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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퓨전 Flame Blaze

2006.02.27 13:32

아란 조회 수:57 추천:5

extra_vars1 Eternal Blaze 
extra_vars2 -<font color=red>수정</font>- (下) 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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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가 진심이었다면, 제트 마스터 녀석, 먼지 하나 남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플레임 블레이즈는 단순히 가진 힘에서 최강인 것뿐이 아니라, 그 힘을 구사하게 되면 어떻게 될지 잘 알고 있었던 것이지. 마음만 먹으면 가볍게 태워버릴 수 있는 상대를 세계 밖으로 내쫓아 버린 것도 말이야.”

“왜 그런 거예요? 나 같으면.”

“그녀가 정말로 강한 이유는, 가지고 있는 홍련의 세계의 힘, 아니 이터널 블레이즈(Eternal Blaze)를 스스로 억제하기 때문에 강한 것이다.”

이터널 블레이즈(Eternal Blaze)? 영원의 불꽃이라는 뜻인가? 그것이 도대체 뭐지?

“예끼, 그건 아직 몰라도 돼. 한 가지 분명한 건, 태초의 어머니 세계, 에덴이 멸망할 때 떨어져 나가 태어난 일곱 세계, 그 중에서 홍련의 세계의 보물 정도라고만 알면 돼.”

일곱 세계? 세계는 하나가 아니라고 듣긴 들었지만, 그럼 세계는 일곱 개가 전부인가? 하지만 이터널 블레이즈가 어떤 보물이기에, 그것을 억제하기 때문에 라르크가 최강의 엔트로피라는 것일까?


§ Flame Blaze §



홍련의 왕, 염과 긍지 높은 플레임 블레이즈, 라르크를 나의 새 아버지, 새 엄마로 맞이하게 되고, 내가 살고 있는 세계, 아직은 이해하기 어렵지만, 간단하면서도 어려운 세상의 이치들에 대해 재미나게 이야기 해주는 중재자, 디아블로 아저씨.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태어나서 이렇게나 행복했던 때는 또 없었다.
아무것도 모르던 때, 그 커다란 왕성에서 해 달라는 건 다 해주고, 원하는 건 다 손에 들어왔건만, 행복하지 못했던 그때와는 달리, 이 작은 저택에는 뭐랄까, 염과 라르크와 디아블로가 사람이 아님에도, 사람 사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드는 것은 왜일까?



“페이트, 이렇게 생긴 나물을 숲에서 좀 뜯어와 주겠니?”

라르크가 갑자기, 나물이 그려진 종이와 바구니를 주며 심부름을 시킨다. 일단은 심부름이니까 하지만,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 건 단순이 기분 탓일까?
어쨌든 나는 시키는 대로 숲에 들어가, 나물을 캐긴 했지만, 구름도 우중충하게 낀 것 하며, 왠지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아, 바구니를 채우는 대로 서둘러 저택이 있는 곳으로 달려와 봤다.

“거기까지. 페이트!”

저택으로 향하길 길을 갑자기 디아블로가 막아섰다. 뭔가 일이 있는 게 분명하다고 감을 확실히 잡은 나는, 라르크에게 배웠지만, 아직 써 본 적 없는 그 기술을 앞뒤 재지 않고 사용했다.

“이런.”

내가 디아블로를 이렇게 간단히 재쳤던 적이 있었던가? 수련 할 때 간혹 대련 상대로 나와 싸워주었던 디아블로. 물론 내가 이겼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는데,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은 저택을 향해 달리고 달렸다.

“라르크. 확실히 이젠 나보다 체술에 관해선 나보다 몇 수 위라고 생각했건만, 저런 꼬마조차 할 수 있게 쉽게 가르치다니. 가르치는 것마저 나보다 몇 수 위군.”



돌아왔을 땐, 저택은 온데간데없고, 대신 저택이 있었던 대지는 원형으로 파여 있었다.

“오랜만입니다, 홍련의 왕. 그리고 그쪽은 플레임 블레이즈겠죠?”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저 하늘 위에서 들려왔다.

“어이쿠, 이런, 이런. 네 녀석 아직도 이터널 블레이즈(Eternal Blaze)에 미련이 있는 거냐? 그래서 괜히 멀쩡한 내 집을 날려버린 거냐?”

늘 듣던 염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무시무시한 감정이 가득 실린 목소리.

“차라리 습관대로 낮잠을 자고 계시지 그러셨습니까? 그랬다면 지금쯤 아주 편하게 영원히 꿈나라를 해매셨을 텐데요. 형.”

“그랬다면 좋았겠지만, 네 녀석이 풍기는 기운이 워낙 거슬려서 도통 잠이 와야 말이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흑색의 남자, 그리고 염은 하늘 중에서 서로 무시무시한 감정을 실은 목소리로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다. 이거 설마?

“훗, 원한다면 이터널 블레이즈 같은 것, 네 녀석 따위에게라도 줘 버릴 수야 있지.”

“말은 쉽게 하시지만, 결국 주실 생각은 요만큼도 없지 않습니까?”

“네 녀석이 이터널 블레이즈로 뭘 할지야 너무 뻔해. 죽은 그녀를 다시 원래대로 되돌리고 싶은 거겠지.”

“잘 아시는 군요. 그렇게 잘 아시는 형이 어째서 이터널 블레이즈의 힘을 제게 빌려주시지 않는 것입니까? 전 처음부터 달라고 한 적이 없습니다. 그저 빌려 달라고만 했지.”

“왕이니까, 할 수 없는 건 할 수 없는 거라는 걸 너야 말로 모르는 건가? 바보 동생 놈!! 네 녀석도 스스로 한 세계의 왕이 되었다면, 세계가 가진 힘을 구현한 세계의 보물, 그것의 힘을 함부로 쓴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너야 말로 잘 알지 않느냐?”

“됐습니다!! 바보 형의 그따위 바보 같은 정의는 이제 지긋지긋해!! 세계를 조율하는 왕이라면, 자신의 세계를 어떻게 하든 왕의 뜻이잖습니까? 왕이 세계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것도 안 된다고 하는 형의 그 같잖은 정의야 말로 세계를 나락으로 이끌고 있다는 것을!! 왜 태초에 있었던 어머니 세계, 에덴이 스스로 파멸하면서 쪼개져 태어난 일복 세계 중, 홍련의 세계가 태어난 지 얼마나 지났는데도 아직도 혼란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 무엇 때문이라 생각하십니까?”

“왕은 그저 산소와 같은 존재. 그저 흐르는 강이 바다로 잘 흘러가게 지켜보며, 막힌 곳을 뚫어주기만 할 뿐, 세계 스스로 살아갈 수 있게 해주어야 하는 게 왕의 도리야!”

염이 저렇게 무서운 모습으로 격렬하게 말을 토해냈던 적은 아마, 기억 상으로 지금 보고 있는 모습이 처음일 것이다. 라르크는 그저 염의 옆에 같이 서 있을 뿐, 평상시와 같은 무표정을 짓고 있지만, 그 무표정은 평상시보다 더한, 정말로 인형 같은 무표정 이었다.

“어차피 형이랑은 말이 안 통할 줄은 알고 있었지만, 형도 정말 멍청하시군요. 그냥 이터널 블레이즈의 힘을 조금만 빌려주셨다면, 녹록(綠麓)의 세계처럼 홍련의 세계가 붕괴할 일은 없었을 텐데요.”

“설마, 녹록의 왕의 엔트로피를 쓰러뜨리고, 녹록의 세계를 삼켜버린 것이 네 녀석이었냐?”

“플레임 블레이즈를 이기기 위해선, 녹록의 세계에 보물, 신창(神槍) 롱기누스(Longinus)의 힘이 조금이라도 필요했으니까요.”

“흥, 그런 낡아 빠진 창 따위, 라르크에게 씨알도 먹힐 리가 있겠냐?”

“길고 짧은 건 대…”

펑.

갑자기 염의 앞에서 불꽃이 튀겼다. 그리고 다시 보니, 어느 순간 라르크가 염의 앞에 서서 특유의 춤을 추는 듯한 막는 파이팅 자세를 취했고, 또 라르크 앞에는, 녹색의 창을 들고 있는 흑색의 단발, 흑안에 창백한 흰 피부와 전신을 검은 색 붕대로 둘둘 말고 검은 망토만을 착용한 여자가 역시 파이팅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 봐야 겠지요. 역시, 플레임 블레이즈라 이런 거 통하지 않군요.”

“흥, 바보 동생 놈이 한다는 짓이 고작 이런 거였냐? 웃기지도 않는 군. 실컷 이야기 하게 해 놓고, 잽싸게 창으로 한방을 노린다라? 삼류 인간 자객도 이런 웃기지도 않는 계획은 하지도 않아. 그것보다, 저 녀석은 바보 동생 놈과 계약한 엔트로피인가?”

“칠흑의 금강석의 왕을 모욕하지 말아주십시요. 홍련의 왕이시여.”

칠흑의 망토와 검은 붕대로 온 몸을 감은 녹색의 창이 어울리지 않는 여자가 염에게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쳇, 칠흑의 금강석의 세계의 왕이라, 잘도 그런 이미 망가진 세계의 왕이 되길 자처하다니. 바보 녀석이 할 만한 생각이군. 은(慇).”

“그때는 한 세계를 놓고 벌이는 각성한 두 왕들의 싸움, 여왕벌 싸움이라 불리는 싸움에서 염 형에게 패배해 소중한 그녀를 잃었지만, 이번에는 다시 되돌릴 시간입니다. 내가 염 형의 플레임 블레이즈를 이기기 위해 특별히 고르고 골라 만들어낸 나만의 엔트로피, 흑진주(黑眞珠)의 힘, 지금부터 지켜보시기 바랍니다.”

칠흑의 금강석의 왕이라는 은(慇)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의 엔트로피, 흑진주와 염의 엔트로피, 플레임 블레이즈가 눈에 보이지도 않는 엄청난 속도로 다시 맞부딪쳤다.


§ Flame Blaze §



절대 승부가 날 것 같지 않았던 싸움, 전혀 싸우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지만, 하지만 어째서.

푸욱.

내 앞의 라르크가, 그것도 녹색의 창에 왼쪽 가슴을 찔려서 피 같은 불꽃을 뿜어내는 거야? 라르크는 최강이라고 했잖아?

“크윽, 은, 네 녀석!”

염의 왼쪽 가슴에 없던 상처가 생기면서, 마찬가지로 피 같은 불꽃이 뿜어져 나온다. 왕과 엔트로피는 서로 생명과 고통을 공유한다고 듣기는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신창 나가도 맞추지 못하면, 전혀 쓸모없는 보물이라서, 솔직히 플레임 블레이즈와 싸우게 한 건 단순한 시간 끌기 일 뿐인데, 마침 바보 형의 양딸이 보여서 말이야. 혹시나 해서, 나의 흑진주에게 일부러 공격해보라고 했는데, 그 앨 진짜로 소중하게 여길 줄이야. 바보 형의 같잖은 정의라면, 그냥 지켜봐야 하는 거 아니었어? 저 녀석이 죽더라도, 형은 늘 탄생과 멸망은 돌고 도는 거라고,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할 줄 알았는데 말이야?”

나를 지키기 위해서, 그래서 염이 라르크에게.

“신창 롱기누스가 가진 힘, 알고 계십니까? 플레임 블레이즈.”

은의 엔트로피, 흑진주가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라르크에게 말하였다.

“그릇에 담긴 물을 성나게 한다. 달리 말하면, 존재가 가진 내부의 힘을 제어 불능으로 폭주시켜 존재를 파멸시키는 창. 강한 힘을 가질수록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고 하지. 하지만 찌르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도 없는 창.”

라르크는 자신을 찌르고 관통한 녹색의 창을 두 손으로 잡아서는 허무할 정도로 간단히 파괴시켜버리며 말하였다.

“과연 플레임 블레이즈인가요? 자신의 힘을 최대한 억제하면서, 녹록의 세계에 보물 신창 롱기누스를 파괴시키는 다니. 하지만 그 정도가 한계입니다. 이 세계를 붕괴시키고, 자신을 파멸로 이끌고 싶지 않다면, 그 강대한 힘의 원천, 이터널 블레이즈를 내놓으시길 바….”

갑자기 누군가가 흑진주에게 달려들었다. 흑진주는 약간 놀란 표정을 지으며 뒤로 물러서며 공격을 막아내며 달려든 자들을 보며 말하였다.

“그대들은 홍련의 세계의 중재자들이군요. 왕과 세계의 힘을 대행하는 엔트로피를 고작 세계의 구성에 지나지 않는 중재자 밖에 안 되는 자들이 저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설령, 우리 모두 파멸한다 해도, 다른 세계, 그것도 칠흑의 금강석에 세계가 홍련의 세계에 보물, 이터널 블레이즈를 넘겨줄 수는 없다.”

중재자들의 맨 앞에는 디아블로가 서서 흑진주에게 목청껏 소리 높여 말하며, 먼저 달려들었다.

“그 각오, 자신의 파멸로 증명해보시길.”

흑진주의 주변에 무수히 많은 흑색의 구슬들이 생성되며 중재자들을 향해 내쏘아졌다.

“아.”

라르크가 갑자기 나를 안고 어딘가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디아블로들과 멀어졌지만, 하지만 디아블로의 목이 떨어지는 것은 분명히 보였다.


§ Flame Blaze §


“아.”

라르크는 나를 어딘가에 내려놓더니, 갑자기 오른손을 세워 내 가슴에 찔러 넣었다. 하지만 피가 한 방울도 나지 않는 게 이상했지만, 분명히 아팠다.

“지금부터 잘 들어. 페이트. 이터널 블레이즈가 어떤 것인지.”

“이터널 블레이즈(Eternal Blaze). 그것은 강력한 파괴의 힘을 지니고 있는 무구가 아니야. 하지만 그것이 왜 일곱 세계, 아니 모든 세계에서 최고의 보물이라 여기는지 아니? 그 이유는 이터널 블레이즈의 힘은 그 이름 그대로 영원한 불꽃. 그 힘이 작용하는 모든 것을 영원히 있게 하며, 왕과 세계, 심지어 소멸까지도 반전시켜버릴 수 있는, 그렇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빼앗겨서도 함부로 사용되어서도 안 돼는 최고으뜸으로 여겨지는 보물이야.”

무슨 소리인지 전혀 모르겠다. 알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그런 이야기 갑자기 한다고 해서. 그런데 왜 이리 가슴이, 마음이 왜 이렇게 견딜 수 없이 뜨거워지는 것일까?

“홍련의 세계에 엔트로피는 대대로, 이터널 블레이즈의 힘을 직접 자신의 안에 간직하여, 그것이 홍련의 왕의 뜻대로 쓰이게 하기 위해 스스로 억제해 왔단다. 하지만 이터널 블레이즈 자체는 스스로 강력한 자유 의지를 가지고 있지. 너무나 강력한 자유 의지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홍련의 세계에 엔트로피는 견디지 못하고, 자기 소멸을 해버리지만 일부는 억제하는 데 성공함으로서, 전설의 최강의 엔트로피, 플레임 블레이즈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는 것이란다.”

라르크의 그 말은, 플레임 블레이즈는 라르크 한 명의 이름이 아니라는 뜻?

“페이트. 자신의 의지로 해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싶다고 했지. 비록 만난 시간은 길지 않지만, 하지만 페이트는 나와 염의 딸이었으니까, 분명 이터널 블레이즈를.”

설마? 라르크! 난, 아직 라르크에게 배울 것이 너무나도 많아요. 이터널 블레이즈를 이어 받을 정도로 나는!!

“아무리 나라고 해도, 맨 처음 플레임 블레이즈의 이름을 얻은 전설의 엔트로피 정도는 아닌가 봐. 신창 롱기누스에 찔리자마자, 제어가 불가능해지다니. 이대로는 모든 세계가 위험해져.”

라르크가 내 가슴에서 손을 빼낸다. 온 몸이 뜨겁게 달아오른다. 숨쉬기도 매우 곤란했다. 하지만.

“조금 더 좋은 엄마가 되 주지 못해서. 네가 사랑하는 자와 결혼을 하는 모습을 꼭 보고 싶었는데, 미안하다.”

라르크가 지금 하려는 짓이 어떤 건지, 말로는 들어 본 적 있었다. 세계와 세계를 오가기 위한 문을 여는 진언을 그리는 것을. 그 말은 나를 다른 세계로 보낸다는 뜻이다.

“여기 있었군요. 플레임 블레이즈. 아니, 이젠 더 이상 플레임 블레이즈가 아닌 보통의 엔트로피인가요? 그렇다면 더 이상 제 상대가 되지 못하겠군요.”

흑진주가 어느새 라르크의 뒤에 나타나 라르크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아직 어리군요. 분명 제게는 이터널 블레이즈가 더 이상 없지만, 신창 롱기누스 덕분에 엔트로피 본연의 힘이 제어 불능의 상태에 빠진 것은 여전. 그 점은 고맙게 생각해야 겠어요.”

“쓸데없는 오기는 부리지 마시길. 순순히 일곱 세계 최고의 보물, 이터널 블레이즈가 심어진 그 아이를 이쪽으로 넘기시길 바랍니다. 그렇게만 하시면 칠흑의 금강석의 왕께서도 홍련의 왕에 손을 대지 않으실 것입니다.”

제발, 라르크. 나 같은 것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으니까, 그러니까 제발.

“닥쳐라! 나는 긍지 높은 홍련의 왕과 세계의 수호자이자, 한 아이의 어머니이다! 그러니 나는 너를 막겠다!!”

“좋으실 대로.”

라르크는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순식간에 불꽃에 휩싸여 흡사, 피닉스 같았다. 하지만 알 수 있었다. 그 모습은 자신과 염이 공유하는 생명을 불태워 폭주하는 힘과 함께 마지막으로 이끌어낸 힘이라는 것을, 이긴다 해도, 그 다음에는 소멸뿐이라는 것을.

‘엄마!!’

목청껏 소리치고 싶었지만, 하지만 목소리가 나오기 전에 나는 이미 홍련의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로 날아가고 있었다.


§ Flame Blaze §


나를 믿어주었기 때문에 벼랑에 뛰어내린 유이리.
그런 나를 거두어다 딸로서 잠깐이지만 나에게 행복이 뭔지 가르쳐 준 홍련의 왕, 염과 플레임 블레이즈, 라르크.
그리고 세상의 이치라던가 어려운 이야기들을 재미나게 풀어가며 때로는 수련의 대련 상대로 같이 상대해준 중재자, 디아블로 아저씨.

“이젠 없어.”

모두들 내가 늘 뭔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갑작스럽게 일이 터지면서 하나 둘, 사라져 갔다.

“그런 건 싫어, 불쌍해. 어째서 다정한 사람들은 뭐든지 내주고, 희생하고, 나 같은 인간 때문에!!”

갑작스레 화가 났다. 고작 나 같은 것 때문에, 다들 그렇게 사라져 가야 하다니. 어째서?

“으윽, 뜨거워. 마음이 가슴이.”

너무나도 뜨겁다. 내 몸을 식힐 수 있다면 흙탕물에도 뛰어들고 싶을 정도로 뜨거웠다.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첨벙.

다른 세계에도 강이란 것이 있다는 것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한참을 강물에서 뒹굴었지만, 뜨거운 건 오히려 더했다. 결국 지쳐서 강물 밖으로 머리를 들어 올렸다가, 강물에 비친 나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

“머리카락과 눈동자가 빨게. 꼭 타오르는 것처럼.”

원래 내 머리카락은 연보라색이다. 눈동자 색은 연파랑색이고. 하지만 라르크에 의해 이터널 블레이즈가 내 안에 심어지게 된 까닭인지, 붉게 변해 있었다.

“으으아아아, 뜨, 뜨거워!!”

하지만 오랫동안 강물에 비친 내 얼굴을 보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또 다시 견딜 수 없이 뜨거워졌다.


§ Flame Blaze §


왕국이 불타오르고, 사람들이 불타고, 숲이 불타며, 하늘도 불타고, 그리고 세계와 왕을 지키기 위해 싸웠던 엔트로피도 불타며 사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불꽃의 중심에는 내가 있다.

“과연, 불꽃의 파괴자, 플레임 블레이즈.”

내가 불에 태워버린 엔트로피는 그 말만을 남긴 채 다 타버린 채, 재도 흩날리지 않았다.

“플레임 블레이즈. 인건가?”

뺨을 타고 눈물이 하염없이 끊임없이 흘러내리지만, 나의 두 손은 눈물을 닦을 생각은 하지 않고, 불꽃을 방출하며, 붕괴하는 세계를 계속 불태우고, 또 태우고 있었다.

“아버지, 엄마. 죄송합니다. 너무나도.”

이터널 블레이즈. 그렇다. 나는 염과 라르크가 나에게 남겨준 유품이라고 할 수 있는 그 힘을 억제하지 못하고, 이렇게 미친 듯이 그 힘에 의지에 휘둘려서, 그래서 수많은 세계를 불태우고 있는 것이다. 엔트로피가 세계와 왕의 수호자라면, 그것의 반대로 세계와 왕을 파괴하는 자, 즉 파괴자.

“그 최강의 엔트로피가 파괴자로 변질되다니!”

“플레임 블레이즈!!”

라르크가 가진, 엔트로피로서 긍지 높은 이름인 ‘플레임 블레이즈’는 최강의 불꽃의 파괴자의 이름으로 변질되어버렸다. 내 안의 이터널 블레이즈가 가자는 대로 나는 끌려갔고, 도착하게 된 세계를 닥치는 대로 불을 내뿜어 태워버리고, 그것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또 반복되고.



“미안. 디 엔드(The End).”

펑, 소리가 나면서 몇 번째일지 모를 엔트로피의 머리와 몸이 분리되어 나갔다. 억제하려고 노력을 안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억제하면 할수록 견딜수 없이 뜨거워져 결국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렇게 되어 있는 나였다. 이젠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다. 나의 의지, 그런 건 태어날 때부터 나에게 허락되지 않았나 보다. 한 이름도 모를 조그마한 세계에 지구라는 행성에서 주희라는 소녀를 만나지 못했다면, 난 지금도 계속 플레임 블레이즈의 이름을 더럽히고 있었을지도 몰랐다.


§ Flame Blaze §


중재자 두 명은 이미 숨이 끊어진 채, 그 시체는 불길 속에 쓰러져 타들어가며 고약한 냄새를 뿜어내었다.

“하아, 하아, 하아.”

내 앞의 있는 검은 단발과 검은 눈동자의 11~12살 정도로 보이는 어린 소녀는 엉망진창인 모습으로 간신히 서 있는 소녀, 왠지 검은 단발과 검은 눈동자를 보고 있노라면, 칠흑의 금강석의 왕의 엔트로피, 흑진주가 떠올라서 기분이 나쁘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뒤에는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진 9살 정도의 어린 소년이 있다.

“큭, 주희야!! 내가 플레임 블레이즈를 상대할 테니, 너는 어서!!”

죽어서 타들어가고 있는 두 명의 중재자 외에, 또 다른 중재자가 아직 숨이 붙어 있는지 흑발의 소녀를 주희라 부르며 피하라고 소리쳤다.

“전 사범님!! 그럴 수는.”

주희라 불린 소녀는 간신히 숨만 붙어 있는 그 중재자를 전 사범이라 부르며 발을 동동 굴렸다.
비슷했다. 이런 짓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 그런 내 생각과는 달리, 이미 내 손에선 불꽃이 제멋대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도망가.”

주희나 전 사범이라는 중재자나 놀란 얼굴을 하였지만, 하지만 그런 얼굴 하지 말고, 제발 도망가란 말이야.

“죽이고 싶지… 않아.”

나의 손에선 이미 제멋대로 불꽃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죽이고 싶지 않다면서, 지금까지 네 손에 멸망한 세계가 몇인지, 그 세계에서 살아갔던 생명들이 몇인지, 잘도 알면서 그런 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플레임 블레이즈는 단순히 악질적인 파괴자도 모자라, 위선자란 말이야!!”

“아무것도, 모르면서. 나도 이런 거 원하지 않았어. 그런데 네가 뭘 안다고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그딴 소리 하지 말고, 제발 도망가.”

주희의 당돌한 외침에 순간 울컥했다. 하지만 그래봤자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이미 내 손에서는 불꽃이 뿜어져 나갔고, 수초도 안 되서 주희를 태워버릴 것이다. 그러니까 제발 도망가라고 하고 싶었다. 죽고 싶지 않을 것 아니야?

“닥쳐! 나는 긍지 높은 엔트로피 후보생이자, 한 사람의 누나야! 그러니, 은태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도망가선 안 돼!”

어디서 이거랑 비슷한 말을 들었던 것 같은데, 어디서 들었는데.

‘닥쳐라! 나는 긍지 높은 홍련의 왕과 세계의 수호자이자, 한 아이의 어머니이다! 그러니 나는 너를 막겠다!!’

라르크!
그래, 라르크의 마지막 말. 라르크는 나를 지키기 위해서 도망가지 않고 끝까지 싸웠었다. 그리고 주희라는 엔트로피 후보생도 각성하지 않은 왕, 은태를 지키기 위해 도망치지 않고, 불꽃에 휩싸였지만, 더 이상 내 손에서 불꽃이 멋대로 뿜어져 나오거나, 하지 않았다. 아니 다른 의미로 마음이 뜨거워졌다.

‘이터널 블레이즈가, 진정하고 있, 아니야. 스스로 자신을 억제되고 있어.’

마음이 평안해지는 뜨거움. 라르크의 품에 안길 때 느껴졌던 그 따뜻함에 가까운 것이었다. 설마 이것이 이터널 블레이즈를 억제한다는 말인가? 이번엔 이터널 블레이즈를 억제하려고 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자기 스스로?

“만약, 플레임 블레이즈가 위선자가 아니라면, 나를 대신해 은태를 돌봐주길 간절히 부탁해요.”

불꽃과 어우러지는 주희의 목소리에 다시 주희를 바라보았다. 불꽃에 휩싸여 있지만, 하지만 머리카락 한 올 타지 않는 것은 무슨 까닭이지?

“알았다.”

나도 모르는 새에 내 입에서 나온 목소리. 하지만 이건 내 목소리가 아니야.

“각성하면, 죽이겠다.”

내 입을 빌려 나온 무감정한 목소리. 이 목소리는 그러니까 설마?

“나쁜 건, 이터널 블레이즈였군요. 위선자라고 해서 미안해요.”

주희는 그 말을 끝냄과 동시에, 불꽃에 용해되어 불꽃이 되어버렸고, 그 불꽃은 다시 내 가슴 속으로 흡수되었다. 그 순간 나는 완전히 정신을 잃었다.


§ Flame Blaze §


“은태야, 학교 가야지?”

그때 일을 계기로 나는, 여기 은태라고 하는 각성하지 않은 왕을 주희 대신 돌봐주게 되었다.

“우웅, 5분만.”

“찬물 부어버리기 전에 후딱 안 일어날래?”

“아, 알았어. 일어나면 되잖아. 주희 누나.”

그때 일을 계기로, 내 안의 이터널 블레이즈는 완전히 잠잠해졌다. 어떤 이유일까? 단순한 변덕? 하여간, 내 의지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좋은 것이지만.

“누나, 어디 아파?”

“아, 아니야. 먼지가 눈에 들어간 것뿐이야?”

아무리 내가 원했던 것이 아니더라도, 이 손으로 수많은 세계를 무차별적으로 파괴했다는 것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이터널 블레이즈를 억제할 줄 몰랐기 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엄청난 일들. 누군가가 나를 쫓아와 죽이겠다고 해도 변명을 할 순 없을 것이다.

‘지킨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어떤 것이기에, 다들 그렇게 간단히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것일까? 언제 이터널 블레이즈가 제멋대로 나를 움직일지 모르지만, 그때까지 만은, 나 때문에 죽은 주희의 부탁대로, 아직 각성하지 않은 왕인, 주은태라는 아이를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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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록(綠麓)의 세계
: 일곱 세계의 하나였던 세계. 자기 세계의 왕과 엔트로피를 잃은 후, 칠흑의 금강석의 세계에 흡수되었다.
+ 녹록의 세계의 보물인 신창 롱기누스는 찌르는 존재의 안에 담긴 힘을 폭주시켜 존재를 파멸 시키는 창이다. 상대가 강하면 강할 수록, 효과가 크지만, 찌르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 칠흑의 금강석의 세계
: 태어날 때부터 쪼개진 채로 태어났던 세계로 비상적으로 망가진 세계이다. 살아 있는 생명체들은 그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 스스로 생명을 버리고 기계가 되어야 하는 그런 모순된 삐뚫어진 세계.
+ 그 세계의 거주하는 주된 종족은 바로 엔젤(Angel).



# 칠흑의 금강석의 왕, 은(慇)
: 예전, 홍련의 세계에는 각성하지 못한 왕이 두 명 태어났다. 그들은 서로 너무나 절친한 쌍둥이 형제였건만, 운명은 그렇지 못하여, 결국 둘은 각성하게 되고 세계를 조율하는 왕의 자리를 놓고 어쩔 수 없이 싸워야 했다. 서로의 소중한 존재를 걸고, 즉 여왕벌 싸움.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형인 염(炎)을 선택했고, 패배하게 된 은(誾)은 자신이 사랑했던 소녀를 잃고, 홍련의 세계에서 추방당하게 되었다. 추방되기 전에, 홍련의 세계의 왕이 된 염에게 이터널 블레이즈의 힘으로 자신이 사랑했던 소녀를 되살려달라고 간절히 부탁했지만, 염은 그 부탁을 들어줄 수가 없었다. 그로부터 수천년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 긴 시간이 지난 후, 은은 칠흑의 금강석 세계의 왕이 되어 염의 앞의 모습을 드러낸다.
+ 원래 이름은 은(誾)이었지만, 이후 은(慇)이라고 스스로 바꾼다.



# 흑진주(黑眞珠)
: 칠흑의 금강석 세계의 왕인 은(慇)과 계약해서 엔트로피가 된 소녀의 엔트로피로서의 이름. 은(慇)이 고르고 고른 존재로서, 그 육체는 엔젤의 최고 기술의 집약체인 나노 머신으로 강화되어 있다. 녹록의 세계의 왕의 엔트로피와 싸워 쓰러뜨릴 정도로 강했지만, 실력만으로 플레임 블레이즈를 이길 정도로 강하지는 못했다. 은(慇)의 명령대로 야비하다면 야비할 수 있는 수단을 쓴 까닭에, 플레임 블레이즈에게 치명타를 입히지만, 이후 스스로를 불태워 공격한 플레임 블레이즈에게 큰 부상을 당했다.
+ 칠흑의 망토를 걸치고, 옷대신 시커먼 붕대로 온몸을 칭칭 감았으며, 칠흑의 단발, 칠흑의 눈동자를 지녔다.
+ 죽지는 않았음.



# 주희
: 12세의 흑발과 흑안의 소녀. 아직 각성하지 못한 왕, 은태를 지키는 예비 엔트로피이자, 누나(친누나는 아니지만)이다. 폭주하는 이터널 블레이즈를 어떤 의미에선 진정시킨 소녀로 이후 소멸한 직전, 페이트에게 자신의 이름과 누나라는 역할을 대신 해줄 것을 부탁한다.
+ 은태가 부모라고 알고 있던 존재들은 전부, 중재자. 물론 중재자들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가 은태가 아니지만.



※ 이터널 블레이즈(Eternal Blaze)
: “이터널 블레이즈(Eternal Blaze). 그것은 강력한 파괴의 힘을 지니고 있는 무구가 아니야. 하지만 그것이 왜 일곱 세계, 아니 모든 세계에서 최고의 보물이라 여기는지 아니? 그 이유는 이터널 블레이즈의 힘은 그 이름 그대로 영원한 불꽃. 그 힘이 작용하는 모든 것을 영원히 있게 하며, 왕과 세계, 심지어 소멸까지도 반전시켜버릴 수 있는, 그렇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빼앗겨서도 함부로 사용되어서도 안 돼는 최고으뜸으로 여겨지는 보물이야.”
“홍련의 세계에 엔트로피는 대대로, 이터널 블레이즈의 힘을 직접 자신의 안에 간직하여, 그것이 홍련의 왕의 뜻대로 쓰이게 하기 위해 스스로 억제해 왔단다. 하지만 이터널 블레이즈 자체는 스스로 강력한 자유 의지를 가지고 있지. 너무나 강력한 자유 의지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홍련의 세계에 엔트로피는 견디지 못하고, 자기 소멸을 해버리지만 일부는 억제하는 데 성공함으로서, 전설의 최강의 엔트로피, 플레임 블레이즈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는 것이란다.”

본편 중, 라르크의 대사 인용. 그 이름 그대로 결코 꺼지지 않는 불꽃이란 이름에 걸맞는 보물. 하지만 그 보물 자체는 강렬한 의지를 가지고 있기에, 억제하지 못하면 그 힘에 마구 휘둘려지거나, 그것을 안에 간직한 존재가 파멸해버린다.
+ 일단 설명은 이 정도만. 간단히 이야기해서, 결코 연료가 떨어지지 않는 연료 탱크와 어느 정도 비슷하다 할 수 있음. 뭐, 연료 탱크와는 다른 속성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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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헉, 어쨌든 지금의 주희, 즉 플레임 블레이즈의 과거 이야기 되겠습니다.

어쨌든, 리플 하나 달아주시면 감사할게요.

설정은, 나중에 달것임... 지금은 완전히 기진 맥진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