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퓨전 Flame Blaze

2006.02.10 11:02

다르칸 조회 수:116 추천:2

extra_vars1 기억 
extra_vars2 Fire 08 
extra_vars3
extra_vars4 39 
extra_vars5
extra_vars6  
extra_vars7  
extra_vars8  

잭은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분명히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잠깐 사라진 잭의 옆에는 누나가 붙어 있었다.

"어디서부터 설명해줘야하지?"

누나는 무척이나 오랫동안 고민하고 있었다. 내가 일련에 겪었던 사건에 대해 그녀는 무척이나 설명하는 것을 꺼렸고 나의 질문에 늘 당혹감을 표시했다. 믿기지 않았다. 장난이 아니라면 그녀에게서 당혹감이란 무척 생소한 단어일 것이라고 단정지을 수 있었다.

"옛날에...전 사범님께 훈련을 받을때 였을 꺼야, 넌 태어나지 않았을 때 말이야"

그녀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 것 같았다. 그 이야기는 무척이나 흥미로웠고 신비로웠다.

.
.
.
.
.

...사람들은 오랜 예전부터 신을 동경했다. 그 중에서는 세상의 이치를 깨달아 그것을 사용하기 위해 자연의 보고인 산으로 찾아든 사람들이 있었다. 개 중 깨달음을 얻어 삼라만상의 이치를 이용할 줄 아는 자를 속세의 인간들은 '신선'이라 불렀고 엔트로피들은 중재자나 인도자라고 불렀다. 가장 큰 세계를 만든 여호와 혹은 부처라 불리는 왕이 어디론가 사라졌음에 이 지구와 은하라 불리는 세상은 많은 엔트로피와 새 왕들이 탄생했다. 그 중에 한 왕을 두고 엔트로피들은 큰 다툼을 벌였고 몇몇 작은 마을이 사라질 때까지 신선들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파괴자가 생겨났고 소돔과 고모라라고 불리는 대도시가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신선 중에서는 가장 큰 득도를 한 이가 있었는데, 이를 반고라 불렀다. 반고는 탄생이 알려지지 않아서 누구는 그가 은하를 창조한 왕이라 하고 누구는 왕의 엔트로피라고 그랬지만, 알려진 사실은 없었다. 반고는 넓은 세상의 은거하고 있던 원시천존, 천보도군, 태상노군이나 환인과 단군 부자, 예수나 석가모니 형제들을 불러내어 엔트로피들과 왕이 될 제목을 찾아내어 교육했다. 그들의 힘은 창조에는 미치지 않으나 재창조와 불멸에 까지 미치는 큰 힘이어서 엔트로피들도 그들에게 함부로 하지 못 했다."

"우와 ! 사범님 대단해요"

사범은 웃으면 책자를 닫았다. 사실 그다지 궁금해서 물어본 게 아니라 고된 훈련에 지쳐서 물어본 것이지만, 그는 무척이나 상세하고 재미있게 대답해주었다.

"확실히 나는 그리 대단하지는 않단다"

"그치만 이 반도 내에서는 환인, 단군님 다음으로 강하시잖아요"

"강하다라는 기준과 깨달았다는 기준은 다르단다"

"치이"

나는 입을 두툼하게 불렸다. 그는 내 볼을 꾹 눌러 바람을 강제적으로 뺀 뒤에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새하얗고 탄탄한 가슴이 보일 만큼 파인 도복이 너풀거렸다. 이대로 수련을 다시 시작하기는 피곤했다.

"그러면 엔젤이 뭐예요?"

"불쌍한 이들이지"

"네? 왜 불쌍해요? 그들은 왕이 될 자를 잡아가고 엔트로피들을 학살하잖아요! 그림자의 린들보다 무서워요"

"흠, 그러면 반고님에 대해서 설명해 주어야 겠구나. 반고님은 깨달음을 희생이라는 전제 하에 창조가 가능하셨던 분이시고 많은 신선들의 지표가 되셨던 분이시다. 그런데 그 분이 가장 아꼈던 왕은 무척이나 나약했고 각성조차 사람이라면 중년에 들어서서 했지. 그러나 그의 엔트로피는 그와 성향이 맞지 않을 정도로 포악했고 그와 함께하는 세상은 이 은하와 비교했을 때 먼지보다도 작을 만큼 형편없었단다.
희생이었다. 반고님은 그 노쇄한 육체를 그 세상의 축으로 삼아 혼으로 왕을 보좌하고 엔트로피의 성향마저 뜯어고쳤다. 그 덕에 그 세상은 가장 크고 균형잡혔으며, 질서정연한 이 은하만큼이나 대단한 세상이 되었고 그곳의 생명들은 영생을 누리며 행복한 삶을 살게 되었지. 지금 속세의 사람들이 믿는 천국이나 극락과 같은 개념의 세상이 탄생했다. 그런데 왕과 엔트로피가 알려진 그 세상에 생명체들이 엔트로피의 포악한 성향을 거부하기 시작했고 가장 발달된 종족이 그 세상을 빠져나왔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더구나, 그런데 얼마 뒤에 반고님이 지탱하던 세상이 서서히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 그곳을 찾아가 그분의 혼과 늘 수다를 더시던 환인님은 사라지셨고 그 아들이신 단군님이 대신 엔트로피들을 감독하셨다. 그리고 엔젤들이 왕과 엔트로피들을 죽이고 잡아가기 시작했지"

"...그들은 무서워요"

사범님은 미소를 지으며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셨다. 지켜주실 것이라고.

.
.
.
.
.

아주 잠깐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누나가 들려준 이야기는 신비로웠고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는다고 가정한 인간은 무엇보다도 포악하고 탐욕스러워진다고 누군가가 그랬을까, 엔젤을 보고 그 이상향의 세상을 찾고 싶었다. 그러나 누나는 그것을 허락해 줄 것 같지 않았고 찾을 만한 용기도 나지 않았다. 만약 정말이라면 엔젤들은 무서운 자들일테니까.

"자, 약 먹고 자렴"

"어? 이봐! 정말 엔젤이 그런거야?"

침대 위로 누나가 이불을 덮어주고 나갔다. 잭이 허둥지둥 그녀의 뒤를 따라 방을 나갔다. 하지만 쉽사리 잠이 들지 않았다. 반 지하의 좁은 창 밖으로 간간히 보이는 별빛은 마치 자장가 같았다. 꿈의 이상향을 부르짖는 자장가.
아침은 무척이나 상쾌했다. 누나가 늘 해주던 맛있는 카레에 밥을 비벼먹고 약을 먹었다. 학교는 심화된 전쟁 때문에 휴교를 했다. 바로 얼마 전에 오판으로 떨어진 미사일 탓에 각 국의 정부는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다고 뉴스에서 보도했지만, 물가가 비정상적으로 올랐다는 사실을 제외한다면 딱히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내 옆에는 잭이 카레를 신기하고 맛있다는 표정으로 와구와구 입 안에 그걸 밀어넣고 있었다.
탕탕. 밖의 철문이 소리를 내며 울었다. 누군가 오거나 근처 아이들이 장난을 치는 것이리라. 누나는 현관문을 빼꼼히 열고 대문을 훔쳐보았다. 거기에는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가슴이 훤히 보이는 도복을 입은 전사범이 보였다. 누나가 재빠르게 대문을 열어주자 전사범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플래임...아니 주희양, 어제 왠 녀석들이 온 것 같던데?"

"아, 사범님! 신경 써 주셔서 고마워요"

"그나저나 저 아이..맡기지 않을 생각입니까?"

"은태는!!..그러지 않을꺼예요 절대!"

전사범은 이마를 찌푸리고 터벅터벅 걸어들어왔다. 현관으로 들어오면 바로 보이는 좁은 부엌에서 카레를 와구와구 먹던 잭이 그와 눈이 마주쳤다. 하늘로 날아오르는 밥풀과 함께 날아가는 전사범이 무척이나 웃기게 보였다.

"푸우웁!!! 으악 중재자다!"

"남의 밥을 이렇게나 축내고 농부들이 힘겹게 수확한 쌀을 뱉다니!! 악의 축!"

퍼억, 다행히도 잭은 전사범의 발차기 한 방에 부엌바닥으로 머리를 쳐박았다. 누나는 대문을 걸어잠그고 들어와 잭을 굴려 부엌 구석에 밀어넣은 뒤에 전사범을 자리에 앉게 했다. 몇 마디를 주고 받은 뒤에 전사범은 미덥지 못 해 보이는 표정으로 잭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누나가 말했다.

"왠 일로 오셨어요? 그들은 어제 왔다 갔는데"

"늦긴 했지만, 어쨌거나 중재자가 아닙니까? 솔직히 그 때 그대로 집으로 들어가긴 무서워서 이리로 온 거죠 하핫"

집으로 들어가는 게 왜 무서울까? 이해하기는 힘들었다. 그러나 이해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약을 먹고 누나의 옆에 붙어 앉아 둘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전사범은 잭이 먹던 밥그릇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그제서야 누나가 웃으면서 카레를 가져왔다.

"역시 주희양 음식 솜씨는 일품이라니까요!"

깨갱소리와 함께 잭이 일어나 식탁의 끝에 밥그릇을 찾아와 숟가락을 서툴게 놀렸다. 잔뜩 주눅이 든 모습이 강아지 같기도 했지만, 간간히 보이는 날카로운 송곳니 때문에 그런 생각은 감히 들지 않았다. 가끔 잭을 흘겨보던 전사범이 끝끝내 입을 열었다.

"잭. 마약을 뿌린다던가 폭력조직을 성장시킨다던가 하면 알아서 하십시오"

"으윽, 네에"

그 뒤로는 긴 말이 오가지 않았다. 식사가 끝난 뒤에도 전사범은 나가지 않았고 누나와 몇 마디 실 없는 과거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잭을 밖으로 내쫓았다. 옷가지를 주워입고 밖으로 쫓겨난 그가 투덜거리면서 사라지자, 전사범은 나의 어깨를 꼭 붙잡았다.

"당신은 왕의 제목입니다. 저와 함께 가시겠습니까?"

"네, 네에?!"

그는 무척이나 진지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내가 느끼는 당혹감이 사라질 일은 없었다. 일단 그의 제안은 어쩔 수 없었다.

"싫어요. 누나랑 살래요"

"주희양은 한라산의 계시는 제 스승님께 갈 겁니다"

언제 그런 말을 주고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누나는 고개를 끄덕임으로써 전사범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었다. 하지만 누나와 헤어질 수는 없다. 일련의 긴 사건들이 있었고 그것은 충분히 나에게 쇼크로 작용했지만, 그 덕분에 담이 조금 커졌다고 해도 무리는 없었다. 차라리 한라산에 갈테다.

"그럼 한라산으로 갈래요!"

"이런..정말 주희양은 당신을 잘 아는 모양이군요"

"거봐요, 사범님 제 말이 맞죠? 우리 아들은 저 빼놓곤 못 간다니까요"

그녀는 나를 종종 아들이라고 불렀다. TV 리모콘을 찾아오라는 부탁이나 실 없는 농담, 장난, 귀찮을 때에 심부름이라면 그렇게 불렀다. 아마 그녀는 이 일을 심부름이나 부탁으로 생각하고 있을까? 아니, 나는 정말 아들일지도 모르겠다. 내 기억에 어머니는 희미하고 누나의 기억만이 또렷이 존재하니까.

"좋습니다. 내일 아침 7시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로 가기로 하죠"

.
.
.
.
.


나의 스승은 무척이나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단군이라 불리며, 한 반도의 국가를 만들고 횡하니 나라에서 가출한 뒤로 산을 찾으며 수행을 하다 난 그를 만났고 그의 밑에서 키워졌다. 그가 저 멀리 시베리아 벌판에서 사는 이들에게 배웠다는 무술을 전수받았다.

"야, 꼬마야"

그는 늘 나를 꼬마라고 불렀다. 게다가 귀찮은 심부름이란 심부름은 모조리 시켰고 논어 같은 어려운 공부도 시켰다. 게다가 도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늘 자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지만 나는 이해되지 않았다. 나를 괴롭히던 강도, 도적, 악당들은 모조리 혼내줬고 세상에는 정의가 실형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그리고 그것을 실천하고 살았다. 하지만 일단 대꾸는 해줘야했다.

"왜요?"

"배고파"

"밥 정도는 혼자서 해 드세요!"

"그러면 나갈래?"

"네, 네?"

황당했다. 도끼눈을 하고 나를 바라보는 그의 표정은 예사롭지 않았다. 얼마 전에 다녀간 그의 아버지라는 환인님은 무척이나 따뜻하고 배려심있는 분이셨다. 물론 그가 뒤에서 내게 '돈 빌려가면 꼭 갚으라고 떼 쓰는 쫌팽이에다가 인간을 위한답시고 자기같은(자기가 얼마나 이타적이지 못한 줄은 아는 모양이다.)이를 보내 나라를 세우게 하는 이 은하 최고의 게으름뱅이'라고 할 때 그의 머리를 강하게 내리찍은 모습을 제외하고는 내가 본 중 누구보다 배려심 깊었다.

"에이씨!! 배고픈데 밥도 안 해주는 제자는 필요 없어!! 그리고 수백살이나 처먹은 놈이 득도도 못 하고 에잉!! 나가 살아!"

그 날 쫓겨나고 말았다. 그리고 멀리 꺼지라는 그의 눈초리에 잔뜩 겁을 먹고 나룻배를 한 척 만들어서 태평양을 횡단하려고 했다. 참 바보 같이도 그 넓은 바다를 넘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고 결국은 태풍을 만났다. 그가 내게 알려준 불사의 비밀 덕분에 죽지는 않았다. 그렇게 도착한 곳이 한반도의 북쪽이었다. 한라산에서는 멀리 나왔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꼬마애를 만났다.

"몇 살이니?"

"열 두살"

자신을 주희라고 말했던 소녀는 당찬 눈을 하고 있었다. 운명이라면 언젠가 만났을 법도 하지만 그녀를 만난 건 내 일생에 처음이었다.

"꼬마야"

"나 꼬마 아냐!! 아저씨!"

"..꼬맹이"

"아저씨!"

나의 말 버릇은 내가 오의를 깨달은 후에나 조금이나마 정중하게 바뀌었다. 그녀의 아저씨라는 말 버릇과 험한 말투는 오의를 깨달아 정중해진 내 말투를 들은 뒤부터 였다.













====================



아이고 망했다 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