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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퓨전 Flame Blaze

2006.02.28 00:11

아란 조회 수:106 추천:4

extra_vars1 칠흑의 불청객 
extra_vars2 Fire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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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종소리가 울렸다.
한라산에 가는 건 무기한 보류된 채로, 일단 학교는 다시 가게 되었지만, 반 애들은 이래저래 심란한 분위기였다.

“이 전쟁 언제쯤 끝날까? 은태야?”

민정이가 내 옆에 서서 같이 하교하면서 말을 걸어왔지만, 이 나라 밖에서 일어나는 전쟁이 언제 끝날지 내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아마, 어느 한쪽이 항복할 때까지 이려나?”

라고 내가 생각하는 것을 민정이에게 말했다.

“꺄아아악!! 사람 살려!!”

콰콰쾅.

갑자기 저쪽에서 사람들이 나와 민정이가 있는 쪽을 향해, 달려오며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저 멀리에서는 건물들을 마구 부수면서 등장하는 것은, 2층 건물만 한 크기에 고릴라 형태와 비슷하면서도 그로테스크한 디자인의 괴로봇 3마리.

- 삐삑, 미각성 왕을 포착. 이제부터 포획에 들어간다.

- 삐삑, 미각성 왕으로 추정되는 또 한 명이 포착. 삐삑, A.I 베타 43번에 의거, 역시 포획하겠다.

대충, 왕이라는 것은 나를 가리키는 것이란 것은 알겠지만, 또 다른 왕이라니? 설마, 민정이를 가리키는 것은 아니겠지? 에이 설마, 내 주변에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이 중에 있다는 뜻이겠지. 아니면 저 괴로봇이 고장 났거나.

“은태야!! 뭘 멀뚱거리고 서 있어, 어서 도망쳐야지!!”

민정이가 내 손을 잡고 후다닥 뛰기 시작했다. 아, 맞다. 일단은 도망가야 하는 거지, 가 아니라 도망쳐야 하잖아. 어차피 난 아무런 힘이 없으니까.

“저걸 봐, 탱크와 전투기가!”

도망가던 누군가가 소리치자, 몇몇 사람(나를 포함해서)이 도망가던 누군가가 가리키는 쪽을 바라보았다.

“으아아아악!!”

투타타타탕.

콰쾅.

종잇장처럼 구겨지는 탱크라던가, 추풍낙엽처럼 추락하는 전투기는 그렇다 치고, 괴로봇 3마리는 흠집조차 나지 않은 채, 열심히 뛰며 덤비는 모든 탱크나 병사들을 박살내며 나와 민정이가 있는 쪽으로 순식간에 달려왔다.

콰직.

“으아아악!!”

“우, 우리 애가!!”

괴로봇 3마리에게 짓밟혀 터져나가며 피와 내장을 사방에 흩뿌리거나, 팔 다리가 떨어져 나가 비명을 질러대는 사람들, 속이 메스꺼웠다. 어지러웠다. 다리에 힘이 풀렸다.

“으으, 나, 나 도망가지 않아. 으, 은태를 지, 지켜야 하잖아.”

민정이도 그렇게 비위가 좋은 게 아닌데 잘도 억지로 참으며 내 앞에 서 있는 모습이 너무 가련해 보였다. 이 모든 것이 나 때문에 벌어진 참극이라는 것을 알면 어떤 얼굴을 할 까?

“아, 맞아! 저 녀석 때문이야!”

“그러고 보니, 저 녀석 그때 시장터에서!!”

“저 자식을 괴물들에게 넘겨주면!”

주변의 사람들이 갑자기 나를 주시하며, 폭언을 토해내었다. 마치 당장이라도 나를 죽일 것 같은 무시무시한 분노와 증오가, 제발 그렇게 보지 말아줘. 내가 원해서 그런 것이 아니란 말이야.

“그, 그만 둬요! 은태는, 은태는!”

민정이가 나를 변호해주려고 했지만, 하지만 나 때문에 민정이까지. 어라? 저건 누나?

콰지직. 퍼퍼펑.

한 마리의 괴로봇이 수박 터지듯, 누나의 주먹질 한방에 그로테스크한 그 흉악한 모노 아이의 머리가 터져 폭발하며, 보라색 액체를 뿜어내었다.

“이걸로, 디 엔드(The End).”

누나는 그 말을 함과 동시에, 남은 두 마리의 괴로봇을 불꽃의 킥 한방으로 간단히 폭파시켜 버렸다.

“히익, 으아아아!!”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던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누나가 괴로봇 3마리를 순식간에 처리하는 것을 보더니, 자세를 바꾸어 전부 뿔뿔이 흩어져 도망가기 시작했다. 남은 건, 나를 변호 해주던 민정이 뿐이었고, 민정이도 누나가 간단히 괴로봇을 파괴하는 것을 보고, 다리에 힘이 빠지는 지 주저앉아 버렸다.

“이, 이건 꿈이겠지? 헤헤, 그렇지? 은태야?”

민정이는 그 말을 끝으로 기절해 버렸다. 나중에 깨어나면, 뭐라고 말해야 할지, 아니다. 그냥 ‘꿈꾼 것 아니야?’ 라고 말해주어야겠다. 민정이까지 휘말려 들게 할 수는 없으니까.

“미안, 은태야.”


§ Flame Blaze §


“오늘 오후 4시 쯤 일어난, 방화 및 폭탄 테러 사건은 김 모씨의 소행으로 밝혀졌습니다. 김 모씨는 평소 이웃에 사는 A 양과…”

뉴스에서는 여전히 진실에 대해서는 눈꼽만치도 말하지 않은 채, 언제 작성했는지 모를 거짓 사건으로 위장해서 내보내고 있었다.

- 정부에 내가 아는 사람들도 이이상 언론을 통제하는 것은 한계라는 구나.

“굳이 언론을 통제하시지 않아도, 어차피.”

- 할 수 있는 건 해야지 않겠습니까? 플레임 블레이즈 님.

“또 그렇게 부르시는 군요. 전 사범님.”

누나는 아마, 전 사범이라는 사람과 전화 통화를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늘 느끼는 거지만, 누나와 전 사범은 서로 친한 것 같이 굴어도, 왠지 모르게 사이가 불편해 보이는 것은 기분 탓일까?

- 그렇게 저를 높여 불러주시는 플레임 블레이즈 님이야, 말로 어차피 피장파장이지요. 또 엔젤 녀석들이 나타나면.

“은태를 지키는 건 제가 해야 할 일이에요. 그때 그 여자의 부탁이기도 했으니까.”

그 여자라니?
또 내가 모르는 세계의 사람이려나? 뭐 이젠, 됐어. 어차피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잖아.


§ Flame Blaze §


그 사건이 일어나고도, 아침에 일어나면 늘 학교에 가고, 수업이 끝나면 귀가하는 일상은 오늘도 계속되었다. 단지, 달라진 게 있다면.

‘다, 네 녀석 때문이야!! 저 놈들은 네 녀석을 원하는 것뿐이잖아!! 너만 끌려가면, 내 어머니와 아버지가!!’

‘우리 가족이 살던 집도 네 녀석 때문에!!’

‘내 동생을 살려 내!!’

수업 시간이 끝나고 늘, 쉬는 시간마다, 반 애들이 폭언과 때로는 폭력까지 수반되는. 내 책상에는 어느새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심한 욕들로 도배되어 있고, 수업 시간에는 선생님들마저, 나를 안 좋은 시선으로 냉랭하게 바라보고만 있었다.

“은태 잘못이 아니잖아.”

이제 집에 귀가하는 길에 내 곁에 있는 건, 민정이 뿐이었다. 그 친했던 친구들은 다 어디로 가고, 민정이 뿐이었다.

“민정아.”

민정이만은 나를 감싸주었지만, 그것도 언제까지 감싸줄 수 있을지 모를 일이었다. 그나마 민정이가 나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애들을 줘 패버리기 때문에, 그나마 덜 맞을 뿐.

“어쩌면 다 내 탓일지도 몰라. 나 때문에, 주변에 사람들이 원치 않게 죽어가고, 그런 거 정말 싫은데.”

“그런 말 하지 마.”

민정이가 나를 바라보며 말하였다.

“민정아.”

“이런, 이런. 재앙의 원인이 잘도 우리 구역에 모습을 나타낼 줄이야.”

어떤 남자의 거친 목소리. 그 목소리가 들린 것을 확인하자마자, 주변을 둘러보니, 척 보아도 양아치 같이 생긴 한 덩치 하는 남자들. 그들의 손에는 저마다의 흉기가 들려 있었다.

“은태야, 여긴 내가 맡을 테니까, 넌 어서!!”

“그런 소리 하지 마! 민정아!”

민정이는 그렇게 말하며, 내 앞을 막아섰다. 그 모습이 우스웠는지 양아치들의 대장으로 보이는 얼굴에 가로로 흉터가 있는 남자가 침을 탁 뱉으며 말하였다.

“이런, 뭐야 이런 재앙의 근원이란 녀석이 여자에게 보호만 받는 쓰레기 중에 쓰레기일 줄이야. 크크큭, 뭐 상관은 없지. 어차피 무시무시한 누님이 오기 전에는 실컷 분이 풀릴 때까지 두들겨 줄 수 있겠지.”

이 사람들도, 나 때문에 소중한 누군가를 잃은 것일까? 그렇겠지. 그러니까 나를. 하지만 역시 무서웠다. 바보같이도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퍽, 투닥.

하지만 그 양아치들이 나를 건드릴 일은 없었다. 어느 새 나타난 누나가, 응? 누나?

“컥!!”

“으악!!”

누나가 아니었다. 검은 망토를 휘날리며, 옷 대신, 검은 붕대를 온 몸에 칭칭 감은 흑색의 단발머리를 휘날리는 흑안의 소녀가, 양아치들을 이리 치고, 저리 치며, 순식간에 다섯을 쓰러뜨려버렸다.

“히, 히익!! 괴, 괴물이다!! 도, 도망가자!!”

남은 양아치들은 놀라서,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 못 가서, 도망가는 그들의 머리 위로 그때 본 3마리의 거대한 괴로봇보다는 크기가 1층짜리 건물 정도로 작아졌지만, 그래도 커다란 괴로봇 한 마리의 발에 짓밟혀 터져나갔다.

“으, 은태야.”

민정이는 건드리면 툭 쓰러질 것 같이 부들부들 떨면서도 간신히 내 앞에 서 있었다.

“이, 이건 꿈이지? 그, 그렇지?”

그 말을 끝으로 민정이는 다시 기절해 버렸다.

“메가르 스테이츠 b-@14번 병기로군.”

흑발의 소녀는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면서 단숨에 뛰쳐나가더니, 나타난 괴로봇 12마리를 양 손에 어느새 쥐게 된 흑색의 단검 두 자루로 두부 썰듯 산산이 잘라내어 폭발시켰다. 그러고 나서 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인형, 아니. 예쁘다.’

잘못 보면, 인형으로 착각할 정도로 완벽한 미형의 이목구비. 창백하다 못해 하얀 흰 피부와 대조적인 흑색의 단발과 흑안. 그리고 옷 대신 몸에 칭칭 감은 검은 붕대와 걸치고 있는 흑색의 망토, 양손에 들린 보랏빛의 액체가 묻은 흑색의 단검. 나도 모르게 예쁘다고 생각했다.

“당신이 이 이름 없는 세계의 왕이 될 자입니까?”

흑발의 소녀가 내게 묻는다. 하지만 예쁜 모습과는 달리, 목소리는 대단히 무미건조한 목소리였다.

“그렇군요. 그리고 그쪽은 플레임 블레이즈라 불리는 자군요.”

플레임 블레이즈?
어, 혹시 하는 마음으로 뒤를 돌아보니, 어느 새 누나가 서 있었다. 하지만 무시무시한 살기를 내뿜는 것이 내가 알고 있던 누나랑 너무 달랐다.

“칠흑(漆黑)의 금강석(金剛石) 세계의 엔트로피, 흑진주(黑眞珠)가 이 세계에는 무슨 볼일이지?”

“안심하십시요. 이터널 블레이즈(Eternal Blaze)를 가지러 온 것은 아닙니다.”

“그것 말고, 다른 볼일 따위 없을 것 같은데, 그 은(慇)이란 작자는.”

“칠흑의 금강석 세계의 왕을 모욕하지 말아주십시요.”

건드리면 터질 것 같은 무시무시한 긴장감. 뭐지? 도대체 저 흑진주란 소녀와 누나의 관계는?

“제가 이곳에 온 것은, 엔젤이 어떤 수작을 부리는 지, 그것을 확인하고 오라는 왕의 명을 따르는 것뿐입니다.”

“그래? 사실은 엔젤을 시켜서 은태를 잡아오려는 수작이 아니었단 말이지?”

“제 왕께서는 거짓말은 하지 않으십니다.”

“그래? 그렇군. 하지만, 엔젤의 수작인지 뭔지 확인한답시고, 은태 곁에 있겠다고 하면, 내가 가만 안 둘 거야.”

“이터널 블레이즈가 폭주하고 있지 않은 지금의 당신은 제 상대가 되지 못합니다.”

누나의 눈썹이 살짝 올라가는 것이 보이는 것은 기분 탓일까?

“칫, 하긴 그렇겠지. 하지만 내가 진심이면 흑진주 너 따위가 상대될 리가.”

“하나 정정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일단은 엔젤의 수작을 확인하기 위해 이 세계의 머무르는 이상, 흑진주라는 이름으로 부르지 마시길 바랍니다.”

“그럼 뭐라고 불러주면 좋을까? 흑연(黑鉛)이라고 불러줄까?”

“레나. 제가 엔트로피가 되기 전, 가졌던 이름입니다. 그럼 이만.”

레나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 소녀는 눈 깜짝할 새에, 이미 사라져 있었다. 누나는 이를 갈며 주먹을 으드득 쥐고 있는 것이 보였다.

“집에 가자. 은태야.”


§ Flame Blaze §


“‘레나 세이어즈’라고 합니다. 당분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거짓말이지? 그 다음 날, 바로 내가 있는 학교로, 그것도 같은 반으로 전학을 와주는 센스는 도대체 뭐란 말이지? 분명 누나가 알면, 학교를 박살 낼 지도 모르겠다.

- 미래의 왕이 될지도 모를 당신이 있는 세계에, 당분간 신세 지도록 하지요.

어라? 어제 만난, 레나라는 소녀는 내 쪽을 주시하기만 할 뿐, 입을 전혀 열지 않았는데, 목소리가 머릿속으로 흘러 들어왔다. 어떻게 한 거지?

“음음, 그럼 레나는 저쪽에 앉아라.”

앉게 된 자리도, 운이 나쁜지 바로 내 뒤라니. 누나에게 어떻게 말한담.


§ Flame Blaze §


“아아, 그래? 그렇단 말이지?”

칠흑의 금강석 세계를 조율하는 왕, 은(慇)은 자신의 엔트로피, 흑진주(레나 세이어즈)가 보내온 간략한 보고에 피식 웃으며 말하였다.

“알겠어. 어차피 지금은 엔젤 녀석들의 수작을 알아내는 게 먼저니까. 뭐, 엔젤 녀석들 수작이야 내 손바닥 안이긴 하지만, 적당히 망쳐주는 것도 재미있고 하니, 말이야.”

- 이터널 블레이즈가 폭주하지 않는 지금이라면, 제 힘으로 빼앗을 수 있습니다만.

“아아, 지금은 일단 그 애랑 협력해 줘. 아무리 폭주하고 있지 않다고 해도, 그건 위험한 거야. 섯불리 받아갈 물건이 아니지. 엔젤을 족치는 것도 이터널 블레이즈를 손에 넣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니까, 이대로 계속 미래의 왕이 될 녀석의 곁에서 신세를 지도록 해.”

- 알겠습니다.

은(慇)은 흑진주와 대화를 마치며, 찬찬히 자신이 조율하는 세계를 내려다보았다.

“뭐가 모순된, 엉망인 세계란 말이지? 훗, 웃기지도 않는 소리지. 하지만 자기들 스스로 모순된 행동을 하는 엔젤이란 작자는 정말 웃음조차 나오지 않지만.”

“그건 그렇고, 저 변방의 자그마한 세계에도 각성하지 않은 왕이 두 명이라. 그것도 서로 좋아하는 눈치라고? 나중에 여왕벌 싸움이 일어나면, 한번 구경이나 가봐야겠군.”

은(慇)은 예전, 절친했던 형인 염(炎)과 싸웠던 때를 생각하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아주, 아주 괴로울 것이다. 은태, 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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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가르 스테이츠 a-@03번, 메가르 스테이츠 b-@14번
: 엔젤의 범용성 높은 강습형 메카로, 크기는 a-@03번 대가 2층 건물 정도이고, b-@14번 대가 1층 건물 정도이다. 무장은 여러 가지 있지만, 임무에 따라 바리에이션이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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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써낸, 본편 제 10화입니다.
순식간에 써낸 것 치고, 개인적으로 분량 드럽게 많은 외전보다 훨씬 퀼리티 좋다고 생각 하는 중.
(외전이, 써놓고 보니, 내가 생각한 스토리와 꽤나 달라져서 당혹... 이젠 몰라;)

어쨌든, 미연시로 따지자면, 은태가 공략할 상대가 하나 더 늘어난 것일까나?
(주희 루트, 민정 루트, 레나 루트, 네야 루트... 다 클리어 하면, 진 주희 루트라고... 퍼퍽;;)

여하여간, 저도 이만 학원 가야 하니, 수정 할 것 있으면, 나중에;


# 순서
아란 → 문학소년 쉐르몽 → BARD OF DESTINY → 다르칸 → 갈가마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