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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공포 Bloody pus - 피의연못 이야기

2008.02.28 20:35

핑크팬더 조회 수:688 추천:3

extra_vars1 피의연못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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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페이슬리와 나는 장난감 마을에서 한참이나
떨어진 외딴곳에 도착하게 되었다.


마을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지만 길게 펼쳐진 개울이 주변을


 매우고 있었다.


맑게 울리는 물소리가 피곤에 지친 나를
상쾌하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기분이 들뜨는듯 했다.
앞으로 마을 따위는 지나지 않고 계속 이 길만을
걸었으면 하는 마음까지 생겼다.


 


"저기요, 페이슬리스 이 개울물은 어디까지 흐르는 건가요?."


 


다짜고짜 길을 서두르는 페이슬리스에게 말을 붙였다.
페이슬리스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길을 떠다니며 대답
해 주었다.


 


"이 개울은 저 앞에서 끝이 납니다."


 


아쉬웠다. 조금 더 이곳에 있고 싶다고 말하고 싶었
지만, 페이슬리스가 허락해주지 않을 것 같았다.
차가운 바람이 잠옷을 입은 내 몸을 스쳐지나갔다.
그때였다. 이상한 목소리가 귓전을 울리기 시작했다.


 


"인정해줘, 제발 인정해줘…. 나를…, 제발…"


 


흠칫 놀라고 말았다. 아무것도 없는 이 어두운 길에
모기보다도 더 작은 목소리로 나에게 말을 걸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앞에 페이슬리스가 있었다. 그러나 방금
들려왔던 그 목소리는 페이슬리스의 떨리는 목소리가
아니었다. 분명 다른 젊은 남자의 목소리였다.


 


"저기, 페이슬리스."
"왜 그러십니까."
"이상한 소리가 들리고 있어요."


 


페이슬리스가 멈춰섰다.


분명 그는 이 목소리에 대한 정체를 알고 있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매우 궁금했다.


무서운 것은 둘째치고 페이슬리스의 입에서
어떤 괴상한 소리가 나올지 그것이 듣고싶었다.


 


"젊은 남자의 목소리가 아닙니까?."
"예 맞아요."
"그것은 애이블의 목소리 입니다."


 


역시나 괴상한 소리였다.


애이블이 누군지 당연히 몰랐지만 왜 그의 목소리가 기분 나쁘게


 내 귓전을 때리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그 참에 이 개울 옆에서 잠시 쉬어가자는 소리도 해봐야했다.


 


"애이블은 누구지요. 이 개울 옆에서 잠시 얘기를
 들려줄수 있을까요?."


 


페이슬리스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천천히 끄덕
거리며 개울 옆으로 흐르는 잔디밭에 랜턴을 슬며시
놓았다. 그가 허락했기에 난 개울물 주변 푹신푹신한
자리에 엉덩이를 쉬게 했다.


 


그는 한참이나 랜턴 주변에서 서성이더니 흐르는
물에 얼굴을 살며시 가져다 대었다. 무엇을 하는지
몰랐기에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만 보고 있었다.


 


"역시나, 애이블이 내는 목소리군요."
"그는 누구죠. 왜 저에게 말을 걸어오는 건가요."
"원한 때문입니다."


 


섬뜩한 목소리로 대답한 페이슬리스는 랜턴을
좀 더 뒤로 밀어놓고서는 그 자리에 엉덩이를
깔고 앉았다. 아니, 잠시 뒤 그 자리가 불편했는지
내 옆에 있던 나무 밑둥에 다시 자리를 잡았다.


 


"그러니까, 이 얘기는 아주 오래전의 얘기 입니다."


 



 


"이 개울의 옆은 원래 아주 조용하고 아름다운 마을
 이었습니다. 그 마을은 건축가인 애이블이 만들어낸
 곳 이었지요. 아주 유능하고도 정교한 솜씨로 집을
 만들어내던 그는 마을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존경
 하는 기술자 였습니다. 물론, 마음씨도 착했기에
 많은 불쌍한 사람들에게 자신이 지은 집을 공짜로
 주기도 했지요."


 


물소리와 페이슬리스의 이야기, 그리고 애이블이라는
젊은 남자의 목소리가 내 귀를 가득 매웠다.
정신없이 복잡한건 아니었지만 충분히 거슬렸다.


 



"이봐, 거기 비키란 말이야!."


 


그것은 정장을 차려입은 뚱뚱한 남자의 목소리였다.
뱃지를 달고 있는 것을 보니 아주 높은곳에서 일하는
의원인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국회에서
일하는 사람이었다.


 


괴팍한 성격에 불쌍한 마을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욕설을 퍼붓고 세금을 걷었다. 이 건물들은 모두 내가
건축해서 만든 건물들인데 말이다.


 


"저기, 의원님 이 집들은 모두 제가 지었습니다.
 그런데 왜 세금을 걷어가시는 거지요?."


 


내 말에 사람들에게 화를 내던 의원은 오만상을 하며
대답했다.


 


"니놈이 만든 이 건축물들이 어디에 세워져 있는지
 알고나 하는 소리야?. 이 땅은 내 땅이야."


 


하지만 그것은 틀렸다. 이곳에 땅을 가진 주인은
단 한명도 없었다. 그것은 이 세계에 하나뿐인 의원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억지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 모두에게 저주를 선물하기 위해 말이다.


 


"이 땅에 주인은 없습니다."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이자식아. 내가 주인이라니까."


 


막무가내 였다. 억지로 잡아떼간 세금을 주머니에
쑤셔 박으며 그는 더러운 미소를 지었다. 화가 났지만
참을수 밖에 없었다. 건축가 따위가 그를 공격할수는
없는 것이다. 결국 솜씨를 살려 다른 곳에 집을 지어
주며 돈을 버는 수 밖에는 없었다. 마을에 살고 있는
불쌍한 사람들에게는 하루먹을 식사 비용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고마우이, 정말 고마우이."


 


차곡차곡 집을 지어 벌은 돈으로 마을사람들에게 밥을
대접했으며, 그럴때마다 나이많은 노인들은 고맙다는
인사를 몇번이고 반복했다. 하지만, 밥을 대접한다고
해서 모든일들이 끝나는건 아니었다. 의원은 언제나
마을로 찾아와 세금을 걷어갔고 끝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결국 난 더이상 참지 못하고 의원이 살고 있는
세계수로 찾아갔다.



그는 자신의 몸보다 몇배는 더 큰 책상뒤에 앉아서 담배를
뿍뿍 피우며 사람들에게 걷어간 세금을 세고 있었다.
한참이나 그 일에 심취해있던 그는 내가 걸음소리를 내서야
정신을 차리고 뒤를 돌아보았다.


 



 


"아니 이게 누군가!."
"애이블 입니다."
"그거야 알고있지."


 


그는 돈뭉치를 서랍장에 넣어두고서는 친한척, 얼굴을
부비며 덮썩 내 손을 잡았다. 놀랐다기 보다는 더럽다는
생각이 불쑥 떠올랐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그와 내가 친해
질수 있다면 마을에서 걷어가는 세금이 없어질까 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정말이지 부질없는 멍청한 생각이었다.
곧 그는 나에게 더러운 본색을 드러내었다.


 


"요즘 말이야 자네, 다른 마을에 집을 지어주고 보수를
 받는다고 하던데."
"그래서 문제가 있나요?."
"있고 말고, 그곳 역시 내 땅이니 받은 보수의 70%를
 나에게 상납하게."
"이런 말도 안돼는!."


 


나의 목소리에 그는 썩은 웃음을 지어보이며 찬찬히 의자로
걸어가 앉았다. 한참이나 조용히 있던 그는 가볍게 왼손을
들어보이며 휙휙 저었다. 애초에 잘못이었다. 저런 멍청이
따위 찾아오는것이 아니었다.


 


"앞으로는 당신을 보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흥, 넌 어쩔수없어. 이땅은 모두 내것이니까."


 


첫번째 만남은 그렇게 끝나고 말았다. 그는 여전히 욕심쟁이
였고, 남들을 모욕하는 행동을 서슴치않고 했다. 결국 마을에
살던 노인들은 그의 언행에 하나둘 떠나기 시작했고, 곧 마을엔
아무도 살지 않게 되었다. 그만 외톨이가 되버리고 만 것이다.
눈물을 흘리며 땅에 앉아 아무것도 하지않았다.
난 피폐해지고 말았다.


 


그리고 그 멍청이와의 두번째 만남.
하루하루 눈물로 지내던 나에게 그는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참고 참았던 분노가 폭발 해버렸다. 다짜고짜 주먹을 쥐고
달려들었지만 의원을 보호하는 많은 무리들에게 오히려 된통
당하고 말았다. 인서트 의원은 기분나쁜 웃음을 지으며 천천히
옆으로 다가와 담배연기를 내 얼굴에 뿜었다.


 


"넌 나약해."
"나약하지 않아."
"아니, 넌 정말 나약해. 이따위 실력으로 집을 지으며 살아가?.
 흥, 웃기지도 않는군."
"뭐라고!."


 


그는 날 도발했다. 분명 날 도발하고 있었다.
내 집을 비하하고 있었다. 분명 그랬다....


 


"끌끌끌- 넌 최악이야."


 


난, 난.
어떻게 되는걸까.
점차 물속으로 몸이 흘러들어간다….
끝이구나….


 



"결국 애이블은 그렇게 자살로써 인생을 마감했습니다.
 이후 상의원인 인서트는 모아뒀던 세금을 흥청망청 사용하다가
 핏빛으로 물들어가는 개울을 보고는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헛소리를 하다가 죽고 말았지요. 이야기는 이것으로 끝입니다."

"그럼 애이블이란 남자는 개울에 빠져 죽은건가요?."


 


내 말에 잠시동안 주변이 고요해졌다.
이야기를 해주던 페이슬리스도, 개울에서 들려오던 애이블의 원한
섞인 목소리도. 흐르던 개울물의 소리도, 모두 들려오지 않았다.
침묵이 깨진건 페이슬리스 때문이었다. 조용히 고개를 돌린
페이슬리는 앞에 놓아두었던 랜턴을 들어올리더니 섬뜩한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이곳이 개울로 보이십니까?."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곳은 개울이 아니었다.
핏빛으로 물게 물든 연못이었다. 그만 놀라서 뒤로 자빠져버렸다.
방금까지만 해도 개울소리가 들리던 그곳이 어둠에 휩쌓인 핏빛
연못으로 바뀌었다.


이해할수 없었다.


 


"이제, 이야기는 끝났습니다. 어서 출발하지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페이슬리스는 출발했다.
멍한 얼굴로 개울을 바라보던 나는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슬쩍 다가가 그것을 확인한 나는 까무러치게 놀라 페이슬리스를
향해 달렸다. 방금 핏빛연못에 있던 이상한 물체는 다름아닌
애이블의 시체였다. 온 몸에 못과 망치가 걸려있는 기괴한
모습이었다.


 


세계수는 아직도 멀게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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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있는 사람을 인정해주지 않는건 그의 인격을 모욕하는 행위다.
언제까지 그런 능력있는 사람들을 모욕할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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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애이블 able (능력있는이라는 의미를 가지고있다.)
나이 : 추정불가
화수 : 3화
설정 : 오랜 옛날 건축가로써의 천재적인 재능을 보이며 집을 짓던


      청년. 못에 있는 물을 떠서 세계수에게도 사랑을 듬뿍 쏟았


      지만 이후 자신을 방해하던 인설트 의원에게 큰 모욕을 당하


      고, 평소 세계수에게 주었던 연못에 빠져 자살했다. 그후,


      연못이 붉은 피로 물들었고 애이블을 모욕하던 인서트는 알수


      없는 의문사로 죽게된다.


 


이름 : 인서트 insult (모욕행위라는 의미를 가지고있다.)
나이 : 추정불가
화수 : 3화
설정 : 국회에서 일하고 있는 상의원. 매사에 열심히 일하고 능력있


      던 청년인 애이블에게 모욕을 줘서 자살하게 만들었다. 그후


      연못이 핏빛으로 물들자 공포에 사로잡혀 헛소리를 하다가 결


      국 미쳐버려서 혼자 떠돌다가 죽고만다. 인서트의 시체는 전


      혀 찾을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