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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퓨전 「DESTINY」 運命의 系統樹

2005.09.09 08:51

도지군 조회 수:170 추천:4

extra_vars1 에리뉘에스 
extra_vars2 9 [2차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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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뒈지고 싶어?! 앙?!”
  “이봐욧! 이게 무슨 짓이에요! 이분이 누군지나 알고 하는 건가요?!”

  검은머리의 미녀 올가가 표독스럽게 외치며 커니션의 팔목을 붙잡았다. 지금 이 자가  내 계획을 몽땅 수포로 만드려고 하고 있잖아...! 그러나 커니션은 이 재수없는 놈의 면상을 어떻게 날려줘야 다신 얼굴도 들고 다니지 못하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할 뿐이었다.

  “내가 알게 뭐야! 재수 없는 상판대기하곤!”
  “큼큼. 자네가 오해를 좀 하고 있나본데...”
  “오해는 개뿔!”

  퍽 소리와 함께 나바론은 땅에 저만치 박혀서 질질 끌려갔다.

  “어이쿠!”
  “헉! 이게 무슨 일이에요?!”

  뒤늦게 도착한 유리가 커니션의 주먹에 맞고 나가떨어지는 나바론을 보고 소리쳤다. 땅에 뒹굴며 입가에 피를 흘리는 나바론. 올가는 냉소했다.
  ‘그 정도로 이 남자를 해치겠다... 그건 100년은 이른 이야기지. 모든 일에는 단계가 있는 법.’
올가는 제시를 응시했다. 제시 역시 나바론을 보고 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곧 우리의 복수는 완성 될 거야, 제시, 글릭세르. 그때까지만...’
커니션들이 사라지고 난 다음, 금화를 만지작 거리는 나바론을 보고 있으니 올가의 뇌리에서 다시금 3개월 전의 끔찍한 환영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바론의 지휘하에 처절하게 부서졌던 올가와 제시, 그리고 글릭세르의 마을. 올가는 서둘러 고개를 저어 환영을 털어버리며 올가는 중얼거렸다.
  ‘결국 이기는 건 나야. 얼마나 걸릴 지는 모르겠지만, 각오하시오...12제이시여.’
  그리고 그녀는 태연을 가장한 얼굴을 짓고선 나발론에게 아양 떠는 목소리를 내며 뒤에서 목을 껴안았다.
  “아앙~나발론니임~ 우리들을 두고 무슨 생각에 잠겨있으신 거에요~~”
  나발론이 금방 홀딱 빠진 표정으로 변하며 금화를 주머니에 쑤셔넣고 흑발과 금발의 미녀를 동시에 껴안았다.
  “그래... 미안하구나~!!”
  그리고 그의 양 옆에서 두 미녀는 잔인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DESTINY」
運命의 系統樹
第 9 夜. 에리뉘에스奪還.


  

  “젠장, 또 이번엔 페어리가 사고를 치는건가!”
  글릭세르가 비극적으로 부르짖으며 얼굴을 양 손에 묻었다. 옆에서 유리가 쩔쩔매며 글릭세르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페어리를 찾아야죠...이러고 있다가 페어리가 더 멀리 가 버릴지도 몰라요.”
  “Seed라고 했던가, 그 페어리.”
  “아, 조장이 세레나라는 이름을 붙여줬었어요.”
  그러자 글릭세르가 주머니에서 뭔가 헤집더니 이상한 물체를 꺼내들었다.
  “그거... 쥐덫?”
  유리가 반신반의하며 묻자 글릭세르가 빙그레 웃었다.
  “좋을대로 불러. 신 발명품, 넘버 15 <<페어리 덫>>이라고 할까?”
  “.......”  유리는 세레나가 저기 보이는 무시무시한 쥐덫에 걸려드는 장면을 상상하다가 안색이 시퍼래졌다. 그러나 글릭세르는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유리의 얼굴은 보지도 않고 덫만 열심히 살피며 물었다.
  “세레나가 평소에 좋아하던 거 아는거 있어? 예를들면 초콜렛? 꽃? 뭐 그런거.”
  “...에엑? 그런걸로 뭘 하려고요?”  기계 신봉자 글릭세르는 너무나도 당연한걸 묻는다는 듯 유리를 어이없이 쳐다보았다.
  “어느 바보가 아무것도 없는 덫에 걸리겠냐. 세레나가 좋아하는게 뭐라고...?”
  유리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 유이씨요.”  “......”
  글릭세르는 다시금 얼굴을 감싸쥐고 고래고래 악을 써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걸 본 유리는 주섬주섬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네서 글릭세르에게 내밀며 훌쩍거리며 화내지 마세요란 말을 무한 반복하기 시작했다.
  “참, 보자보자 하니 끝도 없이... 너희들 그, 외국의 그 ‘만담’이라는 콤비냐?”  “!”
  유리가 자신들 외에 다른 사람들이 여기에 있다는 걸 깨닫고 놀라서 손수건을 떨어뜨리고 마검을 꺼내려는 순간 그는 행동을 멈추고 반항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이미 싸늘한 검날이 그의 목젖 부분에 닿아 있었던 것이다.
  “움직이지 마십시오.”
  뱀이 쉭쉭대는 듯한 목소리를 가진, 착 가라앉은 여자의 목소리가 말했다. 그리고 그와는 전혀 다른 목소리를 가진 누군가, 방금전 글릭세르와 유리를 ‘만담 콤비’로 표현한 남자가 유리의 목에다가 대고 검날을 천천히 미끄러뜨리며 장난을 하고 있었다. 유리가 입술을 달싹이며 뭔가 말을 하려고 했지만 남자가 유리의 목에 작은 상흔을 내자 유리는 입을 다물었다.
  “메두사님을 받드는 3무녀중 차녀 마리아, 인사올립니다.”
  엄숙하기 짝이 없는 표정과 목소리. ‘메두사’를 주위에서 경호하는 세자매들의 공통적인 특징이었다. 싸늘하고 냉정한 장녀와 장난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성격의 차녀, 잔인하고 소름끼치는 성격의 막내... 이들 삼자매는 언제나 메두사와 함께 행동하는 것으로 알려진 사악하고 무서운 존재들이다.
  “지금쯤 줄리아 언니와 아리아는 이미 당신들이 지금 찾고 있는 ‘페어리’를 회수했을 테죠. 모든걸 포기하고 편하게 마음먹는 것 만큼 좋은게 또 있을까요. 마스콧, 이제 끝장을 내버리세요.”
  그 말과 함께 차녀 마리아는 뒤로 성큼 물러섰다. 그녀의 검은 드레스가 그녀의 창백한 인상, 죽은 사람과 같은 표정등과 어울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마스콧이라 불린 남자가 경쾌한 목소리로 대답하며 망설임 없이 칼을 유리의 목에서 한자 놀리려고 했다. 그러나 갑자기 그들 사이로 뛰어든 엄청난 크기의 둥글고 쌔까만 구에 휩쓸려 멀리 퉁겨나가고 말았다. 차녀 마리아가 흠칫했다.
  “...줄리아 언니?”
  그리고 그와 때를 맞춰 정장을 입고 있는, 마리아처럼 창백한 안색에 죽은 듯한 무표정을 가진 흑발의 아름다운 여자가 공중에서 녹아나듯 나타났다.
  “올가... 그 애가 결국 본색을 드러냈어.”
  “그렇다면, 나발론님은?”  차녀 마리아의 물음에 답한건 장녀가 아니었다. 어느틈에 나타난 검은 일색의 원피스를 입고 머리를 갈래로 묶은 아리아가 대신 대답한 것이었다.
  “나발론 님은 무사하셔요... 보통 분이 아니시니. 하지만 3개월 동안이나 올가, 그 계집의 독을 마셨으니, 큰일이에요. 정말 독한 여자... 입술과 혀에 독을 발라 천천히 나발론님을 살해할 작정이었나 보죠. 그나저나 이 일로 메두사 님이, 우리에게 죄를 물으시면 어떡하죠..?”
  “걱정 할 것은 없다, 아리아여.” 마리아는 대답했다. “처벌 받아야 할 것은 올가야. 우리는 우리 본연의 임무만 잘 수행하면 된단다. 올가는 지금 어디있지?”
  “올가... 그녀는 이미 이 곳에는 없어요.”
  싸늘하게 줄리아가 비웃음 소리를 냈다.
  “그래? 어쨌든 나발론도 꼴 좋군. 그렇게 여색을 밝히더니 결국은 발등에 도끼를 찍었네...? 누구지? 그 금발머리 처녀. 그 처녀는?”
  “한 통속이었어요. 같이 도주했어요, 언니.”
  “으... 뭐야, 도대체.”
  칼이 튕겨나가고 손목에 심각한 골절상을 입은 마스콧이 비명이 나오는 입을 막으며 간신히 말을 이었다. 그는 이해할 수 없다는 눈으로 줄리아와 아리아를 쳐다보았다.
  “당신들이 왜 여기... 그렇다는 것은...”
  “SEED는 저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것 같군요. 그 애한테 필요한 것은 신선한 피... 한방울도 흘리게 하지 말라고 메두사께서 명하셨으니 사실 일이 좀 어렵게 된거죠. 뭔가 이상할 정도로 운이 좋은 아이에요.
   방금전 이쪽으로 갔는데... 아, 하지만 SEED는 절대로 놓치지 않을게요.”
  아리아가 눈을 적색으로 빨갛게 발하며 말했다. 그녀에게서는 죽음, 그와 비슷한 불쾌한 낌새가 느껴지고 있었다. “절대로 언니들에게 피해가 미치지 않도록 할테니, 언니들은 이 불쾌한 것들을 없애도록 하세요.”
  “드디어 ‘적막’의 아리아가 발동하는군.” 줄리아가 차갑게 웃었다. 마리아가 한마디 덧붙였다.
  “그럼 이제 우리도 우리 일을 해야 하겠지요. 줄리아 언니.”
  “물론, 마리아.”
  “그대로 당하고만 있지는 않아!!”
  글릭세르는 벌떡 일어나 주머니에서 작은 캡슐을 꺼냈다. 그것의 중앙을 누르자 톡 소리와 함께 구체가 주먹크기정도로 커졌다. 그것을 하나 더 꺼내 마찬가지로 크게 만든 글릭세르는 그것을 유리에게로 던졌다.
  “가운데 버튼을 눌러! 유리, 꾸물대지마, 착한 척 할 시간 없어! 난 이자들을 잘 알아!!!”
  “네?!”
  유리가 그 공을 얼결에 받아들고도 당황해서 손에서 공을 퉁퉁 튀겨대며 외쳤다.
  “뭘 어쩌라고―”
  그러나 유리의 말은 끊기고 말았다. 차녀 마리아가 눈을 빨갛게 빛내며 능력을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평소에는 흑진주의 그것처럼 검고 암울한 빛을 풍기던 우울한 눈은 붉디 붉게 피와 같이 물들어가고 있었다.
  “가라, ‘부패’의 마리아여.” 줄리아가 중얼거림과 동시에 마리아는 한바퀴 드레스 자락을 휘날리며 손에서 검은색 구체들을 뿜어대었다. 그 작은 구체들에 닿는 것들은 모든지 시들고 썩어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탁한 냄새가 대기를 진동했다.
  “부패(腐敗)의 사념(思念).”
  그러더니 작은 구체들은 사방 팔방으로 날아가며 온갖 생명들을 태워버리기 시작했다. 그 중 구체하나가 공기조차 썩혀버리며 정통으로 유리 앞에 날아들었다. 유리는 그 구체를 피할 수 없었다. 유리는 으아아아 소리를 지르며 앞을 양 손으로 가로막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부패의 사념이 날아와 유리의 앞에 정확히 오는 순간 “텅”하는 공허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유리가 아직 자신의 몸에 이상이 있는 구석은 없다는 것을 느끼며 조심스럽게 막은 손을 내리자 앞에서 글릭세르가 방금 전 던져 주었던 공이 주위를 정신없이 회전하며 끊임없이 달려드는 구체를 텅텅 튕겨내고 있었다.
  “조심해라 유리! 저 부패한 사념을 맞으면 뭐든지 썩고 상하게 되어버린다!”
  “그... 글릭세르씨, 이건...”
  유리가 구체를 손으로 가리키자 글릭세르가 절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발명품 12호 <<프로텍터>>다. 아직 내게 두개정도 남아 있지만... 그게 다 떨어지면 절대로 저 부패한 사념들을 떨쳐 낼 수 없어! 저것들은 생명 그 자체를 감지하고서 생명을 철저하게 파괴하기 위해 날아오니까...”
  말을 마친 글릭세르가 자신도 프로텍터 하나를 사용했다. 글릭세르의 주변에 천천히 프로텍터가 마치 지구가 태양을 공전하듯 돌기 시작했다. 글릭세르는 라이플을 꺼내들었다. 그의 조준은 마스콧에게 향해있었다.
  “떨거지는 꺼져라.”
  그리고 탕 소리와 함께 마스콧이 비명횡사했다. 그것을 본 줄리아도 눈을 빨갛게 빛냈다.
  “기어이 나, ‘죽음’의 줄리아를 싸움판에 불러오는군...”
  탄식조의 공허한 목소리가 대기를 갈랐다. 줄리아의 입에서 이상한 주어呪語들이 흘러나왔다. 그러자 공중에 공허하고 속이 텅 빈듯한 커다란 구체가, 마치 마스콧을 튕겨냈었던 것 과 같은, 직경이 2m정도 되는 구체가 허공에 나타나서 순간 글릭세르를 후려갈겼다. 글릭세르는 비명을 지를 여유조차 없었다. 글릭세르가 허공에 붕 떠올랐다. 줄리아의 주어는 계속되고 있었다. 허공에 떠 있는 글릭세르와 그 밑에서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구체.
  “으아아아! 안돼...! 봉인을 풀어야... 마검... 마검이...”
  글릭세르의 위급한 상황을 보고 다급해진 유리는 마검을 꺼내들었다. 그러나 마검은 죽은듯이 반응하지 않았다. “이게 왜...?” 유리의 표정을 보고 줄리아는 웃었다. “'죽음'의 우리 세 자매 앞에서 마검은 절대 발현되지 않아... 그게 얼마나 강한 물건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주변에 있어서 네 마음은 단지 혼란스럽고, 어지러운 느낌으로만 가득 차 있어. 네가 우리들을 두려워 하는 한 마검의 봉인을 푸는건 불가능할거란다. 우린 ‘에리뉘에스’니까, 더 포비든 윗치(=메두사)의 3무녀이니까."

  "그래요.. 그럴지도.. 하지만 마검이 봉인을 풀지 못하더라도 마검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강하다는걸 보여주죠."
  유리가 힐끗 이번엔 마리아에게 마검을 들고 돌진했다.
  “이야아아아아아아!!!”
  혼신의 힘을 다한 듯 엄청난 기합에는 힘이 실려있었다. 그의 마검이 허공을 붕 갈라 마리아의 이마에 닿기 직전에 유리는 콰지직 하고 몸에서 뼈가 부서지는 소리를 내며 쿠당탕, 3m는 족히 날아가며 땅에 질질 끌렸다. 줄리아가 어느새 글릭세르를 노리고 있던 구체를 돌려 유리에게로 날려보낸 것이었다. 그리고 마리아는 애초에 유리따위는 신경쓸 여유도 없다는 듯이 이번엔 부패의 사념들을 거둬들여 자신의 몸에 흡수하더니 빙그레 웃었다.
  “역시 부패는 기분이 좋아... 모든게 본연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이지...”
  마리아가 그러더니 이번엔 손을 펼쳤다.
  “소멸로(燒滅路)”
  그러자 손아귀에서 검디 검은 빛이 모아지더니 매우 짧은 시간 정적이 흘렀다. 그 동안은 아무런 소리도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았다. 모두는 순간 그 짧은 시간 동안 주위가 캄캄해졌다고 느낄 정도로 강대한 힘이 마리아의 손아귀에 모이더니 한순간 아직도 떨어지고 있는 글릭세르에게, 정확히 조준되어 발사되었다. 그러나 마리아의 ‘소멸로’를 예상하고 있었던 듯한 글릭세르는 자신의 발명품 3호, <<공중 낙하산>>을 펼쳐서 순간 떨어지는 속도를 줄여 소멸로의 궤도를 벗어났다. 그가 천천히 지상으로 내려오며 그녀들을 노려보았다.
  “안녕, 에리뉘에스들.”
  그러자 신랄한 표정을 짓고 있던 줄리아 놀랍게도 다정하게 웃었다.
  “반가워요, 글릭세르. 저희들을 잊지 않아주셔서 영광인데요?”
  “나의, 올가의, 제시의 도시가 나발론의 지휘하에 고작 메두사의 3무녀들에게 박살이 났는데 내가 너희들을 잊어 버릴 리가 있겠어..?”
  다리뼈가 부서진 듯한 유리가 온통 후들후들 떨면서 일어났다.
  “이 사람들을 알아요... 글릭세르....?”  “아아.” 글릭세르가 눈을 그녀들에게서 떼지 않은 채 대답했다.
  “이 세상 최악의 무녀들이지.”
  글릭세르는 줄리아를 가리켰다.
  “‘에리뉘에스’중 장녀, ‘죽음’의 줄리아.. 방금전 네가 얻어맞은 구체의 모양을 자유자재로 변형시켜서 싸우는 장면밖에는 난 본적이 없어. 내가 살고 있던 도시를 파괴하고 나의 부모를 죽일 때 그녀의 구체는 얇디 얇은, 반경 1Km가 넘는 길쭉한 원반이었어...”
  이어 그녀의 옆에서 차분하게 서 있는 마리아를 가리켰다.
  “‘에리뉘에스’ 차녀 ‘부패’의 마리아라고 하지. 보다시피 모든걸 무로 되돌리는 악질적인 취미를 가진 여자.”
  “‘악질’이라, 영광스러운데요.”
  마리아가 이번엔 온 몸에서 부패의 사념들을 다시 토해내며 심술궂게 말했다.
  “‘소멸로’에 맞았으면 고통없이 한방에 갔을 텐데. 뭐하러 육체가 썩어가면서 죽는 고통스러움을 선택하셨죠?”
  “왜냐면 난, 죽지 않을 거니까.”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글릭세르는 잠시의 여유도 두지 않고 라이플을 장전해 쾅 소리를 내며 쐈다. 그러나 라이플의 총구를 떠난 총알은 줄리아의 이번엔 접시 모양을 하고 있는 구체에 가로막혀서 힘을 잃었다. 총알이 구체 속으로 조금 뚫고 들어가더니 속도가 점점 느려진 것이다. 총알은 마침내 가만히 허공에 멈춰서게 되었다.
  “이건... 뭔가요. 조금만 충격을 받아도 터지게 되어 있는 뭐 그런거겠죠?” 마리아가 말하자 줄리아가 덧붙였다. “애들 장난이란다, 마리아.”
  줄리아의 주어에 따라 구체는 총알을 위로 튕겨냈고 총알은 요란한 소리와 함께 펑터져버렸다. 총알의 파편이 온통 줄리아와 마리아의 주변에 어지럽게 휘날렸지만 줄리아는 눈도 깜짝하지 않고 구체를 조종해 모조리 막아냈다.
  “장난은 이제 그만하고 본격적으로 시작해 볼까?”
  마리아의 표정이 더 싸늘하게 식더니 그녀가 “고통의 심연(苦痛의 深淵)”이라고 중얼거렸다. 피를 봐야 끝나는 핏빛 칼이 그녀의 손에 쥐어졌다. 아니, 그것은 칼이라기보다는 뱀이었다. 붉은 뱀은 그녀의 손목을 휘감아 올라왔다.
  “죽여버리겠어. 「철저히 찢어져서 썩어가는 육신을, 대지 위에서 향연을.」”
  마리아의 말이 시동어였는지 뱀은 번개처럼 몸을 길게 늘어뜨리며 유리를 향해 뛰어들었다. 유리가 뒤로 물러서다가 넘어졌다. 마검이 동작만 된다면, 이런 괴물들에게 저항할 수 있을텐데... 날아온 핏빛 뱀은 유리의 프로텍터에 고개를 박고 데굴데굴 굴렀다. 프로텍터가 푸쉬쉭 소리를 내다가 펑 터져버렸다. 핏빛 뱀의 잔해가 어지러이 널려 있었다. 프로텍터는 마지막까지 자신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한 것이었다. 그때 아리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SEED를 놓쳤습니다.”
  “그렇게 쉬운 일을... 어째서... 실패한거지?”
  줄리아의 조금 놀란듯한 추궁에 전처럼 소리없이 등장한 아리아는 벌레씹은 표정을 지었다.
  “해커들이 개입했습니다.”
  “해커!!.”
  무슨 일에도 초연할 것만 같던 그녀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안나도...?”
  줄리아의 애타는 목소리에 아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안나... 그녀 때문에 제 힘은 무력화되었습니다. 그녀가 이쪽으로 오고 있어요. 그녀가 있다면 우린 전혀 힘을 쓸 수 없게 됩니다. 얼른 여기를 피해요.”
  “결국 SEED의 회수는 실패인건가.”
  그 말을 끝으로 줄리아가 제일 먼저 공중으로 녹아들어갔다. 마리아와 아리아가 뒤를 따르며 사라져버리자 유리가 숨을 훅 내쉬었다. 부서진 다리...
  글릭세르와 유리로서는 절대 그녀들에게 대항할 수 없었다. 그녀들의 힘은 그들에게는 워낙 강대했다...
  “괜찮으세요?”
  어디선가 경쾌한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샷셀 6조, ‘해커’의 유일한 홍일점 ‘안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품에 페어리 세레나를 안고 있었다.
  “휴가중이었는데, 아스카 언니가 샷셀분들이 위험하다고 도와주라고 하셔서 왔는데... 아무 일도 없었나요? 앗, 아니 잠깐.”
  그녀는 유리의 다리를 보더니 기겁을 했다.
  “부, 부서졌잖아요! 어떡해요!!”
  “왜...당신이 더 당황하는건데요...”
  그러나 안나는 들은척도 하지 않고 쏜살같이 아스카의 이름을 외치며 달려가버렸다. 다시 남겨진 두 사람은 아스카를 대동한 안나가 올 때 까지 아무말도 하지 않고 얼굴을 무릎에 처박고 있었다.



  메두사는 자신의 영원한 젊음과 아름다움을 가지기 위해, 페어리가 필요했다. 그러나 3무녀와 마스콧은 페어리를 회수하는데 실패하고 만 것이다. 줄리아가 물었다.
  "마리아, 아리아, 너희들은 이제 얼마나 남았지?"
  "...4일...6시간..."
  "......8일 남았어요."
  줄리아는 안색이 파래졌다. 그녀들에겐 이제 시간이 없었다. 그녀들의 생명과 메두사의 힘을 대가로 얻은 그녀들의 일시적이지만 초월적인 힘과, 그녀의 생명이 육신으로부터 빠져나갈 시간이 10일씩도 남지 않은 것이다...
  "페어리... 그것을 꼭 찾아내야만 해. 메두사님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필요한 존재야..."









*에리뉘에스 : 그리스신화에서 복수를 담당하는 3자매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주로 부모에 대해 몹쓸짓을 한 자나 맹세를 어긴 자들을 엄벌에 처하며 그들에게 고통을 줄 때 즐거움으로 눈물을 흘린다고 하는 무서운 여신입니다. 그러나 수호신으로 삼는 뭐 그런 일은 아니고(수정 요청에 의해...) 단지 그냥 이름을 빌렸습니다. 복수를 위해 악랄해지는 메두사의 3무녀들의 다른 별명이죠.

*메두사의 3무녀 : 더 포비든 윗치, 메두사의 수족이라고 해야 하나, 심복이라고 해야 하나. 메두사, 그녀와는 조금 맥락을 달리하지만 정통 흑마술이랑은 다른 파생된 독자적인 흑마술을 사용하는 줄리아, 마리아, 아리아들의 별명입니다. (세 사람과 안나는 친자매입니다.)


*장녀 줄리아 : ‘죽음’의 마리아. 자신의 마음대로 모습을 얼마든지 조종하는 구체를 소환합니다. 그녀의 구체 안 속에 갇히게 되면 모든 것은 생기를 잃게 되고, 단 3초만 있어도 생명을 빼앗기게 됩니다. 별명 그대로 생명만을 앗아가는 기술들을 주로 사용하죠. 삼자매중 가장 무서운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양복을 차려입은 단발의 모습.

*차녀 마리아 : ‘부패’의 마리아. 시체를 조종하고, 모든 것을 부패시키고 오염시키며 질병을 퍼뜨리고 다니는, ‘에리뉘에스’ 중 차녀입니다. 온통 검은 드레스 복장에 긴 생머리, 생기없는 표정. 냉정하고 일에 대해 세자매중 가장 철저하기 때문에 메두사와 제일 가까운 사이입니다.

*막내 아리아 : ‘적막’의 아리아. 생명에게 작은 죽음, 즉 잠을 선사하거나 주위에서 소리를 앗아가고 상대를 저주하는 등, 공격적인 기술은 거의 없으나 독자적인 ‘에리뉘에스’식 흑마술의 정통 계보를 잇습니다. 머리를 한쪽으로 땋고, 소녀티와 원숙한 느낌이 동시에 나는 검은 원피스를 입고 있습니다.

*안나 : 에리뉘에스들 중 삼녀. 그러나 흑마술을 배우기에는 심성이 너무 고왔기 때문에 메두사가 그녀와 다른 3자매들을 인위적으로 분리시켜놓았습니다. 3자매와 안나는 친 자매이기 때문인지 조우하면 서로에게 매우 신경을 쓰게 되는 편. 특히, 3자매는 안나가 주위에 있으면 감화되어 흑마술을 전혀 사용하지 못하게 됩니다(조금 상황은 다르지만 유리가 심적 부담때문에 마검을 발현시키지 못한거랑 비슷한 상황이 펼쳐집니다)

*마검은 전혀 발현이 안됬습니다. 마검의 강함이 어느정도인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근데 어쨌든 발현이 안됬으니까, 궁극적으로 누가 더 강하고 이런 건 설정하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에리뉘에스들은 2턴안에 제거되기 때문에...

*그리고 멋대로 메두사의 심복에 대해 설정했는데 괜찮겠죠 갈가마스터님? ㅜㅜ

*에리뉘에서 흑마술은 정통 흑마술과는 전혀 다른 파입니다.

*포비든 위치의 100일 주술
흑마술, 주문 시동자의 힘 80%와 대상 3명의 수명 80%를 깎고, 대상들이 밤마다 부패한 시체로 변한다는 조건 아래, 대상자이 강대한 흑마술의 힘을 가지게 되는 주술입니다. (밤마다 부패한 시체가 되었다 낮이 되면 다시 원상복구되지만, 만약 죽었다면 부활은 되지 않습니다.) 최근에 메두사의 연구에 따르면 페어리 세레나가 이 100일 주술의 주문 시동자의 힘을 회복시켜줄 수도 있고 대상자들의 수명을 연장시켜줄 수 있는 기이한 마력을 가지고 있다는 결과가 나와 메두사와 그의 심복들만이 저스티스와는 각개로 혈안이 되어 세레나를 찾고 있습니다.
에리뉘에스들은 3개월 전(약 90일 전) 글릭세르들의 마을을 부수기 몇일 전 주술을 받았습니다만, 막내의 경우에는 '강대한 힘'을 가지지는 못해서인지, 수명이 덜 깎인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