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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SF [테창-릴레이완결] 성배(成杯)

2006.12.21 02:26

아란 조회 수:71 추천:2

extra_vars1 의지하지마라. 쟁취하라. 그리하면, 주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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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창-릴레이소설 완결]
제목(팀명) : 성배(成杯)
장르 : 근미래 SF
총화수 : 전 19화 완결
팀장 : 아란
팀원 : 도지군, 한재영, 기브, 난아영이당, 야느, 하얀종이
연재기간 : 2004년 4월 19일부터 2004년 6월 17일 전 19화 완결

[성배(成杯)] - 18
글쓴이 : 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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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장 # 대성배(大成杯)



“네 녀석들!! 난, 관리자 최강의 대행자 유안 카트라이트란 말이야!! 그런데 니 녀석들이 나를 멋대로 할 권리는... 크아아아아!!”

유안은 지금 온몸이 염동포박을 당한채로 다른 자신보다 약한 대행자들로부터 조롱과 공격을 받고 있었다.

“크크크... 그게 무슨 상관이지? 관리자님들에 말로는 네 녀석도 곧 폐기처분 될 것 같아보였는데... 아니 그렇게 결정 났지. 아마도.”

“크크크... 맞아. 나도 확실히 들었어. 애초에 유신, 그 배신자에게 개박살 날 때부터 넌 폐기처분 깜이었지만, 그래도 관리자님이 그 넓은 아량을 베풀어 살려두신 것 뿐이었다구. 왜냐하면, 그래도 최강이니, 어디 인간 하나 죽이는 일에는 쓸모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

그 외에도 여러 말들이 쏟아져 나오며, 유안을 마구잡이로 몰아치기 시작했다.
확실한 건 관리자는 유안의 폐기처분을 명했다는 것. 처분 방식은 대행자들의 요청으로 그들에 손에 맡긴 거였다.
그리고 유안은 멋모르고 염동포박당하고 칼리번을 빼앗긴 채로 평소에는 감히 자신을 대할 수 없는 하급, 중급 대행자들에게 이렇게 죽어가고 있었다. 천천히, 고통스럽게.

‘나는... 언제 죽어도 상관없지만... 하지만... 유신을 제외한 그 누구에게도 나는 패해선 안 돼!! 아니 언제고 유신을 능가해서 그를 이겨야 한다고!! 절대로 이대로 허무하게 죽을 수는 없어!!’

그때였다. 엉망으로 얻어맞고 있는 유안의 뇌 속으로 관리자의 말이 아닌 다른 음침한 음성이 흘러들어왔다.

「힘을 원하나?」

뭔가, 수상한 기색이 들었지만 유안은 당장 힘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목소리에 충분한 신뢰가 들었다. 왠지 모르게.

「나는 너희 관리자들이 찾아 파괴를 명한 대성배를 떠받쳤던 소성배. 하지만, 지금은 절대 소성배가 아니지. 소성배가 따로따로라면 그 힘은 약하지만, 남아있던 11개의 소성배가 모인 이상, 대성배로 기능하는 것도 가능. 너에 소망대로, 힘을 주겠다. 우리들이 가진 모든 힘은 모두 너의 것이다.」

유안의 몸 주위로 갑자기 검은 에너지가 모여들더니 그대로 폭발해버렸다.



「무슨 일이야!! 갑자기 지하에서 폭발이... 치직...」

다른 관리자도 무언가 대책을 세워보기도 전에 모두 침묵하고 말았다. 그대로 관리자에 본거지 역시 폭발에 휘말렸다.

콰쾅.

거대한 폭발이 바다 한 가운데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연기 속에서 차츰 보이는 한 검은 에너지를 내뿜는 인형이 보였다.

“크크크... 너무... 약하잖아...”

유안으로 보였지만, 결코 예전에 공포를 알고 있던 유안과는 달랐다.
검은 색 혈관이 마구 튀어나온 얼굴과 손, 팔에서는 끊임없이 검은 에너지가 뿜어져 나왔다.

유안은 가볍게 작은 에너지 덩어리를 뭉쳐 한 대륙에 해안도시에다 떨어뜨려보았다.

콰쾅.

폭발을 일으키며 작은 해안 도시는 붕괴되어 버렸다.

“크크... 다 좋은데, 난 유신을 쓰러뜨리고 싶다고... 달랑 힘만 가지고 싶진 않다고!!”

유안은 마구잡이로 사방팔방, 검게 변색된 칼리번에 에너지를 뿌려대었다. 그리고 멀지 않아, 여기저기서 폭발음이 마구 났다.



“응, 저 빛은 뭐지?”

술에 취해서 곤히 자고 있는 이랑에게 이불을 덮어주던 청년은 저 멀리 날아오는 검은 빛을 보았다.
그리고 그 말을 마치자마자 청년과 이랑은 그 검은 빛에 휘말려들었다. 그들이 있던 도시는 그대로 날아가 버렸다.

“크크크... 이런, 그러고 보니 유신이 키우던 애새끼가 2명이나 있었지. 참? 이런 하나는 죽어버렸네. 크크크...”

유안은 그대로 머리만 남은 이랑을 보며 웃다가, 그대로 이랑의 머리를 챙긴 채로 사라져버렸다.





"큭..."

뭐가, 뭔지 모르는 상황에서 갑작스런 공격을 받은 시이나 일행은 일단 아직 정신 못 차리는 신애부터 텔레포트로 안전한 곳을 향해 대피시키려고 하였다. 그러나 실패하고 날아드는 검광을 막으려던 로이나가 그대로 산산조각 나는 것을 보아야했다.

“로이나!!”

시이나의 비명과도 같은 외침에 검광이 날아온 방향에서 그 외침에 답하듯 말하였다.

“크크크... 오랜만이군요. 시이나 츠바사 씨.”

“너, 너는!!”

시이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가 알고 있던 유안과 비슷했지만, 분명 달랐다.
그가 알고 있는 유안은 이랑과 비슷한 또래에 남자애였는데, 지금 시이나 눈앞에 있는 이랑은 20대로 보이는 대다가 완전히 맛이 간 상태였다.

“기억해주시니 감사하군요. 부탁하나 하지요. 유 신애, 그녀를 내게 넘기고 당장 이 자리에서 꺼져주세요.”

매우 건방진 말에 시이나는 앞뒤 가릴 것 없이 그대로 뇌전과 윈드 플레어를 동시에 시전하며 날리며 소리쳤다.

“시끄러!! 이 건방진 자식!! 그 전에 너부터 끝장내주지!!”

승부는 단 5초도 되지 않아 결판났다.

“크크크... 그러니까, 내가 꺼지라고 했잖아요? 안 그래요?”

검은 색 핏줄이 여기저기 솟아오른 유안이 쭉 뻗은 오른손에는 오른팔이 잘리고, 온몸이 걸레처럼 만신창이가 된 시이나에 목이 붙들린 채 들어 올려졌다.

“크윽...”

“고통스럽겠지? 그래, 고통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나는 관리자와는 달라. 그 고통스런 삶을 끝내주는 자비를 베풀 수 있지.”

유안은 그 말을 끝으로 살짝 시이나에 목을 잡고 있던 손에 살짝 힘을 주었다.

“신애!! 그만 정신 차리고 도망가!!”

시이나가 파열되어 보이지도 않는 눈으로 아무 대나 보면서 외친 마지막 말이었다.
그 말을 끝으로 시이나에 머리와 걸레짝이나 다름없는 몸은 분해되어 버렸다. 유안의 기준으로는 정말로 살짝 힘을 준 것에 불과하지만...

툭.

떼구르르...

아무렇게나 바닥에 나사 빠진 인형마냥 쓰러져 있던 신애에 머리맡으로 시이나에 목이 굴러왔다. 여전히 신애에 탁한 흑색 눈동자엔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았지만, 시이나에 목이 그녀의 눈앞까지 왔을 때 초점 없는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 수 없는 흑색의 눈동자. 하나 확실한 것은 살려는 의지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분명 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죽음으로 몰고 있는 듯 했다.

투쾅, 투쾅.

“그래, 이것이 내가 바란 힘이야!! 힘이란 말이야!!”

“하지만, 정작 내가 단 한번 이겨보고 싶은 상대가 없어... 어째서지? 왜 성배란 놈은 내게 힘을 주었으면서, 정작 내가 쓰러뜨리고 싶었던 유신을 살리지 않은 거야!!”

유안은 그렇게 미친 듯이 마구 주변을 파괴하다가 뭔가 생각났다는 듯, 또다시 크게 웃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대로 신애가 아무렇게 누워있는 곳을 향해 손가락 끝으로 가리켰고, 그 손가락 끝에서는 검은 에너지로 된 구체가 날아가서는 신애 주변에 땅에 떨어졌다.

콰앙.

거대한 폭발과 함께, 신애에 몸 역시 아무렇게 붕 떠서 그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것이 못마땅했는지 유안은 기류사단으로 단숨에 공중에 붕 뜬 신애에 옆으로 이동해 신애에 몸을 안고 소리쳤다.

“뭐야, 이거. 완전히 실이 끊긴 인형 꼴이잖아. 유신이 가르치고 키우던 애라서 싸운다면 유신과 비슷한 느낌이 들 줄 알았는데... 이래 가지곤 죽이는 맛도 없잖아.”

그렇게 외치고, 유안은 잠시 그의 품에서 축 늘어진 채로인 신애를 보더니 이내 뭔가 재미난 생각이 난 듯 키득대다 소리죽여 중얼거렸다.

“그래, 이 년이 싸울 생각나게 하는 방법이 있었지.”

그 말이 끝나자마자, 유안에 주변에 검은 회오리가 치면서 공간이 열리더니 곧 검은  무언가가 튀어나와 그대로 신애에 초점 없는 눈동자 앞에 멈춰 섰다.

“아... 아앗!!”

아무렇게나 축 쳐져있던 신애에 두 눈동자는 어느새 생기를 되찾음과 동시에 나온 첫 한 마디였다.
그녀가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건, 죽었다고 생각했던 그녀의 유일한 혈육인 이랑에 무표정한 얼굴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랑, 정말... 너니? 네가 정말 살아있는 거야?”

신애는 이랑에 표정이 한 결 같이 무표정을 고수하고 있다는 이상함을 눈치 채지 못 한 채 이랑에 뺨에 그녀 자신의 뺨을 대고 있었다.

파앙.

뺨을 대는 순간, 신애에 눈앞은 핏빛으로 얼룩져 온통 핏빛으로 보였다. 눈앞에 있던 이랑에 얼굴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뒤를 이어 유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하하... 당연히 살아있을 리가 없지. 왜냐하면, 이미 죽은 시체에 붙어있던 머리니까.”

팡.

신애는 순간적으로 유안에 목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중력탄을 날렸다. 중력탄은 그대로 그녀를 안고 있던 유안에 머리에 명중되고, 그녀는 그대로 유안의 품에서 벗어난 채로 여기저기 중력구를 만들며 차가운 눈으로 유안을 바라보며 말하였다.

“니가 죽인 건가?”

신애에 중력탄에 별로 타격을 받지 않은 듯 유안은 왼손으로 턱을 어루만진 뒤 미친 듯이 웃으며 말하였다.

“후후후, 일부러 죽일 생각도 안했는데 뒤를 돌아보니 죽어있더군. 유신이 키우던 애새끼라서 나의 칼리번에 공격 범위에서 도망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영 아니더군. 크크크.”

신애는 볼 것도 없다는 듯, 살의에 찬 눈빛으로 미리 만들어 둔 중력구를 마구 유안에게 날렸다.
유안은 유유히 그의 검인 칼리번(원래는 백색의 검이었지만, 주인처럼 검게 된...)으로 간단히 막거나 한손으로 막아내었다.

[이레인 바 셋!! 그라비티 캐논!!]

신애가 속으로 외침과 동시에 유안 주변에 거대한 검은 빛의 덩어리가 회오리치며 나타나더니 그대로 유안을 마구잡이로 덮쳐왔다.

콰콰콰쾅.

“하아, 하아...”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상대의 죽음이 확실함에도 불구하고(뿌연 먼지가 마구 흩날려 상황을 알 수가 없지만) 신애는 여전히 경계 태세를 늦추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숨소리만으로는 확실히 지쳐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랑에 죽음에 큰 충격을 받아 거의 살아있는 시체 마냥 몸을 움직이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움직인다 해도 제대로는 아니었다.)갑자기 무리하게 격렬하게 움직이면 금방 지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크크크... 그래 이제 제대로 할 맛이 난 모양이지?”

뿌연 먼지가 흩날리는 상황에서 어디선가 유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쉬잉.

신애는 순간적으로 피했지만, 왼쪽 뺨까지는 완전히 피하지 못한 듯, 하얀 뺨에는 어느 새 가로로 선이 생기더니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나의 소망은 말입니다. 당신의 양 아버지이자 배신자이기도 한 유신이란 남자를 한 번 이겨보고 싶었습니다. 그것도 아주 확실하게 철저하게 산산조각을 내고 싶었습니다. 순수하게 힘으로 말입니다. 물론 제가 왜 이러는 지는 저와 유신에 싸움 현장을 목격한 당신이라면 잘 아실 거라고 생각됩니다. 유신애 씨.”

완전히 제 정신을 차린 신애는 어느 새 기억을 돌이켜 양아버지였던 유신과 유안에 싸움에 대한 기억을 재생시켜 놓고 있었다. 결과는 양아버지의 사망이었지만, 분명, 힘으로는 유안을 철저히 폐퇴시킨 것은 분명했다. 그리고 어찌된 일인지 모르나 되살아난 이랑을 죽인 것도 유안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차피 내가 성배에 바란 소망은 반만 이루어진 셈이었지만, 유신과 비슷한 느낌이 나는 당신을 철저히 폐퇴시킴으로서 만족하는 수밖에 없겠죠. 그쪽도 이유는 다르지만, 결론은 같겠지요.”

신애는 유안의 말이 다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지 않았다. 유안의 말대로 결론은 애초에 하나밖에 없었다. 유이랑, 그녀의 친 혈육을 죽였다는 것 하나만으로 그녀는 유안을 죽일 것이다. 아주 철저히 죽여 버릴 것이다. 이젠 성배고 뭐고 시이나건 로이나건 그녀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이랑이 죽어버린 마당에 성배를 찾아서 뭘 어쩌리?
아니, 이랑을 살리기 위해 성배가 필요할 수도 있지만, 유안에 말을 들어보니 성배란 죽은 사람을 살리지는 못하는 듯 했다. 죽은 사람을 살릴 수 있다면, 분명 양아버지인 유신을 살려서 유신과 싸웠을 테지 자신과 싸울 일은 없을 테니까.

파앙, 펑.

챙, 챙.

의외로 승부가 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승부는 당연하다는 듯이 압도적인 차이로 유안에게 돌아가고 있었다. 유안의 흑색의 검인 칼리번의 날이 피투성이가 된 걸레나 다름없는 신애에 무표정한 얼굴을 향해 있었다.

“크크크... 역시 유신과는 달라. 너무 약해. 진짜 유신은 이렇게 약하지 않다고. 성배의 힘을 받은 나를 상대로 10분은 상대할 수 있는 게 유신인데... 크큭... 역시 어쩔 수 없군... 더 이상은 흥도 나지 않아. 이제 놀이는 끝이야. 아쉽지만, 이제 네 동생이 있는 곳으로 보내주지. 어때 너무 자비롭지. 크큭.”

그리고 그대로 유안의 칼리번이 신애의 목을 찌르기 위해 내질러졌다.

‘이대로, 죽는 건가?’

‘생각해보니,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시이나와 로이나라는 사람은... 그렇게 오랜 시간 알고 지내지는 못했지만, 분명 좋은 사람들이었다. 전쟁에 희생자들, 정말로 성배가 필요한 건 내가 아니라 바로 그들이었지만... 그들은 살아오면서 그들이 소중하게 여기던 사람을 수없이 잃어 왔음에도 난 이랑이 죽은 거 하나로 인해, 그대로 폐인이 되어버렸었지. 이랑은 나에게 매우 소중하지만, 결국 나 때문에 모두를 죽음으로 몰아버렸다. 이랑이를 데리고 가지 않았어도 이랑도 죽지 않았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이렇게 일이 틀어지지도 않았을 테지만... 이대로 죽는 것이 당연한 결과겠지... 다만, 아쉬운 것이 있다면, 아버지만큼 강해진다는, 아버지 앞에서 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 아쉽다. 아버지가 쓰러뜨린 유안을 상대로 이렇게 되어버리다니... 하아, 이젠 아무래도 상관없다. 저승이라는 곳이 존재한다면, 동생을 다시 만날 것이다...’

신애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은 채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찔러 들어오는 유안의 칼리번을 바라보았다.

챙강.

뜻밖에 기적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발생했다. 언제나 지니고 다니던 아버지의 유품인 단검, 영아가 갑자기 나타나, 칼리번을 그 작은 날로 막아버린 것이었다. 마치, 어렸을 때 아버지와 유안의 싸움을 보는 것처럼, 그때도 아버지는 유안의 검을 영아로 아주 간단히 막은 채 부셔버렸다.

“어, 어째서 이런 것이... 크크... 뭐 상관없지. 예상외에 장소에서 유신이 썼던 무기가 튀어나오다니... 크크... 하지만 예전에 나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야!! 플렉스 캐논!!”

유안의 칼리번이 여전히 영아의 날에 막혀있는 상태에서 그대로 유안은 칼리번에 담긴 에너지를 영아를 향해 캐논처럼 쏘아버렸다. 그 충격으로 신애에 걸레나 다름없는 몸은 날아가 벽에 처박혔지만... 유안 역시 칼리번과 함께 충격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물론 신애와는 달리 곧 공중에서 자세를 바로 잡긴 했지만.

“크윽... 역시나... 하긴 유신이 가지고 있었던 무기니, 그럴 수밖에... 크크크. 뭐, 상관없지. 아무리 좋은 무기라도 제대로 다루지 못하니까 말이야.”

유안은 말을 끝맺음과 동시에 신애를 향해 연속으로 칼리번의 에너지를 쏘아대었다. 그러나 그 공격들이 신애에게 명중되어지는 일은 없었다. 그녀의 양아버지인 유신의 유품인 영아가 누가 염력으로 조종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칼리번에서 뿜어져 나온 에너지를 튕기거나 무효화시키고 있었다. 마치 유신이 죽어서도 그녀를 지켜주려고 하는 것처럼.

‘아버지... 아버지는 죽어서도 저를 지켜주시려는 건가요? 그런 건가요? 그럴 필요 없어요. 왜냐하면, 전 이미 살 이유를, 이랑에 죽음과 함께 사라져버렸으니까요. 아버지도 잘 아시잖아요. 뮤탄트는 방사능에 피폭된 대가로 강한 힘을 가졌지만, 대신 오래 살지 못한다는 것을... 저 역시 길어야 서른을 약간 넘길 지도 모르는데, 어째서 저를 지켜주시려는 거죠?’

신애는 영아가 유안의 공격을 막아내며 그녀를 지키는 것을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지만, 곧 신애의 그런 생각은 바뀌었다.

‘... 내가, 살아서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을 잊고 있었어. 이랑을 죽인 유안을 죽여 버리는 것과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보여준 최강의 기술을 아직 완성하지 못했어. 생전의 아버지는 내게 무조건 살아라, 라고 하셨겠지. 죄송해요. 아버지. 저는 유안을 죽여 버리고 아버지에 최종 기술인 그라비티 월을 해낸 뒤 저도 아버지와 이랑을 따라 가겠습니다. 비록 친 아버지는 아니셨지만, 어머니와 저를 전쟁터에 내팽개치고 도망간 얼굴도 기억 안 나는 아버지보다 더 친 아버지 같은 아버지, 정말로 죄송하고, 이런 제가 유안을 죽일 수 있게 도와주세요.’

신애는 천천히 일어나보았다. 마음의 결단을 내린 그녀는 걸레나 마찬가지인 만신창이에도 불구하고 몸은 한결 가벼웠다.
그리고 왠지 모를 힘도 솟아나는 듯싶었다. 신애는 손을 뻗어, 아직 영아를 부수려고 칼리번의 검광을 날리는 유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주변에 염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순식간의 검은 에너지가 그녀의 손에 모여들었다.
그 검은 색은 유안의 온몸에 튀어나온 검은 혈관 색과는 다른 무언가가 느껴지는 색이었다.
그대로 신애는 크게 기합을 내지르며 유안을 향해 그 에너지를 내 던졌다.

“그라비티 캐논!! 제4식!!”

거대한 검은 에너지 포를 중심으로 네 방향으로 4개의 가늘지만 더 선명한 검은 에너지 포가 유안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모든 지 흡수할 것 같은 살아있는 뜻한 그 에너지를 유안이 피하려고 했을 때는 상당히 늦은 뒤였다.

파.파.파.파.팡.

5개의 살아있는 에너지포가 미처 피하지 못한 유안을 덮치며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뒤를 이어 유안의 날카로운 단말마가 들려왔다.

“크아아아악!!”

그 에너지가 사라졌을 때 보인 것은 왼쪽 팔과 왼쪽 얼굴 살갗, 오른쪽 아랫배와 무릎 아래, 왼쪽 다리가 날아간 채로 추락하는 유안의 모습이었다.

“이럴 수는 없어!! 말도 안 돼!! 유신에 그라비티 캐논에 맞았을 때도 이렇게까지 대지는 않았는데 어째서 다 죽어가던 년에게 이렇게까지 당하는 거야!! 절대로 나는 유신 외에 그 누구에게도 패해선 안 돼!! 아니, 그 유신마저도 쓰러뜨려야 한다고!!”

유안은 그렇게 엉망진창인 상태에서 완전히 이성을 잃은 채로 칼리번을 쥐어든 채 거의 보통 인간의 눈으로는 절대로 볼 수 없을 정도에 어마어마한 속도로 신애를 죽여 버리기 위해 달려들었다.

챙강.

그러나 혼신을 다해 찔러들어 간 유안의 칼리번은 신애가 다시 회수한 영아에 너무도 간단히 막혔다.

“어째서... 어째서 막히는 거야!! 니년은 유신이 아닌데 어째서!!”

하지만 유안이 채 말을 끝내기 전에 신애는 순간적인 것이 아니라 갑자기 사라졌다.
유안이 채 당황하기도 전에 유안의 주변을 검은 공간이 감싸 들어오기 시작했다.
유안은 도망치려고 기류사단까지 썼지만 통하지 않았다. 그리고 유안은 그 검은 공간이 곧 익숙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째서, 니년이 유신 녀석에 최종 최강의 기술 그라비티 월을 쓰는 거야!!”

유안의 마지막 단말마를 남긴채로 그대로 검은 공간에 삼켜진 채 산산히 조각조각 하나도 남김없이 으스러지고 부스러져버렸다.
그렇게 유안은 성배에 힘을 빌리고도 그렇게 사라져버렸다. 대지에는 피투성이인 신애만을 남겨두고.







‘다 끝났다.’

‘어찌된 건지 나도 모른다.’

‘내가 아버지보다 더한 힘을 내다니.’

‘하지만 이젠 아무래도 상관없게 되어버렸다.’

‘이랑의 복수는 끝마쳤다.’

‘성배에 애초에 의존하려 했던 것이 잘못이었다.’

‘그 성배를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나지 않았어도 이런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겠지.’

신애는 주변에 널 부러진 폐허와 로이나와 시이나의 알아볼 수 없게 조각난 시체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랑의 부서진 머리에 조각이라고 추측하는 것도 보았다. 신애는 간단히 염동으로 땅에 구멍을 파버렸다.
그리고 각각 로이나, 시이나, 이랑의 조각난 시신을 정성스럽게 꿰매어 온전하게 만든 뒤 구멍을 파논 곳에다 각각 안치한 뒤 위에다 흙으로 덮어주었다. 그리고 나무판자를 뜯어와 십자가 모양으로 만든 뒤 거기에 손수 이름을 쓴 뒤, 시신을 묻은 곳에 꽂은 뒤 잠시 그대로 멍하게 바라보았다.

“여럿이 같이 갔지만, 결국 나 하나만 남았네. 걱정 마. 나도 곧 이랑의 곁으로 갈 거야. 미안해요. 시이나 씨, 로이나 씨. 나 때문에... 하지만 저도 곧 따라갈 거니까 너무 구박하지 말아요.”

신애는 영아를 꺼내들었다.
양아버지였던 유신의 하나뿐인 유품을 이런 일에 쓴다는 것 자체가 죄스러운 마음만 드는 그녀였지만, 그녀의 숨을 확실하게 끊어줄 도구는 지금으로서는 그것 밖에 없었다.

‘죄송해요. 아버지. 아버지는 살만큼 살라고 했지만, 저는 이만 아버지를 따라 가 보렵니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이랑이가 저보다 먼저 아버지께 가버린 것뿐이에요.’

신애는 영아를 한 번 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지만, 죽는다는 것 때문인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한 방울 흘러 영아의 검은 날에 떨어졌다.

화아아아아.

갑자기 영아의 날이 빛나더니 사방을 빛으로 메우기 시작했다.
신애는 갑작스런 사태에 놀라기도 했고 갑작스런 빛으로 눈이 부셔 눈을 자신도 모르게 손으로 가렸다.

빛이 안정되어 손을 내렸을 때는 영아의 모습에 한 하이얀 잔이 겹쳐보였다. 그 잔에서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신애는 직감적으로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꿈에서 본 느낌과는 달랐지만, 그것은 진실이라는 것을.

“서, 설마. 이것이 성배?”

「그렇다. 인간의 소녀여. 나는 성배라고 불리는 그런 물건이다.」

뇌에 직접 울려퍼지는 자비로운 목소리를 신애는 느끼고 있었다.

「인간의 소녀여. 너의 진실 된 소망은 여러 가지가 있구나. 하지만, 나는 이 검의 주인이었던 자가 부순 대성배의 작은 파편. 그렇기에 그 많은 진실 된 소망 중 하나만을 들어줄 힘 밖에 없단다. 정말로 가치 있는 소망을 선택하길 바란다.」

신애는 생각이고 자시고 할 것 없이 이랑과 자신 때문에 죽은 사람들을 되살리고 싶었다. 그러나 하나의 소망밖에 들어줄 수 없다는 건 한 사람만을 살릴 수 있다는 뜻일 것이다. 신애는 다른 사람들에겐 미안하지만 결단을 굳혀야 했다.

「후회는 하지 않겠지. 인간의 소녀여...」

그 한마디가 뇌 속에 울려 퍼진 뒤 또다시 빛이 사방을 집어삼키었다. 그리고 눈을 뜬 그녀의 품에는 이랑이 곤히 자고 있었다. 그녀가 지켜주고 싶었던, 그녀의 유일한 혈육이자 그녀 대신 꿈을 이루며 살아갈 미래가 있는 아이.
신애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꼭 안았고, 그 바람에 이랑은 깼는지 콜록대고 있었다.

“누, 누나 왜이래?”

“아아... 정말로 네가 살아났구나. 정말로 다행이야. 정말로. 다시는 죽게 내버려두지 않을 거야. 다시는... 해어지지 않을 거라고!!”

“누나, 갑자기 왜 그래? 뭐 어디 초상났어?”

“아니, 됐어. 이제 집으로 돌아가자고.”

신애는 이제 죽어도 정말 여한이 없었다. 당장 죽어도 상관이 없었다.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누나 아직 잠에서 안 깬 거야?”

“응? 그게 무슨?”

“여기가 바로 집인데, 어딜 가? 아, 혹시 우리 이사가는 거야?”

그제서야 신애는 이랑이 아닌 다른 곳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녀가 있는 방은 바로, 이랑이 사고를 당했던 그날에 아침. 바로 자신들의 방이었다.
혹시나 해서 날짜를 물어본 신애는 이랑의 대답에 그제야 모든 상황을 알 수 있었다.

“하하, 어제 참, 기분 나쁜 꿈 좀 꾸었어. 그렇지만, 말이야. 오늘은 나 일 안 나고 너랑 하루 종일 같이 놀아줄게.”

“어, 정말!! 그럼 마을 바깥으로...”

“시끄러!! 절대 마을 바깥으로 나가면 안돼!! 꿈에서처럼 네가 마을 바깥에서 놀다가 좀비에게 왕창 물려서 병원으로 실려가는 꼴을 현실에서도 볼 수는 없어!!”

“아, 알았어. 누나. 화내지 말고...”

시끄러운 아침이었다. 그리고 시끄러운 아침을 맞은 신애와 이랑, 두 남매를 바라보는 하얀 소녀가 있었다.
그 소녀에 손바닥에는 색이 바랜 영아가 놓여있었다.

“이제, 소성배나, 대성배나 완전히 소멸되었구나. 신애는 꿈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것은 모두 현실. 다만 대성배는 시간을 모든 불행의 근원이 시작되었던 그 시점으로 되돌려놓은 것 뿐. 뭐, 이걸로 된 거겠지. 신애가 바란 소망은 완전무결하게 성취가 되었어. 이제 내가 할 일은 하나겠지.”

하얀 소녀, 제8의 현자는 뒤돌아서서 사라지며 생각했다.

「관리자는 필요 없겠지... 나 역시도... 이제 나와 관리자도 가이아인을 따라 가야겠지... 그럴 때도 되었고... 인간에 일은 인간 스스로 풀어나가야겠지... 원래 그래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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