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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SF So give me my sword

2005.12.08 05:55

갈가마스터 조회 수:52 추천:2

extra_vars1 탐욕의 상징 
extra_vars2 episode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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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일어나, 도착했어.”

짐마차에 드러누워 잠을 자던 진은 호들갑스러운 목소리로 자신을 깨우는 하늘의 목소리에 조용히 얼굴에 덮고 있던 중절모를 들어 올리며 몸을 반쯤 세웠다. 진은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하늘의 어깨 너머로 보이는 도시의 광경을 바라보았다. 비교적 번창한 마을의 모습은 동양계 사람들이 몰려 살고 있는지 곳곳에 한문으로 된 간판과 일어, 한글로 된 간판이 뒤죽박죽 얽혀 있었고 수많은 언어로 이야기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큰 거리를 누비고 있었다.

“한양... 인가.”

다른 곳에 비해 비교적 번창한 도시의 모습은 웅장하여 인간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었건만 진은 그런 것에 감탄할 여유가 없었다. 볼케니카에서의 전투 이후, 그는 더 이상 여유를 가질 수 없었다. 데빌 시리즈 중에 최강의 힘을 가졌다는 아스모데우스가 한낮 벨리알에게 처참하게 깨진 것이다. 그것도 백병전으로.

- 쓰레기.

문득 빛이 아스모데우스의 양 팔과 양 다리를 녹여버리는 마지막 순간 귓가에 뚜렷하게 울려 퍼지던 레노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세레나의 목소리를 흉내 내는 창백한 인형의 목소리. 어느새 진은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쓰레기라.. 맞는 말이긴 하지만 그런 소리까지 듣고 가만있을 순 없겠지.”
“응? 진 방금 뭐라고 했어?”

하늘이 고삐를 쥔 채 살짝 진을 돌아보며 물었다.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것이 간만에 보는 도시의 모습에 기대를 많이 하고 있는 것 같았다.

“훗.”
“뭐야, 그 웃음은?”

진이 피식 웃자, 하늘이 꽁한 표정을 짓곤 쌜쭉하게 입술을 내밀었다.

“아니, 아무 것도 아냐.”

‘널 보고 있으니 내가 바보 같아서 그래.’ 진은 이 말을 생략하고 밀짚더미에 몸을 뉘었다. 잿빛의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를 쏟아낼 것처럼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으음. 뭔가 기분이 굉장히 나쁜데..”
“......”
“어! 또 그 웃음이야! 기분 나빠!”
“비가 올 것 같으니까, 빨리 가기나 하자.”
“우웅...”

하늘은 어두컴컴한 하늘을 바라보곤 툴툴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그 모습이 묘하게 귀여워 진은 자신도 모르게 또 피식 웃고 말았다. 정말이지 자신 못지않게 나사가 하나 빠진 듯한 하늘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이 모든 것이 바보 같게만 느껴졌다.

“어?”

갑자기 하늘이 마차를 멈추자, 진은 슬쩍 일어나 하늘에게 물었다.

“어이, 무슨 일이야?”
“어떤 이상한 아저씨와 강아지가 길을 막고 있어 진.”
"이상한 아저씨? 강아지?"

진은 고개를 갸웃거리고 길을 막고 있는 이상한 사람에게 시선을 옮겼다. 하늘의 말대로 그들의 마차 앞엔 뚱뚱한 남자와 커다란 사냥개가 길을 막고 서 있었다. 사내는 돼지처럼 살찐 얼굴에 알이 붉은 둥근 안경을 쓰고 있었다. 들창코 아래 쭉 찢어진 입술은 끝부분이 기묘하게 뒤틀려 있어 흡사 세상 모든 것을 비웃는 것처럼 느껴졌다. 사내는 어깨에 자기 몸보다 커다란 자루를 메고 있었는데, 안에 든 것이 그의 움직임에 따라 짤그랑거리는 동전 소리를 내며 흔들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짧고 윤기 나는 검은 털로 뒤덮인 집체만한 사냥개가 노란 두 눈을 빛내며 진을 노려보고 있었다.

- 크르르.

고요하고 싸늘한 살기, 진을 바라보고 있는 사냥개에게서 풍겨져 나오는 기운은 과거 동양의 무사들처럼 날카롭게 절제되어 있었다.

“뭐냐, 네 놈은.”
“쿡쿡. 압둘라비치 볼셰비키, 그냥 압둘라라고 불리지. 그쪽은 미스터 진이던가? 킁.”
“네놈. 그 자식의 부하냐!”

진은 번개처럼 허리에 벨트처럼 차고 있는 검을 뽑아들었다.

- 크르르르.

진이 검을 빼어들자, 압둘라의 옆에 있던 사냥개가 몸을 낮추며 위협적인 공격자세를 취했다. 둘 사이에 이상한 공기가 흐르자, 하늘은 어찌해야할 바를 모르고 허둥지둥 거릴 뿐이었다.

“듣던대로 성질이 급하시군 그래.”
“네 놈이야말로 그까짓 개 한 마리를 믿고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내다니, 멍청하기 이를 데 없는 걸?”
“하하, 스카를 무시하면 곤란하다구, 보여줘라 스카.”

딱! 압둘라가 손가락을 퉁기자 집체만한 사냥개 스카의 몸이 기괴한 소리를 내며 부풀어 올랐다. 이어서 몸 이곳저곳의 살갗을 뚫고 붉은 피가 뚝뚝 떨어져 내리는 강철의 칼날들이 튀어나왔고, 모든 변화를 마친 광기에 젖은 두 눈이 진을 노려보며 불타올랐다.

“꺄아아아! 괴물이다!”

누군가의 비명을 시작으로 거리를 붐비던 인파가 마치 썰물처럼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거리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해갔다. 그 모습을 유쾌하다는 듯 바라보던 압둘라가 진에게 말했다.

“하하하, 웰컴 투 마이 쇼! 레이디스 애앤~ 젠틀맨! 개조인간과 살인머신의 대결! 과연 누가 이길까요? 자, 최고의 쇼를 보여줘라, 스카!”

- 컹!

압둘라의 손가락이 딱 소리를 내자마자 번개와 같은 무시무시한 기세로 스카가 튀어 올랐다.

“꺄악!”
“큭!”

진은 하늘을 옆구리에 낀 채 마차 밖으로 황급히 몸을 날렸고, 스카가 지나간 자리에 남아있던 마차와 늙은 노새는 스카의 몸 이곳저곳에 튀어나와 있는 칼날에 산산조각 나버리며 사방으로 튀어 올랐다.

“빌어먹을!”
“하하하! 어떻게 된 건가 ‘지옥도의 진’. 천하의 진도 저 살인머신에게는 이길 수 없다는 걸 깨달은 건가? 킁킁!”
"미안하지만 지금은 '창천의 진'이라 불리고 있지."

- 크르릉.

스카가 천천히 몸을 돌려 진과 하늘을 노려보았다. 극도로 절제된 살기, 만약에 아무렇게나 날뛰는 미친개라면 어찌어찌 방법이 있었겠지만, 저 정도로 훈련이 잘 되어 있다면 손쓸 도리가 없었다. 요행으로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진은 스카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하늘에게 말했다.

“도망가.”
“응?”
“내가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볼 테니 도망치라고.”

그제야 진의 말뜻을 알아들은 하늘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말했다.

“싫어! 진만 혼자 내버려두고 도망치진 않을 거야!”

- 커겅!

다시금 스카가 땅을 박차고 튀어 오르자 진은 하늘을 옆으로 밀쳐낸 뒤 검으로 스카의 발톱과 이빨을 막아냈다. 그러나 스카의 상상을 초월하는 힘에 의해 진은 뒤로 십수미터나 밀려난 뒤에야 간신히 균형을 잡을 수 있었다. 하늘은 눈물을 글썽이며 진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나 진은 다시 자세를 취하며 단호히 하늘에게 외쳤다.

“도망가! 방해되니까!”
“그, 그치만!”

하늘은 뭐라고 외치려다말고 갑자기 위를 올려다보았다.

“뭐, 뭐지. 저건.”
“?”

하늘의 시선을 따라 진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잿빛의 구름들 틈새로 찬란한 빛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이런, 벌써 시간이 됐군. 킁. 이리와 스카.”

괘종시계를 보던 압둘라가 돌연 아쉽다는 얼굴로 스카에게 손짓했다. 그러자 방금 전까지 오금이 저릴 정도로 무시무시한 살기를 내뿜던 스카가 살기를 급속히 거두며 몸 이곳저곳에 튀어나와 있는 검날들을 스르릉 몸속으로 다시 집어넣었다. 이윽고 검은 사냥개 모습으로 돌아간 스카는 단 한번 도약하여 압둘라의 옆으로 이동했다.

- 끼잉.
“아쉬워도 어쩌겠냐. 저 놈이 예상보다 너무 빨리 도착했으니. 킁킁.”

압둘라는 아쉽다는 듯 끼잉거리는 스카의 목덜미를 쓰다듬어주며 진에게 말했다.

“한참 즐기는 중에 미안하군그래. 내 메카노이드는 다른 녀석들 것과는 달리 굉장히 느려터지거든 킁. 삼십분 전에 불렀는데 이제야 나타나다니.”
“뭐, 뭐라고! 메카노이드?!”
“아, 정말 느림보라니까. 킁.”

하늘이 완전히 황금빛으로 물들자, 갑자기 잿빛의 구름을 뚫고 새파란 빔이 도시 중심부로 떨어져 내렸다. 그러나 아무런 충격파도 없는 것을 보니, 단순 착륙 유도 레이저 빔인 것 같았다.

“자, 이제 일을 하도록 할까?”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거냐!”
“하하, 궁금증은 스스로 풀라구. 난 자선 사업가가 아냐. 킁킁!”

진이 뭐라고 더 물어보려했으나, 빔이 사라진 뒤, 땅을 울릴 정도의 어마어마한 소리가 하늘을 타고 사방으로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진은 낌새가 이상한 것을 느끼고 하늘을 옆구리에 끼고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 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압둘라의 비웃음이 이어졌다.

“하하하하! 달아나라 달아나! 이 세상 끝까지!”

-쿠구구구구구구구구구!

그리고 하늘을 뚫고 마치 운석과도 같이 붉게 타오르는 무언가가 한양의 중심부에 내리꽂혔다. 지면에 충돌하는 순간 생성된 엄청난 충격파에 한양은 중심가부터 뿌리채 뒤집어지기 시작했고 이어진 후폭풍이 마을 전체를 집어 삼키며 해일처럼 사방을 쓸어버렸다.
폭풍이 지나가고 남은 것이라곤 폐허로 변해버린 도시와 곳곳에 놓여 있는 피투성이의 사람들, 그리고 도시 중심부에 열기를 뿜어내고 있는 황금색의 거대한 망치뿐이었다.

- 덜컹.

갑자기 땅이 들썩거리며 철판 하나가 위로 휙 하고 쳐들려졌다. 그리고 모습을 드러낸 것은 녹색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린 여성, 바로 케리 랑그로슈였다.

“빌어먹을! 무식하게도 부숴놨네!”

케리가 하수도에서 올라오고 그 뒤를 따라 검은 중절모를 쓰고 있는 진이 모습을 드러냈다. 진은 뒤따라오는 하늘의 손을 끌어당겨 올려준 뒤 멀리서 보이는 황금 망치를 바라보았다.

“개 같은 자식!”
“어이, 케롯.”

열심히 욕을 하던 케리는 진이 여전히 자신의 이름을 못 외우고 이상한 이름으로 부르자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아, 어떻게 알고 찾아왔냐고 물을 생각이지?”
“......”
“내 정보통을 무시하지 말아줬으면 해. 덜떨어진 꼬마 휴머노이드랑 고장난 개조인간의 행방쯤 알아내는 건 일도 아니야. 그 와중에 우연히 저 황금 망치의 주인공도 알게 됐지만 말야.”

케리는 두 눈에 독기를 가득 담고 황금 망치를 노려보았다.

“저 놈. 데빌 세븐즈의 멤버인가?”
“더 데빌 오브 그리드(The devil of greed), 맘몬을 조종하는 최악의 개조인간이지.”
“맘몬....”

케리는 아직 상징물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맘몬을 노려보는 진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혹시라도 붙어볼 마음이라면 그만두는 게 좋아. 벨리알조차 베지 못한 당신의 아스모데우스로는 저 맘몬의 장갑에 흡집조차 낼 수 없을 테니까.”

케리는 이미 볼케니카에서 있었던 일을 알고 있었다. 그만큼 케리가 가지고 있는 정보망은 어마어마했으며, 이 세상에서 그녀가 알고자 하는 거라면 거의 뭐든지 알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
“이런 고집불통 같으니! 아아 몰라! 알아서해! 빌어먹을! 남자 새끼들이란!”

케리가 툴툴거리는 것에도 상관없이 진은 검을 아래로 비스듬히 들고 말했다.

“메리, 하늘이 녀석을 데리고 멀리 피해 있어.”
“난 메리가 아냐! 케리라고! 정말 저 머리는 어떻게 되어먹은 구조야! 잠깐... 하늘?”

케리가 잘못들은 것은 아닌지 고개를 갸우뚱 거리는데 하늘이 진에게 다가갔다.

“진......”

진의 코트자락을 붙잡고있는 하늘의 눈에서 눈물을 글썽거렸다. 저번 볼케니카 사건이 생각나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없었던 것이다. 진은 하늘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걱정 마. 저번 같이 허무하게 당하지만은 않을 테니.”
“약속이야, 진.”
“응.”

.
.
.

아직 대기권 돌입 형태를 풀지 않고 있는 맘몬의 위에 압둘라와 스카가 서 있었다.

“호오, 이제야 오는가. 킁킁!”

정면의 하늘에서 새하얀 검이 땅을 향해 내리꽂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그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진이 아스모데우스를 불러내기만을.

“슬슬 나도 움직여야겠군.”

- 쩔그렁.

압둘라가 어깨에 메고 있던 묵직한 자루를 황금의 장갑판 위에 올려놓자 갑자기 장갑판 여기저기가 열리며 기계 팔들이 올라와 자루를 스캔하기 시작했다.

- 삑삑.

스캔을 끝낸 팔들이 자루를 끌고 들어가자 맘몬이 크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변형을 시작한 것이다. 우선 땅을 찍어 누르는 어마어마한 반중력을 발생시킨 거대한 몸체가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했고 망치 머리 양 끝의 아랫부분이 분리되어 윗부분을 어깨장갑으로 양 팔을 형성하였다. 이어서 망치의 짧고 굵은 손잡이가 분리되어 땅으로 떨어졌다. 손잡이가 떨어져나간 부위의 지지대가 뒤로 넘어가고 사람의 얼굴을 조각한 마스크를 가진 헤드가 스르륵 위로 올라오자 이어서 번데기 형태의 하체부가 양 어깨의 볼륨에 비해 상대적으로 잘록한 허리를 드러내며 아래로 이동하여 맘몬의 변형이 모두 끝났다. 하체가 없이 번데기 형태의 중력제어기로 공중에 떠 있는 독특한 맘몬의 생김새는 육중한 어깨장갑과 양 팔, 두터운 흉부 장갑부에 비해 굉장히 잘록한 허리와 관절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크기는 아스모데우스보다 옆으로 10배, 위로 2배였으니 실로 엄청나다 할 수 있었다.

“열려라!”

압둘라가 외치자, 맘몬의 황금 가면이 펼쳐지며 맘몬의 콕피트가 드러났다. 압둘라가 들어간 뒤 황금 가면은 원래의 여인 얼굴로 돌아갔고 요란한 기계음과 함께 맘몬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 Welcome to our mercenary company MAMMON.
   Do you want anything information to our Mechanoid?

“없어. 잔소리 말고 몇 분 정도 싸울 수 있는 지 말해봐.”

- 1,500,000,000 Ducato. You can use this for fifteen minute.

“Gooooooooood~. 충분해. 그럼 시작해볼까? 킁.”

- Changeover control system. Have you nice day, Mr. Abdula.

쿠구구궁! 맘몬이 서서히 팔을 들어 땅에 박혀 있는 망치의 손잡이를 집어 들었다. 마치 메이스 같은 형태의 손잡이는 애초에 맘몬의 무기였으며, 끝부분에 달린 묵직한 메이스가 황금빛으로 번뜩였다. 압둘라는 서서히 몸을 돌려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아스모데우스를 바라보았다.

“그 분에게 받은 그것! 이제 돌려받겠다!”



+ Devil Seven No.Ⅲ Mammon of Greed +





.
.
.

“저건 도대체.”

아스모데우스 내부의 진은 황금빛으로 빛나는 맘몬을 바라보며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다리도 없이 하늘에 떠 있는 그 모양새 하며, 움직이기조차 불가능할 것처럼 보이는 엄청난 크기의 어깨 장갑. 도대체가 말도 안되는 장면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윽!”

갑자기 맘몬의 양 어깨 장갑의 윗부분이 위로 올라가더니 수백발의 미사일이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 투두두두두두두!

“이, 이런 빌어먹을!”

황급히 부스터를 키고 다가오는 수백발의 미사일을 피한 진이었지만, 유도 기능이 있는 미사일은 집요하게 아스모데우스를 따라오며 소나기처럼 주변에 쏟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스모데우스에게 위협이 될 정도의 무기는 아니었다. 진은 아스모데우스 특유의 빠른 속도를 이용해 쏟아지는 미사일의 장막을 뚫고 그대로 맘몬에게 돌진하여 검을 휘둘렀다.

“죽어!”

카가가각!

그러나 아스모데우스의 검이 맘몬에게 닿기 직전 맘몬의 주변을 돌던 수십 기의 구형 물체 중 세 기가 검의 앞을 막아서며 방어막을 형성하였다. 게다가 강력한 자장으로 검을 붙잡고 있는지 아무리 검을 움직여보아도 검은 도통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 이건!”

아스모데우스가 구형 물체에 걸려 잠시 멈춰있는 사이 육중한 맘몬의 메이스가 아스모데우스의 오른쪽 옆구리를 강타했다.

“커헉!”

콰드득! 오른쪽 옆구리 장갑이 송두리째 부서져나간 아스모데우스는 꼴사납게 날아가 버렸다.

“하하하! 제1차 자동 방어 시스템도 처리 못하나. 킁! 파괴자 아스모데우스가 고작 이 정도라니 정말 실망이다! 진! 킁킁!”

조롱이 가득 섞인 압둘라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웃기는..... 소리 마!”

간신히 아스모데우스를 일으킨 진은 검을 치켜들고 엄청난 속도로 맘몬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러나 모두 의미 없는 일이었다. 아스모데우스의 검은 맘몬의 주위를 돌고 있는 자동 방어 시스템에 번번이 막혔고, 그 때마다 맘몬의 거대한 메이스가 아스모데우스의 이곳저곳을 두드렸다. 결국 저번 벨리알 때와 마찬가지로 엉망이 된 아스모데우스는 맘몬의 앞에서 무릎 꿇고 말았다. 그러나 진은 맘몬을 향해 힘차게 검을 찔러들어갔다. 그러나 이번에도 검은 자동 방어 시스템을 뚫지 못했다.

“하하하! 킁! 이게 다인가?!”
“아직 아니야!”

잠시 맘몬이 공격을 안 하고 있을 때 갑자기 아스모데우스가 검에서 손을 놓고 있는 힘을 다해 손바닥으로 검의 손잡이 끝을 강하게 밀어 쳤다.

파직! 그러자 검을 붙잡고 있던 자동 방어 시스템들은 스파크를 내며 튕겨져 나갔고, 그 틈을 타 검을 잡은 아스모데우스가 맘몬의 머리를 노리고 찔러 들어갔다. 그러나 검은 이번에도 공중에 멈춰선 채, 조금도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에테르... 실드?”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맘몬의 몸도 에테르 실드로 보호되고 있었다. 1차 방어막에 신경쓰느라 이것까진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 실수였다.

“축하한다 진. 맘몬의 제1차 방어막을 뚫었군, 쿡쿡. 더 놀아주고 싶지만 아쉽게도 시간이 없어. 그럼 이만 돌려받도록 할까? 네놈의 메카노이드를! 킁킁!”

촤르륵. 맘몬의 몸 이곳저곳에서 수십 줄기의 쇠사슬이 아스모데우스를 향해 발사되었다. 그리고 이 쇠사슬들은 아스모데우스의 몸을 뚫고 지나간 뒤 아스모데우스의 몸을 휘감았다.

“우리들의 품으로 돌아와라! 파괴자! 하하하! 킁!”

진이 망연자실해서 포기할 때쯤이었다.

- 돼지새끼. 재수 없게 처웃지마.

난데없이 맘몬의 통신회로로 차가운 음성이 들려오고 아스모데우스와 맘몬 사이의 땅에서 시뻘건 빔이 방사형태로 뿜어져 올라왔다. 빔이 휩쓸고 지나가자 아스모데우스를 휘감고 있는 쇠사슬들이 모조리 끊어져버렸고, 뒤를 이어 시꺼먼 메카노이드가 땅을 헤집고 솟구쳐 올랐다. 검은 물체는 솟구쳐 오르면서 쇠사슬에 휘감겨 있는 아스모데우스를 붙잡고 맘몬과의 거리를 벌렸다.

바로 가시현의 화랑이었다.

- 어딜!

맘몬이 메이스를 휘두르자 철퇴부분이 길게 연결된 쇠사슬을 이끌고 화랑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화랑은 현란한 조작으로 공중에서 바로 방향을 틀었고 철퇴는 아슬아슬하게 발을 스치고 지나갔다. 철퇴는 내장되어 있는 방향 조정 슬러스터로 방향을 급반전 시켜 흑색의 메카노이드를 향해 연이어 달려들었으나 거의 곡예 수준으로 공중에서 제비돌기를 하는 화랑을 아슬아슬하게 비껴나갔다.

쿠궁! 아스모데우스가 땅바닥에 떨어지고 화랑이 그 옆으로 착지했다. 압둘라는 이빨을 뿌드득 갈며 갑작스레 등장한 훼방꾼을 노려보았다.

“네 놈은 누구냐! 킁킁!”
- 시끄러워, 돼지. 네놈 같은 시정잡배에게 알려줄 이름은 없어.
“건방진!”

- 삑. Time over. All weapon system down.

“뭐, 뭐뭐뭐 킁킁킁! 빌어먹을!”

맘몬의 화기 제어 프로그램에서 갑자기 모든 화기를 동결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동전을 넣어주세요(Insert coin)이라는 메시지가 떴다. 어느새 15분이 지나간 것이다. 과거 구 지구제국시대에 모든 무기를 용병 회사에서 대여하는 독특한 시스템으로 조정된 맘몬으로선 더 이상 싸울 힘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돈이 없으면 아무리 수천가지의 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맘몬이라도 아무 짝에 쓸모없는 고철이 되어버린다. 압둘라는 어쩔 수 없이 달아날 수밖에 없었다.

“젠자아아앙!”

망치 형태로 변한 뒤 멀어지는 맘몬의 모습과 함께 절규하는 압둘라의 목소리가 황량한 공간을 가득 메웠다.

.
.
.

맘몬이 사라지자, 아스모데우스의 콕피트에서 진이 강제 배출되었다. 쓰레기처럼 땅에 처박힌 진에게 아랑곳없이 아스모데우스는 검의 형태로 변한 뒤 궤도에서 대기 중인 위성 격납고로 날아가 버렸다.

뚝. 뚝. 때마침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진은 엉망인 몸을 비틀비틀 일으켜 세우고 검은 메카노이드 화랑을 바라보았다. 철컹! 화랑의 두부 콕피트가 열리고 가시현이 모습을 드러냈다. 냉철한 푸른 색 눈동자가 엉망인 진을 바라보며 조롱하는 것만 같았다.

“진!”

멀리서 하늘이 울먹거리며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 뒤로 케리의 모습이 보였다.

“쓰레기장의 진... 인가.”

진은 자조 섞인 음성으로 스스로에게 별명을 붙여보았다. 먼 옛날 쓰레기처럼 버려져 있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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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맘몬(mammon)
형식코드 : Devil Seven No.Ⅲ Mammon of Greed
병기분류 : Mechanoid
전고 : 30.2m
중량 : 154t
동력원 : 알 수 없음.
장갑재질 : 알 수 없음.
배리어 시스템 : (1차)자동 방어 시스템 (2차)반물질 에테르 실드
조종 시스템 : 뇌파 연결을 이용한 생각 전달 시스템.
외장컬러 : 베이스 컬러는 황금색.
조종사 : 압둘라비치 볼셰비키(줄여서 압둘라, 나이32. 개조인간)-스카라는 생체병기와 같이 다닌다.
무장 : 수 천가지에 달하는 각종 무기(레이저, 판넬, 근접방공시스템(CIWS)레일건, 미사일 등등.)
         메이스.
기타능력 : 다리 없이 공중 부양. 돈 먹는 하마.
변형형태 : 거대한 전투 망치의 형태. 메카노이드 상태에서는 굉장히 이동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망치로 변형해서 이동할 수도 있다. 망치로 변형한 상태에서도 무장 사용 가능.
제어유니트 : 돈.
설명 : 데빌 세븐 시리즈의 메카노이드 중 세번째.
1억 듀카토에 1분으로 하는 독특한 시간 제한. 구 지구 제국 시절, 유수의 용병 회사가 무기를 대여하는 식으로 개발한 기체인지라, 시간이 다 되면 화기 제어 시스템 이 동결된다. 이번편에선 15억 듀카토를 재물로 15분을 싸웠다. -> 인공위성에서 각 시대의 화폐 단위를 자동 수집하기 때문에 현재는 듀카토라는 단위.

워낙에 무거운 녀석이라 부르면 30분 정도는 기다려야 온다. 인공위성 격납고는 거의 군사 요새 수준이라 볼 정도로 거대하다.




오늘은 여기까지~~ 시험 공부를 제치고 써버렸음;; 시간 오래걸리데요.. 간만에 썼더니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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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Machine Father [4] 갈가마스터 2006.04.09 1374
68 Machine Father [2] 또또님 2006.04.07 1426
67 Machine Father [3] 다르칸 2006.04.01 1793
66 Machine Father [2] 아란 2006.03.26 2463
65 Machine Father [3] 갈가마스터 2006.03.18 1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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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Machine Father [2] 갈가마스터 2006.03.11 1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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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Machine Father [2] 아란 2006.03.03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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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So give me my sword [5] 아란 2005.12.31 276
54 So give me my sword [5] 협객 2005.12.29 94
53 Angel Feather [6] 아란 2005.12.22 168
» So give me my sword [3] 갈가마스터 2005.12.08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