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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대사]메리 크리스마스

2008.01.14 23:47

영웅왕-룬- 조회 수:1194 추천:8

extra_vars1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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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앞으로 몇분이 채 안남았다.

몇분 뒤에는 크리스마스가 되는 거고 이 공원에서 내가 준비한 이벤트로 그녀를 놀래키기만 하면 되는거다.

모든 계획은 차질없이 완벽하게 이어졌고, 그녀를 감동하게 하기 위한 마술쇼와 선물마저 준비해놓았다.

무드 역시 완벽 그 자체. 크리스마스가 되는 순간 벌어지는 사랑의 쇼라니.

 

"하아, 그래도 역시 춥구나."

 

이제 봄이 되는 날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입김이 허옇게 불어나오는 걸 보면 역시 겨울이

가기는 아직 멀고도 멀은 그런 날이다. 옛날 같았으면 옆구리가 시려서 집에서 나오지도 않았을 텐데

무엇때문인지 나는 나와버렸다. 알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단지 그녀가 내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

이렇게나 행복한 것이었을까.

 

"어, 여기야 여기!"

"...왜 불렀어?"

 

그녀의 표정이 그다지 밝지 못하다. 추워서 그런걸까?

 

"너무 고마워서. 나의 하나뿐인 첫사랑님께 보답하려고 해."

 

그래, 지금껏 그녀가 웃어주고 곁에 있어주고 하는 것만으로 나는 어쩔 줄 모를 행복에 벅차 올라 있었던

것이다. 그러기에 이제는 내가 그녀를 행복하게 해줄 차례다. 그러기 위해서 오늘을 기다려 왔고.

 

"무슨 보답?"

 

뭔가 각오를 굳힌 표정. 하나하나가 너무 사랑스럽다. 왜인지 나도 모른다. 사랑에 씌면 다 이렇게 된다던데

정말이다. 아, 어떤 표정을 하건 그저 너무 사랑스러워 미칠 지경이다.

 

"쨘!"

 

나는 미리 준비한 종이를 내밀고 라이터로 불을 지핀 뒤 순식간에 금반지를 선보였다. 이 마술을 위해서

근 한달간 연습해왔었다. 비록 순식간에 끝나는 마술에 불과 했지만 그와 동시에 우리 둘의 주변으로

준비해둔 하트모양으로 설치해 둔 불꽃을 뿜는 기계를 작동시켜 주변을 환하게 비추었다. 새하얀 동산같은

공원에서 하트로 불꽃을 비추며 이 마술이 뽐내는 효과는 나름 좋다고 평판이 자자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그녀는 웃고 있지 않았다. 진심으로 웃어주지 않았다. 왜지? 기쁘지 않은 걸까? 답답했다. 그녀가 행복하게

웃는 모습을 바라보고 싶었다.

 

"이것 뿐만이 아니지~"

 

나는 싱긋 웃고는 천천히 왼손을 바지주머니에 집어넣고 오른손을 공중으로 들어서 손가락을 퉁겼다.

그러자 나무에 걸어두웠던 꽃다발들이 천천히 내려왔다. 마치 겨울 날 눈이 내려오듯이 내려온 꽃다발의

장미들은 어제부터 오늘 아침까지 내렸던 눈에 의해서 맑은 이슬 방울 같은 것을 빛내고 있었다.

이번에 그녀도 조금 감동 받은 것일까? 고개를 숙이고 약간 눈시울이 붉어져 있다. 코끝도 약간 빨개진게

너무 사랑스러워 꽈악 하고 껴안아주고 싶었다.

 

"이런, 내가 이렇게 첫사랑을 위해 준비했는데 눈물을 흘리면 안되지. 자, 공주님?"

 

나는 허리춤에 감춰두었던 장미 꽃 한송이에 금반지를 곱게 올려두고 어느새 하트 안에 가득찬 장미 다발

속에서 고백을 하기 위해 무릎을 꿇었다. 불꽃이 여전히 주위를 환하게 비추고 조그마한 장미 정원 같은

하트 안에서 한송이를 그녀를 향해 들어올리고 기사가 여왕에게 서임을 받듯이 그녀의 말을 기다렸다.

 

"                          A                       "   

 

잘못 들은 걸까? 조그마한 그녀의 여린숨결과 함께 흘러나온 말은? 내 귀가 잘못 된 걸까?

 

"                          B                        "

 

그녀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뚝 뚝 하고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그 진주들은 장미다발을 통과해

눈 사이사이로 통과해버렸다. 아아, 아까까지의 그 행동은 모두 이것 때문이었을까? 내 눈도 어느새

따가워졌다. 불 때문도 아니고 시린 바람때문도 아니고 휘황찬란한 달 때문도 아니었다. 그녀의 슬픔이

너무나 강하게 전해져왔다. 미안함이 그녀를 아직까지 지탱하고 있었다. 더이상 참지 못하고 그녀는

무릎을 꿇었다. 미약하게 생명이 꺼져가는 새끼 고양이 처럼 울고 있었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분명

내린다면 눈이 내려서 내 볼을 찰싹찰싹 쳐야 할텐데 비가 내리고 있었다. 불꽃은 어느새 꺼져갔다.

연료가 슬슬 다 떨어져 가는 것이었다. 장미가 반사하는 화사함도 점점 줄어들었다. 차갑게 식은 태양 같은

달 만이 우리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아냐, 괜찮아. 정말이야. 공주님. 난 너와 함께 했던 시간으로도 충분해. 그러니 울지마.

울면 내 마음이 아파. 그만 울어, 더이상 울면 붙잡을지도 몰라. 더이상 그렇게 사랑스럽게 행동하면

나 널 안아버릴지도 몰라. 부탁이야."

 

일부러 강한척하지 않아도 될 텐데 나란놈은 그저 여자 앞에서 똥폼 잡기 좋아하는 녀석일려나?

눈물로 엉망진창이 된 얼굴일텐데 말이야.

 

"대신 한가지만 부탁해도 될까?"

"......응."

 

그녀도 나도 어느정도는 진정이 된 듯 하다. 시간이 영원처럼 흘러가길 바랬는데 거의 순식간에 몇분이

흘러있었다. 이미 크리스마스 까지는 1분이 채 안남았다.

 

"나, 너 잊고 싶지 않아. 내 첫사랑이고 내 첫 공주님이니까. 그러니까...간직해도 되? 이 이별의 추억까지.

모두 다. 너에 대한 것 모두 잊고 싶지 않아."

".......응, 상관없어. 대신 나도 한가지 부탁할께."

"하핫, 공주님 분부라면 뭐든 들어줘야지. 뭔데 그래?"

"............나, 못난 여자지만..한번만 안아줄래?"

 

................이번만큼은 내 귀가 잘못되길 바랬다. 그렇지만 그녀는 눈을 감고 서서히 나한테 안겨왔다.

나도 그녀를 안았다.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로 그녀가 으스러지게 안고 싶었다. 그렇지만

그건 안되는 일이다. 나는 그런 짓 할 수 없어. 언제나 기사는 공주님이 행복해야만 하는 역활이니까.

절대로 공주님이 아파하거나 하는 짓 따위는 할 수 없는 걸. 그래서 상냥하게 안았다. 그리고 되도록 빨리

떨어졌다. 돌이킬 수 없기 전에. 그렇게 공주님을 떠나보내고 홀로 전장에 남은 녀석처럼 멍하니 공원

벤치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문득 웃음이 흘러나왔다. 누군가 그랬었다.

 

'첫 사랑은 절대 이루어지지 않아.'

 

정말인가 보다. 아, 정말이지..이미 크리스마스가 된 지 10분이나 흘러 있었다.

그렇지! 아직 하지 못한 게 있었다. 지금이라면 보일 거다. 아직 10분 밖에 흘르지 않았으니까.

 

삑삑삑삑삑-

 

뚜르르르르-

 

딸깍-

 

"...여보세요?"

 

아직도 우는 듯한 애처로운 목소리가 들린다. 가슴이 아파왔지만 꾸욱 참고 떨림을 최대한 감춘 채

활기차게 입을 열었다.

 

"공주님? 지금 어디?"

"....집인데?"

 

이런 이런 울고 있었나 보다. 그러지 말라고 공주님. 나도 울고 싶어지는 걸.

 

"잠깐 창문으로 아까 그 공원 하늘 좀 봐줄래?"

".....?"

"보고 있어?"

"....응. 그런데 무엇..."

 

됐다. 나는 휴대폰을 벤치에 올려놓은 채 내가 준비한 장치의 스위치를 누르기 위해 아까 하트의

한가운데로 들어갔다. 분명 여기 있을거다. 눈을 파헤치고 흙을 파헤치고 찾아냈다. 제법 깊숙히 묻혀있던

빨간색 스위치. 하루동안 눈 속에 파묻혀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해보는 수 밖에는 없겠지.

 

"간다!"

 

피유융--

 

퍼퍼펑--

 

준비해둔 불꽃놀이용 폭죽이 하늘을 수놓았다. 거의 오십개에서 백개에 육박하는 불꽃이 하늘로 치솟았고,

그와 동시에 하늘에 글씨가 수놓아지기 시작했다. 불꽃이 만드는 거대하고 아름다운 글씨.

 

[☆Merry Christmas☆]

 

이제 됬다. 벤치에 두고 온 휴대폰에 달려가 다시 들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다만 저편에서 그녀가

소리 죽여 우는 소리가 들려올 뿐이다. 가슴 아파 하지 마세요 공주님. 이건 내가 보내는 마지막 작별의

선물일 뿐이야. 그러니까, 울지 말아요. 당신이 울면 나도 아프니까. 사랑합니다 공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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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아!!!~~~!!!!

쓰는 내내 소름끼치고 닭살 돋아서 거의 2시간 만에 작성한 소설. 아, 죽는 줄 알았네요.

그저 몇백kb 될 것 같은 염장 소설 대신에 6 kb 되는 염장소설로 때웁니다.

하아, 이벤트 마감이 몇칠 안남아서 과연 얼마나 될런지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기대라도 해볼렵니다.

그럼 읽어주신 여러분 수고하신 김에 댓글도 좀 많이..<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