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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추리 G

2008.08.10 09:29

idtptkd 조회 수:1265 추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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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위가 약하시거나 욕을 하는 걸 싫어하시는 분은


 


보지 말아주세요.


 


==============================


 


 


“외국 미친놈들 중에 내가 진짜 나쁜 새끼라고 생각하는 녀석 중에 한 마리가 존 웨인 게이시(John Wayne Gacy)라는 놈이 있다. 좀 쉽게 설명해주자면, 평소에는 완전 아이들 앞에서 광대 복장까지 하면서 동네에 좀 헌신하던 착한 아저씨 유형으로 보였는데. 나중에 까고 보니까, 어린 남자애들 33명이나 후장따먹고 자기네 집 뒤뜰에 묻어서 유명한 새끼다.


문제는 말이지, 내가 이걸 설명해주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어떤 미친 새끼가 따라하는 거 같단 말이야. 너네 학교에서.“


 


내 말에 녀석은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아무런 표정없이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게다가 안경 한쪽 끝에 별 비슷하게 달린 거가 빛에 반짝이는 것 같았다. 일부러 기분 나쁘라고 쓰고 있던 안경을 툭 쳤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나를 보면서 비웃듯 웃었다. 지금 내가 좀 꼬여서 그런 걸지도 모르지만, 저 새끼의 반짝거리는 뒷통수를 치고 판을 뒤엎을까 말까 고민했다가, 주머니를 뒤져서 담배를 찾았다.


‘옷, 돗대다’


기분 좋게 입에 무려고 하니까, 입을 계속 다물고 있던 새끼가 입을 열어서는 하는 말이 이거다.


“저도 한 대 주세요.”


요새 고등학교에서는 뭘 가르치는 건지, 쯧. 아직도 교복이면서 당당하게 달라고 하는 폼을 봐라.


“돗대인데 주면 나중에 한 갑 사줄거냐?”


“사드릴게요. 지금 형사님보다 제가 더 피우고 싶으니까요.”


“왜 네가 피우고 싶은데?”


“형사님 입장에서는 사건이 안 풀리는 정도지만, 제 입장에서는 제가 범인 취급 당하는 거잖아요. 게다가, 저 남자에게는 전혀 관심없습니다. 그런데, 남자에 환장한 ‘개새끼’로 만드니까 더 열받죠. 그 아까 게이시? 아무리 그래도 그런 새끼하고는 제가 좀 많이 달라서요.”


한 마디로 말하면 ‘내 말 때문에 좀 기분 안 좋다’ 이건데…… 욕을 할까하다가 손에 쥔 담배를 아주 당당하게 내 입에 물었다. 그러자, 녀석의 미간이 처음으로 구겨졌다. 그래, 너의 인내심도 여기까지 구나. 앞에서 담배에 불을 붙이려고 라이터를 찾았을 때, 반대편에 앉아있던 녀석이 자기 주머니를 뒤지더니 지포라이터를 꺼냈다. ……졸라 비싸보이네.


“불 필요하신 거잖아요.”


녀석의 말에 라이터를 뺏어서 불을 붙이고는 라이터를 내 주머니에 넣었다. 그러자, 녀석은 또 미간을 살짝 구기며 인상을 썼다. 입 안에 맴도는 담배맛이 이상하게 너무나 달았다. 녀석은 다시 무표정으로 있길래 일부러 입에 머금었던 연기를 친절히 얼굴에 뱉어줬다. 그러자, 마치 비흡연자가 기분 나빠하듯 기분 나빠했다.


“내가 언제 너보고 범인이라고 했냐?”


“그러면, 왜 그런 이야기를 해주시는데요?”


“아는 거 다 불라고.”


“아는 거라고해도 겨우 우리 학교 애들이 아는 정도의 수준밖에 몰라요.”


“야, 뒤진 놈들이 너랑 좀 친했다며.”


다시 담배를 먹자, 기분이 약간 좋아졌다. 사실 기분이 좋아졌다기보다는 녀석이 달라고 했던 담배를 안 주고 먹자 더 맛있는 거 같았다.


녀석은 관활 구역 남고에 다니는 놈이다. 문제는, 졸라 똑똑한데 졸라 재수없는 유형이라는 거다. 게다가 죽거나 사라졌던 놈들이 사라지기 전에 급격히 친하게 지냈었다는 것 정도? 사실, 그 정도로 족치는 건 안되기는 한데, 지금 아무것도 안 나오고 있기에 어쩔 수 없다. 다시 담배를 머금었다가 녀석 얼굴에 뿌려줬다. 이번에는 인상을 안 써서 내가 인상을 썼다.


“저는 잘 모르는데요.”


“애 새끼들 부모가 너무 시끄럽게 굴어서 조용히 닥치고 있었는데, 너네 학교 애새끼들 후장이 멀쩡했는 줄 아냐?”


그 말을 하자 녀석이 살짝 웃었다. 문제는 그게 ‘아주 어이 없음’을 나타내는 웃음이라서 담배를 녀석 얼굴에 지져주려다가 참았다. 안경쓰고 있는 놈 때리는 건 취미에 없기 때문에.


담배를 왼손에 쥐고 오른손으로 녀석의 안경을 벗겨서 책상 위에 고이 접어놔줬다. 녀석은 나의 행동에 이상한 듯 나를 쳐다봤다. 나는 녀석의 볼을 살짝 치면서 웃어줬다. 내 미소에 녀석은 경계를 가득했다.


“깨물어.”


“네?”


“깨물라고.”


내 말을 못 알아 들었지만, 대략 좋은 자세라서 자리에서 일어나서 왼손의 담배를 입에 물고 오른손을 내질렀다. 당연하다. 난 그래도 신사적으로 했다. 안경 쓰면 위험해서 안경 벗겨줬고, 어린 놈이 어금니 잃으면 나중에 힘드니까 친절하게 ‘어금니 깨물라고’도 말해줬다.


녀석은 맞을 줄은 몰랐는지, 물론 세게 때렸지만 의자에서 쓰러져서 바닥에 엎어졌다. 그리고는 터진 입가를 살짝 만지더니 피를 확인하고는 나를 매섭게 노려봤다. 나는 그런 녀석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일부러 무릎을 굽혀서 녀석을 쳐다봐줬다.


“왜 때리는데요?”


맞기까지 했는데도, 녀석은 아주 침착하게 이유를 물었다. 젠장, 필터 씹는 버릇 고쳤는데, 또 열받는 새끼 나오니까 다시 필터를 무의식 중에 씹기 시작했다.


“내가 딱 두 개의 가설을 세웠거든.”


그리고는 책상에 올려뒀던 안경을 잘 펴서 녀석에게 다시 씌어줬다. 녀석은 경계하는 눈으로 나를 쳐다봐줬다. 하지만, 오히려 나는 열받으라고 웃으면서 녀석을 향해서 친절하게 말해줬다.


“첫 째는 네가 친구 놈들 잡아먹고 죽였다는 가설. 이러면, 나야 편하지. 범인 새끼 때려잡기에 쉬우니까. 근데, 이 사설 세우니까 둘째 가설이 나오더라고. 둘 째는 네가 다음 피해자라는 거.”


그러면서 녀석의 어깨를 툭툭 쳐줬다. 녀석은 기분 나쁜 게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다. 나는 녀석의 귓가에 조용히 말해줬다.


“네 후장은 안전할거 같냐?”


그리고는 취조실을 나왔다. 등 뒤로 계속 녀석의 시선이 꽂히는 것 같았지만, 내버려뒀다. 원래 저렇게 한창 클 때의 녀석들은 좀 맞고 자라도 된다.


 


비록 내가 좀 더러운 사건을 많이 맡는 더러운 운을 타고 나긴 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진짜 더러워서 못 해먹는 줄 알았다. 처음 사건을 맡았을 때, 진짜 기분 더러워서 죽는 줄알았다. 정말 기분 더러웠다. 그리고 평소에 더러운 걸로 소문이 자자했던 동료 녀석이 그만두고 나한테 던져놨었던 사건이라 더 더러운 기분이 최고로 달렸다.


“항문에 열상(裂傷)*을 입고, 교살(絞殺)**된 시체가 2구 나왔는데요.”


*열상(裂傷) : [명사]피부가 찢어져서 생긴 상처


**교살(絞殺) : [명사] 목을 졸라 죽임


처음 사건을 들었을 때, 딱 기분 나빴지만, 부검 맡은 놈도 얼마나 더러워했을지 느낌이 와서 그래도 친절히 물어봤었다.


“어떤 새끼가 뒤에서 박은 거야?”


“아마도…… 문제는 피해자 외의 사람의 체액이 발견되지 않아서.”


“그러니까, 박았는데 안 쌌다 이거잖아.”


“아마도…….”


“그러면 박고 목 조른 거야, 아니면 조르고 박은 거야?”


“아마도…… 하고 죽였겠죠?”


부검의 녀석이 젊다고 생각했긴 했었는데, 아마도 초짜인 모양이다. 부검의 중 초짜는 딱 두가지 유형을 보인다. 결과만 보고하고 아무것도 확실 못하는 새끼. 결과 가지고 소설을 써서 떠드는 새끼. 그래도 후자보다는 전자가 낫긴 하지만, 그 놈의 ‘아마도’ 때문에 더러워진 기분이 더 더러워질 거 같았다. 물론, 소설을 써서 받쳤으면 더러움을 넘어서 역겨웠겠지만.


그리고 내 앞으로 그 사건이 달렸다. 그 2구의 시체가 같은 남고 학생이라는 게 문제였고, 더 문제는 그 남고에서 2명이나 더 실종 상황이라는 거였다. 그래서 간단히 조사하니까 4명이 학교에 나오기 직전에 아까 나를 취조실에서 열받게 했던 녀석과 좀 친하게 지냈었다고 하고. 문제는 이전에는 전혀 알지도 못하는 사이였다는데.


자리에 돌아와서 아까 그 녀석의 이름과 연락처를 봤다. ‘신새영’…… 그리고 오늘 불러냈던 전화번호니까 가짜일 리가 없고.


“야, 아까 내가 데려온 고딩 좀 집에 데려다줘라.”


서에 들어온지 얼마 안되는 놈이 커피마시길래 소리를 질러서 시켰다. 왜 그런지 나를 무서워했다. 이 형을 무서워하면 아무것도 못할텐데 말이다.


 


아…… 그 녀석 이름을 까먹었다. 간신히 떠올리려고 했지만, 잊었다. 분명 외우기 좋게 뭔가를 붙였는데. 그렇게 학교 교문 앞에 차를 세워놓고 그 녀석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교문에서 친구로 보이는 애과 같이 나오는 녀석이 보였다.


“야! 너!”


소리를 지르자, 교문에서 나온 애새끼들이 다 쳐다봤다. 그래서 눈에 힘을 줘서 노려봐주니 다들 알아서 눈을 깔았다. 애새끼들이 싸가지 없다, 없다 했지만, 아직까지는 어른보고 눈깔 줄은 아는 모양이다.


녀석은 나를 보자, 곧바로 경계 태세로 들어갔다. 옆에 같이 있던 친구에게 간단히 인사를 해서 먼저 보내고는 내 쪽으로 다가왔다. 어제 터진 입술에 예쁘게 반창고를 붙이고 있었다.


“형사님이 여긴 무슨 일이예요?”


“야, 너 이름.”


“제 이름요?”


“내가 외우기 좋게 했었는데, 까먹었거든.”


“하아…… 신새영이요.”


“맞다! 십새야.”


“신새영입니다. 어째서 그렇게 되요?”


“이니셜이 같잖아. S(에스) S(에스) 이응”


녀석은 다시 차가운 표정으로 변했다. 나름 개그를 해줬는데, 십새한테는 반응이 없었다. 이래서 요즘 애들이 재미없다고 하는 건가. 차에서 내려서 담배를 피려고 새로 산 걸 뜯으니까 녀석의 손이 갑자기 튀어나와서는 내 꺼에서 한 개비를 자기 입에 턱하니 물었다. 그리고는 곧바로 불을 붙였다.


“이번에는 돗대 아니니까 하나 주세요.”


벌써 자기 입에 물어놓고는 그런 소리를 해댄다. 담배 갑에서 한 개비 꺼내서 입에 물고는 녀석의 뒷통수를 오른손으로 잡아줬다. 그리고는 녀석의 목이 뒤로 젖혀지게 했다. 나보다 작은 녀석의 담배 끝과 내 담배 끝을 지져서 불을 옮겨붙여줬다. 불이 붙는 걸 보고 나서 잡았던 대가리를 놔주자 녀석의 미간이 또 구겨졌다.


“왜 불은 또 빌려주는 거 아니었냐?”


내 말에 십새는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 탓에 입에 물고 있던 담배 필터 또 씹었다. 간신히 고쳤다고 생각했는데, 이 녀석 만날 때는 나오는 것 같았다.


“형사님, 여기 오신 이유가 뭐예요?”


“너 만나러 왔지.”


“제가 왜요?”


“안전한지 보려고. 근데, 안전한 거 같다.”


“그게 안전한지 안 안전한지 티가 나나요.”


그 말에 약간 웃겨서 진짜 진심으로 웃어줄까 했는데, 생각해보니까 이 녀석이 자기 학교 애새끼들 뒤를 박았을 생각을 하니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십새는 뭐가 재밌는지 나를 보면서 웃었다. 그 때문에 순간 직감적으로 불안했다. 이것은 미친 새끼들이 꼭 일치고 나서 그 엉망된 현장을 보기 직전에 드는 감각이었다. 문제는 그런 감각 탓에 등에 소름이 돋아서 표정이 엉망인 나를 보면서 십새는 계속 웃고 있었다. 교문 밖이니까 담배펴도 뭐라 안한다. 사실, 웃는 네 얼굴이 그나마 연기에 좀 가려져서 뭐라고 안하고 있는 거다.


“아, 어제 형사님이 말한 게이시라는 놈 찾아봤는데요. 나쁜 놈은 나쁜 놈이더라고요.”


“그래?”


“근데 말이죠. 형사님께서 말 안한 게 있더라고요”


“뭐?”


십새는 어제 내가 말한 것과 비슷하게 내 귀에 대고 아주 조용하게 말했다.


“약물 투약으로 사형 된거요.”


그 말에 소름의 정체가 뭔지 알 것 같았다. 십새가 그런 말을 하고는 웃으면서 이번에는 내 어깨를 톡톡 치고는 갔다. 그리고는 그런 녀석을 족쳐야겠다는 생각도 못하고는 곧바로 학교로 뛰어들었다. 당연히 쉽게 찾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학교 안을 외부인이 뛰어다니니까 몇 선생이 와서는 뭐라고 하기에 경찰임을 보여주고는 아예 허락받고 뛰어다녔다. 그렇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분명 저렇게 말하면서 아무것도 없는 것은 말도 안된다. 그래서 막 생각했다. 십새가 내가 말한 게이시를 따라하는 거라면…… 어떤 지랄을 했을까.


‘우선 후장 따먹고, 죽였겠지. 죽이고…… 죽이고…… 뒤뜰에 묻었겠지.’


순간 나의 기억력 때문에 기분이 나빴지만, 현재는 찾는 게 문제였다. 남고 주제에 학교 뒤쪽에 토끼를 키우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하얀 토끼보다 내 눈에 들어온 건 토끼장 앞의 바닥에 꽂혀있는 주사기였다.


 


서에 연락해서 주사기를 증거물로 하고 그 자리를 팠다. 실종 상태였던 녀석이 드디어 시체로 돌아왔다. 교복을 깔끔히 입혔으나, 흙 속에 있어서 상당히 젖어있었다. 곧바로 부검하러 보내고는 교문에 기대서 생각을 하고 있었다.


“힘드시죠?”


저번에 갈궜던 신입이 내게 와서는 물었다.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서 입에 무니까 신입이 알아서 라이터로 불을 빌려줬다. 그 불로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신입을 보지 않고 말했다.


“내가 싫어하는 새가 두 마리 있거든. 뭘 거 같애?”


갑작스러운 질문에 신입은 눈만 깜빡이다가 간신히 ‘비둘기랑 참새요?’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나는 또 필터를 씹으면서 답을 알려줬다.


“십새랑 개새.”


십새는 신새영, 그 놈이고. 개새는 이 사건을 던져놓고 농사 짓는다고 가버렸던 내 동료의 별명이다. 개새가 이 사건 담당자였는데, 그만두고 가버려서 내가 이렇개 개고생중이다.


 


집에 돌아갈 수도 없었다. 학교에 시체가 발견되었으니, 어디라도 다 뒤져야했다. 물론 밑의 놈들 시키고 나는 가서 모니터 앞에서 손가락만 움직여도 되지만, 이 사건의 책임자는 나다. 결국 학교를 다 뒤졌지만, 찾지를 못했다. 젠장, 토끼장까지 들어내놓고 애들 삽질 시켰다. 그랬지만, 남은 그 한 놈을 못 찾았다.


당장 십새의 집으로 쳐들어가고 싶었지만, 신입 놈이 내 앞을 막았다.


“저번에 패놓고 집까지 쳐들어가면 위에서 뭐라고 합니까. 그래도 지금은 겨우 참고인 정도입니다, 신새영 학생은.”


틀린 말은 아니라서 입은 안 째놨지만, 대가리 한 대는 때려줬다. 나 좀 많이 기분 나쁜데 함부로 앞 막지 마라. 손이건 발이건 어느 게 나갈지 모르니까.


“그러면, 네가 십새 좀 봐라.”


“네?”


“잠복 수사다.”


그렇게 어깨를 두드려줬다. 하지만, 이제는 필터까지 타서는 더 타지 않는 담배를 버리려고 잡았는데, 내가 또 확 돌아서 필터를 엄청나게 씹어댄 게 눈에 보였다. 아씨, 필터는 안 씹으려고 그렇게 노력했는데.


 


하루동안 부검 결과 기다리면서 신입 녀석에게서 십새의 활동을 다 보고 받았다. 아직까지 어느 정도 부피가 되는 것을 집으로 가져가지도 집 밖으로 꺼내지도 않았다고 했다. 그리고 난 또 부검 결과를 듣기 위해 부검실로 갔다.


“어, 형사님.”


부검실 복도에서 이 사건의 시작이 된 두 구의 시체를 부검했던 초짜를 만났다. 녀석은 나를 만난 걸 되게 반가워했다. 나는 목례만 하고는 부검 결과 들으려고 부검실 들어가려고 하니까 녀석이 진짜 기뻐하면서 말했다.


“어, 그 뒤 뚫린 거 또 형사님 사건이었어요?”


……젠장, 아마 학교에서 발견한 시체도 이 놈이 했나보다.


부검실에 들어가자, 녀석은 싱글벙글거렸다. 부검을 하다가 미친건가, 아니면 이제 나는 구면이라서 저렇게 편한건가? 어쨌든 녀석은 저번보다는 덜 긴장한 채로 보고를 시작했다.


“저번하고 비슷해요. 하지만, 다른 건. 짜잔!”


병신이냐. 부검실에서 보고 받으려고 왔는데, 뭔가 칭찬 받기를 기대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그리고는 무언가 샘플팩에 담겨진 걸 보여줬다. 처음에는 무슨 기계인가 했는데 자세히 보니까 꽤나 익숙한 물건이다. 게다가 그 사각형의 끝에 빛에 반짝이는 뾰족뾰족한 게 달려있고.


“이거 십새 안경이네.”


순간 정말 이 녀석이 날 봤을 때 반가했던 거의 딱 두 배만큼 그 안경이 반가웠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녀석에게서 십새 안경을 건네 받으려고 했다가 순간 굳고 말았다.


“그거 어디서 나왔냐?”


“아…… 증거품이니까, 당연히 꺼내야죠! 형사님은 아무리 그래도 변기통에 돈 빠지면 꺼내잖아요.”


“그래서 똥구멍에서 그거 꺼냈냐?”


그 말에 초짜는 고개를 끄덕였다. 순간 이 녀석을 쳐줄까 했지만, 그래도 이거라도 건졌기에 십새를 죽일 생각으로 가득했다. 그래서 증거품을 빌려서는 곧바로 십새의 집으로 운전했다. 신입한테 전화해서 장소 알아내고 곧바로 쳐들어갔다. 영장따위, 이 안경이 해결해줄 거다. 처음 봤을 때는, 졸라 재수없게 생긴 안경이었는데 지금 보니까 아주 뽀뽀해주고 싶다. ……말만 그렇지 실제로 하고 싶지는 않다.


십새의 집에 도착하자, 신입은 내가 전화해서 시킨 대로 녹음할 준비를 했다. 그리고 십새의 집 벨을 눌렀다. 웃으면서 한 손으로는 안경을 넣은 샘플팩을 들고 한 손으로는 수갑을 들고 있었다. 문이 천천히 열리고 사람의 모습이 보이자 더 활짝 웃어줬다. 그래, 십새야. 내가 좀 착하고 친절해서 너 큰집에 보내기 전에 이 엉아가 추억하나 만들어주려고 하고 있다.


“썅.”


“형사님, 여기는 왠 일이십니까?”


순간 십새가 내 놀란 표정에 무슨 일인지 살폈다. 그리고는 수갑을 먼저보다가 반대 손에 있는 안경을 발견했다. 그리고는 웃으면서 말했다.


“아, 이 안경 디자인이 좀 유행이예요.”


라면서 십새는 자신이 쓰고있는 안경을 한 번 밀어 올렸다. 그리고 나는 십새와 신입 앞에서 장난아니게 쪽팔렸다. 문제는 십새가 당황해서 표정이 없어진 나를 향해서 재밌다는 듯 웃고 있었다.


“너, 나랑 놀자는 거냐?”


“설마요. 바쁜 형사님과 어떻게 놀 생각을 해요?”


순간 주먹이 나갔는데, 맞은 건 십새가 아니었다. 신입이 내 앞을 가려서 순간 신입의 아구창을 날려버렸다. 신입은 뒤로 쓰러졌는데, 십새가 쓰러지는 신입을 받았다. 신입은 맞은 자리를 살짝 문질렀다. 아픈건지 살짝 인상을 썼지만, 곧 나를 보면서 오히려 나한테 걱정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한 번 더 손 대면 위에서 어떻게 할지 모릅니다.”


“썅. 비켜!”


“선배님!”


신입의 그런 말 때문에 간신히 참았다. 그렇지만, 십새를 향해서 수갑을 든 손으로 가리키면서 동네 다 들리게 외쳤다.


“내가 십새 너 조지고 만다.”


십새는 자신이 받치고 있던 신입을 힘을 줘서 일어나게 도울 뿐 내 말에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신입은 ‘네, 네. 알겠습니다’라고 말하면서 나를 막으면서 물러섰다. 문제는 내가 그렇게 밀려나서 십새의 앞에서 나가는데, 십새는 그런 나를 보면서 더 안경을 밀어올리면서 웃고 있었다. 진짜, 내가 언젠가 너 조지고 만다.


 


진짜 그 뒤로 너무 조용해서 불안해 죽는 줄 알았다. 그 탓에 십새가 눈 앞에 없는데도 담배 필 때마다 또 필터를 씹었다. 젠장, 그 버릇 거의 다 고쳤었는데! 십새에게 아주 굴욕이란 굴욕을 당했다는 기분 때문에 그 날 밤 내내 자질 못 했다. 그 탓에 서에 와서 좀 엎어져있으려니까 또 위에서 갈궜다. 아, 썅. 누가 갈궜는지도 기억이 안 날만큼 졸려죽겠다. 그래서 또 엎어지려고 했을 때, 순간 머릿속에 불안한 녀석이 하나 떠올랐다. 진짜 불안한 녀석이 누구였지…… 누구였더라. 십새는 아니다. 그 자식이 불안한 건 사실인데 지금 불안하다고 떠오른 녀석은 아니었다. 그러면 십새 집 앞에서 잠복근무 시키고 내가 아구창 때린 신입? 그 녀석에게는 좀 미안하기는 하지만, 불안해하고 있는 건 아니다. 그러면 뭐지? 그 초짜 부검의? 아니, 그렇지 않다. 도대체 뭐가 불안한거지?


……그딴 생각하다가 떠올랐다. 십새를 족치게 된 원인. 그렇다면, 다음 피해자는 십새와 우선 친한 놈이다. 내가 학교로 간 날, 그러니까 어저께 십새랑 같이 교문에서 나오던 놈. 그 놈부터 조사해야했었는데!


엎드려 자려다가 번쩍 일어나서 서에서 뛰쳐나가니까 ‘쯧’이라고 누군가 한 거 같았지만, 상관하지 않고 사건 현장인 학교로 갔다. 그리고 복도에서 뛰어나니면서 가득이나 안 자서 안 돌아가서는 머리지만 잘 얼굴을 떠올리려고 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 녀석 전에 십새를 먼저 만났다.


“형사님, 이번에는 애들 수업 시간에 무슨 일이예요?”


“십새야.”


“신새영이라니까요.”


“너 친구 놈 어쨌어?”


“누구요?”


십새는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대답하지 않고 오히려 내가 긴박해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즐긴다는 미소를 띄우며 물었다. 애새끼들이 하도 많아서 못 때리겠다. 몰래 끌고 가서 때릴까를 진지하게 고민할 때 쯤, 십새가 입을 열었다.


“음, 저번에 형사님께서 학교 오셨을 때 봤던 애 말하는 거에요?”


“그래, 그 새끼.”


내가 즉각 반응하자, 십새는 주변을 살펴봤다. 이미 애새끼들이 나를 흘끗흘끗 볼 뿐 내게 다가오지도 십새에게도 다가오지 못하고 있었다. 십새는 살짝 내게서 한걸음 뒤로 물러서더니 미친 듯이 웃었다. 아니, 저 자식 미친 놈이니까 미친 건 맞는데. 갑자기 정신을 뺀 듯 아까까지는 거짓된 미소인지 정말 이런 상황을 즐기는 건지 모를 미소를 띄우던 녀석이 말이다. 배까지 잡고는 아주 큰 소리로 ‘하하하하핫’이라고 소리 내면서 웃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마치 자기가 그렇게 큰 소리로 웃지 않았다는 듯이 뚝 멈추고는 나를 보면서 말했다.


“몰라요.”


게다가 차가운 눈빛과 무표정으로. 결국 폭발해서 눈 앞이 뒤집어서 주먹을 내질렀다. 결국 내 손에 맞은 십새의 안경이 완전히 휘어서는 공중에 날아가서 바닥으로 ‘타닥’ 소리를 내며 떨어졌고, 십새는 안경 때문에 코에 베인 듯한 상처가 났다. 당연히 내가 노린 광대뼈 쪽도 붉게 부어올랐지만. 그렇지만, 바닥에 쓰러지지 않았다. 왜냐면, 벽으로 몸이 튀어서 벽에 기대어버렸으니까.


십새는 안경이 벗겨진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하지만, 거기에는 악의도 광기도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경멸의 눈만 있었다.


“이거이거, 주먹부터 먼저 나가서는 안되죠. 여기는 사람도 많은데.”


십새에게 다가가서 멱살을 잡고, 다시 주먹을 들었을 때 아무리 이성이 없더라도 싸울 때의 감각은 날카로웠기에 주변의 공기를 느낄 수 있었다. 주먹을 휘두르고 있는 내가 아니라 나를 향해서 웃고 있는 멱살이 잡힌 십새를 더 애새끼들이 무서워하고 있었다. 물론 나도 미친 놈이 무섭긴 하다. 하지만, 이건 다르다. 이 애새끼들…… 십새에게 기고 있다.


멱살을 놓자 그 팽팽했던 분위기는 풀어졌지만, 확실하다. 이 새끼들, 십새의 명령에 따라서 일부러 내가 이렇게 난리치고 있는데도 아무런 상관도 그리고 제대로 구경도 하고 있지 않았던 거다.


“너 학교에서 뭐하고 다니는 거냐?”


“공부요.”


십새는 멀리 떨어졌던 안경을 주워서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했다. 네가 공부를 했으면, 나는 준법 경찰이다, 썅.


“그리고 전 형사님께 거짓말 한 적 없어요.”


“지랄”


“정말이예요. 처음 형사님 만났을 때, 제가 드렸던 말 기억 안 나세요? ‘아는 거라고해도 겨우 우리 학교 애들이 아는 정도의 수준밖에 몰라요’라고 말씀 드렸잖아요.”


그 말이 졸라 무섭게 다가왔다. 복도에서 일부러 나와 십새를 못 본 척하고 지나가는 애새끼들도 졸라 무섭게 보였다. 십새는 휘어진 안경을 보더니 미간을 구겼다. 그리고는 안경을 쓰지 않은 채로 나를 보면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아, 지금은 토끼들이 더 잘 알지도 모르죠.”


그 말을 듣자, 휴대폰을 꺼내서 당장 신입에게 전화했다. 어차피, 십새 감시하라고 했으니까, 학교 근처에 있을 거다. 전화 후에 건너편에서 하는 말을 다 무시하고 말했다.


“당장, 학교 뒤뜰 토끼장 뒤져!”


그리고는 휴대폰을 껐다. 십새는 여전히 웃는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그리고 내가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자신을 쳐다보는 것에 웃는 얼굴을 거뒀다.


“형사님, 저 수업들어가야해요.”


“공부하러? 지랄마.”


“학생이 공부해야죠.”


“그러면 너는 친구놈 뒤에 안경 쑤셔넣는 게 공부냐?”


내 말에 움찔한 건 십새가 아니라 복도를 걷고 있던 다른 애새끼들이었다. 십새는 오히려 그런 내 말에 웃고 있었다. 대답은 하지 않았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인가. 썅, 그딴 걸로 정직하지 말고 도덕적으로 살란 말야.


“전 이만 아무래도 교실로 돌아가야겠네요. 그러면 형사님도 안녕히 가세요.”


그러고는 십새는 자기의 교실로 돌아갔다. 나는 복도에 서있다가, 창문으로 경찰차가 오는 것을 보고는 자리에서 움직일 수 있었다. 젠장, 진짜 졸라 쪽팔린 거기는 한데. 이제는 나도 십새가 무섭다.


 


토끼장 안에는 그래도 살아있는 녀석이 있었다. 문제는 이리저리 묶여있는데다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신입 녀석은 토끼장에서 그 녀석을 끌어내서 바닥에 눕혀서 끈을 풀려고 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병원 쪽에 먼저 연락을 넣었다. 그 다음에는 서로 연락을 넣어놨다. 그리고 정신을 잃고 토끼장 안에 들어가있었을 녀석을 유심히 봤다.


“선배님. 그래도 다행입니다. 행방 불명 되었던 2명 중 하나는 찾았으니까…….”


“왜 안 죽였을까?”


“네?”


“십새가 왜 얘는 안 죽였을까. 이미 내가 사건 맡을 때, 벌써 실종이었던 녀석인데.”


그렇게 생각하니, 어째서 한 놈은 죽이고 한 놈은 안 죽였는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서에서 사람이 도착했고, 병원에서도 차를 보내줬다. 아직 살아있는 그 놈을 병원차에 실어보내면서, 머리를 졸라 굴렸다. 하지만,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 그래서 불안해하면서, 주변을 둘러봤을 때, 하늘에서 무언가가 떨어졌다.


종이비행기였다. 방향으로 살펴서 건물을 올려보니 십새가 창가에서 나를 향해서 손을 흔들면서 웃고 있었다. ……내가 너 기필고 조지고 만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종이 비행기를 펼치니까 십새 치고는 꽤나 감성이라도 묻어나올 것같은 여자애같은 글씨체로


『두 번째 편지는 어때요? 이번 형사님께서는 마음에 들어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라 적혀있었다. 저 십새를…… 이라고 생각이 들었다가, 순간 다시 종이 비행기에 적힌 내용을 쳐다봤다. 그리고 나쁜 기분에 사로잡혀서 기분 더러웠다. 정말 더러웠다. 이런 더러운 기분 때문에 또 떠올라서 더러웠다. 하지만…… 확실히 둘 중 하나는 조져질거다. 하지만, 이번에는…… 네가 조져질거다, 십새야.


 


과학수사팀을 불러서 카메라와 녹음기를 내 몸에 설치했다. 그리고 일부러 학교에 가서 새로 내 몸에 설치했다. 그 이유는 십새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다. 어차피, 학교에서 그러면 어딜가던 눈이 있어서, 십새에게 알려질거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러 십새를 안정시키려고 학교에서 새로 다는 거다.


신입은 나 혼자 가겠다는 거에 불안해 했다. 왜냐면 나 혼자 십새와 이야기를 하고, 십새를 조지겠다고 했으니까.


“저라도 밖에 있으면 안됩니까?”


“그냥 과학수사팀 사람들과 같이 있어.”


그런 말을 하면서 차에 기댄 채 학교의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십새는 저번과 달리 혼자 학교에서 나왔다. 그리고 나를 발견하고는 웃었다.


“마음에 들어하나 안 들어하나는 어떻게 알거야?”


“하긴, 전혀 티가 안나니까요.”


“너, 학교 애들에게 겁을 준거냐?”


“겁을 주다뇨? 아뇨, 그냥 보여준 거예요. 그리고는 조용히 있더라고요.”


“당연하겠지. 누구라도 살해당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빠졌을지 모르니까.”


“그렇지만, 정말 다 보여준 건 아니예요. 나중에 소문이 더 뭉성해져서 말이죠.”


십새는 아무렇지 않게 내게 말을 했다. 하지만, 지금 말한 것은 아무것도 인정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었다. 3번의 살인과 1번의 유괴를. 아니, 어쩌면 2번의 유괴일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내가 마음에 들어했으면 하는 건 뭐지?”


“이야기가 빠르시네요. 저는 형사님께서 저를 조사하는 것을 그만둬주셨으면 하는데요.”


“못 그만두면?”


“그럴리가요. 전의 형사분은 그만둬주셨어요.”


“아니, 개새가 나보가 너 조지라고 말하고는 그만뒀는데.”


십새는 개새라는 호칭에 대해서 알아듣지 못했다. 하지만, 말하는 걸로 전동료로 이 사건의 전 책임자였다는 것정도는 곧 눈치챈것 같았다. 하도 더러운 짓거리 많이 하고 다녀서 개새라고 불렀었다. 그러고보니, 진짜 이 사건 맡으면서 십새와 개새가 싫어진다.


“헤에, 마지막 발악을 하셨네요. 뭐, 그래서 결과가 다르긴 했지만요.”


“결과?”


내 반문에 십새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나를 쳐다봤다. 안경을 쓰고 있지 않아서 마음대로 치고도 싶지만, 목에 설치된 카메라와 녹음기가 떨어질 수도 있다.


“보여드리면 그만 두실건가요?”


“생각해보고.”


“헤에, 생각까지 하면 그만 두는 걸로 끝나지 않을텐데 말이죠.”


십새의 협박에 한쪽 입꼬리만 일부러 올려서 웃어줬다. 그러자 십새는 또 나를 보면서 웃었다. 저 자식 오늘 조지고 만다.


“그러면, 보러와요. 우리 집에 올 시간 정도는 되죠?”


“그래.”


그리고 십새가 앞장을 섰다. 신입은 차에 남아서 불안해하면서 나를 쳐다봤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십새의 뒤를 따랐다. 지금 당장 칼들고 등짝을 쪼개줄까 고민했지만, 현재 칼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포기했다.


십새가 집에 도착하자, 번호키로 집 문을 열고 들어갔다. 나도 뒤를 따라서 들어가려고 하는 순간, 십새가 내 어깨를 잡았다. 잡아서 그 손을 꺽어주고 싶지만, 조금 참았다. 어차피 너는 오늘 나한테 조져질 테니까. 십새는 나를 보면서 동의를 구하는 듯 웃었다. 하지만, 내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무표정으로 목 근처에 설치해뒀던 카메라와 녹음기를 뜯어서 바닥에 버렸다.


“아무리 그래도 친구의 가엽은 장면을 중계하고 싶으진 않을테니까요.”


그렇게 말하고는 웃으면서 나를 본다. 당장 그 웃는 얼굴을 때려주고 싶다. 그렇지만, 정말 참은 인자를 백여번을 속으로 그린 후에 들어갔다. 문제는 참을 忍을 쓸만큼 참을성이 없어서 사람 人자로 대체해서 썼지만.


그렇게 집에 들어갔을 때, 느껴지는 건 왠지 사람이 사는 집이라는 느낌이 없었다. 오히려 모델하우스같이 졸라 삭막했다. 뭔가 잘 되어있는 것 같은데 엄청 삭막했다.


“그래도 이번 형사님은 이야기가 빨리 통해서 다행이예요.”


“뭐?”


“저번 형사님은 얼마나 성가셨는지…… 그래도 한 녀석으로 겁 좀 주고, 한 사람 풀어주니까 자기 덕으로 사람을 살린 줄 알았는 거 있죠. 그래서 더 혼내줬어요.”


마치 무슨 집안 강아지를 교육시켰다는 듯한 말투로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어설프게 살인을 인정하게 하는 말을 꺼내기 위한 미끼를 던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건 역효과가 일어난다는 것정도는 아니까.


“형사님은 내가 무서워요?”


“뭐?”


“무서워하지 않으면…… 왜 일부러 학교에서 이중으로 녹음기를 설치한 거죠?”


그 말에 순간 뒤로 물러났다. 십새는 다가와서 내 허리춤 쪽에 손을 대더니, 카메라와 녹음기를 떼어냈다. 일부러 과학수사 차에서 설치하고 그 다음에 또 다른 걸 학교에서 일부러 보이게 설치했는데, 이미 십새한테 들켜버렸다.


“내가 무섭죠? 그렇죠?”


“아니.”


최대한 표정을 보이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자, 십새는 약간 키득 거리더니, 떼어낸 카메라와 녹음기를 벽에 던졌다. ‘와직’소리가 나면서 부서져서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안 무서우면 이런 걸 왜 했을까?”


“부서졌네. 너한테 선택권을 줬는데 말이지. 좀 합법적으로 조져질래, 아니면 다정한 신체대화로 조져질래?”


내가 반응을 싹 바꾸자, 십새는 당황한 것 같았다. 웃던 얼굴에서 순간 미소가 사라졌다가 나타났다. 물론, 십새 이 녀석 집이라서 안 무서운 건 구라다. 하지만, 처음부터 노린 게 하나 있었다.


“뭘 보여주려고 했지? 사내놈이 몸이 꿰뚫려서는 괴로워하는 거? 미안하지만, 개새는 그런 걸로 무서워서 그만두었을 지 모르지만, 나는 안 그러거든.”


“내가 안 무서워요? 난 형사님을 죽일지도 몰라요.”


“내가 너같은 십새들은 좀 많이 다뤄봤거든. 그 놈들이 때리는 걸 좋아하는 게 아니라 딴 놈 겁먹는 걸 좋아한다는 걸 안 건 꽤 됐어.”


주변을 최대한 살폈다. 그리고 십새를 보니까, 십새가 무표정으로 반응이 없었다.


“그리고 두려움이 학습 안 된 나같은 놈은 너 안 무섭거든. 왠지 알아? 난 학생들을 상대로 탐문 조사 안 했으니까.”


곧바로 주먹을 내질렀다. 이전에 두 번이나 맞아줬던 십새가 아주 자연스럽게 피했다. 그리고는 피해서는 나를 경멸의 눈으로 봤다.


“안경 쓴 사람을 또 칠 정도로 학습 능력이 없군요.”


“지금은 안 썼잖아, 시키야.”


그러면서 다시 주먹을 내질렀지만, 이번에도 잘 피했다. 예전에 맞았던 게 일부러 맞았을지 모른다는 더러운 생각이 들 정도로. 십새는 그런 나를 위 아래로 살폈다.


“나를 잡고 싶은데 왜 때려요? 단서나 찾아요. 내가 범인일거라는 단서.”


“단서? 물건?”


“네. 저번처럼 아무렇게나 손에 넣을 수 있는 안경 말고.”


조금 더 시간을 끌면 된다. 어차피 지금 녹취를 할 수도 없을테고. 조금 더 기다리니까, 집 전화가 울렸다. 십새도 나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순간 긴장을 놓는 쪽이 질테니까. 전화는 짧게 울렸다가 끊겼다. 그리고 또 짧게 울렸다가 끊겼다. 마지막으로 길게 울렸다가 끊겼다. 그렇게 전화가 끊기고 내가 미소를 짓자, 십새는 약간 놀란 듯 했다.


“내가 과학수사팀이 어떤지 몰랐었다.”


“…….”


“근데, 네가 방금 던진 것 중에 카메라랑 녹음기 말고 하나 더 있었거든. 열탐지기인데, 꽤나 고성능인데. 아마 잡은지 오래된 놈도 살려뒀으면 금방 잡은 놈을 죽이지는 않았을거라고 생각해서 말야.”


“열탐지기라…….”


십새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리고는 나를 공격하려는 건지 그냥 서있는 자세에서 살짝 몸을 낮췄다. 내가 곧바로 오른쪽 방으로 뛰어가자 그것을 막으려는 듯 했다. 하지만, 창문이 깨지고 사람들이 쳐들어오자, 십새의 행동이 멈췄다. 나는 방문을 열었다. 그러자, 어저께 봤던 녀석이 거기에 묶여서 쓰러져있었다. 문이 열리는 행동에 눈을 뜨고는 입에 재갈이 물려서 ‘읍읍’소리를 냈지만, 확실히 나를 알아보는 것 같았다.


“십새야, 네가 나를 개새랑 착각한 게 있거든.”


문을 열고 다른 사람들이 들어오자, 십새는 조용히 나를 노려보기만 했다. 나는 그런 녀석 앞에서 당당히 중지만 내밀어주며서 말했다.


“개새는 단서를 찾겠지만, 난 필살기로 증인을 쓰거든.”


 


하루 정도는 서에서 엎어져서 자고 싶었다. 근데, 신입자식이 ‘선배’라면서 다가와서는 개새가 정리한 것 처럼 사건을 정리해야한다고 엉겨붙었다.


“안 그러면 혼납니다.”


“썅. 혼내라고 해. 그냥”


“근데, 도대체 신새영은 어째서…… 음…….”


“왜 박았냐고?”


“아, 네. 이해가 안 됩니다.”


신입의 그런 행동에 친절히 설정해줬다.


“등 뒤에 뭐가 있을지 모르면 졸라 무섭거든. 게댜가, 뭐 체액이나 그런 게 없다니까, 실제로 박은 건 아닐테고. 그리고 변태 새끼들은 원래 이해하려고 들면 안 돼.”


“선배도 무서워하는 게 있습니까?”


“생각해봐. 주사. 팔 주사는 상관없는데 엉덩이 주사는 아우…… 이건 그냥 볼 수도 없고. 그 공포, 으으으”


그리고 엎어졌다. 신입은 그런 나를 보면서 자신이 대신 사건을 정리했다. 뭐, 나중에 깔끔하게 한 줄로 정리하긴 하더라.


『깝치는 범인이 겁 없는 형사 앞에서 난리치다가 제대로 끝났음』


아, 썅. ‘겁 없는’ 대신 뭐 ‘용감한’ 그런 수식어도 있는데, 이 자식도 골 때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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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왜 썼을까요


 


처음에는 그냥 욕을 소설에서 써보자!!


 


였는데, 어느새 너무 더러웠어요ㅠ


 


너무 더러워요,이야기가ㅠ


 


싫어, 이런 거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