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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퓨전 「DESTINY」 運命의 系統樹

2005.12.23 07:58

다르칸 조회 수:70 추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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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가 나는 검은 머리카락은 분명 찰랑거리겠지만, 지금 이 순간 만큼은 흙과 먼지로 범벅이 되어 볼썽사납게 보였다. 그런 머리가 둘씩이나 모래와 흙이 뒤섞인 평평한 고성 끝자락에서 싸운다는 것은 둘이 깨나 사이나 나빳을 때만 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중 키가 조금 더 작은 이가 주먹을 멋지게 내질렀지만, 안타깝게 얼굴에 적중시키지는 못했고 도리어 상대가 팔꿈치로 턱을 후려쳤다.

"아악!"

"이익!"

비슷한 목소리와 비슷한 외모와 비슷한 행동패턴은 마치 형제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서로를 바라보는 적의에 찬 시선은 주위에 시선을 전혀 곱게 바라보지 않게 만들고 있었다. 또한 나뒹구는 소년들 중 한 명이 대륙 실세라는 마왕이었다면, 사람들은 우선 그가 정말 마왕인지 확인을 하려고 들었다. 물론 함께 나뒹구는 소년 역시 대륙을 대혼란으로 빠트린 저스티스의 12 간부 중 한명이니 세인들이 상상하던 멋들어지고 고급스런 싸움과는 거리가 먼 초호화 뒷골목 싸움이었다.
유리는 턱에 고통에 인상을 찌푸리면서 발로 유신의 가슴팍을 밀었다. 밑에 깔려있던 탓에 답답했던 가슴이 조금 개운해지자 마자 서로의 안위보다는 일단 한대라도 더 치겠다는 의욕으로 다시 달려들어 유신의 목을 졸랐다. 꾀나 비싸보이는 옷은 이미 먼지와 흙으로 누더기처럼 변했고 팔꿈치에는 돌에 찍혔는지 오돌토돌한 모래에 긁혔는지 여기저기 핏자국이 흐릿하게 남아있었다.

"!"

퍽, 유쾌하지만은 않은 타격소리는 먼지구름 속에서 누가 누구에게 내질렀고 누가 맞았는지 알 수 없게 했다. 그러나 둘 모두가 저 끝 돌무더기에 박혀있는 검은색 마검과 흰색 마검에 눈이 가 있는 것 만큼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유신이 먼저 발꿈치로 유리의 허벅지를 내리차고 발을 굴렀다. 그 나이대의 소년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뛰는 유신의 뒤로 어느 새 나자빠졌던 유리가 따라붙어 바지가랑이를 잡아당겼다.
주욱, 바지의 끝자락이 찢어지고 아무리 날고 기는 유신이라고 해도 반발력은 이길 수 없는지 그대로 몸이 뒤로 튕겨져나갔다. 그 틈을 노려 유리가 몸을 내던져 검은 마검으로 손을 뻗쳤고 이에 질세라 유신의 몸이 허공으로 높이 떠올랐다.

"악!"

미처 반격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유리의 입에서 비명이 터졌다. 검은 마검을 잡고 휘둘렀던 유리는 흰 마검의 날에 막혀 팔이 크게 돌아갔고 유신 역시 묵직한 회전력에 밀려 몸이 뒤로 쏠렸다.

"이 멍청이 !"

"병 신 !"








「DESTINY」
運命의 系統樹
第 18 夜. 18.









두 소년이 나뒹굴고 벽이나 돌 모서리에 박아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을 때 까지 걸린 시간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마검은 이미 반쯤 땅에 박혀서 나올 생각도 하지 않았고 유신은 아슬아슬하게 성 끝에 유리는 그보다 안 쪽에 누워있었다. 눈에는 시퍼렇게 멍이 들어있었고 입술은 터져서 피가 멈추질 않았다. 어깨나 허리 등에는 검상도 미약하지만 있어서 핏자국이 선명했고 온 몸에는 먼지와 흙이 범벅이 되어 있어서 얼마나 치열하고 멍청하게 싸웠는지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하, 하하하하"

"뭘 쪼개 새끼야 후훗"

"쪼개다니? 18"

"뭐? 씨팔? 그래 씨팔이다 하하하하"

순둥이라 멍청하게 까지 보이던 유리의 입에서 상욕이 튀어나온 것을 대신들이 알면 두 번은 기절했을 만한 거침없는 욕에 유신은 조금 놀랐다는 듯이 장단 맞추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염병, 지랄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왠만해선 하지도 않을 만큼 욕의 수위가 높아졌을 때 둘의 상체가 벌떡 솟아올랐다.

"이런, 씨팔 왜 자꾸 욕질이야 ?"

"너는 개자식아!"

다리가 풀린 모양이었지만, 둘은 힘겹게 일어나서 또 다시 서로에게 주먹을 내뻗었다. 그러나 유신의 자리는 아슬아슬한 벼랑과도 같은 곳이었으므로 그의 다리가 휘청하는 순간 몸이 아득한 나락으로 떨어져 내릴 뻔 했다. 그러나 간만의 차이로 유리의 더러운 손이 유신의 팔목을 잡았고 덕분에 둘 모두 턱을 돌에 박았다. 지독한 고통에 오만상을 찌푸리면서도 유리는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손을 놓는다면 저스티스의 간부  특히나 4천왕 중 한 명이 죽겠지만, 그는 손을 놓지 않았다.

"왜 안 놔 ?"

"..."

"나는 귄터를 죽였어"

유리는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고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어깨가 저리는 모양인지 팔이 부들부들 떨렸지만, 손은 굳게 잡혀져 있었다. 잠시 하늘을 올려다 보던 유신이 고개를 푹 숙였다.

"귄터는 아버지 같았는데, 아버지도 귄터도 내 고향도 모두 없앴어"

"..."

작게 유리가 뭐라고 속삭이는 것 같았지만, 유신은 그것을 듣지 못했다. 고개를 숙인 두 소년은 손을 맞잡고 잠시동안 침묵을 지켰다. 그것은 7번째 날(일요일, 성경에서 하느님이 세계를 만들고 하루를 쉬었다는 날)의 고요하고 평온한 침묵처럼 오랫동안 지속되지는 못했지만, 그 포근함은 비할바가 되었다.

"나는 !! 니 가족들과 친구들과 모든 것을 앗아갔다고!!!"

유신의 들어올린 얼굴에서는 눈물이 왈칵 쏟아지고 있었다. 콧물까지 흘려 볼썽사나웠지만, 유리는 고개를 숙이고 있어 볼 수도 없었다.

"아냐, 아니라고 ! 아직 친구들도..가족들도 남아있어!"

유리가 외쳤다. 아마 아까 옹얼거렸던 말인 것 같았지만, 그가 아까 했었던 말을 들을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그 아차하는 순간 유신의 손이 스르륵 미끌어졌다. 너무 혀에 힘을 준 모양인지 그 때에 유리의 손목에도 더 이상 힘이 실리질 않았다.

"죽지 마 !!!"

숙였던 고개를 든 유리의 얼굴도 유신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콧물과 눈물이 범벅이 되어 입으로도 흘러들어갔고 흙과 먼지가 뒤섞여 거무튀튀했다. 유리의 시선은 사라져버린 유신의 팔목이 있던 자리, 바람만 시원하게 느껴지는 자신의 팔에 향해 있었다.

'아이들아, 수고했다.'

머릿속에 강하게 울리는 목소리와 함께 환한 빛이 쌍흑의 소년을 감아올렸다. 기절을 하진 않은 것 같았는데, 힘이 없는지 손가락도 까딱하지 않았다. 그러나 눈은 시퍼렇게 뜨여있었다.

"누구죠?"

"진왕"

유리의 물음에 유신이 대답했다. 그러나 그 목소리도 그것을 부정하지는 않았고 유리는 진왕의 묘가 파헤쳐진 뒤 진왕의 유골과 혼이 어디로 향했는지 즉각 이해가 되었다.

'두 마리의 검은 새는 하늘을 날아올라 태양을 세상에 뿌리리라, 개 중 검은 그늘의 새는 안식과 조화고 검은 그림자의 새는 사랑과 우애였니라, 내가 예언한 것이 아닌 이 세계에 파멸주들로부터 전해져내려온 전설과 예언이다'

진왕의 목소리가 성 위에 싸늘하게 울려퍼졌다. 설사 들리는 것은 둘이라고 해도 말하는 것은 진왕 혼자가 아닌 것만 같았다. 유리와 유신 역시 이 웅장한 소리에 조용히 경청을 했다.

'나는 너희들이 그 새인 것 같았다. 그리고 지금 그 예언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구나. 그들이 말했던 운명의 계통수를 지닌 마왕 유리야, 나의 힘을 받아들인 마공자 유신, 힘을 합해다오 마족들이 평안을 위할 수 있도록 해다오...'

그것을 끝으로 진왕의 목소리도 유신이나 유리의 웃음도 싸움도 들리지거나 보이지 않았다.







*





시네프스 왕국, 이 강력한 해상국가는 지난 수십년간 그 전통과 명백을 이어왔다. 대륙 전체를 공포에 떨게 했던 검은 해적단의 롬파브드를 정벌한 것도 이들 해군특수여단 '아르마다'였으며, 수십년도 전에 부활했다던 마왕 피페오레의 군대를 해상에서 제압한 것도 이들이었다. 이들은 해적들을 존중하고 상선을 보호했으며, 명예를 중시하고 전통을 드높였다. 꾀나 보수적이라고 생각하는 북부인들도 있지만, 실상 이들은 개방적이어서 언제나 반 전통적인 것들을 수용할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프리벤터의 많은 인원들을 다루는 데에도 이들의 자유적인 사상은 많은 도움이 되었다.

"굉장하구만"

땅딸막한 글릭세르는 꾀나 큰 체구의 아르마다 단원들의 모습을 보며 감탄을 흘렸다. 헬싱이나 악즉참 조차도 이런 군기를 발휘하기 힘들뿐더러 모든 전투선에 설치된 함포는 대륙 중심부에서도 구경하기 힘든 최신 후장식이었다. 더군다나 선미에 몇몇 대포에는 마법장치도 있어 유도기능까지 있다는 설명을 들은 이후로 그는 이곳에서 떠날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바닷가에 위치한 무역도시 쉴레이드에는 대상인들을 위한 고급 호텔이 많이 있었다. 프리벤터 모두가 쉴 만큼 큰 호텔에서 나라의 호위 아래 피로를 푼 전원은 아주 기쁜 마음으로 서로의 일을 하기 시작했다.

"아버지"

"왜 그러나"

"저 ~ 엘이랑 놀러가도 되요?"

"나쁘지 않지"

"헤헷, 감사합니다아 !"

귀여운 딸의 표정에 입가에 미소를 지은 카나드는 즐거운 상상에 빠져들었다. 자신 조차 정체를 모르는 쟈칼이라는 것들은 피를 매개로 하여 그 주인의 힘을 무한대로 강하게 만들어주었다. 그 뿐만 아니라 예전부터 큰 문제거리였던 정신분열 역시 해결되었다. 그 덕에 베리도트에게서 승리를 따낼 수 있었던 것이다. 아주 먼 옛날 진왕과 의형제까지 맺어 큰 땅을 보상받았다는 자신의 선조가 세운 공국을 시작으로 대륙을 불바다로 만들고 진마국을 폐허로 만들었던 대공 카나드에게는 그때의 혈전보다 지금의 아늑함이 마음에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평화에 대한 본능 때문이었다.
쾅 !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는 사이에 호텔의 꼭대기에서 폭발음이 들리고 도시가 한 순간에 혼란에 빠졌다.

"무슨 일이냐"

커니션이 문을 박차고 들어오자, 카나드가 재빠르게 먼저 질문을 걸었다. 커니션은 당황한 모양인지 카나드의 면전에 코를 부딪힐 만큼 가까이 다가와서야 몸을 멈췄다.

"블라디미르 카미코프가 선전을 하듯이 하늘에서 떨어졌다구요 ! 그리고 베리도트가 되살아났습니다!"

"뭐?"




*




공포스러운 모습이었다. 싸움은 치열하다거나 절망적이라는 수식어보다는 공포스럽다는 수식어가 더 잘 어울릴만한 종류의 것이었다. 주변에서는 끝 없이 피가 몰려들어 카나드의 힘이 되었고 베리도트는 윤기나는 곱슬머리를 흔들면서 새하얀 송곳니를 드러내면서 웃고 있었다. 환한 빛이 내리친 순간 카나드의 온 몸에서 맥 없이 힘이 빠져나가는 것 같아 몸을 피하자 그 뒤로 베리도트의 날카로운 손톱이 따라붙었다. 한 번 몸이 베여 산산히 조각난 뒤에 검붉은 핏덩이가 되어 새로운 몸을 재생시킨 카나드는 어두웠지만 분명히 흥미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죽지 않아"

"과연?"

"아하하핫, 괴물이라는 거다"

캬악!! 쟈칼, 늑대의 형상을 한 검은 것이 튀여나갔다. 그 겉에는 수백개의 선홍색 눈이 괴상하게 붙어있었고 땅과 닿는 부분에는 지네처럼 보이는 벌레들이 끝 없이 생겨났다. 핏덩이로 만들어진 검붉은 박쥐들이 요동을 치며 날아다녔고 지옥같은 모습을 한 카나드는 괴상한 자신의 모습에 희열을 느꼈다. 그 어떤 때보다 힘이 넘쳤다. 죽는다는 공포가 이미 사라졌다.

"너는 지옥을 보았나, 베리도트?"

"그래, 수십 번도 더 보았지"

"그럼 이해하겠군. 지옥신의 면상을"

"개같았어"

"동감이다, 개새끼"

"너야말로 개새끼잖나"

죽음을 경험한 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강신술사나 몇몇 마법사들이 지껄이는 말도 안되는 3류 소설이 아닌, 혐오라는 한마디로만 일축이 되는 지옥의 모습을 경험한 자들은 더더욱 죽음을 두려워하게 된다. 그러나 그러한 두려움 탓에 제대로 된 일생을 살기가 어려워진다. 많은 이들이 죽음을 한 번 경험하면 미쳐 구울처럼 이성이 사라져 본능과 식욕만 남지만, 그러지 않은 자들이 있었다. 사람들은 그러한 자들을 뱀파이어나 악마라고 저주하며 두려워했지만, 막상 자신들은 그런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죽음에 대한 지독한 혐오감으로 자신을 추스리기도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나드는 그 때에 이미 죽음이란 혐오감에서 벗어났다. 오히려 그 고통이 아늑했고 혐오는 친근함이 되었다. 늘상 보던 것에 대한 적응력은 때론 사람을 변화시키기도 했다.

"크아악!"

늑대 형상을 한 쟈칼의 주둥이가 베리도트의 등짝을 물어뜯었다. 그런데 그런 것이 한 두마리가 아닌 수백마리에 이어지자, 베리도트는 몸을 재생시킬 겨를 조차 없었다. 그 뿐만 아니라 땅으로 퍼졌던 지네와 같은 벌레들은 베리도트의 하체를 좀 먹고 박쥐들은 끝 없이 피를 모아와 쟈칼과 지네들의 수를 늘려갔다. 일방적인 괴롭힘이나 학살도 이보다는 더 공포스럽고 참혹할 것이다.

"어떤가, 고통스럽지?"

"크허억!"

"왜 그러나? 네가 나에게 준 고통은 이정도가 아니었을텐데"

"끄악!"

비명소리가 높아지고 카나드의 조소와 웃음소리도 점점 커졌다. 그렇게 한참동안 생존을 위해 발버둥치던 지고하고 막강했던 뱀파이어가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






*




잠깐 즐거운 회상을 마친 카나드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래, 아직 그놈을 죽여버리기엔 증오가 너무나 많이 남아있었다는 생각이 떠오른 카나드는 진심으로 기뻤다. 아직 죽여버리고 괴롭히고 찢어버릴 상대가 남아있다는 사실이 즐거웠고 그로써 허무했던 삶의 활기가 되찾아진다는 것을 반겼다.

"가자, 죽고 싶다면 백만번이라도 더 죽여주마"

"..저기, 아카네는?"

"냅둬, 알아서 올라오겠지. 아니 차라리 조금 더 놀라고 해두지"

어느 새 붉은 코트가 아닌 검붉은 망토와 시대가 지난 풀플레이트 아머를 걸친 검은 곱슬머리와 선홍색 눈을 지닌 카나드 대공이 호텔방을 나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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