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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퓨전 Flame Blaze

2006.01.11 04:13

아란 조회 수:136 추천:6

extra_vars1 <font color=red size=5 face=궁서체>불꽃의 춤</font> 
extra_vars2 Fire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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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앞바다에서 주일미군과 러시아 해군이 해전을 벌였습니다. 그에 따라 우리 정부는 서로간의 이해관계를 설립시키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으며, 중립국으로써 피해가 오는 것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발표했습니다. 동해에서 벌어진 해전은 지난 10일 21시 31분부터 다음 날 6시 20분까지 벌어졌으나, 그 결과는 아직 확인된 바가 없습니다. 현장으로 엄기영 앵커….]

라디오에서는 전쟁에 대한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뭐, 라디오든 TV든 어디든 매일매일 지겹지도 않게 나오는 전쟁에 대한 뉴스.
아참, 나는 은태. 주은태(朱誾泰)다.
올해 14세에 유정 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다.

“자, 여기 은태가 좋아하는 야채 토스트야.”

그리고 진홍빛의 금방이라도 타오를 것 같은 단발의 머리카락과 같은 색의 눈동자를 가진 여기 상냥하게 보이는 이 여자는, 나의 누나인 주희(朱爔).
올해 16세에 진성 여자 고등학교 1학년에 입학하여 재학 중이다.

참고로, 금방이라도 불타오를 것 같은 누나의 진홍빛의 단발 머리카락은 절대 염색한 것이 아니다. 날 때부터 선천적으로 붉은 머리카락이랄까?
덕분에 입학 초에는 앞뒤 꽉 막힌 학생부 선생에게 이런 저런 수난을 당했지만서도…

[네, 엄기영입니다! 이곳은 아직 해전의 흔적들이 상당수 남아있습니다. 최강의 방어를 자랑한다는 이지스 함이 무참하게 박살 나 바다 위를 떠다니는 것으로 보아 주일미군은 이것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는 것이 군사 전문가들의 정설입니다……(생략)]

어째 기자란 사람은 엄청난 사실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다.
간이 얼마나 나온 것일까? 내심 궁금해졌다.

“누나. 어쩐지 엄청나게 치고 박은 것 같애.”

“괜찮아. 은태야. 여긴 동해에서 먼, 경기도니까 걱정할 것 없어.”

누나는 나와는 성격부터 다르다.
자상하고 명랑하고, 잘 웃고, 잘 울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누나는 못하는 것이 없는 팔방미인이다.
(아르바이트면, 아르바이트. 요리면, 요리. 청소면, 청소 등등.)

“그도 그렇네.”

부모님은 내가 9살 때 돌아가셨다고 한다.
어떤 화제 사건이라고 하는데, 자세한 기억은 나지 않는다.
하여간 돌아가신 부모님이 남겨준 유산이 어느 정도 있었기 때문에, 우리들 남매는 특별히 금전적인 것에 허덕이지 않아도 살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누나는 만일의 일을 대비해야 한다며 독자적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부모님의 유산을 조금이라도 아끼려고 노력하였다.

“아참, 은태야, 약 먹어야지.”

“안 먹어도 괜찮을 것 같애.”

“그래도, 약은 꼬박꼬박 먹어야지.”

“약 한 번 안 먹는다고,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잖아!”

나도 모르게 큰 소리를 내고 말았다.
아, 실수 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왜지?
병으로 몸이 망가져가더니, 머리까지 망가지기 시작하나?

“그런 소리 하지 마!”

“누나…”

“아직, 불치병이라고 판정하진 않았잖아!”

내 몸은, 선천적으로 병을 가지고 태어났다.
분명 9살 이전에는 신나게 뛰어놀았던 기억이 있을 듯 없을 듯한데, 하여간 그 병은 9살 때, 그러니까 부모님이 어떤 화제 사건으로 돌아가신 뒤 발작을 일으켜서 알게 되었다.
그 뒤 많은 병원을 전전하며 알 수 있었던 것은 병명을 알 수 없다는 것과, 단지 병을 늦추기만 할 수 있다는 것 뿐.

“불치병이라고 말하진 않았지만, 치료할 수 있다고 하진 않았어. 누나.”

“그러니까!!”

누나의 양 뺨에 물방울이 한 줄기 흘러내렸다.
확실히, 누나는 잘 웃으면서도, 잘 울고 그런다.
다 나 때문이지만…. 그래서 늘 누나에겐 미안했다.

“미안… 누나. 그래도 나 때문에 누나만…”

“괜찮아. 누나는 아무렇지도 않아. 그러니까 그런 소리 하지 마.”

그렇게 말하면서, 누나는 나를 뒤에서 안아주었다.
포근한 누나의 품.
왠지 돌아가신 엄마의 기억이 날듯 말듯 하는 것 같다.


∮ Flame Blaze ∮


“여기서부터는 따로 가야하네. 은태야.”

“내 걱정은 마. 누나.”

“그래도…”

“괜찮아. 누나. 그럼 나 먼저 갈개.”

어쨌든 누나는 나와 다른 학교이기 때문에, 정문에서부터는 나 혼자 교실로 향해야 했다.

“조금이라도 아프면 조퇴하고… 집에 가서 쉬어. 알았지? 은태야?”

등 뒤에서 누나의 걱정 어린 당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늘 듣는 거지만 왠지 어린애 취급 받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찌되었든 지금 난 유정 중학교 건물 내로 들어간다.
당연히 실내화로 갈아 신고 언제나 그랬듯이 계단을 걸어올라 가며 내가 소속되어 있는 2학년 4반을 찾아간다.

“저기….”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알고 있는 목소리가 아니다. 그럼 누구지?
그런 연유로 일단 몸을 돌려서 목소리의 주인을 보았다.

“아….”

눈처럼 하얀, 아니 정확히는 은색의 가까운 머리카락은 가슴까지 올 정도의 길이였고, 푸른색 리본으로 양 갈래를 묶은 것이, 내가 아는 용어 중, 트윈 테일 헤어라고나 할까?
눈동자는 마치 깊은 심해의 푸르름이 그대로 느껴지는 그런 깊은 푸른색의 눈동자였다.

“평범하네.”

청명한 목소리… 에 반할 뻔했지만, ‘평범하네.’라니.
상대를 불러 세워놓고, 갑자기 던지는 말치고는 뭔가 기분이 조금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하여간 뭔가 그런 기분이 들었다.

저벅저벅.

내가 잠시 할 말을 찾고 있는 사이도 주지 않은 채, 발걸음을 놀려 금새 나를 스쳐지나간다. 그대로 꽤 멀리 앞서 나갔을 무렵에야 나는 조용히 안 들리게 한 마디 내뱉었다.

“뭐야, 저 애…”


∮ Flame Blaze ∮


“오늘부터 같은 반에서 너희들과 공부할 학생이다.”

남석우 선생님.
2학년 4반의 담임이자, 과학이 주특기인 일명 앞뒤 꽉 막힌 구시대 교사의 표본.
어쨌든 우리 반 담임 설명은 됐고, 오늘은 전학생이 왔다고 저러는데, 아아 왠지 전학생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반 전체가 그리 생각할 것이다.

“내 이름은 캐서린 브라이트….”

참, 붙임성 없이 삭막한 첫 인사라고 다들 느낄…, 아, 아니!!

“우아아아아!!”

“귀엽다!”

귀엽기는 뭐가 귀엽다고. 저 애는, 그때 복도에서,
사람 불러 세워놓고, ‘평범하네.’라는 말만 내뱉은 그 이상한 은발 트윈 테일 여자애잖아!

“조용!!”

남석우 선생의 우레와 같은 고함 한 번에 다른 학생들은 곧 진정하였다.
하지만 말이지 어디가 귀엽다고 그리 날뛰는 지 난 다른 친구들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 그럼 캐서린은…”

“난 저기.”

뭐?
남우석 같은 꽉 막힌 구시대 선생에게 ‘난 저기.’ 라니….
보통 간이 부은 것이 아니라고 생각이…

“거기 너!! 당장 가방 싸고 아무데나 빈 책상으로 가 앉아!!”

“네!? 저, 말인가요?”

“그래 너!!”

알 수가 없었다.
저 선생이, 간이 부었다 못해 실종된 캐서린이라는 이상한 외국 여자애의 반말에 아주 간단하게 받아들이다니.
나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반 전체가 그렇게 생각할 것이… 가만 방금 내 짝인 김태우가 일어나 딴 자리에 앉으러 갔지? 그렇다는 말은?

“안녕?”

당당하게 김태우를 쫓아내고, 김태우가 앉았던 자리를 차지해 앉으며 내게 인사를 건네는 건 당연히 ‘캐서린 브라이트’라는 여학생이었다.

“역시 주은태라는 사람은 평범해.”

평범해.
또 그 소리다… 아니, 난 내 이름을 한 번도 가르쳐 준 적이 없는 데 어떻게 아는 거야!!

“이거.”

캐서린이 톡 내 가슴의 어느 한쪽을 콕 손가락으로 찌른다.
그랬다. 이름을 아는 것 따윈, 굳이 알려줄 필요가 없었던 것이었다.
이름표. 그래 이름표….

“자자 조용!! 오늘…”

남우석 담임의 주특기인, 민족이 어쩌고, 정신이 어쩌고로 시작하는… 도대체 왜 과학이 전공인지 의문인 장황한 연설이 시작되려고 하였다.
하지만 난 왠지, 그 장황한 연설보다도 캐서린 브라이트라는 애가 더 싫어질 것 같다.
어떤 수단을 썼는지 모르지만, 저 남우석 선생에게 반말이라니….
하여간 지금 보니, 목에 은색의 목걸이를 차고 있는 것 같았다.


∮ Flame Blaze ∮


오늘 하루, 학교생활을 어떻게 보냈는지 그저 머릿속이 백지였다.

“집이 이 근처?”

어떻게 학교생활을 보냈는지 잘 모르겠지만 일단 기억나는 건 12시 10분쯤에 이놈의 약해빠진 몸이 오버해서 결국 조퇴한 것 정도.

“으응.”

내가 아파서 조퇴한 것까진 심심하면 있는 일이니까 상관없지만, 어째서 캐서린까지 말도 안 돼는 변명을 대며 조퇴한다고 하는 것은 도대체 왜? 그리고 그것을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 납득하는 수학 선생과 반 친구들은 도대체….


∮ Flame Blaze ∮


「목표 포착. 방해 요소 탐색 실시.」

「목표 주변 생명체 마력 평균치 및 속성치 판정 결과와 등록된 데이터 비교.」

「그림자의 린(麟)의 마도사로 판정. 랭크는 측정 불능.」

「린의 마도사 상대 전략 중, @(알파) 14번 전략 우선 사용. 린의 마도사 최우선 제거(Delete) 모드로 전환.」


∮ Flame Blaze ∮


갑자기 뭔가 기분 나쁜 냄새가 거리에 흘려지는 것 같았다.

“꽉 잡아.”

캐서린이 갑자기 두서없이 꼭 잡으라고 말한다.

“뭐?”

그러나 캐서린이 그렇게 말한다고 해도, 갑자기 나더러 어쩌라는 거…

“자, 잠깐!!”

내 대답 따위는 기다리지도 않고, 캐서린은 자신이 한 말과는 반대로 나를 힘껏 왼쪽 옆구리에 끼며, 냅다 지면을 발로 차며 뛰어올랐다.

위이이잉.

가느다란 그러나 선명한 녹색의 빛이 방금 내가(정확히는 캐서린) 있던 자리를 바닥의 아스팔트를 가르며 지나갔다.

“디바이스(Device) 셋 업(Set up).”

캐서린이 그렇게 말하자, 캐서린이 목에 차고 있던 은색의 목걸이가 빛을 내더니, 순간 번쩍이며 나의 시야를 흐리게 하였다.

“마력 고갈 가스로군. 하지만 아쉽게도….”

마력 고갈 가스?
도대체 캐서린이 무슨 말을 하는 거지?
그것보다도 캐서린의 오른손에는 언재부터 들려있었던 걸까? 저 은색의 지팡이는?
대충 은색의 지팡이를 내가 본대로 설명하자면 지팡이는 전체적으로 은색을 띄고 있었다.
그리고 지팡이의 머리 부분은 십자가 형태를 하고 있었는데, 십자가의 중심에는 캐서린의 눈동자 색과 같은 푸른 보석이 박혀 있었다.

“프로즌 쇼크 시프트. 전개!”

캐서린이 뭔가 주문 비스무리한 말을 하자, 지팡이의 박힌 푸른 보석이 순간 빛을 내며 푸르른 빛의 파장이 순간 확 주변으로 흩어져나갔다.

화아아아, 화아아아.

갑자기 저편에서 날아오는 정체불명의 미사일이 두 개 있었다.
그 미사일은 당연하다는 듯 나와 캐서린을 향해 날아왔… 가, 가만! 지금 우리들 떠 있는 거야? 그런 건가? 그런데 어째서 떠 있는 거지?

“프로즌 볼트. Shot!”

캐서린이 뭐라고 중얼거리자 은색의 지팡이 주변에 푸른색 구체들이 여섯, 아니 아홉 개 가량이 생성되더니 미사일을 향해 발사되었다.

펑, 펑.

순식간에 날아오던 미사일 두 개를 격추시켜버리고, 남은 일곱 개의 푸른색 구체들은 어딘가를 향해 날아가 박혔다.

펑, 펑, 펑.

연속적으로 시장가 근처를 강타한 푸른색의 구체.

“자, 잠깐! 캐서린, 저곳엔!!”

눈길을 돌려선 안 되었다.
캐서린이 발사한 푸른색의 구체 3개가 명중된 시장가 부근은 얼어붙어 깨진 수많은 사람들의…

위잉. 끼기긱.

철커덕, 휙.

뭐지?
갑자기 시장가 근처에 갑자기 없었던 기계 같은 것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것은 그러니까 내가 아는 지식으로 대충 설명하자면, 스타크래프트라는 고전 게임에서 고스트가 클로킹 푸는 순간이라고 해야 하나? 하여간 그렇게 보였다.

「치직, 치직. 인비저블 시스템 수복 할 때까지 앞으로 30초.」

「치지직, 치직. 린의 마도사 랭크 최소 B+이상으로 추측됨. 그에 대한 사용 전략, 치지직.」

「현 전투지역을 이탈. 치지직, 치지직. 이탈을 최우선. 데이터 본부 최우선 전송. 지원 요청 최우…」

그 기계, 그러니까 그 로봇은 뼈다귀같이 호리호리한 외형에 목이 길고 두개골같이 생긴 머리를 가지고 있었고 머리 한 가운데에는 달린 붉은색의 램프가 반짝반짝 거리고 있었다.

펑, 펑, 펑, 펑.

하지만, 캐서린은 봐줄 것도 없이 나머지 4개의 푸른색의 구체를 로봇에게 날렸고, 로봇은 결국, 쿵 소리를 내며 뒤로 쓰러지면서, 시장가를 그야말로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콰쾅.

로봇은 그것도 모자라, 폭발하며 시장가를 불바다로 만들었다.

“도, 도대체 그건….”

“엔젤의 최하급 전투병. 그림자의 린의 마도사인 나에게 그리 어려운 상대는 아니야.”

엔젤의 최하급 전투병?
그림자의 린의 마도사?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은태는 여기 잠시 있어.”

캐서린은 나를 어느 빌라의 옥상에 내려놓은 뒤, 캐서린 자신도 내 앞에 마주 섰다.

“아직 각성하진 않았구나.”

“그게 무슨…”

각성하지 않았다니?
난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어차피 넌 각성하게 될 테지만, 그 전에 엔젤과 그림자의 린(麟)에 대해 필요한 설명을 해주도록…”

“은태야!”

누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그것보다 지금 캐서린의 모습을 누나가 보면 어떻게 변명해야 하지?

“은태야! 조퇴했다고…!!”

누나가 어떻게 내가 있는 곳을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누나의 진홍색의 눈동자가 놀란 빛을 역력히 내비치며 그 자리에 멈췄다.

“조심해! 내 뒤에 숨어!”

캐서린이 갑자기 내 앞에 서며 소리친다.

“무, 무슨 소리야! 캐서린!”

“저 여자는… 왕을 죽이고 다니는 파괴자. 그것도 플레임 블레이즈(Flame Blaze)라는 위험한 존재야!”

“그런 소리 하지 마!! 누나는 살인자가 아니야!!!”

왕을 죽이고 다닌다니?
그런 말도 안 돼는 소리를 하면 내가 믿을 줄 알아!!
누나는, 누나는, 누나는…

“미안, 캐서린!”

난 순간적으로 캐서린을 밀치고, 그대로 누나에게 달려 나갔다.

“나야말로 미안. 쉴드 바인드.”

캐서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갑자기 난 내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되어버렸다.
손목과 발목에 푸른색의 밧줄이 감기며 그대로 내 행동을 구속함과 동시에 원 형태의 막이 나를 감싸며 푸른빛을 내었다.

“은태는 놓아 줘. 린의 마도사여.”

“설마하니, 세계를 파괴하기만 할 뿐인 당신이 누군가를 지킨다는 것인가요?”

캐서린이 그렇게 말하며, 내 옆에 섰다.

“해제.”

캐서린의 말이 끝나자마자 내 몸의 자유를 빼앗던 구속이 풀린다.
그리고 푸른빛의 원형 막도 물론 사라지고 말이다.

“경고하는데 지금 당장 사라진다면, 뒤쫓지는 않겠어.”

“플레임 블레이즈와의 싸움을 피해야 한다는 것은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많이 들어왔어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나는 당신과 싸우지 않으면 안 됩니다. 원래대로라면 왕을 모시고 즉각 돌아가야 하지만… 나의 마도사로서의 꿈을 시험해보기 위해서라도 싸우지 않을 수가 없겠죠. 배리어 로브 셋 업.”

캐서린이 입고 있던 유정 중학교의 교복이 푸른빛으로 빛나며 그녀의 몸을 휘감아 빛이 사라졌을 땐, 푸른색의 망토를 걸친 백색의 의상으로 바뀌었다.

“그런가? 그렇다면 그 꿈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 목숨으로 증명해야겠지.”

말려야 해. 말려야 하는데, 그런데 왜 몸이 말을 듣지 않을까?
이대로 두면, 캐서린과 누나는…

“프로즌 버스터, Shot!”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하기도 전에 캐서린는 무언가 주문을 말하였고, 캐서린의 손에 들린 은색의 지팡이의 끝에는 푸른색의 빛들이 뭉쳐지더니 누나를 향해 쏘아졌다.

“파이어 링(Fire Ring).”

누나가 뭐라고 말을 내뱉자, 누나의 손목과 발목에 말 그대로 불꽃으로 이루어진 링이 감싸며 회전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대로 누나는 새털처럼 가볍게 공중으로 번쩍 날아올랐다.

퍼엉. 파사삭.

누나가 있던 곳을 푸른색의 빛들이 강타하고, 아스팔트는 간단히 파이며 얼어붙었다.

“프로즌 스피어 스트라이크 시프트. Shot!”

캐서린의 지팡이 끝에서는 10여개가 넘는 얼음으로 만들어진 창들이 형성되더니, 이내 공중으로 날아오른 누나를 향해 무차별 발사되었다.
누나는 날아오는 얼음의 창들을 가볍게 피해내거나, 어느새 불꽃에 휘감긴 손으로 쳐내면서 어느새 캐서린을 향해 돌격해왔다.

덜컥.

누나가 어느 정도 캐서린에게 접근했을 때, 갑자기 푸른색의 쇠사슬이 튀어나왔다.

촤라락.

그대로 쇠사슬은 누나를 꼼짝 달싹 못하게 공중에서 붙잡아 고정한다.

“바인드인가?”

“일종의 보험이죠.”

캐서린은 그렇게 말하면서 계속 내가 못 알아들을 말들을 중얼 거렸고, 그에 따라 캐서린 주위에는 얼음으로 만들어진 창과 검들이 기하급수적으로 그 숫자가 늘어만 갔다.
어림잡아보아도 100개는 넘어가버리는 그것들을 설마 누나를 향해!

“자…”

“프로즌 스피어 & 스워드 팔랑크스 시프트. Shot!!”

간신히 용기를 내어 캐서린을 멈추어보려고 했지만, 이미 캐서린의 말 한 마디에, 대략 100~200개에 가까운 얼음의 창과 검들은 일제히 쇠사슬에 포박당해 있는 누나를 향해 날아간다.

퍼퍼퍼퍼펑.

얼음의 창과 검들이 누나를 향해 날아가고, 그리고 폭발하며 때 아닌 눈 내리는 연출과 안개를 만들어 내었다.

“하아, 하아… 미완성이지만, 전력을 다한 팔랑크스 시프트… 쓰러뜨리지 못하더라도 치명적인 상처는 충분히…”

나는 그저 누나가 죽는 것을 지켜보기만 할 뿐인가?
어째서 이렇게 되어버린 거지?

화르르륵, 파아앙.

갑자기 얼음의 가루들과 안개들이 확 거두어지며, 순식간에 엄청난 불길이 사방에 퍼져나가며 불길에 휘어잡아나갔다.

“어떻게!!”

캐서린이 놀랄 틈도 없이, 단숨에 캐서린에게 날아오는 불꽃의 그림자.
캐서린은 당황하여 은색의 지팡이를 가로로 쥐며 막아내는 자세를 취했지만,

덥썩.

불꽃의 그림자는 지팡이를 내려치지 않고, 불길에 휩싸인 그 손으로 지팡이를 붙잡는다.

“팔랑크스(Phalanx)… 그것은 프로즌 리버 가문의 최종 마술진, 그렇군 너는 프로즌 리버 가문의 마도사로군.”

그 목소리는… 그랬다.
불꽃의 그림자는 당연히 누나.
누나는 분명히 살아 있었다.

콰장창.

누나는 너무나도 간단히 캐서린의 지팡이를 두 동강 내버린다.

“칫, 리커버….”

“디아볼릭 디스트로이(Diabolic Destroy).”

어느새 불꽃은 두 동강난 캐서린의 은색의 지팡이를 감싸며, 산산이 부셔버린다.
특히 십자가 모양의 지팡이의 머리에 박힌 푸른색의 보석은 금이 가며 산산이 부서져 불꽃 중에 흩뿌려진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캐서린의 눈동자가 작아진다.

“어머니께 받은 디바이스를!!”

캐서린이 처음으로 감정을 실어 소리친다.
그 지팡이가 상당히 소중한 것이었을까?

“이걸로… 디 엔드(the end).”

불꽃의 휩싸이는 누나의 오른손이 캐서린의 가슴에 닿았다.
그대로 엄청난 불꽃의 빛이 확, 사방에 퍼져나갔고, 나는 한계 이상의 밝은 빛에 의해 저절로 눈을 두 손으로 감싸버렸다.

콰콰쾅.

고막을 찢어버릴 것 같은 어마어마한 폭음이 뒤를 이었다.
그리고 빛의 밝기가 약해져가자, 나는 천천히 두 눈을 떠 보았다.

“너의 꿈은 그 정도인가? 프로즌 리버 가문의 마도사여?”

캐서린은 정말 눈뜨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처참한 몰골로 간신히 숨만 고르고 있을 뿐이었다.

“더 괴로울 것 없이 보내주지.”

누나는 그렇게 말하며 캐서린에게 한 발자국 다가갔다.

“누나!”

없는 용기, 있는 용기 다 끌어 모아 소리 내어 누나를 불렀다.
하지만 누나는 나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은태….”

하지만 내 이름은 불러주었다.

“도대체 왜 캐서린과 싸워야 되는 거야?”

“적이니까.”

누나는 대답해주면서도 캐서린에게 한 발자국 다가섰다.

“그만둬! 누나!!”

어디서 용기가 나게 되었는지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느새 난 누나의 팔을 붙잡고 있었다.

“은태야, 아까부터 지금까지 네가 보고 있던 모든 것은 꿈이야.”

“꿈이라니? 이렇게 생생한 꿈이 어디 있어!! 설명해…”

퍼억.

갑자기 목뒤에 순간 통증이 온다.
그리고 시야가 그대로 흐려진다.

“누… 나…”

“모든 건 꿈이야. 꿈에서 깨면, 언제나처럼…”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 Flame Blaze ∮


“… 태야… 은태야…”

으응, 누가 내 이름을 부르는 것 같지만, 하지만…

“아얏!”

누군가 내 볼을 있는 힘껏 꼬집어 올린다.
덕분에 잠기운이 확 날아가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야야야, 누나 좀 놔줘. 아파.”

“아, 미안. 자는 모습이 너무 귀엽길래 나도 모르게 그만.”

귀여워서가 아니라, 열심히 깨우는데 안 일어나니까 화가 난 것이겠지요.
라고 누나에게 말할 필요는 없을 테고, 어쨌든 누나는 여전히 아침마다 나를 깨워준다.

“아참, 그러고 보니 누나. 나 이상한 꿈을 꿨다.”

“어, 무슨 꿈을 꿨는데?”

내가 누나에게 꿈 이야기를 대충 해주었다.
뭐, 꿈치고는 왜 그렇게 생생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왠지 누나 표정이 범상치 않았다.
진지하다고 해야 하나? 뭐 내가 하는 이야기들은 거의 다 진지하게 들어주긴 했지만, 이번엔 약간 분위기가 더 진지했다?

꽁.

갑자기 날아온 건, 알밤.

“누, 누나! 왜 갑자기!!”

“개꿈이야. 당연히 누나가 무슨 만화에서 나올 것 같이 날아다닐 리가 없잖아.”

하긴, 누나가 꿈속에서처럼 불꽃의 링을 손목과 발목에 걸고 날아다닐 것 같지는 않지만,

“그럼, 은태야 옷 갈아입고 내려와. 아침 식사 준비 해둘 테니까.”

누나는 웃으며 내 방에서 나갔고, 나는 일단 창가 쪽으로 향했다.
그저 바람만 쐴 요량이었지만, 창문 밖으로 나는 순간 보았다.

“아!!”

붕대를 곳곳에 감고 있었지만, 분명 그 눈동자는 캐서린인 것 같았다.
하지만 캐서린은 나와 눈이 마주치기 무섭게 사라져버렸다.

“역시 꿈이 아니야….”

단 한순간 시선이 마주친 거였지만, 캐서린의 푸른 눈동자에 초점이 풀려있는 것을, 그리고 뭐라고 설명해야 할 지 모르겠지만 무언가가 산산이 깨져버린 것이 눈동자에 담겨 있었다.


∮ Flame Blaze ∮


나의 이름은 캐서린 브라이트… 가 아닌, 네야 프로즌 리버.
나의 태어남과 맞추어져 오로지 이 한 명만을 위해서만 지어진 이름이었다. 그리고 이 이름의 자랑스러움 중 하나는 프로즌 리버라는 그림자의 린(麟)에 존재하는 수많은 마도사 가문 중에서도 마술과 디바이스로써 명문이라 할 수 있는 성이 함께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인간이었는데, 프로즌 리버의 후손을 끼워 맞추기 위해 그네들이 마력을 품은 날 데려다 양녀로 받아들였다. 종족 우월주의에 빠져있는 그림자의 린들 사이에서 핍박 속에 살아온 이유는 오로지 마도사의 꿈뿐이었다.

“왜 내가 파괴자라는 변질된 엔트로피가 되었는지 알고 있니?”

그녀의 말은 영문을 알 수 없는 것들이었지만, 크게 관여할 생각도 여유도 없었다. 나에게 내려진 임무는 오로지 각성하지 않은 왕을 데려오는 것. 그러나 그의 옆에는 플레임 블레이즈가 있었다.

“하긴, 알 턱이 없겠지.”

패배했으나, 아직 승산은 있다! 이 임무만 완수하면, 이 전송주문으로 왕을 데리고만 가면!

“훌륭한 마도사가 되고 싶니?”

그 말이 귓가를 때렸다. 천길낭떠러지의 위에서 떨어지는 폭포보다 저 바다 끝에서부터 몰아치는 파도보다 그 한 마디는 크고 엄청났다. 순간 입술을 깨물어 주문이 해제되었다. 다시… 다시 해야 해! 그래서‥
푹.

“끄윽!”

그 오른손이, 붉디붉은 오른손이 내 가슴을 파고들었다. 마술적인 영혼이 뜯겨나가는 뜻한 고통에 입을 열 수도 없었고 사지 중 그 어느 것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 끄으‥ 아아아…”

안 돼, 곧! 곧 전송을‥! 미칠 듯이 고통이 온 몸을 후려쳤다. 여태 버텨왔던 고독과 핍박의 굴레 따위는 비교도 되지 않는 고통 속에서 플레임 블레이즈의 오른손에 쥐어진 푸른 빛 구체가 보였다.

“이것이 마도사의 생명이자, 마력의 원천. 링커 코어.”

“아, 아‥!”

내 마지막 희망, 생명의 원천이 뜯겨나갔다. 되돌려달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끝끝내 턱이 움직이질 않았다. 한 번의 파괴로 다시는 생기지 않는 유한의 구체는 너무나 가볍고 연약하게도 그녀의 손 안에서 깨어졌다.

“아….”

머릿속에서는 더 이상 신경들이 고통에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고 희망에 대한 상상, 언젠가 오를 마도사의 꿈 따위는 이미 지워져 있었다.

“꿈을 잃었니? 그래, 불쌍하구나… 조금이나마 날 이해할 수 있겠니? 응? 그래?”

가느다랗게 뜬 그녀의 눈과 살짝 올라간 입 꼬리만 새하얀 머릿속에 각인되었다.

“그대로… 그 허망한 꿈과 함께… 사라져.”

세상이 새하얗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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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이어 링(Fire Ring) - 구분 : 기술
: 불꽃의 파괴자, 플레임 블레이즈(주희)가 주력으로 사용하는 보조 기술.
그 이름 그대로 불꽃으로 이루어진 링이 손목과 발목을 감싸며 회전한다.
전투력 상승은 물론, 비행 능력까지도 지니고 있으며, 물리 방어력 및 마술적 방어력도 우수하다.



# 디바이스(Device) - 구분 : 도구
: 그림자의 린(麟)의 마도사들이 마술적 술식을 구현하기 위한 촉매로 사용하는 도구.
일반적으로 디바이스 제조법은 본편에도 설명이 되어있듯이 마도사 가문마다 고유의 제조법을 가지고 있고, 그만큼 고유의 디바이스 성능과 속성을 지니고 있다.
예를 들자면 프로즌 리버 가문의 디바이스는 기본적으로 빙(氷) 속성을 지님으로 빙 속성의 마술의 대가인 프로즌 리버 가문의 마술의 위력을 한층 강화하면서, 같은 속성의 마술에 대한 마술적 방어를 상당히 높인다. 또한 프로즌 리버 가문의 디바이스는 자체 인공지능을 기본적으로 배제하는 간결한 설계 사상을 계승함으로 인해 자체 인공지능을 지니지 못하지만, 대신 그만큼 마술을 빠르게 연사가 가능하다.
이 밖에도 가문의 숫자만큼, 디바이스의 종류는 많으며, 만들어진 디바이스는 그 성능 그 상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체적인 개량과 개조 역시 가능한 만큼, 디바이스는 단순히 마술을 구현하는 도구일 뿐 아니라, 마도사의 동반자와 마찬가지의 존재랄 수 있겠다.



# 링커 코어
: 마력을 담는 원천적인 그릇이며, 이것은 태어날 때부터 타고 나는 것으로 없어도 사는데 지장은 없다. 물론 그림자의 린 종족은 거의 대부분이 태어날 때부터 크기가 다양한 링커 코어를 가지고 태어나며, 인간 같은 다른 지적 종족들이 링커 코어를 가지고 태어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각설하고, 그런 만큼 링커 코어는 마도사에게 있어 마력의 원천이자, 생명이라고 할 수 있으며, 링커 코어가 한 번 파괴되면, 두 번 다시 수복되지 않는다.
(현재로서는 파괴된 링커 코어의 수복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만큼, 마도사 사이에서도 상대의 링커 코어를 파괴하는 마술은 절대 금기로 여겨질 정도이며, 링커 코어를 적출하거나 파괴하는 마술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금지되어 있으며, 혹 사용하도록 허가가 내려진다 해도, 중대 범죄자에게만 사용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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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임 블레이즈 첫번째 불꽃을 피워내었습니다;
원래 목적은 10페이지 이내로 작성하는 거였습니다만,
어쩌다보니 18페이지 가량을 써버린... OTL...

나름대로 신경 써서 쓰긴 했지만, 아직 부족하다는 게 뼈저리게 느껴집니다.

에혀, 일단 주 시점을 은태 1인칭 시점으로 써보긴 했는데, 역시 1인칭은 어려워요;;

확, 다음에 내 턴이 돌아오면 내가 쓰고 싶은 시점으로 써버릴까?

에이, 어쨌든, 어쨌든...

그림자의 린 종족은 인간이 아니에요.

이번에 나온 네야 프로즌 리버는 종족은 인간이지만, 어디까지나 그림자의 린에서 프로즌 리버 가문에

종족 무시하고 양녀로 들어왔을 뿐이에요;; 실제 그림자의 린 종족은... 알아서 외모를 묘사해주세요;


# 순서
아란 → 문학소년 쉐르몽 → BARD OF DESTINY → 다르칸 → 갈가마스터


p.s 어쨌든 문학소년 님, 전투의 피해를 잘 묘사하신다고 하셨으니, 1화의 전투 피해를 리얼하게... 애초에 플레임 블레이즈나 네야 프로즌 리버나, 엔젤의 자코 녀석이나, 지구인들은 신경도 쓰지 않고 대판 싸워되었으니... 주변의 피해야... 가가가의 디바이딩 드라이버 같은 개사기 전투 필드 생성 도구도 없이 싸웠으니까... 주변국들은 엔젤의 자코 녀석에 관심이 있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