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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SF단편] 꽃

2006.11.09 08:07

솔비 조회 수:1183 추천: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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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에 도착함과 동시에 또다시 정신을 잃었던 진형이 다시 눈을 떴을 때, 진형은 밝은 형광등의 빛을 마주하고는 눈을 찡그려야 했다. 그는 오른손으로 띵하게 울려오는 머리를 움켜잡으며 몸을 일으켰다. 주위를 둘러보니 엉망으로 어지럽혀진 서고 같은 곳이 보였다. 자신은 서고 구석의 간의 침대 같은 곳에 누워 있었다.




“ 여긴... 연구소 안인가. ”




진형은 목이 무척이나 마름을 느끼고 몸을 바닥에 발을 딪였다. 순간적으로 오른쪽 다리에 욱신거리는 통증이 느껴졌지만, 아주 움직이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게다가 자신의 몸을 살펴보니 치료는 모두 끝낸 듯, 꼼꼼히 붕대로 상처가 감싸져 있었다.




- 라라라라라라...




절뚝거리며 몇 걸음 나아갔을까. 진형은 귀에 조그마한 노랫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처음 들어보는, 무척이나 이국적인 음색과 맑고도 깨끗한 목소리. 제대로 된 가사도 없이 흥얼거리는 것이 전부인 노래였지만, 왜서인지 가슴을 울리는 노래였다.




진형은 그 노랫소리를 따라 계속 나아갔다. 문을 열고 복도를 따라, 몇 분인가를 걸었다. 그의 눈앞에 녹음이 우거진 넓은 공간이 나올 때까지.




분명히 실내였음에도 불구하고, 그곳에는 흙이 있었고, 풀이 있었고, 나무가 있었고, 심지어는 작은 시내까지도 있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조그마한 바위에 걸터앉아 붉은 머리칼의 소녀는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원래는 하얀색이었지만, 진형의 피로 붉게 물들어버린 옷을 입고 무척이나 서글퍼 보이는 표정으로.




“ 아, 일어났네. ”




그녀는 곧 노래를 멈추고 진형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진형 또한 소화를 바라보았다. 진형은 한참이나 소화를 바라보다 성큼성큼 그녀에게로 다가가 그녀의 가느다란 팔을 잡았다. 진형의 손이 닿은 순간 소화의 미간이 살짝 일그러졌다.




“ 너도 다쳤구나. ”




소화의 팔을 잡은 진형의 손이 점점 붉게 물들어 갔다. 길고도 붉은 머리카락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그녀의 오른팔에는 붉은 피가 흘러내려 바닥을 붉게 흐려가고 있었다.




“ 왜 너는 상처를 치료하지 않았어? 왜 이렇게 네가 당해야 하는 건데? 아프지 않아? ”




진형의 속사포 같은 질문에 소화는 그의 손을 때내며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 괜찮아. ”




“ 대체 뭐가 괜찮은 건데? ”




“ 괜찮아. 나는 이제 어차피 다시 잠이 들 테니까. 그러기 위해서 이곳에 온 거니까. 난 이제부터 다시 태아의 상태로 되돌아가 길고도 긴 잠을 잘 거야. 또다시 누군가가 나를 깨울 때 까지. 그러니까 이젠 돌아가 줘. 고마웠어. 정말 고마워. 이 연구소 안의 가장 북쪽 방으로 향하면 나갈 수 있는 통로가 있을 거야. 그곳을 통해서 나가. 그리고 나갈 수 있는 통로의 바로 앞에 존재한 방에는, 수많은 보석들이 존재할거야. 모두 인공조제로 만들어 진 것이 아닌, 진짜 보석들이지. 그 보석들을 돈으로 바꾼다면, 너는 앞으로 크게 위험한 일이 없이 보호받으며 살수 있을 거야. 그러니까..... ”




소화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진형이 오른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끌어안았기 때문이었다. 소화는 입술을 꽉 깨문 채 왼손을 들어 그의 옷을 살짝 스치고는 다시 손을 떨어트렸다.




“ 왜... 어째서 네가 그래야 하는 거야? 어째서 나는 그래야 하는 거지? 대체 왜... ”




“ ...... ”




“ 대답해봐. ”




소화의 입술이 살짝 움찔거렸다. 그녀는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입술을 달싹이다, 다시 입을 다물곤 두 눈을 꽉 감았다. 소화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그녀는 손을 뻗어 그의 어깨를 밀쳐내고는 다시 눈을 떴다. 물기로 흐려진 검은 눈이 흔들리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얼굴을 바라보지 못한 채 차마 열지 못했던 입술을 그제야 열었다.




“ 나는 꽃이니까. 생겨나서는 안 되는, 그런 존재니까. 위험하니까. 차라리 없는 편이 나은 존재이니까. 무엇을 위해 태어났는지 알 수 없는 존재이니까. 나를 만드신 창조주조차도 나를 잠재우는 편을 택했으니까. 그 후로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깨웠지만, 다시 잠재우는 편을 택했으니까. 그러니까... ”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소화의 두 눈에 물방울이 어렸다.




“ 이제 안녕이야. ”




진형의 무릎이 무너져 내렸다. 흐릿하게 흐려져가는 검은 눈에 일순간 소화의 작고 하얀 얼굴이 비쳤지만 이내 닫혀갔다. 소화는 쓰러져 내리는 진형을 받쳐 안으며 눈을 감았다. 그리곤 흐느낌을 내비치지 않으려는 듯 입술을 꽉 깨물었다.




“ ....했잖아. ”




문득 소화의 귓가에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이 든 진형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잠꼬대였다.




“ 약속 했잖아. 누나 대신 내가 꽃을 보고 온다고... 약속 했잖아. 그러니까 울지 않기로 했잖아. 내가 꼭 보고 온다고...했잖아... ”




소화는 떨리는 두 손을 들어 자신의 입을 막았다. 그녀의 눈에서 이젠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 잊지... 않고... 있었구나. 잊지 않고 있었어... ”




소화는 손을 들어 그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그를 바라보는 그 검은 눈동자는, 이제 더 이상의 떨림이 없이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녀는 진형을 바닥에 반듯하게 눕힌 뒤 천천히 일어나 허공을 올려다보며 나지막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보통의 목소리도 놀라우리만큼 맑고 깊었지만, 지금의 목소리는 그와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아름다웠다. 그녀의 목소리에 반응을 하듯 그곳의 풀과 나무들이 흔들려 쏴아아 하는 소리를 냈다. 그리고 그녀가 서있던 공간의 천장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그 너머로 새하얀 빛의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젠 완전히 밝아진 돔의 하늘이.




그 하늘이 들어나자 소화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졌다. 그 목소리에는 묘하고도 아름다운 울림이 있어, 그 순간 돔내의 모든 사람들은 그 노래를 들을 수 있었다. 말도 되지 않는 소리라고 생각될지도 모르겠지만, 분명히 사람들은 그 노래를 듣고 자신도 모르게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그것이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하늘이 갈라진다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사실은 돔의 천장부분이 갈라지고 있는 것이었다. 연구소의 천장이 갈라졌듯이. 사람들은 한사람도 빠짐없이 그 순간 열리고 있는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새하얀 하늘의 틈 사이로, 푸른 하늘이 들어났다. 새하얀 구름이 나타났다. 황금빛의 태양빛이 새어 들어왔다.




소화의 노랫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이제는 더 이상 사람의 목소리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하지만 그 목소리는 너무나도 아름답고 아름다웠다. 갈라진 하늘 틈사이로 비춰 들어오는 금빛 햇살이 그녀를 아름답게 비추어 내렸다.




붉은 머리칼은 햇살에 비쳐 신비스럽게 반짝였고, 새하얀 피부는 빛을 머금어 은은한 빛을 내었다. 그리고 파란 하늘이 비치는 검은 눈을 천천히 감은 순간, 소화의 머리끝이 점차 가루가 되어 흩날리기 시작했다. 그 조그마한 얼굴도, 작은 손끝도, 가녀린 어깨도, 조금씩 금이 가고 부서져 내렸다. 마치 오래된 흙 인형처럼.




하지만 그 얼굴은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 이 돔이란 곳은 사실 인간을 위한 곳이 아니었어. 나와 같은 만들어진 생물들을 위한 장소였지. 우리들은 세대를 이어갈 수 없는 것 이외에 또 다른 결점이 있었어. 그건 바로 자연의 태양광과 공기에 닿으면 신체가 부서져 버린다는 것이었지. 그것을 슬퍼한 우리의 창조주는 이곳을 만들었대. 이곳의 이름도 처음엔 돔과 같은 메마른 이름이 아니었어. 아버지는 이곳을 ‘봉오리’라고 불렀지. 피어나지 않은 꽃... ”




“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창조주는 인간들을 사랑하지 않으셨던 것도 아냐. 인류에 위기가 닥쳤을 때, 이곳을 인간들을 위해 기꺼이 내 주셨거든. 우리를 위해 외부와 일체 접촉이 되지 않는 이 공간은 피난처로 아주 적합했을 테니까. 우리의 창조주는 눈을 감는 순간까지도 걱정하셨어. 우리들과, 인간과, 이 봉오리를. ”




“ 긴 잠속에서 많은 생각을 했었어. 난 사실 나의 존재 의미를 몰랐거든. 나의 창조주는 나를 늘 꽃이라고 부르셨어. 봉오리를 피어나게 할 능력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이름이었지. 봉오리를 피어나게 하는 열쇠는 오직 나의 목소리뿐이었으니까. 나의 노래뿐이었으니까... 왜 그 사람은 나 같은걸 만들었던 걸까? 자신이 만든 세계의 자폭장치격인 나를... ”




“ 그래. 나는 어쩌면 그 어떤 병기보다 무서운 병기였을지도 몰라. 아마 이제부터 모든 만들어진 생명체들은 부서져 내리겠지. 더 이상 인공적으로 원소를 채집할 수도 없을 거야. 봉오리가 닫히고 난 뒤의 바깥세계가 어떻게 변했는지 나도 몰라. 너무 오랜 시간동안 이곳의 생활에 길들여진 인간은 아마도 밖의 생활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겠지. 인류 또한 멸망할지도 몰라. ”




“ ...... "




" 솔직히 말할게. 나는 아직도 내 존재의 의미를 모르겠어. 하지만... 기뻤어. 나를 지켜준 네가 해주었던 수많은 말들과, 네가 내 손을 잡아주었던 시간들과, 내게 이름을 붙여 주었던 기억과, 내가... 가짜가 싫지 않다고 말해주었던 그 목소리, 그리고 나와의 약속을 잊지 않아주었던 것이, 난, 정말로, 기뻤어. “




“ 만들어진 모든 생명체들은 이제 곳 모두 가루가 되어 버리겠지. 그리고 그 가루들은 이곳의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어 줄 거야. 머지않아 이 장소는 녹음으로 뒤덮이겠지. 그리고 꽃이 피어날 거야. 아름다운 진짜 꽃들이... ”




“ 내가 벌인 일 때문에 네가 날 원망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너의 소원을 들어주고 싶었어. 진짜 하늘과, 진짜 산과, 강, 진짜 꽃... 진자 세계를 보여주고 싶었어. 이런 사소한 일로 이 돔을 열어버렸다고 나를 만드신 분은 날 혼내실까? 모르겠어. 그리고 미안합니다. 모두들... ”




“ ...... ”




“ 오랜만에 너무 많은 말을 했더니 조금 피곤하다. 이젠 쉬어야 겠어. 햇살이 정말 따스하네. 좋은 꿈꾸렴... ”




“ ...... ”




“ ...... ”




“ ...안녕. ”




“ ...... ”




“ .....정말... 고마웠어. ”










진형은 꿈속에서 보았다. 그곳에서는 어린 자신이 녹음이 울창한 커다란 나무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무언가를 아주 열심히 올려다보고 있던 자신은 곧 나무를 열심히 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린 자신은 힘도 없었고, 요령도 없었기에 나무를 오르는 것이 매우 힘이 드는 듯 몇 번이고 미끌어 떨어졌다.




그렇게 몇 번인가 실패를 했을까. 어린 자신은 마침내 나무타기를 성공하여, 꽤 높은 곳까지 기어 올라갔다. 그리고 하나의 가지를 선택하여 어린 자신은 그곳에 올라섰다.




“ 누나, 여기서 뭐해? ”




어린 자신이 입을 열었다. 어린 자신의 바로 앞에는 가지에 걸터앉아 있는 한명의 소녀가 있었다. 붉고 긴 머리카락과 작은 얼굴. 그 모습은 놀라우리만큼 소화와 흡사했다. 아니, 거짓말처럼 같았다.




“ 꽃을 상상하고 있었어. ”




소화와 똑같이 생긴 소녀는 어린 자신을 바라보며 조그마하게 속삭였다. 어린 자신은 그런 그녀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는지 고개를 갸웃하며 대꾸했다.




“ 꽃이 뭐야? ”




“ ...아주아주 아름다운 것. 뭐라고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




“ 와아~ 나도 보고 싶다. 어디에 있어? ”




“ 돔의 밖에. 이곳엔 없어. 볼수도...없고. ”




“ 우웅~ 나가서 보면 안 되는 거야? ”




어린 자신의 철없는 질문에 소화와 똑같이 생긴 소녀는 활짝 미소를 지었다. 무척이나 아름다운 미소였는데, 어째서인지 어린 자신은 그 미소가 슬퍼 보인다고 생각했다.




“ 나는 이 돔에서 나갈 수 없어. 나가서도 안 되고. 아마 나는 죽을 때까지도 꽃이란 걸 볼수 없겠지. ”




“ 에에... 정말로? 아! 맞다. 그럼 내가 누나 대신 꽃을 보고 올게! ”




소화와 똑같이 생긴 소녀의 눈이 커졌다. 하지만 어린 자신은 잔득 거들먹거리며 말을 이었다.




“ 내가 보고, 누나에게 설명해줄게. 누나가 본 것처럼, 정말로 정확하게! 그림도 그려올게! 걱정하지 마. 나 그림 아주 잘 그리거든! ”




소화와 똑같이 생긴 소녀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리고 그녀의 눈가에 맑은 눈방울이 맺혔다. 어린 자신은 그런 그녀의 모습에 당황한 듯 양손을 흔들며 외쳤다.




“ 정말이야!! 진짜라니까? 정말로 내가 대신 보고 올게! 그러니까 울지 마! 응? 약속이야. 약속! ”




어린 자신은 소화와 똑같이 생긴 소녀와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그리곤 씩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 난 꼭 약속은 지키니까, 걱정하지마 누나. 아, 그런데 누나는 이름이 뭐야? 내 이름은 김진형이라고 하는데. 나랑 친구하자! ”




“ 미안해. 나는 이름이 없어. ”




“ 에? 정말?? 우웅.. ”




어린 자신은 심각한 표정으로 잔득 고민을 하는 듯 하더니, 곧 씩 웃음을 지으며 묘안이라는 듯 이렇게 말했다.




“ 그럼, 내가 누나 이름을 지어줄게. 소화라고 하자! 어때? 좋지?? 그치?? ”




소화와 똑같이 생긴 소녀는 어린 자신의 말에 너무나도, 정말 너무나도 아름다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고개를 끄덕이며 어린 자신의 손을 꼭 잡았다.




“ 응. 너무 마음에 들어... ”






 


 


진형과 소화가 만나기 불가 몇시간 전.


 


한대의 검은 자동차가 쏜살같이 거리를 내달리고 있었다. 좁은 골목길로 들어선 그 차는, 더 이상 나아갈 길이 없는 낡은 아파트 아래에 멈춰 섰다. 그 차의 문이 열리고 한 중년의 사내가 급히 차에서 뛰쳐나왔다. 갈색 머리칼을 높이 묶은 수염투성이의 남자였다. 그는 검은 코트를 추스린채 급히 아파트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그는 무언가에 쫒기는 듯 급히 아파트의 계단을 뛰어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3층을 지나칠 무렵, 그의 품속에서 저절로 하나의 조그마한 유리병이 툭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 유리병은 데굴데굴 굴러, 남자가 달려가고 있는 것과는 정 반대의 방향인 3층의 복도 구석으로 굴러갔다.




유리병은 곧 벽에 부딪혀 깨어졌다. 하지만 유리병안의 액체는 마치 강한 점성을 가지고 있는 듯 동그랗게 뭉쳐져 흩어지지 않았다. 그 동그랗게 뭉쳐진 액체의 한 가운데는 하나의 조그마한 점 같은 것이 뭉쳐져 있었다.




그렇게 몇 초의 시간이 흘렀을까. 그 액체는 주위의 수증기를 흡수하여 점차로 자라났다. 그리고 그 액체가 자라남과 동시에 액채속에서도 무언가가 자라났다. 점차로 커져가는 그 모습은 틀림없는 인간의 모습이었다. 붉은 머리칼을 가진 여자아이의 모습이었다.




그렇게 30초가량의 시간이 지났을까, 그 자리에는 다섯 살 남짓한 조그마한 소녀가 서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손을 들어 자신의 바로 앞에 있는 문을 열었다. 3층 복도의 끝에서 두 번째 문을. 그 문은 거짓말처럼 간단히 열렸고, 소녀는 천천히 그 문안으로 들어갔다.




“ ...만나고 싶어. ”




곧 문이 닫히고 그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