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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대사] 포기를 모르는 남자

2008.01.14 19:56

기브 조회 수:1108 추천:4

extra_vars1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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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트의 매끄러운 고무 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바닥과 신발 밑창이 충돌하면서 내는 끽 소리가 여기저기서 몰려온다. 그리고 귀를 메운 것은 관중들의 함성 소리. 이마에서 뺨을 타고 내려온 땀방울이 코에서 모여 툭툭 떨어진다. 턱까지 찬 숨이 다리의 무게를 증가시킨다. 나도 힘들다고.


 


 파앙-


 


 우리 팀을 흘깃 보았다. 슈팅가드인 존댓말, 센터인 제치소, 스몰포워드인 노태우, 파워포워드인 강청룡. 이녀석들, 좀 움직이라고. ㅡ왼쪽 페이크. 마크는 움직이지 않는다. 다시 왼쪽 페이크.


 ㅡ무리다. 상대방은 내 드리블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빌어먹을, 젠장.


 


 산양농업공고, 경기 종료까지는 1분 22초 남았는데 6점이 남았다. 원래 시간이라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을 점수지만 상대는 산양농업이다. 빌어먹을, 게다가 최근 몇분간은 계속 산양의 점수가 계속되었다. 이 페이스를 뒤집으려고 켄터키 후라이드 치킨 할아버지 감독이 몇 번이나 작전타임을 요청했지만  전혀 효과가 없었다.


 4개월이라고, 제기랄 4개월. 4개월동안 미친 놈같이 한 훈련을 벌써 잊어먹었냐? 그정도 밖에 안 되는 거였냐? 1분만 체력을 내보라고 망할 것들아. 그때 모두들 사백 번쯤은 완전 지쳐서 쓰러졌잖아.


 


 왼쪽으로, 이번엔 드리블이다. 드리블을 하면서 다시 왼쪽을 흘깃 보았는데도,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다. 심지어 센터인 오랑우탄 제치소까지. 체력이 다 달만도 하다. 그동안 죽도록 뛰었으니. 하지만 미친 남은 1분이라고! 감독이 말했잖아 강청룡! 남은 시간동안 네가 추격의 히든 카드가 될 것이라는 거다.


 제친 것 같은데 금세 마크가 따라왔다. 오른쪽으로 스핀 무브, 끝나자마자 왼쪽으로 강한 크로스오버다. 상대방이 오른쪽 페이크에 속았다. 하지만 패스 줄 곳이 없다. 내 슛을 방어하지 않는 건가, 아니면 내 단신으로 인해 뒤에서 블락할 수 있단 건가. 파울을 유도할까.


 


 슛자세ㅡ 순간 강청룡이 달렸다. 수비가 청룡을 따라간다 ㅡ 받아라 태우야!


 


 파앙- 등 뒤를 통한 바운드 패스다. 받았다. 야투! 노태우가 한 자리에서 펄쩍 뛰었다.


 


 


 


 //태우시선


 


 보았다. 청룡이 움찔거리는 것은 틀림없이 엉덩이가 아파서다. 그곳의 고통은 선수 생명과 직결되어 있다.


 기억난다. 그 동상같은 할아버지 감독의 마지막 작전 지시. 청룡군은 우리 팀에 리바운드와 끈기를 더해 주었네. 대접군은 스피드와 감성을, 댓말군은 예전엔 혼란을, 하지만 지금은 지성과 비장의 무기인 3점슛을, 노태우군은 처세술과 비자금사건을... 응?


 


 점프ㅡ 이젠 슛이다.


 


 공이 부드럽게 손가락에 감긴다. 역스핀이 걸리면서 공은 높은 각으로 골대를 향해 뻗어갔다. 그 날아가는 짧은 시간이 억겁처럼 느껴진다. 들어가라, 들어가라. 꼭 들어가야 한다. 팟- 내려오면서 살짝 발목을 삐끗했다. 하지만 남은 시간동안은 문제가 없다. 저 공에 내 19년간의 생애가 담겨 있다.


 


  ㅡ실력만을, 실력만을 노렸다. 다른 것은 아무 것도 바라보지 않았다. 그 어느것도, 친구도, 사랑도, 공부도(공부하지 않아도 성적은 꽤 나왔지만) 어느 것도 바라지 않았다. 내가 사랑했던 것은 농구공 하나였다. 그것의 오돌토돌한 질감과 무게감과 그 합성고무와 땀이 섞인 향기. 그것이 손가락에 감기는 그 느낌, 하나만 중시했던 것이다. 이것이 아니면 나에게는 아무 것도 없다.


 나는 포기를 모르는 남자다.


 


 나는 포기를 모르는 남자다.


 ㅡ나는 포기를 모르는 남자다. ㅡ철썩. 공이 골대의 그물에 부드럽게 감겼다.


 존댓말이 이와 같은 대사를 남기고 4점 플레이를 해냈다. 나, 존댓말. 포기를 모르는 남자지. 그래, 남자는 포기를 할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자신에게 하는 말이면서 동시에 우리 모두에게 한 말이다. 혼란따윈 없다. 오직 목표를 향해 갈 뿐이다.


 


 2점 추가! 이젠 산양의 공격이다. 백 코트를 하는 나의 등을 탁 치며 우리 팀 선수들이 말했다.


 


 " (A)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당연하지! 우리는 팀이니까.


 


 상대는 언제나 최강 산양이다. 이번 공격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강하다. 강하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이것은 쓸데없는 희망 따위가 아니다. 실력으로 이루어진 단단한 자신감이다. 이긴다! 적들이 다가온다. 자세를 낮추고 적의 움직임을 쫓는다. 맨투맨, 그리고 적의 마크. 적의 등에 살짝 손가락을 갖다대고 상대방의 방향을 감지한다. 막아낸다!


 


 코트의 매끄러운 고무 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바닥과 신발 밑창이 충돌하면서 내는 끽 소리가 사방에서 몰려온다. 그리고 코트를 가득 메운 것은 관중들이 한 입을 모아 말하는 그 커다란 함성 소리.


 


 " (B)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안녕하세요, 기브입니다.


 


 ^-^)/


 


 


 


Forever。P.S. : 심사위원 작품이지만, 대사짓기 응모는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