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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공포 「ESCAPE」 가시덤불 성의 잠자는 공주님

2005.09.07 10:29

인간이아냐 조회 수:98 추천:4

extra_vars1 누군가의 원한은 누군가의 투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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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그럼 가자, 수수께끼를 풀러…."
루드는 이 싸늘한 미소를 짓는 소녀의 정체에 대해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수수께끼? 무슨 말을 하는 거지?"
"풋, 네 아버지가 한 질문과 토씨 하나 하나까지 같은 말을 하네."
"─아버지…?"
분명 방금 전에도 들었던 말, 그러나 다른 일에 정신이 팔려 제대로 생각해 볼 여유가 없었다.
그렇다 해도, 분명 자신이 어렸을 때 어머니와 함께 비행기 사고로 돌아가신 분인데, 갑자기 여기서 왜──
정신이 번쩍 들었다.
분명 자기 자신도 비행기 추락 사고로 이 섬에 있는 것인데.
그렇다면 저 아이는….
"뭐 별로, 수수께끼는 그냥 수수께끼야."
루드는 말없이 소녀를 응시했다.




깎아지른 듯 한 벼랑 아래는 짙은 안개에 가려 깊이를 가늠할 수는 없었지만, 바닥은 의외로 그다지 깊지 않은 곳에 있었다.
그렇다 해도 절벽은 절벽, 갑작스레 밀려 아래로 떨어진 마이클이 바로 일어나지는 못했다.
"크으윽…."
다행히 이끼가 잔뜩 깔려있는 곳이라 골절은 면했지만, 발목을 삐어버린 마이클이 잠시 휴식을 취할 틈도 없이 코우─지금은 이상한 괴물이 되어버린─가 바닥으로 뛰어내려왔다.
"그으으으─"
원래의 모습을 알아볼 수 없이 기묘하게 변한 코우가 낮게 울었다.
마이클이 황급히 총을 주워들었다.
코우는 낮게 그릉거리기만 할 뿐, 달려들지는 않고 총을 줍는 마이클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USAS-12의 총구를 코우의 머리에 겨누고 마이클이 잠시 망설였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내 옆에서 걷던 녀석인데, 쏴 버려도 괜찮은 걸까….'
코우가 달려들었다면 망설임없이─망설일 시간도 없겠지만─ 발사했겠지만, 공격해오지 않는 코우를 앞에 두고 마이클은 안이한 고민을 하고있었다.




"꺄아아악, 아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숲 속으로 들어간 이리스가 이내 무언가에 걸려 넘어졌다.
그 뒤를 따라간 존이 미친 듯 버둥거리는 이리스의 몸에서 뱀을 잡아 던지고 이리스를 진정시켰다.
"아줌마, 이제 괜찮아요!!"
"으아, 으아아…."
이리스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자신의 몸 이곳 저곳을 살펴보았다.
"괜찮아요. 뱀은 이제 없어요."
"하아, 하아… 미안…."
이리스가 존의 손을 잡고 몸을 일으키다가, 자신이 걸려 넘어졌던 돌에 다시 걸려 넘어졌다.
"──"
뭐라 입을 열 틈도 없이 미끄러진 이리스가 수풀 속의 구멍으로 떨어지고, 바로 손을 뻗은 존도 같이 미끄러져 내려갔다.
구멍 아래에 있는 곳은, 먼지로 가득차고 어두운 통로였다.
"아야야…, 뭐야, 여긴…?"
천장에 난 구멍은 잡을 곳도, 밟을 곳도 전혀 없어 다시 나가지는 못 할 것 같았다.
먼지를 털고 난 이리스와 존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밖에서 보았을 때에는 수풀 사이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건 전혀 짐작할 수가 없었다.
"…왠지 중세풍의 지하통로네요."
"응?"
"그냥요. 벽에 횃불이 걸려있잖아요."
"…어쨌든 빨리 나가는 길을 찾아보자."
"예."




마이클의 고민도 잠시, 마이클을 보고만 있던 코우가 순간적으로 도약했다.
윽, 하는 소리를 내뱉으며 고개를 쳐든 마이클의 총이 코우의 손에 구석으로 날아갔다.
코우가 마이클의 목을 조르며 절벽으로 밀여붙였다.
"큭─"
어째서 그냥 쏴 버리지 않았을까.
멀리 날아간 총을 향해 무의미하게 손을 뻗어대던 마이클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코우가 마이클을 떨어뜨리고 머리를 감싸쥐었다.
"크으으으─!"
"허억, 허억."
마이클이 재빨리 총을 다시 주워들어 주저앉은 코우를 향해 겨눴다.




그렇다면, 결국 저 아이가 흑막이란 말이 된다.
곱씹어보면 처음부터 이상했다. 거대하고, 머리가 셋이나 달린 괴물과 함께 나타난 소녀라니.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루드의 가슴은 차갑게 식어갔다.
저 아이다.
저 아이가 이 모든 일의 원흉이다.
저 아이 때문에 이 많은 사람들이 죽어야 했다.
루드는 고개를 들어 소녀를 바라보았다. 증오어린 눈빛으로.
그런 루드의 눈빛에 아랑곳 하지 않고, 소녀가 입을 열었다.
"좋아, 그럼 첫번째 수수께끼를─"
"…적당히 해 둬라."
소녀가 멈칫했다.
"…뭐?"
"적당히 해 두라고 말했다."
소녀가 기묘한 표정을 지었다.
루드는 이를 드러내며 말을 이었다.
"너에겐 이 모든 것이 장난인 거냐? 너에게 이런 일을 할 자격이라도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자격?"
소녀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자격이라면, 힘. 축복으로 얻은, 이 저주받은 힘."
"무슨─"
"네가, 네가 뭘 아는데 내게 자격을 운운해? 너같이 행복하게 살아온 인간이 내가 겪은 일을 알기나 해?"
루드는 자신이 행복하게 살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결코, 부모님 없이 자라고, 마약에 찌들어 지냈던 생활이 행복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그런 루드의 눈에는 소녀의 분노가 단지 투정으로만 보일 뿐이었다.
소녀가 입술을 깨물었다.
"네가, 네가─"
"신은 역시 없었나보군."
말을 끊긴 소녀가 팔을 부르르 떨었다.
"이 많은 사람들이, 네녀석의 투정으로 죽어버린 걸 보니."
소녀의 떨림이 멈췄다.
뜨겁던 태양이 힘을 잃고, 공기가 싸늘해지고, 바람마저 더 이상 불어오지 않았다.
"…투정."
소녀와 루드가 똑같이 차가운 눈빛으로 서로를 마주했다.
"…너는, 차라리 죽고 싶을 정도로 고통스럽게, 아니, 죽지도 살지도 못 하게 만들어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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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야기를 어떻게 이어갈까 고민하고 고심하고 고뇌하다 결국 그냥 써버렸습니다.
졸면서 써서 내일 보면 어떻게 생각될 지 걱정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