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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일반 [단편]흑사병의 잔해-4

2005.07.06 12:34

비욘더 조회 수:17

extra_vars1 슬픈 운명의 전사들 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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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달리고 또 달리는 시라노의 다리. 지금은 어깨에 윤희를 맨게 힘든모양인지 등에다 업고 달리고 있다. 하긴 멍투성이에다가 피투성이인 행태를 보면 달리고 있다는게 신기할 정도이다. 종종 투덜대면서 달리던 그는 격납고 바로 앞에서 장총을 한정씩 들고 겨누고있는 수많은 군인에의해서 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거기까지. 당장 두손들고 그 여자애를 돌려주지 않으면 몸을 벌집으로 만들어주지."
"크크큭. 어차피 교수형당할 운명인데 그 얘기를 지금 나보고 믿으라는 건가?"
"이거 왜이러시지? 분명 알고 계실텐데. 넌 꼭 죽는쪽으로 선택하고 싶다는 건가? 분명 윤희가 전해주었을텐데. 우리편에 가담하면 목숨이 보장된다는것을. 어째서 자꾸만 이렇게 일을 늘리는지몰라. 지금도 보라구. 넌 여기서 로봇하나를 탈취한뒤 뭘 어쩔 작정이었지? 여자애를 데리고 어디로 가려는 셈이었나? 그럴 일은 없을꺼야. 이번엔 거의 포위된 상태라고. 게다가 도망칠려면 왜 번거럽게 인질을 데리고 가겠어? 넌 그 애를 이용해서 이쪽에게 무슨 요구같은 걸 하려는게 틀림이 없어. 결국 넌 원하는거야. 니가 처음 말했었던것처럼 '용병'이 되기를. 우리쪽에서 이렇게 제시를 해주는데 어째서 싫다고 그러는거지?"
"글쎄, 그건 나도 모르지. 단지, 니들 방식이 마음에 안들뿐이야. 난 여기저기 먹을거 찾아다니는 개가 아니라고. 내 고용주또한 내가 결정하지."
"그 말은 우리에게 저항하겠다는건가?"

말을 걸던 남자가 손을 올리자 다시금 다른 군인들이 총을 장전하면서 그에게 총구를 들이댔다. 시라노는 등에 땀이 흐르는것을 느꼈다.

'젠장. 뭘 어떡하지? 이 애를 인질로 확 삼아볼까? 아니야...그래봤자 시간문제. 결국 아무것도 해결되진 않는다. 게다가 그렇게해서 뭘 어쩌자는거야. 지금도 이렇게 폭격은 끊이지를 않는데...이러다간 개죽음 당할수도 있어.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질긴 내 운은 이제 작용하지 않는다는 건가?'

끼릭

한순간 그의 뇌리를 기계의 움직임이 스치고 지나갔다. 깜짝놀라면서 바로 소리를 난곳을 향해 머리를 돌리니 바로 옆에 있는 총구가 눈에 보인다. 입을 멍하니 벌리면서 누구인지 생각도 못한채 가만히 서있는 그대신에 다른이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모두들 총을 내려놔요."
"윤희!"
"이봐, 지금 그게 무슨소리야!"
"우린 너를 구하러온거지, 싸우러온게 아니야!"
"총 내려노라니까!!! 그럼 총을 왜 겨누고 있는거야!!!"

눈을 꽉 감으면서 소리를 질러대는 그녀의 목소리에 시라노를 포함한 모두가 주춤거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너..."

툭 시라노의 머리에 총구가 그대로 딱 붙여졌다.

"도대체 넌 누구야...넌 누군데 내 사진을 갖고 있는거야.."
"사진? 무슨 소리지? 영문을 모르겠군."
"시치미떼지마. 현수가 날 여긴 보낸 이유를 모르겠어? 이런 꼬마여자애를 교섭으로 보낸 이유를 말이야."
"확실히 따지고 보니 상당히 이상하군."
"니 팬던트를 찾았기 때문이야."
"팬던트?!?"
"그래, 니 팬던트. 그리고 니 팬던트에 있던..."

스윽 달칵 주머니에 다른 한쪽손을 넣어서 팬던트란걸 꺼내들곤 그녀는 그걸 열어재꼈다.

"내 4년전 사진..."

시라노는 그저 아무 말없이 그걸 멍하니 보고 있었다. 현수와 몇몇 사람외에는 그 사실을 아무도 몰랐던지 다른 군인들도 마찬가지다. 아무래도 윤희나 현수나 이 마을에서는 꽤나 유명했던 모양이다. 윤희는 눈동자를 시라노를 향해 돌리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말해줘. 난 머리에 기억이 없어. 내가 누구였는지 뭐하던 애였는지 말야. 그냥 일어나니 이곳이었고 여기 마을 사람들이 날 키워준것, 그 뿐이야. 혹시나 나에 대해서 알고 있는게 있다면 뭐든지 좋아. 부탁이니 말해줘."
"..."

시라노는 눈을 살짝 감은뒤 다시 주위사람들을 둘러본다. 모두들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둘을 지켜보고있다. 굳세게 총을 잡던 손또한 떨리는채로 말이다. 그저 입을 벌린채 시라노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것처럼 보였다.
시라노는 이번엔 고개를 위로향해 올린다. 여기저기 둘러보면서 격납고를 탐색한다. 주포빠진 전차형 로봇. 팔하나와 부스터 하나가 망가진걸로 추정되는 구형인간형로봇. 상체얼굴과 가슴부분이 완전히 망가져서 파일럿을 보호하기에 역부족으로 추정되는 신체결합형로봇. 뭐하나 제대로된게 없다. 그리고 그는 이제 자신을 겨누고있는, 아니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군인들을 향해 예리한 시선을 돌린다. 그들은 갑작스런 시라노의 시선에 흠칫 놀랐다.

'소위. 중위. 소위. 대위...그리고 저 지휘하는 녀석은 소령옷이라...난민답군. 그냥 아무 계급높은 옷만 입은거다. 정말 문자그대로 계급만을 상징하지 실력을 뒷바침해주진 못하는군. 하지만 저런 옷이라는건 꽤나 높은 직위라는거겠지..다른 녀석들은 일반옷을 입고있었어. 여기녀석들만 이런 정식군복을 입고있어. 중요한 인물이란거다...이 마을에...'

"너희들."
"!"
"그래, 너희들말야. 내 앞에 있는 너희 전부."
"뭐..뭐냐?"
"너희들은 누구의 명령으로 날 잡으러왔지?"
"무슨 소릴하는거야? 내 말이 말같지 않아? 말해달라고 했잖아! 도대체 나와 관계가 뭐냐고!!"

등에 업혀져서 총을 머리에 다시 세게 누르면서 그녀는 울부짖고 있는것 같았다. 목소리가 점점더 약해지지만 그 크기는 작아지지 않았다.

"도대체 누구냐니까! 난 뭐냐고! 넌 도대체 나에 뭐야! 뭐냔말야!!"
"시끄러워!!!"

시라노는 눈을 부릅뜬채 윤희를 노려보았다. 짐승의 눈으로...마치 그녀를 아랑곳하지않고 단번에 죽이려는 듯...그는 다시 눈길을 돌린다.

"말해봐. 누구의 명령으로 왔지."
"현수다. 병원에서 급히 연락을 주었다. 이런 폭격이라면 너정도의 놈은 쉽게 탈출할거라고 말이다. 분명 이곳으로 올테니까 모두 여기에 대기하고 있으라고했다."
"그럼 군사들의 지휘는 누가맡지?"
"!"

그의 추리가 맞았다는듯 대답하던 군인은 갑자기 말을 더듬더니 다시 이어말했다.

"당연히 현수지. 대단한 녀석이니까. 힘, 머리, 마음 전부다 갖추고 있다. 기부수를 꽤 한것으로보아서 심한 부상같은데도 혼자서 어떻게든 지휘할테니까 우리한테 이 일을 부탁했다. 녀석은 자기 친동생같이 여기는 윤희를 상당히 걱정하니까 말야."
"..."
"..."

윤희를 향해 돌아보자 그녀의 얼굴이 약간 붉어지는 것이 보였다. 시라노는 머리를 푹 숙였다.

"그럼 이제 말해주지 않겠나. 우리 모두가 걱정이 되니까 말이다. 윤희에 대해서...말이야..."
"..."
"..."
"..."
"..."
"...한가지는 말해주지."

모두들 숨을 죽였다.

"너희는 모두 속고 있다."
"뭐야?"
"뭐?"
"켁켁.."
"!"
"현순지 뭔지하는 녀석..분명히 스파이일꺼다. 틀림없어."
"무슨말이냐!"
"어느 바보가 지휘관들한테 일개 포로하나 잡으라는 명령을 보내냐!"

시라노는 고개를 다시 들면서 이글이글거리는 눈빛을 보여주었다.

"뭐가 어쩌고 저째? 다친 상황에서 지휘를 한다고? 말이 되는 소리를해. 기부수만했다고? 거참 이상하군. 내가 직접봐서 아는데 놈의 상처는 간단한 타박상이야. 매우 간단한 타박상. 반나절만 휴식을 취한다면 붕대몇개로도 충분할꺼다. 아니 반찬고일지도 모르겠군. 어쩐지 이상했어. 분명 너희는 이렇게 거주지를 옮겼는데 놈들은 이걸 완전히 포위하면서 공격해오고 있다. 이거원 위성이라도 우주에다가 놓았나보지? 아님 대군이라도 출전하셨나? 고작 마을하나 진압할려고? 녹스가 미쳐도 단단히 미쳤나보군. 게다가 말이야..."
"아.."

이글거리는 눈빛이 이번엔 윤희쪽으로 돌아선다. 그는 그녀를 바라보면서 눈을 꽉 감은뒤 다시 눈을 떳다. 약간 슬픔...아니 뭐 그런게 느껴지는것 같았다. 그는 입을 약간 떨면서 다시 열었다.

"난 팬던트나 사진따위는 가지고 다니지 않아."

쉬이이이이익 펑펑 쾅쾅 우르르르르르

녹스군의 공격은 쉼없이 끊어지지않고 그리고 높은 하늘에선 붉은 포탄비들만이 그들 머리위로 계속 떨어지고 있었다.