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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공포 「ESCAPE」 가시덤불 성의 잠자는 공주님

2005.08.11 05:30

인간이아냐 조회 수:100 추천:4

extra_vars1 인간, 혹은 그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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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진 벽 틈새로 빛이 조금씩 새어들어오는, 먼지로 가득찬 복도.
일행이 그곳으로 올라온 후 한참이 지났어도, 한마디라도 말을 꺼낸 사람은 없었다.
루드가 말없이 품에서 마리화나를 꺼냈다.
이것이라도 피우지 않으면, 바로 미쳐버릴 것 같아서.
매캐한 연기가 사방으로 퍼졌다.
"…콜록, 콜록."
옆에서 자신의 다리를 감싸안고 부들부들 떨고있던 코우가 작은 기침을 내뱉었다.
루드가 무심한 눈길을 보내고는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툭, 떨어트렸다.
입에 물고있는 것과 똑같이 생긴 마리화나.
눈물을 찔끔거리던 코우가 얼굴을 찡그린 채 물었다.
"이게… 뭔가요?"
"그냥 피워."
되물을 여지를 주지 않으려는 듯 루드가 바지를 툭툭 털며 일어섰다.
"갑시다."



"겉은 연구소같이 생겼는데, 안쪽은 마치 미로같네요. 도대체 뭘 연구하던 곳일까요?"
모두가 무겁게 가라앉은 가운데, 코우만이 이곳저곳을 쏘다녔다.
복도 구석에 굴러다니던 손전등을 들고, 반쯤 풀린 눈을 한 루드가 한숨을 내쉬었다.
수년째 마리화나에 중독되어있던 자신이 피는 것은 일반인에게 너무 강했던 것일까.
"무늬만 연구소, 인가. 아하하."
무슨 말을 해도 아무런 응답이 없었지만, 코우는 별 상관이 없어보였다.
엄밀히 말해 무늬만 연구소는 아니었다.
분명 연구, 실험용의 기자재들과 실험실 등이 연구소 곳곳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으니.
코우가 「Culturing room」이라는 팻말이 붙은 철문을 벌컥 열고 들어가자, 루드가 눈살을 찌푸리며 뒤를 따랐다.
"우와아…."
원통형의 유리관이 벽 쪽으로 나란히 늘어서 있었다.
배양실이었다. 보통 이렇게 큰 배양기는 없지만.
초록색의 배양액이 가득 차 있는 모습을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유리관은 전부 깨져있었다.
하지만 그것 뿐. 바닥에 배양액의 흔적같은 것은 없었다.
그건 그렇다손 치더라도 유리 파편조차 없는 것은 이상하지 않은가─라는 생각에 루드는 머릿속이 착잡해졌다.
밀폐된 배양실은 매우 어두웠지만 코우는 거침없이 그 안으로 들어섰다.
루드가 들고있던 손전등으로 방 안을 비춰보았지만 끝은 보이지 않았다.
연구소 안의 수많은 방들 중 하나일 뿐인 이 배양실에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 루드가 코우의 팔목을 잡아끌었다.




"후우…."
마이클이 계단에 앉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상황이 상황인 터라 알아보지 못했던, 벽에 커다랗게 뚫려있는─거의 무너진 것에 가까운─ 구멍의 밖은 물이 소리없이 흘러내리는 계단이었다.
필시 복도의 끝은 이 계단이 위치한 복도와 연결되어있으리라.
마이클이 몸을 일으켰다.
분명 사람의 손길이 닿은 계단, 이 섬에 사람이 있었다는 것을 증명해준다.
…물론 인간 이외에 이런 것을 만들 수 있는 존재가 없다는 가정 하에서는.
아래로 갈지, 위로 갈지 잠시 고민하던 마이클은 결국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물에 젖은 USAS-12를 꽉 붙잡은 채로.



배양실 다음으로 루드 일행이 들어간 곳은, 알수없는 기계들로 가득한 방이었다.
방금 전의 방과 비교하여 그다지 넓지 않은 방이었다─손전등으로 방 안을 전부 비출 수 있었으므로.
루드가 바로 옆에 있는 기계 위의 먼지를 털어내며 모델명을 확인했다.
「Analab 9200A Atomic Absorption Spectrophotometer」
"원자 흡수…분광기?"
자신의 전공인 언어학 이외는 문외한인 루드로서는 도무지 무슨 기기인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이번에는 옆에 있는 기계를 살펴보았다.

「PARR 1351 Bomb Calorimeter

  Calorimeter module with Built-in controller,
  1108 Oxygen Bomb, Oval Bucket, Printer
  Oxygen pressure regulator, Spare Part Kit
  Accessories for installation.」

"…Calorimeter, 열량계인가."
거대한 배양기, 원자 흡수 분광기─정확하진 않지만─, 열량계가 도대체 무슨 연관이 있다는 것인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답이 나오질 않았다.



금이 잔뜩 간 벽 사이로 빛이 조금씩 새어들어오는 복도다.
벽에 있는 작은 틈에서 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분명 이 물로 그 복도가 침수되었겠지.
…그렇다고 하면 뭔가 이상하다.
그 거대한 괴물 물고기들은 어디서 나온 것인가.
마이클에게 그런 것까지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이런 위험한 상황에 혼자─라는 것은 별로 여유있는 상황이 아니다.
물론 이 섬에서라면 여럿이어도 여유 따윈 없겠지만.
마이클은 다시 계단 위에 있었던 복도를 걸어갔다.
투둑.
마이클의 몸이 미동했다.
천장에서 돌가루가 떨어진다.
투둑, 투두둑.
USAS-12를 잡은 마이클의 손이 후들후들 떨렸다.
마이클이 뛰쳐나감과 함께, 천장이 와르르 하는 큰 소리를 내며 무너졌다.
"캬아아──악-!!"
"우아아아아아악!!"
찢어지는 듯한 파충류의 울음소리.
마이클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무작정 달렸다.



"비명소리다!!"
코우가 갑작스레 방을 뛰쳐나갔다.
골똘히 생각에 빠져있던 루드도, 나름대로 방 안을 조사하던 이리스도, 루드의 곁에 서있던 영시와 존도 뒤늦게 그 뒤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우아, 으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마구 달리던 마이클이 재빨리 왼쪽의 철문을 열어젖히곤 안으로 몸을 던졌다.
마이클은 축축한 바닥을 한바퀴 구르고서야 몸을 추스를 수 있었다.
그런 마이클의 눈앞에 코우가 얼굴을 들이밀었다.
"크아악?!"
코우의 얼굴에 USAS-12의 총구가 겨눠졌다.
"방금 비명 질렀습니까?"
코우의 이상한 반응에 마이클이 얼떨떨한 표정을 짓곤 이내 벌떡 일어났다.
"빨리 뛰어!!"
마이클의 외침에 달려오던 일행이 몸을 돌림과 동시에, 마이클이 들어왔던 쪽의 벽이 박살났다.
"캬아악─!!"
벽을 부수고 들어온 공룡─같이 생긴 생물─이 자신 바로 앞에 서있는 코우를 향해 울부짖었다.
코우는 멍하니 공룡의 얼굴을 응시하며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젠장, 뭐 하는 거야!!"
눈 깜짝 할 새에 공룡의 입이 멍하니 서있던 코우를 낚아챘다.
"어─"
"빌어먹을!!"
마리화나로 인한 통각의 결여로, 코우의 얼굴에는 당황도, 고통도 비치지 않았다.
마이클이 공룡의 몸통에 USAS-12를 겨누고는, 방아쇠를 당겼다.
고막이 찢어질 듯한 굉음, 이내 공룡은 울부짖으며 자신이 부수고 들어왔던 벽 밖으로 도망쳐버렸다.
USAS-12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마이클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어이, 살아있어?"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 코우가 아직 실낱같은 숨을 내뱉고있었다.
마이클은 코우를 양손으로 집어들고 일행이 달려간 방향을 향했다.



"…응급처치는 이 정도면 됐어."
마이클이 코우가 입고있던 셔츠의 조각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런데 이자식, 왜 갑자기 미친짓을 한 거냐?"
"마리화나를 먹였다."
루드의 주저없는 대답에 마이클은 잠시간 그 말에 담긴 의미를 명확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 말의 의미를 파악하자 이를 들어내며 얼굴을 일그려뜨렸다.
"…미친 자식."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 모르는데 무슨 상관이냐."
가슴은 당장에라도 상대의 면상에 주먹을 꽂아넣고 싶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머리로는 받아칠 말도, 녀석의 행동이 잘못된 이유도 떠오르지 않았다.
"여기, 조금 이상하지 않아?"
"어디? 이 섬?"
간신히 분노를 가라앉힌 마이클이 반문했다.
"이 섬도 그렇지만, 이 연구소."
"……."
"사람이 만든 연구소처럼 보이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뭔가 이상해. 누군가, 인간 외의 누군가가 '연구소처럼 보이도록' 만든 것같다고나 할까."
"…확실한 거냐?"
"전혀. 근거같은 건 없어."
마이클의 미심쩍은 눈빛은 개의치않고 루드가 말을 계속했다.
"하지만 뭔가 이상하긴 해. 그 무언가가 뭔지는 몰라도."
"……."
벽의 틈새로 들어오는 빛이 점점 그 기운을 잃어갔다.
연구소─혹은 연구소처럼 보이게 만들어진 곳이 한 치 앞도 분간할 수 없이 새까만 암흑 속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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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빨리 쓰려고 했더니 뒷부분이 너무 썰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