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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전쟁 TV 살인쇼

2005.06.17 00:08

영원전설 조회 수:137 추천:1

extra_vars1 사냥꾼들의 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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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훈씨는요?”

  민준은 말없이 딴 곳을 쳐다본다.  왠지 기운이 없어 보인다.

  “조금 있으면 오겠지.”

  자신을 대통령이라 하는 정신 나간 사람이 예린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안심 시키듯 말한다.

  “오빠..  아까 전에 그 일 때문..”

  민준은 갑자기 일어선다.

  “아저씨.  잠깐 예린 좀 맡아줄 수 있어?”

  대통령은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인다.

  “바람 좀 쐬고 올게.”

  “정신 나갔나?  아까 전 얘기 못 들었어?  미친놈들 10명에 군인들이 우리 뒤를 쫒고 있다고.  이 상황에서 바람..”

  “바.람. 좀. 쐬.고. 올.게.”

  한 단어 한 단어를 힘들게 내뱉으며 민준은 그들에게서부터 걸어 나간다.
  숲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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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였다.  죽였어.  이번으로 두 번째다.  두 번이나 살인을 했어.  실수든, 정당방위라 할지라도, 사람을 죽였다.  두 명이나.
  ..  어라, 두 명인가.
  민준은 걸음을 갑작스럽게 멈춘다.
  내가 몇 명을 죽였지?
  몇 명을 죽였는가.  그 의문은 자신을 아버지라 부른 의문의 남자보다 더욱 더 큰 의문을 남겼다.  어차피 아버지라는 것, 뜻 자체를 모르고 생각해 본 적도 없다.  자신이 왜 그를 쏘았을 때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는가.  그거야 뭐, 자연적인 거겠지.  아마도.
  하지만 그는 몇 번째지?
  민준은 꿈에서 깨어난 듯 갑자기 사방을 두리번거린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민준은 어느 어두운 숲의 한 가운데에 있었다.

  “크헤헤, 내가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네~  제법인데~”

  가래 걸린 듯 한 목소리와 함께 한 꼽추가 여러 군데에 날카로운 못이 박힌 몽둥이를 들고 나무 뒤에서 나와 서서히 그에게 다가온다.  어둠 속에서 왠지 얼굴에 비해 큰 눈과 액체를 흘리는 처진 입이 보인다.

  “헤헤헤..  무서워서 꼼짝도 못하나~  조금 더 무서워 해줘.  그런 게 재미있거든..  참 다양하더라, 사람이 무서워 할 때 하는 행동.  어떤 놈은 그 자리에서 털썩 주저앉아 막 울기도 하고 어떤 녀석은 그냥 냅다 달리고...  하지만 나중에 내가 잡아서 죽이려고 할 때는 언제나 괴상한 표정을 하고 있지.  오르가즘을 느낀다고, 그런 얼굴.  뭐니 뭐니 해도 살인의 재미는 상대를 죽이기 이전이지..  안타까워, 죽이려 할 때.  왠지.  크크크...  너도 보여줘 봐..  그 표정..  아주 기분 좋게 해주니까..”

  그는 입맛을 다시는 듯 혀로 입술을 핥으며 몽둥이를 이리저리 흔든다.  하지만 민준은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보아하니 네 놈도 주저앉는 타입인가 보네..?”

  꼽추가 누런 이를 드러내며 씨익 웃는다.
  민준도 같이 웃는다.
  어느새 손에 들린 매스로 민준은 몽둥이를 들고 있는 그의 손을 찌른다.
  
*************************************************************

  그것은 사고였다.  적어도 그 녀석의 죽음은.
  그들의 말 대로 민준은 화장실에 들어갔다.  뭐, 강제적으로 끌려간 것이었지만.
  화장실의 위생관리는 그럭저럭 이다.  모든 변소는 수세식이었고, 손을 닦을 수 있는 어느 정도 깨끗한 세면대 옆에 때가 낀 비누와 휴지가 놓여있다.  거울은 누구의 소행인지 금이 가 있었고 회색 벽은 누군가의 낙서로 가득 차 있다.  
  그곳에서 그들은 기억도 나지 않는 말로 날카롭게 그에게 뭐라고 지껄였다.  그 동안 다른 한 명은 바깥에서 열쇠로 화장실의 문을 잠갔다.  화장실 청소하는 사람들이 쓰는 열쇠를 어떻게든 얻어냈나 보다.
  문이 잠기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대머리는 냅다 민준의 면상을 갈겼다.  아픔과 어지러움을 동시에 느끼며 그는 뒷걸음질 쳤다.  동시에 옆에 있던 한 명이 그의 옆구리를 발로 깠다.  신음 소리를 내며 민준은 벽에 부딫혔다.

  [아직 멀었어, 개새끼야!]

  그들은 마구 욕을 내뱉으며 그를 벽 구석에다 몰고 구타했다.  뭐가 뭔지 점점 정신이 희미해져가는 민준은 자신도 모르게 대머리를 두 손으로 밀쳐냈다.
  그가 운이 억세게도 없었는지, 아니면 그저 운명이었는지.
  대머리는 그대로 세면대에 머리를 박아 그대로 화장실의 땅바닥에 쓰러졌다.
  무언가 살을 뚫는 소리와 함께 그는 일어나지 않았다.  붉은 피가 화장실 바닥을 적신다.

  [뭐.. 뭐야 이거.]

  민준을 둘러싸고 있던 졸개 두 놈이 주춤거렸다.  그 와중에서 민준은 그렇게 죽어버린 대머리를 놀랜 눈으로 바라보았다.
  사람이란 건 정말 쉽게 죽는구나.
  갑자기 무언가 그의 머리를 세게 치면서 지나갔다.  민준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있던 졸개 한 놈에게 민준은 갑자기 주먹을 날렸다.

  [어억?!]

  민준은 갑작스런 습격에 나자빠진 그 녀석을 내버려 두고 다른 한 손으로 재빨리 벽에 제일 가까이 있던 놈의 머리를 우악스럽게 잡았다.

  [이..  이 새끼!  이거 놔!]

  발버둥 치는 그를 민준은 어디서 생겨났는지 모르는 힘으로 그를 끌고 세면대 앞에 섰다.  그 다음 두 손으로 그 놈의 머리를 잡고 금이 간 거울에 힘껏 그의 얼굴을 쳐 박았다.

  [흐아아악!]

  으깨진 코와 여기저기에 유리파편으로 생긴 상처에 피가 흐르면서 지르는 비명을 무시한 체 민준은 계속 그의 얼굴을 거울에 박는다.  한 번.  두 번.  세 번.
  몇 분 후, 그는 비명을 멈추고 버둥거리던 팔을 밑으로 늘어뜨렸다.  화장실 - 특히 세면대-에 시뻘건 피가 퍼져있다.

  [흐아아..]

  남아있던 한 명이 눈을 크게 뜨며 문으로 엉금엉금 기어갔다.  그는 문을 열어달라며 마구 소리를 지르고 문을 쳤다.
  민준은 그런 그의 등을 발로 세게 깠다.

  [아으...]

  힘없이 무너지는 그를 바라보며 민준은 웃었다.

  ****************************************************

  "으아악!“

  민준은  아픔에 못 이겨 떨어뜨린 몽둥이를 잡아서 그의 배를 후려친다.

  “아악!”

  붉은 피가 솟아지면서 엎어지는 그의 무릎에 민준은 몽둥이를 한 번 더 휘두른다.
  뼈가 분질러지는 소리와 함께 그의 발이 이상한 각도로 휘어진다.

  “꺄아아악!”

  아픔에 못 이겨 눈물까지 흘리는 그를 보며 민준은 웃는다.

  “죽음에 닥친 사람의 표정을 보고 기분이 좋다고 했지..?  나도 조금 그런 거 같아.  특히 네 녀석 같은 사냥꾼의 자존심을 같이 뭉갤 때.”

  민준은 몽둥이를 던진 후 오른 손엔 매스를 쥐고 왼 손엔 라이터를 든다.  

  “죽여 버리는 게 아깝다고 했나?  그럼 내가 가르쳐 줄게.  어떻게 최대한 죽이지 않고 최대한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지.”

  민준은 버둥거리는 그의 손을 잡아 땅에 고정시킨 뒤 그 위에 매스를 꽂는다.  그는 아픔으로 인해 입에 거품을 문다.

  “너무 움직이면 알지?  손 찢어져.  꽤 아플걸, 그거.”

  민준은 이번엔 호주머니에서 칼집에 들어있는 과일 깎는 칼을 뽑아 다른 손을 똑같이 고정시킨다.
  그런 뒤 민준은 그의 꺾어진 무릎으로 가 라이터로 다리를 지지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약한 불이기에 양 손에 꽂여있는 두 칼에 정신이 집중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고기가 익는 냄새와 함께 그는 고통에 몸을 뒤튼다.  하지만 민준이 발 위에 앉아 있어 쉽사리 라이터를 피하지 못한다.

  “그래.  발버둥 쳐라, 사냥개야.  네가 토끼를 사냥하는 사냥개라면, 난 사냥개를 사냥하는 호랑이이다.  마음껏 이제까지 느껴보지 못한 고통에 발버둥 쳐봐.  네가 네 사냥감에게 입혔던 고통을 직접 느껴봐.  느껴지나?  심장을 쥐어짜고 싶은 이 고통이?  죽고 싶겠지.  하지만 쉽게 죽이진 않아.  네가 피를 다 흘려 과다출혈로 죽을 때까지, 내가 온 몸을 불태워 주지, 지옥의 업화처럼.  그게 호랑이에게 걸린 사냥감의 운명이야.  자신이 입혔던 고통에 묻혀 죽는 것.  그것이 사냥개의 운명이다.”

  그럼 나의 운명은?
  민준은 무릎의 살이 검게 타들어가자 라이터를 무릎에서 조금 위로 옮긴다.  조금 진정되나 싶던 꼽추의 비명이 또다시 숲을 울린다.

  “미친 놈!  미친놈이야!! 사람 살려!!”

  민준의 입가에 또다시 미소가 걸린다.

  “아니.  미안하지만, 이곳에선 이게 정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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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민준은 그를 계속 태워나갔다.  그가 죽을 때까지.  고통에 일그러진 모습으로.  
  꼽추가 죽은 것을 확인한 뒤, 민준은 그 곳을 떠났다.  하지만 일행에게 합류하진 않았다.
  그는 이제 쫒기는 자가 아닌, 쫒는 자가 된 것이다.
  타겟은 사람을 사냥하는 것을 즐기는 사냥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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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이게 민준의 본 모습입니다. (__)  아란님의 글로 인해 순정파가 되어버렸었지만, 원레가 조금 그러한 인물로 세팅이 되어있었죠 =ㅅ=

  모든 일행의 합류를 생각하시고 계셨겠지만, 이 녀석은 그 전에 뭔가 할 일이 있습니다(라고 설정했지만..  괜찮겠죠?)  아란님이 설정하신 그 '실험'과 조금 관계되어있지요...(제가 그냥 생각해본 실험 =ㅅ=)

  갑자기 필이 꽂혀 늦은 밤까지 쓴 글입니다.  Lucia도 조만간 쓸게요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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