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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퓨전 「DESTINY」 運命의 系統樹

2005.08.29 02:08

갈가마스터 조회 수:153 추천: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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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바니아 공화국 수도 마드라엘의 호화 카지노 ‘실바나’. 한 나라에서 알아주는 재벌도 며칠 머무를 수 없다는 곳이 바로 이 수도 마드라엘에 위치한 실바나 카지노이다. 그런 곳임에도 불구하고 벌써 한 달 가까이 이곳에 머물고 있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것도 일반이 아닌 VIP로서 머물고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그가 얼마나 부자이며 사치스런 자인지 알 수 있었다.

“하하하하. 녀석. 귀엽기도 하지. 이리 가까이 와보너라.”

웬만한 왕궁의 사치품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VIP 룸. 그곳엔 양쪽에 미녀를 하나씩 낀 남자가 있었다. 황금과 각종 보석으로 장식된 호화로운 쿠션의자에 앉아 여자를 안고 있는 그는, 굵직한 손가락 마디마디마다 빛을 내고 있는 각종 장신구, 화려하다 못해 황금처럼 눈부신 금발에 사자처럼 풍성한 머리카락, 동색의 콧수염을 멋지게 기른 중년의 신사였다.
그의 왼쪽 팔을 어깨에 걸친 흑발의 미녀가 그의 품 안에서 갖은 교태를 부리며 관능적인 목소리로 남자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아잉~ 나.바.론 님도 참. 부끄러워요~”

대부호 나바론. 그것이 그의 이름이며 이 대륙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적어도 한 번씩은 들어본 이름일 것이다. 이 세상 가지지 못할 것이 없을 정도로 많은 재화를 손아귀에 쥐고 있는 사람, 평민임에도 불구하고 이 대륙 전체의 상권을 쥐고 있는 그의 이름을 모른다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이다.
나바론, 그는 한 나라를 이루는 땅덩어리 전체를 산다 해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남아도는 재산을 가진 인물이었지만, 소문난 바람둥이이기도 했다.

“하하하! 보면 볼수록 귀엽구나. 그래, 이름이 뭐라고?”
“올가라고 합니다.”
“오! 그래 올가! 들으면 들을수록 네 자태처럼 아름답고 곱구나! 너를 이곳에 내려주신 달의 여신에게 감사의 제를 올려야겠다.”
“나바론 님. 너무 올가만 예뻐하시지 마세요. 제시는 슬프답니다.”

나바론의 오른쪽 품 안에 있는 금발의 미녀가 훌쩍거리자, 나바론은 짐짓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이며 그녀의 볼을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오오, 제시! 아름다운 숙녀에게 눈물은 어울리지 않는단다. 그건 너희들을 이 세상에 내려주신 신에 대한 모욕이야.”
“아잉~ 나바론님은 농담도 잘하셔.”
“농담이라니! 이 나바론! 여인을 상대할 땐 한 치의 거짓도 용납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하하하!”

- 쉬익...

갑자기 미세한 마력을 담고 있는 뱀 소리와 함께 나바론의 소파 뒤에서 검은 인영 하나가 스르르 나타났다. 뱀 소리에 맞춰 마치 시간이라도 멈춘 듯 여인들의 몸이 돌처럼 굳어지자 눈살을 찌푸린 나바론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호오~ 이게 누구신가, 메두사 아냐?”

메두사, 그것은 나바론의 뒤에 서 있는 여자의 예명이었다. 파도처럼 물결치는 보랏빛 긴 머리카락과 몸의 관능적인 곡선을 그대로 드러내는 흑색 드레스가 너무나도 어울리는 그녀는, 묘하게 어울리는 거대한 독사를 목에 두르고 있었다. 메두사라 불리는 것은 바로 이 독사 때문이었다.

- 쉬쉭.
“옳지, 착하지. 그래. 금방 끝낼 테니 힘내줘. 뇨르그.”

왼쪽 눈 대신 작은 자수정이 박혀 있는 독사-뇨르그를 부드럽게 쓰다듬던 메두사가 매혹적인 목소리로 나바론에게 뒤늦은 인사말을 꺼냈다.

“한창 재밌는 때 나타나서 죄송합니다. 나바론 각하. 제가 온 이유가 궁금하신가요?”

메두사의 말을 들을 필요도 없이 나바론은 그녀가 온 이유를 대강이나마 알 수 있었다. 제 1 부대, 베리도트 휘하의 간부가 내려왔다면 일은 뻔했다.

“흥, 베리도트 녀석. 자기가 맡은 일을 내게 떠넘기려는 건가?”

나바론이 콧방귀를 뀌며 어깨를 으쓱거리자, 메두사가 예의 고혹적인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 분은 변덕이 심하시니까요.”

나바론은 알고 있다는 듯이 씁쓸한 표정을 짓곤 손을 설레설레 저었다.

“변덕이 심한 것에도 정도가 있다. 제깟 놈이 아무리 강해도 우리 12제를 맘대로 할 능력 따윈 없을 텐데? 게다가 알다시피 난 앞에 나설 수 있는 자리에 있지 않아. 다른 놈들에게 가 봐.”
“다른 분들은 얼굴이 알려져서 수도에서 활동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흥! 나라고 대놓고 움직일 수 있는 줄 아나?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말하면 다친다, 메두사.”
“후훗, 나바론 님께서 가냘픈 여자에게 위협을 가할 줄은 몰랐군요.”
“......”

나바론 주변의 공기가 미세하게 공명하는 것을 본 메두사는 그저 미소 지으며 뒤로 한 발짝 물러날 뿐이었다.

한동안 묵직한 침묵이 그들 사이에 맴돌았다. 먼저 입을 땐 건 졌다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저은 나바론이었다.

“아아! 좋아! 베리도트 녀석의 부탁이라면 들어주긴 해야겠지. 하지만 내가 나서서 일을 처리할 수 없다는 것만 알아둬.”
“후훗, 어련하시겠습니까. 그럼 아무쪼록 부탁드리겠습니다.”

스르륵. 메두사의 몸이 나타났을 때와 같이 어둠속으로 스르르 녹아들어갔다. 그녀가 사라지고 주문처럼 들려오던 뇨르그의 뱀 소리가 사라지자, 멈춰 있던 시간이 돌아가기 시작했고, 굳어 있던 여인들도 하던 짓을 계속하기 시작했다.
올가란 이름의 흑발 미녀가 한동안 말이 없는 나바론을 걱정스러운 얼굴로 바라보며 말했다.

“나바론 님? 어디 편찮으세요?”

걱정스러운 표정의 올가를 보자 너무나도 사랑스럽다는 듯이 표정을 바꾼 나바론이 과장된 몸짓으로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

“아아~ 역시 난 이 아름다운 피조물들에게 너무 약한 모양이구나~ 신이시여! 당신이란 작자는 정말. 크흑!”

그가 말한 아름다운 피조물엔 메두사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는 갑자기 벌떡 일어나 두 여인에게 말했다.

“자! 나가자! 저 아름답게 뜬 도미니아의 달에게 예술에 버금가는 너희들의 자태를 보여주고 싶구나!”

두 눈을 동그랗게 뜬 두 여인은 이내 나바론에게 화사하게 웃음 지어 주며 일어섰다.





「DESTINY」
運命의 系統樹
第 8 夜. 미아(迷兒).





“꺄아아아!”
“음?! 여자?!”

쉬쉭! 구슬픈 여인내의 비명소리를 들은 커니션은 7조를 가르치던 내내 생기 없던 두 눈에 빛을 가득 내뿜으며 몸을 날렸다. 그 속도가 가히 바람에 버금가 보는 이들을 황당하게 만들었고, 글릭세르가 뒤이어 몸을 날리며 소리쳤다.

“그저 여자라면 환장을 하는구만!”

하지만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고, 글릭세르, 유리는 허겁지겁 커니션의 뒤를 따라가 버렸다. 단 세 명, 귀찮은 얼굴을 하고 있는 가로드와 무표정한 카인 그리고 회복술사 아스카를 빼고. 마드리엘 신전의 대수녀 아스카는 어깨까지 내려오는 갈색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가로드에게 물었다.

“당신들은 안가요?”
“.....”

가로드는 아무 말 없이 자신의 엄지를 들어 등 뒤를 가리켰다. 가로드의 손가락 끝엔 바위에 걸터앉아 뭐가 좋은지 연신 아부아부 거리는 작은 페어리족 소녀가 있었다.

“조장이 부탁한 아이다. 우르르 몰려갔다가 잃어버리기라도 하면 곤란하다구.”

가로드의 말에 팔짱을 끼고 쓰러진 나무에 걸터앉아 쉬고 있던 카인이 덧붙였다.

“게다가 따라간 녀석들이 자각이 없는 거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커니션 하나로 충분할 터이니. 가뜩이나 부족한 전력을 둘로 나눌 필욘 없었다.”
“흐응?”

아스카는 짐짓 알았다는 듯 콧소리를 냈다. 그것에 흥미가 사라진 아스카는 문득 바위에 앉아 있는 페어리족 소녀 세레나를 보자 다시금 호기심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그나저나 저 아이. 세레나라고 했던가요?”
“......”
“아니. 뭐... 그냥 최후의 페어리 족이라 신기하니까. 에 또...”

가로드나 카인 둘 다 묵묵부답이자, 아스카는 투덜투덜거리며 뒷말을 흐렸다.

‘아! 재미없어! 도대체 뭐야?! 쳇! 쳇! 아무리 내가 어려도 그렇지! 명색이 대수녀인데! 이런 재미없는 곳에 보내고! 아! 달의 여신 도미니아여! 제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나이까!’

아스카가 눈물을 질질 흘리며 달을 바라보고 있는데 돌연 카인과 가로드가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누구냐!”

가로드와 카인이 각자의 병장기를 꺼내들고 숲 한 구석을 매섭게 노려보자, 숲 속에서 두런두런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숲의 어둠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새하얀 원피스를 입은 소녀와 기다란 광대의 모습이었다.
붉은 리본이 달린 챙 넓은 모자 아래, 풍성한 금발의 롤 머리를 한 인형같은 소녀가 옆에 서 있는 키 큰 광대-돌로레스에게 말했다.

“키득, 내가 이겼어. 돌로레스. 남은 사람 많지?”

인간이라 치기엔 너무나도 기괴한 생김새의 광대- 돌로레스는 그 긴 팔을 흐느적거리며 가로드, 카인, 아스카를 바라보았다.

- 야하! 이거 마리앙에게 당했군! 설마 이렇게까지 인간미가 메말랐을 줄이야!

광대의 세 부분으로 나뉘어진 둥근 가면은 기괴하기 이를 데 없었다. 가면의 아랫쪽 반은 흉물스러운 이빨만이, 가면 위쪽 반은 또 하얀색 흑청색 반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가면에 뚫려 있는 두 개의 눈구멍에서 인간의 그것이 아닌 기계적인 느낌의 붉은 빛이 번뜩였다.

“아이 참. 돌로레스도. 이 긴박한 순간에도 유머감각이 번뜩인다니까. 근데 별로 웃을 상황이 아닌가봐. 봐봐. 저 사람들을.”
- 야하! 아주 똥줄이 타고 있는 것 같군! 어이 긴장들 풀라구!

어이없는 광대의 농담에 인형같은 소녀가 작게 키득거린다. 아스카는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알 수 없는 오한에 뒤로 슬금슬금 물러나며 말했다.

“아, 저기 전 뒤로 빠지겠습니다.. 원래 전투는 제 취향이 아닌지라.”
“아, 가는 김에 저 아이도 데려가.”

가로드가 귀찮다는 투로 세레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자 아스카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세레나를 안고 커니션들이 사라진 곳으로 달려갔다.

아스카가 사라지고 그들을 주시하고 있던 카인이 가로드에게 낮게 말했다.

“이 녀석들... 생명이 느껴지지 않아. 오만가지의 상념 그리고 인간 특유의 기운이 녀석들에게선 결여되어 있다. 가로드 조심해라.”
“훗. 너에겐 보이지 않겠지만, 오른쪽 꺽다리 녀석... 인형이다. 그리고 그 녀석을 조종하는 녀석이 왼쪽의 소녀지.”

가로드는 인형같은 소녀-마리앙의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금반지를 주시하고 있었다. 금반지에서 나온 수십 줄기의 은사가 어렴풋이 빛나는 달빛에 번뜩이고 있었다. 그리고 소녀의 미묘한 손짓에 따라 광대-돌로레스가 수십 가지의 동작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렇지 않다. 가로드. 생명력이 결여되어 있는 건. 두 쪽 다다.”

가로드는 카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안경을 살짝 올리며 말했다.

“좋아! 합공하자. 저 꺽다리 녀석의 움직임을 견제하면서 틈을 봐서 저 아이를 치는 거다. 생명력이고 자시고. 조종하는 놈만 치면 끝이야.”
“으음. 내키지는 않지만 따르도록 하지. 대신 내가 녀석의 움직임을 맡겠다. 넌 그 틈에 저 소녀를.”
“칫. 곧 죽어도 기사도 정신만 찾고 있군. 녀석은 저스티스다, 아이든 뭐든 상관없어. 목 하나에 1억, 단지 그 뿐이야.”

그 말만을 남기고 가로드는 적을 향해 낮은 자세로 달려갔다. 가로드와 카인이 달려오자, 마리앙이 표정 변화 없이 손을 휘두르며 말했다.

“앗? 오빠들이 달려오네. 키득.”

마리앙은 폴짝 뛰어서 돌로레스의 어깨에 앉은 뒤 손가락을 움직였다. 그러자 돌로레스가 땅을 박차고 튀어 올랐다.

“꺄~!”
- 야하! 신나는 롤러코스터!
“멍청한 놈!”

돌로레스가 공중으로 튀어 오르자, 가로드가 할버드 라이플로 돌로레스가 아닌 마리앙을 겨냥했다. 그러나 공중에 뜬 채로 쫙 펼친 돌로레스의 거무튀튀한 손가락을 보자, 신음을 흘리며 옆으로 몸을 날려 도망갈 수밖에 없었다. 용병 특유의 직감이 그에게 피하라고 강요하고 있었다.

- 야하! 우리들의 쇼에 와주신 걸 감사히 여깁니다! 첫번째 쇼는!~ 구멍 송송 벌집 만들기 쇼!
“꺄하하하~”

투타타타타타! 가로드가 몸을 날리자마자 돌로레스의 손가락 끝에서 맹렬한 불꽃이 뿜어져 나왔다. 카인도 뒤늦게 낌새를 채고 재빨리 몸을 굴려 폭격기처럼 내리꽂히는 총알의 세례를 피할 수 있었다.
통! 기관총 공격을 끝낸 돌로레스는 땅에 착지한 뒤 재빨리 몸을 튕겨 가로드를 향해 달려들었다. 어느 새 돌로레스의 손가락사이엔 시퍼런 칼날이 튀어나와 있었다.

- 다음 쇼는! 대 선풍 고기 썰기! 흥분되지 않아요?! 야하!
“흥분되지 않나요? 꺄륵~”

마리앙이 돌로레스의 어깨에서 폴짝 뛰어내리자, 돌로레스는 흐느적거리는 몸을 기괴한 각도로 틀어 회전하면서 가로드를 공격했다. 가히 선풍과도 같은 그 공격을 가로드는 침착하게 할버드 라이플을 움직여 막아냈다.

챙! 챙! 챙! 몇 번의 공방이 오고갔지만 가로드는 긴 팔과 다리를 이용한 돌로레스의 기괴한 공격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 야하!
“으랏차!”

가로드가 할버드 라이플을 크게 휘두르자 돌로레스는 가볍게 할버드 라이플을 뛰어넘었다. 그리고 원심력을 이용한 가로드의 돌려차기가 점프한 돌로레스의 다리를 차서 균형을 무너뜨렸다.

- 아라?
“에? 당한거야?”

마리앙이 실망한 표정을 지으며 그 모습을 바라볼 때, 그녀의 뒤로 빠른 속도로 접근하는 그림자가 있었다. 바로 카인이었다.

“카인!”
“큭!”

재빨리 마리앙에게 접근한 카인이 검을 두 손으로 쥐곤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멍하니 서 있는 마리앙의 목을 향해 획을 그었다.

.
.
.

한편 커니션은 구슬픈 비명소리가 들려온 곳에 도착하였다. 그러나 소리는 들려왔지만, 위험에 빠진 여자 같은 것은 눈을 씻고 보아도 찾을 수가 없었다. 대신 숲 길 한가운데에서 웬 재수 없게 생긴 금발의 미중년이 양 손에 여자를 하나씩 안고 서 있을 뿐이었다. 중년 신사는 커니션을 확인하자, 돌연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하하하! 거봐라, 제시. 내 말이 맞지? 비명을 지르면 정의의 사도가 나타난다고 하지 않았느냐!”
“이잉. 이런 게 어딨어요. 이건 무효예요, 다시해요~”
“어허! 내기는 내기지! 자~ 저분에게 상을 드려야지~”
“아잉~”
“이런! 앙탈까지! 이러면 나 뿐 아니라 저분도 곤란하지 않느냐. 분명 바쁜 길을 가시다가 네 비명을 듣고 오신 걸 텐데.”
“부끄러워요~”

금발의 미녀가 얼굴을 붉히며 온갖 교태를 부리더니 천천히 커니션의 곁으로 다가왔다. 순간 허탈한 기분에 멈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던 커니션은 금발의 미녀가 살랑살랑 다가오자 더욱 굳어버렸다. 금발의 미녀는 그런 커니션의 얼굴을 귀엽다는 듯이 쓰다듬어 자신의 얼굴 높이로 끌어들이더니, 부드러운 입술로 커니션의 볼에 살짝 키스를 해주었다.

“~~~~~~~~~!”

이 갑작스러운 상황에 커니션은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얼굴을 하고 뒤로 사사삭 물러났다. 그런 커니션의 모습에 금발의 미녀가 입술을 혀로 살짝 핥으며 매혹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후훗, 귀엽기도 하지.”
“제, 제시! 이 몸이 질투가 샘솟는 것 같구나! 나도 해다오!”
“후후훗. 나바론님도 참. 그건 나.중.에.”
“으으음!”

그들이 다시 만담을 시작하자, 당혹감이 화로 돌변한 커니션이 소리쳤다.

“이것들이 장난질을 하나!”

그는 나바론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그의 멱살을 움켜쥐며 소리쳤다.

“뒈지고 싶어?! 앙?!”
“이봐욧! 이게 무슨 짓이에요! 이분이 누군지나 알고 하는 건가요?!”

나바론의 왼쪽 편에 있던 흑발의 미녀가 나바론의 왼쪽 팔을 꽈악 쥐고 표독스럽게 소리쳤다. 그러나 커니션은 이 재수없는 놈의 면상을 어떻게 날려줘야 다신 얼굴도 들고 다니지 못하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할 뿐이었다.

“내가 알게 뭐야! 재수 없는 상판대기하곤!”
“큼큼. 자네가 오해를 좀 하고 있나본데...”
“오해는 개뿔!”

퍽! 말은 필요 없었다. 커니션의 분노에 찬 주먹이 나바론의 얼굴을 강타했고, 나바론은 땅에 거칠게 처박혔다.

“어이쿠!”
“헉! 이게 무슨 일이에요?!”

뒤늦게 도착한 유리가 커니션의 주먹에 맞고 나가떨어지는 나바론을 보고 소리쳤다. 같이 온 글릭세르는 커니션의 얼굴과 입가에서 피를 흘리는 나바론, 그리고 나바론을 걱정스럽게 살피는 미녀들을 보고 중얼거렸다.

“사고 쳤네. 저 인간 언제 한 번 사고 칠 줄 알았다니까.”
“흥!”

커니션이 자신을 잘못한 거 없다는 듯 코웃음치자 유리가 나바론에게 다가가 손수건을 건네며 안색을 살폈다. 다행히도 커니션이 힘을 조절한 건지 입술이 살짝 찢어지고 코피가 주르륵 흘러나올 뿐이었다. 유리는 죽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셨다.

“저, 저기 괜찮으세요?”
“으음.”

연신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는 유리의 모습이 맘에 들지 않았는지 커니션이 몸을 돌리며 소리쳤다.

“가자! 저 X같은 것들 때문에 기분 다 잡쳤다. 오늘 특훈은 아주 죽어날 줄 알아라!”

커니션의 엄포에 유리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벌떡 일어섰다. 커니션이 연신 콧바람을 흥흥거리며 뒤돌아가자, 그를 대신에 유리가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저,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같이 가요!”

그들이 사라지고 코피를 훔치는 나바론의 입가에 희미한 웃음이 걸렸다. 그는 어느 샌가 꺼내든 금화를 손가락 사이에서 넣고 이리저리 굴리고 있었다.

.
.
.

캉! 카인의 검이 마리앙의 목덜미에 닿는 순간, 날카로운 쇳소리가 허공에 울렸다. 놀란 카인이 멍하니 서서 어떻게 된 일인지 생각하며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마리앙이 칼날을 손가락으로 밀어내며 말했다. 그녀의 얼굴엔 인형의 그것처럼 싸늘하고 온기 없는 미소가 가득 했다.

“오빠, 가녀린 소녀에게 너무 거칠다고 생각 안 해? 키득.”
“뭣?!”

쉬리릭! 그 상태에서 마리앙이 팽이처럼 빙그르르 돌았다. 그러자 펄럭이는 치맛자락 사이로 시퍼런 검날이 튀어 나오더니 톱날처럼 회전하기 시작했다.

“크아악!”

카인은 재빨리 뒤로 빠졌지만, 뒤늦은 후퇴로 인해 몸 이곳저곳에 심각한 상처를 입고야 말았다. 회전하는 톱날에 의해 금방이라도 내장이 흘러나올 것 같은 상처를 입은 카인은 형편없이 뒤로 튕겨나가며 쓰러져 버렸다.

“카인!”

그 장면을 보고 놀란 것은 가로드도 마찬가지였다. 피를 흩뿌리며 무릎을 꿇은 카인을 보자 심장이 멈춰버리는 것 같았고, 그는 자신이 상대하던 적을 망각하는 과오를 범하고야 말았다.

- 야하, 남 걱정할 때가 아닐 텐데?
“뭣!”

가로드가 창백한 얼굴로 뒤돌아보았으나, 돌로레스의 검날이 더 빨랐다. 푸욱! 고기가 뚫리는 소리와 함께 가로드의 배에 돌로레스의 손가락이 박혔다. 가로드는 입가에서 피를 왈칵 쏟아내며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마, 말도... 안돼.”
- 안되긴 뭐가 안돼? 날 놔두고 내가 조종하는 인형을 공격하니까 그 꼴이지! 야하하!
“어머? 돌로레스! 조종당하는 입장이 그런 소리하면 안되는 거야. 키득”

마리앙이 인형 같은 표정으로 볼멘소리를 하자 가로드의 배에서 손가락을 뽑은 돌로레스가 상쾌하게 웃으며 말했다.

- 야하하! 암튼! 오늘의 쇼는 끝났습니다~ 이제 우리가 할당받은 목적을 이루었으니 칭찬을 받게 되겠죠?
“꺄하하하. 칭찬은 좋아.”
- 좋지요~ 칭찬은 정말 좋은 거랍니다~ 참고로. 당신들에게도 ‘참 잘했어요’ 도장을 찍어주고 싶지만, 시간이 없네요~ 야하!

돌로레스가 기괴하게 웃으며 마리앙의 곁으로 가자 마리앙은 폴짝 뛰어 돌로레스의 어깨에 안착했다. 그녀는 피를 쏟아내며 쓰러져 있는 가로드와 카인에게 손을 흔들며 활짝 웃으며 외쳤다.

“꺄하하하~ 오빠들, 그럼 다음에 만나~ 물론 살아 있는다면 말이지~”

.
.
.

“....”

돌아가는 내내 커니션은 자신의 주먹을 보며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유리는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물어보았다.

“왜 그러세요? 커니션.”
“아, 아무것도 아니다.”

커니션은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 했지만, 심각한 딜레마에 빠져 있었다. 분명 힘을 조절하긴 했지만, 보통 사람이 맞으면 일격에 이빨이 옥수수처럼 뽑혀나가고 기절해 버릴 정도의 힘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지 입술이 찢어진 것에 불과하다니. 게다가 그를 때리고 나서 팔꿈치에 생긴 정체불명의 멍! 이건 언제 당한건지 당최 알 수 없었지만, 최근에 생긴 것이 분명했다.

‘이런, 감이 많이 둔해졌나?’

커니션은 7조랑 싸울 때 당했나보다 하며 쩝쩝 입맛을 다시고 있는데, 유리가 손가락으로 앞을 가리키며 조용히 말했다.

“어라? 저기 누가 오는데요?”
“음?”

하얀 수녀복, 멀리서 보이던 하얀 점은 이내 무시무시한 속도로 다가오며 이내 전체 모습을 드러냈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갈색 단발머리, 마드리엘 대신전의 표식인 하얀 달과 십자가. 바로 대수녀 아스카 수녀였다.

“아아! 신이시여! 달의 여신 도미니아여! 살았습니다!”

어느 새 다가온 그녀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숨을 헉헉 내쉬며 기도하기 시작했다. 커니션은 순간 나쁜 기분이 들어 얼굴을 찌푸리며 아스카를 추궁했다.

“무슨 일이야?”

휙하고 고개를 처든 아스카의 눈망울엔 어느 샌가 눈물이 방울방울 맺혀 있었다.

“크, 큰일났어요! 가로드와 카인이 습격을 받았습니다! 게다가 세, 세레나까지....!”
“예?! 무슨 말이에요?!”
“아 울지 말고 대답 좀 제대로 하쇼! 답답해 죽겄네!”

유리와 글릭세르가 아스카의 어깨를 부여잡고 외치자, 아스카가 콧물을 킁하고 들이키더니 말을 이어나갔다.

“당신들이 사라지고 나서 저스티스가 나타났어요. 그곳은 가로드님과 카인님에게 맡기고 세레나를 데리고 이곳으로 오고 있었는데, 갑자기 세레나가 날아가 버렸어요! 엉엉! 어떻해요!”
“이런, 젠장! 너희들은 그 페어리 꼬마를 찾아라! 저쪽은 내가 맡도록 하지!”

커니션은 입술을 찔끈 깨물고 바람처럼 몸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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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가는 거야~

등장인물 소개

<메두사>
-더 포비든 윗치(The Forbidden Witch금단의 마녀) 베리도트 휘하 제 1 부대(이름은 다르칸님이)의 간부. 인간이며. 마족의 힘을 흡수한 마녀.

부드럽게 파도치는 풍성한 보랏빛  머리카락. 흑색의 드레스와 목에 두르고 있는 뇨르드가 특징적인 마녀. 왼쪽 눈에 작은 자수정이 박혀 있는 이 거대한 뱀 뇨르드는 마법의 주문을 압축시켜 만든 신수이며. 일반인이라면 소리만 들어도 온 몸이 굳어버리는 마력을 담고 있다. 그 외에도 수천가지의 마법의 힘을 담고 있으며, 메두사라고 불리는 애칭은 그래서 생긴 것.

나이 : 27세

메두사 그림

<나바론>
-더 그리드 핸드(The Greed hand), 대부호. 12제의 한 사람. 제 7 부대를 휘하에 두고 있지만, 그 자신은 거의 나서지 않는다.

이 아이스타스 대륙의 상권을 모조리 휘어잡고 있는 남자. 사자같이 풍성한 금발 머리에 멋지게 콧수염을 기른 일명 멋쟁이 중년 신사. 소문난 바람둥이. 뭔가를 곰곰히 생각할 땐 금화를 쪼물락 거리는 버릇이 있으며 능력은 그 금화를 이용한 공격과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체술이다. 이것은 차후에 제가 글을 쓰며 설명을...

일단 12제 중의 한 사람이며, 베리도트 이하 다른 이들의 생김새가 샷셀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철저히 배후에 있는 인간.

나이 : 39세

나바론 그림

<마리앙 & 돌로레스>
- 더 마리오네트스(The Marionettes), 나발론 휘하의 제 7부대(럭키 세븐) 간부.

서로가 서로를 조종하는 인형. 그 테크놀로지가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지만, 그들은 은사로 연결되어 있는 일명 자동 인형이다. 마리앙은 돌로레스를 돌로레스는 마리앙을 조종한다고 여기고 있으며, 한 쪽이 멈추게 되면 다른 하나도 저절로 멈춘다.

예를 들어 이중인격이라 할 수 있는데, 그들은 한몸이면서 동시에 한 몸이 아닌 이들이다. 구성재질이 굉장히 단단한데다가 온 몸이 무기로 이루어져 있어 상대하기 굉장히 까다로움.

마리앙 & 돌로레스 그림


어디까지나 덤! 뱅가드 형제~ 참고로 이놈들과 파이돌도 나바론 휘하의 제 7부대임.

베로니카 그림
브루스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