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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연애 A Tale That Wasn't Right

2007.12.29 09:21

LiTaNia 조회 수:770 추천:1

extra_vars1 번외편. 순간의 잘못으로 인한 비극적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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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는 여러 갈림길이 있습니다.


물론 본편의 주인공인 이호진군도 인생의 갈림길 속에 각기 다른 여자애랑 맺어지게 되었지요.
하지만 갈림길에 따라 반드시 맺어지는 일만 생기는건 아닙니다.


호진군이 순간적으로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면, 호진군도 행복하지 못하고 여자애들도 행복하지 못하게 되는 비극적인 결말이 나게 되는 것이지요.


이제부터, 그런 비극적인 결말이 될 수 있는 사례를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봐, 보이스웨어(주1)는 그만 돌리고 어서 시작해!"


이런, 독자 여러분께서 화가 많이 나신 모양이군요. 그러면, 시작하겠습니다. 이번 회는 몇 안되게 호진이가 불쌍해지는 회니까 이제 개그는 멈춰야죠.


- A분기 배드엔딩 -


(16-A회 중간부터 시작합니다. 다만 호진군이 하마의 유품인 휴대폰줄을 안가지고 왔음)


그렇게 한참을 서서 갔더니, 전철은 송내역에 도착했다.


부천. 오래간만에 오는걸. 그 때 하마랑 데이트하러 왔을 때 이후로, 두번째인가. 웬지. 그 때의 기억이 나는걸. 만약에 정말 하마가 시한부인생이 아니었었으면.. 나는 지금 하마랑 행복하게 지내고 있었으려나.


전철에서 내리고 보니, 이런. 갑자기 왜 이렇게 비가 많이 내리냐. 오늘 비가 오는줄 모르고 깜박잊고 우산을 안가지고 왔는데.


"호진오빠, 우산 안가지고 오셨어요?"
"응.. 오늘 비가 이렇게 오는줄 모르고."
"다행이네요. 우산 하나 가지고 왔는데. 이거라도 써요."
"희정아, 우산이 하나밖에 없어서 희정이가 비 많이 맞을텐데.. 괜찮겠어?"
"괜찮아요. 그래도 둘이 비 덜맞는게 좋죠."


다행히도 희정이가 우산을 빌려줘서, 나는 희정이랑 우산을 같이 썼다. 희정이가 나이가 어리다보니 몸집이 작고, 우산 크기가 그렇게 크지 않았는데, 둘이 겨우 한 우산에 들어갈 수 있었다.


송내역 북광장으로 나오고 나니까, 또다시 버스정류장이 나왔다. 이곳에는 꽤 많은 버스가 다닌다. 아마 그때 하마랑 아인스월드 갔을때도, 여기서 버스를 기다렸었지.


"여기서 버스타고 가면, 전에 살았던 동네가 나와요."


그리고 또다시 희정이랑 버스를 탔다. 그때 하마 만나러 왔을때도 느꼈지만, 이동네, 정말 아파트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괜히 '중동신도시'가 아닌건가.


버스는 잠시 후 중앙공원에 도착했고, 희정이가 벨을 눌렀다. 아마 여기서 내려야 했던가.


버스에서 내리고 나서, 희정이는 어떤 아파트를 가리키며,


"여기가 우리가 전에 살았던 곳이예요."


라고 말했는데.. 어이. 이봐. 고층아파트잖아. 하긴 이동네가 신도시라서 그런가 고층아파트밖에 없으니. 그런데 왜 지금은 저층아파트에 살고있는거냐. 희연이네는.


정말 희연이가 이쪽으로 다시 온 것일까. 아닐수도 있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일단 온 것인데. 어쩌면, 우리, 헛다리 짚은게 아닐까.


"그런데.. 희연이가 여기에 왔다는 보장, 있을까."
"언니가.. 요새 친구 생각을 많이 한다고 했었어요. 그래서 이사오기 전에 살았던 이곳에 혹시 언니가 온게 아닐까 하고 와봤어요."
"친구..?"


생각해보니 희연이가 학교에서 딱히 나말고 친한 애는 안보였지. 그런데 도대체 어떤 친구를 말했던 것이려나.


가만. 생각해보니.. 꿈에 나타난 하마. 내 기억이 맞는다면, 희연이랑 친했었다고 했었지. 게다가 희연이 미니홈피에도 리플이 있었고. 혹시?


"혹시.. 그 친구가 '한하마' 아냐?"
"들어봤는데.. 지금은 죽은 언니 친구..?"
"아마 맞을거야."
"언니가 사라지기 전에 그언니얘기 했었던데.. 호진오빠.. 어떻게 하마언니를 알아요?"


하마가 희연이의 친구라고 하지만 내가 하마를 알게된건 희연이를 알기 한참 전이었지. 일단 희정이한테도 나랑 하마랑 있었던 일들을 말해줬다.


"..그렇게 세이클럽에서 내가 했었던 음악방송을 자주 들어줬던 애였어."
"아.. 언니도 가끔 세이클럽에서 음악방송 들었는데.. 어떤 방송인지는 얘기를 안해줬었는데."
"그런데.. 둘 다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 하마가 만나고 싶다고 해서 처음으로 만났는데.. 알고보니 하마가 시한부인생이라는 얘기를 한 거였어. 그리고.. 그 다음날.. 죽었다는 얘기를 결국 듣고 말았지."
"아.."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희연이를 어서 찾아보자."


가게에서는 길거리에 노래를 틀어놓고 있었다. 지금 비가 와서 어차피 듣는 사람도 없겠지만,


"비가 내리고~ 음악이 흐르면~ 난 당신을~ 생각해요~♬ 당신이 떠나시던 그 밤에~ 이렇게 비가 왔어요~♬"


고 김현식씨의 '비처럼 음악처럼'을 레이지본이 리메이크한 버전으로 틀어놓고 있었다. 희연이가 떠나간 지금, 정말로 비가 내리고 있다. 희연이도 정말로 나를 생각하고 있다면.. 이것이 희연이의 눈물이려나. 기분이 많이 울적해진다.


그렇게 비가 오는 날 희연이를 찾으러 하루종일 중동신도시 전체를 희정이랑 함께 뒤지게 되었다.


아인스월드에도 없었고, 지금 열심히 짓고있는 소풍터미널인가 하는 근처에도 없었고, 심지어 아파트 재건축중이라는 중동역 근처에도 가봤지만 희연이는 없었다.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라는 말이 이런거였구나. 여기는 서울이 아닌 부천이고, 희연이가 서방은 아니긴 하지만. 아, 김씨는 맞네.


희정이의 작은 우산을 여태 둘이 쓰고 다녀서 비도 많이 맞았고, 어느샌가 날도 어두워졌다. 일단 뭔가 좀 먹어볼까.


"희정아, 혹시 이근처에 맛있는 식당 알아? 오빠가 밥이라도 사줄께."
"아.. 이 근처에 자주 가던데 있었어요."


다행히도 희정이가 자주 갔던 분식집 하나가 있어서 그곳으로 들어갔다.


"어머, 희정이 오랜만이네. 전학간 뒤 그동안 소식이 없더니. 희정이도 그새 남자친구 사귄거야?"
"제 남자친구는 아니고.. 언니 남자친구예요."


희정이가 여기를 얼마나 많이 들렀으면 여기 주인아줌마가 희정이를 잘 아는걸까. 일단 먹을 것을 주문하고 나서 희정이랑 얘기를 했다.


"미안.. 하루종일 찾아봤는데, 희연이는 못 찾았네."
"호진오빠. 정말.. 언니가 여기 중동신도시에 있는 것일까요?"
"그래도 일단 계속 찾아보려고 노력은 했는데.. 혹시 모르니까 다시한번 전화해볼까."


희연이의 전화번호를 눌러서 전화해봤지만, 여전히 전화기가 꺼져있다는 메시지밖에 나오지 않았다.


"미안. 나.. 희연이도 못찾고.. 희연이 남자친구 자격이 없나봐."
"저도.. 호진오빠를 처음 봤을때는 왜 언니가 호진오빠같은 사람을 좋아했나 궁금했어요. 하지만.. 호진오빠도 자기 시간이 있을텐데 언니를 찾으러 저랑 여기 같이 와줬잖아요. 언니가 사라지지만 않았어도.. 아마 호진오빠가 언니를 정말 행복하게 해줬을것 같아요."
"그렇게 봐줘서 고마워. 하지만.. 일단 희연이를 찾아야지."


그렇게 밥을 먹고나서 먼저번에 찾아보지 못한 곳에서 계속 희연이를 찾아봤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얼마나 희연이를 찾고싶었는가 하면, 지나가다가 보이는 전혀 엉뚱한 여자애를 희연이로 잘못 보고 말걸었다가 뺨까지 맞을 정도였다랄까.


이제 정말 안가면 전철 막차가 끊길 시간이 되어서 어쩔 수 없이 돌아가야만 했다. 희연이는 결국 찾지 못한 채로.


"결국.. 희연이.. 못찾았네, 미안해.. 희정아."
"아니예요.. 그래도.. 언니를 생각해줘서 고마워요, 호진오빠. 언니.. 언젠가는, 찾을 수 있을거예요."


그리고 전철을 갈아타고 동네로 도착해서 보니까 시간은 벌써 자정이 가까워졌다. 여기서 부천, 정말 멀리 떨어져 있구나. 그 동안에도 비가 많이 내렸다.


희정이도 비를 꽤 많이 맞았을텐데, 보나마나 감기에 걸릴게 뻔하다. 게다가 지금 이 늦은 시각에 집에 가면, 많이 혼나겠지. 희정이가 학원까지 다니고 있었는데도 빼먹고 희연이를 찾으러 간건데.


일단 희정이는 데려다주고 가야겠다. 희연이네 집에 도착하자, 예상대로.


"지금이 몇시인데 지금 들어와!"


희연이네 부모님, 제대로 화나셨다. 하긴 희연이는 사라졌고, 희정이마저 지금 이 늦은 시간에 돌아왔으니 당연히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겠지. 게다가 학원에서 전화도 왔을 것이고, 일단 있는 그대로 솔직히 말씀드려야지.


"죄송합니다. 사실, 제가 희정이랑 같이 희연이 찾으러 갔었어요. 하지만.. 결국 희연이는 못찾았어요."
"정말이야?"


옆에서 희정이도 말했다.


"네. 호진오빠랑 같이 언니 찾으러 같이 갔었어요.. 하지만.. 하지만.."


희정이는 결국 그자리에서 눈물을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려버렸다.


희연이네 부모님도 나랑 희정이가 둘 다 비를 많이 맞아서 옷이 젖은 모습을 보고, 그나마 내가 한 말씀을 믿는듯 해 보였다.


그렇게 다소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나는 그 집에 인사를 드리고 나가야만 했다. 희연이를 찾느라 노력은 많이 했지만 결국 찾지는 못했으니.


그 뒤로 계속 외롭게 지냈다. 하마를 시한부 인생으로도 잃은 것도 모자라서, 희연이마저 잃어버린 상태였다. 게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서 희연이의 생일까지 다가오는데.. 가끔 학교에서 옆을 돌아보면 희연이가 있는것 같지만, 눈을 비비고 자세히 보면 아무도 없다.


"희연아.. 정말 어디에 있는 거야.."


정말 헛것이 보이고, 헛소리까지 들리기 시작한다. 내가 '희연이'라는 애를 사랑했었기에, 희연이 생각밖에 나지 않는다.. 그래서 공부도 될리가 없고, 게임도 될리가 없고, 심지어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봐도 재미있는 일이 없다.


나의 '소중한 그녀'가 지금 내 곁에 없기에.


그 뒤로 희연이가 실종처리되었고, 희연이네 집에서는 희연이를 찾는다는 전단지까지 만들었고, 나도 그 전단지를 동네 구석구석에 붙였지만.. 희연이는 여전히 돌아와 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희연이에 대해서 들려오는 소식은 전혀 없었다.


분명히 희연이가 전학온 뒤에 희연이랑 함께했던 하루하루가 엊그제 같은데, 희연이는 지금 내곁에 없다. 어디에 있는가 하는 소식도 없다.


그렇게.. 희연이가 사라진 사이에, '김희연'이라는 이름은 점점 우리학교에서 잊혀져갔다. 끝까지 희연이만 찾아서 헤맸던 수환이녀석을 제외하고는..


없다.


없다.


희연이는 없다.


희연이가 없으니까, 나도 하루하루를 살아갈 의욕이 없다..


희연아..


정말,


어디에 있는거니?


- BAD END -


- B분기 배드엔딩 -


(18-B회의 중간부터 시작합니다)


그러더니 명희는 옷 안에서 뭔가를 꺼냈다. 명희가 꺼낸 것은, 반짝반짝하게 날이 선 부엌칼이었다.


"너.. 점점!"
"훗. 나 이런 애였어. 아직도 몰라? 호진오빠가 허튼짓을 하면, 호진오빠 목숨은 없어. 다시 한 번 말해. 그래도 나래가 좋아?"


지금 나는 정말 진정으로 '인생막장'이라는 것을 보고 있다. 도대체 애가 왜 이렇게까지 막장이 된거냐. 민서라는 변태놈이 호진씨 하면서 나한테 접근을 하는것은 내 앞에서 칼을 들고 나를 협박하는 명희에 비해서는 훨씬 정상으로 보인다. 정말 인생의 끝자락이란 이런 것일까. 뒤에서 나래마저 나한테 크게 외쳤다.


"호진오빠. 나래는 괜찮으니까 호진오빠만이라도 살아..!"
"시끄러워!"


명희가 말하자마자, 또다시 나래는 말없이 울기 시작했다. 그리고 명희는 부엌칼을 들고 한발짝 한발짝 이쪽으로 다가왔다. 어쩔 수 없이 뒷걸음질을 칠 수밖에 없었다.


"후훗. 호진오빠. 지금 호진오빠가 하는 행동을 보니까, 어쩔 수 없네. 호진오빠를 내가 가질 수 없다면, 차라리 죽여버리는게 좋지 않곘어? 호진오빠는 전혀 생각이 바뀌지 않고. 그런 호진오빠의 바보같음은, 저 세상에서 후회해. 그래도 저 나래x이 좋다면 말이지.."


명희의 한발한발은 점점 다가왔고, 나도 그에 맞춰서 뒷걸음질을 한발한발 쳐야만 했다. 이미 나래는 두 눈을 감고 체념한 듯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명희가 다가오면서 뭔가 눈물을 흘리고 있는듯한 것은, 내가 잘못 본 것일까?


"나도.. 이러고 싶지는 않았어. 하지만 호진오빠는 끝까지 내가 아닌 나래x이랑 함께였어. 호진오빠가 나래x이 아닌 나랑 있어줬어도.. 지금의 삐뚤어진 나는 없었을거야. 호진오빠의 잘못이 너무 큰 것같지 않아?"


계속 명희를 피해서 뒷걸음질을 치는데, 다리 뒤쪽에 물기가 느껴졌다. 빗방을인 것이다. 밖에는 계속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이제 곧 허공이다. 한 발만 더 뒤로 가면, 나는 이 자리에서 죽는다. 명희는 점점 더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다. 부엌칼을 들고.


"지금이라도 호진오빠가 나래x이랑 떨어진다고 말하면 살려줄지도 모르겠지만, 이미 그러기에는 너무 늦은것같아.."


지금까지 나의 인생은 정말 많이 엇나갔었다. 희연이가 전학오고 나서 이상한 일들의 연속이었지. 물론 희연이랑은 나중에 잘 되었긴 하지만, 그리고 나래랑 어찌어찌 다시 이어지나 했더니, 이제 이 엇나간 인생도 끝이 나는건가. 참 가늘고 짧은 삶이었다.


나래야, 너의 백마탄 왕자가 되어주지 못해서, 그리고 너를 지켜주지 못하고 먼저 저 세상으로 가게 되어서 미안해.
부모님, 죄송합니다. 부모님께 효도 한번 못해보고 부모님 출장중에 외아들이 저세상으로 가게 되어서.
하마야, 행복하지 못하게 죽어서 미안해. 결국 나도 너 따라서 저 세상으로 가는구나.
희연아, 많이 울게 해서 미안해. 이제 나는 이 세상에 없게 되니까..
수영아, 오해를 만들어버린것, 미안해. 나 때문에 효선이도 많이 다쳤고..
소현아, 오늘 도와준 것은 고마웠어. 하지만 도와준 것에 보답을 제대로 못하고 가게 되어서 미안해.
민애선배, 노래 신청을 더 해야 하는데.. 이렇게 죽게 되어서 죄송해요.
현석아, 게임이랑 만화들을 제대로 소개시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민서..는 왜 나와. 이 변태한테는 사과할 일이 없는데.


하느님,
예수님,
성모마리아님,
부처님,
공자님,
옥황상제님,
알라신이시여,
제우스신이시여,
단군할아버지,


누구든 계신다면, 이렇게 엇나간 인생을 살아간 이호진이라는 인간을, 저 세상에서 원하시는 대로 해 주소서.


그리고 이 세상에 다시는 나처럼 엇나간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생기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잖아. 나는 어떻게 해도 좋으니까, 나래만은 무사하게 해줘."


지금 내 앞에 있는, 소녀라고 보기에는 이미 광기어린 무언가에 지나지 않는 안명희한테 내 목숨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구차하게 목숨을 유지하게 되더라도, 나래는 무사하지 못할 뿐. 난 그런 모습을 보기는 정말 싫다.


"어쩔 수 없네.. 마지막까지.. 호진오빠가 그럴 줄이야."


그리고 명희의 칼은 나의 몸을 그대로 그어버리고 말았다.


으윽.


지금 피가 몹시 나고 있다. 게다가.. 지금 여기는 발을 잘못 디디면 바로 떨어져 죽어버리는 위치였다.


"호진오빠는.. 정말 끝까지 어리석구나."


아프다.


몹시 아프다.


정말 아프다.


말로 할 수 없을만큼 아프다.


하지만 만약 내가 살아난다면 나래가 이런 꼴을 당하게 될 것이다.


지금 내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신경세포들이 다 죽어버린 것이었을까.


그리고..


...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있다'라는 말이 이런거였나. 하지만. 나는 날개 따위는 없이 그저 추락해버리고 마는걸.


나래야.. 결국 나래를 못구하고, 죽어가서 미안해.


퍽.


의식이 완전히 흐려진다.


이렇게 저 세상 행으로 가는걸까...


위에서 나래가 절규하는듯한 목소리가 들리긴 하지만...... 모든게...... 흐려진다.


--


결국 호진을 죽여버린 명희. 호진이 떨어진 곳을 계속 보면서 생각에 잠기고 있었다.


"도대체.. 호진오빠. 이 나래x이 도대체 왜 자기 목숨까지 바칠만큼 좋았던거야. 이런 x따위는 그냥 어떻게든 해버리면 자기 목숨만은 살 수 있었을것을."


피도 눈물도 없다고 소문이 난 안명희에게도 눈물이라는 것은 있는 것일까.


"호진오빠는.. 정말.. 심하게.. 바보야. 그런 호진오빠를.. 내 손으로.. 죽여버렸어. 나.. 정말 지금같이 죄책감이라는 것을 심하게 느껴본 적이 없었는데.. 역시.. 나, 나쁜 애 맞구나. 나도.. 호진오빠를 어쩔 수 없이.. 따라가야겠어. 호진오빠가 나같은 건 원하지 않겠지만.. 죽어도 나래x만 생각하겠지만...."


그리고 명희는 그자리에서 호진이 떨어진 곳으로 역시 떨어져버렸다.


나중에, 나래는 구출되긴 했지만, 그 자리에서 호진이 죽어버린 것을 두 눈으로 보게 된 나래의 그 트라우마는, 아마 말로 할 수 없을만큼 컸을 것이다.


그 뒤로, 나래는 대인기피증에 걸려서, 사람을 만나기를 원하지 않고, 이전의 밝은 모습은 완전히 사라져버리게 되었다.


밝은 모습이 사라져버린 건 나래뿐만이 아니었다. 희연이 역시 호진의 사망을 확인하고, 심하게 울었다고 한다.


- DEAD END -


- C분기 배드엔딩 -


(21-C회의 중간부터 시작합니다)


"일부러 호진 네놈과 크레센티아를 엮어주기 위해서 지갑을 네놈 집에다 흘려놨지. 그리고, 네놈의 부모님을 죽인 것이 누군지 아냐?"


나.. 정말 머릿속이 정돈이 안되어서 말이 나오기도 싫다. 도대체 지금까지 겪은 상황이 다 거짓이었다니, 다 이 조공명 녀석의 인형극이었다니.. 지금 이 거짓말같고 믿기 힘든 상황들,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거야?


"역시 당황해서 말이 안나오는군. 가르쳐주지. 바로 '크레센티아'다."
"뭐?! 그.. 럴리가 없어. 수영이는 누구를 죽일 애가 아니라구!"


그리고 조공명은 피로 새빨갛게 물든 칼 하나를 서랍 속에서 꺼냈다. 피가 묻은 지 한참의 시간이 묻었지만 저 피얼룩은 분명히 저 칼이 누군가를 찔렀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어.


"내가 호진 네녀석한테 최면을 걸 때, 크레센티아는 바로 이 칼로, 네녀석의 부모님을 찔러 죽이고, 시체는 태워버렸지."
"아냐.. 그럴리가 없어. 부모님을 죽인게.. 수영이라니.."
"크레센티아는 나한테 약점을 너무 심하게 잡혀서, 반항을 도저히 할 수 없는 상태였어. 크레센티아가 자기를 알면 실망하게 될 것이라고 평소에 말했었지?"
"정말.. 인간말종으로 비열한 놈.. 가녀린 여자애를 갔다가.."
"이제 그 실망을 몸으로 느끼고 있을거야. 지금까지 인형극의 주인공으로 놀아줘서 고마워, 덕분에 내가 생각한 인형극이었지만, 훨씬 재미있어졌다구. 이제 이 극의 막을 내려야겠지. 내가 이 칼을 줄 테니까, 옆 방으로 들어가서 크레센티아를 찔러."


그리고 조공명은 피얼룩이 심하게 섞인 칼을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착한 애라고 믿었던 상대한테 홀렸다가, 그 상대가 알고보니 자기를 망쳤던 팜므파탈(Femme Fatale)이라는 것을 알게 된 때의 그 기분, 과연 어땠으려나. 상상하기만 해도 재미있네."


수영이를 찌르라니. 수영이가 부모님을 죽였다고 하더라도 단지 이 조공명한테 이용만 당한 것일뿐. 수영이는 이 조공명한테 잡혀있어서 어쩔 수 없이 시키는대로 할 수 없었을거야. 그런데 그런 수영이를 찌르라니.


"그럴.. 수는 없어."
"후훗. 부모님의 원수를 갚기 싫은것이군. 하늘에서 너희 부모님이 눈물을 흘리며 바라보고 있을 텐데? 부모님의 원수랑 잘들 놀고 있다고."
"너.. 이.. 비열한.."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상황이군. 이호진군. 네놈이 크레센티아를 죽이든 안죽이든, 둘 다 결과적으로는 내 노리개가 될 수밖에 없을텐데. 집으로 가도 집에 남아있는 돈 다 써버리면, 어떻게 할거지? 게다가 프레이아 콘서트에까지 갔었다는데?"
"..."


정말 이녀석, 내 상황 하나하나를 너무나 잘 알고 있어. 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다.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인형극' 속의 상황인지 헷갈리는 이 시점에서.


"그럼.. 네놈의 블로그가 초기화된 건, 뭐냐."
"아, 그건 나도 몰랐었던 돌발상황이었지. 파라모임 끝난 그 다음 날에, 로그인을 해보니까 초기화가 싹 되어있더군. 그 해커가 누군지는 몰라도, 필히 추적해서 잡아다 놓을거야. 그리고 또 다른 인형극의 주인공으로 만들거야."


이녀석, 정말 위험한 놈이다. 하지만, 내가 여태까지 이 조공명 녀석한테 놀아났다고 생각하니, 정말 분해서 어쩔 줄 모르겠다.


"이 세상엔, 자기가 자기 의지를 갖고 살아간다고 착각하고 있는 어리석은 것들이 많지. 하지만, 어찌보면 누군가의 '인형극' 속에서 다들 놀고 있는거 아니겠어? 이 세상을 지배하는 나같은 소수의 엘리트들이 인형극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이 세상은 돌아가고 있고,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이 세상은 어리석은 것들 때문에 즉시 '혼돈 그 자체'가 되어버릴걸?"
"너.."
"그리고 자신이 '인형극'으로만 움직였다는 것을 알게 된 때에는, 이미 늦었지. 그 옛날 방송국 뉴스에서 '귀 속에 도청장치'가 들어있다고 방송사고를 낸 남자. 그게 왜 그런지 알아? 그놈 자기가 인형극 각본으로 시키는 대로 하게 된다는 것을 너무 뒤늦게 눈치채버린거야. 물론 그 뒤의 결과는 책임을 질 수 없지만."


나도 그 '귀 속의 도청장치' 방송사고를 인터넷에서 동영상으로 본 적은 있지만, 설마 그게 인형극하고 관계가 있었을 줄이야.


이 세상이 소수의 엘리트의 지배 속에 돌아가고 있긴 하겠지만, 조공명 네놈이 그 소수의 엘리트라는 것,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를 못한다.


"이제, 모든 것을 알았으니, 어서 이호진 네 손으로 이 인형극의 결말을 지어야지?"
"..."


조공명의 말대로라면, 나는 여태까지 나의 부모님을 죽인 수영이를 아무것도 모른채로 사랑하였다는 것이 된다. 물론 수영이의 의지가 아니라, 조공명의 협박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죽일수밖에 없었던 것이겠지.


하지만, 내가 여태까지 부모님의 원수를 사랑하였다는 것이 믿겨지지가 않는다. 아마 하늘에서 부모님이 이 모습을 보시면 정말 크게 노하시겠지.


어쩔 수 없이 칼을 들고 옆에 수영이가 있는 방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그래, 부모님의 원수. 이제 너의 손으로 갚아야지?"


옆방에는 수영이가 묶여있었다. 수영이는 완전히 무방비 상태이다.


"호진아...?"


하지만 어쩔 수 없는걸. 내가 수영이를 여태까지 사랑했었던 모습을 부모님이 하늘에서 지켜보고 드실 생각이 어땠을지 상상이 안가서.


"미안.. 아무리 조공명의 협박때문이었다고 해도.. 부모님을 죽인게 수영이었다니.. 정말 미안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것 같아."
"호진아.."


수영이는 벌벌 떨면서 나를 부르고만 있었지만, 어쩔 수 없는걸. 들고 있었던 칼을 그대로 수영이의 가슴에다 꽂아버렸다.


아무리 부모님을 죽였다지만, 내가 지금까지 사랑했었던 수영이였기에, 이런 수영이를 어쩔 수 없이 찌를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눈물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 호진이한테... 이렇게 실망한 적... 없었는데... 호진이....... 정말.......... 나쁜........ 애였....구....나............."


수영이의 숨은 금방 끊어졌다. 그리고 내가 수영이를 죽이는 모습을 뒤에서 보고 있었던 조공명. 나의 모습을 보고 기분 나쁘게 웃고 있었다.


"크크큭. 역시. 얄팍한 반전극에 속아버리다니, 크레센티아를 잃는건 안타까웠지만, 네놈은 참 어리석어. 사랑하는 사람을 자기 손으로 죽여버리다니. 역시 인형극의 결말, 제대로 끝냈군."


뭐야.


반전에 또 반전이었다니.


여태 이녀석이 말한 것들이 다 거짓이었다니. 그러면.. 부모님은, 멀쩡했다는거야?


"그러면.. 너.."
"축하해. 크레센티아는 아마 죽어가면서 끝까지 네놈을 원망하고 있을거야. 처음부터 나를 선택하지 않았던 크레센티아의 실수였어. 한명은 시한부로 죽고 한명은 자기 손으로 죽인다라.. 이거 정말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리얼드라마군."


내가 이런 얄팍한 속임수에 속아서 수영이를 내 손으로 죽여버렸다는 말인가.


그래.


어차피 내 인생은 망가졌다. 지금 내 눈앞에 뵈는것은 아무것도 없다. 어떻게 찔렀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내 눈 앞에서 나를 보고 비웃고 있는 조공명의 목을 그대로 따버렸다.


"으윽.. 네놈.."
"부모님.. 이런 불효자식을 용서해주세요. 이런 인간이라고는 절대 보이지 않는 짐승한테 속아서 부모님이 죽은 줄로 착각했고.. 결국 사랑하는 저의 수영이까지...... 죽어버렸으니 말입니다."


어차피 나의 인생은 처음부터 끝까지 엇나간걸. 이제, 조공명놈의 말대로, 말 그대로 A Tale That Wasn't Right, 즉 엇나간 이야기인 내 인생의 끝은 확실히 마무리지어야겠지.


나는, 마지막으로 내가 들고 있었던 칼로 나의 팔의 동맥이 있는 부분을 찔렀다.


으으..


몹시 아프다.. 지금 피가 엄청나게 나고 있다.


수영이의 시체를 안고.. 피를 계속 흘리면서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수영아.. 미안해. 내가 속았었어.. 이 죄.. 죽음으로 갚을께."


그리고..


의식이 흐려진다.


이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나, 정말 저세상으로 간 걸까?


--


그뒤로 건물에서 조공명과 호진과 수영의 시체가 발견되고, 건물에 다량의 석유가 뿌려진 것으로 보아서 방화시도까지 있었다는 것이 수사결과 밝혀졌다.


그리고 호진의 죽음을 듣고 가장 크게 슬퍼한 것은 희연이였다고 한다.


"나.. 호진이가 잘 되길 빌어주고 싶어서 호진이를 수영이한테 보내줬는데.. 호진아.. 왜 이렇게 된거야.."


희연이가 어찌나 그 자리에서 계속 울었는지 장례식장에서 다른 조문객들한테 방해가 될 정도라 결국 그 자리에서 끌려나갔다고 한다.


- DEAD END -


주1. 보이스웨어 : 인공음성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 이곳에서 만든 합성된 인공음성은 완전히 억양이 교과서적인 책 읽는 느낌이라서 일부러 보이스웨어를 이용한 개그를 하는 사례도 많다.


네. 결국 안타깝게 각 히로인들이랑 맺어지지 못한 호진군의 모습들이었습니다. A분기에서는 호진이 결국 희연이를 못찾고 폐인화되어버리고, B랑 C에서는 호진이가 죽어버리죠. 게다가 C에서는 호진이가 조공명한테 속아서 수영이를 죽여버리는 모습까지 보여줬고요. 역시 잘못된 선택은 심한 비극을 낳습니다. 특히 B랑 C에서는 각각 나래랑 수영이한테 자신을 양보한 희연이의 마음이 어땠을까요.


다음회에는 이번 회의 다소 어두운 분위기를 반전시켜보고자, 좀 밝은 분위기의 번외편이 준비중이니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 차회예고(?) -


10월, 2학기 중간고사가 끝나고, 우리학교에도 축제를 한다.
보통 여고에서 축제를 하면 남학생들이 보러가고, 남고에서 축제를 하면 여학생들이 보러간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학교는 다 알다시피 남녀공학이다. 그래서 그냥 자축이 되어버리고 만다는데..


..라고 생각한게 잘못이다. 도대체 이건 무슨 4차원속 세계냐.


컴퓨터부.. 게임대회를 연다는데, 도대체 MAME는 왜 튼거야. 보통 스타크래프트같은거 하지 않아?


문예부.. 일일카페를 열고 있는데, 내가 너무 잘 알고 있는 애가 너무 다른 모습으로 있었다. 아무리 친구를 사귀기 시작했다고는 하지만.. 이런 모습으로 있으면 어떡해.


만화부.. 내가 너무 잘 알고 있는 반갑지 않은 아름이가 있었는데, 저 심하게 안어울리는 초록색 가발은 뭐냐. 가을에 저런 짧은 옷은 또 뭐고. 게다가 도대체 대파는 왜 들고있는거야?


하지만, 얼마 뒤에 있을 밴드공연. 그 곳에서 정말 못볼 것을 보고 말았다.


도대체 학교밴드가 키보드까지 동원한, 게다가 여성보컬까지 갖춘다는게 말이 돼?


우리학교가 이렇게 엄청난 학교였어?


- Coming So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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