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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extra_vars1 창도소설 트렌드, 8월 소설들은 어떤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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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트렌드 레포트는 대단히 지루하고, 다소 뻔하며 의미없을 지도 모를 논설로 진행됩니다. 관심없는 분들은 살포시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매일 창조도시 문학동에는 수많은 글들이 올라온다. 얼마나 많은 글이 한 해 발표되고 또 사라지는지 모르지만, 오늘도 여전히 새로운 글들이 게시판에 올려 진다.


활발한 연재에도 불구하고 연재 글들은 대부분 별다른 조명을 받지 못하고 사라진다. 작가의 역량 부족이 원인이건, 시스템 문제건 많은 글들이 그저 묻혀가는 것은 경계할 만하다. 소위 ‘출판 작가’들의 글들이 받는 대우와 비교하면(물론 단순비교하자는 게 아니다) 더욱 그렇다. 창조도시 글들은 그저 묻혀갈 뿐이지만, 출판된 글들은 발표되고 읽힐 뿐 아니라, 누군가의 재주목을 받는다. 누가 그렇게 만드는가? 언론, 광고, 문예 및 비문예 잡지들이 그렇게 한다. 비평이건, 감상이건, 추천이건, 출판된 글들은 발표되고 읽혀지며, 또한 재조명된다. 창조도시엔 이미 나온 글들을 재조명하는 무언가가 없다.


과거 추진하던 웹진 기획이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아마 상황은 다소 달라졌을 것이다. 혹은 비평 소모임이나, 하다못해 오직 비평에만 목숨 건 누군가가 있었더라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아쉬운 소리는 그만 하자. 어떤 이유에서건 우리에겐 그것이 없다.


 


이 글은 8월 1일부터 31일까지 창도 문학동 소설게시판에 발표된 20여 편의 글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한 회로 끝나는 글도 있고, 실질적으로 연재로 이어지지 못하고 끝나는 글도 있어 이 제멋대로 리뷰의 대상이 된 불운한 글들은 총 18편 가량이다. 18편의 글을 통해 8월 한 달 문학동 경향을 엿볼 수 있을까? 그럴 수 있길 바란다.


 


자료 및 도구, 개인적인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되고 뻔한 얘기, 당연한 이야기가 되 버린 이번 기획의 본래 취지는 위에서 길게 설명한 그대로다.


 


8월 한 달 새 새로 발표된 글은 11편, 이전부터 8월까지 연재가 이어진 글은 총 7편이었다. 장르별로 살펴보면 새로 발표된 글 가운데 판타지가 5편, 퓨전이 4편, 공포가 1편, 기타가 1편이었고, 기존 연재글 가운데선 판타지가 1편, 퓨전이 2편, SF가 1편, 연애가 1편, 추리가 2편이었다.


전통적으로 문학동에서 판타지 계열 글들이 가장 많이 발표된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일 것이다. 판타지, 퓨전을 모두 합치면 전체 글 가운데 2/3가 넘는데, 이 글에서 제외된 단편 글까지 합치면 편중이 더 심해지리라 생각된다. 다만 그 와중에도 꾸준히 새로운 장르를 개발하고 글을 발표하는 분들이 있다는 것은 분명 긍정적이다.


 


장르가 편중되는 것보다 많은 분들의 지적을 받는 부분이, 연재가 꾸준히 지속되는 경우가 적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에 확인한 바로는, 18편 가운데 10회 이상 연재가 이어진 글은 새로 발표된 글 중 2편, 기존 연재글들 중에 2편으로 총 4편 정도였다. 장편 연재가 드물다는 건 대부분 글이 즉흥적으로 올라오고 읽혀진다는 의미일 것이다. 올라오는 글들에서 어떤 소재, 어떤 배경, 어떤 주제가 사용되는가를 살펴보는 게 의미가 있다면, 바로 이런 즉흥성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즉, 창도에 올라오는 대부분의 글들은 모두 먼 옛날이 아닌 바로 지금 우리의 관심사와 태도 등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배경에 따라 소설을 분류해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배경별로 보면 현대물이 5편, 중세 유사 배경이 6편, 현대 유사 배경이 5편, SF 배경이 2편이었다. 분류 기준이 다소 모호하고 단순 분류를 했다는 오류가 있을 순 있지만, 이러한 결과는 창도에 글을 올리는 사람들의 관심이 전통적 판타지보다 자기 식으로 변형한 판타지로, 그보다는 현대의 모습을 반영한 판타지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첫 소설을 썼을 때, 친구가 판타지 소설의 기능은 현실 도피라고 끈질기게 주장했었다. 그러나 창조도시에 올라오는 글을 살펴볼 때 최근의 판타지는 현실 도피보다 현실 반영의 방향으로 계속해 변화하고 있는 듯하다. 흔히 일본식 판타지와 한국식 판타지를 비교하곤 하는데, 개인적으로 그 둘의 차이는 글에서 다루는 세계관이 현재 한국에 살아가는 우리에게 낯선 것이냐 낯익은 것이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한국식이란 한국 문화적이라는 의미고, 문화란 어느 한 요소로 나타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복합적인 여러 요소들을 통해 나타낼 수 있는 것이므로 우리 현실을 충실히 관찰 반영하고 재해석한 소설이야말로 가장 한국적인 소설이 될 것이다. 물론 여기엔 논쟁 여지가 있다는 점도 미리 언급해 둔다.


 


이전에도 그렇고 현재도 창도에 올라오는 글들은 모두 나름 적당한 진지함을 요구받는다. 물론 풍선줄을 놓치면 곤란하지만, 제대로 줄을 잘 잡고 있는 색색 풍선이 두둥실 떠 있는 것을 보면 즐겁다. 적당히 통제된 가벼움은 오락으로서 갖춰야 할 요소일 것이다. 또한 글을 쓰는 사람이 즐거우면 더 솔직하고 호소력 있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단 점을 생각해 보면, ‘가볍다’고 마냥 규정한 이야기들도 한번쯤 읽어볼만하다.


감히 몇 가지 예시를 들자면, <수수께끼>의 경우 언뜻 만화를 연상시키는 캐릭터에 상황, 설정을 갖추고 매 회 매우 짧은 분량으로 연재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단숨에 읽어 내리기 딱 좋은 분량에 친숙한 상황 및 인물 설정으로 흥미 있게 읽었다. 오락소설로서는 충분히 기대할 만한 작품이 아닌가 한다.


<안녕하세요 여신입니다>의 경우, 가볍고 코믹한 판타지 작품인데 자유분방한 인물들이 너무 제멋대로 나돌지 않도록 작가가 적절한 통제만 해준다면 쉽고 친숙한 형식에 솔직한 자기 생각이나 원하는 주제, 내용을 담아내고 전달하는 면에선 오히려 무게잡는 글들보다 나을 수 있다고 본다.


 


결국 8월 한 달간 문학동 연재글들의 경향은 1. 판타지 및 퓨전소설의 전통적 득세, 2. 장편보다 단편, 즉흥적인 연재 및 감상, 3. 현실 도피 소설에서 현실 반영의 소설로 4. 가벼움의 가능성 제기 등으로 볼 수 있다. 이전까지 이러한 관찰이 없었기 때문에, 이것만으로 당장 어떤 변화를 감지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중요한 건 무작위로 올라오는 글들에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며, 그것이 작가를 위해서일 뿐 아니라 대개 독자인 동시에 작가인 문학동 여러분 모두를 위해서란 사실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