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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퓨전 Bloody Roar 블러디 로어

2006.01.17 06:04

Zerad 조회 수:16 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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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으으으으.”
깨질듯한 머리를 겨우 일으켰다.
훨씬 더 마셨을 때도 이만큼 심하지는 않았는데, 하는 생각을 하며 주위를 둘러 보았다.
어두웠다. 밖으로 난 창문조차 하나 보이지 않았는데, 덕분에 주위를 알아 보기 위해 잠시 시간이 걸렸다.
출구가 없는 작은 독방이었다. 오래된 돌로 사방이 꽉 막혀 있었는데, 한쪽 구석에 몸을 눕히면 겨우 몸이 지나갈 수 있을 만한 구멍이 있었다. 허나, 철창으로 막혀 있어, 팔 하나 내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상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찾아온 알렌과 술을 마셨고, 알렌이 가고 나서 집을 누군가 고도로 훈련된 자들이 포위했다. 그리고 독약이라도 마신 듯 정신을 잃었고, 정신을 차려 보니 독방에 갇혀 있었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 알렌이 내게 독약을 먹였다. 예상컨대 나중에 내게 준 그 과자에 독약이 들어 있었을 것이다. 아니, 그렇게 생각을 한다면 과자를 주었다는 과자가게 주인도 의심에 여지는 있었다.
밖에서 쩔그럭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작은 구멍을 통해서 밖을 내다 보려고 애를 썼다. 우스꽝스런 모습으로 지나가던 소리의 정체를 목격 했다. 그러나 믿기지 않았다.
신족이라니?
저 상층부에 있어야 할 신계의 신족들이 무슨 바람이 불어서 여기에 있는거지? 아니, 어쩌면 내가 신계에 올라와 있는건가?
머릿속이 복잡했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이봐요, 거기! 거기 괜찮아요?”
그 때, 저 반대쪽에서 날 부르는 목소리가 나지막하게 들렸다.
“누구죠?”
“그레드 레이딕트.”
그레드 레이딕트? 그 녀석이라면...
“그레드?”
내 되물음에 저쪽에서는 의아함에 잔뜩 묻어나는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그쪽은 누구죠?”
“제라드, 제라드다!”
“로드? 로드께서 여긴 왜...!”
“쉿! 조용히 해. 언제 녀석들이 지나갈지 몰라. 그보다, 난 지금 로드가 아니라구.”
나는 다시 복도를 살폈다. 저 멀리서 이쪽으로 오고 있는게 보였다.
“온다.”
겨우 들릴 듯 말듯한 목소리로 그레드에게 경고 한 나는 녀석이 오기를 기다렸다.
쩔그럭 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점점 가까워졌다.
그리고 두 개의 발이 철창 앞을 지나쳤다.
“파악!”
나는 재빠르게 두 손을 철창 밖으로 빼내서 지나가던 발목을 꽉 움켜 쥐었다. 그리고 있는 힘껏 안쪽으로 당겼다.
“쾅!”
녀석이 머리에 뒤집어 쓰고 있던 철제 투구가 돌바닥에 부딪히면서 꽤 요란한 소리를 만들어 냈다. 처음 녀석이 지나가고 이 녀석이 오기까기의 시간 간격이 꽤 길었던 것으로 봐서는 누군가가 들었을리는 없어보였다.
철창 사이로 내 손을 따라 녀석의 두 다리가 딸려 들어왔다. 그리고 사타귀에 걸려 더 이상 들어오지 못할때, 나는 녀석의 허리춤에 걸려 있는 검을 뽑아 들었다.
“얼라, 이건?”
이건 분명히 ‘응혈의 검’인데.
쓸데 없는 생각을 할 틈이 없음을 생각 해 낸 나는 그 검으로 재빨리 철창을 잘라내고 쓰러진 녀석의 몸을 독방 안으로 끌어냈다. 그리고 투구를 벗겼다.
“칫, 뭐가 어떻게 되가고 있는거야?”
나는 신경질적으로 녀석의 투구를 한쪽에 던지고 목에 칼을 쑥 꽂아 넣었다. 이렇게 해야 탈출할 때 뒤탈 없어 편하다.
나는 잠시 기다렸다. 이제 곧 다음 간수가 지나갈 때가 되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구멍은 아래쪽에 있어서 잘려나간 철창을 발견할 확률은 없었다.
예상대로 다시금 쩔그럭 거리는 소리와 함께 간수가 지나갔다. 나는 녀석이 시야에서 멀어지고 나서야 검을 밖으로 먼저 꺼낸 후에 몸을 빼냈다.
그리고 그레드가 갇혀 있는 독방의 철창을 잘라주었다. 하지만 녀석의 근육 때문에 빠져나오는데 시간이 지체되고 말았다.
“으이그, 그러기에 내가 쓸데 없이 근육 키우지 말랬잖아.”
내 신경질 섞인 핀잔에 그레드는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
“그치만 전 워리어 인걸요. 그 커다란 대도를 한 손으로 휘두르는게 어디 쉬운줄 아세요?”
우리는 어두운 복도를 따라서 계속 걸었다. 그러다 위로 올라가는 원형의 계단을 발견하고 따라 올라가기 시작했다.
나는 벽에 붙어서 올라갔다. 밑으로 내려오던 적을 먼저 알아채는데도 용이 할 뿐더러, 공격이라도 한다면 피하기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칫!”
결국 적과 조우하고 말았다. 이런 상황은 싫은데.
나는 튕기듯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날아가는 그 속도와 힘 그대로 앞의 녀석의 목에 찔러 넣은 뒤, 곧장 다시 뽑아 들고는 왼발을 앞으로 끌 듯이 쭉 밀어 넣으며 몸을 회전해 다음번 녀석과 그 옆의 녀석의 목을 베어냈다.
“와아, 여전히 무서운 속도세요.”
위쪽에서 들려온 소리에 나는 위를 올려다 보았다. 나를 목격한 이상 굳이 선제 공격을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알렌이었다. 이쪽을 보며 웃고 있었다.
“역시 네녀석 이었나. 그래, 그렇게 신랄하게 욕하던 내 다음대 녀석의 밑에 붙은건가?”
“아하하하, 물론이죠. 전 위에서 누가 붙잡고 있지 않으면 심하게 겉도는 편이라.”
녀석은 어깨를 으쓱 해 보이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래, 마족과 신족을 끌어들인 것도 네 생각이겠지?”
“물론 생각은 제가 했고, 매수 작업은 아랫 사람들을 시켰죠.”
“큭큭. 일찌감치 죽이고 나가 주마,”
나는 살기 그득한 눈길로 녀석을 쏘아 보았다. 그리고 마침 쏘아져 나가려던 찰나, 뒤쪽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려 내려다 보니 한 갑옷을 입은 녀석들이 무기라고는 ‘응혈의 검’과 ‘항마의 창’들을 꼬나쥐고 서 있었다.
"아랫쪽은 그레드, 네가 맡아라. 위쪽에도 한가득이다.“
나는 내 뒤로 죽어 있던 녀석의 검을 들어 그레드에게 던졌다. 그는 그것을 받아들고 미친 듯이 달려나가 또다시 미친 듯이 베어내기 시작했다.
“그럼, 나도 가 볼까.”
나는 다시금 쏘아져 나갔다. 아까 봤는데, 알렌 녀석은 벌써 뒤로 빠진 모양이다.
아까와 같은 방법으로 첫 번째를 방패삼아 녀석들의 대열을 잔뜩 뭉게버렸다. 그리고 하나씩 하나씩 차근 차근 베어내며 대열의 한 가운데로 파고 들어갔다.
두터운 갑옷에 걸려 잘 베어지지 않았는데, 갑옷 틈세를 노려 베고 찌르자 금세 무너져 나갔다.
나를 중심으로 한꺼풀 벗겨져 나가자 다시금 모여들었고, 또 다시 마구 베어서 한꺼풀 벗기자 또 다시 모여들었다.
슬슬 짜증이 몰려들었다. 그치만 이성을 되찾고 차근히 모든 적을 베었다.
그레드는 아직 남은 몇 녀석들을 베어내고 있었다. 워낙에 전장에서는 커다란 대도로 한꺼번에 대여섯을 날려버리고 뭉게 버렸던 녀석이기에 ‘응혈의 검’같이 비실한 세검은 익숙치 않은 모양이다.
녀석이 모두 처리하고 올라오고 나서야 다시 빛이 보일 때 까지 계단을 올라갔다.
복도로 또다시 한무리의 갑옷을 입은 신족과 마족들이 몰려들었다. 우리는 녀석들의 반대쪽으로 달려갔다. 뒤에서 알렌의 목소리가 들렸다.
“도망쳐 보십시오! 어차피 우리 군대에 의해 다시 돌아 오게 되실 겁니다!”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마구 달려나갔다.
“그레드! 넌 서쪽 녀석들에게 먼저 가 봐라! 난 인간계로 나간다! 남은 녀석들을 죄다 모아서 인간계로 나와라!”
“존명!”
우리는 갈라졌다.
한참을 달렸다. 숲이 나왔다. 길이 없음에도 한 방향으로 무작정 계속해서 달려나갔다. 겨우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이곳만 벗어나면 인간들의 땅이다.
어차피 신족도 마족도 당장 인간계로 나오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결계를 극복할 방도를 마련하고 금세 다시 뚫고 들어올 것이다. 또한 알렌 녀석이 나를 사냥하기 위해 동족들을 보낼 것도 틀림 없는 사실이다.
빛이 점점 더 가까워져 가고 있다.
이제 이 뱀파이어들의 땅도 당분간 안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