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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아.들.이]아우에게

2008.08.14 09:24

크리켓≪GURY≫ 조회 수:864 추천:1

extra_vars1 아나스타샤가 들려주는 이야기3 - 아우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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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우에게




 사랑스런 나의 아우야. 나는 잘 지내고 있단다. 얼마 전에 대학을 졸업한 나는 지금 천천히 세상을 둘러볼까 하고 여행을 하고 있단다. 집 안은 내가 사라진 것 때문에 많이 떠들썩하겠구나. 지금 나는 우리가 살던 퀘펠시에서 동쪽으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버헴이라는 이름의 마을에 있단다. (마을이란 도시 보다 작은 것을 말한단다.) 나는 이곳에 와서 우리가 얼마나 잘못 생각해왔는지 알게 되었단다. 어릴 때부터 우리는 저택에서 바라보는 세상이 다 인줄 알았었지. 지나가는 귀족부인들, 부유한 상인들, 늠름한 기사들, 깔끔하게 차려 입은 평민들. 저택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은 우리에게 비춰진 세상의 모습은 아름다움이었지. 우리 퀘펠시에 있는 대학에 내가 진학했을 때도 세상은 다 우리처럼 부유하고 잘 먹고 잘 사는 줄 알았단다.




 지금 내가 있는 곳, 이 버헴은 내가 생각해왔던 세상을 허물어 주었단다. 우리는 얼마나 가식으로 살아왔는지, 얼마나 사치스러웠는지. 나는 이 마을에 왔을 때 생각나는 기억이 있었단다. 예전에 너는 저녁으로 올라온 음식 중에 네가 싫어하는 반찬이 있었지. 그래, 아마도 샐러드 종류였던 걸로 기억나는 구나. 너는 그 샐러드에 들어있는 야채들이 싫다고, 맛이 없다고 투정을 부렸었지. 끝까지 먹기 싫다고 하며 샐러드를 밀어버리던 너는 결국 끝까지 한 입도 먹지 않았었지. 그리고 너는 그 저녁 후에 나에게 ‘모든 사람들도 다 나처럼 야채를 좋아하지 않을 거야.’ 라고 말했지 않니. 그런데 너는 그것을 아느냐. 이곳 버헴은 네가 싫어하는 그 샐러드의 야채들을 살기 위해서 먹는 다는 것을. 거기다가 그 때의 샐러드처럼 요리가 된 것이 아닌 생으로. 그 나마 야채라도 먹을 수 있는 사람들은 이곳에선 부유하단다. 우리가 먹던 맛있는 진한 스프를 이곳에서는 묽고 맛없는 스프를 먹으며 우리가 자주 먹던 고기는 1년에 특별한 날이 아니면 먹지를 못하단다. 더욱이 야채조차 구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 나무의 뿌리나 껍질을 캐서 먹거나 아니면 땅에 아무렇게나 자란 잡초, 버섯들을 먹고 산단다. (나는 처음 그들의 모습을 봤을 때 매우 놀랐단다. 너도 놀랄 것이야.)




 내가 처음 버헴을 들렀을 때 나의 옷이며 장신구들은 화려하기 그지없었단다. (나는 그저 우리 저택에서 하인들이 입던 외출복을 입고 왔었던 것뿐이었단다.) 그들의 옷은 차마 옷이라고 말 할 수도 없었단다. 정말 우리 저택에서 하녀들이 청소하며 닦던 걸레만도 못했지. 나는 나름 세상 사람들과 조화롭게, 편하게 살기 위해 입었던 옷마저 그렇게 사치스럽고 멋있는 것인지 몰랐단다.




 나는 너무나 부끄러워서 마을을 뛰쳐나왔단다. 3시간은 달려야 나올 수 있던 우리 퀘펠시와는 다르게 단 30분이면 끝이 보이더구나. 도저히 버헴을 볼 수가 없던 나는 버헴을 지나 북동쪽에 있는 보나힐이라는 마을로 갔단다. 그러나 나는 마을 입구에 들어가기도 전에 아이들의 돌에 맞아 쫓겨 나왔단다.



 지금 와서 알아보니 그 애들의 나이가 일곱 살 이라는 구나. 우리가 일곱 살 이었을 때 와 달리 못 먹어서 다섯 살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아이들이었단다. 그런 아이들이, 순수해야하고 깨끗해야할 그 아이들이 진심으로 우리 귀족들을 미워하고 있었단다. 그 아이들은 아직 증오를 모르고 그저 미워할 뿐이었지만 나는 그 아이들이 던진 돌에 맞을 때 마다 이 보나힐의 모든 사람들이 던진 증오에 찬 덩어리를 맞는 것 같았단다. (그리고 난 돌에 맞으면 얼마나 아픈지 그때서야 알았단다.)



 대학을 나와서, 제국을 위해, 백성을 위해, 큰마음과 이상을 가지고 모두를 이롭게 해야 할 정책을 펼칠 남자가 어떻게 백성들의 진정한 삶조차 몰라서 무슨 정치를 하며 행복을 논하며 나라를 키울 것인가. 나는 내가 다녔던 대학을 후회한단다. 나에게 정말로 필요했던 것은 대학이 아닌 바로 백성과의 소통과 교감이었단다.



 나는 그렇게 보나힐과 버헴에 들어가지 못한 채 떠돌아 다녔단다. 단 2일. 단 2일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나는 나의 삶이 억울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귀족이라는 특권이 있는데, 나는 부유한데, 나는 굶으면 안 되는데……. 어느 순간 내가 알지 못하는 풀을 뜯어서 내 입에 넣고 있을 때, 나는 그러한 생각을 한 나를 매우 질책했단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이 세상의 백성들이 힘들게 살 수 밖에 없는 거라고.  나는 귀족이라는 지위를 과감히 버리고 백성으로 당분간 살기로 마음먹었단다. 그렇게 떠돌이 생활 일주일 만에 내 옷은 누더기가 되었단다. 일주일 동안의 생활은 우리가 저택에 있을 때와의 생활과는 천지차이였지. 하지만 나는 이 생활이 모든 백성들의 삶이라고 생각하니 내 몸이 아프고 힘든 것 보다 내 가슴과 머리가 정신이 나갈 정도로 아파오더구나.



 나는 누더기 옷을 입고 보나힐을 다시 찾아갔단다. 이미 나의 모습은 그곳 보나힐의 사람들과 다를 것이 없었단다. 내가 보나힐에 들어가도 다른 사람들은 나를 의식하지 않았단다. 나에게 돌을 던져 내쫓아 보냈던 아이들도 나를 그 때의 나라고 생각하지 않았단다.



 막상 보나힐에 들어가고 보니 지금까지 나는 떠돌아다니며 나무껍질을 벗겨 먹고 풀뿌리를 캐먹어서 그런지 이곳 마을에서 할 일이 전혀 없다는 걸 느꼈단다. 이리저리 마을 내를 방황하던 나에게 손을 내밀어 준 것은 보틴이라는 소박한 이름의 나무꾼이었단다. 나는 그 사람의 집에서 함께 살며 그 사람의 일을 도왔지. 나도 처음으로 나무 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단다. 그리고 나는 매우 분노할만한 사실을 듣게 되었단다. 이곳에서 우리가 하루 종일 진이 다 빠지도록 열심히 일해서 중간 업자에게 넘길 때 받는 돈은 겨우 10실버에 지나지 않았단다. 그리고 그 중간 업자는 이 엄청난 상품을 다시 귀족에서 비싼 값으로 팔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단다. 우리가 어릴 적에도 보았지 않았느냐. 나무를 팔러 온 상인에게 집사가 4골드를 주었던 것을. 나와 보틴씨가 일한 값 10실버에 무려 40배에 해당되는 돈을.



 물론 보나힐에 들어와서 보틴씨와 함께 생활하면서 이렇게 분노하고 힘들었던 것만은 아니었단다. 나는 보틴씨를 통해 담배라는 식물을 알게 되었고 맥주라는 것을 알게 되었단다. 담배라는 식물은 둥글게 말아서 불을 붙여 피게 되면 처음엔 목이 따갑고 아프지만 계속 피면 필수록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란다. 그것은 맥주도 비슷하단다. 맥주라는 것은 마시는 음료수 같은 건데 음료수라고 부르지는 않고 짧게 술이라고 부른다고 하는구나. 여하튼, 맥주 또한 처음 마셨을 때는 쓰고 텁텁하여 왜 마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마시면 마실수록 맛있어지고 기분이 좋아지더구나. 결국엔 나는 정신을 잃을 정도로 기분이 좋아졌단다. (정말로 정신을 잃었단다.)



 보나힐에서 3주 동안 머물다가 나는 마을을 떠났단다. 그때 나에게는 하루 종일 일해서 받은 돈 10실버 중 3실버나 되는 돈을 꼬박꼬박 보틴씨에게서 받았고 내가 나올 쯤 되니 1골드를 모을 수 있었단다. 놀랍지 않느냐. 3주 동안 열심히 일한 돈이 1골드라는 것이 말이야. 저택에 있을 때 단 하루만에 1골드를 쓸 수 있었던 우리로서는 매우 놀라운 일이지.



 콰니가 생각나느냐? 우리가 어릴 적에 아버지께 선물 받은 그 작은 동물 말이다. 우리가 5년 동안 키우자 콰니는 정말로 지금의 내 허리 까지 올 정도로 컸지 않았느냐. 우리는 그 동물을 콰니라고 불렀지만 내가 학교를 다니며 찾아보니 콰니는 펠룹스라는 동물이더구나. 나는 그 때 책에서 본 귀여운 펠룹스를 정말 잊지 못한단다.



 내가 보니힐을 나와 버헴을 지나쳐 남쪽의 샤투굴이라는 곳으로 갈 즈음에 나는 목숨의 위협을 받았단다. 무엇에 내가 목숨의 위협을 받았다고 생각하느냐. 산적? 반란군? 이야기 속의 괴물들? 바로 우리가 그렇게 귀엽게 여기던 콰니, 즉 펠룹스였단다. 나는 정말 충격이었지. 야생의 펠룹스는 너무나 무서웠단다. 입 밖으로 돌출된 송곳니 한 쌍의 길이는 나의 작은 손과 같은 길이었단다. 물리면 어깨는 관통할 만한 길이었단다. 거기다가 발톱 길이 또한 송곳니 만했단다. 단단하기는 칼만 하더구나. 내가 대학을 나올 때 작은 단검을 하나 샀는데 퀘펠시에서 알아주는 대장간에서 만든 그 단검의 이가 빠질 정도로 발톱은 날카롭고 단단했단다. 나는 대학을 다닐 때 배웠던 여러 가지 검술들이 있었지만 실제로 쓸려고 하니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들이었단다. 내 검술은 그저 춤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고 그렇게 내가 춤을 출 때마다 펠룹스의 발톱과 송곳니는 내 급소를 향해 정확히 날아오고 있었단다. (내가 대학 때 받은 검술 랭크는 A였단다!)



 어느 덧 나는 기절했지. 내 몸은 옷보다 더 만신창이가 되었을 거야. 펠룹스의 무섭고 흉측한 얼굴이 내 앞에 있는 것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는 구나. 그러나 나는 죽지 않았단다. 내가 눈을 뜨니 내가 있는 곳은 버헴의 소본이라는 이름의 나무꾼의 집이더구나. (나는 나무꾼이라는 직업과의 인연이 깊다고 생각했단다.) 펠룹스에게 막 죽을 즈음에 그가 나타나 쫓아내었다고 했단다. (칼도, 도끼도, 활도 필요 없었다고 하더구나. 나는 단지 작은 종 하나 만 있으면 펠룹스를 쫓을 수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단다.)



 버헴의 생활. 다행히 버헴은 보니힐만큼 어렵지 않았단다. 바로 옆에 퀘펠시가 있어서 인 것 같구나. 그러나 그래도 우리의 생활과는 하늘과 땅 차이였단다. 버헴의 외각은 밖으로 나가 사냥을 하거나 채집을 해서 생을 유지해 가는 사람들이 많았고 중심에는 그나마 빵이나 약간의 고기를 먹을 수 있는 집이 있었지. 물론 내가 처음 버헴을 들렀을 때처럼 나무껍질과 풀뿌리를 캐먹는 사람도 많았단다.



 나는 소본 씨에게서 그 작은 종을 샀단다. 샤투굴로 갈 때는 펠룹스가 많이 나타나니 반드시 필요한 물품이라는 구나. 20실버를 주고 샀단다. (엄청 비싸다고 생각했지만 어쩔 수 없었단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옛날에 먹었던 과자가 50실버였던 걸로 기억하는데......)나는 샤투굴로 갔지. 가는 도중에 그 무시무시한 펠룹스를 3번이나 만났단다. 여하튼 나는 샤투굴에 도착하자 그곳 담당 조세원으로 보이는 자가 강압적으로 곡식을 빼앗아 가는 것을 보았단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에게 들어보니 이미 그 달의 세금은 걷어 간지 오래였고 지금 가져가는 것은 공납금 같은 것이라는 구나. 나는 황당하고 화가 났단다. 하지만 나는 도와 줄 수가 없었지. 왜냐면 나는 지금 백성의 생활 중이니 말이야. 내가 관여하게 된다면 나는 이것으로 끝이 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란다.



 공납금으로 바칠 곡식 주머니를 껴안고 우는 할머니를 병사들이 억지로 팔을 벌려 가져 갈 때, 나는 내 피가 역류하는 기분이 들었단다. 나는 도저히 볼 수가 없어서 마을을 뛰쳐나왔단다. 아! 지금 생각하면 그때의 나는 아직도 나약한 정신을 버리지 못한 것 같았구나. 소심하고, 외면하는 나의 모습이 생생하게 기억나는 구나.



 지금 나는 아까 말했다 시피 버헴에 있단다. 버헴에서 나는 종이와 조금 쓸 잉크를 사서 황제께 직접 고하는 서신을 쓸려고 한단다. 황제께서도 모르실 것이지. 황제폐하의 백성들이 이렇게 힘들게 산다는 것을. 서신을 다 쓰고 버헴 밖에서 기다리라고 불렀던 하인에게 내 서신을 준다면 우리 집안의 능력으로 곧장 황제폐하의 단상 위로 올라갈 테지. 만약 그렇게 해서 조금이라도 백성들이 윤택해진다면 나는 거리낌 없이 모든 사실을 낱낱이 고할 것이란다.



 네가 이 편지를 받고 나를 찾는다고 병사를 풀지 말거라. 나의 다음 목적지는 정해지지 않았고 어쩌면 이곳 중앙 대륙이 아닌 북부, 동부를 두루 돌아다닐 수도 있단다. 너에게 부탁할 것은 만약 나에게서 연락이 온다면 주저 없이 나의 하인을 준비시켜 달라는 것 밖에 없구나. 백성을 알기 위한 이 여행이 언제 끝날지 모르겠구나.



 내가 듣기론 너도 곧 대학에 입학한다지? 너도 대학을 졸업하고 황제폐하의 신하가 되어 백성들을 살피는 올바른 자가 되기 위해서는 나처럼 백성들의 삶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구나. 나처럼 끝을 모르는 여행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단다. 단지 언제나 조금씩 도시를 떠나 마을을 돌아다니며 백성들의 생각과 말을 들어야 한다고 나는 권해주고 싶구나.



 잉크가 거의 남지 않았구나. 이만 줄이마.



 1546년 5월 4일


 너를 끔찍하게 사랑하는 형이.








-1609년 2월 17일, 타계한 로펜 초로나 공의 서랍에서 발견된 63년 전 그의 형에게서 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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