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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SF So give me my sword

2005.11.01 08:32

갈가마스터 조회 수:115 추천:2

extra_vars1 화약의 도시와 거칠게 울려퍼지는 총성 
extra_vars2 episod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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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약의 도시 ‘베오니스’. 대도시의 슬럼가를 연상시킬 정도로 더럽고 퀴퀴한 이곳의 별칭이 ‘화약의 도시’라는 것엔 화약의 주재료인 초석이 생산된다는 것 외에 전혀 다른 이유가 있었다.

바로 하루가 멀다않고 터져 나오는 총성과 화약연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개자식이! 어디다가 욕지거리야!”
“댁한테 한 소리가 아니거든요? 조용히 찌그러져 있으셈.”
“뭐, 이 새끼가! 넌 뒈졌어! XX에 XXX해서 XXXX에 튀겨먹을 새끼!”
“KIN.”
“뭐, 뭐, 뭐! 이런 씨발!”

- 탕! 타당!

“꿱! 님, 왜 쏘삼!”
“X같은 초딩 새끼가 뒈질라구 개겨?”
“즈, 즐이나 쳐드삼. 꼬르륵..”
“지, 질긴 놈! 적당히 뒈져!”

- 탕! 탕탕탕!

“어이, 이봐. 뒈진 것 같은데?”
“으아아아아! 오늘은 초딩파 말살의 날이다! 야! 애덜 모아!”

이런 식이다. 그 옆으로 전혀 다른 차원에서 움직이는 듯한 두 사람이 지나가고 있었다.

“배고파요, 진.”

배고프다고 아우성치는 꾀죄죄한 소녀와 챙 넓은 모자를 푹 눌러쓴 검은 코트의 남자. 옆에서 사람이 총을 맞고 쓰러지든 뒈지든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밥 밖에 없는 듯 했다. 물론 이 도시에 발붙이고 사는 사람들이라면 이런 일쯤은 사소하게 지나칠 테지만, 척 보기에도 이방인인 그들이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자연스럽게 지나가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라 할 수 있었다.

“....”

소녀에게서 진이라고 불린 남자는 대꾸도 없이 뭔가를 찾듯 게슴츠레한 두 눈을 날카롭게 굴리며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남자는 소녀가 배고프다며 계속 귀찮게 굴자 건성으로 대답했다.

“시끄러, 밥 먹을 돈 없으니까 그렇게 알아둬 식충이.”
“식충이 아냐! 내 이름은 하늘이라니까!”

은근슬쩍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키는 소녀(하늘)를 진은 어이없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거참 끈질기군. 그렇게까지 존재감을 각인시켜 줘야할 이유가 있나?”
“엣헴. ‘잠꾸러기 진’이 내 이름을 확실하게 불러줄 때까지 멈추지 않을 거야.”

마치 잘났다는 듯 양 허리에 손을 얹고 콧바람을 흥흥 내뱉는 하늘의 모습을 바라보며 진은 ‘세상은 정말 부질없구나.’라고 생각했다. 정말이지 이 쓸데없고 바보 같기만 한 소녀를 보고 있자면 자신이 하는 일이 부질없게만 느껴졌다. 덤으로 저 소녀를 만든 놈은 반드시 죽여 버리겠다고 생각했다.

“하아.”
“거기 서라!”

진이 한숨을 내쉬고 있을 때, 거친 음성들이 귓가에 어지럽게 파고들었다. 건장한 사내 네 명 정도의 목소리가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들려왔다.
고개를 들자, 골목 끝에서 한 금발의 여자가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 네 명의 우락부락한 사내들이 여자의 뒤를 쫓고 있었다.

“거기 서라고! 잡히면 아주그냥 허리를 삼백육십도로 꺾어 버릴 테다!”
“칫, 끈질기긴. 응?”

전형적인 패턴 1, 쫓기는 여자는 달려오면서 진과 하늘의 모습을 발견한다. 여기서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 여자는 남자의 감성과 보호본능을 최고까지 끌어올리는 울먹거리는 표정으로 바꾼 뒤 후다닥 진의 손을 잡았다. 여자는 그래도 꽤나 예쁘다고 자신했기에 그것으로도 충분하다 여겼다.

“살려주세요! 괴한들이 지금 절... 흑!”
“아, 지금은 좀 귀찮은데...”
“정말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나중에 반,드,시 갚아 드릴게요!”

자신의 말은 듣지도 않고 대뜸 감사부터 하는 여자를 바라보며 진은 어이없다는 듯 눈썹을 꿈틀거렸다. 건달들이 근처까지 오자, 여자는 후다닥 진의 뒤로 숨어들었다. 여차하면 남자를 미끼로 자신은 도망치겠다는 취지였다.

“크크크. 제 년이 숨어봤자 벼룩이지.”

전형적인 패턴 2, 쫓던 건달들은 진부한 대사를 읊으며 여자가 방패막이로 사용한 남자에게 건들건들 거린다.

“어이, 너! 좋게 말할 때 여자는 두고 빨리 사라지는 게 좋아. 쥐도 새도 모르게 죽고 싶지 않다면.”
“하아.”

이렇듯 뻔한 전개라니. 진은 한숨을 푹 내쉬며 뒤에 숨어서 도망갈 기회를 엿보는 여자에게 물었다.

“쫓아주면 얼마 줄 거야?”
“네?”

여자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진을 바라보는 것과는 반대로 건달들은 어이없다는 듯 진을 바라보았다. 잠시 상황을 파악하던 여자는 매혹적인 눈으로 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기, 돈은 없는데요. 대신...”

여자는 돈 대신 몸으로 지불하겠다는 뜻을 은근슬쩍 내비췄다. 그러나 그것은 진이 바란 대답이 아니었고 그는 미련 없이 여자를 건달들 앞으로 밀며 말했다.

“데려가. 돈도 안되는데 귀찮은 건 딱 질색이야.”
“호오, 형씨 말이 통하는데? 크크크.”

생각도 못한 사태에 어안이 벙벙해진 여자는 자신의 어깨를 붙잡고 건달들에게 밀고 있는 진에게 허겁지겁 소리쳤다.

“자, 잠깐만요! 잠깐만! 알았어요! 알았다고요! 얼마를 원해요?!”
“글쎄, 제시하지 그래? 흥이 동하면 도와주고, 아니면 저 놈들에게 넘기고 다른 일 찾으면 그만이니까.”

여자는 고민할 틈도 없이 소리쳤다.

“100 듀카토(Ducato)! 지금 가진 돈 전부예요!”
“OK.”

번쩍! 순간 진의 모습이 환각처럼 사내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중앙에 선 근육질 사내의 앞으로 바람처럼 다시 나타난 진이 순식간에 튀어 올라 사내의 턱을 무릎으로 날려버린 것은 정말 찰나의 순간이었다.

“억?”
“느려!”

다른 사내들은 미처 사태를 파악하기도 전에 각각 진의 정확하고 질풍과도 같은 주먹질과 발길질에 맞고 나가떨어졌다.

“흥. 별 것도 아닌 놈들이었군.”

너무나도 빠른 진의 공격에 잠시 얼이 빠져 있던 여자를 깨워준 것은 코트자락의 먼지를 탁탁 털은 진의 한마디였다.

“이름이 뭐지?”
“네? 아, 마리아라고 해요.”
“현금이 안 되면 식사라도 좋아.”
“와아~ 밥이다 밥!”
“하, 하아..”

여자는 도망가고 싶었다.

.
.
.

“뭐, 뭐라고요?! 그년을 놓쳤다고요?!”

어둡고 습기 찬 창고, 줄무늬 양복을 말끔하게 차려입고 코털을 멋지게 기른 중년의 신사가 얼굴을 붉히며 엉망이 되서 돌아온 자신의 부하들에게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있었다. 중년 신사의 핀잔을 들으며 턱이 심하게 부어오른 근육질 사내가 어물어물거리며 변명을 늘어놓았다.

“으, 으에 갑따기 헤방꾸니 나타나는 바라메(그, 그게 갑자기 훼방꾼이 나타나는 바람에).”

- 탕!

그러나 그에게로 돌아온 것은 뜨겁게 달아오른 총알뿐이었다. 변명을 늘어놓던 근육질 사내가 이마에서 피를 철철 뿜어내며 뒤로 무너지자 중년의 신사는 자신의 코털을 거칠게 쓰다듬으며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은색의 리볼버를 옆에 서 있는 수하에게 넘기곤 싸늘하게 말했다.

“또 할 말 있나요? 없으면 당장 가서 그 년을 찾아와욧! 생사는 불문, 그년이 가져간 ‘물건’만 가져오면 돼요!”
“예, 예에!”

창고에 몰려있던 사내들이 썰물처럼 우르르 빠져나가자 중년의 신사는 창고 구석 어둠 속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스키피오!”

그러자 어둠 속에서 한 사내가 스르륵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약간 호리호리한 몸에 미역같이 축 늘어진 독특한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었고 왼쪽 눈알 대신 조잡하게 만든 기계 눈이 미역같은 머리카락 사이에서 음산한 붉은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 지잉. 지잉.

남자가 관자놀이에 병뚜껑처럼 튀어나와 있는 조절기를 조금씩 돌리자 기계 눈이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초점을 조절했다.

“부하다루는 것이 굉장히 멋지군. 요하임.”

요하임 핏츠게랄드. 이 화약의 도시 베오니스에는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 두 개의 조직과 두 명의 남자가 존재했다. 하나는 서쪽지구 ‘스킨헤드 패밀리’의 ‘붉은 황소 베루거’. 다른 하나는 바로 동쪽지구 ‘엘레강스 클럽’의 ‘죽음의 신사 요하임 핏츠게랄드’라고 불리는 바로 이 중년의 신사였다.

요하임은 포인트라고도 할 수 있는 멋쟁이 콧수염을 쓰다듬으며 기계 눈의 남자에게 말했다.
  
“훼방꾼이 있는 것 같군요. 녀석을 처치하고 물건을 찾아오세요, 스키피오. 그 년은 죽여도 상관없습니다. 비싼 돈까지 주는데 그렇게 빈둥거리면 곤란하지요.”
“원하시는대로. 근데 그 여자는 정말 죽여도 상관없겠나?”
“....상관없어요. 날 배신했으니 죽음 외에 다른 것은 없어요.”

- 지잉 지잉.

스키피오라 불린 사내는 기계 눈을 조정하며 다시 어둠 속으로 몸을 돌렸다.

“쿡쿡쿡.”

스키피오는 굶주린 야수가 먹이를 바라보는 것처럼 싸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
.
.

- 우적우적우적!

벌써 열 그릇 째, 몇 달은 굶은 것처럼 게걸스럽게 먹어대는 이들을 바라보며 마리아는 인체의 신비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게다가 진이라고 불린 남자는 온갖 소스로 범벅 시켜 생각만 해도 구역질이 몰려오는 오므라이스를 먹고 있었다. 당연히 자신의 예술품인 음식을 저따위로 만들어 먹는 인간을 바라보는 요리사의 두 눈은 금방이라도 찢어죽일 듯한 살기로 번뜩이고 있었다.

“아~ 맛있어. 맵고 짜고 달고 극락의 맛이야!”

진의 이 대사에 요리사는 기어코 폭발하고 말았다.

"젠장! 저 자식을 죽이고 말테야!"
"이, 이보게 참으라고!"
"놔! 저런 개같은 자식을 가만 놔둘 순 없어! 당장에 채로 썰어버린 뒤에 오므라이스로 만들어 먹을껴!"

식칼을 들고 날뛰는 요리사와 그를 필사적으로 말리는 다른 요리사들은 아랑곳없이 진은 행복하게 음식을 취할 뿐이었다.

“꺼윽. 아, 살 것 같아~”
“빌어먹을. 로봇이라는 게 더럽게 트림이나 하고... 쯧.”

하늘이 트림까지 해가며 행복하게 미소 짓자 심기가 뒤틀린 진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진의 중얼거림은 한귀로 흘려보낸 마리아가 이들의 식사가 드디어 끝났다는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질렸다는 듯이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100 듀카토짜리 지폐를 꺼내들었다.

“자, 그럼 전 이만.”

마리아는 벌떡 일어난 뒤 너저분한 식탁에 지폐를 올려놓곤 잽싸게 몸을 돌렸다. 그런데 문득 이쑤시개를 질겅질겅 씹고 있던 진이 그녀를 불러 세웠다.

“아, 잠깐만.”
“왜, 왜요? 또 뭔가 볼 일이 남았나요?”

진이 가려고 하는 자신을 불러 세우자, 마리아는 전신을 타고 오르는 불안감을 느끼곤 더듬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진과 눈을 마주쳤을 때, 그녀는 불안감보다 그의 붉고 게슴츠레한 눈에서 느껴지는 싸늘함에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진이 천천히 입을 땠다. 낮고 무거운 음성, 그 목소리엔 모르는 사람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진득한 살기가 묻어 있었다.

“이곳에서 ‘갈고리 손을 한 남자’를 본 적이 있나?”
“갈고리... 손?”

그녀는 잠시 곰곰이 생각해보더니 돌연 인상을 구기며 진에게 말했다.

“아아, 알다마다. 그 빌어먹을 자식 말이지?”

- 덜컹!

진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마리아의 양 어깨를 움켜쥐며 소리쳤다.

“어디야! 어디서 봤어!”
“이, 이것 놔!”

마리아는 진의 거친 행동에 인상을 구기며 소리쳤다. 진은 자신이 흥분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식당 내를 훑어보았다. 이 소란 덕에 식당 내 모든 이들의 이목이 마리아와 진에게로 집중되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마리아의 어깨에서 손을 떼고 자리에 앉았다.
잠시 심호흡으로 평정을 찾은 진이 마리아에게 말했다.

“그 놈 어디서 봤어.”
“엘레강스 클럽.”

마리아는 말을 잠시 멈추고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식탁 위에 얹어 놓았다. 직사각형에다가 종이처럼 납작한 것이 흡사 트럼프 카드 같은 물건이었다. 반투명한 카드의 내부엔 뭔가 거미줄처럼 촘촘한 회로 같은 것이 동력도 없으면서 은은한 빛을 내고 있었다.
진은 그것을 살펴보더니 조용히 말했다.

“키 카드(Key card)로군. 구 지구 제국시대의 유물로 메카노이드를 움직이는 모든 프로세서가 이곳에 담겨 있지. 어떤 형태라도 상관없으며 자동적으로 기체에 맞춰 프로그램을 조정하기까지 하는 그야말로 열쇠(Key).”
“맞아, 바로 메카노이드라는 저주받을 물건의 발동키야.”
“이걸 꺼내놓은 이유는?”
“그 개자식이 요하임에게 준 재앙의 물건이니까!”

마리아는 머리끝까지 화가 난 건지 얼굴을 붉게 상기시키며 말을 이어나갔다.

“당신은 이방인이라 잘 모르겠지만, 이 마을엔 크게 두 조직이 존재해. ‘스킨헤드 패밀리’라고 불리는 폭력 집단과 ‘엘레강스 클럽’이라는 마피아조직. 이 두 조직은 자기들 마음대로 도시를 반으로 나누고 동쪽은 ‘베루거의 스킨헤드 패밀리’가, 서쪽은 ‘요하임 핏츠게랄드의 엘레강스 클럽’이 지배하고 있지.”

마리아는 물을 한 모금 들이켠 뒤 말을 이어나갔다.

“그들은 서로 비등한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작은 분란은 있을지언정 전면전같이 거대한 분란은 없었지. 그렇게 이 마을의 균형은 유지되고 있었어. 그래, 그 남자가 엘레강스 클럽에 나타나기 전까진!”

마리아는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 들어가 피가 배어나오는데도 신음하나 없이 말을 이어나갔다.

“그 남자는 이 키 카드를 요하임에게 주며 말했어. ‘힘을 주겠다. 이 지루한 냉전을 종식시켜라.’라고! 지가 무슨 신이라도 되는 것처럼!”

키 카드만 가지고 있다면 조잡한 기술로 만든 메카노이드라도 얼마든지 움직일 수 있었다. 컨트롤 프로그램과 동력 전달 프로세서 따위는 키 카드가 모조리 구축해줄 테니까. 그리고 그 날 이후 요하임 핏츠게랄드는 만들어내고 말았다 저주받을 메카노이드라는 병기를.

진은 마리아의 말에 코웃음 치며 말했다.

“흥, 그래서 이 키를 훔쳐왔다는 거냐? 어설픈 영웅심리로군.”
“진! 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봐야지!”
“훗, 괜찮아. 어설픈 영웅심리라는 건 아니까. 하지만 말이지. 이 마을이 잿더미로 변하는 것을 두고 볼 수는 없었어. 결국 죽는 건 아무 힘없는 사람들뿐이니.”

돌연 마리아가 키 카드를 집어 들고 진에게 건네며 말했다.

“당신. 이거 부수는 방법 알아?”

진은 냉소적인 얼굴로 대답했다.

“없어. 구 지구 제국 시대의 물건을 부수는 방법이 현재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마리아가 침울한 얼굴로 키 카드를 바라보았다. 진은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다 마리아에게 물었다.

“그나저나, 하나 궁금한 게 있는데 말야. 어떻게 이 키를 훔쳤지? 마피아가 지키고 있는 중요한 걸 이렇게 쉽게 빼돌리다니.”
“아, 그건....”

마리아가 머뭇거리며 말을 멈추었을 때, 멀리서 바람 새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 쉬이이이익.

“빌어먹을!”

돌연 진이 벌떡 일어나 마리아를 감싸고 바닥으로 몸을 던졌고, 뒤이어 귀청을 찢는 듯한 폭음과 함께 발생한 열폭풍이 벽면을 무너뜨리며 식당 내부를 휩쓸었다.
시뻘건 불꽃은 식당을 반쯤 무너뜨리고는 연기만 남기고 사라졌다.

“끄응! 오늘 일진이 아주 꽝이군!”

진은 먼지를 쏟아내며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 아래에서 마리아가 창백한 얼굴로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우에에,”

덜컹. 진의 뒤쪽에서 식탁하나가 들썩거리더니 먼지로 범벅이 된 하늘이 모습을 드러냈다. 울먹거리는 꼴이 마치 알밤을 맞은 어린아이 같았다.

“히잉! 진, 나 아파!”
“으그그그그. 정말 도움 되는 거 하나 없는 놈이구만. 정말 쓸데라곤 쥐꼬리만큼도 없는데다가 밥만 축내는 고철덩어리 같으니!”
“남이사! 진은 이제부터 ‘참견쟁이 진’이야! 히잉.”
“...엎드려!”

진이 자신도 모르게 하늘을 감싸 안고 몸을 던졌을 때, 수십 발의 총탄이 괴성을 울려대며 진이 있던 곳에 거칠게 박혔다. 그러나 그와 함께 먼지를 뚫고 날아온 쇠사슬을 볼 수는 없었다.

“아?!”

쉬리리릭! 쇠사슬은 마리아의 양 팔을 칭칭 휘감은 뒤 그녀의 몸을 무너져 생긴 구멍으로 짐짝처럼 끌어당겼다.

“꺄아아악!”
“이런!”

마리아가 먼지 속으로 사라지고 뒤늦게 상황을 눈치 챈 진이 벌떡 일어서자, 다시 수십 발의 총성이 들려왔다. 진은 어쩔 수 없이 하늘을 안은 채, 재빨리 쓰러진 탁자 뒤로 숨어  총알을 피했고, 더 이상 총알이 날아오지 않자 진은 마리아를 집어삼킨 구멍을 노려보았다.

- 저벅. 저벅.

뿌연 먼지 너머 누군가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윤곽을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시야의 장애가 심했으나, 음산하게 빛나는 붉은 빛이 그 자의 위치를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 지잉. 지잉.

드디어 먼지가 완전히 걷히고 카메라 줌인을 하는 듯한 소리와 함께 미역처럼 축 늘어진 괴상한 헤어스타일에 왼쪽 눈 대신 음산한 기계 눈이 달려있는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오른손엔 뜨겁게 달궈진 기관총이 들려있었고, 그의 왼손엔 쇠사슬이 칭칭 감겨 있었는데 그 끝엔 두 손이 쇠사슬에 감겨 있는 마리아가 엉망이 된 모습으로 매달려 있었다.

“봉쥬르, 마리아.”
“사, 사냥개 스키피오?!”

마리아의 경악에 찬 외침을 들으며 이 기괴한 남자-스키피오는 만족한 듯이 입술을 구겼다.

“대 엘레강스 클럽 보스의 동생 분께서 미천한 내 이름을 기억해주다니 영광이군. 쿡쿡.”
“동생?”

진의 의문에 스키피오가 대답했다.

“그런거다 ‘지옥도의 진’. 이 여자의 풀 네임은 ‘마리아 핏츠게랄드’. 이쯤이면 알겠지?”
‘그렇군. 그래서 키 카드를 손쉽게 훔칠 수 있었던 거군.’

진은 허리춤에 벨트처럼 차고 있던 것을 스르륵 잡아당겼다. 그러자 완전히 풀린 강철의 벨트가 꼿꼿하게 서며 검의 형태로 변했다. 진은 하늘에게 말했다.

“어이, 내가 일어서면 어디 안전한 곳으로 숨어 있어. 알겠지?”
“응, 알았어.”

너무나도 간단히 대답하는 하늘의 모습에 진은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에휴...알아들은 건지 아닌 건지.”

진의 한숨을 뒤로 하고 스키피오가 말을 이어나갔다.

“이쯤에서 물러나라. 발을 뺄 수 있을 때 빼는 것이 좋겠지.”

진은 천천히 일어서며 말했다.

“어이, 미역머리. 다 좋은데 말야. 지금 물러서기엔 내가 당한 창피가 말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 게다가 그 요하임 핏츠게랄드라는 놈에게 물어볼 것도 있고 말야.”

검을 뽑은 진의 기세를 접한 스키피오의 입가에 진득한 웃음이 흘렀다. 스키피오가 왼손을 한번 거칠게 휘두르자, 마리아의 팔을 감고 있던 쇠사슬이 신기할 정도로 쉽게 풀려났다. 스키피오는 밖에서 대기 중이던 조직원들에게 외쳤다.

“어이! 이 년을 데리고 가.”
“아, 예!”

조직원들은 엉거주춤 대답을 한 뒤 우르르 몰려와서 마리아를 거칠게 일으켜 세웠다.

“놔! 이거 노라고!”
“이런 썅!”

퍽! 마리아가 반항을 하자, 조직원 중의 하나가 그녀의 복부에 강한 일격을 가했다. 위액을 쏟아낸 마리아가 축 늘어졌고, 그들은 마리아를 차에 태운 뒤 사라졌다.

주변이 말끔하게 정리되자, 스키피오가 쇠사슬을 휙휙 돌리며 진에게 말했다.

“그럼, 이제부터 티타임을 가져보도록 할까, ‘지옥도의 진’? 쿡쿡.”
“흥, 미역머리 주제에 고상한 척하긴. 그리고 난 지금 ‘참견쟁이 진’이라고 불리고 있지. 그 돌 머리에 잘 새겨둬.”

진은 검을 들어 스키피오를 겨누며 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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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이제까지 제가 쓴 것 중에 가장 재미없게 쓴 글이 되었음... 내용 진행도 어색하고...
메카도 안나오고. 캐릭터도 이상하고... 쳇!
아무래도 슬럼프인듯...

여하튼

캐릭 소개
사냥개 스키피오 : 무기는 우지같이 총신이 짧은 기관총, 끝에 추가 달린 쇠사슬. 특징은 미역머리에, 왼쪽 기계 눈.


아, 죽여도 상관없습니다. 이놈. 즉석에서 만들어낸 일회용 캐릭.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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