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퓨전 Flame Blaze

2006.03.05 04:18

문학소년 쉐르몽 조회 수:84

extra_vars1 Lost In the Earth 
extra_vars2 Fire 11 
extra_vars3
extra_vars4
extra_vars5
extra_vars6  
extra_vars7  
extra_vars8  
Under The Steel And Fire Rain…….

~Introduce~

어두운 곳이었다. 칠흑의 지배자. 유혈의 지배자. 네크로폴리스의 주인. 나는 눈을 떴다. 오랜만에 보는 곳. 우리의 고향이었던 불지옥의 구덩이. 악마들은 죽었다. 천사들도 죽었다. 언제부터인지 아무도 기억하지 못했다. 그리고 살아남은 그 자손들은 서로 적대의 의미를 잊었다. 그리고 싸웠다. 모든 이들이 거짓을 보지 못했다. 나는 도저히 천사들과 싸울 수 없었다. 왜? 어째서 싸우고 있는 거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리고 12살. 지옥은 불길하게 타올랐다. 천상은 찬란하게 빛났다. 그리고 끝이었다. 이 세계는, 신과 왕에게 버림받은 것이다. 그리고 문득 깨달았을 때, 지상에는 인류가 힘겹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그 순간 가장 치열했던 생존의 욕구는 천년이 되기도 전에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천한 농담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나는 그 사이에 끼어들었다. 첫 번째 형제살해자. 첫 번째 살인자. 그것이 나의 낙인이 되어버리고, 나는 영원히 떠돌게 되었다.

“카인(Cain).”

나는 잠시 고개를 옆으로 돌려, 나를 부른 사령술사를 쳐다보았다.

“왜, 시그마(Σσ;Sigma).”

시그마는 나를 쳐다보면서 쓰게 웃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시그마라고 부르지 말라니까. 난 청우(晴雨)라고.”

나는 피식 웃으면서 대답해주었다.

“청우라고? 개소리. 정말 단체에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군. 그리고 시그마. 네가 이름으로 불리길 원한다면 너부터 내 이름을 불러. 이 멍청아.”

시그마는 쓰게 웃더니 말했다.

“그래, 아쉬리아.”

나는 그를 무미건조하게 바라보면서 다시 물었다.

“그래, 뭘 말하고 싶은 거지?”

청우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달빛에 비치는 그의 얼굴은 아름다웠다. 단아하게 내리 깔은 눈, 그리고 그 눈꺼풀 사이로 살짝 보이는 초록색 눈, 달빛을 받아 매끄럽게 빛나는 흰색 머리카락. 모든 것을 소진하고 남은 마지막 생의 증거. 괜시리 우울하군.

“…… 그러니까… 내 말 듣고 있는 거야?”

나도 모르게 그의 말을 놓쳤나보다. 나는 조그마하게 사과하며, 그의 이야기를 다시 듣자고 했다. 청우는 나에게 자신의 말을 들려주었다. 자그마한 산, 그리고 자그마한 집. 도시의 공기에 찌들지 않은 전원생활. 힘겹게 먹고 살았지만, 그것으로 만족했던 날들. 청우의 평화로웠던 나날들. 지금의 그의 모습을 보면서 이야기를 들으니,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Over The Rain~

항상 그랬다. 왜인지는 모른다. 왜 나에게는 불행스러운 일이 오는지 전혀 모르겠다. 전방에 나가있다가 어제 막 제대했다. 그런데 왜일까. 나는 소식도 듣지 못한 채로, 상갓집이 되어버린 우리 집으로 즐겁게 웃으면서 들어섰던 것이다. …어이가 없었다. 빨리 돌아오라며 울던 어머니와, 그 뒤에서 담배를 뻑뻑 피우며 멋쩍은 표정을 짓던 아버지가, 순식간에 잿더미가 되어서 돌아왔단다. 그것도 타지 않은 손가락이 그 주위에 있었던 덕분에, 그 주위에 있던 가루를 어머니라 판정하고 쓸어 담아 왔단다. 아버지는 도저히 찾을 수 없어서, 그냥 제일 가까운 곳에 있던 재를 아무렇게나 쓸어 담아 왔단다. 나는 이 웃기는 상황에서 전혀 웃을 수 없었다. 아버지가 「아아, 젠장. 저거 나 아닌데.」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나는 그냥 멍하니 관만 바라보았다.

“괜찮나, 조군?”

누군가가 안부를 물어왔지만, 나는 그 소리를 듣고 나서는 귀가 멍멍하고 세계가 멍청하게 빙글빙글 도는 바람에, 대답을 하지 못했다. 나는 일어서서 그에게 인사를 하려고 했지만, 세계는 빙글― 돌아서 하늘로 돌아갔다.

“조군!”

누군가가 불렀다. 하지만 일어날 수가 없었다. 눈가가 차가워졌다. 뭔가가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아아―

“아아― 비가 오는구나.”

모두들 나를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이봐, 비켜. 하늘이 보이지 않잖아. 하늘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 검은 먹구름이 가득 낀 심술궂은 하늘일 것이다. 그러니까……. 비가 오고 있는 것이다. 나는 멍청하게 다시 웅얼거렸다.

“아아― 비가 온다.”

…내 마음속에 비가 온다.



~Over The Storm~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기분 나빠…. 아직 한낮이었다. 나는 일어나서 상복을 고쳐 입은 다음, 집 밖으로 나왔다. 피우지는 않았지만, 담배 생각이 간절했다. 나는 동네 가게에서 이름도 모르는 담배를 하나 집어서 값을 치르고 나와, 오늘도 어김없이 떠 있는 태양을 보면서 담배에 불을 붙였다. 담배는 독했다. 숨이 막혔다. 그래서…. 눈물이 났다.

“이 개새끼!”

“죽어버려, 재앙의 원흉!”

무슨 일일까. 저쪽 골목에서 누군가가 맞는 것일까. 나도 맞고 자랐었다. 힘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삶은 공허했다. 싸워서 이겨도 공허할 뿐이었다. 나는…. 빈 인간이었던 것일까. 그냥 담배 곽에 지나지 않는 사람이었을까? 나는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들은 어른이었다. 나는 그들의 아래에서 맞고 있는 소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소년은 웅크리고 앉아서, 피를 토할 정도로 맞고 있었다. 나는 그 소년을 더 자세히 보려고, 다른 한명을 밀치고 들어가서, 쪼그려 앉았다. 잠시 발길질이 멈추자, 소년은 힘겨운 눈초리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내들은 나를 의아하게 쳐다보았다. 나는 무슨 표정을 짓는지도 모르는 채로, 소년에게 말했다.

“안 아프냐.”

무척이나 갈라져버린, 의문형도 아닌, 이상한 말이 튀어나왔다. 소년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소년의 눈은 갈색. 그저 그런 평범한 색이다. 하지만 나는 그를 특별하게 여기는 것 같았다. 나는 소년의 얼굴을 손으로 쓱쓱 닦아주면서 말을 했다.

“괜찮냐.”

이번에도 알 수 없는 문법의 말이 나와 버렸다. 나의 이런 행동을 바라보고 있던 사내들은 화가 났는지, 내게 씨근거리며 다가왔다.

“썅. 댁도 상 치른 것 같은데, 막지 마쇼. 저놈이 재앙의 근원이라니까!”

“좀 비키쇼. 당신까지 맞고 싶지 않으면!”

나는 돌아보지 않았다. 보지 않아도 뻔했다. 나는 무미건조하게 말을 시작했다.

“바보냐.”

사내들은 무척이나 화를 내었다. 나는 그들을 무시하면서 계속 말했다.

“사람의 일생은 남이 가지고 노는 게 아니다. 니들은 왜 남의 일생을 가지고 놀려고 하냐.”

그들 중 하나가 나를 찼나보다. 나는 앞으로 굴러가다가 멈췄다. 그리고 일어나서 옷을 탁탁 털고, 다시 옷매무새를 만져서 상복을 가다듬었다. 그들은 이제 나를 미칠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나는 어이가 없었다. 재앙의 원인이라며 매도하고, 변호하는 자는 증오하고. 사람은 단순하다. 나는 그들을 향해서 계속 말을 했다.

“재앙의 원인 좋아하네. 그럼 나도 재앙덩어리냐. 집에 오자마자 부모님이 죽어있었다. 저주받은 개새끼인거냐.”

모두들 나에게 발광하며 달려들었다. 나는 손을 올리기가 귀찮았다. 그냥 맞으면서 있었다. 그들은 한참을 나를 치다가, 헉헉거리면서 돌아갔다. 나는 옷매무새를 누운 채로 상복을 가다듬었다. 일어나기가 귀찮았다. 도중에 구석에 있던 소년이 내게로 다가왔다.

“괜찮으세요?”

나는 걱정스런 소년의 얼굴을 보고서는 「니가 더 걱정스럽다.」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을 하는 대신에, 다른 말을 내뱉었다.

“너라면 괜찮을 것 같냐.”

소년은 고개를 저었다. 나는 누운 채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눈앞의 소년에게 푸념하듯이 말을 시작했다.

“어이가 없었다. 드디어 제대하고 집에 돌아오니, 어제 돌아가셨다고 하더라. 좀 웃기기도 했다. 누군지도 모를 재를 아버지와 어머니라고 추정하고 그냥 주워 와서 제를 지냈다. 그리고 여기에 나와서 화풀이 하다가 흠씬 두들겨 맞았다. 솔직히 기분이 개 같다. 근데 너는 아직 안 가고 뭐하냐. 집에 어른이 걱정한다. 꺼져봐라, 꼬마야.”

내 말을 내가 생각해도 두서없고, 감정 없이 아무렇게나 나온 것 같았다. 꼬마는 나를 물끄러미 계속해서 바라보았다. 나는 그 긴 말을 다시 할 자신이 없었다. 그냥 소년의 얼굴에 얼굴을 가져다 대면서 한마디 했다.

“에비.”

소년은 후닥닥 물러섰다. 웃지 않았다. 귀찮았다. 소년은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었다. 혹 미친 사람이 아니냐는 듯한 얼굴이었다. 나는 귀찮아서 그냥 그를 내버려두고 말을 했다.

“저리 가라. 귀찮다.”

나는 소년의 시무룩한 얼굴을 보았다. 아무런 감정도 들지 않았다. 단지 귀찮았다. 나는 무언가를 잃어버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귀찮아서 알고 싶지도 않았다. 그냥 누워있었다. 소년은 갑자기 「은태에요.」하고 가버렸다. 대꾸하기가 귀찮아서 그냥 하늘을 보고 누워있었다. 문득 나는 아까 잃어버린 것이 생각났다.

…나의 자아였던 것 같다.


~Out~

나는 나의 자아를 잃었다. 자아를 잃자, 모든 것을 잃었다. 뭐하는 건지 모르겠다. 그냥 귀찮았다. …비가 오는 것이 느껴졌다. 비다…. 필경 비다. 나는 입을 벌렸다. 비는 입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Rain From Eyes. 나는 무한히 그곳에 누워 있었다. 누군가가 나의 시야를 가렸다.




오늘의 주절주절 - 굉장히 쌩뚱맞죠? 으음. 하지만 인트로듀스 부분의 사령술사 두명은 이름이 아쉬리아라는 것으로 보아, 최근에 나왔던 타워의 모 씨가 되겠습니다. 그리고 이번 편에 나온 이 의지박약 자아상실씨는 앞으로 관찰자로 만드려고요..;; 으음. 너무 생뚱맞은 전개라면 죄송합니다. 이 의지박약 자아상실씨는 앞으로 은태씨를 관찰할때마다 약간씩 쓰려고 만들었습니다만, 엄청 이상한 구도가 되어버렸습니다. 으음. 저는 아무래도 일인칭보다는 일인칭 관찰자 시점도 꽤나 재미있을 것 같아서 넣었는데, 이상하게 되어서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