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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무협 절명검(絶命劍) 서, 1편

2009.07.21 04:34

노독행 조회 수:632

extra_vars1 일모도원(日暮途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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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序)


 


절명검, 수유의 순간에 일어나 너의 목숨을 앗아갈 것이다.


검날에 묻은 피는 지워지지 않는다. 그는 그것을 알고 있다. 



 


1. 일모도원(遠) 



서녘이 밝아오고 있었다. 진홍색 빛줄기는 거뭇거뭇 흐르는 물살에 치여 눈살을 찌푸렸다. 항주의 가을저녁을 즐기는 풍류객들, 그 앞에 철탑같이 우뚝 선 육화탑의 혼이 무서웠다. 일상적인 서호의 풍취를 뒤로 하고 능선 너머 펼쳐진 드넓은 사자평야를 하나의 인영이 갈라 갔다. 문득 스쳐가는 삭풍이 인영의 옷깃을 건드렸다. 인영은 고개를 들었다. 갸름한 턱에 작은 눈을 가진 퇴폐적인 인상의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석양이 아름답구나. 이런 날에 사람을 죽인다는 건 참 기분좋은 일이란 말이지..."


 


충혈된 눈에서 날카로운 안광이 뿜어져 나오며 뒤따르는 말은 섬뜩하기 그지 없었다. 헝클어진 머릿칼에 충혈되다 못해 아예 붉게 변해버린 눈, 그것이 그의 다른 이름이었다. 적안마검(赤眼魔人), 절명검(絶命劍) 위지하(尉遲霞). 그는 노을과도 같은 사람이었다. 태양이 남은 생명력을 쥐어짜 발산하는 최후의 아름다움, 그는 그런 비장미를 즐겼다.


 


그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사자평야에서 그를 기다리는 수십의 중인들을 보고 웃기 시작했다. 마치 정인을 기다리는 아녀자의 그것처럼. 중인들의 얼굴이 비틀렸다. 청의를 걸친 한 장년인이 한 발자국 나서, 잘 닦여진 송문검을 뽑아들며 입을 열었다.


 


"위지하! 마공에 미쳐 가문을 파괴하고 하룻밤에 수백명을 학살한 마인답게 겁도 없구나. 우리가 이곳에서 너를 기다리는 것을 알면서도 단신으로 찾아오다니, 이제 너의 마명도 끝이 나게 될 것이다."


 


"훗, 내가 당신들을 찾은 게 아니라 당신들이 내 앞길을 막는거겠지.


 


비릿하게 웃어대며 위지하는 검을 뽑았다. 그러자 장년인 뒤에선 하늘색 도복을 걸친 도사들 몇 명이 한꺼번에 검을 뽑으며 앞으로 튀어나왔다. 그리곤 장년인을 필두로 하나의 검진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무당의 오행검진(五行劍陣). 오행검진은 비록 태청복마검진보다는 위력이 약하고 삼재검진보다 난해하여 무당파 내에서 등한시되고는 있으나, 오행의 원리에 현묘한 무당의 신공이 가미되어 제대로 익힐 시엔 가히 절정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도사들의 진법에 대한 화후가 상당했던 것인지 위지하의 신형은 순식간에 번뜩이는 검광에 휩싸여갔다. 그러나 그는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이제보니 무당의 말코들이셨군. 당신들을 처리한 후엔 나룻배를 타고 보타문에 건너가서 아름다운 여승들을 맘껏 희롱해보리다."


 


그 말을 끝으로 위지하는 일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오묘한 현기를 뿜어내던 오행검진의 검광이 순식간에 빛을 잃고야 말았다. 순식간에 다섯 명의 도사들이 가슴이 쩍 갈라진 채로 숨을 거두었다. 그들이 죽기 전 마지막으로 본 것은 거친 물살에 휩싸여 일렁거리는 한 줄기 노을빛이었다.


중인들의 얼굴은 경악으로 물들었다. 위지하의 검에 맞아 싸늘한 시체로 변해버린 중년도사는 무당파의 청현(靑玄)으로, 무공이 고강하고 성품이 담백하여 무당의 1대 제자들 중에서 최고 후지기수로 손꼽히며, 그들 전부가 덤벼도 당해내지 못할 만큼 강했기에 이런 반응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었다. 


 


"당신들도 나를 막울거요? 나는 갈 길이 먼 사람인지라, 오늘은 사람을 죽이기 좋은 날이지만 가끔 절제를 해보는 것도 좋을 거 같군."


 


"......"


 


중인들은 고개를 떨구며, 피묻은 검을 늘어뜨린 채 여유로이 하늘을 바라보는 위지하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사분오열되어 하나 둘씩 자리를 떠나버렸다. 그러자 위지하는 뒤늦게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는 잠을 자지 않는다. 잠을 잘 수가 없는 것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그는 잠시 품을 뒤적거리다가 바늘을 꺼내 손등에 꽂아버리고는, 정처없는 나그네처럼 묵묵히 평야를 거닐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놀은 물살에 치여 넘어가고 별빛이 땅을 선선히 비치운다. 검은 피풍의가 바람에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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