 창백해진 얼굴로 외쳤다.

“그, 그렇게 속도를 높이면! 연결부위가 버틸 수 없단 말입니다! 어서 속도 줄여요!”
“닥쳐!”

여기서 죽을 수 없어! 죽을까보냐! 슈미츠 대위는 이빨을 부드득 갈며 해치를 서서히 올랐다.

- 퍼엉!

그 때 공동 저편의 게이트 하나가 파공성을 울리며 거칠게 날아갔다.

“오우.... 지저스...”

모두들 그것을 넋 놓고 바라보았다. 연기가 서서히 걷히고 이윽고 문 너머로 8개의 붉은 눈을 빛내는 거대한 거미의 모습이 드러나자 너도나도 비명을 질러대며 수송선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Shit!”

슈미츠 대위는 욕지거리를 하며 엑셀에 더욱 힘을 가했다. 그러나 크레인은 생각만큼 속도를 내주지 않았다. 공동 내부에 미리 구축되어 있던 참호 뒤에서 이 연구소 경비 병사들이 소총을 꼬나들고 거미를 향해 갈겨대기 시작했다. 그 중엔 장갑차의 75mm중기관포도 있었으나, 저 거미에게 얼마만큼의 효과가 있을 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뒈져 이 괴물아!”
- 두두두두두두!

각종 화기가 불을 뿜어댔지만, 게이트를 막고 있는 거대한 거미에게 작은 생채기도 낼 수 없었다. 그나마 75mm 중기관포에서 쏟아지는 엄청난 양의 탄막에 주춤거리는 거미의 면상으로 병사 한명이 들고 있던 대전차 미사일이 연기를 길게 이끌고 날아갔다.

- 퀘에에에엑!

총알들을 죄다 튕겨내던 거미는 길게 꼬리를 그리며 날아온 대전차 미사일에 4개의 눈을 잃자 기괴한 비명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이, 이런... 빌어먹을!”

거미의 기괴한 소리가 멈추자 연기가 걷히지 않은 게이트 안쪽에서 갑자기 무수한 작은 거미들이 개떼처럼 밀려들어왔다.

- 투투투투투투!

참호의 병사들은 중기관총과 소총을 죽어라고 갈겨대 몇 마리의 작은 거미들을 사살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그들의 화력을 초월하는 엄청난 수의 거미들을 모두 막을 수는 없었고, 뒤이어 참호로 들어간 작은 거미들의 일방적인 학살이 시작되었다.

- 우걱 우걱.
“아아악! 살려줘! 아악!”

죽은 병사들의 시체를 잘근 잘근 씹어 먹는 작은 거미들을 바라보던 병사 하나가 정신 나간 얼굴로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거미들에게 들고 있던 바주카포를 발사했다.

- 쿠궁!

병사들이 처절한 싸움을 하고 있을 무렵. 간신히 케루빔을 수송기 안으로 집어넣은 대위가 마이크를 집어 들고 수송기에 외쳤다.

“기장! 빨리 출발시켜!”
- 네? 하지만, 아직 사람들이!
“빌어먹을! 시간 없어! 그냥 출발해!”

위이잉위이잉 붉은 경고등이 번쩍이며 경고음이 울려 퍼졌다. 그와 동시에 수송기의 모든 문이 자동으로 닫히자 아직 탑승하지 못한 사람들이 비명을 질러대며 올라가는 해치와 계단을 붙잡고 아우성쳤다. 그런 그들을 보다 못한 한 여성 과학자가 대위를 향해 울부짖었다.

“당장 문 열어요! 저들을 그냥 죽게 할 생각입니까?!”

그런 여성 과학자의 말에 대위는 잔뜩 구겨진 얼굴로 그녀를 향해 다가가 멱살을 움켜쥐며 외쳤다.

“그런 개소리는 살아남고 나서 해!”

대위가 멱살을 놓자 눈물로 범벅이 된 여성 과학자가 스르르 주저앉았다. 그리고 대위가 들고 있는 무전기에서 당황한 기장의 목소리가 들여왔다.

- 대위님! 게이트가 열리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관제센터까지 점령당한 듯....
“미사일은 엿 바꿔먹었나?!”
- ....아,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알아들었으면 당장 출발해!”

대위의 말을 알아들은 듯 당황해하던 함교가 조용해졌다. 그리고 잠시 후, 굉음과 함께 비행기가 들썩거렸고,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사일을 발사해 난장판이 된 통로로 서서히 움직이던 수송기의 배기구가 붉은 색을 넘어 하얗게 변한 불꽃을 토해냈다.

- 본 함은 지금부터 긴급 이륙에 들어갑니다! 모두 알아서 몸을 지탱할 것을 찾아주십시오! 그럼!

쿠구구궁! 경고가 방송되고 2초도 안돼서 갑자기 수송기가 엄청난 속도로 가속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때 크레인에 놓여 있던 검은 가방이 거칠게 부딪히며 벌어진 것을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다.

.
.
.

[2031. 4. 26 AM 3:00 이탈리아 교황령 바티칸 동쪽 120km]

불바다가 된 바티칸의 동쪽 120km 떨어진 곳의 2만 피트 상공에 다수의 공중 전함이 원형 방공진을 펼친 채 유영하고 있었다. 바로 지중해 함대 소속의 제 11 대기권 임무함대의 모습이었다. 그들은 방금 전 격렬한 전투를 치룬 모양인지 여기저기 불길과 연기를 뿜어내며 위태위태하게 떠 있는 전함의 모습도 여기저기 보였다. 그들은 지금 바티칸에서 운반해야 될 물건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이 함대의 사령관인 프란시스 제독은 간신이 진을 유지하고 있는 함대를 바라보며 짧은 신음을 내쉬었다.

“0300시입니다. 제독. 이 이상 지체할 수 없습니다.”

기함 SBBN 21.바그너의 함장, 가스펠 대령이 시계를 바라보며 제독에게 말했다. 이미 예정된 작전시간을 30분이나 오버했다. 더 이상 기다린다는 것은 목숨을 걸고 이 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아까운 군대를 모조리 잃어버릴 가능성조차 있었다. 제독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N2 미사일 발사 준비!”

N2 미사일! 아르쟈논을 막을 최후의 무기이자, 최악의 병기였다. 그 동안은 아르쟈논들이 이 N2 무기에 대항하여 진화할 것을 우려해 남발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이미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되고 있었다.
유럽 전선의 붕괴! SS+팀의 전멸! 지금까지 나타났던 종들을 상회하는 강력한 아르쟈논들의 등장! 이 모든 것이 그들에게 선택을 강요했다. 물론 N2 미사일의 사용은 바티칸에서 싸우고 있는 군의 장성들 빼고는 아무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흔쾌히 자신들의 목숨을 내걸고 작전을 수행하고 있었다.

-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녀석들에게서 샘플과 케루빔을 탈환해라!

프란시스 제독의 머리에 아주 간략하게 쓰인 명령서 한 구절이 떠올랐다. N2 사용에 대한 허가는 이미 이 작전을 제독에게 맡기고 무책임하게 도망가버린 유럽 국가 수뇌부가 내린 상태였고, 이젠 버튼 하나만 누르면 지구에서 유일하게 남은 신성불가침의 나라 바티칸이 소멸해버리는 것은 순간이 될 터였다. N2 미사일은 물건을 회수한 제 11 대기권 임무 함대가 무사히 지중해 함대와 합류할 시간을 벌기 위한 것에 불가했다. 물론, 물건을 회수하지 못했을 경우 함대를 무사히 귀환시키기 위한 도구이기도 했다.

“함장님! 방위 2-6-5, 거리 20K에서 본 함을 향해 접근하는 물체가 있습니다!”
“뭐라고?! 확인해라!”
“확인했습니다! PTC-212F! 아군 입니다!”
  
와아아! 함성이 함교에 가득 찼고, 프란시스 제독의 입에서도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왔다.

- 여기는 SAS B중대 슈미츠 대위입니다!
“지중해 함대 소속 제 11 대기권 임무함대. 프란시스 제독이다. 목표물은 회수했나?”
- 그렇습니다.

다시금 함교 요원들의 입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프란시스 제독은 살짝 미소 지어 보이며 슈미츠 대위를 향해 수고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갑자기 통신기 너머로 우웅거리는 기계음이 거칠게 들려왔고 누군가에게 소리 지르는 슈미츠 대위의 다급한 목소리가 뒤를 이었다.

- 이봐! 무슨 일이야! 누가 타고 있는 거야?!
- 모, 모르겠습니다! 대위! 아악!
- 퍼벙! 쾅! 치지지지지......
“대, 대위! 무슨 일인가!”

통신이 갑자기 잡음만을 남기고 끊기자, 함교 요원들은 눈에 띠게 당황하기 시작했다. 가스펜 대령이 소리쳤다.

“PTC-212F의 주변에 다른 아르쟈논이라도 나타났나? 확인하라!”
“전혀 없습니다! 함장님!”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 치지지지....

제독은 자리에 주저앉아 멍하니 창밖을 바라봤고, 함장이 통신기에 대고 슈미츠 대위의 이름을 부르며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그리고 지직 거리는 통신음 너머로 슈미츠 대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치지지지... 케... 케루빔이..

번쩍! 어두운 창 밖에서 별빛만큼 작은 불 하나가 번뜩이고 이내 사라졌다. 그리고 착 가라앉은 오퍼레이터의 목소리가 함교에 울렸다.

“PTC-212F....로스트(Lost).”
“비, 빌어먹을!”

함장 가스펠 대령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레이더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 때, 사라진 신호 위로 새로운 신호가 레이더에 잡히는 것이 보였다. 함장이 오퍼레이터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자, 오퍼레이터가 허겁지겁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SG]PTN-003....케.... 케루빔?!”

아직 피아 식별코드가 부여되지 않아 레이더에는 미상으로 떴지만, 데이터베이스의 자료에는 이미 케루빔의 자료가 입력되어 있었다.

“케루...빔이라고?”
“틀림없습니다! 데이터베이스 조회에 따르면 분명히 케루빔입니다!”
“통신은? 연결할 수 있나?”
“틀렸습니다! 아까부터 보내봤지만, 전혀 대답하지 않습니다!”

삑삑삑삑! 갑자기 레이더에 표시된 케루빔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함대에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번쩍! 돌연듯 멀리 창 밖에서 밝은 빛줄기가 번뜩이고 기함의 바로 옆에서 운항하던 구축함이 날아온 빛줄기에 좌현 엔진을 맞고 서서히 가라앉자 함장이 소리쳤다.

“전원 제 1급 전투배치! 케루빔에게 아르쟈논 코드를 부여하고 전 함대에 요격개시를 알려라!”

위이이이이잉! 전 함대에 전투 경보가 발령되자, 순식간에 수백 발에 이르는 대공 미사일이 하얀 연기를 그리며 케루빔을 향해 날아갔다. 날아가는 미사일을 바라보는 프란시스 제독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이런, 이런 일이... 말도 안 돼! 케루빔을 아르쟈논에게 빼앗겼다고?”

넋이 나간 제독의 귀에 오퍼레이터의 급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 미사일! 목표에게 명중! 거... 건재합니다! 속도까지 그대로입니다!”
“주포 발사!”

가스펠 대령의 이어지는 명령에 전 함대에서 각종 레이져 병기가 케루빔을 향해 발사되었다. 그러나 이어지는 오퍼레이터의 절망적인 보고가 이어졌다.

“C-100X에게서 강력한 빔 리플렉터 발생! 아! 잠시 멈춘 목표물에게서 고 에너지 반응!”
“뭐라고?! 비, 빌어먹을! AB(Anti-Beam)폭뢰 긴급 사출! 상승각 25도! 엔진 최대 속도로! 부력 엔진 출력 20%로 감쇠!”

가스펠 대령은 고 에너지 반응이라는 말에 본능적으로 회피를 외쳤다. 주변의 모든 함선이 그것을 알고 있는 듯 각자 산개하며 목표물의 사선 밖으로 회피 기동을 펼쳤다. 그리고 잠시 뒤 케루빔에게서 굵직한 빔 줄기가 공기를 팽창시키며 함대를 향해 들이닥쳤다.
쿠구구구궁! 강력한 에너지의 돌풍이 함대를 휩쓸고 지나가고 엄청난 난기류가 회피 기동을 하고 있는 함선들을 엄습했다. 강력한 에너지에 직격당한 중순양함 2척과 미사일 구축함 3척이 공중에 불꽃을 피우며 산산조각으로 분해되었고, 엔진을 피격당한 구축함 3척과 미사일 순양함 1척이 검은 연기와 불을 내뿜으며 지상으로 천천히 낙하하기 시작했다. 기함 바그너의 경우 간신히 피했지만, 우현을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간 고에너지에 의해 우현이 완전히 녹아내리는 피해를 입고야 말았다.

“SCGN 베르딩고, 아이젠트리거 침묵! SDDG 유피텔, 파르시온, 셀피쉬 침묵! SDDG 드라구노프, 게라지, 기뇽. 엔진 피격으로 항해 불능! SCGN 베르됭 역시 엔진 피격으로 항해 불능입니다!”
“현재 난기류로 인해 조타 불능! 함장님!”
“부력 엔진 50%로 늘리고 엔진 1/3 노트로 줄여! AB 폭뢰 지속적으로 사출하고 모든 사용 가능한 무기는 저 빌어먹을 놈에게 집중해라!”
“B-14 갑판에 화재 발생! 우현 엔진 과열로 인해 속도 3/1로 감소!”
“빨리 화재를 진압해라! 빌어먹을! 어떻게 된 괴물인 거냐!”

모자를 거칠게 집어 던진 가스펠 대령의 귓가에 아직 살아 있는 프란시스 제독의 거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 말도 안 돼! 우리측의 승인이 필요한 메타트론까지 사용한다는 건가! 이럴 순 없어! 이건 악몽이야!”

완전 실성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는 제독을 바라보며 함장은 이빨을 뿌드득 갈았다. 그 때 다급한 오퍼레이터의 목소리가 다시금 들려왔다.

“C-100X에게서 다수의 뭔가가 잡혔습니다! 10, 12, 총 20기입니다!”
“뭐라고?! 당장 요격해! 대공 포좌는 뭐하는 거야?!”
“틀렸습니다! 너무 빨라요! 게다가. 전자기파의 영향 때문에 레이더 재밍이 심합니다!”
“빌어먹을!”
“아즈라엘의 눈. 아즈라엘의 아이들...”
“예?! 뭐라고요?!”

프란시스 제독은 케루빔에게서 나온 20기의 그것이 뭔지 알고 있었다. 그는 이제 완전히 주저앉은 채 멍하니 어두운 하늘을 바라만 볼 뿐이었다. 케루빔에게서 분리되어 나온 원추형의 작은 물체 20여기는 이내 검은 연기를 모락모락 뿜으며 간간히 대공 레이저를 쏘아대는 구축함 전대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공중에서 불규칙적인 궤도로 움직여 대공 레이저의 요격을 피하는 엄청난 기동성을 보여주며 마치 세차게 몰아치는 소나기처럼 붉은 색 빛줄기를 쏘아대기 시작했다.
붉은 색 소나기에 무장고가 피격된 구축함이 붉은 화염을 내뿜으며 반으로 쪼개져 땅으로 침몰하기 시작했다. 원추형의 작은 물체들은 이내 몸을 돌려 다른 먹이를 찾기 시작했다.

“이건 악몽이야.... 이럴 순 없어.”

이젠 함교 내의 그 누구도 서서히 사라져 가는 함선들의 보고를 하지 않았다. 다만 공포로 얼룩진 눈물을 가득 흘리며 창밖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 때 결심을 굳힌 듯한 가스펠 대령이 큰소리로 외쳤다.

“지금 당장 퇴함하라!”
“예?!”

넋 놓고 있던 부함장이 얼빠진 목소리로 말하자, 가스펠 대령은 그의 멱살을 잡고 큰 소리로 외쳤다.

“이 함에 장비하고 있는 모든 N2 무기를 자폭시킬 거다! 두 번 말하진 않겠다. 지금 당장 제독과 승무원들을 데리고 퇴함하라!”
“히. 히이익!”

가스펠 대령이 잡고 있던 멱살을 놓자, 부함장이 질린 표정을 지으며 주저앉았다. 함장은 그대로 무장관제사에게 다가가 그의 뒷덜미를 잡고 바닥으로 내동댕이쳤다. 그는 그대로 키보드를 타다닥 두드리기 시작했다. 가스펠 대령이 만지고 있는 커맨드는 바로 이 함선이 탑재하고 있는 모든 N2 무기의 자폭코드였다.
함교 내의 모두가 잠시 얼이 빠져 아무런 반응도 없자, 함장이 소리쳤다.

“앞으로 10분이다! 죽고 싶지 않다면 빨리들 움직여!”
“으아아아아!”

함교내의 모든 인원들이 비명을 질러대며 함교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모든 이들이 빠져나간 함교에는 이제 프란시스 제독만이 남아 콘솔을 조작하는 가스펠 대령을 붉게 충혈된 눈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제독님. 시간이 없습니다. 빨리 이 함을 나가십시오!”
“미안하네. 가스펠 대령.”

프란시스 제독까지 모두 사라지자, 함교 너머로 어렴풋이 보이는 암회색의 물체를 바라보는 가스펠 대령의 눈동자가 마지막 빛으로 타올랐다.

쿠구구구궁. 기함 바그너의 좌현 사출구에서 수십척의 긴급 탈출용 수송선이 불꽃을 뿜어내며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수송선들은 곧 이어 자폭할 N2의 사정거리 밖으로 벗어나기 위해 최고 속도로 전투공역을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바그너는 서서히 속도를 높이며 케루빔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케루빔도 자신에게 다가오는 바그너의 모습을 확인했는지, 다른 함들을 공격하고 있던 무인 공격기들을 바그너에게로 집중시키기 시작했다. 다시금 붉은 소나기가 바그너를 향해 거칠게 몰아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리저리 찢겨가는 몸에도 불구하고 바그너는 돌진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새하얀 광점이 바그너에게서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2031. 4. 26. AM 3:50 이탈리아 공역 전투 N2 폭탄 작렬로 종료.]


[피해]
지중해 함대 소속 제 11 대기권 임무 함대 미사일 순양함 6척, 미사일 구축함 13척, 우주 전함 1척 소실
작전에 투입된 바티칸 공격 군단 5만 명 궤멸. 사상자 1만 5천. 중경상자 3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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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erubim

형식명 : [SG]PT-N003 Cherubim -> 아르쟈논화하여 C100X 라는 코드명 부여
병기분류 : 2세대 PT
전고 : 23.5m
중량 : 120t
동력원 : 차세대 원자력 엔진 3기
       (초소형화에 성공하여 3기의 원자력 엔진 탑재. 양 어깨, 복부)
자체무장 :
양 손가락마다 달려 있는 근거리 빔 포 “프람베르그(Framberge불꽃을 자르는 검)” (빔을 구속하여 빔 크로우로 사용가능.)
날개형 스커트에 수납되어 있는 20여기의 원추 모양 능동 무인 공격 시스템 NAAS“아즈라엘의 눈”
날개 아래 양 허리 스커트에 달린 215mm 전자기포 2문, 앞 스커트에 달린 70mm 전자기포 4문. “통칭 라미엘의 천둥”
양 어깨에 장비되어 있는 고출력 빔 포 ‘메타트론’ 2문
아르쟈논화 되고 난 뒤에 생긴 것 : 원자력 에너지를 이용한 초강력 빔+물리 방어막
외장 컬러 : 아직 도색도 되지 않은 상태라, 원 금속의 색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파일럿 : 현재 무 -> 차후 알렉산더 안데르센과 동화될 예정
설명 :
이탈리아 바티칸에서 비밀리에 개발되고 있던 2세대 PT 계획의 3번째 기체. 그 이름은 에덴동산의 동쪽에서 생명의 나무를 지키는 천사의 이름을 따 케루빔이라 명명되었다.
다른 2기가 근거리 원거리의 공격을 상정하여 개발되었다고 한다면, 케루빔은 성과 같은 방어를 목적으로 개발되었다.
몸 전체를 구성하고 있는 금속은 양산이 불가능한 합금으로 되어 있으며 현재 지구에서는 가장 강력한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다. 게다가 가장 두꺼운 가슴, 어깨 장갑은 거의 500mm가 넘어 웬만한 공격으론 흠집도 내기 어려울 정도의 강력한 방어력을 가진다.
그뿐 아니라 3기의 원자력 엔진을 이용하여 몸 전체에서 AB(안티 빔) 입자를 생성하여 뿜어내기 때문에 고출력의 바이오 빔을 어느 정도 방어까지 할 수 있다. 특히 허리를 감싸고 있는 스커트 형 날개는 500mm가 넘는 두께에 전함의 장갑에만 흐르는 강력한 전자장으로 코팅되어 있어 빔은 물론 웬만한 질량탄도 방어할 수 있다. 게다가 개발 후기에는 강력한 무장도 잔뜩 달아, 결국엔 ‘메타트론’이라는 소형 테트라 건을 장비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방어를 목적으로 개발된 괴물 PT이지만, 이 PT의 진정한 목적은 죽음의 천사의 이름을 딴 ‘아즈라엘의 눈’- 즉, 시작형 무인 능동 공격 시스템(NAAS : Non-people Active Assault System)의 실용화에 있었다.
이제야 겨우 실용화된 판넬Panel은 그 높은 전투 능력에 비해 동시 운용 가능한 것이 최대 8기밖에 되지 않았고, 파일럿이 판넬을 움직임과 동시에 기체를 움직이는 것에도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케루빔에 탑재된 NAAS ‘아즈라엘의 눈’은 조종사가 발동 스위치를 누르면 컴퓨터가 자동으로 주변의 전투 환경을 지각하고 아군을 제외한 모든 적을 공격하는 시스템이었다. 컴퓨터가 동시에 운용 가능한 판넬의 수는 최대 30기에 이르렀고, 효율을 최대로 하기 위해 20기의 원추 모양 소형 공격기 ‘아즈라엘의 아이들’이 케루빔에 탑재되었다.
원래 아르쟈논에게 죽음을 내리기 위해 명명된 이 시스템은 케루빔이 암에게 홀린 아르쟈논에 의해 빼앗기고 나서는 인간들에게 공포의 대명사가 되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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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이거 쓰다보니 너무 길어져서 뒤에 내용을 완전히 지워버렸습니다. 가스펠 대령. 좀 더 장렬히 전사하는 모습과 끝에 빔 + 물리 방어막을 펼쳐서 거의 피해가 없는 케루빔의 모습을 등장시키려고 했는데.. 더 길어지는 건 제가 못 버틸 것 같아서... 그냥 저렇게 흐지부지 끝내버렸습니다.

여하튼... 쓰다보니 길어지는 이 이유는 당최 알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지금 귀찮아서 퇴고도 안 했어요.
(때리지만 말아주세요 ㅜㅜ)

큼큼. 어쨌든 이제 암 쪽에 개사기 기체 하나 넣어줬음. 이거 나중에 반 쪼가리로 변해버린 안데르센 이나 줄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