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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퓨전 Flame Blaze

2006.03.27 03:02

BARD OF DESTINY 조회 수:55 추천:2

extra_vars1 Destoryed Peace 
extra_vars2 Fire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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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늑대의 중간의 모습. 늑대의 형상에 은빛 털로 온몸이 뒤덮인 나를 사람들은 늑대인간, 잭 데르만 이라고 불렀다.

-Wolf of the Girl-

주변에서 들려오는 새들의 노랫소리에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아이, 라누아스. 조금만 더 늦게 깨우지 그랬어! 졸립단말야"

내 옆에서 가장 크게 지저귀던 자그마한 흰색 새, 라누아스가 나의 곁으로 날아왔다.

"어린 늑대야, 오늘은 이곳 녹록의 세계의 왕이 즉위하는 날이란다"

"그런거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잖아"

나는 풀숲으로 도로 누우며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왕의 즉위식은 살아가면서 두번다시 보기 힘든 거대한 행사라고"

귀찮다. 왕은 또 뭐야, 게다가 즉위식 같은건 왜 해서 나를 이렇게 귀찮게 만드는거지.

"에휴, 잠이 다 달아나버렸잖아"

그렇게 해서 나는 라누아스와 함께 즉위식이 치루어지는 '라-케네스'로 향했다. 라-케네스는 이곳 녹록의 세계의 중심에 위치해 있다. 우리 세계의 성지라 불리는곳. 나의 이름은 어린 늑대. 성인식이 치루어 지기 전까지는 마음에 들지 않아도 이렇게 불려야 한다. 그래도 어린 승냥이라던가 하는 호칭보다는 이게 훨씬 낫지 않을까? 스무살에 치루어 지는 성인식까지는 아직 6년이라는 시간이 남아있지만.

"어린 늑대야, 그렇게 느릿느릿하게 걸어서는 제때에 도착하지 못한단다"

"원한다면 기꺼이 달려주겠어"

나는 잠시 멈추어 서서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내 푸르른 긴머리가 점점 은빛 털로 변하며 온몸을 뒤덮었다. 어느새 나는 한마리의 늑대가 되어있었다.

"아우우우"

나는 크게 울부짓으며 앞으로 달려나갔다. 라누아스도 힘차게 날갯짓을 했다. 우리 녹록의 세계의 사람들중 대부분은 나처럼 동물로 변할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저기 앞에 날아가는 라누아스도 사실은 백발의 할아버지다. 게다가 새로 변한 상태에서도 말을 하는 그를 사람들은 중재자라나 뭐라나 여하튼 그렇게 부르고 있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고나니 라-케네스에 도착했다. 우리 녹록의 세계의 가장 큰 행사답게 역시나 수많은 사람들과 동물들이 모여있었다. 그리고 중앙에 서 있는 한 소녀. 갈색의 긴 머리를 한 그녀는 또래중에 가장 덩치가 좋은 나와 키가 비슷했다. 소녀의 눈은 양쪽의 색이 달랐는데 오른쪽의 녹색 눈동자와 왼쪽의 갈색 눈동자가 뭔가 묘한 느낌을 주었다. 저 소녀가 왕인건가?

"우리 녹록의 세계에서의 왕의 즉위식은 대대로 우리 세계의 주민들이 다 참여한 상태에서 이루어졌단다. 물론 즉위식 후에는 왕을 다시 볼수는 없을테지만 말이다. 즉위식은 이 세계에서 가장 큰 깨닮음을 얻은 중재자와 함께 각성한 왕이 그 세계의 보물을 제단에서 뽑아내고, 엔트로피와 계약을 하게되는것으로 끝이 나게 된단다."

내 옆에 서 있던 라누아스는 어느새 본래의 인간의 모습-그래봤자 백발의 수염난 할아버지지만-으로 돌아와 있었다. 음 그런데 왜 저 할아버지가 소녀에게로 다가가는거지? 라누아스는 그 소녀에게 다가가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 즉위식은 꽤나 조촐하게 치루어졌다. 제단에 꽃혀있는 녹색의 빛을 머금은 거대한 창을 라누아스가 뽑아 든 뒤에 소녀에게 넘겨주었다. 소녀가 창을 하늘높이 들어올리자 그 주변에 꽃잎들이 흩날렸다. 마치 새로운 왕의 탄생을 축하하는 것처럼. 갈색빛 나는 머리칼이 바람에 휘날리던 그녀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라누아스가 앞으로 나와 마을사람들을 보며 크게 외쳤다.

"저희 녹록의 세계에서의 계약식은 대대로 모든 녹록의 주민들이 참여한 상태에서 이루어 졌습니다. 물론 이번에도 그러할 것입니다. 여태까지 그래왔듯이 왕과 계약을 할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비스트(Beast)'뿐입니다"

"라누아스! 그런.."

비스트. 나를 일컫는 말이다. 우리 녹록의 세계에서는 '왕'이 태어날때 함께 '비스트'라는 존재가 태어난다. 비스트는 피처럼 붉은 눈동자를 지니고 있고, 늑대로 변할수 있는 능력이 주어진다. 그런데 비스트가 왕과 계약을 해야 한다니!

"어린 늑대여, 앞으로 나오거라"

젠장, 내가 왜 이런 복잡한 일에 참여해야 하는거지? 나는 그냥 편하게 살고싶었을 뿐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앞으로 나아가는 이유는 뭐지? 저 앞에 서있는 소녀, 그녀 때문인가. 내가 제단 앞에 서자 라누아스가 내 옆으로 다가와 작게 속삭인다.

"원래부터 속이려 할 생각은 없었다. 다만 네게 주어진 사명일뿐, 네가 어떻게 해나갈지는 네 스스로 결정해야 할 일이다"

가까이에서 본 소녀는 더욱더 아름다웠다. 그런데 그녀가 한 손에 든 거대한 창으로 자신의 손을 찔러 창끝에 피를 묻혔다. 소녀의 행동에 가장 놀란것은 바로 나였다. 무엇을 하려는 거지?

"무슨...?"

"가만히 있거라, 어린 늑대여"



뭐라 말할 틈도 없이 그 창은 내 가슴을 파고들었다. 하지만 고통은 없었다. 창은 정확히 내 가슴에 박혔지만 아무런 아픔이 없다. 오히려 심장이 두근거리며 뭔가 알수없는 힘에 의해 휩싸이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소녀가 내 가슴에 꽃혀있던 창을 거두었다.

"어린 늑대여, 왕을 대행하는 만큼. 중요한 사명이 네게 주어졌으니 잘 해내주길 바란다"

"로니아, 이로써 계약식은 끝났습니다"

로니아. 그 소녀의 이름이었다. 아름다운 모습에 걸맞는 이름이랄까. 그렇게.. 녹록의 주민들의 축하 속에서 자그마한 세계의 여왕, 로니아의 즉위식은 끝이 났다.

내가 왕에게서 받은 힘은 자연의 힘이었다. 또한 나는 늑대와 인간의 중간 단계, 늑대인간으로 변해 더욱더 큰 힘을 발휘할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 힘을 나는 그녀를 위해 사용했다. 나는 항상 그녀의 뒤를 따라다니며 그녀를 지켰다. 그렇게 그녀와 함께 6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수많은 시간을 함께했지만 그녀는 나에게 미소 한번도 보여주지 않았다. 나중에야 알게 되었지만 나는 그녀를 사랑했던것 같다. 절대 이루어질수 없는 나 혼자만의 짝사랑. 그녀는 왕이며 나는 그녀의 엔트로피일 뿐이니까. 그리고 내 생에서 가장 잊을수 없는 날이 왔다. 그날은 내가 스무살이 되고나서 성인식을 치루던 날이었다. 그날도 여느 때와 같이 화창한 날이었다.

"왕이여, 오늘은 저의 성인식이 치루어 지는 날입니다"

"그렇군요, 축하해요"

이 이상의 대답을 기대한건 아니었다. 이렇게라도 그녀와 말을 하고 싶었다. 게다가 내 새로운 이름을 그녀에게 알려줄수 있다는 즐거움으로 성인식을 기다렸으니까. 중재자 라누아스에게서 받은 내 이름은 '잭 데르만'이었다. 상당히 괜찮은 이름이어서 즐거움에 사로잡혀 로니아에게 달려갔다.

"왕이여, 제 새로운 이름은 '잭 데르만'입니다"

"잭. 좋은 이름이군요"

그녀가 나를 향해 처음으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날, 그녀의 미소에 의해 내가 가장 기뻐했던 날이었지만 가장 슬프고 증오하는 날이기도 했다. 그날 바로 녹록의 세계가 불탔다. 그것도 한 여자에 의해서. 녹록의 주민들은 처참하게 죽어갔고 라누아스 마져도 한줌의 재로 사라졌다. 나는 아무것도 할수 없었다. 로니아를 보호해야 했으니까. 나는 내 온 힘을 다해 그녀와 싸웠지만 그녀에게는 제대로된 상처 하나도 남기지 못했다. 내가 다칠때마다 로니아도 함께 아파했다. 그날 처음 내가 싫어졌다. 무력한 내가 로니아의 엔트로피였던 것도 싫었고 녹록의 세계를 지켜낼수 없었던것도 화가 났다.    

"이게 고작 녹록의 세계의 힘인건가?"

나는 그녀의 말에 어떠한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 세계의 힘은 곧 왕의 힘, 왕의 힘은 나의 힘이었기에.

"녹록의 세계를 지켜내지 못한건 다 왕인 나의 잘못입니다. 나는 역시 이 세계를 지켜낼수 없군요"

로니아가 내 앞으로 나아가며 말했다.

"잘 알고있군. 나는 흑진주. 나의 왕이신 은님의 명령에 의해 녹록의 세계의 보물을 가지러 왔다"

"보물은... 넘겨줄수 없다"

"네 상태를 보고 말하는게 어때?"

"젠장!"

흑진주라 불린 그녀는 너무나도 강했다. 허나 우리 세계의 보물은 절대로 넘겨줄수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있다가는 나와 그녀 모두 죽을게 불보듯 뻔했다. 그때, 로니아가 입을 열었다.

"잭, 여태까지 고마웠어요. 하지만 지금 나는 녹록의 세계의 왕이라 불리기에도 부끄러운 일을 해야겠어요. 우리의 계약은 이걸로 끝입니다."

"무슨!"

그녀의 희미한 미소를 마지막으로 나는 정신을 잃었다. 깨어나 내 눈앞에 보이는 곳은 사방이 온통 눈으로 뒤덮인 러시아라는 곳이었다. 그곳은 내가 살던 세계와는 완전히 다른, 그러나 비슷한 지구라는 세계였다. 눈물이 흘렀다. 그녀는 왕과 엔트로피의 계약을 파기하고 나를 이곳으로 보낸것이다. 바로 나를 살리려고. 그녀는.. 녹록의 세계가 아닌 나를 택한 것이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복수만을 위해 살아왔다. 나의 평화를 깨트린 그 자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그런 나를 사람들은 파괴자라고 불렀다. 루나틱 버서커, 매드 커스피드 잭 등의 호칭이 나를 따라왔지만 내가 원하던 호칭은 단 하나, 로니아의 엔트로피. 복수를 위해 그렇게 살아가던 중, 나는 로니아를 쏙 빼닮은 그 소녀를 보게 되었다. 오드 아이의 그 소녀는... 아직 각성하지 않은 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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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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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윽"

나는 차디찬 콘크리트 바닥에서 일어났다. 크큭. 그 남자에게 당했을때는 그대로 죽는줄 알았는데, 운이 좋았나보군. 그러나 지금 내 머릿속에 맴도는 생각은..

"민정.. 그녀를 지켜야한다. 은태가 아닌 그녀를.."

그리고.. 그 자에게도 복수를 해 줘야지. 우리 녹록의 세계를 파괴해 버린 그 자를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