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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SF Angel Feather

2005.07.04 01:54

갈가마스터 조회 수:112 추천:3

extra_vars1 이 추하고도 아름다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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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gel Feather
제 007화.

비오는 날 찾아온 손님




[2031. 2. 21. AM 6:00 인천공항 관제탑]

비 내리는 새벽. 원래 같으면 아무도 없었을 새벽부터 인천공항 관제탑은 분주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도그럴것이 오늘은 아침부터 예정에 없던 손님을 맞이해야했기 때문이다.

- 치직. 여기는 북 아메리카 태평양 연합함대 소속 제 18 대기권임무함대 기함 SCVN01-아이젠하워. 인천공항 관제탑 들리는가?
“여기는 인천공항 관제탑. 아이젠하워, 아주 잘 들린다.”
- 치직. 잘됐군. 그럼 이제 우리가 착륙할 곳을 활주로 상에 표시해 주었으면 한다. 우천에 귀한손님까지 모시고 왔더니 피곤하다.
“그 노고를 치하하며 이젠 우리가 함을 유도하겠다. 아이젠하워.”
- 치직. Very well(좋아).

통신이 끊기고 관제탑내부는 거대 항공모함 아이젠하워를 유도하기 위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창 너머 암회색 하늘 사이로 같은 잿빛의 거대한 함선이 모습을 드러내자, 뒤에서 구경 하던 케이지가 감탄의 휘파람을 불며 무표정하게 서 있는 김 지훈 나리어스 한국 지부장에게 말했다.

“휘우. 저게 그 유명한 시작형 우주PT모함 아이젠하워군요. 김 지부장님.”
“.....그래, 유럽전선의 제우스보다 뒤에 만들어졌지만, 순수하게 아르쟈논과의 전투를 상정해서 개발된 세계 최초의 모함이다.”

김 지부장은 가볍게 입술을 깨물곤 아이젠하워를 노려보며 낮게 읊조렸다.

“게다가... 고명하신 분까지 운반해왔지.”

.
.
.

[2031. 2. 21. AM 6:30 인천공항]

김 지훈 지부장과 케이지는 몰고 온 검은색 세단을 착륙한 아이젠하워 우측에 정차시킨 뒤 우산을 들고 누군가를 기다렸다. 가까이에서 본 아이젠하워는 PT모함이라는 것에 걸맞게 웅장한 모습을 자랑했다. 좌우측에 총 16기의 PT사출구가 보였고, 육안으로 자세히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많은 양의 무장이 외부는 물론 내부에도 수납되어 있었다. 무장자체로만 본다면, SBBN(우주전함)이라고 칭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함 선두 장갑에 표시된 성조기의 모습을 확인한 김 지부장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성조기에 나쁜 기억이 있다기보단 오늘 운반해온 ‘고명하신 분’을 생각하자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진 것이다.

- 위이잉.

잠시간의 시간이 흐른 뒤 기계음과 함께 아이젠하워 하갑판이 마치 성문처럼 스르르 내려왔고, 군함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검은색 세단 세 척이 모습을 드러냈다.

“드디어 나타나셨군요.”

케이지는 그들에게로 다가오는 차들을 바라보며 긴장한 듯 애써 웃음 지었다. 차들은 이윽고 김 지부장의 앞에 멈춰 섰고, 김 지부장 눈앞에 있는 차의 뒷좌석 창문이 스르르 내려왔다. 창문 안쪽엔 노란색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빛이 바랜 갈색 머리카락을 잘 손질해 뒤로 넘긴 중년의 사내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김 지훈 지부장에게 인사말을 건넸다.

“Good morning, Mr. 김.”
“안녕하십니까. 에드워드 디치 북 아메리카 나리어스 총통각하.”

김 지부장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에드워드 총통의 눈이 뒤쪽의 케이지에게로 옮겨졌다.

“수행원은. 앤디미온의 매. 하나뿐인가?”

에드워드 총통은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본부장급의 인사를 마중 나오는데 수행원이 이렇게 적다는 것은 이상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습니다. 각하. 보시다시피 예산이 적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지요.”
“하하하, 그런가.”

김 지부장의 농담 아닌 농담에 에드워드 총통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인사차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는 뒤이은 에드워드 총통의 발언으로 깨어지게 됐다.

“그럼, 나머지 이야기는 그쪽 지부에서 하도록 하지.”
“....안내하겠습니다.”

시종일관 여유로운 웃음을 짓고 있는 에드워드 총통과는 다르게 김 지부장의 표정은 눈에 띠게 경직되어 있었다.

[2031. 2. 21. AM 7:00 인천 한국 나리어스 지부 제 3 PT 격납고]

“아침부터.. 출격대기라니. 무슨 일이라도 있나?”

시이나 츠바사는 시원한 음료수를 쭉쭉 빨아들이며 정비 중인 무라사메를 바라봤다. 출격 대기로 죽어라고 일하는 정비사들에게 노닥거리는 츠바사의 모습은 화가 나기에 충분했고, 분노한 정 대길 준위의 스패너가 츠바사의 머리를 노리고 휘리릭 날아갔다.

“컥!”

간발의 차로 스패너를 피한 츠바사는 정 준위에게 고래고래 소리쳤다.

“이게 무슨 짓이에요?! 죽을 뻔했잖아요!”
“시꺼! 빌어먹을 쪽바리 놈아! 할 일 없으면 네놈도 이거나 도와!”
“쪼, 쪽바리! 그렇게 심한 말을!”
“왜?! 불만이야? 오호라 그렇단 말이지. 다음 출격 땐 쥐도 새도 모르게 엔진이 꺼져버릴 것 같은데?”

정 준위의 마지막 발언에 안색이 창백해진 츠바사가 고개를 조아리며 죄송합니다를 연발했다. 정 준위가 설마 그런 짓까지 하겠냐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사람 일이란 모르는 것이었다.

“쯧. 알았으면 일 돕든가 저쪽으로 가서 놀아!”
“아, 예에~중얼 중얼.”

시이나 츠바사는 정 준위에 대한 불만을 낮게 중얼거리며 Angel feather를 살피고 있는 아카라 쪽으로 다가갔다. Angel Feather는 PT가 아니기에 정비반 대신 유 박사를 비롯한 몇몇의 과학자가 붙어있었다. 아카라는 AF의 왼쪽 다리 밑에서 뚫어져라 AF의 콕핏을 노려보고 있었다.

“좋은 아침, 아카라.”
“아, 좋은 아침입니다.”

무미건조한 아카라의 인사에 뻘쭘해진 츠바사는 분위기를 환기시킬 겸 가벼운 농담을 건넸다.

“하아, 아카라는 좋겠네. 신경질적인 정비반 상대, 안해도 되니까.”
“그다지 좋다고 생각지는 않아요. 제대로 된 정비가 없다면 전투 시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요. 그런 면에선 이 정체모를 녀석보다는 확실한 정비를 받는 무라사메쪽이 더 낫다 생각합니다만.”
“하, 하하. 하하하!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아하하!”

농담을 농담으로 듣지 않는 아카라의 반응에 더욱 뻘쭘해진 츠바사는 어설픈 웃음으로 상황을 모면했다. 이런 붙임성 없는 녀석이라고 생각한 츠바사는 어색해진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급히 화제를 바꾸며 말했다.

“그나저나 오늘 무슨 일이 있는지 혹시 알아? 케이지 선배도 안 보이시고.”
“글쎄요, 전 잘 모르겠습니다. 궁금하시면 케이지 선배님이 늘상 하시는 것처럼 CIC에 올라가보세요.”
“하, 하하. 그래. 한국의 속담 중에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는 말이 있다던가. 하하. 그래.”
“전 그럼 이만.”
“잠까안!”

아카라가 뒤돌아서자 갑자기 츠바사가 소리쳤다. 뭔가 불안한 느낌을 받은 아카라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츠바사쪽을 바라봤다.

“또 무슨 볼일이라도..”
‘오늘은 반드시 네놈의 마음을 열고야 말겠노라!’

이상한 오기가 생긴 츠바사는 천천히 목을 가다듬고 아카라에게 말했다.

“그러지 말고 할 일 없으면 같이 가자.”
“네? 출격 대기 중에 파일럿이 다 가버리면 어떻게 합니까?”
“아잉~ 그러지 말구 같이 가자~ 나 혼자선 무섭단 말야~”

아카라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츠바사를 바라봤다. 그러자 츠바사는 갈 때까지 가자는 것인지 몸을 비비꼬며 애교까지 부리기 시작했다. 츠바사의 이런 모습에 당황한 아카라는 뭔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 뒤로 한걸음씩 물러났다.

“아잉~ 갈꺼지? 그렇지? 가자! 가자구! 크아아아!”

츠바사는 자신을 망쳐가면서까지 부탁을 하는데 아카라가 슬금슬금 도망치려 하자 기어이 폭발하고 말았고, 갑자기 달려들어 아카라의 멱살을 붙잡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질질 끌고 가기 시작했다.

“악! 왜이래요!”
“시꺼! 같이 가자면 가는 거지 말이 많앗!”

츠바사는 아카라를 억지로 엘리베이터에 태우곤 재빨리 지하 6층 스위치를 눌렀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자 츠바사는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아카라의 멱살을 놓아주었다. 아니나다를까 황당하다는 표정의 아카라가 소리쳤다.

“무슨 짓이에요?! 가려면 혼자가시지!”
“시끄럽다!”

아카라의 항의에도 츠바사는 미동조차 안했고, 아카라는 한숨을 내쉬며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엘리베이터는 내려가고 있었고, 더 이상의 정신적인 고통은 겪고 싶지 않았다.

- 띵.
“어라? 누가 타려나본데? 누굴까 궁금하지? 응? 아카라.”
“아....전 그다지....”

츠바사와 아카라를 태운 엘리베이터가 일반거주구가 있는 지하 3층에서 멈춰서자 츠바사가 아카라에게 말을 걸어왔다. 오늘따라 이상한 츠바사의 상태에 아카라는 조심스럽게 대답했지만, 츠바사가 왜 이러는 지에 대해선 짐작도 할 수 없었다.

- 지잉.

이윽고 문이 열리고 모습을 드러낸 것은 말끔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카렌티어스였다.

“아, 지휘관님...그렇게 멋지게 차려입고 어디로 가십니.... 와악!”

카렌티어스에게 인사를 건네던 츠바사는 이윽고 그녀의 뒤에 선 미자르의 모습을 확인하곤 엘리베이터 구석으로 달아났다. 미지의 생물에 대한 인간 본연의 두려움이 자신도 모르게 표출 된 것이다. 츠바사가 질린 표정을 지으며 미자르를 바라보자 카렌티어스는 인상을 찡그리며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왔다.

“아, 난... 그럼 이만.. 아카라. 이따가 보자.”

카렌티어스와 미자르가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오자 츠바사는 창백한 얼굴로 허둥지둥 엘리베이터를 나갔다. 엘리베이터 문이 완전히 닫히자,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무슨 일이야? 미자르까지 대동하고.”

아카라는 카렌티어스의 옆에서 멍하니 서있는 미자르를 흘낏 바라보며 물었다.

“미자르뿐이 아냐. 너도 부를 참이었어. 아카라.”

아카라의 물음에 카렌티어스는 평소와는 다른 무거운 말투로 대답했다.

“나를?”
“오늘 아침 손님이 오셨거든. 그것도 북 아메리카 나리어스 총통이야.”

이 극동의 작은 나라 한국에 북 아메리카의 총통이 왔다는 사실. 그것을 보아 짐작 가는 것은 하나뿐이었다.

“아아...그렇군. AF 때문인가.”
“그래, 아마도 그들은 AF와 미자르를 북 아메리카로 데려갈 생각이겠지.”

.
.
.

[2031. 2. 21. AM 7:10 한국 나리어스 지부 중앙 응접실]

“한국 나리어스 지부 전투 지휘관 카렌티어스 N 프로브. 아카라 에르나. 지금 도착했습니다.”

아카라는 카렌티어스를 따라 절도 있게 경례하며 응접실 내부에 있는 인물들을 살펴보았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두 사내가 마주앉아 있었다. 오른편엔 익히 알고 있는 남자, 김 지훈 지부장이었고, 반대쪽 소파엔 처음 보는 사람이 앉아 있었다. 뒤에 검은 양복을 입은 두 명의 건장한 사내를 대동하고 있는 사람. 손에 들고 있는 블랙커피의 향을 음미할 정도로 굉장히 여유로워 보이는 중년의 사내. 이가 바로 에드워드 디치 총통이라는 사실쯤은 금방 눈치 챌 수 있었다.

“이제 온 건가? 제법 빠르군. 한가로운 한국 지부 소속치곤.”
“과찬이십니다.”

에드워드 총통의 도발을 카렌티어스는 유연하게 받아넘겼다. 역시나 별로 맘에 드는 작자는 아니었다. 여유로운 웃음 뒤로 늘 이익을 쫓는 상인의 잇속을 숨기고 있는 자. 그가 바로 에드워드 디치였고, 그에 대해 많이 들어온 카렌티어스의 눈엔 결코 좋게 보일 수 없는 사람이었다.

“흐음... 그나저나 저 뒤에 서 있는 게 ‘그것’인가?”

카렌티어스 뒤에 숨어있는 미자르의 모습을 확인한 에드워드 총통이 확인하듯 김 지부장에게 물었다.

“그렇습니다.”

김 지부장의 말이 끝나자 갑자기 에드워드 총통의 뒤에 서 있던 수행원들이 품속에서 권총을 꺼내 미자르를 겨눴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수행원들이 미자르에게 권총을 겨누자 아카라와 카렌티어스가 나서서 미자르를 가리며 소리쳤다. 정작 당사자인 미자르는 권총 앞에선 무표정했지만, 그들이 앞에 나서자 당황한 듯 카렌티어스와 아카라를 연이어 바라봤다. 약간의 침묵의 시간이 흐르자, 에드워드 총통이 오른 손을 들어 올려 수행자들을 제지했다. 수행자들이 총을 다시 품속에 숨기자, 총통이 말을 이었다.

“미안하군. 내 안전을 위해 취한 행동이니 너무 뭐라 그러진 말게. 수행원들 입장으론 그것은 역시나 ‘괴물’이니까 말이지.”
“루브... 아니 미자르는 괴물이 아냐!”

아카라가 주먹을 불끈 쥐며 앞으로 나서자 카렌티어스가 제지하고 나섰다.

“아카라. 감정은 자제하도록 해.”
“크윽.”

아카라는 카렌티어스의 충고에 고개를 숙이고 분을 삭혔다. 루브르의 모습을 한 미자르를 괴물이라고 부른 것에 대해선 화가 났지만, 그 역시 미자르가 괴물-아르쟈논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아니 이미 마음 깊은 곳에선 그녀를 괴물로 인정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아카라가 뒤로 물러서자 김 지부장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부하의 결례를 용서해주십시오. 총통.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할까요.”

김 지부장이 쓸데없는 대화는 그만두고 본론만 짧게 말할 것을 요구하자, 에드워드 총통이 만면에 웃음을 띠며 말했다.

“좋아. 이미 잘 알고 있으리라고 보네. 아시아 총통과는 이야기를 마쳤으니까 말이지.”
“......”

김 지부장이 침묵하자 에드워드 총통은 말을 이어나갔다.

“난 코드네임 PT-X000, 형식명 Angel Feather와 저기 서있는 소녀 분을 친히 모셔가기 위해 왔다네.”
“뭐라고?!”

에드워드 총통의 말이 끝나자 아카라가 튀어나오자 카렌티어스가 제지하며 나섰다. 그녀는 이미 이런 상황을 예상했던지 당황한 기색도 없이 차분하게 말할 수 있었다.

“그럴 순 없습니다. 현재 AF를 그쪽에 넘겨버리면 이쪽은 최근에 한국으로 침공을 시작한 아르쟈논을 방어할 수 없습니다. 동아시아와 유럽전선의 군 장비를 대고 있는 한국이 아르쟈논에 의해 무너지게 된다면, 전선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붕괴되어 버릴 겁니다.”
“나를 무시하는 건가? 전투 지휘관.”
“네?”

카렌티어스의 말이 끝나자마자 에드워드 총통이 싸늘한 어조로 말했다.

“내가 아무것도 모를 거라 여겼나? 최근 침공을 시작한 아르쟈논들이 어째서 이곳으로 오고 있는지..”
“그, 그건....”

에드워드 총통은 말을 잠시 멈추곤 뒤에 서 있는 수행원에게서 한 장의 서류를 넘겨받았다.

“최초로 이곳 한국에 D급 이상의 신형 아르쟈논이 출현한 것은 2031년 1월 1일. AF가 저기 서 있는 소녀와 함께 온 것은 딱 그 때 쯤. 그리고 이날을 기점으로 F급의 저급 아르쟈논만 출현하던 한국에 C급 이상의 주력 아르쟈논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지.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는 김 지훈 지부장. 그리고 전투지휘관. 자네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 여기고 있네만?”

에드워드 총통이 꺼낸 서류를 살피며 말했다. 서류엔 그간 한국에 등장한 아르쟈논들의 정보와 전투기록이 빠짐없이 기록되어 있었다. 에드워드 총통은 블랙커피를 한 모금 들이키곤 말을 이어나갔다.

“이런 것쯤은 한국의 정보기관도 파악하고 있다네. 그리고 말야. 만약에 괴물들이 노리는 것이 정말로 AF라면 대 아르쟈논 전투 경험도 많고 뛰어난 과학자, 연구시설. 게다가 예산도 넘쳐나는 우리 북 아메리카 본부가 그것을 맡는 게 당연하다고 여겨지는데 말이지. 자네들처럼 위태위태하게 방어하는 것보단.”
“......확실히 적들이 등장한 시기와 AF가 우리 측 손에 들어온 시기가 딱 맞아 들어가는 군요.”
“그렇다네. 그러니 우리가 AF를 가져가면 한국은 더 이상 위협받지 않을 거야.”

동조하는 듯한 김 지부장의 말에 에드워드 총통의 얼굴에 여유로움이 가득 돌았다. 그러나 뒤이어진 김 지부장의 다음 말은 그의 여유로운 표정을 깨부수게 된다.

“하지만, 그건 그쪽의 추측일 뿐입니다.”
“뭐라고?”
“아무런 증거도 없이 그냥 시기만 가지고 그렇게 생각하시다니. 정말 실망입니다. 총통.”
“지금 날 놀리나? 김 지부장.”

김 지부장의 말을 가만히 경청하던 에드워드 총통의 이마에 핏줄이 돋아났다. 그러나 김 지부장은 말을 멈출 생각이 없어보였다.

“추측만으로 우리 측의 최대 전력을 가져가겠다니. 만약에 AF가 빠져나갔을 때 B급 아르쟈논이 하나만 출현해도 한국은 괴멸입니다. 한국의 괴멸은 일본, 중국은 물론 유럽전선의 약 40%이상의 군사적 보급이 끊긴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 사실을 잊진 않으셨겠지요?”
“끄응....”

신음을 흘리는 에드워드 총통에게 김 지부장의 일침이 가해졌다.

“이런 쓸데없는 고민을 할 시간에 우리 한국지부의 예산과 병력을 늘려줄 생각을 해주시길.”

에드워드 총통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던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그리곤 미자르를 손가락질 하며 말했다.

“그렇다면. 저 아이라도 데리고 가야겠소. 지금 한국의 예산으론 AF를 연구하기에도 벅찰 테니.”
“유감스럽게도 저 아이와 AF는 떨어질 수 없습니다.”

대답한 것은 김 지부장이 아닌 카렌티어스였다.

“이 아이는 AF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애초에 AF를 가지고 온 것도 그녀이며, 저번 전투 시에 움직이지 않던 AF를 재기동 시킨 것도 바로 그녀였으니까요. 따로 연구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끄응....”

분명 AF를 기동시킨 것은 미자르가 가르쳐준 명령어 덕택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미자르와 AF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것은 억지였다. 그러나 사실을 자세히 모르는 에드워드 총통에겐 아주 잘 먹혀들어가는 변명거리였다.

“....좋아. 이번에는 내가 물러나도록 하지.”

예상 외로 에드워드 총통은 쉽게 냉정을 되찾았다. 아니, 그건 상인이기도 한 이 사내의 최대의 무기이기도 했으니 놀랄 것도 없었다.

“가겠소. 태평양 함대의 기함을 더 이상 기다리게 할 수는 없으니까.”

그는 수행원들을 이끌고 응접실 밖으로 나갔다. 한 차례의 고비를 넘겼다는 생각에 아카라는 한숨을 내쉬었다.

“수고했다. 전투지휘관. 돌아가서 쉬도록.”
“예, 지부장님.”

카렌티어스 외 응접실 내의 모든 이들이 사라지자, 김 지부장은 소파에 등을 기대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 이 날을 기점으로 F급의 저급 아르쟈논만 출현하던 한국에 C급 이상의 주력 아르쟈논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지.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는 김 지훈 지부장. 그리고 전투지휘관. 자네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 여기고 있네만?”
“Angel... Feather인가. 아니면 미자르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둘 다?”

적들이 노리는 것은 과연 누구인가 그리고 왜 노리는가. 풀리지 않는 의문이 김 지부장의 머리를 휘저어놓고 있었다.

.
.
.

[2031. 2. 21. PM 1:00 태평양 해상 제18대기권임무함대 소속 기함 SCVN01-아이젠하워 함교]

“빌어먹을 극동의 조그만 나라 지부장 따위가 내게 모욕을 주다니.”

함교에 마련된 귀빈석에 앉은 에드워드 총통은 한국에서 있었던 일로 분통이 터지는 지 얼굴이 벌겠다.

“가셨던 일이 잘 안된 모양이군요. 각하.”
“안되고말고.... 하지만 내가 이대로 물러날 거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지. 크크크.”

에드워드 총통의 얼굴에 냉소가 지어졌다. 그 오싹한 웃음에 말을 건넸던 함대 사령관 이완 코넷 중장은 자신도 모르게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에드워드 총통을 알아온 것은 거의 10년이 넘었지만, 이 사람은 여전히 알 수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방위 3-1-5, 거리 300K, 고도 1만 9천 피트로 접근하는 그림자 셋 확인! 타입 G-11a3! 아르쟈논입니다!”
“G-11a3 타입이라....함대 대공 전투 준비! 각 PT 대대는 출격 준비를! 사령관님 명령을!”

함장 그린워치 소장의 물음에 코넷 중장은 에드워드 총통을 흘낏 바라보며 명령을 망설였다. 중요한 요인을 보호하며 전투를 회피해야 하는가. 아니면 이들을 분멸해야 하는가. 그것이 요점이었다. 다행히도 에드워드 총통은 그렇게까지 눈치 없는 위인은 아니었고, 겁 많은 자도 아니었다. 게다가 한국에서 있었던 일로 화가 머리끝까지 난 에드워드 총통은 자신을 바라보는 함대 사령관을 향해 소리쳤다.

“없애버려, 저 괴물 놈들을 재하나 남기지 말고 태워버려!”

코넷 중장은 망설임 없이 명을 내리는 에드워드 총통을 향해 미소 지어 준 뒤 마이크를 집어 들었다.

“전 함대! 제1급 경계태세! 대 아르쟈논 전투 준비! 전 무기를 동원하여 괴물 놈들을 쓸어버린다!”

명령을 내리는 코넷 중장의 목소리를 뒤로 하고 에드워드 총통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창밖을 바라봤다.

‘난 물러나지 않는다. Mr.김. AF와 그 괴물은 조만간 내가 접수하도록 하지.’




BGM:카렌 휫츠게랄드 콜렉션-01 A Rainy night outs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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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아퍼서... 이만 씁니다... 원래 예정으론 AF랑 미자르 실고 태평양 상공 지나가다 아르쟈논한테 공격당하게 할라구 했는데.... 너무 길어져서... 안 보냈습니다. 캬캬캬
게다가.. 몸살이 어제부터 계속 되서 머리가 지끈 지끈 거리네요... 그럼. 오늘은 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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