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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공포 「ESCAPE」 가시덤불 성의 잠자는 공주님

2005.08.24 07:46

인간이아냐 조회 수:73 추천:1

extra_vars1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생각하던 일이 일어나야 놀라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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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
거대한 괴물과 함께 등장한 소녀의 입에서 나온, 작지만 싸늘한 인사에 일행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온몸이 불타는 괴물이라든가─게다가 머리는 세개다─, 이 섬에서 더 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다른 인간의 등장이라든가 하는 비현실적인 일이 연달아 일어나고, 무엇보다 소녀의 뜬금없는 '인사'는 모두의 얼을 빼놓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당황하는 일행을 보며 소녀가 냉소를 머금었다.
"…풋, 별 거 아니네. 으깨버려, 켈베."
소녀의 무시무시한 한마디. 곧바로 괴물의 육중한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뭐라 상의를 해 볼 틈도 주지 않고 괴물은 거침없이 돌진해오고, 일행은 저마다의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내버려둬."
그 중 한 명을 쫓으려던 괴물을 소녀가 제지했다.
"벌써 끝내면, 재미없잖아."



죽을 힘을 다해 달리던 마이클은 어느 지점부터 괴물이 더이상 자신을 쫓아오지 않고 있는 것을 느꼈다.
마이클과 같은 방향으로 달려온 사람은 한명─루드 뿐.
장기간을 마약에 빠진 채 학자로서 살아온 탓에 루드의 체력은 자신 나이의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상당히 처졌다.
쉽사리 숨을 돌리지 못하고 있는 루드에게 마이클의 비웃음이 날아왔다.
"하, 역시 살고 싶긴 한 모양이군그래."
"하아, 하아…. 그런 말, 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주위를 둘러보던 마이클의 뇌리에 잊고있던 무언가가 떠올랐다.
"…잠깐, 코우는 어떻게 된 거지?"



"어라?"
잠시 일행이 사라진 쪽을 바라보다 몸을 돌린 소녀의 눈에, 바닥에 널브러진 누군가가 들어왔다.
깊은 상처로 몸을 일으키지도 못하고 누워서 벌벌 떨고있다가, 자신 바로 옆을 밟고 지나가는 괴물의 발을 보고 혼절한 코우.
소녀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재미있는 장난을 해볼 수 있겠는걸."
무릎을 앞으로 모아 감싸고 앉은 소녀가 자신의 손을 코우의 이마에 갖다댔다.
정적.
괴물이 세개의 머리를 내두르며 크릉거렸다.
"괜찮아. 이런 겁쟁이의 머릿속 정도는, 간단하니까."
눈을 부릅뜬 코우의 몸이 들썩이다가, 이내 잠잠해졌다.
"거 봐. 간단하잖아."
다시 정적.
한참동안 변화가 없던 소녀의 얼굴이 침울해졌다.
"…이렇게나 간단하게 할 수 있는데…, 왜 아무도…."
벽 틈으로 새어들어오는 햇빛이 먼지 가득한 복도를 비췄다.
소녀가 입술을 깨물고는 스산한 모습으로 일어났다.
"가자."



마이클이 조심스럽게 벽 뒤에서 머리를 내밀어 자신이 도망쳤던 곳을 살폈다.
소녀와 괴물은 보이지 않고, 코우만이 그 자리에 계속해서 누워있었다.
숨을 죽이며 달려가서 코우의 숨이 붙어있는 것을 확인한 마이클이 루드에게 말했다.
"코우를 돌봐. 난 다른 녀석들을 찾아볼게."
영시, 이리스와 존도 그다지 먼 곳 까지는 도망가지 않아서 마이클은 금방 그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소녀는 어떻게 된 거죠?"
"내가 알겠수."
마이클도 이 게 어떤 상황인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 터라 이리스의 물음에는 대답을 해 줄 수가 없었다.
루드가 코우를 들쳐업었다.
코우는 옷이 좀 젖었을 뿐, 별다른 상처같은 것은 없었다.
"…그래도 모두 살아있으니 다행이로군."
나직하게 한마디 하고는, 코우를 업은 루드가 일행을 재촉했다.
"자, 위험하니까 어서 다른 곳으로 가자고."



"후후후,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생각하던 일이 일어나야 놀라움이 크니까─"
손을 뒤로 모으고 어딘가로 걸어가며 소녀가 흥얼거렸다.
"설마 자기 동료가 어떻게 되었다는 생각은 하지 못하겠지. 어차피 죽을 거면 나를 좀 더 즐겁게 해 주다 죽었으면 좋겠는데─"
소녀의 뒤를 따라 걷던 괴물이 낮게 크릉거리는 소리를 냈다.
"내 저주를 풀어줘? 정신없이 도망가던 그 바보들이? 설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아."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생각하던 일이 일어나야 놀라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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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꾸임소녀 림하… 이야기를 그렇게 앗흐아런ㄷ엄롷ㄴㅇㄹ하게 진행해놓으시니 쓰기 힘들어서 조루에 걸릴 뻔 했잖셈...-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