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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SF [테창-릴레이완결] Tialist

2006.12.21 07:49

아란 조회 수:113 추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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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창-릴레이소설 완결]
제목(팀명) : Tialist
장르 : SF
총화수 : 전 25화 완결
팀장 : 아란
팀원 : 다르칸, 영원전설, 높새바람(핏빛노을.), 카에데
연재기간 : 2004년 10월 24일부터 2005년 4월 9일 전 25화 완결

[Tialist] 09 : 유리카, 소멸
글쓴이 : 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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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할 년 같으니, 우리가 이카루스를 제작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생과 시간을 들였는데, 그것을...”

“어이, 어이 진정하라고. 어차피 지난 일이잖아.”

“야, 너도 고생 무지하게 했잖아? 근데 그걸 한 미숙한 불량품이 멋대로 다루다 펑 날렸는데 잘도 진정하겠다.”

“누가 진정한다는 거야. 그 망할 불량품이 아직 살아있었으면 말이지, 똑같이 펑 터트리고 싶은 건 나라고.”

두 기술자의 대화, 그리고 그것을 우연히 듣게 된 아카라는 순간 울컥하여 달려들려고 했다. 그러나 하지 않았다. 그래봤자 돌아오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그리고 이미 이런 소리를 하는 작자들이 여기 두 기술자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프로브 사령관님에 명령을 어기고 멋대로 몰다가 이카루스를 날렸대.’

‘하아, 뭐 그 정도밖에 안되는 불량품에게 이카루스를 맡긴 게 어찌 보면 실수지. 덕분에 아까운 이카루스만 날려먹었잖아.’

아카라는 울분을 참으며 더 이상 두 기술자가 미란이를 욕하는 것을 들을 수 없었기에 돌아서서 가려고 했다. 그러나 그때 아카라의 귀를 찌르는 한 소리가 있었다.

“아카라 란 녀석 말이야, 어머니가 그 유명한 티아세리스 박사님이라고 했지, 참.”

“나도 그렇게야 들었지만, 도대체 그 녀석 아버지가 누구래?”

“몰라. 별 이상한 소리가 다 있지만, 확실히 커텔 사령관님은 아니란 거지.”

아카라는 복도를 지나쳐가며 두 기술자가 했던 말들을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어머니는 아버지에 대해 단 한마디도 이야기 하신 적이 없다. 내 친아버지는 누구지?’

자라오면서 어머니인 티아세리스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긴 들었지만, 아버지에 대해 단 한마디 언급도 없었다. 어머니가 언급하지 않았기에 막연히 아버지에 대한 생각이나 관심 역시 없이 살아온 그였다. 그리고 이내 마음을 다잡은 듯 한마디 내뱉었다.

“이제 와서, 그런 거 상관없잖아. 어차피, 어디에도 내가 존재할 곳이 없는 걸.”



“제발, 제가 갈게요. 그러니까 지나만은, 제발.”

Cage에 건물로 들어선 아카라의 두 눈에 비친 건 어머니를 너무도 닮은(것이 아카라 입장에선 이젠 역겨워진) 카렌티어스였다. 여전히 카렌티어스는 무미건조한 회백색 눈으로 자신 앞에 무릎 끓고 애원하는 연갈색 머리카락에 어디서 주운 건지 모를 커다란 안경을 쓰고 있는 한 소녀를 내려보고 있었다.(물론 그 눈에 비치는 건 없겠지만.)
무릎 끓고 있는 소녀에 옆에는 연갈색의 단발머리에 갈색 눈동자를 지닌 소녀가 어찌할 줄 몰라 하고 있었다.

“안됐지만, A-X48은 마크 06 시엘(Ciel)에 파일럿으로 적합하지 않다. 만약 적합했다면, B-X49를 데려갈 이유가 없다. 하지만, 아쉽게도 A-X48은 시력이 좋지 않다. 시엘은 중장거리 포격 임무를 맡는 트론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저격까지 해야 하지. A-X48이 아무리 급은 B-X49보다 높아도, 그 눈으로 정확한 사격은 할 수 없다.”

“그, 그치만... 지나는... 심장이 약하단 말이에요... 제발...”

A-X48이라 불린 소녀는 옆에 있던 소녀인 지나, B-X49를 데려가지 말아달라고 계속 카렌티어스에게 사정했다. 카렌티어스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곧 결단을 내린 듯 말하였다.

“만약, 마크 03 드로우나 마크 05 이지스의 파일럿 자리가 공석이 된다면 제 1순위로 A-X48을 데리러 오도록 하지.”

그리고 울면서 계속 사정하는 A-X48을 내버려 둔 채 카렌티어스는 지나, B-X49에 손을 잡고 끌고 가기 시작했다. 계속 울며 사정하는 A-X48에 두 눈에 저 멀리서 지켜보고 있는 아카라의 모습이 보였다. 이내 A-X48은 아카라에게 달려가 붙잡으며 애원했다.

“아카라, 제발 카렌티어스를 말려줘!! 부탁이야!! 지나는 내 동생이나 마찬가지란 말이야!!”

울면서 매달리는 A-X48을 내려보는 아카라는 이내 무너져 내리며 그 자리에서 울부짖기 시작했다.

“나에게 뭘 어쩌란 말이야!! 나더러 뭘 어쩌라고!! 나한테 그만한 힘이 있었다면, 미란이가 그것을 타지 않아도 되는데, 나한테 어쩌라는 거야!! 나에겐 아무런 힘이 없어... 없다고...”

아카라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 자신을 질책하며 울부짖고, 역시 A-X48이라 불린 소녀도 눈물 흘리고 있었다. 그 소녀 역시 미란이 일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용이 인간들 뜻대로 움직일 거라 생각했나? 바보 같으니. 용이 훨씬 교활하다는 것을 모르는군. 뭐 상관없지. 이번 일로 딘 J. 레인벌그와 그를 지지하는 강경파에게는 매우 큰 타격일 테니까. 오히려 그레이스만 재미 봤군.”

커텔에 말대로 레비아탄에 대한 보고서에 주요 피해 상황은 일본 북해함대가 괘멸했다는 것과 덤으로 북해함대가 점거하고 있던 하와이 제도 침몰, 미 해군 함대 역시 침몰, 덤으로 미국 영토에 속하는 여러 섬과 제도 침몰, 심하게는 미 서해안 지대까지 해일을 일으켜 싹쓸이 한 것 등등... 오히려 일본이 아니라 자신을 깨운 미국에 신나게 피해를 주고 있는 해룡이었다. 어떻게 보면 미국이 자신에게 한 짓에 대한 화풀이 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덕에 커텔은 자신이 생각했던 최악의 시나리오가 확실히 틀려먹었다고 자신하게 되었다.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레비아탄을 깨우자고 주장했던 강경파에 리더 딘 J. 레인벌그에 입장은 보통 난처한 게 아니게 되었을 뿐더러, 오히려 미국민들에게 욕을 먹고 있었다.
그레이스는 이때를 놓치지 않고 연설을 하여 딘 J. 레인벌그를 막바지까지 몰아붙였고, 현재 딘 J. 레인벌그는 거의 제기 불능이라 할 정도로 조용히 지내는 상황이다.

“역시, 일왕 독재 체제는 모든 국민들의 뜻이 아니었군. 하긴, 원래 정치에 관심 없는 국민들이었으니 몇몇 강경파가 투표 조작하는 것쯤 일도 아니겠지.”

일본인들 대다수는 전쟁을 싫어한다. 아니 대다수의 인간들 중 누가 전쟁을 좋아할까?
하지만, 그럼에도 전쟁은 수없이 벌어져왔다. 그 전쟁들은 대부분이 그렇듯 위에 정치하는 소위 윗대가리들에 이익을 위해 벌려져 왔던 것이 대부분이었다. 국민을 위해서란 것은 좋은 포장일 뿐이다. 결국은 자신들의 국제적 입지와 승리함으로써 얻게 될 각종 이득을 노린 것일 뿐이다. 승리하면 영웅이라 불리고, 패배하면 인간쓰레기라 불리는 세계이다.
아마 히틀러가 2차 세계 대전에서 승리했다면, 그 누구도 히틀러를 악인이라 하지 않고 영웅이라 칭하며 칭송하고 다녔을지도 모른다. 침략하는 입장은 그렇다치고, 방어하는 입장에 경우에는 어느 정도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기도 한다. 이유는 거의 다 간단해서, 자신의 가족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또는 애국심으로 참전하기도 하지만)가 대부분.
자기 집에 도둑이 침입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듯, 같은 이유였다.(물론 다른 이유도 존재하나)

“훗, 얼마 안 있으면 곧 일본은 알아서 무너지겠군. 결과는 원래 주인인 국민들에 승리겠지.”

커텔은 단말기에서 나오는 화면에 새로운 메시지가 온 것을 보고 확인한 뒤 메시지를 닫으며 말하였다.

“그러고 보니, 반 황제파에 참전하기 위해 오는 용병단이 있었던 것 같은데, 오늘 오는 건가? 일본 정규군에 눈을 피하기 위해 이곳 유라시아 본부를 거쳐 갈 속셈인거 같은데, 뭐 상관없지.”

단말기에는 일본 열도 곳곳에서 벌어지는 일왕 친위대와 반 황제파간에 전투와 국민들에 반전, 일왕 일인 독재 반대 시위와 그것을 무력 유혈 진압하는 것들을 다룬 보고서가 띄워져 있었다.



“좌표 X330, Y230 부근에 용 출현!”

유라시아 지부에 메인 룸은 여기저기서 오퍼레이터들에 각종 보고가 날아들기 시작했다.
대형 PDP에는 어느 새 출격한 검은 거인, 마크 03 드로우와 푸른 거인, 마크 05 이지스, 그리고 이번에 새로이 출격하게 된 진녹색에 거인, 마크 06 시엘이 보였다.
그리고 3기에 트론은 이내 당연하다는 듯(카렌티어스의 지시에 따라) 용에게 공격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이지스는 먼저 용에게 공격을 가해 도발하여 자신에게 달려들게 만든 뒤, 양 어깨에 장비된 판넬을 전개하여 만들어 낸 쉴드로 용에 움직임을 묵었다.
그 틈을 타 시엘은 양 어깨에 장비된 K-11A2와 양 허리에 장비된 레일건을 쏴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흠씬 두들겨 맞는 용을 어느새 다가온 드로우가 듀거 란스를 용에 코어에 박아 넣었다.

“목표 완전 침묵.”



“내가 언제 이렇게 강했지?”

이제까지 싸우면서 이렇게 용을 쉽게 이긴 적이 없었던 아카라였기에 너무 쉽게 쓰러지는 용을 보고 한심해서 하는 소리였다.

‘아카라 아쉽지만, 네가 강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당했다. 우리가 상대한 용은 상대가 우리에 전력을 알아보기 위해 보낸 가짜이다. 진짜 본체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카렌티어스에 말에 아카라는 그런가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하였다.

“모든지, 쉽게 되는 게 없구만. 하긴 아무래도 상관없겠지. 적이 강한 던 말던, 나나 에릭이나 지나나, 그저 네 지시대로 움직여주기만 하면 그뿐이니까. 마치, 꼭두각시처럼.”

아카라는 그런 말을 한 채 듀거 란스를 가짜에 코어에서 빼내며 정비하고 있었다.

‘녀석이 온다. 준비하도록.’

“말 안 해도, 이미 눈앞에 있다고.”

가짜용에 시신은 어디로 사라진 채로 어느새 진짜 본채, 즉 진짜 용이 그 모습을 3기에 트론 앞에 드러내었다. 그 모습은 용이란 지칭이 어울리지 않는 진흙질에 날개 달린 지네 모습이었다. 갈수록 깨는 모습에 질렸다는 듯, 아카라는 한 소리를 내뱉으며 듀거 란스를 들고 용에게 달려들었다.

“그래, 어디까지나 명칭은 용이겠지. 어차피 생긴 모습 같은 건 아무래도 상관없는 거니까.”

‘아카라 조심해!!’

카렌티어스에 외침에 아카라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어조로 말하였다.

“상관없잖아. 내가 다치던 죽던, 넌 트론만 멀쩡하면 되잖아. 소모품은 많잖아. 뭘 조심해야? 아 그렇군. 조심하긴 해야지. 트론이 망가지면 곤란하니까.”

아카라가 조종하는 드로우는 시엘과 이지스의 지원 포격을 받으며 단숨에 진흙질에 날개 달린 지네 모양에 용에게 드로우에 빠른 발로 달려들었다. 그리고 드러난 용에 푸른 코어에 듀거 란스를 박아 넣으려 했다.

촤촤촹.

그러나 듀거 란스는 코어에 박히지 않았다. 그 전에 용에 진흙질 팔에 붙잡히고 말았다.

콰장창.

용은 그대로 듀거 란스를 부숴버렸다. 그리고 듀거 란스를 포기하고 그대로 뒤로 빠지려던 드로우는 그러기도 전에 용에 꼬리에 휘감기고 말았다. 용은 드로우를 으스러뜨리려는 듯, 있는 대로 힘을 주며 드로우에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그 고통에 아카라에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곧 상관없다는 듯 말하였다.

“크윽... 그래, 이번엔 내가... 큭... 사라질 차례였던 거군...”

콰직.

아카라의 눈앞에 정체불명에 보라색 트론이 형태가 다른 듀거 란스를 휘두르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동시에 드로우를 압사시킬 기세였던 용에 진흙질 꼬리는 잘려나가며 드로우와 함께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그와 동시에 이내 주황색의 트론이 트론 전용 기관소총을 쏴대며 용을 공격하였고 용은 단숨에 주황색 트론에게 달려들었지만 그때를 노렸다는 듯, 보라색 트론이 용에게 단숨에 달려들어 그 코어에 듀거 란스를 박아 넣었다. 그리고 듀거 란스가 벌어지면서 그 중앙에서 에너지포가 나갔다. 푹 고꾸라지는 용을 뒤로하고 보라색 트론은 용에게서 벗어났고, 곧 용은 폭발하였다.

“정체불명의 트론의 파일럿께 고합니다. 소속과 이름, 그리고 무슨 목적으로 이곳에 온 건지 순순히 대답해 주셨으면 합니다.”

카렌티어스는 그 두 정체불명에 트론에 파일럿에게 메시지를 날렸다. 그리고 메시지를 날린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답변이 들어왔다.

“여어, 카렌티어스 군인가?”

남자의 목소리에 카렌티어스는 순간 멈칫했다. 익히 알고 있던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 목소리에 주인공은 다시 말하였다.

“뭐, 좋아. 네 아버지께 이미 비밀 메일을 보낸 것이 있긴 하지만, 다시 소개하지. 소속은 알트 아이젠, 이름은 시라카와 유우키. 그리고 옆에 보라색 트론에 파일럿은 셰나. 이정도면 되려나? 아님 부하들 다 소개해야 하나?”

자신을 시라카와 유우키라 밝힌 남자에 말에 카렌티어스는 안심했다는 듯, 눈을 감았다, 뜨며 말하였다.

“아버지가 안다면, 더 이상 들을 것도 없겠군요. 오랜만입니다. 유우키 씨.”



“뭐, 목적이야 잘 아실거라고 생각합니다. 그쪽 입장에서도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지 않습니까?”

시라카와 유우키라는 20대 후반에 건장한 일본인 청년에 말에 커텔도 입을 열었다.

“손해 보는 건 확실히 아니지. 자네 입장에서는 일인 독재에 멋대로 선량한 국민들을 전쟁터로 내보내는 조국을 해방시킬 수 있겠고, 국가연합 입장에서는 일본이 전쟁을 그만둠으로써 전쟁에 들이는 물자와 인력을 그만큼 용을 쓰러뜨리기 위해 쓸 수 있어서 나쁠 것 없지.”

“송구스러운 말씀이긴 합니다만, 유라시아 지부에서 저희 용병단 알트 아이젠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어떤 종류의 도움이든 받고 싶습니다만.”

유우키가 굳은 얼굴로 조심스럽게 커텔에게 말하자, 커텔이 대답하였다.

“레비아탄 때문이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자네 성격상 남에게 민폐를 끼치는 부탁을 할 리가 없지 않나?”

“잘 아고 계시는 군요. 저로서는 레비아탄이 언제까지 일본 열도를 놔둘 거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조국을 빠른 시일 안에 일왕 독재체제에서 해방시키려는 겁니다.”

“허나, 함부로 나설 수도 없는 처지라서 말이야. 아무리 자네가 시라카와 시즈미에 유일한 오빠라 해도, 그것만으로 지원해주기엔 최근에 사정이 안 좋아서 말일 새.”

“후우, 뭐 잘 알아들었습니다. 역시 남에 손을 빌릴 수는 없겠지요. 그저 건투만 빌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럼 이만.”

유우키는 커텔에게 거수경례를 한 뒤 뒤돌아서서 커텔에 사무실에서 나갔다.
커텔에 사무실에서 나간 유우키는 곳 익숙하다는 듯, 어딘가로 방향을 틀어 나리어스 유라시아 본부 건물을 나섰다. 그곳에는 그리 많지는 않지만, 묘비가 몇 개 있었다.
그리고 한 묘비에 무릎 끓고 앉아 있는 카렌티어스에 모습 역시 있었다.
유우키는 카렌티어스를 보자 반갑다는 듯 다가가며 말하였다.

“여어, 카렌티어스 군, 오랜만이군.”

“유우키 씨도 여전하시군요.”

카렌티어스는 자신의 옆에 앉으며 말을 건네는 유우키를 돌아보지 않은 채 대답하였다.

“여전히, 시즈미가 죽은 게 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유우키는 카렌티어스 앞에 있는 묘비를 보며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하였다.
그리고 카렌티어스는 여전히 묘비를 바라보며 대답하였다.

“아니오. 잊지 않기 위해 저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런가? 많이 강해졌구나. 5년 전에 처음 볼 때만 해도 여렸던 녀석이, 지금은 몰라보게 강해졌어. 하긴 시즈미가 없었으면 지금에 너도 없었겠지.”

유우키에 말에 카렌티어스는 시라카와 시즈미, 즉 유우키에 여동생이자, 자신에겐 친누나 이상이었던 그리고 전 세계 최초의 트론 파일럿이기도 했던 그녀를 떠올렸다.



‘아이는 아이답게 놀아야지, 벌써부터 궁상떨면 못 쓴다고.’

언제나 어머니를 내손으로 죽인 것에 대한 죄책감과 감당하기 힘든 제어가 안돼는 용안에 고통 받던 그 시절에 카렌티어스에게 트론의 파일럿에 스스로 자원해서 왔다는 시라카와 시즈미는 누나나 같은 존재였다. 성격은 좀 괴팍하고 열혈끼 다분했지만, 오히려 그녀에 그런 점이 아직 10살이었던 카렌티어스로 하여금 조금이나마 아이답게 해주었다.
그리고 그녀가 처음으로 타게 된 트론 마크 03 드로우가 폭주하여 제멋대로 날 뛰었을 때, 10살에 카렌티어스는 그저 그녀를 구하고픈 마음에 용안에 비친 시설로 단숨에 향했고, 아무것도 모르는 시스템(그것이 코어 컨트롤 링크 시스템 룸이었다는 건 나중에 알았다.)들을 그저 용안에 비치는 대로 조작하여 드로우에 폭주를 정지시키고 시즈미도 구해내게 되었고, 덤으로 카렌티어스 자신에겐 자신이 있어야 할 위치를 찾았다는 것과 그로 인해 아버지에 관심을 조금이나마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후에 나날은 언제나 출몰하는 용을 시즈미의 정신과 크로킹하여 일체화되어 싸워오던 일상. 뭐든 쉽게 되는 일은 없다지만, 그래도 살아남았고 이런 일상이 언제까지 계속되리라고 믿고 있었다. 적어도 그때에 카렌티어스는 결코 자신이 본 것을 부정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날은 왔다.
그리고 그날은 마침 드로우를 날 잡아 정비하는 날이었기에 드로우는 출격 할 수 없었다.
용은 인간이 만든 방어시설을 우습게 파괴하고 계속 진격해 왔고, 시즈미 그녀는 그녀의 의지로 테스트용 트론 마크 옐로우를 타고 싸웠다. 그녀에 그간 전투 경험은 테스트용 트론이라곤 믿기기 힘든 성능을 내며 용을 제압해 버렸고, 그리고 이겼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용에 코어를 부쉈다고 방심했던 것이 지금에 카렌티어스와 유우키 앞에 있는 묘비가 그 결과물이었다.

‘헤에 이런... 나 당해 버린 거 같네...’

시즈미가 탄 테스트용 트론에 곳곳엔 코어가 파괴된 용에 촉수 같은 것이 찔러 들어가고 있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미 용안으로 본 카렌티어스였다. 부정하고 싶던 그 장면이 카렌티어스에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거였다. 시스템 스크린 좌측 아래에는 D.C.S(Disintegrate Core System)의 승인 코드 요청이 들어와 있었다.

‘시즈미 누나... 어째서... 이런 짓을...’

‘... 만약에 이게 꿈이라면... 하지만 꿈일 리가 없겠지. 이대론 왠지 내가 아니게 될 것 같애. 점점 기억들이 사라져가... 그럴 바에는 어차피 끝이 뻔하다면... 차라리 모두를 기억한 채로... 나 스스로 내 삶에 끝을 내겠어... 이해해... 주겠지... 카렌티어스...’

‘... 흑... 누나는... 상당히... 이기적이군요...’

‘미안... 해...’

어린 카렌티어스는 승인을 할 수 밖에 없었고, 그리고 시즈미는 용과 함께 소멸했다.
그리고 그녀가 소멸할 때 죽을 정도에 고통 역시 어린 카렌티어스에 심신에 두고두고 지워지지 않는 또 다른 상처로 새겨졌다.



‘비슷해.’

셰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낡은 로켓(안에 사진 같은 것을 넣을 수 있는 목걸이)에 뚜껑을 열어서 사진을 확인해 보았다. 사진에는 3살 정도 되어 보이는 소녀와 부모로 보이는 남여가 있었다. 그 중 여자는 훨씬 젊긴 하지만, 분명 유 박사와 비슷했다.

‘하지만, 모르지. 내게 기억은 없으니까. 어쩌면 그렇게 믿고 싶을지도 모른다.’

셰나는 로켓에 뚜껑을 닫으며 유 박사에 연구실에 들어가려던 발을 돌려 다른 곳으로 갔다.

“저, 저기.”

“내게 뭔가 용건이 있나?”

셰나는 머뭇머뭇 거리는 아카라에 푸른 눈동자를 바라보며 무뚝뚝하게 말하였다.

“... 당신들은 일본에 자유파에 가담하기 위해 간다고 들었는데...”

“할 말은 그것 뿐 인가? 그럼 더 들을 것도 없겠군. 난 가겠다.”

아카라가 쭈뼛대며 하는 말에 지겹다는 듯 셰나는 오렌지 빛 단발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뒤돌아서서 가기 시작했다. 셰나에 그런 행동에 당황한 아카라는 앞뒤 가리지 않고 말을 내뱉었다.

“저, 저도 당신들을 따라 갈 수 있습니까?”

“그건, 내 상관이 관할하는 문제이다. 네 의지 따윈 아무래도 소용없다.”

“그러나 일단 내 상관에게 대려다 주겠다. 모든 건 내 상관인 유우키 님이 정할 문제다. 따라와라.”

아카라는 그렇게 셰나에 뒤를 따라 유우키가 묵고 있다는 방에 들어서게 되었다.
셰나는 유우키를 보자마자 거수경례를 하였다. 그리고 아카라를 데리고 온 이유에 대한 짤막한 보고를 한 뒤 유우키에 말에 따라 다시 한번 거수경례를 하고 아카라를 놔둔 채 유우키에 방밖으로 나갔다. 물론 유우키에 방문을 지키고 있는 거지만.

“그래, 아카라 에르나 군이라고 했나? 자네에 대해서는 이미 들었지만, 도대체 무슨 바람이 불었길래 용이랑 싸운다는 그나마 맘 편한 일을 놔두고 네 손에 몇 명이 될지 모를 무고한 인간에 피를 묻힐지도 모르는 전쟁터에 따라오려는 그 이유가 ‘꼭’ 듣고 싶군.”

“여기 사령관과의 관계 때문에 그러는 겁니까?”

유우키에 말에 아카라는 조금은 차가운 어조로 물었다. 아카라에 물음에 유우키는 허탈한 웃음을 터트리며 말하였다.

“대충 알긴 아는구만. 확실히 여기 민폐 끼칠 순 없다고. 안 그래도 여기 파일럿이 부족하다고 들었는데, 내가 그 전력을 함부로 데려가면 곤란하잖아.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난 도대체 왜 네가 용과 싸우는 일을 버리고 전쟁터에 제 발로 따라 오려고 하는지 그것을 먼저 묻고 있으니까. 그 이유를 먼저 이야기 해줘야 하는 게 순서 아닌가? 아카라 에르나 군.”

유우키에 착 가라앉은 어찌보면 날카로운 말에 아카라는 빙빙 돌리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였다.

“이곳이 아니라면 어디든 좋습니다. 단지 그 이유 뿐 입니다.”

당돌한 아카라의 말에 유우키는 질렸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다시 말하였다.

“이봐, 말 빙빙 돌리지 않는 건 좋지만, 정작 내가 듣고 싶어 하는 이유가 아니잖아? 그러니까, 왜 이곳이 아니면 좋다는 건지, 그 이유를 이야기 해보라니까.”

“지킬 게 없으니까요. 유일하게 지켜야 했었던 미란이도 카렌티어스 때문에 죽고... 미란이 때문에 목숨을 건진 주제에 오히려 그깟 트론을 잃은 것 하나만 가지고 뭐라 하는 같은 인간을 소모품 취급하는 이딴 곳, 더 이상 지킬 필요가 없으니까...”

아카라는 이내 평정심을 잃고 무너져 내린 채 맘 내키는 대로 튀어나올 말들과 감정을 추스르느라 애쓰고 있었다. 그런 아카라를 보면서 유우키는 고민하는 듯 눈을 감은 채 한동안 고심하다 말을 꺼내었다.

“정말로 그것 때문에 네 손에 피를 묻힐 자신이 있다는 건가?”

“...”

“후 좋아. 정 우리를 따라 가고 싶다면, 내일 새벽 5시 정각에 내 방에 와라. 물론 기다리진 않을 거야. 온다면, 데려 갈 거고, 안 오면 그냥 갈 거니까.”

“감사합니다...”

아카라는 어느 새 들어온 셰나에 부축을 받으며 유우키에 방을 나서기 시작했다.
그때 유우키에 방을 나서는 아카라에 등 뒤로 유우키에 외침이 들렸다.

“아카라 군. 너무 카렌티어스를 미워하지 말라고. 그 녀석은 네가 모르는 아픔을 마음속에 담아두고 사는 외로운 녀석이니까.”

물론 아카라는 그다지 귀담아 듣지 않았다. 지금에 아카라에 심정으로는...



“하아, 지금쯤 난리 났을 거 같은데 말야.”

유우키는 큰일 났다는 듯한 어조로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기체, 보라색 트론(트론 메가세리움 알파)을 정비하며 말하였다.

“저 때문이군요.”

“이런 아카라 군, 거기 있었나?”

유우키는 아카라를 발견하자 정비하던 것을 그만두고 내려와 아카라에게 말을 건네었다.

“뭐, 아카라 군을 멋대로 데려와 버렸으니, 지금쯤 유라시아 지부가 난리야 좀 났겠지. 뭐.”

“그렇게 큰 난리는 나지 않을 겁니다. 카렌티어스에겐 저 말고도 대체할 소모품이 얼마든지 있을 테니까.”

“하아, 것 참. 카렌티어스, 그 녀석은 네가 모르는 고통을 마음속에 품고 사는 녀석이라고 말해도 못 알아듣겠지만, 사람을 겉으로 드러난 행동만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고.”

“그 녀석 때문에... 미란이가...”

아카라는 부르르 떨며 말을 흐렸다.
덕분에 유우키는 더 말을 꺼내려다 말아버렸지만.
그러나 곧 아카라는 마음을 추스르고 이내 유우키에게 말하였다.

“메가세리움 알파에 정비를 도우려고 왔지만, 제가 할 일은 없는 거 같군요.”

“뭐, 굳이 스스로 할 일을 찾을 필요는 없어. 솔직히 말해 너 하나 낀다고 해도 별로 작전에 이롭다거나 그런 건 없거든. 하지만, 조금이나마 네가 이런저런 잡일을 해주는 덕분에 작전 진행 속도는 조금 빨라진 것 같더군.”

“저,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이 전투는 언제 끝나는 거지요?”

“곧 끝나. 이미 오사카 성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반 황제파, 아니 자유파에 승리로 끝났다. 이제 오사카 성에 짱 박혀 있는 일왕만 처리하면 되는데 확실히 엘리트만 모여서 그런지, 오사카 성 전투는 진전이 별로 없어. 녀석들이 개발한 7기에 트론이 아니다 이젠 6기지 참, 하여간 그것들이 오사카 성을 지키고 있고, 하지만 확실한건 일왕과 전쟁에 미친놈들이 도망갈 곳이 없다는 거지. 하여간 이 전투에 우리 알트 아이젠이 최전방에 나서게 되어서 메가세리움 알파를 다시 한번 정비해 두는 거야. 셰나는 셰나 나름대로 메가세리움 베타를 정비하고 있을 테고, 다른 부하들도 자신에게 배치된 양산형 트론과 병기들을 정비하고 있겠지.”

“그렇군요.”

“뭐 이 전투가 언제 끝나냐고 물었지. 오사카 성을 함락시킨다면 사실상 내전은 끝나고 다시 일본은 자유주의 국가가 된다. 물론 국가연합에 다시 참전 할 테고 말이야. 어쨌든 앞으로 3시간 뒤에 작전이 개시될 거야. 녀석들이 먼저 선공을 해오지 않는다면 모르지만, 선공을 해온다면 그때부터 쉴틈 없어지겠지. 그럼 쉬어두라고.”

콰콰쾅.

투투투투투투.

밤 2시를 기점으로 자유파의 공격으로 오사카성 전투가 시작되었다.
왕당파도 이 전투에 모든 것을 건 듯, 여느 때보다도 매우 치열하고 격렬하게 서로를 죽이고, 죽이고 있었다. 그렇게 서로를 죽고 죽이는 짓도 어느새 전투 개시 된지 5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무려 3시간이나 지속되었건만, 전투는 끝날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았다.

“여기 탄약과 의료병 지원!!”

“적 트론 포착되었습니다!! JS 7식으로 판명됩니다!!”

“JS 7식은 내가 맡겠다!! 너희들은 잔챙이들을 맡아!!”

이곳저곳에서 피 터지는 싸움. 아카라의 눈에 비친 전쟁터란, 트론에 타서 볼 때보다 더욱 비참한 것이었다. 차라리 트론에 타고 있다면, 사람이 폭탄 하나에 가볍게 고깃덩이가 되는 것을 보지 못하련만, 불행히도 지금에 아카라는 트론에 타고 있지 않았다. 아카라의 역할은 그 전장에서 일종에 보급병과 의료병에 역할이었다. 물론 단시간에 배운 응급처치법과 각종 정비법이긴 했지만, 전쟁터에서는 간단한 작업이라도 능수능란하게 하기 힘들다.
그런 면에서 아카라는 일등 의료병 & 보급병이었다.

“조금만 참으세요!! 곧 괜찮아 질꺼에요!!”

아카라는 포탄에 다리가 뭉개진 한 병사에게 모르핀(마약의 일종)을 주사하며 소리쳤지만, 사실, 곧 괜찮아 질꺼라고 아카라 자신도 장담도 못하고 있었다. 그저 할 수 있는 일은 고통을 줄여주고 피를 빨리 멎게 해주는 것 뿐. 아카라는 해오던 대로 능수능란하게 붕대를 묶고, 뭉개져서 덜렁거리는 다리를 현장에서 (이젠 익숙해진)절단해 버렸다.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말이다. 전쟁터에서 조금이라도 머뭇거리면 언제 포탄이 날아올지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 정신없는 전쟁터에서 어차피 회복 불능이 된 다리나 팔을 달고 도망가기에는 심각하게 지장이 간다. 차라리 잘라버리는 것이 여러모로 나은 것이다.

“아카라 군. 이젠 상당히 능숙해졌군.”

“그런 말할 여유가 없잖습니까? 조세핀 팀장님.”

“하긴, 여유가 없겠지. 빨리 이 환자를 데리고 전선을 이탈하자고.”

아카라는 자신이 응급처치한 병사를 조세핀 팀장과 같이 부축하며 안전한 곳으로 이탈하고 있었다. 물론 총탄과 포탄은 여전히 튀었고, 저 멀리에선 트론끼리의 접전도 벌어지고 있었다. 밤이기 때문에 난데없이 레이저 스플렉스가 날라 올 일은 없다. 그렇다곤 해도, 이쪽이 가지고 있는 트론은 알트 아이젠 소속에 트론 2기와 코어가 없는 조잡한 양산형 트론 10기뿐이다. 코어가 없는 양산형 트론과 코어가 있는 트론에 파워는 하늘과 땅 차이일 만큼 엄청난 스펙 차이가 있었다. 그래도 없는 거보다는 나은 거였다.

“엄마!! 아빠!! 어디 계세요!!”

아카라의 귀에 얼핏 들린 엄마, 아빠를 찾는 아이에 목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그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고개를 향하고 있었다. 옆에서 조세핀 팀장이 뭐라 소리치는 것이 들렸지만, 그러나 아카라의 두 눈에 비친 것은 부모를 찾아 방황하는 아이에게 날아오는 포탄이 날아가는 모습이었다.

“어서 피해!!!”

아카라는 외침과 동시에 뛰쳐나가려고 했지만, 조세핀 팀장과 다른 병사들에 붙잡는 바람에 그러지는 못하였다.

콰쾅.

다행이도 그 아이에 머리 위로 포탄이 떨어지기 전에 어디에서 발사된 탄환에 격추되어 파괴되었고 그것을 보던 아카라는 내심 안도하였다.

한편 트론 끼리에 전투에서는 유우키에 메가세리움 알파와 셰나에 메가세리움 베타에 콤비 플레이로 숫자와 성능차를 이겨내고 일본 트론 1식, 2식, 4식을 차례대로 K.O시키고 있었다. 물론 전투 불능으로만 만들 뿐, 코어를 부수지는 않는 것이다.

“내가 녀석의 다리를 노리겠다. 셰나는 놈의 머리를 노려.”

“알겠다.”

유우키에 명령에 셰나는 간단히 대답한 뒤, 남은 일본 트론 5식에 공격을 들어갔다. 그리고 유우키에 공격에 5식에 다리가, 그리고 셰나에 공격에 머리가 날아간 채 그 다음은 양산형 트론들이 달려들어 포박하였다.

“아무리 천황 친위대라고 해도, 트론만 제압하면 별 볼일 없지. 이제 남은 건 6식과 7식이다.”

어둠이 점점 개이고 있었다. 전투 개시는 밤 2시에 개시되었지만, 해가 뜨고 있는 걸로 봐서 대충 6시, 7시는 되어가고 있는 듯 했다. 오사카 성을 지키는 친위대도 점점 사기가 떨어지는 듯, 아니면 물자가 떨어지는 듯 총성이 멎는 곳이 생겨가고 있었다.
바로 그때, 저 하늘에서 갑자기 푸른 유성 같은 것이 그대로 오사카 성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콰콰콰쾅.

엄청난 질량의 충돌로 인해 오사카 성과 그 주변은 충격으로 거대한 크레이터가 형성되었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

“유우키 대좌님!! 요, 용입니다!!”

“뭐!! 설마, 레비아탄?”

유우키는 급작스러운 사태에 대피를 하며 날아온 부하에 전갈에 멈칫하였다.

“아닙니다!! 식별 결과, 레비아탄이 아닌 전혀 다른 용입니다!!”

“타입은!!”

“신종 젤라틴 질 용입니다!!”

“제기랄!! 일왕 패거리는 그럼 전멸인가?”

“아, 아마도 전멸일 겁니다. 오사카 성에서 일왕 일당이 탈출을 시도한 흔적은, 땅굴도 시도하지 않았으니까...”

유우키는 부하의 보고를 얌전히 듣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결론은 전투는 자유파의 승리다. 갑작스런 승리이긴 했지만, 이제 용만 쓰러뜨리면 모든 건 끝나는 것이다. 오사카 성이 사라짐으로써 일왕 친위대는 무조건 자유파의 항복함과 동시에 바로 자유파의 승리를 안겨준 푸른 젤리질에 가오리처럼 생긴 용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아직 넉다운 되지 않은 일본 트론 6식과 7식이 유우키와 셰나의 메가세리움과 함께 용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아... 아...”

오사카 성이 날아가는 것과 동시에 용에 공격은 아카라의 눈앞에서 부모를 찾아 방황하던 한 아이를 소멸시켜버렸다. 아카라는 이내 곧 근방을 둘러보다 아무렇게나 쓰러져 있는 양산형 트론을 발견하고 단숨에 탑승하였다. 기존에 그가 타던 트론과는 달리 신경접속이나 이런게 없었기에 전혀 고통이 없었다. 그대로 아카라는 그 양산형 트론을 몰아 푸른 젤리질에 가오리 모양의 용에게 양산형 트론에 부착되어 있던 기관소총을 쏴대며 돌진하기 시작했다.

“결국 따지고 보면, 모든 건 용 때문이야. 어머니도, 그리고 미란이란 존재가 태어나게 만든 것도 결국 용 이었어. 바보같이, 모든 결말에 해답은 용이었는데...”

그렇게 곱씹으며 그 푸른 젤리질에 가오리 모양의 용에게 기관소총을 쏴대며 양산형 트론을 돌진시켰다. 그러나 용에게 먹힐 턱이 없었다. 오히려 자신을 향해 기관소총을 쏴대며 돌진하는 양산형 트론이 귀찮았는지 단숨에 그 큰 몸으로 아카라가 조종하는 양산형 트론을 덮쳤다. 그리고 양산형 트론을 젤리질에 몸속에 집어넣었다. 이내 양산형 트론의 조종석에 그 용에 몸 성분 요소인 듯한 젤리질이 가득 차며 양산형 트론을 조종하던 아카라 역시 젤리질에 파묻혀버렸다.

“이번엔 내가 사라질 차례인가?”

아카라는 마음을 다 잡은 듯 조용히 중얼거렸다.

“상관없겠지. 나 같은 거 사라진다고 해서, 슬퍼할 사람은 없으니까.”

아카라는 자신의 몸이 녹아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눈앞이 흐려지는 것 같았다.
아카라를 흡수해버린 용은 공격을 멈추고 그대로 저 하늘로 다시 사라져 가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용과 싸우려고 준비하던 유우키들을 허탈하게 하면서.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곧 일본 열도를 덮쳐 들어가는 사상 최악의 해룡 레비아탄의 공격이 시작된 것이다.



‘이건 설마?’

카렌티어스의 용안에 또 무언가가 보였다.
아카라가 푸른 용에게 흡수되어 사라지는 것이 생생하게 보였다.

“설마... 그럴리가... 아카라 그 녀석이 용에게 당할리가...”

카렌티어스는 애써 부정하고 있었다. 그 때 유라시아 지부에 긴급 사태를 알리는 붉은 사이렌이 울려퍼졌다. 카렌티어스도 곧 다른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코어 컨트롤 링크 시스템으로 향했다.

“일본이 국가연합에 다시 가입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그와 더불어, 한국과 미국에 대한 전쟁을 중단한다는 선포와 함께, 임시 정부 수립 발표와 유라시아 지부에 지원 요청을 하였습니다만.”

한 오퍼레이터의 보고에 커텔은 아무도 모르게 씨익 웃었다. 그리고 곧 입을 열었다.

“일본에 출현한 용은 2마리라고 보고를 들었다. 용에 대한 정보는?”

“그게 아이러니하게도 자유파의 승리를 안겨준 가오리 모양의 신종 젤리질 용은 갑자기 상공으로 사라져버렸고, 그리고 그 다음으로 일본을 덮친 용은 바로, 그 최악의 해룡, 레비아탄 입니다.”

커텔은 레비아탄이란 말에 살짝 인상을 구겼다.
확실히 되는 일이 없다고 생각한 그였다. 하지만 아무리 레비아탄이라고 해도 그것에 봉인을 풀 수는 없었다. 그것은 커텔에게 있어 히든카드였다.

“일단 트론 마크 03 드로우와 트론 마크 05 이지스, 트론 마크 06 시엘과 한국 지부에 무휼을 일본에 지원 보내도록.”

“그것이 트론 마크 03 드로우의 파일럿이, 현재...”

한 오퍼레이터가 땀을 뻘뻘 흘리며 보고를 하자, 커텔은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 말하였다.

“아카라가 없으면, A-X48을 드로우에 태워서 보낸다.”

“아, 예.”



타타타타탕.

어느 새 도착한 유라시아 지부에 3기의 트론(A-X48이 조종하는 마크 03 드로우, S-X03(에릭)이 조종하는 마크 05 이지스, B-X49(지나)가 조종하는 마크 06 시엘)과 한국지부에서 지원 온 트론 1기(무휼, 파일럿 천태랑)와 JS7식과 6식, 메가세리움 알파와 베타는 레비아탄을 향해 연신 할 수 있는 한 강력한 공격을 감행하였다.

“이제 와서!! 이제야 조국을 자유 국가로 만들었는데 이대로 침몰할 수는 없다고!!”

유우키에 절규나 다름없는 외침과 여전히 레비아탄을 향해 포격은 계속되었지만, 레비아탄의 그 커다란 몸집에 별로 타격이 없어 보였다.

‘마크 06 시엘은 클래식 플렉시온 건너를 사용한다.’

‘마크 03 드로우와 마크 05 이지스는 플레어 건너 사용을 임시로 허가한다.’

클래식 플렉시온 건너나 플레어 건너나 그 위력은 일본 트론 1식이 사용하는 레이저 스플렉스에 비해서 위력은 5분의 1 수준(플레어 건너는 7분의 1)에 위력을 지니고 있지만, 그러나 무지막지한 병기라는 건 사실이었다. 거기다 플레어 건너는 아직 내부 테스트조차 거치지 못 한 채 바로 실전에 투입된 위험한 무기였다. 그만큼 사태가 심각하다는 것, 레비아탄의 전적 상 레비아탄에 습격을 받은 섬치고 안 침몰한 섬이 없었기 때문에 이런 무기들에 사용이 허가 될 수밖에 없는 거였다.
레이저 스플렉스를 쓸 수 없는 지금 이들 무기들이 현재로서는 조금이나마 덩치 큰 레비아탄에게 타격을 줄 확률이 높았기에 말이다.

콰앙. 콰앙. 콰앙.

3기에 트론이 동시에 발포한 플레어 건, 클래식 플렉시온 건너는 동시에 레비아탄에 머리에 명중하였다. 하지만, 약간 그을린 상처만 주었을 뿐, 거의 타격을 주지 못하였다.
오히려 레비아탄을 자극한 꼴이 되었다. 이내 레비아탄은 화가 나는 지 자신을 공격한 트론들을 향해 날카로운 꼬리를 휘둘렀다.

‘전원 모두 회피!!’

카렌티어스에 지시도 소용이 없었다.
레비아탄의 최고의 무기는 그 덩치였기 때문에 아무리 카렌티어스의 지시를 받고 카렌티어스와 크로킹한 상태의 트론이라고 해도 피할 수가 없었다.
피하지 못한 채 그대로 두동강 나면서 카렌티어스에게 연달아 파일럿들의 고통이 전달되었다.

‘큭...’

알트 아이젠이 보유한 2기의 트론 메가세리움들도 움직일 수 있었던 일본 트론 6식과 7식 역시 두동강 난 채로 뒹굴고 있었다.

“크윽... 제기랄!!”

유우키는 조종간을 내려치며 고통을 삭이고 있었다.
그런 유우키의 맘을 아는지 모르는 지 레비아탄은 다시금 섬 침몰 공작을 다시 시작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군. 유 박사. 그것에 봉인을 푼다.”

“예에?”

유 박사는 커텔에 말에 놀란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그것이라면 바로 커텔의 친 딸이자 카렌티어스의 여동생인 유리카 N 프로브와 트론 마크 02 스카디를 말하는 것이었다.

“하, 하지만, 트론은 몰라도, 그 애는 당신의...”

“괜히 살려두었다고 생각하나? 그런 녀석은 애초에 죽었어야 했다. 그나마 트론 마크 02 스카디를 유일하게 다룰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쓸모가 있기에 살려 둔 것 뿐.”

유 박사는 잠시 뭔가를 생각하다 곧 입을 열었다.

“하지만, SS-X00은 인간을 매우 증오하는데, 어떻게 설득하실 생각이죠? 설마 무릎 끓고 애원할 것도 아닐 테고, 당신 스타일대로라면 협박을 할 것 같은데.”

“아무래도 상관없다. 그 녀석이 우리에게 협조만 하게 만들면 그 뿐이다.”

“알겠습니다.”

유 박사는 자리를 떴다.
그리고 곧 엘리베이터를 타고 어떤 암호 코드를 입력하고 인증을 거친 뒤 그곳으로 단숨에 이동하였다. 그렇게 이동한 곳에는 한 캡슐이 있었다. 그 캡슐을 감싸는 벽만 수십 개는 될 듯싶었다. 그 벽들을 유 박사는 카드 한 장으로 단숨에 해제시켜버리고 단숨에 시스템을 조작하여 모든 작업을 단 1단계로 마무리 지은 뒤 마지막 인증을 한 뒤 캡슐을 개방하였다.
개방된 캡슐에서는 진홍색 액체가 흘러나와 금새 바닥에 퍼져나갔다. 그리고 그곳엔 야위디 야윈 한 소녀가 있었다. 블루블랙의 가슴까지 오는 머리카락이 수분으로 인해 몸에 바싹 달라붙어 야윈 모습을 더욱 강조하고 있었다. 소녀에 초점 없는 회백색 눈동자가 있는 얼굴에는 갑작스런 상황에 이곳저곳을 경계하는 살의가 담긴 표정이 지어져 있었다.
10살에 소녀가 지니기엔 너무 섬뜩하고 살의가 가득한 표정이었지만 유 박사는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그리고 소녀에게 다가가며 말하였다.

“SS-X00은 이 시간부터 봉인에서 해제되어 트론 마크 02 스카디에 파일럿으로 싸우게 되었다. 부탁 따윈 하지 않아.”

유 박사가 소녀를 SS-X00으로 지칭하자 소녀는 발끈하며 있는대로 살의를 담으며 유 박사의 목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소리쳤다.

“SS-X00이라 부르지 마!! 나에겐 오빠가 지어준 유리카란 이름이 있어!!”

“그래, 그래 유리카 N 프로브. 나도 이런 역할은 싫어.”

“N 프로브 란 것 붙이지마!! 유리카는 유리카야!!”

유 박사가 소녀를 다시 유리카 'N 프로브'라 지칭하자 소녀는 다시금 살의와 증오를 한껏 담아 냅다 소리쳤다. 유 박사는 유리카가 프로브란 이름에 맹렬하게 증오를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을 조금은 알고 있었다. 그 아버지인 커텔을 증오하는 것이라는 것. 어떻게 보면, 유리카에게 고통스런 삶을 준 건 카렌티어스 일지도 모른다. 차라리 그때 리에 N 프로브와 같이 죽어버렸다면 고통스런 삶도 없을 것이었다.

“그래, 유리카라고 부를게,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

“크크크. 당신들에겐 시간이 없겠지. 당신들이 당신들의 적과 싸우다 죽던 말던 나 상관 안 해. 오히려 당신들이 죽어가고 파멸해 간다는 사실이 너무나 즐거운 걸. 이 손으로 하지 못 한다는 게 미치도록 아쉽단 말이야!!”

아직 10살이라면 어린 아이다. 그 만한 나이에 섬뜩한 소리를 아무렇게나 할 정도로 라면 그 증오심에 깊이란, 헤아리고 싶지 않았다.

“단지 어머니가 동화되었다는 것만으로 날 죽이려고 했던 그 인간이 파멸한다고 생각하니 너무나 기뻐서 뛰고 싶단 말이야!!”

유리카가 말하는 그 남자는, 친 아버지인 커텔 N 프로브를 말하는 거였다.
친 아버지라곤 하지만, 실상 커텔은 리에 N 프로브와 결혼만 했지, 거의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녀와 사이에서 태어난 카렌티어스에게도 거의 관심을 가지지 않았으며, 자기 부인이 용에게 침식 동화되어 아들에게 살해당하는 사태가 되었을 때도, 단지 용이라는 말 하나 때문에 왔을 뿐 이었던 남자였다. 그리고 용에게 동화된 리에에게서 태어난 아이, 유리카 역시 동화된 어머니에게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죽이려고도 했던 남자였다.
카렌티어스의 만류와 간곡한 부탁이었는지 커텔은 유리카를 잠시 동안 인큐베이터에 보냈지만, 얼마 안 있어 유리카를 지금에 캡슐에 봉인해 버렸다. 그 전에 유리카의 두 눈을 평생 세상을 보지 못하게 망가뜨린 채로. 유리카가 아버지를 증오하는 건 그럴 수밖에.
이해할 수 없는 건, 그 당시에는 갓난 아이였을 유리카가 어떻게 그 일들을 기억하는지 조금 의아했지만, 누군가가 이야기 했을 수도 있지만, 그런 것을 이야기할 누군가는 사실없었다.

“유리카, 네가 하는 말을 다 들어줄 시간은 없어. 지금쯤이면 트론 마크 02 스카디에 영구동결도 해제되었을 꺼다. 너는 그 마크 02 스카디에 타서 일본 열도를 습격한 레비아탄이란 1.5Km란 사상 초유의 해룡과 싸우게 될 거야.”

“흥, 날 스카디에 태우면 제일 먼저 이곳부터 박살 날 걸. 아하하하, 이곳을 내 손으로 부숴버린다는 생각을 하니 너무 좋아!!”

10살의 아이라곤 믿기기 힘든 증오와 살의가 담긴 독설. 그러나 유 박사는 싫은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는 자신을 한탄하며 그 아이를 움직일 수 있는 히든카드를 꺼내들었다.

“네가 우리를 해치고 이곳을 파괴하면, 더 이상 ‘카렌티어스’ 군이 너를 지켜주지 못하게 돼. 그 뿐만 아니라, 네가 그렇게 좋아하는 ‘카렌티어스’ 군의 기대를 저버리는 게 되어버리겠지.”

순간 유리카의 얼굴 표정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유리카의 표정이 굳던 말던 유 박사는 하던 말을 계속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넌 카렌티어스의 눈이 아니면 이 세상을 전혀 볼 수 없잖아. 자기 앞도 분간할 수 없고, 태어나서 지금까지 그 캡슐 속에서만 생활했기 때문에 두 다리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지. 운동을 하지 못해 그저 툭 건들면 무너질 정도로 네 몸은 약해. 그리고 결정적으로, 네 몸 곳곳엔 소형 마이크로 폭탄이 설치되어 있어. 네가 혹시라도 말을 듣지 않을 경우, 커텔 사령관님의 지시로 설치한 것이지.”

“이, 이익...”

유리카는 커텔이란 말에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지고 있었다. 분노로 인해 그녀의 야윈 온 몸이 사시나무처럼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런 유리카의 모습을 애써 바라보며 유 박사는 말하였다.

“이제 우리가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겠지. 우리가 하는 말을 잘 들으면 언제나 네가 잠꼬대처럼 중얼대던 일들이 실현될 확률은 그 만큼 높아질 거야.”



“아버지. 설마...”

카렌티어스는 뭔가 익숙한 느낌에 커텔에게 직접 통신을 연결했다. 커텔은 카렌티어스에 말에 대답해 주었다.

“곧 있으면 일본 열도에 트론 마크 02 스카디가 도착하게 될 것이다. 녀석이 주어진 임무이외에 행동을 하지 못하게 해라.”

커텔에 의연한 대답에 카렌티어스는 살짝 이를 악물며 대답하였다.

“알겠습니다.”

통신을 끊으며 카렌티어스는 중얼거렸다.

“역시... 유리카를 내 보낸 거였군.”

-오빠아~

중얼거리는 카렌티어스에게 익숙한 목소리에 통신이 들어왔다.
그 목소리가 누구의 목소리인지 잘 알고 있는 카렌티어스는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대답하였다.

“유리카 구나. 잘 할 수 있겠니? 상대는 사상 최악의 해룡 레비아탄이다. 크기부터 1.5Km나 되는 놈이야.”

-괜찮아. 괜찮아. 오빠를 곤란하게 하는 적이라면 내가 다 갈기갈기 찢어줄게. 2번 다시 오빠야를 곤란하게 하지 않게.

어떻게 보면 섬뜩한 말이었지만, 카렌티어스는 신경 쓰지 않고 유리카에게 말하였다.

“조금이라도 위험해지면 바로 도망쳐도 상관없다.”

-에 괜찮아. 오빠. 나 당하지 않을 거니까.

“앞을 본다면 당하지는 않겠지. 유리카, 아직 앞이 보이지 않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하지만, 크로킹을 하면 내가 다치면 오빠도 다치잖아. 그래서 싫어. 그냥 눈만 빌려줘. 그럼 나머진 내가 다 알아서 할게.

“그러지.”

카렌티어스와 유리카는 동시에 두눈을 감았다. 그리고 두 눈을 떴을 때 유리카의 회백색 눈동자는 어디로 가고 카렌티어스의 적색의 용안으로 바뀌어 있었다. 카렌티어스의 용안은 변함이 없었지만, 좀 더 빛나고 있었다.

“내가 보이는 것이 보이는가?”

-응 보여!! 너무 아름다워!! 이게 바다라는 거야!! 저게 하늘이고!!

“그래, 내 발밑에 한없이 펼쳐져 있는 푸른 것들이 바다고, 네 머리위에 펼쳐진 푸른 공간이 하늘이야.”

-헤에, 그럼 저건 오빠를 곤란하게 하는 적이네.

“벌써 도착한 것인가?”

-아직 멀었지만, 정말 오빠를 곤란하게 할 정도로 몸집이 큰 가봐. 찢어발기는데 더없이 좋을 정도로 말이야.

“유리카, 알겠지. 녀석, 레비아탄을 쓰러뜨리는 것이 목적이다. 절대 다른 사람이나 시설은 건들지 마!”

-응.

그렇게 남매의 대화는 끝나갈 무렵엔 벌써 트론 마크 02 스카디를 운송하던 서포트 무인 전투기들은 일본 열도에 거의 도달하고 있었다. 이내 도착해서는 트론 마크 02 스카디를 홀연히 상륙시키고 후다닥 사라져 버리는 서포트 무인 전투기들을 바라보던 유리카는 이내 섬 침몰 작업을 계속하는 레비아탄을 바라보며 단숨에 달려들었다. 그것을 보던 다른 트론들, 트론 메가세리움 알파의 파일럿인 유우키는 냅다 소리쳤다.

“이봐!! 소용없다고!! 그렇게 무식하게 달려들었다간!!”

유우키의 외침도 소용없이 유리카가 조종하는 스카디에 단숨에 높이 점프하여 레비아탄에 꼬리에 표면 가죽을 잡았다. 그리고 놀라운 힘으로 잡아 뜯어 당기기 시작했다.

쿠워어어~

레비아탄은 아픔에 비명을 지르며 자신의 가죽을 잡아 뜯고 살을 마구, 마구 파헤치는 스카디를 꼬리를 마구 흔들어 내던지려고 했다. 그러나 쉽게 떨어지지 않는 스카디를 결국 레비아탄은 그대로 꼬리로 단숨에 말아 으스러뜨리려고 했다.

“크크... 어디 날 으스려뜨리려면 해봐!! 해보라고!! 그전에 네가 당하겠지만!!”

유리카는 자신만만하게 말을 하였고, 그리고 이내 레비아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순식간에 레비아탄은 비명을 지르며 자신의 꼬리를 이빨로 물어뜯어 끊어버렸다.
잘린 부분에서는 적색의 용혈이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놀랍게도 잘린 꼬리는 감싸고 있던 트론 마크 02 스카디에게 순식간에 흡수되어버렸다.

“저, 저런 말도 안돼는!!”

유우키는 순간 자신의 두 눈을 의심해야 했다. 스카디의 움직임이야 파일럿의 동조율이 좋아서 빠를 수는 있다.(유리카의 동조율은 크로킹 없이 200%)
그러나 방금 전 용에 꼬리를 흡수 동화한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한다는 말인가?
용이 인간을 침식 동화 흡수하는 것은 수도 없이 봤어도, 트론이 용을 역으로 동화 흡수하는 것은 여지껏 단 한번도 본 적이 없었다.
레비아탄은 자신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드는 스카디를 보며 뒷걸음질치며 바다로 도망가며 냉기의 브레스를 쏘았다.

“유리카 피해!!”

카렌티어스의 외침에 스카디는 단숨에 옆으로 회피했지만, 약간 타이밍이 늦었는지 스카디의 오른팔은 브레스에 날아가고 말았다.

“유리카 괜찮아?”

크로킹도 코어 컨트롤 링크 시스템에 링크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카렌티어스는 유리카가 느끼는 고통을 느낄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 고통이 클 거라고 생각한 카렌티어스는 유리카에게 말하였다.

“괜찮아. 오빠. 이정도 고통, 그 동안의 고통에 비하면 너무 간지럽거든!!”

유리카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순식간에 스카디의 잘린 오른팔은 그대로 재생되어버렸다. 그것을 지켜보는 유우키는 질렸다는 듯 말하였다.

“젠장, 저 신형, 보통이 아닌데. 도대체 파일럿이 누군지 참 궁금하네. 이거.”

그리고 스카디는 이내 두 동강 난 채로 쓰러져 있는 트론 마크 06 시엘 전용의 클래식 플렉시온 건너를 집어 들었다. 스카디의 손과 클래식 플렉시온 건너의 손잡이가 마주치자 이내 스카디의 손에서 검붉은 액체가 흘러나오더니 클래식 플렉시온 건너의 손잡이에 닿아 그대로 클래식 플렉시온 건너를 스카디의 팔의 일부로 동화해 버렸다. 이내 주변에 떨어진 플레어 건너도 마찬가지로 동화하여 팔의 일부로 만들어 버린 뒤 그대로 도망가는 레비아탄을 향해 연달아 쏘기 시작했다.

콰앙, 콰앙.

다른 트론들이 사용할 때와는 포격음부터 건너에서 날아가는 에너지 빛깔부터 뭔가 크게 다른 에너지가 레비아탄에 명중 하였다.

꾸웨에에에에

다른 트론들이 쓸 때는 그저 약간 그을린 상처만 주었던 것이 스카디가 사용할 때는 아주 그 커다란 레비아탄을 여러 조각을 내어버렸다. 유우키들이 경악하는 것을 뒤로 한 채 여러 큰 조각으로 으스러진 레비아탄의 몸뚱이는 그대로 아무렇게나 바닥을 굴렀다.
그리고 스카디는 이내 동화하여 몸의 일부로 만든 클래식 플렉시온 건너와 플레어 건너를 도로 동화를 풀어 바닥에 떨어뜨린 채, 이번엔 JS7식의 일본도를 집어 들어 역시 똑같이 동화한 뒤 단숨에 달려들어 아직 코어가 파괴되지 않아 살아있는 레비아탄의 몸뚱이로 달려들었다.

“유리카, 무슨 짓을 하려는 속셈이지?”

조심스럽게 묻는 카렌티어스에게 유리카는 빙긋 웃으며 대답하였다.

“레비아탄 밖에 못 죽이잖아. 그러니까 그냥 죽이기 조금 아쉬워서. 좀 놀아도 되지?”

“마음대로 해. 속이 편할 때까지 말이야.”

“고마워. 오빠.”

유리카는 그 통신을 끝으로 부들부들 떨고 있는 레비아탄의 머리가 달린(코어도 있는) 몸뚱이로 동화한 일본도를 쥐고 올라섰다. 그리고 이내 레비아탄의 겁에 질린 커다란 눈을 일본도로 쑤시기 시작했다. 레비아탄은 그 고통에 마구 비명을 질러대었지만, 유리카는 재밋다는 듯 계속 쑤시고 박아대기 시작했다. 레비아탄의 수염을 한손으로 잡아 뽑고, 일본도를 레비아탄의 입안을 쑤시고, 그것을 보던 유우키는 굳은 표정으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마치, 어린아이가 잠자리에 날개를 뜯으며 즐거워하듯이 똑같이 하고 있어.”

유우키의 말대로 였다. 유리카는 단순히 쑤시고 찌르고 이렇게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하며 각종 무기들을 박아대고 있었다. 레비아탄은 이미 비명을 지를 기운도 다 빠진 듯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다만 망가지지 않은 한쪽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달며 제발 그만 죽여 달라는 듯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흥, 맘에 안 들어.”

유리카는 레비아탄의 남은 눈마저 일본도로 푹 쑤셔버렸다.

“유리카, 이젠 그만 죽이도록 해.”

보다 못한 카렌티어스가 나서서 유리카를 말렸다.
유리카는 카렌티어스에 말에 빙긋 웃으며 말하였다.

“응, 어차피 이제 질려가던 참이었거든.”

유리카는 스카디를 조종해 단숨에 레비아탄의 코어에 일본도를 깊이 박았다. 일본도를 쥐고있는 스카디의 두 팔이 코어 속에 잠길정도로. 그리고 순식간에 레비아탄은 스카디에 흡수 동화되어버렸다.
그것이 사상 초유의 해룡 레비아탄의 최후였다.
어쨌든 일본은 구해졌고, 그 후 일본은 한국과 미국에 전쟁 보상금을 혹독히 치렀지만, 일본 국민들은 전쟁을 멋대로 일으킨 대가라고 생각하며 불평하지 않았다. 그리고 정식으로 출범한 일본 정부는 곧 한국에 일제 시대 때 벌였던 일들(위안부, 생체 실험, 강제 노동자 등)을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역사왜곡 역시 사과하며, 독도가 한국 땅이라는 것을 인정하였다. 그리고 아직 살아남은 일왕의 일가친척이나 전쟁을 주도했던 강경파들을 모두 전쟁 범죄자로 처벌하고 국가연합에 다시 가입하는 둥, 일본은 다시 일어서려고 하고 있었다.
하지만, 커텔에게 그것보다 귀찮은 일이 생겼다.
국가연합 측에서 트론 마크 02 스카디에 대한 해명을 요구한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공식적인 보고에서는 트론 마크 02 스카디는 폭주 사태 때, 유라시아 지부 옛 본부 시설과 함께 폐기처분한 것으로 보고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옛 본부 시설의 폐기처분은 확실했지만, 트론 마크 02 스카디가 보고서와는 달리 여전히 가지고 있었고, 그 엄청난 위력에 ‘왜 보고하지 않았나’란 해명을 국가연합이 긴급 주최한 회의에서 해야 했다.
하지만, 커텔은 그 회의에서 자신을 변명할 카드들을 무수히 준비해두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별 문제 될 것은 없었다.

‘내가 본 것이 거짓일 거라고 믿고 싶다. 아카라 넌 지금 어디 있지?’

카렌티어스는 유리카를 마중 나가며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