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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공포 단편-굿바이,데이즈

2008.05.08 08:21

나프 조회 수:741 추천:3

extra_vars1 평가 부탁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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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데이즈


 


 


 무척이나 따스한 봄날씨다. 혹시, 가슴속에 가득 차 있던 내 우울한 욕망도 어쩌면 떠나가지 않았을까 했지만..역시. 나란 놈, 정말 질안좋은 녀석인가보다. 


"비가 왔었나..아까..?"


기분탓인지, 온몸이 비라도 흠뻑 맞은것처럼 축축한 느낌이 나는 것이 아...아직도 술이 안깬것 같았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햇살이 한강에서 폭죽처럼 반짝 거리며 튀어댔다. 손가락사이로는 꽃내음이 섞인 바람이 간지럽히는 것 같았다. 조금 차가울듯 싶은 다리의 난간을 붙잡고 고개를 떨구어 보았다. 생각보다 다리난간은 차갑지도, 그렇다고 햇볕을 받아 따스하지도 않고 그냥 그랬다. 그나저나,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에게는 꽤 높은 거리였다. 등줄기에 땀이 조금 주륵,하고 내렸다.  난간을 붙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이렇게 겁이 많아서야.."


 어쩐지 바보같아져 버렸다. 바람이 머리카락을 몇가닥 흔드는것 같이 느껴졌다. 난간을 기댄채로 풀썩 주저 앉아버렸다. 주위에 사람들이 여럿 있었지만 누구 하나도 나에게 신경써주지 않았다.


 


 띄엄띄엄 차가 지나갔다. 좋은 차, 그저 그런 차..형편없는 차.


 좋은 차를 타는 인간은 전생에 얼마나 훌륭한 일을 하셨길레 라며 쓸데없이 딴지를 걸었고, 더럽고 고물 소형 차를 탄 사람에겐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어 주었다. 나역시도 돈 때문에 이런 꼴이 난 주제에. 바지 뒷주머니에서 낮잠을 자던 낡고 초라해진 이름없는 브랜드의 지갑을 꺼내어 주둥이를 열었다. 현금 5000원권 지폐 한장이랑 딸랑 거리며 쏟아지던 동전가지들.


"참, 마지막까지도 엿같이 만드네."


 보는 이도 없는데 스스로도 멎쩍어져 감정 없는 웃음이 실실 새어 나왔다.


"인생 참 지지리 복도 없지.."


 누군가에게 푸념하듯이 아무렇게나 지껄이며 난 이 지상에서 마지막 추억을 내 낡은 지갑이나 엿보기로 결정하고, 지갑속에 들어 있던 카드를 몽땅 꺼내어 바닥에 떨구어 냈다. 두툼했던 것 치고 막상 꺼내보니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제일 앞서 떨어진 주민등록증. 난 뭔가 재미있는 것이라도 발견한 사람처럼 62로 시작하는 주민등록증을 집어 찬찬히 살펴 보았다. 


사진속의 난 무언가 불만이 가득한 사람마냥 입을 주욱-뺀채로 눈을 부라리고 있었다. 그야말로 시비를 걸려는 사람 같이  보였다.


"새꺄, 좀 웃어봐. 씨x아."


 애꿎은 사진속의 나에게 욕설을 퍼부은 후, 뒤져라, 라고 말한 뒤 다리 밑으로 힘껏 내던져버렸다. 민증이 날개라도 달린듯 사뿐히 떨어져 갔다. 나는 그 광경을 보고 있었다. 빠졌는지는 잘 안보였다. 아마 너무 높아서 인것 같았다.


 다음으로 난 두 장의 신용카드를 꺼냈다. 


"이 빌어먹을 카드들.."


 내 인생을 짓밟아버린, 나를 죽인 살인자. 아아, 아직은 아니지만. 카드에 선명하게 찍혀있는 행복은행이란 마크가 카드회사의 로고가 참을수 없을정도로 가증스러웠다.


"니들도 사형!"


 난 두장의 카드를 날려버리듯이 획 하고 던졌다. 그 때, 카드 한장은 다시 날아 올라와 내 뺨을 후려쳤다.


"이 개새x가"


 나는 있는 힘껏 카드를 구기고 또 구겼다. 생각보다 단단해서 화가 풀릴정도로 제대로 구기진 못했지만, 뭐 어쨋건 카드는 고개를 숙이며 조금 겸손해진것 같았다. 그렇다고 해도 사형을 되돌릴 정도는 아니고. 나는 90도 고개를 숙인채 반성하던 카드를 난간에 올려보았다. 대가리박기라도 하듯 한 모습이 우스꽝스러웠다. 그 모습을 지켜보다 이내 다시 실증난 나는 손가락으로 튕기듯이 카드를 퍽 하고 쳤다. 그러자 카드는 그렇게 힘없이 난간 밑으로 떨어졌다. 소인을 부디 용서해 주시옵소서~라고 어느 tv의 사극 속에서 사약을 먹기전의 외치는 소리가 들린것 같았다. 나는 킥킥 하고 웃어댔다.


 


 날씨는 여전히 따스했지만 축축한 느낌은 지워지지 않았다. 아직도 술이 덜깻나, 그러고보니 술에 약한 주제에 너무 퍼마시긴 했다. 세상에 더는 미련이 없다 라고 생각하니 술이 물처럼 넘어갔고, 그 기분이 또 나쁘지만도 않았던 것 같았다. 그렇게 한병, 두병 주량을 넘어 세병째에 이르기까지. 그래서 그런지 그 다음에 기억은 전혀없다. 이런게 필름이 끊겼다는 경운지 어쩐지는 몰라도. 분명 술값으로 이만 팔천 오백원을 냈던 것 까지는 기억하는데..그래서 이곳, 한강 다리까지 엉거주춤으로 왔던것 같은데..곰곰히 생각해보려해도 기억의 파편들이 쉽사리 연결 되지 않았다. 에라, 잠을 잤나보다. 그 사이, 여우비라도 내렸다던가, 그랬겠지. 난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다시 지갑을 들췄다. 이번엔 단란주점 여인의 명함 카드가 보였다. 나는 '아..'하고 가볍게 탄식을 내뱉고는 잠시 추억에 잠겼다.


 


 한때는 잘나갔던 나의 과거. 젊은 나이에 시작했던 사업은 한창 번창했고, 그 무렵의 나에게 돈이란 그렇게 가치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 쯔음에 자주가던 술집이 있었는데, 그곳엔 한 필리핀 아가씨가 있었다. 엘리라는 이름의. 내가 들르는 날마다 항상 새빨간 미니스커트를 입고 새빨간 립스틱을 칠하고 커다란 꽃모양 브로치를 가슴팍에 달고있었다.몹시도 촌스러웠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제대로 다듬질 못해 영양기 없이 마르고 비틀어지고 엉켜있던 머리칼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항상 요염하게 웃고있었다. 마치 세상 모든 남자들을 전부 꼬실수 있다는듯이. 처음엔 난 그녀가 단지 신기해서 몇번 눈길이 갔었다. 그게 전부였다. 한달을 들르며 단 한번도 그녀를 지목하지 않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오빠..나..돈..버러야 데..나 골라 조요.."


 그녀의 손길이 내 가슴을 쓸었다. 표정과는 달리 서투른 솜씨였다. 어째서 그런 느낌이 든걸까. 난 그녀가 무척이나 안쓰러워졌다. 그 후로 1년동안 단란주점 여인을 들를 때마다, 난 엘리만을 지목했다. 우린 때로는 관계를 맺기도 했고, 아니면 그저 하염없이 내가 일방적으로 그녀의 말을 들어주거나 했다. 그녀는 짧은 한국어로 언제나 비슷한 말만을 했다.


"고향..동생 세..아빠..엄마..살아. 보고싶다..엘리는 집에 가고싶어요.."


 처음엔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그저 또 지껄이는구나, 싶었다. 그럴 때에 난 술만 들이켰다. 하지만 그 날, 그녀의 젖은 눈망울. 목이 매이듯이 옮조리던 말에..글쎄, 술이 과했던걸까. 난 갑자기 술잔을 던지며 말했다. 아마도 화가 났었던 듯 싶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씨x년, 넌 1년동안 그 말만 씨부리면서 한국어가 늘질않냐?"


"잘모..했어...엘리가 잘모..했더요.."


"씨x,얼마 있으면 돼는데? 집에 가려면 얼마가 필요한건데?"


 6천만원이라고 했다. 그녀는 6천만원만 있으면 빚도 다 갚고, 고향에 갈수 있다고 했다. 6천만원이란 돈은 내게도 큰 돈이었지만, 사람 하나 살린다 치고 나는 다음날 그녀를 불러 6천만원을 손에 쥐어주었다.


"엘리, 이 돈가지고, 빚 다갚고,고향으로 돌아가.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 하지마. 내 말 이해하지?"


 내 말에 엘리는 그 큰 눈을 떨며 눈물을 쏟아냈다. 잘 들리지도 않는, 정확하지도 않은 목소리로 계속해서 고마워요,라고 말했다.


 


 얼마 후, 난 그녀의 행방도 궁금하고 해서 단란주점 여인에 들렀으나, 마담이 바뀌어 있었다.


"아, 전 마담? 글쎄, 복권당첨이라도 됐나~갑자기 정리하고 부동산 알아보고 그러던데? 엘리? 아~그 시꺼먼 여자애? 걔야 다른데 팔려갔겠지~내가 어떻게 알겠어? 그나저나 오빠, 오늘 괜찮은 애들 많은데? 응?"


 나는 갑자기 참을수 없는 분노에 휩싸여 마담의 멱살을 붙잡고 소리쳤다.


"엘리 어딨어!!! 엘리 어딨냐고!!!"


 돌림노래처럼 엘리 어딨어를 부르짖던 그 날, 눈물이 조금 나왔었던 것 같다.


 


 결국, 엘리의 얼굴은 그 이후, 단 한번도 볼수 없었다. 게다가 그 무렵에 IMF외환위기가 겹치는 바람에 사업도 파산해버렸다. 아이러니 하게도  6천만원을 못메꿔서.


 


 빚바랜 빨간글씨로 단란주점 여인이라 씌여진 카드를 바라보며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뭔가가 허탈했다. 인생이란 이런것인가 싶었다. 채워줬다가도 다시 뺏어가고, 돌려줄듯 하다가 오히려 궁지에 몰아가는. 그러고보면 인생이란 놈도 참 독하고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이 조금 어두워지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하였다. 뚝-뚝-쏟아지는 빗줄기. 나는 양팔을 감싼채로 걷기 시작하였다. 비때문인지 차들이 조금 막혀있는것 같았다. 아무리 자살하려는 생각이었다지만, 이런 날에 죽는건 좀 기가막힌다. 그야말로 너무 음침하지 싶었다. 나는 여전히 양팔을 감싸고 조금씩 대로를 걸어내려왔다. 이상하게도 맞은 편에서 오는 사람들이 전부 비켜주지 않는듯 해보였다. 우산을 쓰고 있어서 그런가. 나는 사람들을 약간 과장된 몸짓으로 비켜가며 이제는 조금 차가워진 한강의 다리를 걸어내려왔다. 횡당보도 앞에서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는 그때. 사람들이 어딘가를 향해 분주히 걸어가는 듯이 보였다. 약간의 호기심이 발동하여 나도 사람들을 따라 가보았다. 한강 공원쯔음. 붉은 빛을 돌며 시선을 끄는..구급차와 그리고 경찰차.


"사건?"


 나는 가까이 갔다. 폴리스라인이 쳐져있는 그 안에 무언가가 쓰러져 있었다. 사람같이 보였다. 익사체 같아 보였다. 어쩐지 옷이 낮이 익었다. 저 사람 어디선가 본거 같은데?


 난 폴리스라인을 넘어 경찰관 사이로 달려가 그 시체의 얼굴을 보았다. 난 그자리에 풀썩 하고 쓰러져 버렸다. 끔찍하게 불어오른 그 시체는 바로..


 


"오전에 투신한거 같아 보이는데, 신원 확인 됐나?"


"네, 서울 강동구사는 김ㅁㅁ씨로 62년생에 남자로 밝혀졌습니다."


"좋아, 빨리 수습하고, 사람들 왜 저렇게 모여들었어, 뭐 구경났나. 이봐 김순경, 저 사람들좀 어떻게 막아봐바"


  


 경찰들의 대화가 머언 저 편에서 들리는 것 같이 들렸다. 나는 불어오른 내 눈을 바라보았다. 빗줄기가 조금 강해진것 같았다. 아니, 그랬으면 좋겠다고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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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다른 곳에 올렸다가 엄청나게 까였습니다만 ㅠㅠ 그래도 까주세요 ㅠㅠ 문제점이 무엇인지..어색한 부분이라던가..비문 같은것 좀 찾아주세요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